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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한 새소리로 분주하게 아침을 여는 오대산 자락에 통나무주택을 마련한 김철호 씨는 같은 곳에 두 번째 집을 지었다. 아무리 공기 맑고 자연 경관이 훌륭한 곳에 살아도 집이 그 모든 혜택을 차단한다면 가진 것을 누리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다. 자연과의 교감과 건강을 생각해서 이번에는 통나무주택을 짓고 나서 김 씨는 아침 새소리가 더 가깝게 들린다고 한다.


건축정보
·위 치 :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
·건축형태 : 포스트&빔 통나무주택
·대지면적 : 660㎡(200평)
·건축면적 : 99㎡(30평)
·외벽마감 : 하프 로그사이딩
·지붕마감 : 아스팔트 이중그림자 슁글
·내벽마감 : 적삼목 루바, 황토미장 후 한지 벽지(안방)
·바 닥 재 : 강화마루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수공급 : 지하수
·설계 및 시공 : (주)더존목조하우징 031-297-2063
www.shwh.co.kr

오대산 자락인 진고개에서 연곡천을 타고 흘러내려 가는 산천어 떼를 따라가다 보면 김철호(72세) 씨의 포스트&빔 방식으로 지은 통나무주택이 보인다. 30여 년간 수렵을 취미삼아 해온 터라 전국 산야에 발도장 안 찍은 데가 없을 정도로 다녀본 김 씨는 이곳만큼 살기 좋은 데가 없다고 툭 잘라 말한다. 그래서 일찌감치 이곳에 들어와 집을 지은 지도 벌써 30년이 훌쩍 넘었다.

김 씨가 말하는 이 지역의 매력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우선 얼마 전까지 상주하던 서울 서초구에서 2시간 30분 거리로 하루 안에 다녀갈 수 있고 맑은 산과 물이 있으며 주문진 바다와도 20분 거리여서 여러모로 접근성이 좋다는 점을 든다. 진고개가 발원지인 연곡천에는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산천어가 회유할 정도로 물이 맑기로 유명한 것을 비롯해 산 좋고 공기 좋아 평화롭게 전원의 삶을 누리기에는 제격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계절에 상관 없이 강릉 사람들이 김 씨 집 앞 개울가에 놀러 와서 시끌벅적해지는 것이 가끔은 성가실 때도 있다. 그런 유흥지를 김 씨는 자신의 마당처럼 안고 있는 것이다.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올해 6월경 완공한 이 통나무주택은 기존 살던 집에서 불과 100m도 안 되는 거리에 새로 지었다. 같은 곳에 집을 다시 짓는 일이 간단한 일은 아닐 텐데 김철호 씨는 기존 집이 내구성에 문제가 있는 등 썩 마음에 안 들어서 보다 자연 친화적이고 건강에도 좋은 형태의 집으로 새로 짓게 됐다고 한다. 이번에는 옛 집과 새 집 사이에 텃밭을 두고 앞으로 흐르는 개울에 보다 근접해서 지었다.

개울이 있어도 너무 떨어져 있으니 개울 물소리와 시원한 바람의 혜택을 누리지 못해 그동안 아쉬웠다고 한다. 그래서 홍수가 나도 물이 침범하지 못하는 정도의 선까지 물가로 바짝 다가갔다. 그 덕에 2층 덱에 앉아 있으면 시원한 물소리와 새소리로 자연에 흠뻑 취해 시간이 흐르는지 멈추는지 현실이 까마득해진다.

청정 고을에 지은 건강한 집

오대산국립공원 내에 지은 집으로 국립공원의 규제에 따라 건축면적이 99㎡(30평) 이하까지로 제한돼 있어 같은 면적으로 1층은 창고 용도로 짓고 2층에 주거 공간을 마련했다. 경사지를 절토하고 기초를 닦았기 때문에 전면에서는 계단을 통해 2층 공간에 다다르지만 후면에서는 바로 뒷길과 닿아 텃밭과 옛 집으로 드나들 수 있다. 그래서 손님을 맞을 일이 아니라면 굳이 힘들게 계단을 밟지 않고 주로 뒷문을 통해 들락날락한다.

이곳 사람들은 마을 허리를 개울이 관통하고 있어서 특별히 원하는 향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개울을 향해 집의 좌향을 앉힌다. 김 씨의 경우도 개울을 향하게 되면 북향이 되나 풍수학상으로 개울을 앞에 두는 법은 있어도 뒤에 두는 법은 없다고 여겨 크게 고민하지 않고 북향으로 좌향을 잡았다.

우리나라 한옥의 기둥&보 방식의 포스트&빔 구조에 12T O.S.B + R19 인슐레이션 + 12.5m 석고보드(4×8)로 벽체를 구성하고 적삼목 루바로 마감했다. 외벽은 하프로그 사이딩으로 마감해 통나무주택의 느낌을 더욱 살렸다. 실내 벽 마감은 전반적으로 루바로 시공했고 안방은 한지 벽지 마감으로 차별화해 보다 안락한 느낌이 나도록 했다. 같은 마감재의 지나친 반복으로 자칫 물릴 수도 있음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벽 마감을 달리했다. 역시 안방은 노부부의 건강을 생각해서 황토 미장 후 강화마루를 시공해 건강한 느낌이 든다. 안방과 거실은 노출보 천장이고 다른 공간은 평천장으로 시공했다.

주로 부부가 거주하는 주택이므로 공간을 간단하게 구성했다. 전망과 빛이 좋은 전면으로 거실과 안방을 전진 배치하고 후면 양 날개 쪽에 손님방을 하나씩 두었다. 거실과 주방/식당 사이 기둥에 간이벽을 설치해서 두 공간을 구분하고 거실 쪽 벽면에는 벽걸이 TV를 설치했다.

자연물과 함께 누리는 삶

김철호 씨가 처음 이 터를 발견했을 때만 해도 가시덤불로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어느 돌 위에 서서 보니 경치가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좋아서 서슴없이 1000여 평을 자신의 땅으로 만들었다는데, 그 속에 사람이 들어와 가꿔주니 자연에 더욱 생기가 넘치는 것 같다고. 물도 그대로고 새가 깃드는 것도 그대로니, 자신이 자연을 망가트리는 부류의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유난히 새들이 많은 이곳에서는 조그만 틈이 있어도 그 속에 새가 알을 까고 새끼를 키운다. 김 씨가 한동안 차를 안 탄 적이 있는데 보닛(Bonnet) 안에 새가 집을 지어 놓아서 동네 사람들이 그걸 구경하느라고 떠들썩했단다.

김 씨는 그동안 10여 채의 집을 지어보고 나니 집 짓기에 대한 노하우도 어느 정도 생겼다. 그러나 아무리 집을 많이 지어도 그 때마다 항상 아쉬움은 남는다고. 무엇보다 시공사를 잘 만나는 것이 건축주에게 제일 중요한 일인 것 같다고 말한다.田


박지혜 기자 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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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광 좋은 집] 오대산 청정 고을에 지은 강릉 포스트-빔 통나무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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