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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진현동 토함산을 배경으로 남산을 굽어보는 전원주택단지에 자리한 208.1㎡(63.0평) 복층 경량 목조주택이다. 대부분의 집들이 앞뒤와 좌우로 대칭을 이루는 것과 달리 이 집은 어디가 전면인지 구분하기 힘들 만큼 사면이 모두 다른 형태이다. 또한 인테리어 전시장을 방불하듯이 내·외장재를 다양하게 사용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집은 슬하에 7남매를 둔 아흔 노모가 자애慈愛를 한아름 담아서 어느덧 머리가 희끗한 아들딸들에게 휴양용으로 지어주었다. 이러한 사용 목적은 거실과 가족실을 크게 낸 평면 및 동선 구조에 여실히 나타난다. 한편 후손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풍수지리를 살펴서 좌향坐向을 정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건축정보
·위 치 : 경북 경주시 진현동
·부지면적 : 1143.0㎡(346.4평)
·건축면적 : 143.0㎡(43.4평)
·연 면 적 : 208.1㎡(63.0평)
·건축형태 : 복층 경량 목조주택
·지 붕 재 : 아스팔트 이중 그림자 슁글
·외 장 재 : 시멘트 사이딩, 시다 베벨 사이딩, 천연석
·내 장 재 : 실크벽지, 삼나무 루바, 대리석 포인트
·천 장 재 : 미송 루바, 홍송 대들보, 실크벽지
·바 닥 재 : 1층-대리석 복합판, 2층-온돌강화마루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수공급 : 간이상수도
·설계 및 시공 : 계림건설㈜ 055-324-0488 www.kaelim.co.kr


소나무 숲으로 늘 푸른 경주 토함산(일명 동악東岳)은 신라 5대 명산 중 하나로 산 전체가 하나의 유적지이다. 이 집은 토함산의 신령스런 지기地氣가 흐르는 경주시 진현동 불국사 옆 전원주택단지에 자리한다.

한국전쟁 때 경기도 용인에서 울산시 울주군 언양면으로 피난을 내려와 뿌리내린 최정숙(90세) 씨. 슬하에 7남매를 둔 최 씨는 이 집을, 이제는 머리가 희끗한 아들딸들이 주말이나 휴가 때 모여서 의좋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다. 입지를 경주로 정한 것은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아들딸들이 접근하기 좋고, 이곳에 동국대 국문학과 장영길(58세) 교수와 일가를 이룬 이영화(57세) 씨가 거주하기 때문이다.

후손을 위해 풍수지리를 살피다

부지는 1143.0㎡(346.4평)로 동서로 길고 불규칙한 형태라 건물 배치가 만만치 않았을 법하다. 건축 구조는 집터를 잡기 전에 새집증후군 걱정이 없고 외관이 아름다울뿐더러 단열성이 우수한 목조주택으로 정했다. 이 집의 설계와 시공은 단지에 2채의 경량 목조주택을 지은 계림건설㈜에서 진행했다.

이 집은 이웃한 집들보다 규모가 큰 편인데 7남매가 자식과 손주들을 다 데려와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한 까닭이다. 한편 단지 내 집들이 토함산을 배경으로 남산을 바라보는 서향인데 유독 이 집만 남향이다. 후손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풍수지리가에게 의뢰하여 좌향은 정남향으로 잡고 동선은 동에서 서로 흐르도록 공간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이 점을 고려하여 설계 시 집을 앞집에 조망이 가리지 않으면서 정남향으로 앉히다 보니 좌우에 공간이 많이 발생했다.

외관 디자인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데 설계를 담당한 계림건설의 이환표 차장은 “외관이 앞뒤 좌우가 똑같으면 식상하기에 거주자나 방문객 모두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고자 볼륨감을 주었다”는 것이다. 한편 “지형 조건상 마당을 살리고자 집의 1층 바닥선 밑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덱(Deck)을 넓게 뽑지 못한 점 그리고 3개의 방이 모두 11.9㎡(3.6평)로 작게 나온 점이 아쉽다”고 말한다. 방이 작은 까닭은 건축주가 휴양용이기에 머물기보다 담소를 나누며 쉬는 공간이므로 당초 설계안에서 거실과 가족실을 넓히고 방은 작게 해달라고 요구한 탓이다. 이영화 씨는 “집 짓고 생활하면서 방이 좁게 느껴진다”면서 “원래대로 설계자의 의도를 살릴 것을 하고 후회한다”고 말한다.

이 집은 1층 바닥선에서 지붕 가운데 수평을 이루는 용마루까지 높이가 3층에 해당하는 9.30m에 이른다. 처음에는 용마루를 동서로 흐르도록 한 라인으로 계획했으나 규모에 비해 외관이 단조로울 것 같아 볼륨감을 주고자 각 실별로 용마루를 달리하여 내려 앉혔다. 외장재는 다양한 컬러와 관리적인 면을 고려하여 시멘트 사이딩과 시다 베벨 사이딩을 주조로 삼아 천연석으로 시각적인 효과를 살리고 지붕에는 붉은 계열의 아스팔트 슁글을 얹었다.

거실을 매개로 호응하는 공간 배치

실내는 기능이 다른 1층과 2층 공간이 거실을 동서로 감싸안고 서로 호응하는 구조이다. 이러한 배치로 규모에 비해 각각의 공간과 동선이 간결하게 느껴진다. 동쪽 현관으로 들어서면 17.6㎡(5.3평) 홀에서 동선이 거실을 거치지 않고 안방과 욕실 또 2층으로 이어진다.

1층은 거실과 주방/식당을 하나로 묶어 남북으로 배치하고 조망과 일조를 고려하여 크고 작은 창을 여러 개 냈다. 57.0㎡(17.2평) 거실과 17.5㎡(5.3평) 주방/식당이 1층 바닥 면적(건축면적)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넓은 편이다. 거실은 고가 높다보니 여기에 걸맞게 홍송 보와 미송 루바로 마감한 천장에 크고 화려한 샹들리에를 달았다. 외장재와 마찬가지로 내장재도 벽면을 달리하여 실크벽지와 삼나무 루바, 인테리어 필름, 대리석 등 다양하게 사용했다. 거실과 다락방은 개방감과 확장감을 주는 박공천장이고 다른 실들은 안정감으르 주는 우물천장이다. 빌트인 가구로 화려하게 꾸민 아일랜드형 주방/식당은 음식 냄새로 탁해진 실내 공기를 정화하고자 미송 루바로 천장을 마감했다. 안팎을 잇는 전이공간인 덱을 적절히 활용했는데 거실에서는 파티오 도어를 통해 전면으로, 주방/식당에서는 다용도실을 통해 좌측으로, 안방에서는 현관을 통해 우측으로 드나들게 했다.

2층은 거실을 감싸고도는 구조로 방과 홀, 욕실, 계단실, 가족실, 방을 배치했다. 1층 거실과 경계를 이루는 난간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하여 동선이 끊이지 않게 한 점이 돋보인다. 1층과 마찬가지로 2층 역시 모임 공간인 14.4㎡(4.4평) 가족실에 비중을 두었다. 1층 거실에서 올려다볼 때 두 개의 방은 독립성이 강한 반면 가족실은 개방감이 든다. 거실과 주방/식당, 가족실이 어른들의 공간이라면 토함산 석굴암 입구 정자가 보이는 가족실 위에 드린 56.2㎡(17.0평) 다락방은 아이들의 모임 공간이다.

이 집의 특징은 여러 가족이 모여서 쉬도록 공간의 개방감과 확장성에 중점을 두고 공용 공간을 중심으로 각 실을 배치한 것이다. 인테리어는 다양한 소재와 질감의 마감재를 사용했음에도 현란함보다는 화려하고 밝은 느낌이 든다. 이영화 씨는 매번 같은 꽃을 보면 질리기에 화려한 꽃무늬 벽지를 피했다고 한다. 목조주택의 매력으로는 오랜만에 집을 찾아도 사람의 온기가 남은 듯 실내가 훈훈하고 바람소리 한 점 안 들릴 정도로 조용하다고 한다. 이 씨는 집 짓고 처음으로 형제자매들이 다 모이는 올해 5월 어머님 생신을 기다린다. 틈틈이 마당 곳곳에 자연의 오묘한 이치를 전하는 야생화를 심으면서…….田


글·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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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집] 어머니의 도타운 자식 사랑을 담은 경주 208.1㎡(63.0평) 복층 경량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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