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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집, 그 가운데 '한옥형 목구조 황토집(현대 한옥)'이 전원주택의 한 유형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 강원도 화천은 군청이 앞장서 한옥학교를 설립하고 한옥 신축을 지원하는가 하면, 전라남도는 행복마을이란 이름으로 한옥 마을 조성 사업을 대규모로 진행한다.
개인이 운영하는 한옥학교도 증가 추세가 꾸준하다.
흙집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목표로 황토집 건축을 선도해 온 ㈜행인흙건축(대표 이동일)은 그간의 시공 기술력을 바탕으로 2004년부터 '현대 한옥'과 '현대 흙집'을 전원주택의 한 유형으로 정착시켜 왔다. 올해 5월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행인흙건축은 2007년부터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삼거리에 '행인한옥문화센터'를 조성 중이다. 4628.1㎡(약 1400평) 부지에 살림집 전시관을 비롯해 교육 연구시설인 행인서원, 사무실 및 공방, 주막 등을 배치할 계획이다. 현재는 살림집 전시관을 완공해 운영 중이다.
행인한옥문화센터는 돈벌이 수단의 단순 건축을 넘어 우리 살림집 정신의 현대적 계승을 위한 문화 공간이다. '살림집 전시관'에는 그 이름에 걸맞게 현대 한옥의 정형을 보여주겠다는 이동일 대표의 의지가 담겨 있다. 한옥이라는 겉옷에 현대적 건축 요소들이 뒤죽박죽 섞인 모양이 아니라, 한옥의 외형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 질적으로 변화시킨 현대 한옥을 만나보자.


건축정보
· 위 치 :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삼거리
· 대지면적 : 455.0㎡(137.6평). 정원, 옆마당, 텃밭 등 약 231.4㎡(70.0평) 별도.
· 건축면적 : 148.8㎡(45.0평). 1층 99.2㎡(30.0평), 2층 49.6㎡(15.0평)
· 건축형태 : 복층 한옥형 목구조 황토집(팔작지붕)
· 지 붕 재 : 개량형 한식 기와
· 외 벽 재 : 치장 벽돌(창틀 하단), 황토벽돌 위 황토 미장
· 천 장 재 : 내부 오량 천장. 고미 서까래 천장, 반자 천장, 루버, 황토 보드
· 내 벽 재 : 황토 모르타르, 한지 벽지
· 바 닥 재 : 우물(井)형 온돌마루, 한지 장판
· 창 호 재 : 외비부 세 살 덧창 + 우두 새시 + 내부 불발기 포켓 창
· 난방형태 : 기름보일러, 구들, 벽난로
· 식수공급 : 지하수

· 건 축 비 : 평당 750만 원 



· 설계 및 시공 : ㈜행인흙건축033-344-0983 www.hangin.co.kr



단층 한옥이 단아해 보이는 까닭은 우리 눈에 익숙한 탓이다. 유교 문화와 농사 위주의 산업 구조가 규정한 측면이 크다. 필요에 따라 채를 늘려 가는 '채 나눔'방식이 대표적인 예다. 행인한옥문화센터 내 살림집 전시관을 단층이 아닌 복층으로 구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행인흙건축 이동일 대표의 설명이다.
"현대 주택의 특징인 좁은 택지 내에 전망과 통풍을 비롯해 다양한 주거 기능을 담고자 복층으로 계획했습니다.
세대를 구분하거나 일상 주거와 출가한 가족 및 손님 공간, 서재 또는 재택 근무 등의 필요성 때문입니다. 1층 99.2㎡(30.0평)에 2층 49.6㎡(15.0평)로 외형에 안정감을 주면서 1층 대청(거실)의 오량 천장이 2층에 영향을 받지 않게 배려했습니다."
남서향 집으로 서북쪽 측면에 현관이, 전면에 대청이, 후면에 주방이 자리한다. 주방 옆에 마치 외부 툇마루를 내부화한 차실굮室을 두고 안쪽으로 방 2개(전면은 구들방)를 나란히 드렸다. 좌우로 공동 공간과 침실 공간을 구분함으로써 공동 공간 앞이 탁 트인 구조다. 대청과 방 사이 전면에는 화장실을, 후면에는 계단실을 배치했다. 대청에서 화장실이 바로 보이지 않게 칸막이 벽을 설치한 점이 눈에 띈다.
2층에 거실과 간이 주방, 방과 화장실 등 한 세대 주거에 필요한 공간들을 담았다. 부부 전용 공간이나 서재 또는 재택 사무실 등 다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거실 통유리창으로 저수지와 앞산 능선, 부지 내 느티나무 등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전망이 빼어나다.

 

 





한옥 목구조 복층 뼈대집
살림집 전시관의 특징은 기둥과 기둥 사이를 연결하는 하방과 중방이 없고 기둥과 도리와 보만으로 뼈대를 구성한 것이다. 이동일 대표는 황토벽돌 조적 방식으로 벽체를 구성하면서 단점을 보완했다.
"수수깡이나 싸리나무 · 대나무 등을 엮어 흙을 치던 심벽 방식은 나무와 흙의 수축으로 틈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심벽에서 황토벽돌 조적 방식으로 바뀌면서 벽에 균열을 주는 하방과 중방을 없앴습니다. 대신 기둥을 고정하고자 십十자로 홈을 딴 주추와 나무기둥 하단 부분을 결구하는 방식을 업계 처음으로 도입했습니다. 살림집 전시관은 외형상 안정감과 구조적 보완을 위해 소로(접시받침) 등 장식적 요소를 빼고 도리를 떠받쳐 주는 보조재인 장혀를 보완한 것이 특징입니다."
팔작지붕의 경우 추녀를 7자(210㎝) 정도 출목出目(첨차가 기둥중심에서 나와 도리를 받친 공포 부재)하는데 처마 가운데 서까래를 3자(90㎝) 정도로만 출목해 처마의 곡(앙곡과 안허리곡)을 잡는 것이 한옥 목수 일의 묘미다. 이동일 대표는 복층 현대 한옥에서 주목할 것이 기와걸이 처마라고 한다.
"기와걸이 처마는 1층과 2층을 구분하고 1층 벽에 들이치는 비도 막아 줍니다. 귀(코너) 추녀는 2층 기둥으로 누르고 1층 지붕 중도리 위치에서 단단히 잡아주지 않으면 처질 염려가 있습니다.
2층 바닥은 건조목 장선을 1자(30㎝) 간격으로 촘촘히 깔고 바닥재용 합판 등으로 고정한 후, 그 위에 다시 간이 주추를 놓고 기둥을 세웠습니다. 1층과 2층을 별도 구조체로 구분해 하중을 분산시키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와걸이 처마의 서까래가 기둥과 기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내부 오량 천장과 덧지붕으로 구성한 팔작지붕
전통 한옥은 보통 칸으로 구분하고 천장과 지붕에 도리를 5개(도리+중도리+종도리+중도리+도리)로 구성한 5량집이다. 외벽 처마도리와 중도리를 연결하는 서까래를 장연, 중도리와 종도리를 연결하는 서까래를 단연이라 한다. 여기서 문제는 외부 처마와 내부를 연결하는 서까래 사이의 당골막이로 타고 드는 찬바람인 웃풍이다. 이동일 대표는 이 문제를 내부 오량 천장으로 해결했다.
"웃풍을 차단하되 옛 한옥 대청의 오량 천장 정취를 그대로 살리기 위한 방식이 내부 오량 천장입니다. 행인흙건축이 시공하는 현대 한옥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거실 공간 위치가 포인트입니다. 거실 공간에 대들보와 중도리 · 종도리를 노출시키고 서까래와 개판으로 마감함으로써 전통 한옥 대청에 선 듯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집의 설계가 칸이 아닌 공간 개념이기에 보통 거실 뒤편에 주방이나 방이 자리한다. 때문에 외부에서 봤을 때 전체 지붕 구성은 내부와 별개로 새로운 지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처마 곡과 지붕 물매는 집의 외형을 결정짓는 요소입니다. 곡이 쎄고 지붕이 높으면 권위적으로 보이고, 곡이 밋밋하고 지붕이 낮으면 한옥의 맛이 떨어집니다. 처마 곡을 계산해 외부에 서까래를 돌리고 지붕 물매를 계산해 종도리(용마루)를 걸어야 합니다. 서까래 끝 선과 종도리에 장선을 이용해 덧서까래(덧지붕)를 만든 후 방수 합판으로 지붕 면을 고정합니다."
오량 구조 전통 한옥은 장연과 단연 사이에 적심과 흙을 채우고 산자를 엮은 후 흙을 올리고 기와를 얹었다. 흙을 올린 이유는 지붕 선을 잡고 단열을 위해서다. 현대는 단열재가 흙을 대처하는 추세다.
"현대에는 천장 내부를 별도의 단열재로 보완하기에 지붕에 흙을 올리는 일은 무의미합니다. 덧지붕 방수 합판에 방수 시트를 깔고 나무로 된 기와걸이 상을 건 후 기와를 걸쳐 고정합니다. 기와는 전통 한식 기와에 비해 자재 및 시공비가 5배 정도 저렴하면서도 한옥 느낌을 살려 주는 개량형 한식 기와를 보편적으로 씁니다."

 

 



황토벽돌 이중 쌓기와 3중 창호
행인흙건축에서 시공하는 현대 한옥의 핵심 요소는 황토벽돌 이중 쌓기 방식과 전통 한옥의 방화벽을 응용한 방수벽의 일체화다.
이동일 대표는 진공 압착으로 생산한 황토벽돌은 수축이 덜하지만 나무기둥이 수축하면서 생기는 틈은 피할 수 없기에 황토벽돌 이중 쌓기 방식을 선택했다.
"물론 나무기둥에 홈을 파고 그 안으로 황토벽돌을 쌓기도 하지만 가공비가 많이 들고 노출된 나무기둥의 수축은 막을 수 없기에 시간이 지나면 황토벽과 이음매에 균열이 생깁니다. 이를 보완한 것이 황토벽돌 이중 쌓기인데 8치(약 24㎝) 나무기둥 안쪽 면에 맞추어 20㎝ 폭의 황토벽돌을 쌓은 후 안쪽에서 10㎝ 폭의 작은 황토벽돌을 쌓아 나무기둥을 감싸는 방식입니다. 벽체 두께가 30㎝ 정도로 단열을 높이고 나무기둥과 황토벽돌 사이의 틈을 안쪽에서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벽체 조적 과정에서 비가 들이치는 외부 창틀 하단 부분(상부는 처마가 비를 막음)에는 전돌(검정색 전통 벽돌)이나 치장 벽돌로 방수벽을 만들고, 그 안쪽에 폭 20㎝ 황토벽돌을 쌓습니다. 그리고 상단 부분 외부는 20㎝, 내부는 10㎝ 황토벽돌을 쌓습니다. 보통 전돌로 마감하나 살림집 전시관은 보다 현대적인 느낌의 현대 한옥으로 연출하고자 고풍스러운 치장벽돌로 시공했습니다."
살림집 전시관은 창호가 3중이다. 단열을 위한 새시창이 한옥의 맛을 떨어뜨리기에 한옥의 느낌을 살리고자 외부는 덧창(세 살 목창)으로 보완하고 가운데는 우드 새시, 내부는 불발기 목창으로 구성했다. 특히 쪽마루에 낸 창은 넘나들 수 있는 한식 형태로 외부 덧창은 여닫이고, 내부 새시와 목창은 포켓형이다. 이렇게 창은 2짝이되 벽체로 밀어 넣으면 4짝 미닫이 효과를 주어 단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자연과 외부 동선 그리고 집의 일체화
대청으로 들어서면 왼쪽이 주방이고, 그 안쪽 외부 문을 열면 연못과 통하는 쪽마루다. 주방 옆 대청 뒤로 툇마루를 내부화한 차실이 뒤뜰의 산철쭉과 산의 나무들을 안으로 끌어들인다. 차실은 공간 특성이 도드라져 보이게 우물 반자로 처리했다. 3중 포켓 창으로 벽체가 두꺼워지면서 외벽 20㎝를 뺀 20㎝ 내부 공간을 책꽂이와 선반(시렁)으로 꾸몄다. 장식용 소품이나 수납장 등으로 쓰임이 높아 보인다.
안쪽에 나란히 배치한 방은 거실보다 한 계단 높게 하여 공동 공간과 침실 공간을 구분했다. 2층 거실은 사각고미 서까래 천장 형태로 작은 공간의 색다름이 묻어난다. 전망을 고려한 거실 전면의 통유리창을 비롯해 여닫이와 미닫이 등 공간별 창의 배치도 눈에 띈다.
구들방과 복도 등의 천장은 황토 보드를 이용한 간이 우물 반자 형태로, 벽과 바닥은 황토 모르타르 미장 후 한지 벽지와 한지 장판으로 마감했다. 거실 바닥은 우물〔井〕형 온돌마루로 마감해 오량 천장과 잘 어울리는 현대 한옥의 기품을 자아냈다.
자연과 외부 동선 그리고 집의 일체화에 공을 많이 들였다. 특히 여느 집은 아궁이를 측면이나 뒤편에 두어 눈에 띄지 않게 하는데 살림집 전시관은 전면에 아궁이를 배치해 불을 때고 고기를 굽는 이야기장으로 안마당을 살려냄으로써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한층 다가섰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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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배치와 공간 구성, 공간별 특성을 살리는 시공기술력, 단열과 전망을 높이는 현대 주택으로서의 기능, 손 때 묻은 소품들이 어울려 살림집 전시관은 그 자체로도 완결성을 갖춘 듯 보인다. 행인한옥문화센터가 모두 조성됐을 때의 느낌은 어울림의 또 다른 완결성을 낳을 것이다. 그 때가 기다려진다.



글 · 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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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옥의 정형] 행인한옥문화센터 ‘살림집 전시관’ 횡성 148.8㎡(45.0평) 복층 목구조 황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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