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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전원생활자라면 으레 한두 번은 앞마당에 나무를 한 그루라도 심어보려고 했음직한 시기다. 복잡한 도심에 사는 현대인들도 실내에 화분 하나 들여놓을 요량으로 꽃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달이 4월이 아닌가 싶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내어 주고 다 잘려 나가 마지막 남은 밑동마저 아낌없이 우리에게 베풀어준다는 짧은 내용의 쉘 실버스타인의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 책은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행복한 순간들을 접하게 하고, 또한 우리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게 한다. 나무의 고마움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좋은 책이다.

동화 속 이야기처럼 한 그루의 나무는 녹음을 주고 꽃을 주고 열매를 준다. 특히 현대에 이르러서는 도심의 나쁜 환경(실내외)을 좀더 살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 주는 큰 역할을 한다. 나무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기에 여기에서는 다 설명할 수 없다.

나무가 주는 즐거움은 눈에 보이는 '녹색'에만 그치지 않는다. 나무는 뿌리에서 출발해 줄기 그리고 가지에 이르면서 꽃을 내고 열매 맺는 과정을 거친다. 일단 뿌리가 건강해야 좋은 줄기와 꽃과 열매를 기대할 수가 있다. 여기에 뿌리에서 온 영양들을 줄기를 통해 가지 끝까지 잘 보내주는 수고가 더해져야 비로소 '꽃'과 '열매'라는 행복한 순간을 만끽할 수 있다. 그래서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은 어찌 보면 '나'를 가꾸어 가는 것과 같다.

나무가 자라나는 과정을 보면서 경험하고 느끼며 행복해 하던 일들을 이제 자신의 삶에 비추어 보는 연습을 하면 좋겠다. 나무를 가꾸듯 자연과 호흡하며 우리의 삶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삶의 자세를 갖도록 하자. 나무를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 사람이라야 자신도 책임을 다해 건강하게 가꾸면서 멋진 미래라는 열매도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열매만을 기다리지 말고 녹음 아래서 많은 사람과 대화의 시간도 나누어 보자. 가족도 좋고 옆집 인상 좋은 아저씨 아주머니도 좋다. 지나가는 객이면 어떠랴. 내 주위의 사람들 그리고 타인과 가져 보는 쉼과 대화, 이를 통해 얻는 많은 경험이 분명 우리네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4월 5일 식목일이다. 전국에서 나무를 심기 위한 이벤트가 대대적으로 벌어질 게 분명하고 적지 않은 전원생활자도 정원 한쪽에 보기 좋은 나무를 들여놓을 것이다. '정원이 생활을 디자인한다'고 했다. 나무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작게나마 그늘 아래 쉬어갈 공간을 마련해 보자. 헤르만 헤세처럼 정원에서 한 번쯤은 자신과 벽 없이 만나 보는 것도 정원 일을 하는, 나무를 가꾸는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무를 심는 사람 이성현(푸르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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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Garden/정원이 생활을 디자인한다(1)] 한 그루의 나무를 가꾸는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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