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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에서의 재미란 어떤 것일까. 도시에서는 꿈도 못 꿔볼, 밭을 가꾸고 유실수를 심어 계절에 따라 채소와 과일을 따먹고, 각종 장과 김치를 담가 토종의 맛을 느껴볼 수 있는 장독대도 넉넉하게 마련하고, 때때로 생기는 무료함을 달래줄 동물도 종류별로 키우고, 경사가 있으면 이웃을 초대해 잔치를 벌이고, 일손이 필요하면 이웃에게 도움을 구해 한결 어깨를 가볍게 하기. 도시에서보다 몸이 더 바빠진다고 하는 전원에서의 생활. 이 모든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누리려면 손수 만들어 나가는 노동과 집과 땅에 대한 애정도 한껏 쏟아 부어야 함을 홍천에서 만난 건축주 부부를 통해 새삼 느끼게 된다.


건축정보
·위 치 : 강원도 홍천군 남면 시동리
·건축형태 : 복층 목조주택
·대지면적 : 200평
·건축면적 : 38평(1층 26평, 2층 12평)
·외벽마감 : 시멘트사이딩+인조석
·내벽마감 : 실크벽지, 패브릭 아트월
·지 붕 재 : 아스팔트 이중그림자 슁글
·바 닥 재 : 합판마루, 타일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수공급 : 지하수
·시공 및 설계 : 양지하우징 031-637-3360
www.yjhousing.net


어린 시절을 서울에서 보낸 건축주는 당시 가끔 시골 큰댁에 놀러갔을 때 느꼈던 시골 특유의 여유롭고 풍요로웠던 모습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향수처럼 자꾸 떠올랐다고 한다. 큰댁 앞마당을 벗어나 논두렁을 따라서 굽어 도는 길을 걷다 보면 맑은 개울이 흐르고 사촌형 사촌누이들과 고무신 벗어 던지고 그 개울물에 들어가 송사리 잡던 일, 얼결에 손아귀에 들어온 송사리가 신기해서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함박웃음들……. 그러나 언젠가 큰댁마저 상경하고 나니 방학에 놀러갈 시골이 없어졌다.
건축주는 쉰의 나이에 접어들자 어릴 적 시골 정취에 대한 그리움이 날로 더해져 ‘시골행’을 결심했다.

“그런데 막상 부지를 찾으려니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몇 개월 동안 하루걸러 한 번씩 사방팔방 돌아다녀 봐도 마땅한 데가 없었어요.”

건축주는 은연중에 마음속에 늘 간직하던 어릴 적 큰댁 마을 같은 곳을 찾았다고 한다. 집터를 마련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고. 1년 반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백방을 뒤져보다가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현재의 택지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 ‘이곳이다’ 하는 기분이 들었다. 옛날 큰아버지가 살던 그 동네에 다시 들어선 것 같은 푸근한 온기를 느낀 것이다.

전원에서 참살이란 손수 만드는 과정에서

500평 정도의 부지를 사들이고 그곳에 아담한 전원주택을 마련했다. 집은 부부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규모를 갖추면 되고 가끔 서울에서 상주하는 자식들이 쓸 만한 방만 있을 정도로 소박하면 됐다. 그래서 1층에는 거실과 주방 겸 식당, 부부침실, 욕실 그리고 건축주를 위한 PC 작업실을 드리고 2층은 외부 계단으로 통하게 해 자식들이나 손님이 편하게 쓰도록 독립적으로 배치했다.

대신 시골살이의 재미를 더해줄 마당을 넉넉하게 계획했다. 그리고 건축물을 제외한 마당 만드는 일은 건축주 부부가 직접 진행했다. 조경석을 쌓고 진입로 변으로 침목을 박고, 원형의 연못을 만들었으며 텃밭을 일궈 각종 채소 모종을 심고, 체리나무 자두나무 감나무 사과나무 배 포도나무 서양앵두 매실 등 각종 유실수와 야생화들을 심었다. 뒷마당에는 애견대회에 나가 챔피언을 딴 시베리안 허스키 ‘망고’를 위한 집도 마련하고 오골계와 토종병아리, 거위 들도 새로운 가족으로 합류시켰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새 어느덧 꽁꽁 얼어붙어 있던 땅이 풀리고 심어둔 식물들이 싹을 틔웠다.

“농사꾼이 다 됐어요. 뽀얗던 얼굴이 바깥일 하느라고 새카맣게 다 탔지 뭐예요. 생전 해 보지도 않은 일을 이웃분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공부해 가면서 이렇게 만들었어요. 이웃분이 모종을 갖다 주면서 ‘이것도 심어봐라’ 하면 가르쳐준 대로 심고, 텃밭을 가꾸고 채소 모종 심는 법도 가르쳐주어서 다 해낼 수 있었어요. 이제 집이 좀 제자리를 찾은 것 같은데 아직도 할 일이 태산이에요.”

건축주가 회사일로 잠깐 서울로 가면 그의 아내는 이렇게 이웃 사람들의 배려로 마당을 그럴듯하게 가꿔 나갔다. 부부는 단숨에 많은 일을 했더니 아내는 6㎏, 남편은 11㎏ 살이 빠졌다고 한다. 덕분에 남편은 비만으로 생겼던 질병도 지금은 거의 씻은 듯이 나았다고. 처음에는 입술도 터지고 팔다리 허리 어느 한군데도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는데 어느새 적응이 돼 이제는 움직이지 않으면 되레 몸에 축나는 것 같다고 한다.

수려한 산세를 끌어들이는 집

사방팔방이 산과 논밭으로 자연경관이 빼어난 터에 크림과 브라운 색의 시멘트사이딩으로 옷을 입힌 집이 예쁘다. 집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면 더욱 예쁜데 수려한 산세와 상쾌한 녹색 기운이 열린 창 안으로 시원스럽게 들어오고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연발케 한다. 특히 마당 앞으로 펼쳐진 논이 지금은 물이 차서 마치 저수지처럼 보이고 계절 따라 변화무쌍하게 달라질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웃사람들은 이 집에서 보는 산세가 마을에서 최고라고 구경하러 많이들 온다.

이곳 시동리에서는 이웃들이 다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서 이들 부부는 이사 전에 마을 사람들과 정부터 들었다. 10가구 정도의 원주민이 살고 있는 이 마을에는 도시와 달리 집들이 외부로 열려있는 형태고 인구수가 많지 않다 보니 길 위에서 소문이 번지고, 길 가다가 친구가 된다. 마을 잔치가 있을 때마다 아직 이사 전인데도 이들 부부를 초청해 부부는 이집 저집으로 다니며 마을 사람들과 금세 친해졌다고.

마을 사람들이 고기를 잡아오는 날이면 건축주네 연못이 물고기들로 찰랑거린다. 이웃에서 놀러온 개도 자기 집으로 가지 않고 이집 마당에서 그냥 지낸다. 강원도 홍천 시동리에서 이제 막 전원생활을 시작하는 건축주 부부는 마치 이곳에서 십 년은 산 것 같다고 말한다. 내 것 네 것이 없는 인심 넉넉한 마을 사람들 덕분이다.田


박지혜 기자·사진 박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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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광 좋은 집] 전원생활의 재미란, 홍천 38평 복층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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