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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知人이 먼저 수원시 수지구에 목조주택을 짓고 전원생활을 하는 모습이 마냥 부러웠던 김범수(39) 씨. 초기에는 아내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가족 모두가 뜻을 합친 후에는 가장 난제難題일 수 있는 부지 선택과 시공사 선정이 순조롭게 진행돼 올해 7월에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겨왔다. 낯선 공간이었던 이 곳에 문패도 달고 딸 윤빈이(10)가 좋아하는 토끼를 기르며 아들 병성(7)이가 독서할 수 있는 공부방까지 생긴 지금은 아내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기대 이상으로 만족하며 생활하고 있다.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하갈동
·대지면적 : 617.1㎡
·건축면적 : 196.7㎡
·건축형태 : 경량목구조
·외벽마감 : 시멘트 사이딩, 파벽돌
·내벽마감 : 벽지, 흰색 루바, 페인트
·지 붕 재 : 이중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바 닥 재 : 타일, 온돌마루, 대리석
·천 장 재 : 벽지, 페인트, 리빙보드(욕실)
·창 호 재 : 드리움 창호
·식수공급 : 상수도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설 계 : JUNE 건축사 사무소 031-321-6788
·시 공 : 나무집 짓는 사람들 031-656-9332

청명산을 사이에 두고 수원시 영통구와 나뉘는 용인시 하갈동에 김범수(39)·강임란(36) 씨가 새로이 둥지를 튼 보금자리가 있다. “산 하나를 두고 저쪽은 회색빛 아파트 단지가, 이쪽은 산으로 둘러쳐진 전원주택단지랍니다.” 라며 청명단지를 소개하는 김 씨 가족의 주택은 단지에서도 입구 초입에 위치해 있었다. 모든 필지가 분양 완료되기 직전에 이 단지를 알게 되어 필지 선택 폭이 넓지 않았지만 단지의 진입로와 인접하지 않은 부지가 남아 있어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고.

그러나 단지 주택 간 간격이 넓지 않아 부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공을 들여야 했다. 주택 설계와 시공 부분은 철저히 김범수 씨가 맡아 아내의 걱정을 덜어주려 애썼단다. 대신 강임란 씨는 시공 완료 후 실내 인테리어를 책임져 네 가족 모두에게 맞는 공간 연출에 힘썼다.

밝고 화사한 실내로 꾸민 강 씨는 “남편이 복잡한 설계와 시공 부분을 맡아서 이리저리 알아보러 다닐 때 저는 조명은 어떤 걸로 살까, 벽지는 어떤 것이 어울릴까 하며 그저 실내 꾸밀 생각밖에 없었어요. 처음엔 재밌었는데 이것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래도 이렇게 분야를 나눠서 집을 지으니까 부부 사이에도 서로의 전문분야가 생겼어요”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부지의 불리함 극복, 개성 있는 집으로

전원주택 단지 안의 이 주택은 이웃한 주택과의 동간거리가 짧아 동향과 남향으로 집을 앉히면 조망권에 방해를 받았다. 대신 동東과 서西로 길쭉한 부지 모양을 살려 서향으로 현관을 내고 최대한 동쪽으로 밀어 붙여 비교적 널찍한 정원을 확보했다. 또 이웃한 남쪽 주택이 단층으로 지어지면서 서쪽에서부터 남쪽까지 이어지도록 다각형으로 거실을 드려 적당한 채광과 조망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단지 주출입 도로가 동쪽에 나 있는 형국이라 주택의 배면을 동쪽으로 하고, 주택 좌측면 부지는 우편함과 주차장 용도로 사용하기로 했다.

방문객이 처음 주택을 접하게 되는 주택 좌측은 화이트 시멘트 사이딩으로 외벽을 깔끔하게 마감하였고, 적갈색의 이중그림자 슁글로 지붕을 올렸다. 이 측면을 돌아 현관에 다다르면 파벽돌로 마감한 개성 있는 각진 기둥면을 마주하게 되는데 주택 전면 절반이 파벽돌과 팔각모임지붕으로 외형미에 변화를 주어 단지 내 여러 전원주택 가운데서도 단연 눈에 띈다.

입체감의 극대화, 팔각기둥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팔각기둥 거실에 있다. 외부 정면에서 보면 각이 진 삼면만 보이지만 실내로 들어선 순간 6미터가 넘는 천장고와 함께 무려 여덟 개의 각 진 기둥 모양의 거실을 만나게 된다. 화이트 벽지로 마감한 팔각면 중 사각면은 동일한 크기와 위치에 창을 내어 통일감을 주었으며, 현관과 접한 벽면은 허리춤 높이의 책장을 짜 맞췄다.

남동향 위치의 벽면에는 유일하게 파티오 도어를 설치해 앞으로 마련할 텃밭으로 바로 나가기 편하게 했으며, 2층 계단실 벽면은 TV를 둘 수 있는 아트월로 꾸몄다. 이러한 다양한 면 활용의 마지막은 내부 홀과 연결된 면을 창문과 같은 브라운 색 아치로 꾸며 우아한 입구 역할과 독립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독립성은 거실뿐만 아니라 각 실室에 동일하게 적용했다.

서쪽으로 낸 현관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주방과 다용도실, 욕실, 외부로 이어져있는 보일러실이, 우측으로는 팔각 거실과 계단실이 있다. 현관 일직선상의 맞은편에는 운동실과 공부방을 마련했다. 1층은 공용공간임에도 각 실의 입구를 홀을 향하도록 해 방과 방이 서로 노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각기 다른 벽지로 포인트를 줬음에도 현란하지 않고 개성 있는 공간 연출이 가능했다. 각기 다른 용도의 방들이 존재하는 1층과는 달리, 2층은 독립 공간인 침실(부부침실, 아들과 딸 방)과 욕실, 드레스룸만이 있다. 침실이 모여 있는 2층에는 부부욕실을 두지 않고 길쭉한 모양의 욕실 양쪽에 문을 내어 아이들과 공동으로 사용하기 편하도록 했다.

각 방에는 크기가 작더라도 창문이 하나 이상 있어 이유를 물으니 “자연과 가까워지려고 전원주택으로 살기로 했으니 조금이라도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이 필요할 것 같았어요. 그랬더니 통풍에 도움도 되고 밖에서 봐도 답답해 보이지 않아 좋더라고요”라며 강 씨가 시공을 책임졌던 ‘나무집 짓는 사람들’의 이상원 대표에게 특별히 부탁한 것이라고 한다.

청명淸明한 하늘만큼이나 맑고 밝은 보금자리

“아직 주변이 어수선하지만 몇 년 지나면 바로 옆에 호수공원이 생길거래요”라며 들뜬 목소리의 건축주가 말한 기흥호수공원은 지금의 신갈저수지를 일산호수공원처럼 산책과 생태학습이 가능한 공원으로, 2010년에 조성 완료된다고 한다. 이처럼 앞으로의 주변 환경 개선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아파트에서는 쉽지 않았던 동물 키우기와 정원에서의 바비큐 파티 등 지금의 전원생활에도 충분한 만족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남들보다 빨리 전원생활을 감행해 다른 이들의 조언과 충고를 얻기는 힘들었지만 스스로 해법을 찾고 노력한 끝에 완성한 집에 대한 애착은 남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단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아직 집을 배경으로 가족사진 하나 찍지 못했다는데, 구름 한 점 없이 맑던 그날 네 가족은 ‘김치~스마일~’하며 웃음 가득한 기념촬영을 해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갔다.田


글·사진 박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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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집] 독특한 팔각기둥 거실이 돋보이는 용인 196.7㎡ 복층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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