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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과 여가 시간의 증가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욕구는 오래 전부터 전원생활뿐만 아니라 애완견 동호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만큼이나 길거리에 버려지는 개(遺棄犬)도 많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정호승 시인이 “하늘이 보시기에 개를 버리는 일이 사람을 버리는 일인 줄 모르고 사람들은 함부로 개를 버린다”고 했을까. 한편 유기견만을 데려다 마치 친자식처럼 정성껏 돌보는 사람도 있다. 오래 전부터 동경하던 전원생활을 겸해 강아지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해 주고자, 부산시 대포동 아파트에서 경남 김해시 대동면 괴정리에 68평 복층 목조주택을 지어 이주한 건축주다. 11마리의 애완견이 맘껏 뛰노는 유럽풍의 전원주택 속으로 들어가 보자.


김해시 대동면은 부산에 경제 기반을 둔 전원생활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낙동강과 김해평야 등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갖춘 데다 남해고속도로가 지나가기에 접근성도 좋기 때문이다. 이 주택이 자리한 괴정리는 남해고속도로 대동 톨게이트와 인접했음에도 한갓진 데다 북서쪽의 높고 낮은 산을 배후로 하기에 편안하게 다가온다.

이 마을에서 전원주택 건축의 주류를 이루는 건축주의 목조주택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마을 한가운데로 난 길에서 이 주택을 보면, 복층이라는 점도 있지만 목재 펜스 너머로 보인 외관이 독특해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시멘트 사이딩에다 인조석으로 포인트를 준 입면에 요철凹凸이 많고 포도주색 아스팔트 슁글을 얹은 박공지붕의 높이를 달리해 십十자로 교차시켰기에 어느 방향에서나 입체감을 느끼게 한다.

유기견의 대모代母 전원으로 향하다

건축주는 20년 전 친구에게서 치와와 2마리를 선물로 받으면서부터 애완견을 키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애완견을 기른다는 것이 귀찮았지만 세 딸이 워낙 좋아해 얼마간 함께 지내면서 재미가 붙더니만 어느 순간 한 가족처럼 정이 붙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병들어 길가에 버려진 개를 한 마리씩 데려다 치료하고 보살펴 왔는데, 그 녀석들이 지금 11마리로 늘어났다. 건축주는 유기견을 데려올 때도 원칙이 있다. 애완견 동호인들이 선호하는 작고 건강한 녀석들보다는 크고 병든 녀석들만 데려온다는 것이다.

34평 아파트에서 11마리나 되는 애완견과 함께 지낸다는 것은 건축주나 애완견에게도 고역이었다. 등산 애호가이기도 한 건축주는 오래 전부터 산자락의 넒은 터에 자리한 전원주택을 동경해 왔다. 전원에 넒은 집을 지을 바에야 하루라도 앞당겨 그곳에서 좀더 오래 사는 편이 낫다고 맘먹었지만 여건이 허락지 않아 미루었다. 세 딸이 모두 장성해 사회에 발을 내딛은 지난 해, 비로소 전원으로 발걸음을 가볍게 옮겼다.

전원주택지는 세 딸이 직장 생활하는 부산에서 가까운 곳, 주변에 산이 있는 곳, 애완견들이 맘껏 뛰놀 만큼 부지가 넓은 곳을 우선해서 찾아다녔다. 그러고 보면 이곳이야말로 건축주가 바라는 입지선정의 세 가지 조건을 두루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부지는 북쪽으로 나지막한 산이 있고 남쪽으로 a을길이 지나면 좌우로 집이 들어선 625평 부추밭이었다. 모름지기 그린벨트를 낀 땅을 매입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건축주는 이 땅을 매입해 그린벨트에 바짝 붙여 주택을 앉히고 앞뒤로 넓고 멋진 전정과 후정을 꾸몄다.

애완견 전용 방에 목욕탕까지

건축주는 목조주택을 선택한 이유를 아이러니컬하게도 동물 알레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택의 설계와 시공은 16년간 목조주택만 250여채 지어온 상림건설(주) 상림목조주택에 맡겼다. 건축주는 상림건설(주)에서 시공한 인근주택의 건축주들을 만나보니 층간 소음과 방음, 단열, 보온 부문에서 만족스러웠다. 특히 준공 후에는 요청하지 않아도 일정 간격으로 방문해 불편한 점이 없는지 살핀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고 한다.

건축주는 설계 협의 시 안방과 세 딸의 방 그리고 애완견 방을 요구했을 뿐인데 상림건설(주)에서 짧은 시간에 흡족한 가도면과 설계도, 조감도까지 뽑아왔다고 한다. 좌측 안방 뒤로 낸 욕실을 갖춘 강아지 방 뿐만 아니라 후정으로 통하는 덱과 슬로프(Slope)까지 세심하게 신경쓴 것, 1층 거실과 세 딸의 방이 있는 2층 공간을 홍송 난간을 이용 서로 트인 듯 막힌 듯 적당한 크기로 차폐한 것에 만족스러워했다.

이 주택의 앞마당에는 잔디 정원과 제법 큼직한 야생화 정원이 갖가지 조형무로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강아지와 꽃, 나무를 좋아하는 건축주는 아파트에 살면서 간절히 원하던 것들을 이곳에 맘껏 펼쳐놓았다고 한다. 아파트에서 전원주택으로 이주한 후에야 비로소 왜 아파트에서 사람 사는 냄새가 안 났는지 그 이유를 알았다고 한다. 田



글·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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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집] 구조, 기능, 미美의 삼박자를 갖춘 김해 68평 복층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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