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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로 두 시간 걸려야 닿았던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의 선재도. 2000년 선재대교 개통으로 이젠 승용차를 이용해 서해안고속도로 매송I.C.나 비봉I.C.를 나와 안산, 오이도, 대부도를 경유해 들어가게 됐다. 선재도에 들어서면 시원스레 펼쳐진 서해의 갯벌이 넋을 빼앗고 산낙지와 바지락·해물칼국수 등이 입맛을 당기게 한다. 선재중앙교회 앞으로 난 좁은 비탈길로 접어들면 한눈에 바다가 펼쳐지고 좌측으로 지은 지 오래지 않은 펜션과 전원주택들이 밀집해 있다. 이창우(46)·임정초(46) 부부의 60평 복층 철근콘크리트 주택은 바다가 시야 가득 들어오는 북동향으로 앉혀져 있다. 이 주택은 사면의 생김새가 각기 다른 작품을 바라보는 듯 독특하여 어디가 전면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건축정보


·위 치 :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 선재리

·대지면적 : 150평

·건축형태 : 복층 철근콘크리트 주택

·건축면적 : 60평(1층 30평, 2층 30평)

·내장마감 : 대리석, 핸디코드

·외장마감 : 화산석, 화강석, 드라이비트

·창 호 재 : 시스템 창호

·지 붕 재 : 아이루프

·바 닥 재 : 온돌마루, 대리석 타일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수공급 : 지하수

설계 및 시공: (주)리드 앤 디자인

032-462-5700



이창우 씨는 바다를 유난히 좋아하는 부인 임정초 씨를 위해 세컨드 하우스를 짓고자 2003년 이곳 땅 150평을 평당 40만 원에 구입했다. 외부 진입로가 북서에서 남동으로 나 있고 바다 주 전망이 북동향인 장방형 터라 좌향坐向을 잡기 어려워 스쳐 지나기 쉬운 부지다.



디자인 감각이 빼어난 이창우 씨는 부지를 본 순간 진흙 속에서 숨은 진주를 찾아낸 듯했다고. 집을 동남쪽에 붙여 배치하면 넓은 마당이 생기고 대문에서 현관에 이르는 동선 그리고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올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러한 조건을 살려 설계에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디자인 감각을 담아냈다.

“우리 집 설계 디자인은 선, 면, 각이 주된 요소이자 전부입니다. 선을 사용해 면과 각을 표현하고, 선의 배분을 통해 황금비율을 구성하고자 했지요. 특히 선과 선이 만나는 곳을 세심하게 정리하면서요.”



각기 다른 성질의 마감재가 조화를 이뤄



이창우 씨는 집의 독특한 디자인을 살리고자 내·외장재 선택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대개 주택에 사용하는 마감재는 화강석, 인조석, 적벽돌, 사이딩, 드라이비트 등으로 한정적이죠. 그것도 고가냐, 저가냐에 따라 선택의 폭은 더 좁아지고요. 이러한 환경에서 멋진 집을 짓는다는 것은 우리 디자이너들의 숙제지요. 이 집은 그러한 문제를 고려해 재료를 다양하게 선택함으로써 설계 시 각기 재료가 주는 이미지를 살렸지요.”



이 집에 사용된 마감재를 보면, 먼저 1층 외벽에 두른 화산석 벽돌이 압권이다. 화산석은 고가 제품답게 품질이 최상이지만 쉽게 적용할 수 없는 재료다. 많이 쓰면 금액이 부담스럽고 잘못 쓰면 집이 고건축의 합성처럼 식상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계단 옆면과 2층 외관 전면을 회색 계통의 중후한 드라이비트로 처리하고 2층 양측 면을 화강석으로 마감해 시선을 분리시켰다. 화강석이 주는 이미지는 매우 차갑고 딱딱한데 그것을 선으로 부드럽게 융화시킨 점도 눈에 띈다. 한편 1층 화산석 벽돌의 잔잔한 선은 2층 화강석의 자연스럽게 가로로 뻗은 선하고 나뉨으로써 집 전체가 평안하고 세련되게 보인다.

한편 전·후면과 넓은 면에는 메스틱 스티고라는 본 타일과 흡사한 재료를 사용해 벽돌과 화강석이 주는 무거운 느낌을 완충시켰고, 면을 그야말로 면답게 처리해 디자인을 상승시켰다.



집 하면 언뜻 박공지붕에 길게 늘어뜨린 처마의 빗물받이 그리고 벽을 타고 내려오는 홈통을 떠올린다. 그런데 이 집은 지붕이 보이지 않고 처마가 없는 게 특징이다.

“집의 정형화된 이미지를 깨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필요 없는 처마를 없애고 단순화시켰지요. 그렇지만 그 디자인에 맞는 지붕재가 없다면 구상에만 그쳤을 거예요. 절묘하게도 아이루프이라는 재료가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또 홈통을 빗물받이에서 짧게 잘라 빗물을 연못에 바로 떨어뜨림으로써 자연스런 물의 흐름을 통해 볼거리를 만들었고요.”



지붕재로 쓰인 아이루프은 폐단면 형태의 고강도 아연도금 경량 형강으로 아이메탈(주)이 포스코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하고 공동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시원스레 펼쳐진 바다를 끌어안은 집



1층 현관 정면에서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눈에 띈다. 각기 분리된 계단판 속에는 밟고 올라서는 것을 머뭇거리게 할 정도로 각양각색의 공예품들이 잘 배치돼 있고, 그 색감마저 다양해 시선을 즐겁게 한다.

1층은 세컨드 하우스답게 침실과 넓은 거실, 주방 겸 식당, 욕실로 구성했다. 실내는 바닥은 대리석으로, 벽과 천장은 핸디코트로 모던하게 꾸몄다. 거실은 반자 천장임을 감안 개방감을 주고자 여러 단을 내어 모서리에 조명들을 매입했다. 침실의 침대를 캐노피가 감싸는데 그 기둥에서는 육중함이 느껴진다.



2층은 독립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계단실 초입에 미닫이문을 내고 거실과 두 개의 침실, 화장실, 주방 겸 식당으로 꾸몄다. 거실과 침실 사이에 벽대신 유리로 마감하고 실 커튼과 블라인드를 달아 두 공간이 교류하게 했다. 황토 대리석을 깐 방에는 한지 벽지로 마감하고 추후 서까래를 걸치도록 도리를 얹었다. 북동향 집이기에 일조日照와 전망을 고려해 사방으로 창을 내고 거실에 페디먼트 천창을 설치했다.

임정초 씨는 일주일에 삼사 일을 이곳에서 보내는데 거실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마치 배를 타고 항해하는 기분이라고. 피아노 전공자인 그는 건반을 두드리면서 얼마 전 갯벌에다 풀어놓은 오리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리 일곱 마리가 갈매기들과 노닐다가 파도를 타고 망망대해로 나갔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집에 울려 퍼지는 피아노 소리에 전원 속의 여유로움이 묻어난다.田




정덕현 기자·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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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도 60평 복층 철근콘크리트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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