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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전원생활자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중년층이나 노년층 부부 모두 아내보다는 남편이 더 원해서 전원생활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아내들도 도시생활에 푹 젖은 나머지 남편의 전원행을 한사코 말리다 ‘그래 시골살이 몇 년 하다가 지쳐서 되돌아오겠지’ 하며 마지못해 따라 나선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는 어떨까. 남편들 중 더러 전원생활에 무료함을 느끼는 반면, 아내들 대부분은 전원생활에 푹 빠져 지내느라 도시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젖곤 했다.
충남 금산군 제원면 동곡리의 황토집에서 만난 건축주 부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방문한 날 건축주의 아내는 두 아들과 함께 뒷마당에다 대나무를 심고 쪽마루 앞에 자갈을 까느라 분주해 보였다. 앞마당에는 직접 종자를 구해서 심었다는 금낭화, 땅채송화, 붓꽃 매발톱꽃, 할미꽃… 등 야생화 종류가 하도 많아 이름표를 꽂아놓을 정도로 전원생활 재미가 쏠쏠해 보였다. 이들 부부의 전원생활 얘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건축정보
·위 치 : 충남 금산군 제원면 동곡리
·건축형태 : 복층 목구조 황토집
·부지면적 : 940여 평
·대지면적 : 290평
·건축면적 : 51평(1층 41평, 2층 10평)
·외벽마감 : 파벽돌, 황토벽돌 줄눈마감
·내벽마감 : 한지 벽지
·지 붕 재 : 양식기와
·바 닥 재 : 강화마루(거실, 주방/식당), 콩댐 한지(방), 타일(화장실)
·천 장 재 : 서까래·개판(거실), 루바(주방/식당, 화장실)
·창 호 재 : 내부-세살 목문, 외부-시스템창호
·식수공급 : 지하수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구들
·건축기간 : 2006년 9월∼12월
·설계 및 시공 : 행인흙건축 031-338-0983 www.hangin.co.kr

흔치 않은 기둥과 보, 도리를 사개맞춤으로 짜맞춘 복층 목구조 황토집이다. 전면에서 보면 주방과 거실 사이에 현관을 오목하게 배치해 ‘凹’자를 돌려놓은 형상이다. 줄눈마감을 한 황토벽돌과 목구조, 박공널 그리고 연붉은 양식洋式 기와의 색상이 일체감을 느끼게 한다.

처마 밑 툇마루와 벽돌을 쌓아 만든 기단〔塼築基壇〕 앞에는 낙수落水에 마당이 패이거나 질퍽거리지 않게 잔자갈을 깔아 놓았다. 겉으로 드러난 목구조로 보아 오량五梁으로 뼈대를 얽은 듯한데 기둥과 기둥 사이에 하인방과 중인방이 없다. 그 대신에 전축기단에 고맥이 초석礎石을 놓고 그 위에 기둥을 세운 뒤 기둥과 기둥 사이에 파벽돌을 쌓았다.

대청 격인 거실과 쪽마루 사이에 분합문 역할을 하는 큼지막한 전면창을 내 안팎으로 사람이 드나들고 내부와 외부 공간이 거리낌없이 소통하도록 했다. 가운데가 우묵하게 들어간 부분에서 거실과 안방 앞까지 걸터앉기에 좋은 쪽마루를 깔았다. 햇살이 들이치는 쪽마루에는 약초와 봄나물이 널려 있고, 그 밑에는 구들방에 군불을 지필 장작이 쌓여 있다.

전원생활의 꿈을 앞당기다

건축주는 오래 전부터 전원생활을 꿈꾸며 6년 전 아내 몰래 택지와 농지용으로 900여 평의 땅을 마련했다. 단순한 동경憧憬이 아닌 전원생활에 대한 목표도 뚜렷하여 21세기 유망 직업군에 속하는 약용식물관리사 자격증까지 취득했을 정도다. 아내는 그 사실을 몇 년이 지난 뒤에야 알았다. 아내가 도시생활을 만족스러워하고 두 아들의 학교 문제로 전원생활을 탐탁하지 않게 생각했기에 구태여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전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남편은 은퇴 후에나 전원생활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전원생활이 앞당겨졌다. 지난해 4월 아내가 갑상선암에 걸렸는데 다행히도 초기에 발견해서 수술을 잘 받은 것이다. 건축주는 아내가 수술 후 안정을 취하면서 꽃꽂이며 분재, 야생화 가꾸기를 즐기는 것을 보고 넌지시 전원생활을 권했다. 당신을 위해서 전원에다 아름다운 집을 지어주겠노라고.

그후 건축주의 아내는 남편을 따라 대전에서 40여 분 거리인 이곳 금산군 제원면 동곡리를 찾았다. 아내는 제법 높직한 산들로 둘러싸이고 전면이 시원스레 트인 남향받이에다 계곡형 저수지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땅을 맘에 쏙 들어했다. 남편은 그런 아내에게 부지를 가리키며 건강에 좋은 황토집을 뒤로 앉히고 넓은 마당에는 야생화와 과실수를 심고, 산밑에는 약초를 심겠다고 설명했다.

시공, 건추주와 시공사 모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남편은 오래 전에 건축 구조와 설계 및 시공사를 정해 놓은 상태였다. 나무와 흙 냄새가 물씬 풍기는 황토집과 전통 살림집을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킨 행인흙건축이었다.
부부는 지난해 7월 농지 전용허가를 마치고 행인흙건축을 방문했는데 본지本誌와 행인흙건축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동일 대표가 시공한 주택과 글들을 살펴왔기에 낯설게 느끼지 않았다. 상담 과정에서 이 대표가 황토집에 대한 궁금증을 시원시원하게 설명해 주어 설계와 시공을 맡겼다.

이 주택은 지난해 8월 말 공사 계약을 하고 9월 중순에 치목治木 과정을 거쳐 9월 21일에 착공을 했다. 그로부터 약 3개월간 현장 작업을 거쳐 12월 13일에 공사를 마감했다. 연면적 51평(1층 38평, 2층 10평, 심야전기보일러실 및 창고 3평) 복층 목구조 황토집이다. 1층에는 거실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주방/식당과 손님방을, 우측에는 안방과 구들방을 배치했다. 안방과 구들방 사이에는 화장실을 배치해 양쪽에서 여닫이문으로 통한다. 2층은 간이 거실과 서재, 화장실, 발코니로 구성했는데 1층 안방 위에 배치함으로써 진입로에서 바라보면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했다.

도시에서 맛보지 못하는 신선한 경험
공기 맑고 물 좋은 곳에 지은 황토집에서 생활해서 그런지 혈색이 좋아졌다는 건축주의 아내. 요즘 한창 정원을 가꾸는 중인데 남편하고 둘이서 나흘 동안 정원석을 깔았다며 예전에는 저 정도 일하면 몸살이 나서 며칠 일어나지도 못했을 거라고 한다.

꽃 피고 열매 맺는 과실수들 틈에서 일반 주택에서는 보기 힘든 산초가 눈에 띄었다. 남편이 정원 끝에다 연못을 파고 미꾸라지 치어를 넣었다며 그놈들로 추어탕을 끓일 때 넣을 거란다. 그리고는 텃밭에다 뿌릴 파와 열무, 상추, 쑥갓, 호박 등 십여 종의 씨앗 봉투를 내밀면서 도시의 아파트에서는 맛보지 못하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단다.

콘크리트 도시생활이 아무리 편리하다지만 마음 한 구석에 자연과 하나가 되려는 사람의 정서情緖까지 사로잡지는 못한다. 남편이 아내를 위해 전원에 지어준 건강 주택 황토집, 그리고 그곳에서 건강을 회복한 건축주 아내의 해맑은 모습을 보면서 자연과 인간은 하나일 수밖에 없음을 생각했다. 사회에 만연한 각종 폐해와 질병들이 모두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 데서 온 것들이 아니던가.田


윤홍로 기자·사진 박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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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생각한 집] 아내에게 바치는 선물, 금산 51평 복층 목구조 황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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