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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진천 산골짜기에 3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손수 귀틀집을 짓고서 유주현·정진숙 부부가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집 짓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가 싶다가도 사람을 매료시키는 그 무엇이 있기에 이 부부의 집 짓기가 이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구나 하는, 'Self-집 짓기'에 대한 부정과 긍정의 반응이 교차한다. 난방도 안 되는 조그만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시작해 138.6㎡(42평) 귀틀집을 짓기까지 그리고 지금부터 지어나갈 5동의 펜션, 이 모든 집 짓는 이야기가 건축을 배우지도 않은 소박한 한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에 입이 떡 벌어진다.


건축정보
·위 치 : 충청북도 진천군 문백면 옥성리
·건축구조 : 단층 귀틀집(통나무 흙집)
·대지면적 : 990㎡(300평)
·건축면적 : 138.6㎡(42평)
·외벽마감 : 황토미장
·내벽마감 : 황토미장
·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
·천 장 재 : 벽지, 사랑방-노출 서까래
·바 닥 재 : 강화마루, 모노륨, 타일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사랑방-한국전통 세살 창호문
·난방형태 : 기름보일러, 나무보일러
·식수공급 : 지하수
·설계 및 시공 : 건축주 직영 043-532-7728

해발 고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누가 살고 있기나 할까 싶을 정도로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유주현(44세) 씨는 집을 지었다. 9년 전 부부가 신접살림을 차리기 위해 이곳에 왔을 때 3,300㎡(1,000평) 정도의 너른 터에 달랑 19.8㎡(6평)짜리 컨테이너 하우스가 전부였다. 태어나고 자라기를 도시에서만 하다가 시골에 땅이 있다는 말만 듣고 따라나선 새색시 정진숙(32) 씨는 새신랑이 "자, 이곳이 우리가 살 곳이야"라고 했을 때 어이가 없었다. "뭔가 다 이뤄놓은 상태인 줄 알았지 정말 땅만 있는 줄은 몰랐죠." 그렇게 길도 없고 물도 불도 직접 만들어서 써야하는 오지에서의 만만치 않은 생활이 시작됐다.
이들 부부가 뿌리내리고 있는 땅은 남편의 조부祖父가 밭농사를 짓던 곳으로 조부가 타계他界한 후로는 인적이 없던 곳이었다. 2세들은 모두 상경하여 제 갈길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렇게 한동안 잠자던 땅을 유주현 씨가 다시 깨운 것이다.

산골짜기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부부

한창 추울 때 시작한 컨테이너 하우스에서의 생활은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정도였다. 난방 시설이 전혀 안 돼 있는 데다가 수로가 연결돼 있지 않아서 꽁꽁 언 우물물을 깨어서 퍼다 써야 했다. 볼일을 보기 위해 매번 집 밖으로 나와야 하는 재래식 화장실 또한 편리한 도시생활에 익숙해 있던 아내에게는 고역이었다.

이듬해 봄, 날이 풀리자마자 남편이 시작한 일은 보일러 공사와 증축 공사. 아내를 아끼는 마음과 생활의 불편함이 그에게 보다 나은 집을 짓게끔 하는 동기부여가 된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혼자 공사하려니까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어요. 공사 현장을 다니며 여기저기 훔쳐보고 물어도 보면서 직접 보일러 공사를 했는데 어찌나 힘든지 눈물이 다 나더라구요. 무턱대고 시작은 했는데 '아- 이렇게 힘든 거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났어요."

남편이 집 때문에 몸 고생을 하는 동안 아내는 인적이 드문 산 속에서 갑갑함도 느끼고 남편 외에는 대화 상대도 없어 마음 고생도 심했다. '우리 서울로 가요' 하는 말이 자다가도 불쑥 튀어나왔다고. 아직 이뤄놓은 것도 정든 것도 없으니 쉽게 떠날 수도 있는 처지였다. 또 양가 가족 친지들도 '한 1, 2년 버티다가 서울로 다시 오겠지'라고 심심찮게 말하던 중이어서 마음이 흔들린 것도 있었다.

독야청청獨也靑靑 귀틀집에 팔을 걷어붙인 남편

남편은 언제까지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생활할 수는 없다며 제대로 된 집을 지어야겠다고 계획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집의 형태가 통나무주택이었다고. 그런데 한 매체를 통해 귀틀집을 보게 되었는데 나무로만 된 서구식 통나무주택보다 벽체에 흙이 들어간 우리 고유의 귀틀집이 더 정감 있고 푸근하게 여겨져 귀틀집으로 결정했다.

주택 건축 방법을 학교에서 배운 것도 아니고 현장에서 경험으로 배운 것도 아닌데 유주현 씨는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기질과 몇 년간 전원생활로 인해 몸에 밴 여유로움이 밑바탕이 되어 집을 짓는 데 두려움보다는 실천이 앞섰다. 사실 대학 다닐 때 아르바이트로 건설현장에서 막일을 하던 게 아주 도움이 안 된 건 아니었다. 또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을 정도로 셈이 빠르기 때문에 곁눈질로 보는 정도로도 빨리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노하우가 있었던 것이다.

"여기 저기 도움 될 만한 공사 현장에 달려가서 건축 과정을 보면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그걸 응용하고 또 거기서 업그레이드 시켜 적용해 보기도 했어요. 드는 비용도 따져볼 문제였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굳이 다른 사람에게 맡길 필요는 없었어요."

집터를 닦는 기초공사부터 조경까지 모든 과정이 유주현 씨의 주도면밀한 계획 아래 이뤄졌으며 지붕과 연못 공사만은 전문인에게 맡겼을 뿐이다.

남편 손은 '마이더스의 손'

세로로 긴 장방형의 부지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경사진 곳으로 북쪽에 집으로 들어오는 진입로가 있기에 좌향을 북으로 하고 기존 컨테이너 하우스 자리를 그대로 두고 그 아래 터에 귀틀집을 앉혔다. 땅을 편편하게 다지면서 진입로보다 높이기 위해 성토 작업을 했다.

구조용 나무는 지름이 약 20㎝인 통나무를 벌목장에서 사 왔고 박피와 약품 처리, 건조를 직접 진행했다. 통나무를 우물 정井 자로 쌓아올리고 나무와 나무 사이는 짚과 황토를 섞어 쳐바르고 고운 미장용 황토를 내부 외부 표면에 발라 마감했다. 힘이 더 드는 상단은 일용직 근로자 2명을 고용해서 함께 올렸다. 나무를 쌓아 올리는 일은 기계를 이용하면 금세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기계를 빌리게 되면 정해진 시간 내에 일을 끝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거니와 단점이기도 하다는 게 유 씨의 설명. 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느긋하게 음미하면서 집 짓는 일 자체를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테이블과 벤치 그리고 시중에서 몇 십만 원 주어야 살 수 있는 그네 등 모든 정원 가구나 용품들도 거의 다 유 씨가 직접 만든 것이니 살림하는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의 손이 만지기만 하면 황금으로 변하는 마이더스의 손에 버금간다. 또 남편은 손수 만든 것이니 만큼 사람들이 잘 사용하는 것을 보면 더욱 뿌듯함을 느낀단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전원주택 짓기

3년에 걸쳐 완성한 집. 완성을 본 게 천만다행일 정도로 그 과정에서 사건도 많았다고 한다. 병원 신세도 몇 차례 졌다. 말벌에 쏘여서, 톱에 찔려서, 넘어져 꼬리뼈를 다쳐서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그럴 때면 '관둘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생각에 그칠 뿐. 마치 운명이 정해준 길을 가듯 그는 다시 집 짓는데 힘을 쏟고 아내는 옆에서 보조자로 함께 도왔다.

"그렇게 다치면서 집 짓는 노하우를 터득하게 된 거예요. 그리고 기술적인 면은 스스로 공부하면 해결되는 문제이지만 사람 마음은 노력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잖아요. 저한테 시집온 후로, 또 이 집을 짓는 3년 동안 마음고생이 많았는데도 곁에서 내조하고 실제로 집 짓는데 손을 빌려준 아내가 더할 나위 없이 고맙지요."

예전에 컨테이너 하우스가 있던 자리는 집은 다 철거했고 새로 땅을 다져놓은 상태다. 그곳에 펜션을 짓기 위해서다. 총 5개의 독채형 객실과 중앙에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할 계획. 인근에 특별한 관광지나 볼거리가 없는 관계로 가족 단위의 테마형 펜션으로 가꿀 예정인데 단지 여행지에서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차원이 아닌 자연 속에서 지내다 간다는 느낌이 들도록 조성할 계획이라고. 유주현·정진숙 부부의 이 계획이 내년 말쯤 가시화되면 진천에 '전원생활 체험 파크'가 탄생되는 것이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도시로 나갈 궁리만 했는데 지금은 도시에서는 못 살 것 같아요. 자연이 주는 혜택을 통해 우리도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 있다는 것을 배워요. 남이 볼 땐 보잘것없는 것이라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데서 보람을 느끼고 여기서는 사는 게 재밌기만 하네요. 그런데 펜션 이름은 뭐라고 하죠?"田


박지혜 기자 ·사진 박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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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집] 부부의 믿음과 희망으로 쌓아올린 진천 귀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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