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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숙 · 미현 자매가 사는 주택은 건물 입구 야생화 분재원이 압권이다.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옮긴 것도 야생화 때문이라니 주인의 야생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은 분명하다. 72일간의 건축과정을 거쳐 지난해 12월 입주 후 만든 암석원에는 제주돌과 오색기린초가 앳된 얼굴로 객을 반기고 23여 년 전 세촉으로 시작해 이제 여러 뿌리 번식한 둥글레는 터주대감처럼 온실 한자리를 차지한다. 야생화 덕분에 건강을 되찾았다는 백경숙 씨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원예치료사로도 활동 중이고 이곳에서 야생화 분재 교육도 진행한다. 야생화가 집 앞을 장식해 아름다운 암사동 목조주택을 구경해보자.

 

 

 

 

 

 

전원주택의 사전적 의미는 농경지나 녹지가 있어 시골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교외에 지은 주택이다. 사실 서울은 어느 한 곳 붐비지 않은 곳이 없어 전원주택지와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가 휴먼타운(Human Town) 세 곳을 지정하면서 이에 속한 마을이 도시형 전원주택지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싶으나 형편상 타 지역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서울시민에겐 이만한 곳이 없다. 지가地價도 서울 외곽 신도시 단독택지지구와 비슷하다.
서울휴먼타운은 녹지가 보장되고 골목에는 높은 담장이 사라지며 주차된 자동차가 없어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한다. 휴먼타운은 아파트 위주의 주택 공급으로 저층 주택이 사라지는 양상에 서울시가 제동을 걸어 저층 주택으로 이뤄진 기존 마을을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개선하고 보존하자는 취지에서 생겨났다. 또한 아파트의 방범과 관리의 장점을 휴먼타운에 도입하고 저층 주택의 장점인 커뮤니티를 살리도록 한다는 서울시 방침이다.
백경숙(58세) · 미현(49세) 자매는 휴먼타운으로 지정된 강동구 암사동 점마을에 구옥을 허물고 새로 집을 지어 지난해 12월 이주했다.
"서울시내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 줄 몰랐어요. 전원주택지를 물색하다 여기 처음 오게 됐는데 첫눈에 반해 이곳으로 정했어요. 여긴'서울 속 시골'이에요, 시골."
두 자매는 점마을 외에 애초 종로 부암동과 양평을 고려했다. 부암동은 시내 접근성에서 만족스러웠으나 마을이 경사가 심한 것이 꺼려졌고 양평은 자연환경이 전원주택지로 좋으나 백미현 씨 아들이 아직 고등학생이라 당장 교육 문제로 선뜻 나설 수 없었다.
단독주택 160여 동이 모여있는 점마을의 입지 특징은 내년 완공 예정인 구리암사대교 바로 남단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하고 코앞으로 일자산자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도심의 소음과 공해를 완벽하게 차단한다.
주변 꽤 넓은 면적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임야나 전답 형태로 녹지가 보존돼 있고 건축물도 저층이다. 불과 1.5㎞ 떨어진 위치에 조성된 6000년 전 생활상을 재현한 선사유적지는 앞으로 더욱 확장될 예정이고, 점마을 옆으로 3만 3000여 평(11만 198㎡)의 역사생태공원이 선사유적지와 연계해 조성된다. 이렇게 되면 한강변에서 시작된 생태공원이 이곳 점마을을 끼고 보폭을 넓히면서 내후년 정도면 서울 남동부의 새로운 한강변 복합공원으로 부상될 전망이다.

 

 

 

건축정보
· 위치 : 서울시 강동구 암사동
· 대지면적 : 356.4㎡(108.0평)
· 연면적 : 273.9㎡(83.0평)
· 건축형태 : 복층 경량 목구조
· 외벽재 : CRC보드, 적삼목 사이딩
· 내벽재 : 친환경 페인트
· 바닥재 : 강화마루
· 난방형태 : 도시가스 보일러
· 식수공급 : 상수도
· 설계 및 시공 : 사람과 집 031-771-6414 www.6414.co.kr

 

 








 

 

야생화 자리 찾아 전원주택으로 온 두 자매

두 자매의 전원주택 마련은 언니의 야생화 사랑에서 출발한다. 서울 광장동 아파트에서 이웃하며 살던 언니네 4식구와 동생네 3식구는 야생화 분재로 인해 전원주택에서 한 가족을 이뤘다. 언니 경숙 씨가 20여 년째 취미로 가꿔온 야생화 분재가 베란다를 가득 넘쳐나 둘 데를 걱정하자 이를 본 동생 미현 씨가 "우리 아파트 팔고 전원주택에 합쳐서 살까?"하고 제안한 것이다. 건축 설계부터 시공까지 두 자매 주도로 착착 진행됐고 다른 식구들은 가족회의를 통해 의견을 나누고 모든 건축과정을 두사람에게 맡겼다.
고등학교 상업 교사였던 언니 경숙 씨는 건강 악화로 40대 중반 교단을 내려와 몸을 돌봐야 했다.
"어릴 적부터 워낙 꽃을 좋아해서 그 전에도 야생화 취미가 있었지만 예상보다 이른 은퇴 후 본격적으로 했어요. 꽃을 심으면서 자연히 흙을 만지고 일광욕을 자주 하게 되고, 한 곳에 심취하다 보니 자연 치유가 된 것 같아요. 3~4년 전부터 서서히 건강이 좋아지기 시작해 지금은 95% 회복됐답니다."
백경야생화갤러리라고 이름 붙인 분재원도 건축면적에 포함해 건물 1층 전면을 온실로 꾸몄다. 언니 가족은 1층 동생 가족은 2층을 사용한다. 한 집 식구가 많아지다 보니 모두 출근하고 나면 혼자 덩그러니 남아 적적해하던 언니는 돌봐줄 조카가 있어 생활에 활력이 생겼단다. 동생은 출근해서도 언니 덕분에 집과 아이 걱정을 덜게 됐다.
백경숙 씨는 가족이 집을 빠져나가고 나면 온실에서 살다시피 한다. 앞으로 나지막한 산이 눈을 즐겁게 하고 곁에는 가장 오랜 23년 된 벗부터 이제 막 심은 새로운 벗까지 야생화가 친구처럼 말을 걸어와 심심치 않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울 땐 멀찌감치 관조하는 일이 더 많았다면 전원주택에선 야생화 틈을 휘젓고 다니니 손도 마음도 더 분주해졌다.

 

 

 

 

박지혜 기자 사진 송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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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집] 서울 속 시골에 야생화 둥지 튼 암사 273.9㎡(83.0평) 복층경량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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