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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정보
· 위 치 :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도내리
· 건축면적 : 147.5㎡(44.6평), 본채 135.5㎡(41.0평), 다용도실/보일러실 12.0㎡(3.6평)
· 건축형태 : 단층 목구조 한옥
· 지 붕 재 : 개량형 한식 기와(팔작지붕)
· 외 벽 재 : 창틀 하단 전돌, 황토벽돌 줄눈마감
· 천 장 재 : 오량천장, 반자천장, 루버, 황토보드
· 내 벽 재 : 황토 모르타르, 한지 벽지
· 창 호 재 : 외부 새시 + 내부 세살 목창
· 바 닥 재 : 우물〔井〕형태 온돌마루, 한지 장판
· 난방형태 : 기름보일러, 구들, 벽난로
· 식수공급 : 지하수
· 설계 및 시공 : (주)행인흙건축 033-344-0983 www.hangin.co.kr


한옥 하면 비싸다는 선입견 때문에 한옥을 살림집으로 엄두를 못 내는 것이 일반인의 정서다. 하지만 황토집에서 비롯한 건강주택에 대한 관심은 문화재로만 떠올리던 한옥을 현대 살림집으로 끌어내 현대인의 삶에 알맞게 완결성을 높여 대중화 단계에 들어서게 했다. 전통 한옥을 상징하는 것은 초가삼간이든 고래등같은 기와집이든 나무를 다듬어 짠 기둥과 도리와 보가 떠받치는 지붕 밑에 공존하는 북방문화인 구들과 남방문화인 마루다. 그렇다면 현대 한옥이란 무엇일까. 그 답을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도내리에 자리한 단층 목구조 한옥에 찾아보자. 외형은 한옥이되 내부 공간은 현대 주택이고, 기능은 황토집이다. 현대한옥의 대중화를 표방한 ㈜행인흙건축에서 50번째로 지은 주택이다.




지난해 경기도 평택시 청북면 고잔리에 49번째 현대 한옥을 신축하며 '49제'탈상의 의미를 부여했던 ㈜행인흙건축 이동일 대표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현대 한옥의 대중화로 나아가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경제 여건이 IMF 시기보다 더욱더 어려운 국제금융위기의 한가운데이기에 그동안 행인한옥문화센터 살림집 전시관을 방문하여 상담한 예비 건축주들 모두 시기를 늦춰 잡았다. 이러한 때에 파주 주택 건축주가 실마리를 찾게 했다.
건축주는 이미 2005년 건축박람회에서 ㈜행인흙건축을 마음에 두고, 2006년 신축 중인 경기도 용인시 구성읍 청덕리 주택을 방문했다. 그해 이 대표는 파주 현장을 답사하고 군軍동의(군사보호구역내)에 필요한 기초 도면을 만들었다. 넓은 부지에 토목공사를 마치고 본채 건축 전까지 사용할 소형 주택도 지어놓은 상태였다. 건축주는 마음 같아선 ㈜행인흙건축에서 지은 최고의 집을 짓고 싶은데 비용이 문제였다. 봄 일을 확정 짓지 못한 이 대표는 건축주와 사양을 조정하고 시기를 앞당기기로 하면서 군더더기를 뺀 최종안을 내놓았다. 그 결과 파주 주택이 탄생한 것이다. 이 대표는 집을 짓는 일은 우리네 삶과 같다고 말한다.
"터를 마련하는 과정은 연애할 때와 비슷해요. 집 짓는 일은 결혼과 같지요. 서로의 성격, 경제 조건, 주변 관계, 절차 등 이 모두가 힘들지요. 이때 서로 신뢰를 굳건하게 쌓아야 순탄한 결혼생활로 이어질 수 있어요."


배치, 공간구성, 짜임

이 주택은 주변과 비교하면 지대가 높아 가로막힘이 없기에 시원스럽고, 과수원과 밭과 작은 소나무숲과 어우러져 편안한 느낌이다. 남향받이 터에 앉은 단아한 모습이 옛 한옥의 정취를 자아내는 데다 현대 건축물로서의 완결된 느낌은 매력 그 자체다.
외형은 'ㄱ'자로 전통 한옥을 닮았지만, 내부 공간은 여느 현대주택과 다름없는 편리성을 갖췄다. 현관으로 들어서면 거실이고, 그 뒤로 차실굮室과 뒤뜰로 나가는 쪽마루가 있다. 거실 오른쪽에는 뒤로 주방이, 가운데에 화장실과 드레스룸이, 앞으로 방이 자리한다.
주방 뒤쪽으로 다용도실과 보일러실이 부속사처럼 이어진다. 거실 왼쪽에는 뒤로 구들방이, 앞으로 안방과 안방에 딸린 화장실이 자리한다.
짜임은 ㈜행인흙건축에서 그동안 지어온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나, 군더더기 없는 마감 완결성을 한층 높였다. 간이 주추에 결구한 민도리(납도리) 뼈대 방식에 거실에는 어김없이 오량천장이 자리한다. 반듯하게 마름질〔治木〕한 대들보가 나무 생김 그대로를 살려낸 것이 돋보인다.
벽체 외벽 하단부는 전돌로 상단부는 황토벽돌 줄눈 마감으로 처리했다. 황토벽돌을 이중(나무 기둥과 연이어 20㎝ 황토벽돌, 나무기둥 안쪽으로 10㎝ 황토벽돌)으로 쌓고 가창틀을 넣고 이중창호를 설치했다. 외부는 우드 새시고 내부는 세살 목창으로 정형화된 느낌이다. 거실을 제외한 방 천장은 평천장인데 보편적인 석고보드 대신 황토보드를 사용했다. ㈜행인흙건축만의 색과 맛이 잘 묻어나는 집이라고 하자, 이동일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기본 틀은 이제 정형화됐다고 보아야지요. 욕심을 낸다면 원형기둥이나 도리 아래 장혀(오량에서 도리에 걸친 서까래)를 보강하거나 중방을 넣어 옛 한옥의 맛을 살린다든지, 부연을 단 겹처마로 지붕선을 보강하거나 사랑방 형태의 누마루를 넣는다든지 하는 것 입니다. 방수벽인 팔작지붕 한식 기와 하단의 전돌과 맞배지붕 양식기와 하단의 치장벽돌이 조화를 이루지요. 창호는 단열과 모양을 고려해 외부 새시와 내부 목창을 기본으로 하되, 외부 새시를 커버할 수 있는 덧창 형태로 목창을 보강하면 현대 한옥으로서의 완결성을 높일 수 있지요. 현대 한옥의 짜임이 견고해져 감에 따라 평당 건축비도 750만 원에서 800만 원 사이로 높아졌는데, 이 주택은 현대 한옥의 기본에 충실한 짜임을 최대한 살리되 건축비는 700만 원대에 맞췄어요. 현대 한옥의 대중화된 일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집 짓기'를 통해 소통을 배우다

어디 집 짓는 일이 보통 일인가. 이동일 대표가 집 짓는 일을 결혼에 비교했으니, 그의 결혼생활은 순탄했는지 물어보았다.
"하하—, 생각도 다르고 살아온 과정도 다른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동락同樂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결혼한 사람은 알지요. 자기 성질대로 한다면 금방 파탄이 나겠지만, 서로 맞춰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는 게 부부가 아니던가요. 건축주와 시공사 관계도 마찬가지지요. 또한 시공사와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고요."

"글쎄요, 건축주가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왔는지가 집 짓는 과정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 같아요. 이 주택 건축주는 장사를 주로 했습니다. 남지 않는 장사가 어디 있느냐는 생각을 하지요. 에누리가 없는 장사가 어디에 있느냐는 생각도 하겠고요. 속여 보았기에 속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나 할까요."

"처음엔 그랬지요. 일하러 들어온 사람들에게 자재는 제대로 들여왔는지, 인건비는 얼마인지, 시시콜콜 떠보기에 가만히 지켜보았지요.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남들에게 '이 사장님은 거짓말 안 하니까 … 집 지으면서 속 한 번 끓이지 않아요'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했지요."

"이제야 소통이 무엇인가 알 것 같아요. 집 짓는 일은 사람의 관계 맺기에 따라 차이가 커요. 모든 일이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신뢰지요. 믿지 못하는데 무슨 말이 들어오겠습니까. 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힌 집 짓기에선 신뢰만 가지고는 부족해요. 도면만 놓고는 잘 모르거든요. 집이 지어지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달라질 수 있어요. 욕심도 생기고요. 그런 걸 잘 풀어내야 인간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집의 완결성을 높일 수 있어요. 건축주가 자기 욕심에 무조건 해 달라고 하거나 계약 사항 아니라고 시공사가 모르쇠하면 서로 각 방 쓰는 일이 생기지요. 보통은 현장에 건축주가 없는 게 편하다고 하는데, 나는 공정이 바뀌어 형태를 갖추는 중요한 시기엔 꼭 건축주가 함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과정을 알아야 소통도 되는 법이거든요."
말이 쉽지, 이해가 얽힌 일에 소통이 쉽겠는가. 특히 건축 현장에서 벌어지는 건축주와 시공사의 이러저러한 잡음을 잘 알기에 소통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궁금했다.
"내가 현장에서 이런 말을 가끔 합니다. 간 보지 마라, 간을 자주 보면 짜지거나 싱거워지는 법이라고요. 사람 관계는 상대적인 거 같아요. 내가 어찌하는가에 따라 상대방도 달라지지요.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요. 이쪽의 진정성을 상대방이 인정하면 문이 열리는 것이고요. 내가 속마음을 숨기고 접근하면 상대방도 문을 닫게 되는 법이지요. 나는 답이 없다고 봅니다. 그저 있는 대로, 서로가 서로를 인정할 때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집을 취재하면서 사람 관계, 소통의 방법을 듣기는 처음이다. ㈜행인흙건축이 49제를 지나 50번째의 집을 지으면서 집만이 아니라 사람 관계에 대한 생각도 깊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현대 한옥 대중화의 길을 열다

취재 당일 이 주택에서 이동일 대표는 집 구경 겸 황토집 바로 짓기 특강을 진행했다. ㈜행인흙건축 홈페이지 사랑방식구들과 예비 건축주, 협력업체 직원 등 40여 명이 어울린 행사는 건축업과 관련된 일반 행사로는 보기 드문 자리였다. 참가자 중 전원주택 관련 단체 회원이라고 밝힌 성남에서 온 분은, 한옥을 지으려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집을 구경할 때마다 뭔가 부족하다 싶었는데, 이곳에 와서 보니 그 문제들이 이미 다 해결돼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현대 한옥의 정형화를 이야기하던 ㈜행인흙건축에서 일궈낸 결과였다.
건축주는 참가자들을 위해 바비큐를 마련했는데 고기 써는 솜씨가 예술이었다. 안주인이 마련한 떡과 음식들은 정갈하고 풍성했다. 누군가 '건축주가 이렇게 한 상 차린 걸 보면, 그간의 관계가 좋았나 보지요'라고 말하자, 순간 건축주 부부와 이 대표 그리고 참가자들이 활짝 웃었다. 그 웃음은 현대 한옥 대중화가 활짝 열리고 있음임을 짐작게 했다.






글 · 사진 홍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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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집]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현대인의 살림집으로 부활한 - 파주시 147.5㎡(44.6평) 단층 목구조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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