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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길 · 유승남 부부는 2008년 8월 20일 경남 합천군 야로면 청계리에 83.6㎡(25.3평) 단층 스틸하우스를 짓고 입주했는데 아직도 집 주변은 휑하다 못해 어수선하다. 집을 지으면 대개 서둘러 정원을 가꾸는 것과는 영 딴판이다. 다름 아니라 793.4㎡(240.0평) 대지에 스틸하우스 말고 황토방과 창고를 직접 짓는 중으로, 그것이 모두 끝나야 정원을 가꿀 요량이란다. 이 씨는 창원에서 크레인용 전기 관련 사업을 하기에 창고는 그에 필요한 자재와 농기구를 보관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 윤곽을 드러낸 상태다. 황토방은 39.7㎡(12.0평)로 스틸하우스 우측에 덱(Deck)으로 연결해 나란히 앉힐 계획이란다. 그는 집을 짓고자 수년간《전원주택라이프》를 구독하며 토지구입 요령 및 건축 구조와 설계 · 자재 등을 공부했단다. 그 결실로 스틸하우스와 황토방을 직접 설계했을 정도다.


건축정보
· 위 치 : 경남 합천군 야로면 청계리
· 부지면적 : 3305.8㎡(1000.0평)
· 대지면적 : 793.4㎡(240.0평)
· 건축면적 : 83.6㎡(25.3평)
· 건축형태 : 단층 스틸하우스
· 외벽마감 : 시멘트사이딩
· 지 붕 재 : 이중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 내벽마감 : 실크벽지
· 바 닥 재 : 온돌마루
·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 난방형태 : 필름난방+기름 겸용 화목 보일러
· 식수공급 : 마을 상수도
· 설계 : 건축주직영
· 시공 : 이영하우징시스템053-761-2020 www.20housing.co.kr

 

 



두메산골에서의 삶은 결코 서두를 게 없다. 남보다 수확을 앞당기겠다고 언 땅에 모종을 심을 순 없기 때문이다. 어느새 한가족처럼 격의 없이 지내는 이웃과 더불어 자연의 흐름에 맞추어 삶을 시나브로 엮어 나가면 족하다. 나를 감싼 자연이 아름답다 했더니 어느덧 그 속에 내가 들어 있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즐거움, 그 자체야말로 아름다움의 극치다. 경상남도 합천군 야로면 청계리 두메산골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한길 · 유승남 부부의 삶이 그러하다.
산과 들을 수놓은 야생화 물결, 맑고 고운 산새 소리, 코끝을 간질이는 아카시 향기, 달콤 쌉싸래한 산나물, 온몸을 감싸고도는 산들바람……. 부부는 전원에서의 삶은 사계절 나름대로 맛과 빛깔이 독특하지만, 이즈음이면 오감五感이 즐겁다고 한다. 시계추에 매달려 곡예사처럼 살던 도시에선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란다.

 

 



두메산골에 마음을 빼앗기다
이한길 씨는 나이 50줄에 접어들자 각박하고 답답한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전원행을 계획했다. 미숭산 자락에 10여 가구가 오롯이 들어앉은 청계리는 발품을 판 지 5년 만에 찾아냈단다. 청계淸溪는 계곡이 맑아 붙여진 이름인데, 이곳은 청계에서도 윗마을에 속하기에 상청 또는 상두라 불린다. 그에 걸맞게 마을회관 옆에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고 맛이 달콤한 마을 상수원이 있다.
부부가 이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까닭은 88고속도로 해인사나들목에서 10여 분 거리고 오지奧地에 가까우며 양지뜸으로 땅이 비옥한 데다 무엇보다 인심이 좋기 때문이다.
"2007년 해인사 일대를 답사하던 중 우연찮게 호젓한 길로 접어들어 산 하나를 넘었을 뿐인데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어요. 너무나도 고요하고 쓸쓸해 길을 잘못 들어선 게 아닌가 내심 걱정했을 정도니까요. 길과 전봇대만 있으면 마을이 나온다는 생각에 깊숙이 들어서자 산을 배경으로 앞이 탁 트인 마을이 나타났어요. 바로 여기다 싶을 정도로 푸근하고 아늑한 느낌이 들었어요."
부부는 수소문 끝에 마을 한 복판에 있는 대지 330.6㎡(100.0평)을 사들였다가 되팔았다.
집과 집 사이에 자리해 한갓진 맛이 없는 데다 집을 짓고 나면 정원과 텃밭을 가꿀 땅이 부족해 걱정하던 차에 마을 어귀에 경매로 나온 3305.8㎡(1000.0평) 땅을 낙찰 받았기 때문이다.


노후용 주택, 크면 짐이다
부지는 남향받이로 좌측에는 길을 하나 두고 마을회관 옆 정자와 아름드리 나무가, 우측에는 미숭산 촛대봉에서 발원한 계곡이 있다. 이한길 씨는 양말 모양으로 생긴 나지막한 임야와 밭 3필지 가운데 발목 부분 793.4㎡(240.0평)을 대지로 지목地目변경하고 절토와 성토를 거쳐 지반을 다졌다.
대지는 동서로 긴 정방형으로 좌측 길 가까이 본채를, 그 우측에 황토방을 앉히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집터 앞에 제법 넓은 마당과 텃밭이 갖춰졌고 일조와 풍향 · 전망도 손색이 없었다.

 

 




"건축은 시공업체의 몫이므로 쉽든 어렵든 공정工程은 신경을 안 썼어요. 하자가 적고 관리하기에 편한 구조에 우선해 스틸하우스로 정했어요. 나이 들어 집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을 고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니까요."
시공은 대구시 수성구 중동에 있는 이영하우징시스템(대표 최명수)에 맡겼는데 건축 현장에서 가깝고 스틸하우스 시공 경험이 많으며 여타 업체에 비해 건축비를 적당하게 제시했기 때문이다.
공간 구조는 거실을 가운데 두고 세대 간 간섭을 최소화하고자 안방과 아들 방을 좌우에 배치하고, 물 사용 공간인 주방과 욕실 · 다용도실을 뒤쪽으로 한 데 묶은 형태다. 일조와 전망을 고려해 거실과 좌우 방을 전면에 배치하고, 외부인의 접근을 파악하기 쉽게 우측에서 좌측으로 각 실을 물려 배치한 점이 눈에 띈다.
집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현관 전면을 시원스럽게 꾸미고, 거실로 들어서는 중문을 미닫이로 처리해 우측으로 냄으로써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직접적인 시선도 차단했다. 중문을 열면 각 실의 문은 보이지 않고 안방과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욕실 사이에 계획한 홀이 시선을 즐겁게 한다. 거실은 단층임에도 천장 고를 높이고 박공형으로 디자인해 답답하기보다 개방감이 느껴진다. 주방은 가구를 '┏ '으로 배치하고 앞쪽에 식탁을 놓아 활용도를 높였다. 안방에는 제법 긴 드레스룸과 욕실을 드렸는데, 우측 벽면을 활용해 각 공간마다 창호를 내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밝고 화사하다.

 

 








"애초 거실과 방만 전기가 에너지원인 필름 난방을 하려다가 시공비를 감안해 주방/식당까지 했어요. 필름 난방-부직포-온돌 마루순으로 시공했는데 부엌 가구가 무겁다 보니 부직포가 가라앉아 마루가 울었어요. 전기 설비를 다루는 직업임에도 물 사용 공간에 전기 필름 난방을 하는 우를 범했지요. 또한 부엌 싱크대와 레인지 부분에는 일하기 좋게 창을 넓게 내야 하는데 너무 좁아 집사람에게 미안할 뿐예요."

 

 



서두를 것 없는 전원생활
아내 유승남 씨는 요즘 문 밖을 나서면 먹을거리가 지천이라며 좋아한다. 10여 분이면 풋풋한 각종 나물을 한 소쿠리 뜯는다는 것이다.
"도시에선 먹을거리를 살 때 국산인지, 자연산인지를 따졌는데 이곳에선 그런 걱정이 없어요. 먹을거리도 제철에 먹어야 몸에 좋다고 하잖아요. 도시에선 입맛이 없으면 육고기부터 찾았는데 철 따라 싱싱한 먹을거리를 접하니 입맛이 절로 돋아요. 또한 인심 좋은 사람들과 흉금 없이 지내다 보니 품위 유지비가 필요 없기에 생활비도 도시생활에 비해 20%밖에 안 들어요."
이한길 씨는 주민과 함께 품앗이로 농사를 짓다 보니 어느새 초보딱지를 땠단다. 마을에서 소득이 쏠쏠하다고 권해서 앞밭에 가죽나무를 심었는데, 그 순을 따는 재미가 여간 아니라는 것이다. 집 뒤에 심은 호두 은행 매화 등을 가리키면서 "5년 뒤 저 나무에 열매가 맺히면 내가 이곳에 내린 뿌리도 단단해지겠죠"라며 웃는다.
요즘 '느림의 미학'이 화두다. 보다 빨리, 보다 많이를 외치던 세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기계 장치가 아닌 자연이란 시계에 맞춰 살자는 것이다. 다소 느리더라도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이한길 · 유승남 부부의 시골살이가 정겨운 까닭이다.




글 · 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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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산골 작은 집] 독학으로 우리 집 설계했어요 합천 83.6㎡(25.3평) 단층 스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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