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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물 한 모금 마시러 마당의 우물가로 나서면 탱글탱글한 완두콩이 한 사발 놓여 있다. 양파 밭으로 눈길을 돌리니 이웃집 아주머니가 환한 웃음을 건넨다. 각박하기 그지없는 도시생활 30여 년 만에 고향을 찾은 건축주 최종록(48세) 씨가 맛보는 정겨운 삶이다.

건축주와 고향인 경상남도 창녕군 창녕읍 옥천리의 깊은 인연은, 그로 하여금 전원에 집터를 마련하기까지 두 차례 시행착오를 겪게 했다. 전원에 주말주택을 짓고자 마련한 연고 없는 밀양 땅은 거리가 멀어서 정이 안 갔기에 발길을 끊었고, 모씨 집성촌인 부곡 땅은 텃세가 심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빠져나왔다. 한편으로 고향 땅을 알아보았으나 대부분이 외지인 소유인 데다 규모가 크고 턱없이 비쌌으며, 어쩌다 나온 땅은 집을 못 짓는 맹지 아니면 너무 외딴 유배지와 같았다. 건축주는 집터를 마련하고자 5년간 시름한 끝에 지난해 봄, 이곳 산자락 다랑이 밭이 눈에 들어오자 거름을 치던 농부 박하봉(57세) 씨에게 다짜고짜 팔라고 통사정한 끝에 그 이튿날 1,402㎡(424.1평)을 장만했다. 박 씨와 완두콩을 놓고 간 아주머니는 부부지간으로, 당시 그는 건축주를 어이없어 하면서도 건축주가 이 땅의 임자인 듯하여 선뜻 승낙했다고 한다.

이 마을은 고려 말 부패한 사회 제도를 개혁하려 했던 승려 신돈(법명 편조)이 태어난 옥천사지가 있어 옥천리, 또 산으로 둘러싸인 높은 곳에 자리한 넓은 땅이라 하여 고도방지라고 한다. 건축주의 연면적 161.5㎡(48.9평) 복층 경량 목조주택은 두 개의 산봉우리가 마주보고 손뼉을 치는 듯한 박장골산과 옥천계곡 사이에 자리하며, 집 앞으로 신돈이 동자승일 때 걸어다니던 옛길이 지난다.


건축정보
·위 치 : 경남 창녕군 창녕읍 옥천리
·부지면적 : 1402㎡(424.1평)
·대지면적 : 960㎡(290.4평)
·건축면적 : 161.5㎡(48.9평) / 1층 111.9㎡(33.8평), 2층 49.6㎡(15.0평)
·건축형태 : 복층 경량목조주택
·외 장 재 : 시멘트사이딩, 천연석(가공)
·지 붕 재 : 이중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단 열 재 : 인슐레이션
·바 닥 재 : 강화마루
·내 장 재 : 실크벽지, 루바
·천 장 재 : 홍송 보 노출 + 루바, 실크벽지
·창 호 재 : 시스템 창호
·난 방 : 심야전기보일러
·식수공급 : 지하수
·설계 및 시공 : 계림건설㈜ 055-324-0488 www.kaelim.co.kr

경상남도 창녕군 창녕읍 옥천리 화왕산 등산로 어귀 옥천계곡 맞은 편에서 올려다보면 논밭 너머 100여 미터 석축 위에 안온하게 앉혀진 161.5㎡(48.9평) 복층 경량 목조주택이 도드라져 보인다. 제철을 만나 물이 잔뜩 오른 소나무가 내뿜는 신록을 베개 삼아 세상사 온갖 시름 훌훌 벗어 던진 채 안식을 누리는 듯하다. 논밭을 헤집고 에돌아 난 길로 접어들자 집 앞 논배미에서 주말을 맞아 일손을 거들려고 온 박하봉 씨의 아들과 손자가 모내기에 한창이고, 건축주 최종록 씨는 며칠 전 폭우에 푹 꺼진 마당을 돋우어 잔디를 심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건축주는 약 662㎡(200평) 마당에 잔디를, 까치가 집 뒤 버드나무에 둥지를 틀 무렵 깔기 시작했다. 당초 까치와 누가 먼저 끝내는지 경쟁했지만 유유자적 지내는 삶이다 보니 뒤쳐졌다고 한다.

“전원에서의 삶은 도시와 달리 시간을 내 맘대로 조절해요. 일하고프면 하고 쉬고프면 쉬고 급할 게 없는 삶이죠. 그러한 중에도 박 씨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돌을 쌓았으며, 집사람과 함께 텃밭을 일구고 잔디를 깔고 펜스를 치고… 그 모든 일들을 시나브로 마쳤어요.”

집터 앞뒤에 160미터 정도 돌을 쌓고 성토하여 지반을 조성하는 데 든 비용은 모두 1,000만 원 정도이다. 한 업체에서 5,000만 원이 아니면 못하겠다던 공사를 건축주는 직영으로 포크레인 비용과 아저씨 품삯, 식대만으로 끝냈다. 100여 미터 펜스도 미터당 보통 12만 원 드는데 자재비와 공구비를 합쳐 280만 원만으로 손수 마쳤다. 건축주는 열쇠 하나 달랑 받아 입주하는 도시의 아파트와 달리, 이 집은 그 모든 일들을 직접 땀 흘려서 이뤘기에 애정이 각별하다고 한다.

연혁이 오랜 시공사, 그만한 이유 있다

고향 집터만큼이나 건축주와 이 집을 설계 시공한 계림건설㈜은 정이 돈독하다. 건축주는 1년 전 부곡에 집을 짓고자 계림건설과 계약을 맺고 인허가 과정까지 다 마쳤으나, 집성촌을 이룬 원주민이 ‘그곳에 집 지으면 마을 정기가 끊긴다’는 반대파와 ‘젊은 사람이 들어와야 마을에 생기가 돈다’는 찬성파로 갈리는 난관에 부닥쳤다. 시간이 날 때마다 마을 대소사에 참석하고 떡과 술, 식사를 준비하여 노인정을 찾았으나 결국 반대파를 설득하지 못한 채 마을을 빠져나와야 했다. 건축주뿐만 아니라 계림건설도 당혹을 금치 못했는데, 당시 맺은 인연이 이곳 옥천으로 이어진 것이다.

건축주는 황토집을 선호했으나 지은 지 10년 넘은 현대식 황토집과 순수 황토 자재가 드물다는 이유로 경량 목조주택을 짓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인근 지역의 오래된 목조주택을 서너 곳 방문했을 때, ‘아직도 소나무 향이 나고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개운하다’는 건축주들의 말이 힘을 실어 주었다. 설계 시공사로 계림건설을 선정할 때, 연혁과 시공 실적 그리고 본지本誌에 소개된 기사를 꼼꼼하게 살폈다고 한다.

“서구식 목조주택 시장이 자리잡지 못한 지방이다 보니 업체 선정이 만만치 않았어요. 무엇보다 연혁이 오래고 시공 실적이 풍부한 업체에 중점을 두고 살폈는데, 이런저런 하자를 겪으면서 그에 대한 나름의 기술력을 갖췄기에 오래 살아남았다고 본 것이죠. 16년 된 계림건설은 시공 실적이나 건축주의 평판, 전문지에 소개된 기사, 견적 등 여러모로 마음에 들었어요.”

계약은 자재비와 인건비, 물류비 등이 상승했음에도 1년 전 부곡에 집을 지으려고 할 때와 같은 조건이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도 들지 않았고, 또한 주문주택 공사는 여러 공정이 모여 이윤이 발생하는데 지반조성공사와 정원공사 펜스공사 등을 건축주 직영으로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더욱이 겨울철 난공사여서 공기工期가 보름 정도 길어지기까지 했다.

“작년 11월 3개월 예정으로 시작한 공사가 금년 3월 15일에 끝났으니 그만큼 관리비가 늘어났을 텐데 더 요구하지 않더라고요. 이곳은 골이 깊어서 4월 초순까지 얼음이 얼고, 박장골산에 가려 오후 4시면 어둠이 깔리기에 작업 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었는데 말이죠."

자연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다

건축주는 예전 가족과 함께 강원도 화천에 놀러가서 묵은 경량 목조주택을 떠올리며 집의 밑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 집은 복층 목조주택으로 2층에서 1층을 내려다보고, 천장이 높은 거실 난롯가에 모여 도란도란 얘기하는 게 그렇게 좋았어요. 설계 협의 때 2층까지 트인 거실과 벽난로 두 가지만 요구했을 정도니까요.”

집은 산자락을 따라 좌우로 길게 뻗은 부지 중간에 앉히고, 화왕산이 바라보이는 우측에 대문과 정원을 연계하여 현관을 내고, 소나무와 대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좌측에는 창고와 토끼장, 텃밭을 만들었다. 또한 석축 위에 앉힌 집이라 전망에 구애됨이 없기에 좌측면에서 전면까지 안팎 출입이 용이하도록 전이공간 격인 덱(Deck)을 낮게 깔았다. 아스팔트 슁글을 얹은 경사지붕에는 지붕 창으로, 시멘트 사이딩을 주조로 한 외벽 일부에는 가공석으로 변화를 주었다.

공간 구조는 1층의 경우 현관과 일직선을 이루는 중앙 복도를 중심으로 조망과 일조를 고려하여 전면에는 홍송 보와 루바로 마감한 넓은 거실 및 드레스룸이 딸린 안방을 배치했다. 후면에는 주방/식당과 다용도실, 욕실, 보일러실을 배치했는데 화왕산이 바라보이는 주방/식당은 파티오 도어를 통해 넓은 덱으로 이어진다. 2층에는 가족실과 침실, 욕실을 배치하고 복도 일부를 터서 거실과 호응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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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는 창원의 아파트에선 9시에 일어나도 몸이 찌뿌듯한데 이 집에선 쾌적한 환경과 목조주택 때문인지 항상 6시 전에 뒤척임 없이 눈을 뜬다. 가족 모두 이곳에 머물기를 좋아하여 요즘은 이곳에서 창원까지 출퇴근할 정도이다. 정부는 한때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농촌에서 보내자는 5도都 2촌村 주말주택 갖기 캠페인을 벌인 바 있는데, 건축주 가족의 경우 5촌 2도가 된 셈이다. 타지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고향에 집을 지은 건축주는 남다른 애정으로 인터넷 카페(http://cafe.naver.com/sgg8383)를 통해 고향 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田


글·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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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은 집] 고향에서 부르는 전원별곡田園別曲 창녕 161.5㎡(48.9평) 복층 경량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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