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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던 전원생활을 시작했지만 새로운 지역의 낯설음과 소극적인 대인관계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전원생활이 기대와 다르게 힘들기만 하다면 얼마나 불행할 것인가. 4년 전 연고지 없는 양평군 옥천면에 지금의 부지를 매입한 한기옥(63) 씨는 사전에 ‘나는 외지인’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마을 사람들과 친밀해지기 위해 매년 행사가 열릴 때마다 바쁜 일도 제쳐 두고 참여해왔다. 그뿐만이 아니다. 원래는 정원에 조금 더 많은 흙으로 채우려 했다. 하지만, 이미 주택 공사에 따른 불편함도 아무 말 없이 참아준 주민들에게 미안해서 더는 욕심 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런 배려가 전해져서인지 허물없이 지내는 이웃이 많아졌고 편하게 건축주의 집을 오가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아신리
·건 축 형 태 : 복층 경량 목조주택(2″×6″)
·대 지 면 적 : 361평
·건 축 면 적 : 75평(1층-55평, 2층-20평)
·외 벽 마 감 : 스타코, 인조석
·내 벽 마 감 : 실크벽지, 대리석타일
·천 장 재 : 루바, 페인트, 실크벽지
·지 붕 재 : 아스팔트 이중그림자 슁글
·바 닥 재 : 대리석 복합 타일, 온돌마루(복도), 오크원목(계단실)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난 방 형 태 : 2700L 심야전기보일러, 기름보일러(보조난방)
·식 수 공 급 : 지하수
·시 공 기 간 : 2006년 11월~2007년 1월
·설계 및 시공 : 예가건축 031-634-0172
http://cafe.naver.com/buildahome.cafe

시골에서 나고 자란 한기옥 씨는 도시에서 생활하면서부터 고향의 흙 냄새를 그리워했다. 어느 날, 사업 차 수없이 드나들던 6번 국도에서 ‘전원주택 부지 분양’이라는 문구를 보고 호기심에 공인중개사무소에 들렀다고 한다. 그곳에서 소개해 준 데가 바로 지금의 부지였다. 전원주택 1번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아신리는 마을 주민의 절반이 아름다운 풍광과 맑은 공기에 이끌려 전원생활을 시작한 이들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다양한 구조와 형태의 주택들이 새둥지처럼 띄엄띄엄 들어앉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최근에 신축한 듯한 주택도 전체 가구 수에 비해 많은 편인데 원주민도 도시에서 옮겨 온 사람들이 지은 아름답고 편리한 주택을 보고 낡은 주택을 헐고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 정원과 울타리를 갖춘 주택들이 많아서일까. 마을 전체가 정돈된 느낌이다. 그 가운데서 도로와 마당을 담대신 앞에는 개나리를 바로 뒤에는 벚나무를 심은 주택이 유독 눈길을 끈다. 최근에 지은 이 주택이 바로 한기옥·나종숙 부부의 보금자리다.

손님을 반기듯 활짝 열린 대문으로 들어서니 마을길에서는 보이지 않던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벚나무에 가린 넓은 터에 온갖 종류의 묘목들을 심어 놓아 작은 수목원을 방불케 한다.
현관으로 향하는 계단 오른편으로 6m가 족히 넘는 낙우송落羽松과 허리가 휜 소나무가 대조를 이룬다. 높이를 자랑하듯 시원스럽게 뻗은 침엽수들은 모두 한기옥 씨가 부지를 마련하고부터 직접 심고 가꿔 온 것이다. 벌레들이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에 살충제를 뿌리는 일이 처음에는 손에 익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금은 어느덧 전문가 수준의 솜씨를 발휘하면서 나무를 가꾼다고 한다. 한 씨가 정원수를 보살피는 동안 부인 나종숙 씨도 텃밭에 제철에 맞는 채소들을 가꾸어 왔다고 한다. 주택을 방문한 날에도 정원에 놓인 정자에서 이웃 주민들과 나물 반찬에 쓸 민들레를 다듬는 모습이 정겹기만 했다.

독특한 나무 경계 울타리, 고급스런 내부 인테리어

나무 울타리뿐만 아니라 건물 중앙에 높게 솟은 벽난로 굴뚝, 인조석과 흰색 스타코 외벽 마감재 그리고 연붉은 아스팔트 슁글을 얹은 물매 가파른 지붕으로 인해 마을 어귀에서부터 이 주택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넓은 전실에는 남쪽으로 난 창문으로 들이치는 햇살 아래 작은 분묘들이 수줍은 듯 가지런히 놓여 있다. 전실에서 바로 이어지는 거실은 건축주 부부가 가장 맘에 들어하는 공간으로 6.5m 천장 높이만큼이나 시원스럽다.

거실 전면창은 대개 통유리가 많은데 이 주택의 경우 벽난로가 정면에 자리잡기에 창을 좌우 대칭으로 나누고 1층과 2층 높이만큼 4개로 분할했다. 벽난로가 차지한 벽면은 그리스식 거울로 포인트를 주어 깔끔하게 꾸몄다. TV 장식장이 있는 벽면은 개당 폭 2m짜리 장식 벽돌을 사용해서 웅장하고 고급스럽다.

2층 거실은 이국적인 느낌으로 장식했는데 중국풍의 빨간 등과 크리스털 등이 눈길을 끈다. 장식장이나 선반이 별로 없는 벽면이 부인 나종숙 씨가 다리품을 팔아 직접 구입했다는 여러 가지 등燈으로 인해 로맨틱하다. 또한 창문은 캔버스와 같은 비율로 크기만 약간씩 다른데,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목가적 풍경이 마치 그림과 같아 액자를 대신하는 듯하다.

정성을 쏟은 나의 집

한기옥 씨는 부지를 마련한 후 시공사를 여러 군데 찾아다녔다고 한다. 이 주택의 설계와 시공을 맡은 ‘예가건축’은 주변 환경과 대지 조건을 면밀히 검토한 후 건물의 배치와 공간 구성에 이르기까지 마음에 드는 안을 제시했다고. 특히 작은 부분까지도 신경 쓰며 추천 의견을 내놓을 때가 많아 맘에 들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처음에는 다소 좁아 보이던 주방과 식당을 넓게 변경하면서 아일랜드 부엌을 놓고 4개의 하이 체어(High Chair)를 두었더니 모던 바(Bar)와 같은 분위기가 나게 됐다고 한다. 또한 메인 주방, 보조 주방, 세탁실로 이어지는 공간에 포켓도어를 설치하여 활용도를 높인 점도 돋보인다. 시공 중에 건축주와 협의를 거쳐 완성한 설계를 변경하면 공기工期가 늘어지는 것은 물론 자재비와 인건비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예가건축의 정진철 이사는 “조금 편할 생각으로 일을 진행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이 시공 후에 생겨 더욱 힘들어진다”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내 집을 짓는다는 자세로 임한다”고 말했다.

사업 관계로 서울의 거처에서 생활해야 함에도 건축주는 머물기에 편리하고 탁 트인 내부 공간과 나날이 풍성해지는 정원들 때문에 일주일에 5일은 이곳에서 머물게 된단다. 그 옛날 고향에서 맡았던 흙 냄새와 고요한 풍경을 닮았다는 이곳에서 부부는 다시 개구쟁이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만 같다.田


박연경 기자·사진 홍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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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치 있는 집] 삶의 여유를 만끽하는 전원생활, 양평 75평 복층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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