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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사는 김현수(45)·유경희(45) 부부는 50세 이후 전원주택을 마련할 계획으로 지난해 5월부터 전원주택 시장 조사에 나섰다. 그런데 가족이나 다름없는 열한 마리의 개와 한 마리의 고양이 때문에 계획보다 앞당겨 전원주택을 마련했다. 어느덧 한두 마리씩 식구 수가 늘더니 급기야 마당이 비좁아지고 한 마리가 짖으면 동시다발적으로 짖는 습성 때문에 동네를 소란스럽게 한 것. 그래서 충남 예산에 집을 짓자마자 개와 고양이부터 이사시켰다. 마침 바로 옆집이 유경희 씨의 친정이라서 개와 고양이들에게 넉넉한 놀이터가 두 곳이나 생겼다.


건축정보
·위 치 :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 내라리
·대지면적 : 461.18평
·건축면적 : 97.7평(1층 64.5평, 2층 33.2)
·건축형태 : 복층 목조주택(일본 하이브리드 공법)
·외벽마감 : 일본 KMEW 사이딩
·내벽마감 : 도장, 실크벽지
·지 붕 재 : 일본 KMEW 지붕재
·바 닥 재 : 대리석, 원목마루, 타일
·창 호 재 : 일본 시스템창호
·난방형태 : 열전도액 기름보일러(온돌난방)
·식수공급 : 지하수
·설계 및 시공 : ㈜ 홈포인트코리아
031-264-4720 www.hpk.in

6년 전까지만 해도 동물에 대해 무관심했던 김현수 씨는 딸아이의 생일선물로 코커스파니엘을 사준 후 개를 돌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후 요즘 사회 문제로 불거진 유기견遺棄犬을 하나둘씩 데려다가 보살펴 왔다. 지금은 모두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명랑한 모습이지만 이 집에 오기 전까지 갖은 학대와 굶주림, 추위 등의 고통으로 볼썽사나운 모습이었다고.
파랑이는 서울 독산동의 한 카센터에서 한쪽 귀가 잘린 채 지붕 위로 던져지는 등 학대받았고 첫눈이는 첫눈 내리는 날 온몸에 고드름이 열릴 정도로 꽁꽁 언 채로 발견돼 데려왔다. 고양이도 한 식당 근처에서 다리를 절뚝거리며 다니는 것을 치료해 키우고 있다. 이처럼 주인한테 버림받아 오갈 데 없는 개와 고양이를 치료하고 보살피지만 되레 김현수 씨는 “사실 제가 이들에게 받는 게 더 많아요. 그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을 요 녀석들이 한없이 주거든요”라며 개와 고양이 키우는 즐거움으로 삶도 풍요로워진 것 같다고 했다.


일본식 하이브리드 공법과 외장재 적용

이 집은 일본에 본사를 둔 홈포인트㈜의 한국 법인 홈포인트코리아가 일본 목조주택 공법과 외장재를 적용해 시공했다. 일본에서는 보편화된 하이브리드 공법은 ‘프리 컷 시스템(Pre-Cut System)’에 의한 단순 명료한 방법을 제공,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시공이 가능하다. 해당 건축물에 대한 설계 데이터를 기초로 건물에 필요한 목재의 수량과 가공 형상 등을 데이터화해 공장에서 구조재를 절단 및 가공하기에 품질이 한결같다. 목수가 며칠 걸리는 작업을 한두 시간 안에 끝내 공기工期 단축과 비용 절감의 효과도 얻는다. 현장 작업이 대폭 줄어 건축물 쓰레기도 적게 발생한다. 건축주 부부도 시공 과정을 보면서 보통 공사 현장에서 보던 폐기물이 적게 나오고 하루 작업을 끝낸 후에도 작업 진행 중인 것 같지 않게 주변이 깔끔해서 놀랐다고 한다.

홈포인트코리아의 유혁민 이사는 외벽재와 지붕재 역시 일본 제품으로 KMEW(Kubota Matsushitadenko Exterior Works, Ltd.)가 세계적으로 공급하는 고급 소재로 마감했다고 한다. 외벽재는 455㎜×3030㎜ 규격의 시멘트계 무석면 패널 형태로 사이딩용 철물에 걸어서 시공하는 방식이다. 1매당 중량이 20㎏으로 하중 부담이 적고 벽체 내에 통기층을 만들므로 쾌적성은 물론 내구성과 단열성, 차음성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제품이다. 지붕재 역시 일본에서 내후성耐朽性 최상등급인 AAA등급을 받은 재료로 자외선에 강해 기존의 색과 광택을 오랜 기간 유지한다. 평당 중량이 점토기와의 1/3 수준으로 하중 부담이 적고 4개의 못으로 고정하는 독자적인 시공법으로 강풍으로 인한 피해를 줄인다. 지진과 강풍 등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 지역에서 인정받은 건축 공법과 외장재라 더욱 믿음이 간다고 건축주 부부는 말한다.

입체적인 실내 공간

이 집은 실내 공간 구성이나 인테리어 마감, 가구와 소품에 이르기까지 일본식을 많이 채택했고 전체적으로 ‘모던’함과 ‘젠(Zen) 스타일’을 풍긴다. 우선 일본 목조 건축물의 한 유형으로 자리잡아 온 ‘스킵 플로어(Skip Floor)’ 구조가 입체감과 재미를 더한다. 스킵 플로어는 반 층씩 마루 높이가 차등을 이루는 구조다. 이 집의 경우 거실에서 이어지는 계단실을 통해 반 층 오르면 우측에는 부부침실이 있고 여기서 좌측으로 반 층 오르면 자녀방과 A/V룸이, 다시 우측으로 반 층 오르면 서재가 있다. 복층이지만 지그재그 모양으로 반 층씩 높였기에 각 층이 서로 연속되는 느낌이 듦과 동시에 각 층의 실이 독립된 느낌도 강하다.

또 계단실 옆(안방 아래)에 ‘반층’ 공간을 두어 수납실이나 서재, A/V룸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층고 1.5m 이하의 공간은 건축법상 바닥면적에서 제외되며 고정자산세의 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 이 집은 2층 건물이지만 보통의 2층보다 높아 보이는 것도 이 반층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공용공간인 1층에는 현관을 들어서면 바로 정면 좌측에 일본 인테리어 마감재로 꾸민 한실이 있고 복도를 지나 우측으로 우윳빛 대리석 바닥 마감으로 화사하고 고급스러운 거실이, 거실을 지나 전면으로는 주방 겸 식당이 있다. 식당에서 특이한 점은 남향인 집의 전면창 쪽으로 바닥 높이를 높이고 원목 마루를 깐 후, 식탁을 입식과 좌식으로 선호에 따라 앉도록 길게 설치한 것이다. 다용도실과 사우나실을 주방 뒤편에 시각적으로 감춰져 있다는 기분이 들도록 배치한 점도 눈에 띈다. 그 우측으로 즉, 거실 후면으로 피트니스 룸(Fitness Room)을 배치했다. 피트니스 룸은 일본 폴더식 창호로 실을 구분해 거실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피트니스 룸에 적용한 폴더식 창호를 거실 전면에도 설치하고 창호 안쪽으로 역시 필요에 따라 여닫도록 폴더식 방충망을 설치했다. 폴더식 방충망 덕분에 여름밤 벌레의 방해 없이 시원한 자연 바람에 취하기에는 제격이다.

이 집은 각 실에 다양한 마감재와 공간구성을 적용함으로써 각각의 독특한 개성이 잘 살아있고 구조재로 쓰인 목재로 실내 곳곳과 덱 등에 장식함으로써 모던하고 중후한 아름다움과 함께 집 전체를 일관성 있도록 연출한 점도 돋보인다.田


박지혜 기자 ·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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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은 집] Zen 스타일의 극치, 예산 98평 복층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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