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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낮은 산으로 둘러싸인 데다 지대가 높아 시야를 가리는 장막도 없고 해가 정면으로 들이치는 터다. 굽이굽이 난 작은 도로가 발 밑을 훑고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소리가 경쾌하니 이보다 좋은 터가 또 있을까 싶다.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하는 경기도 여주군 부평리 주택. 30여 년 전 미국으로 건너간 부부가 고국이 그리워질 때마다 들어와 지낼 요량으로 지은 집이다.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여주군 부평리
·건축면적 : 132㎡
·대지면적 : 299㎡
·건축형태 : 복층 경량 철골조
·내벽마감 : 벽지
·외벽마감 : 시멘트사이딩
·바 닥 재 : 강화마루
·지 붕 재 : 이중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천 장 재 : 벽지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수공급 : 지하수
·설계 및 시공 : ㈜영진주택 031-984-8056
www.ymhouse.com

경기도 여주 부평리에 2층 경량 철골조로 주택을 지은 백정우(61세)·정란식(52세) 부부. 1976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현재 4남매를 둔 부부는 나이가 들면서 고국으로 들어올 꿈을 꾸었다. 태어나서 얼마간 자란 고국을 가끔씩이나마 찾을 때마다 쉬면서 지낼 만한 보금자리를 바란 것이다. 비록 고국에 반기는 이들이 없을지언정 찾아올 때마다 마음을 달랠 곳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듯 싶었다. 그런 이유로 3년 전 정란식 씨가 우연찮게 부평리 부지를 알게 됐고 첫눈에 반해 바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전망을 고려한 집터 잡기

세칭 그야말로 터가 예술이다. 좁은 입구로 들어서 부부의 집을 처음 접한 느낌이 그러했다. 남향받이 터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 에워싸고 정면으로 마치 협곡을 보는 듯한 산세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V자를 그리는 지형이 겹겹이 층을 이뤄 펼쳐지고, 그 가운데로 여주시에서 이어진 좁은 도로가 에돌아 지나니 마치 그림을 그려놓은 듯하다. 정란식 씨에게 어떻게 이 좋은 터를 찾았는지 물었다.

“태어난 곳이 여주인데 잠깐 고국에 들렀다가 아는 사람 소개로 우연찮게 접했어요. 이 터를 샀을 때 인근 주민들이 이 땅이 매물로 나왔는지도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다른 사람이 알았다면 나한테까지 오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기에 땅에는 임자가 따로 있다고 하던가. 그는 첫눈에 반한 집터 자랑을 계속 이어나갔다.

“당시에 스님이 천막을 치고 수양 중이었는데 나보고 정말 좋은 터를 샀다고 했어요. 옆을 보세요. 산마루에서 흘러내린 계곡이 지나죠? 여름에 내려가 보면 어찌나 시원한지 몰라요.”

대문에서 현관을 지나 집 왼편으로 돌자, 그의 말대로 저 아래 물이 흐르는 곳으로 길이 나 있다. 이러한 천혜의 경관을 놓칠 리 없는 시공사는 이를 즐기도록 나무숲 속에 작은 정자를 놓았다.

이렇듯 훌륭한 대지 여건을 충분히 살려서 앉힌 집이다. 전망을 최대한 확보하고 들이치는 햇살을 맘껏 받아들이도록 건물을 가능한 대지 뒤편으로 물려서 계곡이 흐르는 왼편에 맞대어 올렸다.
동쪽으로 물려 앉힌 집터 덕분에 299㎡ 터에 정원과 텃밭을 넓게 꾸미고 외부 주차장을 설치했음에도 전혀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경관을 닮은 내부 공간 계획을 실현하다

외관과 내부 설계가 여느 전원주택과 조금 차이가 난다. 특히 내부에서 그러한데 사적 공간을 제외하고 여타 공간과 공간을 시원스럽게 터 놓았다. 뼈대를 이루는 기둥을 활용해 공간을 구분했을 뿐이다. 여기에 대해 정란식 씨는 미국에서 살고 있는 집 설계를 많이 참조했기 때문이란다. 미국 생활에 익숙한 부부는 그 패턴을 유지하고자 이곳에 집을 지을 때에도 그곳의 주택 형식을 원했다. 미국 주택을 사진으로 세심하게 찍어와 시공사에 내보이고 이대로 지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현지 살림살이 일부도 이곳에 들여놓았다. 미국에서 사용하던 가구며 소파, 인테리어 소품이며 타고 다니던 자동차까지 실어 오다 보니 이삿짐만 컨테이너 한 대 분량이었단다.

외벽은 전면으로 돌출창을 길쭉하게 뽑아 흰색 시멘트 사이딩으로 마감하고 지붕은 주황색 아스팔트 이중 그림자 슁글로 얹었다. 입면에서 느껴지는 입체감 역시 북미식 목조주택과 흡사하다.

현관을 중심으로 왼편에는 공용공간인 주방과 거실이, 오른편에는 사적공간이 방과 욕실이 자리한다. 거실 뒤편 계단으로 연결된 2층에는 방 2개를 연달아 붙여 놓았다. 하나는 백정우 씨의 취미공간으로, 하나는 공용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건축주 부부는 6개월 주기로 미국과 이곳 주택을 오가며 지낸다. 이민자들의 꿈을 실현한 성공 사례라고 해야 할까. 부부는 이렇게 얘기한다.
“미국에서 자란 우리 아이들은 그곳이 좋대요. 30년 넘게 미국에서 산 우리는 한국이 좋은데 말이죠. 왜냐고요? 고향이잖아요.”田


글·사진 홍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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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광 좋은 집] 나무랄 데 없는 터에 지은 여주 복층 경량철골조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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