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보기
 
전원생활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데에는 큰 결심이 요구된다. 도심에서 나고 자란 이가 연고도 없는 산과 들, 강이 바라보이는 낯선 땅으로 이주한다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최근 전원에다 본격적으로 집을 짓고 생활하기에 앞서 이를 체험해 보는 이들이 심심찮게 생겨나고 있다.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 김선여(52세)·이순희(47세) 부부도 이런 경우다.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
·건축면적 : 191.8㎡(58평)
·대지면적 : 991.8㎡(300평)
·건축형태 : 복층 철근콘크리트
·내벽마감 : 황토석
·외벽마감 : 벽돌, 방부목
·바 닥 재 : 온돌마루
·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
·천 장 재 : 실크벽지+홍송 루바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수공급 : 지하수
·설계 및 시공 : ㈜베스텍 031-777-5572
www.bestechworld.com

부부는 막막한 전원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자 2년간의 전세를 통한 ‘맛보기’ 전략을 택했다. ‘아이들 교육이 끝나면 전원으로 가자’고 다짐했지만 막상 때가 되니 막막하기만 했다. 평소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스스로 무엇이든 만드는 일에 일가견이 있는 남편 김선여 씨는 ‘할 수 있다’면서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이순희 씨는 달랐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생소한 곳에서 어찌해야 할지 생각만 해도 막막했던 것. 그래서 부부는 일단 살아 보고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2년의 전세생활… 내 집을 짓다

2년 남짓한 전원에서의 전세생활은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 소파에 누워 TV를 보는 것이 전부였던 남편은 전원으로 내려오면서 ‘공학도’로서의 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는데, 테이블이며 스탠드, 화장대, 펜스, 대문 등 손 가는 대로 만들어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집을 내 손으로 짓겠다’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결국 집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부인의 반대에 수포로 돌아갔지만…….

집이 위치한 조안면 삼봉리 일대는 북한강이 안겨주는 경치가 일품이다. 팔당대교를 지나 몇 개의 터널을 뚫고 양수대교 앞에서 차를 돌려 달리면 진중삼거리가 나오고 이곳에서 다시 핸들을 오른편으로 틀어 6km 정도를 내달리면 삼봉리의 시작을 알리는 서울종합촬영소가 나타난다. 숲이 우거진 산을 마주하고 북한강이 시원스럽게 펼쳐지니 이곳을 찾는 행렬이 끊이지 않을 법도 하다.

건축주 부부가 이곳을 전원생활지로 택한 데에는 이렇듯 빼어난 자연경관이 한몫 했다. 수려한 산세와 유장한 강의 풍광으로 말미암아 수상 스포츠의 메카로 부상한 삼봉리 일대에는 약 15곳의 수상레저 업체가 성업 중이라고 하니 생활 면에서도 큰 어려움이 없을 듯하다. 서울에서 30분 거리로 남편의 직장과 가깝다는 것도 장점.

친구 많은 남편… 가족 프라이버시는?

남편 김선여 씨는 활동적인 성격으로 친구가 많다. 집이 항상 북적거려 사람 사는 맛이 나기도 하지만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침해받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부인 이순희 씨는 설계에 있어 이러한 부분을 최대한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1층에 방이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몇 계단을 내려 물린 거실과 주방, 게스트 화장실이 전부다.

1층에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 하단부에 게스트 화장실이 위치한다. 건축주는 거실과 주방과 인접한 화장실을 최대한 가리기 위한 방법으로 계단 밑 공간을 떠올렸다. 굳이 칸막이를 설치하지 않아도 출입구가 묻히고 자연스레 방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부인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완공 후 거실에서 게스트 화장실이 바라보이는 방향에다 짜 맞춘 책장을 설치해 드나듦을 더욱 가려준 것이다.

1층과 2층 사이에 브리지를 통해 안방을 두고 아래 1층 정도 높이의 아래 공간에 사방이 트인 다용도실을 설치했다. 평소 창고로 쓰지만 간단한 취사도구와 수도 시설, 냉장고, 싱크대, 가스레인지 등을 둬 손님이 오면 이곳에서 바로 접대가 가능하도록 한 것도 친구들을 위한, 가족을 위한 배려다. 서로 눈치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다용도실에서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정원 중앙쯤에 모닥불을 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은 것은 남편 친구들을 위해 생각해 낸 부인의 아이디어.

습기 많은 지역… 철근 콘크리트 주택으로

처음 목조 주택을 염두에 뒀지만 수심 깊은 북한강이 앞을 지나는 형국이라 아무래도 대지가 불안했다는 건축주는 시공을 맡은 ㈜베스텍과 상의해 철근 콘크리트 주택으로 결론지었다. 아무래도 땅에 습기가 많은 것이 걱정이었다. 시공사에 따르면 이곳 북한강변 지역 목조주택 90% 이상이 습기로 인해 하자가 발생한다고. 이러한 습기를 잡기 위해 단열재를 안팎으로 대고 내부 마감재로 습도 조절 능력이 탁월한 황토석을 사용했다. 집 내부를 두르는 원목 몰딩에도 곰팡이 서식을 억제하기 위한 그린톤의 천연 페인트를 발랐다.

외부에서 바라본 이 주택은 철근 콘크리트에서 전해지는 ‘힘’이 그대로 표출되고 있다. 이와 같은 건축구조에서는 보기 드문 45도 가파른 경사 지붕이 무엇보다 인상적이다. 철근을 심고 시멘트를 채워 지붕을 올렸다. 지붕이 강해야 집이 오래간다는 믿음에서다. 막중한 무게가 구조물에 전해질 터인데 처마가 유독 긴 것도 특이하다. 처마가 80㎝에 달한다고 하는데 비 오면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이 싫어 건축주가 특별히 부탁한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시공사는 철근을 심어 처마를 뽑고 안쪽 공간을 비워두었다. 무거운 하중을 버티지 못한 처마에 혹시라도 하자가 생길지 모를 우려 때문이었다.
이와 같이 무거운 지붕을 이고 있는 주택에서 안정감이 느껴지는 것도, 바닥에서 높게 띄운 채 공용공간에서 분리시킨 부부 침실이 힘을 받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도, 긴 처마를 튼튼히 받치고 있는 것도 철근 콘크리트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곳으로 이주한 건축주는 생활이 바뀐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휴가가 달라졌다고. 남편이 그렇게 좋아해 매년 찾는 강원도 계곡을 마다하고 가족은 집이 위치한 북한강변에서 시간을 보낸다. 집보다 좋은 휴가지가 없는 것이다.田


글·사진 홍정기 기자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튼튼하게 지은 집] 공간 활용 돋보이는 양평 복층 철근콘크리트 주택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