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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뭉텅이로 나간다'는 어느 건축주의 말이나 '지출이 끝이 안 보인다'는 말처럼 집 짓기는 돈을 쓰는 일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손수 집 짓기 하는 이들의 바람이 있다면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을 터득해 '우리 집 싸게 지었다'고 외쳐보는 것일 테다. 방법은, 과욕을 금하고 조금만 방법을 달리해 본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터. 그리고 간과하기 쉬운 한 가지는, 싸게 짓지 못 할 바에야 예기치 않게 돈 샐 틈을 막아 과다 지출이 발생치 않도록 하는 것이다.

박지혜 기자


완성될 집을 그려보자
집 지을 부지가 정해졌다면 그 위에 어떤 모양의 집을 어떤 형태로 앉힐 것인가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이 필요하다. 집은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져야 하며 환경에 따른 집의 좌향과 배치, 더 깊이 들어가 평면 및 입면 그리고 개구부의 위치와 크기 등이 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집의 이미지를 명확히 그렸다면 이제 그것을 이루기 위한 기술적 방법을 터득해 순차적으로 실행에 옮기면 되는 것이다.
황토집을 2년간 손수 지은 나종선 씨는 실패 없는 집 짓기를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 포토샵을 이용해서 집의 조감도를 만들었다. 건축 전의 부지 사진과 앞으로 짓고자 하는 유사한 집의 사진을 마련한 뒤, 컴퓨터에서 부지 사진 위에 집 사진을 합성했다. 이로써 집터를 어느 정도 성토할지, 조경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등을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을 얻었다고 한다. 실제로 조감도에서와 유사한 분위기로 대지 바닥 면을 높이고 조경 공사를 해 주변 환경과 조화로운 주택을 완성했다.


이제는 '재사용' 권장 시대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하자포리에 가면 아파트 모델하우스 해체 시 수거된 창호재만 모아서 판매하는 곳이 있다. 주택 시공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라 하는데 심지어 제주도에서도 이곳 창호재를 구하기 위해 올라올 정도라고 한다. 인기 비결은 그만큼 저렴하기 때문.

나종선 씨의 알면 약이 되는 Tip

시골이 쌀까, 도시가 쌀까?
시골에선 연장이나 철물자재가 자주 필요하다. 그렇기에 시골엔 유난히 철물점이 많 다. 그러나 품질이 조악하고 거의 중국산인데도 가격은 상당히 비싸다. 일반 공산품처럼 정가가 있는 게 아니기에 부르는 게 값이다. 예를 들면 소형 그라인더가 국산이 도시에선 4만 5,000원 정도 하는데 외형만 유명 메이커를 본뜬 짝퉁 중국산이 6만 원에 파는 식이다. 시내보다 비싸게 팔면서 품질은 더 안 좋은 경우다. 아무래도 도시보다 매입가도 차이가 나고 매출도 적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사는 사람 입장에선 많이 구입 할 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공구나 건축자재 등은 도시에서 한꺼번에 사는 게 유리하다. 조금씩 필요한 것은 어쩔 수 없이 구입해야겠지만.
그러나 요즘은 인터넷 쇼핑몰의 발달로 발품을 안 팔고도 어지간한 물건은 앉아서 받아 볼 수 있다. 물론 가격도 기절할 정도로 싸다.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카드로 결제하고 하루 이틀이면 택배차가 친절하게 배달해 준다. 보일러처럼 덩치 큰 것은 물론 작은 못 하나까지 배송해준다. 번거롭게 나다니지 않고 낮에는 일에 충실하다 저녁에 컴퓨터 앞에서 자판 몇 개만 두드리면 도깨비 방망이처럼 뿅 하고 해결되는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놀라운 특혜다.

시골이라고 전기₩전화 안 필요하나
전기는 기존 전주에서 200m까지는 한전에서 표준공사비(2009년 현재 18만 400원)만 받고 전기를 공급하지만 그 이상은 한전에서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게 되고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m당 4만 2,900원의 비용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사전에 한전에 문의하면 현장 실사를 통해 정확한 거리와 비용을 알려준다.
전화는 2009년 2월 현재 기존 전주(종말전주)에서 80m까지는 무료로 설치해주고 기존 전주에서 200m까지는 전주 한 개당 11만 원(전주는 40m 간격으로 설치), 그 이상은 실비로 받는데 전주 한 개에 보통 30만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 또한 KT에 현장 실사를 의뢰해 공사의 난이도와 타당성 판단을 통해 공사 가능성 여부와 비용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이나 인터넷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이 돌아다니는데 반드시 해당 기관을 통해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많은 건축주가 비경에 홀려 이런 사실을 간과한 채 땅을 구입한다. 더구나 생각 없이 덜커덕 집을 짓고 나서 땅을 친들 집을 허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대건축공사 이철재 대표는 "보통 시중 가격의 1/3 가격에 창호재를 가져갈 수 있고 좀 철지난 것은 1/4 가격에도 건질 수 있다"며 "내가 알기로는 견본 주택 중고 창호재를 판매하는 곳은 전국에서 이곳 말고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50년간 중고 건자재 및 리모델링 사업을 해 왔기에 모델하우스 철거 정보에 대한 네트워크가 잘 이뤄져 있어 중고 자재를 다량 확보해 오고 있다고 한다.


건축학교 동기생들과 품앗이
이왕 손수 집을 지을 거라면 비용이 들더라도 제대로 알고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에는 손수 집을 짓고자 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 민간 건축 학교가 늘었고 활기를 띤다. 건축 학교의 장점은 현장에서 어깨너머로 넘겨짚는 식의 지식이 아닌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본으로, 인맥을 통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어 좋다.
유사한 분야에 관심 있는 이들이 모임으로써 건축에 대한 생생하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실제로 집 지을 때 동기생들이 품앗이 형태로 짓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실습을 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집 지을 때 역시 동기생들을 불러 모아 작업이 가능하고 동기생들과의 품앗이가 힘들더라도 학교 수료생을 수소문해 믿을 만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 곳에서 몇 개월간 교육을 받았기에 긴 설명 없이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고 공사 진행이 일관성을 띄며 협동이 잘 이뤄진다. 경제적으로 따지자면 인건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품앗이로 돌아가면서 한다는 것을 전제하기에 수고비를 준다고 해도 안 받는 경우가 많고 보통 '연습하는 셈 치고'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식사를 접대하고 술까지 접대하다 보면 자칫 인부를 고용하는 것보다 지출이 더 늘어나는 사례도 더러 있으니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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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손수 짓기 ②] 고수들의 비법, 돈 샐 틈을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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