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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2,500만 원. 한옥이 비싸다고 하지만 이 정도면 최고급 사양이다. 전통 한옥 전문가인 박충수 목수가 3년여에 거쳐 완성한 강화 199.0㎡(60.0평) 복층 한옥. 못 하나 쓰지 않고 정교하게 짜 맞춘 집은 궁궐이나 전통 사찰에서나 볼 수 있는 팔작지붕을 인 웅장한 모습이 장관인데 본채(109.0㎡, 32.7평)와 같은 공법으로 올린 사랑채(90.0㎡, 27.3평), 소금 저장고, 저온 창고, 다용도실로 구성됐다. 건축주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는 박충수 목수에게 건축을 맡기기 위해 수년간 구애를 펼쳤다고 하니 그 사연도 궁금하다.




건축정보
· 위 치 : 인천광역시 강화군 양도면 조산리
· 대지면적 : 713.0㎡(216.0평)
· 건축면적 : 199.0㎡(60.3평) - 사랑채 90.0㎡(27.3평) 포함, 나머지 부속 건축물 제외
· 건축형태 : 복층 목구조 황토집
· 외벽마감 : 세라믹 벽돌
· 지 붕 재 : 전통 기와
· 내벽마감 : 황토 벽돌 위 황토 미장+한지
· 바 닥 재 : 황토 미장+황토 천연염색 광목
·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전통 구들+기름보일러
· 설계 : 서울인베스트02-761-5716
· 시공 : 고운나무집박충수010-8868-6723


건축주 박윤배 대표가 운영하는 서울인베스트는 기업가치 정상화투자 전문회사 즉, 비공개로 투자자들을 모집한 후 자산 가치가 저평가된 기업 주식을 사들여 가치를 높인다음 되팔아 이윤을 얻는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전문 업체다. 이 회사가 강화군 양도면 조산리에 박 대표 거처 겸 모델하우스를 짓고 명품 한옥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한옥은 누구나 금방 그 가치를 느끼고 판단 할 수 있는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상품입니다. 그러나 펀드는 그 반대입니다. 미래를 약속하는 매우 믿을 수 없는 상품에 속합니다. 우리는 실체가 명백히 드러나는 건축과 무형의 신뢰를 담보로 하는 금융업에서 '한옥에서 펀드까지', '고려에서 월가까지'통하는 정직과 신뢰라는 가치를 구현하고자 합니다."
박 대표가 던진 출사표다. 그리고 덧붙인다.
"우수한 인력과 양질의 건축 자재를 안정적으로 보급함으로써 수요자 개개인의 여건과 필요에 맞는 집을 지을 것입니다."


수년간 구애 박충수 목수를 얻다

강화군 양도면 조산리에 집 지을 땅을 구하자 박 대표는 본격적으로 집 지을 사람을 찾아 나섰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언론에 소개된 박충수 목수를 보고 박 대표는 한걸음에 그가 있다는 경남 산천 지리산으로 향했다고 한다. 5년전 일이다.
무작정 집 지어달라고 할 수 없었던 박 대표는 이후 몇 년간 인간적인 교류를 쌓아갔다. 결국 자신 집에서 두 시간 이상 떨어진 곳에서는 일하지 않는다는 박충수 목수가 강화까지 발걸음을 옮겨 집을 짓게 된 것이다.
무엇이 목수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을까. 먼저 두 사람의 독특한 이력에 눈이 간다.
학창시절 프로이트에 심취했다는 박충수 목수. 20여 년간 산속에 묻혀 지내면서 그는 좋은 집 짓기를 통해 삶의 본질을 탐구해 왔다고 한다. 한편 15년간 노동 운동에 청춘을 바친 박대표. 사회에 나와 기업 구조조정 부분에 종사하면서 자본주의 최첨단이라 할 수 있는 당시에는 낯설기만 했던 사모펀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러한 평범치 않은 인생 역정은 두 사람의 대화 물꼬가 트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이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정직하게 최선을 다한다. 일을 의뢰하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나 무엇보다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마음에 안 들면 부수기를 수차례

설계는 박윤배 대표가 경영하는 서울인베스트가 시공은 박충수 목수가 맡기로 하면서 조산리 주택 건축이 시작됐다. 땅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파고 또 팠다. 생땅이 보이자 자갈과 흙을 채워 다지고 그 위에 기단석을 놓았다.
벽체 외벽은 세라믹 벽돌로 내벽은 황토 벽돌로 쌓고 단열 효과를 증가시키고자 그 사이에 공기층을 형성했다. 모든 목구조 공사는 못 하나 쓰지 않는 짜맞춤 공법으로 진행됐는데 여기에서도 박 목수 기질(?)이 한껏 발휘됐다. 공정 끝이 보이다가도 맘에 들지 않으면 허물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를 수차례.
건축주이자 설계자인 박윤배 대표는 이를 어떻게봤을까. " 박충수목수는이기심없고심결이 한없이 고운데 반해 일에 관해서는 철저하죠. 잠시 한눈 파는 사이 원칙에 어긋난 일이 진행됐을 경우 언제라도 부수고 뜯어내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이 분과 집을 제대로 지으려면 어떤 건축주도 훨씬 많이 들어가는 건축비와 시간을 각오해야 할 겁니다."
이에 대해 박충수 목수는 "박 대표님을 만난건 저에게도 큰 행운이었죠. 예기치 못한 여러가지 요인으로 길어지는 건축 기간, 그에 따라 증가할 수밖에 없는 건축 비용 등에 대해 인내하고 신뢰해준 덕분에 평소 생각했던, 이상적인 집에 가까운 모델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화답한다.

 











3년여 진통 끝에 선보인 명품 한옥

713.0㎡(216.0평) 남향받이 터에 위치한 집은 크게 본채(109.0㎡, 32.7평)와 사랑채(90.0㎡, 27.3평), 화강암 원석과 세라믹 벽돌로 마감한 반지하 형태의 저온창고, 천일염을 숙성 중인 소금창고, 다용도실로 구성됐다. 이들 모두 외벽과 지붕에 동일한 마감재를 사용해 통일감을 준 것이 특징인데 작은 규모일지라도 팔작지붕에 전통 기와를 얹고 겹처마를 단 것까지 똑같다. 박 대표는 "개집까지 기와를 얹었다. 우리나라 유일 전통 한옥형 개집이 아니겠느냐"며 미소를 짓는다. 본채 1층에는 안방, 거실, 주방/식당, 사랑방, 화장실이 2층에는 자녀 방이 놓였다. 현관을 들어서면 바로 우측으로 안방이 왼편으로 넓은 규모의 거실이 자리한다. 현관 왼편으로 사랑방과 주방/식당이 들어섰다. 현관문을 들어선 순간 한지질감이 그대로 잡히고 목재의 은은한 빛은 살아나 전통미가 집 안을 가득 메운다.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듯싶어 박 대표에게 물으니 아마 조명때문일 것이란다. 이 집에는 직접 내리쬐는 조명이 단 하나도 없다. 모두가 LED 간접 조명 방식을 택했는데 생각 외로 어둡지 않다. 오히려 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하니 일거양득.
집에 들어간 재료는 나무, 돌, 황토, 광목 등으로 99%가 자연에서 얻는 친환경 재료들이다. 기존 한옥에서 불편한 점을 보완코자 창호지문을 대체한 알루미늄 새시와 욕실 타일 정도만 예외다. 가구도 모두 원목 그대로 못을 일절 쓰지 않고 짜 맞춰 제작한 것이며 벽 도배에 사용한 풀도 100% 친환경 국내산 밀가루만을 사용했다. 심지어 나무 욕조 방수 처리를 고심한 끝에 배 만드는 곳을 찾아가 방수 비법을 알아냈을 만큼 정성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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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리 집을 시발점으로 서울인베스트는 전통한옥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한옥 전문 건축회사를 통해 우수한 인력과 양질의 건축 자재를 보급해 건축주 개개인의 여건과 필요에 맞는 집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한옥에서 펀드까지', '고려에서 월가까지'통하는 정직과 신뢰로 무장한 그들의 앞날이 기대된다.




글 · 사진 홍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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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지은 집] 이것이 명품 한옥이다 - 강화 199.0㎡(60.0평) 복층 목구조 황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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