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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군 다인면 토박이 권순필(71세)씨가 그간 지은 집만 40여 채에 이른다. 그 중에는 자신이 살던 집도, 남의 집도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여생을 보낼 집을 지을 때는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지 못했다. '중도 제 머리는 깎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지 않던가. 이 주택은 굵직굵직한 선과 면으로 입면을 단순 명료하게 처리하고 전면에는 적삼목 찬넬사이딩으로, 측면에는 흰색 시멘트사이딩으로 마감해 분위기를 깔끔하게 연출했다. 또한 정방형에 가까운 43평 공간에 거실을 우측 전면에 두고 그 주위에 각 실을 배치함으로써 동선을 줄인 점도 돋보인다.


건축정보
·위치 : 경북 의성군 다인면 삼분리
·건축형태 : 단층 경량 목조주택
·대지면적 : 210평
·건축면적 : 43평
·외벽마감 : 찬넬사이딩 + 시멘트사이딩
·내벽마감 : 실크벽지, 황토 한지벽지
·지붕재 : 이중 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바닥재 : 강화마루, 온돌마루
·천장재 : 실크벽지, 루바
·식수공급 : 지하수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설계 및 시공 : 파송하우징 031-774-1632
www.pasong.com

근래에 바람 잘 날이 없는 의성군 다인면, 이유인즉 경북 안동과 함께 도청 이전 후보지로 물망에 오르면서 부동산시장이 들썩이기 때문이다. 작은 동네에 공인중개사무소 10여 개가 새로 생겼을 정도다. 하지만 토지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로 평당 3만 원하던 땅을 그 곱절인 6만원을 쳐준다 해도 매물이 없는 상태다.

권순필씨 댁을 방문한 날에도 부동산업자가 권씨에게 집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가 싶더니 귓속말로 몇 마디 소곤거리고는 자리를 떴다. 탁자 위 ‘oo부동산'이라고 적힌 명함이 눈에 들어왔다. 눈치를 챘는지 권씨가 말을 꺼냈다.

“요즘 ‘떳다방’ 사람들이 마을에서 살다시피 하니 땅값이 치솟을 수 밖에 없죠. 시세의 2배를 준다고 해도 판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요. 아까 그 사람한테 그런 짓 하지 말라고 했어요. 동네 사람들 들쑤셔서 바람 들게 하지 말라고 말이죠.”


공간 집중으로 동선을 최소화

시원스레 펼쳐진 들판을 가르는 길을 따라 다인면에 이르자 어렴풋이 목조주택 한 채가 보인다.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옹기종기 모인 몇 채의 농가주택들 속에 자리한 저 집이 아니라면 당초 주소를 잘못 받았을터. 마을 어귀에서 승용차 한 대 간신히 들어갈 만한 진입로를 따라 핸들을 돌리자 적갈색과 희색 사이딩이 햇살을 받아 눈부신 목조주택이 모습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권순필·지성남씨 부부가 고희를 맞아 노후를 보낼 요량으로 마련한 주택이다.

이 주택은 단층이지만 이웃한 주택보다 집터를 높이고 고를 높여서 지붕을 박공으로 처리해 실제 평수보다 더 크게 보인다. 안방을 거실보다 앞으로 뽑고 그 가운데 포치형 현관을 내어 각 공간의 지붕을 포개어 입면에 변화를 꾀했다.

공간 구성은 현관과 가깝고 햇살이 잘 드는 전면에 안방과 거실을 두고, 그 연결선상인 후면 좌측에 동선을 간소화해 주방/식당과 다용도실, 보일러실을 배치했다. 또한 현관에서 시선이 벗어난 후면에 중복도를 내어 좌우측에 욕실과 황토방, 작은방을 드렸다. 현관-안방·거실-각 실로 이어지는 간결한 동선 구조에서 일흔의 노부부를 배려했음을 엿볼 수 있다. 부부 침실은 건강성을 높이고자 바닥을 황토로 마감하고 벽과 천장에 황토 한지벽지를 발라 찜질방으로 꾸몄다. 집중적인 실室 배치는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고 단층 목구조의 구조적 결함을 보완하는 역할도 한다.

생전에 한 번 더 지어보자

흰색 벽지로 깔끔하게 마감한 거실은 천장에 서까래와 보를 노출시켜 전통 가옥의 대청처럼 꾸몄다. 시선은 전면창을 통해 덱과 마당, 들녘으로 이어지고 전면창 위에 낸 고창으로 풍부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건축주 부부가 고령임을 감안해 인테리어는 밝고 쾌적함에 중점을 두고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게 처리했다. 대신에 거실 한쪽 벽면에 조명과 햇빛의 밝기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즐길 수 있는 ‘아스라인’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권순필씨는 농촌 생활자들이 대개 그렇듯 젊었을 때부터 안 해본 일이 없단다. 그는 26평슬래브집에서 살다가 ‘생전에 집을 한 채 더 짓자’는 생각으로 이 주택을 지었다. 처음에는 주위의 농가주택처럼 시멘트 벽돌집을 구상했지만, 연세를 고려해 살기에 편안하고 건강한 집을 짓자는 아들의 권유로 목조주택으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집에서만 살다가 목조주택에서 사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는 건축주. 지금까지 자신도 40여 채의 집을 지어봤지만 이렇게 성의 있게 잘 짓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며 연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글·사진 홍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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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으로 지은 집] 노부부의 밝고 건강한 여생을 위하여 의성 43평 단층 경량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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