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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씨 부부는 미처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비용이 발생해 난감했다고 한다. 집을 짓기 위해 대지를 높이거나 경계석을 쌓는 일이 인력을 고용하고 며칠에 걸쳐 작업해야 하는, 건물을 올리는 것만큼 중요한 일인 줄 몰랐던 것이다. 공정별로 잠깐씩 고용한 인부 접대를 위한 음료와 간식에만도 모두 120만 원이 들었다고 한다. 박기호 씨 부부의 124.2㎡(37.6평) 개량 한옥은 2008년 11월 착공해 올해 3월 완공했고 1억 6,000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

박지혜 기자 사진 서상신 기자 취재협조 박기호 씨 033-745-4930

 

 


서울에서 거주하다 농사 짓기 위해 양평으로 이주, 4000여 평의 농지에 8년간 농사를 짓던 박기호(53세) 씨 부부는 새로운 곳에서 손수 새집을 짓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마침 몇 년 전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동화2리에 603.0㎡(182.7평) 정도의 대지를 매입해 둔 터였다.
"업체에 맡기지 않고 우리가 직접 지으려고 하니 흙집이 떠올랐어요. 한데 실용성 면에서 떨어진다 판단해 한옥형으로 하되 보다 현대 생활 방식에 적합한 퓨전 방식을 생각하게 됐지요."
박 씨 부부의 주택은 뼈대를 기둥-보 가구식으로 짰고 내부에는 굵직한 더글라스-퍼 기둥과 보가 드러나 한옥 스타일이 표현되나 외부에서 보면 벽돌로 기둥을 감싸서 마치 벽돌만으로 지은 조적집처럼 보인다. 동네 사람들도 '이런 집은 처음 본다며'한 마디씩 거든다고. 부부는 나무와 벽돌 사이 틈 발생으로 인한 하자를 우려했고 더욱 단열이 좋도록 철저히 하기 위해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박 씨 부부는 길을 가다 발견한 맞배지붕의 한옥에 반해 그 때부터 한옥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집 형태에 대한 구상과 건축 계획에 1년 정도 소요됐다고 한다.
"이곳 저곳 다니며 한옥 시공 업자를 만나 조언을 구하고 집도 여러 채 구경해 보고 월간《전원주택라이프》를 꼼꼼히 챙겨 보면서 집 짓기에 대해 공부했어요."
박 씨는 직접 작업하기 어렵거나 일손이 필요한 단계에서는 인근 인력사무소를 통해 인부를 고용했는데 시공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부분으로 치자면 바로 인부와 호흡을 맞추는 문제였다고 한다. 더러는 불평이 많거나 늑장 부리는 이도 있었는데 그런 경우 반나절 일해도 하루 일당을 챙겨주고 일을 당장 멈추게 했다. 대신 호흡이 척척 맞고 일을 잘하는 이에게는 일당에 2~3만 원씩 보너스를 챙겨줬는데 이 소문이 마을에 퍼지면서 열심히 일하는 의욕적인 일꾼을 모으는 데도 효과를 보았다고.

 

 





어떻게 지었나
뼈대 짜는 일은 주변 사람들에게 수소문해 도편수를 소개 받았다. "도편수가 목재와 목수들을 구해 왔고 골조와 천장 마감 그리고 거실 마루 마감까지 재료와 시공비 모두 5,000만 원에 해주겠다고 했어요. 우리는 비싼 것 같아 안 하려고 했는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니까 거실과 주방에 원목 탁자를 서비스해 준다고 흥정했어요. 그래서 남편이 그렇게 하자고 계약했지요. 목수 11명이 작업하니까 뼈대 세우는 데 하루 만에 완성하더라고요."
부부는 재료를 구하기 위해 대리점과 생산 공장을 둘러보다가 공장이 더 저렴하다는 것을 알고 벽돌과 스티로폼, 목창호 등을 공장에 직접 가서 구입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약했다. 목창호의 경우 자재부터 시공까지 제공하는 한 목공소에서는 재료비만 880만 원인데 비해 생산 공장에서는 600만 원이면 살 수 있었다.

 

 




박 씨 부부는 결과적으로 마음에 드는 집을 완성했으나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착오가 많았다고 넋두리를 한다. 바닥 기초 통콘크리트를 40㎝ 쳐도 되는 것을 불필요하게 60㎝ 쳐서 150만 원 손실을 봤고, 철근도 필요 이상으로 구입해서 남았다고. 벽돌 쌓기는 여름이면 5일로 충분할 것을 꽁꽁 어는 겨울에 해서 8일이나 걸려, 돈으로 환산하면 인건비 등 300만 원 정도 더 들었다는 것. 또한 벽돌에 환풍기 구멍을 미리 내지 않는 등 사전 준비 부족으로 설비 관계자가 몇 번이나 다녀가 낭비가 있었고, 나무도 많이 남아돌아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 게다가 마루재는 우기에 그대로 외부에 방치한 바람에 청태가 생겼고 시공 후 마루가 수축 변형되면서 들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한번 낀 청태는 아무리 사포로 깎아내고 다듬어도 사라지지 않아 속상하다고.
경제적인 집 짓기를 기대해 발품을 팔아가며 재료와 인력을 구하느라 동분서주했음에도 뜻밖의 낭비 요소가 생기고 실수가 많았다는 박 씨 부부는 이 모든 게 처음 해보는 집 짓기라 더욱 철저하게 계산하지 않아 생긴 문제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기회가 온다면 잘할 수 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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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손수 짓기 ④] 박기호 씨 부부의 124.2㎡(37.6평) 개량 한옥 “건물만 올리면 될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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