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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서嶺西 지역의 명산인 치악산 줄기를 좌측에 두고 남쪽으로 내려가다 그 산자락의 말미쯤에 원주시 신림면 성남리가 위치한다. 이 일대는 신림神林이라는 이름에서 내비치듯 신성한 숲이 많다는 전설이 내려오는데 인근에는 천연기념물 제93호로 지정된 마을 수호신을 모시는 성황림城隍林이라는 숲도 있다. 회색도시를 탈출해 이처럼 녹음이 짙푸른 지역에 전영길·최경자 부부는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이 부부의 주택은 얼핏 보면 한옥의 기둥-보 방식과 다를 바 없지만 한옥보다 얇은 부재가 쓰였고 한옥에 프리컷이라는 부재의 가공 방법을 접목했다는 점이 새롭다. 일본식 축조 방식에 따른 것인데 보통 7~9치(약 21~27㎝) 정도의 아름드리 통나무를 사용하는 한옥에 비해 훨씬 얇은 3~4치(약 9~12㎝) 되는 기둥과 보가 구조를 이룬다. 목재 하나만 보면 약해 보이나 암수 홈 결합 방식의 공법으로 지진에도 안전하다는 특장점이 있다. 목재 두께가 보다 얇을수록 건조와 가공 등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을 절감한다는 경제적인 장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건축정보
·위 치 :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성남리
·대지면적 : 659.0㎡(199.7평)
·건축면적 : 118.4㎡(35.9평)
·건축형태 : 개량 한옥(일본 프리커팅 기둥-보 공법)
·지 붕 재 : 오지기와
·외벽마감 : 드라이비트(외단열시스템), 파벽돌
·내벽마감 : 스기 패널, 황토 미장(안방)
·천 장 재 : 스기 루버, 오량천장(2층 가족실)
·바 닥 재 : 강화마루, 황토대리석(안방)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수공급 : 지하수
·설계 및 시공 : ㈜아스카 1688-2975 www.ok-house.com

"전원에다 집 짓고 꽃과 채소, 과일나무를 가꾸어 결실의 계절에는 손주들에게 과일을 따다 주는 게 내 평생의 소망이었어요"

일본식 목구조 방식과 한옥의 형태를 결합한 개량 한옥을 지어 입주한 지 10일 가량 됐다는 전영길(61) 씨는 요새 쉴 틈이 없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30도를 웃도는 한여름 뙤약볕에 아랑곳없이 마당 일을 돌보느라 분주했다. 밀짚모자 아래로 거멓게 그을린 얼굴은 즐거운 노동으로 전원이 주는 건강함이 묻어난다. 누가 봐도, "저렇게 일하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나 몰라요" 하는 아내 최경자(57) 씨의 말에 공감이 갈 것이다.

659.0㎡(199.7평) 대지에 건폐율 14%로 계획하고 비교적 너른 마당을 확보한 덕분에 마당을 꾸미는 일이 무궁무진한 듯 보인다.

"남편은 30여 년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늘 이 생각뿐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빨리 전원으로 갈까 하는 생각. 머릿속에 그려둔 전원생활에 대한 계획을 줄곧 말해 왔기에 남편이 전원에 집 짓는다는 말을 꺼냈을 때도 전혀 놀랄 일도 아니었어요."

1년 만에 일사천리 전원행… 모델하우스 채택으로 비용과 시간 절감

전영길·최경자 부부는 터 잡기부터 건축 완공까지 1년 만에 완성했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이뤘다. 남들은 터 구하는 데만도 수년 걸린다는데 마침 형님 댁이 이웃에 있어 그 덕분에 터를 수월하게 구했다고 최경자 씨는 말했다. 최 씨는 "정말 좋은 땅은 부동산에 내놓지 않고 주민들을 통해 암암리에 소개되고 팔린다는 사실을 알았어요"라며 "이 땅도 이웃이 팔고 싶어하는 것을 형님이 알려줘 구입하게 됐다"고 했다.

이 일대는 외지인이 들어와 최근 올린 집들이 다수를 이루는데 그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던 것이 3~4년 전 풀리면서 도시인들이 많이 들어와 산다고 한다.

이 부부는 전원생활 희망자들이 으레 그렇듯 전원생활에 대한 막연한 걱정 같은 것도 없었다. 앞서 전원생활을 시작한 형님 댁을 종종 방문하면서 생활을 엿보고 많은 이야기를 들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고 보다 빨리 전원행을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건물도 수월하게 올렸다. 건축회사에 다니던 딸의 안목 덕분이다. 올해 초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건축박람회에서 ㈜아스카가 전시한 모델하우스를 보고 딸이 '잘 지었다'며 적극 추천해서 부부는 딸의 의견에 따랐다. 건물도 전시장에 있던 118.4㎡(35.9평) 모델하우스를 그대로 옮겨 공사를 진행했다. 모델하우스는 벽체와 지붕 마감을 제외한 판재 시공까지 된 상태였다.

㈜아스카 권두상 전무는 "이 주택은 프리컷 시스템(Pre-Cutting System)에 의한 기둥-보 방식의 개량한옥으로 모델하우스를 전시장에 세울 당시 목재 가공에서 건축까지 총 4일 걸렸고 해체하는 데 하루가 걸렸어요. 현장에서 목재 가공 작업이 생략되고 암수 홈 맞추기 식의 조립만 하면 간단히 뼈대가 완성되므로 통상 1달이면 건축이 완료되지요"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전시장의 모델하우스로 집을 짓는 경우 ㈜아스카는 원가의 80% 가격으로 건축비를 책정한다는 설명이다.

히노끼 향이 은은한 건강주택

최경자 씨는 '전원주택을 짓는다면 황토집으로 지으면 좋겠어요'라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그런데 딸의 추천대로, 지진 발생률이 높은 일본에서도 튼튼한 공법으로 인정받는 점과 기둥은 히노끼로, 보와 벽체는 일본 삼나무인 스기로 이뤄져 고급 목재를 사용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일본에서는 예부터 절이나 궁전 등 중요 건물을 지을 때 반드시 히노끼를 사용해 왔으며 히노끼로 지은 집은 그 수령만큼 오래 유지된다고 알려진다. 권 전무에 따르면 일본 히노끼 가격은 국내 미송 대비 무려 8배 정도 비싸고 스기는 2배 정도 비싼 가격에 유통된다고 한다. 그만큼 고급 자재 축에 드는데, 히노끼는 특유의 향으로도 인기가 높을 뿐 아니라 살균효과와 소취효과가 뛰어나고 아토피에 효능이 있는 등 인체에 유익함을 주기에 고가高價임에도 많이들 찾는다.

㈜아스카는 최 씨의 황토집 예찬을 일부 받아들여 마감재로 안방에 순수 황토를 원료로 한 황토대리석을 바닥에 깔고 벽면은 황토 미장을 적용했다. 구들만 안 드렸을 뿐이지 안방 내부를 황토와 나무로 둘렀고 이러한 분위기를 연장해 외벽 마감은 황토를 연상시키는 흙빛 드라이비트를 적용하고 오지기와를 지붕에 얹어 황토집 효과와 이미지도 연출했다.

최 씨는 집을 완공하자마자 입주했는데도 새집증후군 하면 떠오르는 독한 냄새는커녕 은은한 나무향기만 집 안 가득 번져 '건강주택'이라는 말이 실감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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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는 허허로운 마당을 보며 3년 후를 기약하자고 말한다. "이쪽에는 야생화 군락을 조성해서 계절마다 색색의 아름다움을 뽐내게 하고 저쪽에는 보기에도 예쁘고 먹기도 좋은 피망 토마토 파프리카를 심을 거예요. 또 저 앞쪽 벚나무 아래서 시작해 기다랗게 자갈을 촘촘히 깔아 지압길을 만들면 안사람이 심심찮게 왔다 갔다 하겠지요. 빈 공간도 남겨둬야죠. 손주 녀석들이 뒹굴고 놀아도 무릎 깨지지 않도록 잔디도 깔아야지요. 그리고… 울타리야 필요하겠어요?"田


박지혜 기자 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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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끄는 집] 일본 기둥-보 방식으로 올린 현대 한옥의 얼굴, 원주 118.4㎡(35.9평) 복층 개량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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