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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농가주택이 다양한 구조와 형태로 바뀌고 있다. 천편일률로 빨강 파랑 기와를 얹은 슬래브 주택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것이다. 혹자는 국적 불명의 주택들로 한국 농촌의 전통미가 퇴색한다고 우려한다. 그들에게 문화란 무엇이며, 한옥韓屋이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의식주衣食住 전반에 걸쳐 생활 양식이 변했는데 언제까지 초가나 기와집 타령만 할 거냐고. 또 판에 박은 듯한 구조로 전체주의를 상징하는 새마을주택이 한옥이냐고. 그 우려는 삶의 질을 차치且置하더라도 도시는 발전해야 하고 농촌은 정체해야만 한다는 논리밖에 안 된다. 그보다 문화재로 가치 높은 도시나 농촌의 가옥을 잘 보존하자는 주장이 더 타당할 것이다.
경주시 감포읍 감포리 바다를 한눈에 바라보는 곳에 지은 51평 복층 경량 목조주택. 분명 미국식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온돌 장치를 했고 현관에서 신을 벗게 했으며 물을 많이 사용하는 욕실은 바닥을 낮추어 시공했다. 서구의 대류 난방과 신발을 신는 입식 생활, 건식 욕실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많다. 이렇듯 우리나라 땅에다 당대當代의 주거 문화를 잘 반영해 지은 주택이다.


건축정보
·위 치 : 경주시 감포읍 감포리
·건축형태 : 복층 목조주택(외벽 2″×6, 내벽 2″×4″)
·지역/지구 : 제2종 일반거주지역
·대지면적 : 232평(768㎡)
·건축면적 : 51평(168.3㎡)
1층 - 36.83평(121.74㎡), 2층 - 14.08평(46.56㎡)
·외벽마감 : 파벽돌, 스펜스조 사이딩
·지 붕 재 : 사각 이중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내장마감 : 실크벽지, 루바, 무늬목
·바 닥 재 : 강화마루
·천 장 재 : 루바, 실크벽지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수공급 : 상수도
·설 계 : 홍은 054-771-8110
·시 공 : (주)풀무이엔씨 02-997-1133
www.poolmoo.co.kr, 풀무이엔씨.kr

건축주 정병태(59세)·김분순(52세) 부부에게 전원생활에 대해 묻는 것은 어폐語弊가 있다. 정 씨는 감포 토박이로, 이곳에서 줄곧 밭농사를 지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올해 초, 13년간 살던 기존 21평 슬래브집을 헐고 경량 목조주택으로 개축改築해 입주했다. 콘크리트를 부어서 박스 형태로 만든 슬래브집은 살기에 불편한 점이 많았다고.

“노모(87세)와 두 자녀, 이렇게 다섯 명이 살기에는 집이 너무 협소했지요. 무엇보다 밭에서 땀 흘려 일한 후 아무리 잘 씻어도 온 몸이 늘 가려웠고요. 자고 일어나면 영 개운치 않은 게… 그 원인이 시멘트 독毒 때문이란 걸 알고는 2년 전 집을 다시 짓기로 한 거예요.”

이들 부부는 본지本誌에 소개된 주택들을 보면서 건축 구조를 경량 목조주택으로 정했다. 목조주택 거주자의 대부분이 건강에 좋고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다고 한 인터뷰 내용에 마음을 빼앗겼던 것. 물론 흙집도 생각했지만 집터가 도로에 붙어 있어 미관 때문에 목조주택에 호감을 더 가졌다고. 시공도 본지를 통해 알게 된 (주)풀무이엔씨에다 의뢰했다고 한다.

“작년 초순 목조주택을 오랫동안 많이 지었다 싶은 여러 업체하고 상담했어요. 그 대부분이 거리가 너무 멀다며 손사래를 쳤는데 (주)풀무이엔씨만은 상담에 진지하게 응했을 뿐만 아니라 이곳까지 직접 내려왔지요. 집터를 둘러보고는 바다 전망이 빼어난 데다 도로에서 진입 여건도 좋다면서 목조주택이 드문 이곳에 모델 케이스 삼아 한번 지어 보자고 해서 인연을 맺었지요.”

일조와 전망을 고려한 배치

이 주택은 감포항이 내려다보이는 31번 해안도로에 인접한 데다 입면과 지붕 선이 아름답고 앞에 정자까지 놓여 있어 단박에 시선을 잡아끈다. 여기에 외벽을 연붉은 파벽돌과 나무 특유의 결이 아름다운 스벤스조(Svansjo) 사이딩으로 마감하고 지붕에는 이중 그림자 아스팔트 슁글을 얹어 볼륨감을 배가시켰다.

대지 형태를 보면 우측면은 해안도로에 그리고 전면과 좌측면은 옹벽 아래인 마을 진입로와 밭에 인접해 있다. 주택 진입 동선은 해안도로에서 신축 중인 창고 앞을 지나 전면으로 나 있다. 소음을 피해 해안도로에서 떨어뜨려 좌향坐向을 남향받이로 정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유 공간이 많은 후면에 비해 전면이 비좁아 보인다. 그 이유는 후면에 8미터 도시계획도로가 잡혀 있기에 주어진 대지 조건 하에서 일조와 바다 전망을 최대한 고려해 주택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기존 집터는 신축 중인 창고 자리고, 현 주택은 비탈진 밭에 옹벽을 치고 흙을 메워 대지로 조성해 앉혔다. 이렇듯 성토盛土를 한 땅인 만큼 기초를 튼튼히 하고자 잡석 다짐 후 60센티미터 깊이로 버림 콘크리트와 줄 기초, 매트 기초를 했다.

이 주택의 벽체 구조와 마감재를 보면 외벽은 2″×6″ 경량 구조재를 일정 간격으로 배치하고 단열재인 인슐레이션, 구조용 판재인 O.S.B., 방습지인 타이벡(Tybek) 그리고 파벽돌과 스벤스조 사이딩으로 마감했다. 내부는 벽과 천장을 커버해 방화 구조의 안정성을 높이는 석고보드를 대고 하단 부는 루바로, 상단부는 실크벽지로 마감했다. 내벽은 2″×4″이고, 바닥에는 강화마루를 깔았으며, 천장은 2″×10″ 장선에다 인슐레이션, 석고보드, 실크벽지와 루바 또는 실크벽지 순으로 마감했다.


노모를 편히 모시려는 공간 배치

실내는 삼대三代가 생활하도록 수평과 수직으로 공간을 분리했다. 1층은 거실을 중앙에 두고 우측에 드레스룸과 욕실이 딸린 부부 방을, 좌측에 노모 방을 배치했다. 거실과 주방/식당 공간은 높이를 달리한 복도로 구분 짓고 주방 입구를 아치형 몰딩으로 처리했다. 또한 주방/식당에 딸린 다용도실은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자 미닫이문을 달고 바닥에서 물을 많이 사용하므로 타일로 마감했다.

대개 세대별 간섭을 피하고자 부부 방과 노모 방을 떨어뜨리고, 주부의 동선을 줄이고자 부부 방 가까이 주방/식당을 배치한다. 그런데 이 주택은 주방/식당이 부부 방이 아닌 노모 방 가까이 위치한 점이 특이하다. 여기에는 건축주 부부의 효성이 담겨 있다. 아흔을 바라보는 노모를 편안히 모시고자 노모 방을 햇살이 잘 들고 바다 전망이 좋은 좌측에 배치한 것이다. 또한 노모 방에서는 넓은 창을 통해 일출을 바라보고, 전면 미닫이창을 통해 넓은 덱(Deck)으로 나가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한편 2층은 계단실과 욕실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두 자녀의 방이 자리한다. 벽지의 색상을 아들 방은 그린 계열로, 딸 방은 핑크 계열로 마감했으며, 두 방 모두 전망을 고려해 장방형 창을 큼직하게 냈다. 한편 현관의 포치 상단인 2층 발코니 중간에 미닫이문을 달아 실내와 실외로 구분했다. 이 실내 발코니에 책상을 놓아 전망 좋은 서재처럼 꾸몄다.
이 주택의 또 다른 특징은 전실前室을 넓게 뽑고 각 실마다 붙박이장을 설치해 공간 활용과 미관성을 극대화한 점이다.

주택, 건축주에게 자부심 갖게 해

건축주 정병태 씨는 집이 튼튼하고 단열성이 좋아서 연일 기온이 영하를 밑도는 데다 매서운 바닷바람이 부는 이 계절에도 속옷바람으로 지낸다고. 목재 뼈대가 세워졌을 때만 해도 동네 사람들이 저런 집에서 어떻게 겨울을 나겠느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집이 지어지자 구경을 와서는 모두 부러워하는 눈치라고 한다.

또한 해안도로를 달리던 사람들이 집 앞에 멈춰 서서 사진을 찍는 걸 보면 집이 예쁘긴 예쁜 모양이란다. 감포 이쪽으로는 상업용 통나무집만 몇 채 있을 뿐 경량 목조주택은 드물기에 그러려니 했는데 부산이나 서울 번호판을 단 자동차까지 멈추어 서는 걸 보면 어깨가 으쓱해진다고.

바로 옆에 창고 겸 샤워실, 찜질방을 짓느라 한창인데 주택과 마찬가지로 경량 목구조다. 창고까지 목구조로 짓느냐고 묻자, 예쁜 이 집의 이미지가 반감될까 조심스러워 대충대충 지을 수 없었다고. 새 집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보이는 건축주에게서 삶을 담는 그릇으로 살림집이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田


글·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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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은 집] 기능성 편리성 미관성의 삼박자 갖춘 경주 51평 복층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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