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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 마을 사람을 통해 알게 된 1950년대 지어진 빈집. 170평(561㎡)으로 부지 규모도 적당하고 직장 주변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다. 시골에선 며칠만 집을 비워도 관리가 안 돼 폐가로 변하는데 조성연 씨가 찾은 빈집이 처음엔 딱 그랬다. 리모델링 업체에 공사를 맡기고 조 씨는 업자의 손이 안 간 세심한 부위와 마무리 작업을 담당했다.

박지혜 기자 사진 고경수 기자 리모델링 전 사진 제공 조성연 씨 blog.daum.net/ck0904

 

 

 

 

 

대전시 대덕연구단지에 직장을 두고 인근 아파트에서 거주하던 조성연 씨는 막내가 대학에 진학하자 그동안 마음에 담아왔던 전원생활을 위해 부지 물색에 나섰다. 두 아이 모두 타지 생활을 하므로 조 씨의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이면 됐다. 회사 주변부터 알아보니 평(3.3㎡)당 100만 원은 기본으로 부지 구입비만 못해도 1억 5,000만 원이었다. 아파트를 처분하지 않기로 했기에 비용 부담이 컸다.
"하루는 청원군 문의면에 있는 양선산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봤어요. 이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어요. 농가와 농지가 옹기종기 모인 아늑한 마을을 보며 '저기는 뭐지?'하는 생각에 한달음에 내려와 마을 딸기 가게 주인한테 이것저것 물어 봤지요. 그리고 '이곳에 살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지금 사는 집을 알려 주더라고요."
그렇게 인연이 된 딸기 가게 주인과는 호형호제 하는 사이가 됐고 조 씨는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알짜 빈집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60년된 목구조 흙집 리모델링… 내력벽·지붕구조 최대한 살려
충북 청원군 문의면 도원리, 부지 170평(561㎡)에 본채 13평(42.9㎡), 창고 10평(33㎡), 1950년대 지어진 주택으로 건축주는 대전에 거주하고 이전 임차인이 이사 가 수개월간 비워진 상태였다. 본채는 노출 목구조와 흙벽에 양철지붕을 인 일자형 주택이었다. 평당 35만 원으로 부지 구입에 5,950만 원 들었다. 리모델링 업체는 인터넷으로 검색해 찾았고 여러 업체 중 사람이 좋고 믿음이 가는 업자를 선정했다.
리모델링 공사에 든 비용은 업체 계약 금액이 3,500만 원이고 업체 공사 완료 후 조 씨가 직접 한 내부 도배와주방 싱크대 설치, 외부 덱 설치 그리고 잔디 깔기 등 조경 작업에 들어간 재료비를 합하면 리모델링 공사에 총 4,500만~5,000만 원 들었다.

 

 





 

 

기존 정면 네 칸 방과 전면 툇마루가 배치돼 있던 공간에서 내부 칸막이벽을 철거하고 안방, 거실, 주방/식당, 욕실, 현관, 창고로 공간을 다시 짰다. 13평(42.9㎡)을 20평(66㎡)으로 확장했다. 10㎝ 두께의 흙벽을 뜯어보니 나무기둥은 뿌리 쪽이 습기 먹어 썩어 있고 벽면은 시멘트로 갈라짐을 메운 흔적이 많았다. 기둥 썩은 부위를 깎아내고 시멘트로 채웠으며 기둥과 기둥 사이 철강 빔을 세워 보강했다. 흙벽은 사용할 수 있는 부위는 그대로 두고 보강이 필요한 부분엔 시멘트 벽돌을 쌓았다. 그 위 석고보드 대고 스티로폼 위 드라이비트로 마감했다. 벽은 25㎝로 훨씬 두꺼워졌고 기존 집에 비해 단열이 월등해졌다.
지붕은 속에 채워진 흙을 그대로 두고 갈라진 부위는 우레탄폼으로 메운 후 단열이 낮은 양철지붕을 걷어내고 경량성, 기능성, 경제성 등에서 우수한 컬러강판으로 마감했다. 속에 흙이 들어갔기에 하중을 특별히 고려해 선택한 지붕재다.
바닥은 구들을 걷어내지 않고 그 위에 온수난방 배관을 설치한 상태였다. 그러니 천장고가 낮아 조 씨가 서면 머리가 거의 닿을 지경이었다. 구들을 다 걷어내고 바닥 습기 차단과 단열 조치를 하고 온수난방 배관을 설치하니 천장 고를 더 확보해 기존보다 시원스런 공간이 됐다. 여기서 나온 구들장은 조경석에 요긴하게 썼다.

 

 

신축 대신 리모델링은 잘한 선택
조성연 씨는 애초 빈집을 헐고 30평(99㎡) 경량 목조주택을 신축할 계획으로 건축비 1억 5,000만 원에 시공업체까지 선정해 뒀다. 갑자기 집안일이 생기는 바람에 리모델링으로 계획을 바꿨는데 3년 거주한 결과 신축 대신 리모델링으로 하길 잘했단다.
"만약 처음 계획대로 목조주택을 새로 지었으면 원주민 텃세로 이곳에 발붙이기 힘들었을 거예요. 오랜 기간 농사지으며 터를 닦아온 원주민 위주의 동네라 이웃들 간섭이 좀 있어요. 농사지은 걸 나눠주시며 살갑게 대하는 분도 있지만 괜히 트집 잡는 분도 있거든요. 자기는 경운기 끌고 일하러 가는데 우리는 잔디 깎고 있으면 '여유 부리고 있네'하는 투로 눈칫밥을 주기도 해요. 그러니 매끈한 새집을 지었다면 마음이 편칠 않았을 거예요. 덕분에 잘 정책했고 여기서 오래오래 살아야죠."
조 씨는 올 가을에 창고를 헐고 황토집을 직접 만들어볼 계획이다. 현재 창고가 놓인 자리 앞쪽 한 칸 정도 텃밭으로 비워두고 그 뒤쪽에 복층건물을 만들어 1층은 창고 2층은 다락방으로 하고 그 후면에 단층 황토방을 배치할 예정이다. 주말마다 내려와 잡초를 뽑고 텃밭 일을 거드는 어머니를 위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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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석다조 농어촌 빈집] 60년 된 헌집 리모델링한 청원 조성연 씨 “신축 안 하길 잘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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