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군 용문산 중턱, 양지하우징 정병준 대표가 인도한 곳에 두 발을 내딛자 서늘한 기후 탓인지 광활하게 펼쳐진 천혜의 자연경관 때문인지 상쾌한 기운이 오감을 자극한다. 전면창을 액자 삼아 사계절 수려한 전망이 담기는 이곳에 박종륜 ㆍ 김종미 부부는 오랜 기간 계획해 평생 살 집을 마련했다. 묵직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여성스럽고 앤티크하게 내부를 꾸민 이 집은 설계, 자재 등 세세한 부분에도 모던함을 덧입혀 트렌디하면서도 고풍미가 넘치는 목조주택이 됐다.
박종륜(61세) 씨는 정년 후 뒤도 안 보고 전원행을 감행했다. 집 지을 새도 없이 마침 전망 좋은 곳에 ALC주택 매물이 나왔다기에 자연의 싱그러움에 홀려 그렇게 3년을 쭉 한 곳에서 살았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야 누가 뭐래도 나무랄 데가 없었지만 타인의 취향이 담긴 집에 살다 보니 세월이 흐를수록 자신이 직접 지은 집에 대한 갈망이 커져 갔다.
"전망이 좋아 그 집을 택했는데 살다 보니 내 집을 지어야겠다 싶더라고요. 내부 구조도 우리 부부 생활에 알맞게 짜고 싶고, 쾌적한 목조주택에서도 살고 싶고…. 눈여겨보던 부지가 매물로 나왔기에 '집 지을 때가 왔구나'했어요. 그리고 바로 부지를 구입했어요."
하지만 그 땅은 집 지을 인연이 아니었다. 같은 성당에 다니는 양지하우징 직원을 통해 알게 된 양지하우징 정병준 대표는 부지 선택에 있어 여러 곳을 둘러보기를 권유하면서 지금의 옥천면 땅을 부부에게 보여줬다. 한 번 결정한 사항은 웬만해선 절대 바꾸지 않는다는 박 씨는 그 길로 돌아가 이전 부지를 처리했을 정도로 옥천면 터에 한눈에 반했다.
비로소 집 올릴 자리를 마련한 부부는 정 대표에게 공사 전 과정을 일임했고 지난 12월, 공사 시작 5개월 만에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모던스타일의 목조주택이 완성됐다.
반층 설계로 공간 효율성 높여
이 집은 양지하우징 정병준 대표가 설계 과정부터 야심 차게 준비하고 심혈을 기울인 집이다. 박공지붕을 얹은 목조주택을 전문으로 시공했던 정 대표는 모던스타일 주택 시공이 처음이라 걱정도 많았지만 오히려 처음이기에 더 꼼꼼히 모든 사항을 두 번 세 번 체크하고 신경 썼다.
"모던하우스를 원하는 건축주가 눈에 띄게 늘어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열망은 항상 있었어요. 그런데 무턱대고 '짓고 보자'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더러는 그냥 수박 겉핥기식으로 외관만 모던하게 보이게 지어놓고 시공 실적을 쌓아가더라고요. 특히 모던하우스는 징크로 지붕 마감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로 공기가 빠져나가질 못하니 집이 숨을 쉴 수 없게 되죠. 모던하우스 시공을 망설인 것도 이 때문이었어요. 하자가 생길 게 뻔히 보이는데 소비자가 원한다고 짓겠다고 나설 순 없었죠."
정 대표는 수차례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 기존 목조주택 지붕 환기시스템으로 활용되는 벤트를 징크 지붕에 도입했다. 지붕 경사를 13。기울인 것도 환기 성능을 향상케 하기 위함이라고.
공간 계획에서도 정 대표는 고민이 많았다. 건축주의 요구 사항은 방 3칸과 주차박스를 만들어달라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진입로와 맞닿은 부분에 바닥 면적의 절반가량 되는 주차박스 공간을 배치하고 보니 나머지 반 면적이 문제였다. 주차박스 위로 집을 올리기 위해 반 면적을 성토하자니 고가 너무 높아질뿐더러 성토 양도 어마어마해진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반층 주택이다. 이로써 주차박스를 우측으로 1층을 형성하고 그 위로 반층을 드려 복층이지만 총 3개의 다른 공용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재미있는 설계가 완성됐다.
건축주 박 씨는 "반층이 생김으로써 1층 안방과 주방이 독립돼 자연스럽게 프라이버시 보호가 돼요. 1층에 주방이 있지만 반층에도 간단한 조리 가능한 바가 있어 불필요한 동선도 제외하고요"라며 반층 주택의 장점을 설명했다.
최고급 자재, 장식으로 미美를 살리다
외벽은 적삼목 사이딩으로 마감해 고급스러움과 중후한 멋이 물씬하다. 또한 세로로 긴 창이 시공된 부분에는 수직 사이딩을, 가로로 긴 장방형 창 부근에는 수평 사이딩을 시공해 같은 자재지만 변화를 줌으로써 밋밋하지 않다. 상부에 얹은 징크는 금속재 특유의 세련미를 부각시킨다.
내부는 장작나무로 만든 문, 천장 장식 등으로 모던함을 더 했다. 반층 전면은 벽 전체를 삼중 창호로 마감해 단열 성능을 유지하는 동시에 눈앞에 펼쳐진 수려한 전망을 액자로 삼는다. 또한 홈 네트워킹 시스템을 장착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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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공사비 안주셔도 됩니다." 정대표가 공사전 건축주에게 자신있게 외치는 한마디다. 이윤생각하지 않고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자재, 설비 등을 고르고 관리하는 정대표는 과도한 자신감으로 보일지는 몰라도 그만큼 책임감 있게 일을 진행한다. 박씨 또한 정대표를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그 흔한 계약서한 장 작성하지않고 설계부터 완공까지 모든 일이 진행됐다니 요즘같이 공사 중 시비가 비일비재한 세상에 웬만큼 신임이 두텁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집에 고스란히 투영됐으니 양쪽 모두 집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글 한송이 기자 사진 홍정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