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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적정기술 현황과 다양한 적정기술

지난해 4월 충남도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기후변화 대응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적정기술 확산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2014년부터 2년간 ▲충남형 적정기술 개발 및 인프라 구축 ▲수요자 중심의 지역 공동체 및 창업기반 조성 ▲주민 참여를 통한 나눔의 가치 확산 ▲3농 혁신연계 적정기술 성공사례 창출 등 4대 중점과제를 선정했다.

정리 백홍기 기자 취재 협조 충남적정기술협동조합 안병일 이사장
사진 충남적정기술협동조합 제공

생활 속에 자리 잡아가는 적정기술
국내 적정기술은 충남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기차게 진행되고 있다. 7개 시군에서 적정기술 협동조합이 창립되고, 이어 충남적정기술 협동조합연합회가 결성됐다. 이에 따라 충남도청에선 적정기술 시범사업을 펼치며 정책에 적극 반영하고 있으며,충남발전연구원과 시민·사회단체도 꾸준하게 적정기술 연구와 확산에 동참하고 있다. 충남도는 한발 앞서 지난해 겨울 농촌지역에 따뜻한 겨울을 보내도록 볏짚 압축 보드로 만든 ‘다다미’를 보급했다. 논산시 ‘기후변화 안심마을 시범사업’ 전개에 따른 결과다. 각 시군에서 활동하는 협동조합에선 난로와 화덕, 천연 페인트, 햇빛 온풍기·온수기, 구들, 벽난로, 흙집, 생태 건축 등 보급 사업에 노력하고 있다.
이렇듯 적정기술은 소규모 에너지 창출에 탁월하고 현실 생활에 적용 가능한 분야가 많아 발전 가능성이 크다. 소외계층의 에너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나아가 에너지 자립마을을 구축하는 데 가장 적절한 기술이다. 또한, 협동조합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적정기술 연구와 디자인 개발에서 청년 창업이 기대되는 분야다. 

국내 적정기술 어디까지 왔나
국내 적정기술은 시작단계다. 전문 서적과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 국내에 소개된 많은 적정기술 정보는 대부분 외국 자료를 응용해 소개하는 정도에 그친다. 적정기술 개발과 보급에 앞장서는 적정기술 협동조합의 제정도 취약해 기술 개발이 더디다.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정책이 절실할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정기술은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2014년 완주에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이 생기며, 적정기술에 대한 체계적인 기술교육과 보급 활동을 시작해 기대가 크다.
국내 적정기술 발전을 위해 먼저 개선돼야 할 건 지역에 포진된 협동조합에 지원정책을 늘리는 것이다. 해외 적정기술과 정보에 관한 전문 서적도 필요하다. 적정기술의 보급 활동이 수월하도록 부품과 조립의 표준화와 다양한 디자인을 갖춰야 한다. 생활 가까이에서 누구나 적정기술을 접하도록 도시형 적정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이렇듯 적정기술 보편화를 위해 해결할 과제는 많다.
잠재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바라보는 적정기술. 그래서 무엇보다 정부의 지원정책과 제도 마련이 가장 시급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적정기술의 종류
생활에 적용하는 적정기술의 분야와 범위는 넓다. 음식 저장 기술, 쾌적한 주거 공간을 만드는 기술,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기술 등이 있다. 대부분 제작 방법도 간단하다. 무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환경과 조건에 따라 최적화된 기술을 찾아가는 적정기술. 일반 가정과 농가에 적용할 기술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가정에서 실현 가능한 적정기술


햇빛 건조기
식기 건조기는 원리상 전기 히터와 동일해 전력 소비량이 많다. 이를 햇빛 건조기로 대체하면 전기 사용량을 대폭 줄이게 된다. 제작 방법은 간단하며, 식기 건조와 음식물 건조도 가능하다. 가정에서 실천하기 쉬운 적정기술이다.



자연 저장고
전기냉장고의 대안은 텃밭과 다양한 전통적인 음식 보관 방법에 있다. 왕겨가 담긴 옹기에 생선을 보관하는 방법, 훈제, 진공 병, 염장, 설탕 절임, 발효, 맹감나무 잎이나 차조기와 같은 천연 방부제를 이용하는 방법들 역시 주방의 생활 기술이다. 텃밭은 가장 좋은 저장방법이며, 도시 농업이 필요한 이유다. 도시 텃밭은 흙부대를 이용하거나 PET 병을 재활용해 화단을 만들면 된다.



자연 채광
조명은 가정에서 11%, 상업건물에선 26% 정도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주간에 태양 반사 채광관(Sun Light Tube)이나 천창, 창문형 반사판으로 전등을 대체해 에너지를 절감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아프리카에서 물을 담은 PET 병을 지붕에 꽂아 주간 조명으로 활용한 것에서 출발한다. 최근 유럽에선 패시브 하우스의 주간 조명장치로 개량해 활용하고 있다. 



자연 정수기
물은 취수와 정수, 이송과 공급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자연 정수기는 옥상에 설치한 빗물 저장 탱크의 물을 걸러 사용하는 기술이다. 숯이나 자갈, 모래, 면천, 타공 투습성 도기를 이용한 ‘필터식 비전력 정수기’는 일반 정수기를 대신한다. 태양열로 증류하는 증류식 정수기는 곳곳에 보급돼 현재 사용하고 있다.


자연 냉방 적정기술


자연 냉방의 시작 ‘그늘’
에너지 절약을 위해 그늘과 환기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초기 비용도 단열 시공보다 그늘을 만드는 게 더 경제적이다. 자연 냉방에선 그늘과 환기를 중요하게 다룬다. 건축할 때 태양열을 차단하는 그늘을 만들어 건물이 뜨거워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햇빛 차단용 차양
건축물을 그대로 일사 광선에 노출시킨 채 단열만 하면 효율이 떨어진다. 차양은 빗물보다 햇빛 차단을 목적으로 만든 구조물이다. 옛 주거문화에선 갈대발이나 대나무발을 문과 창밖에 걸어 햇빛을 차단했다. 최근엔 이와 유사한 블라인드를 사용하지만, 실내 냉방엔 효과가 없다. 블라인드나 검은 방충 창, 차양 포렴 등은 창문 바깥쪽에 설치해야 효과적이다.



이중 외피·외벽
값싼 농사용 PE 차광막으로 여름철 남서쪽 벽에 그늘을 만들기만 해도 자연 냉방 효과가 있다. 나팔꽃과 같은 넝쿨 식물을 이용해 그늘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이중 지붕(Double roof)이나 이중 외벽(Double Skin wall)이 패시브 하우스에 적용되기도 한다. 저렴한 썬 라이트를 이용해 이중 외피를 만들면 시공비를 절감한다.



태양 굴뚝
환기는 자연 냉방 적정기술에서 핵심 기술이다. 그 가운데 하나인 태양 굴뚝(Solar chimney)은 햇빛 온풍기와 같이 대류현상을 이용해 더워진 공기를 내보내고, 찬 공기를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집 안의 환기 지도를 그려 바람의 방향과 동선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구조는 간단하다. 차고 무거운 공기는 낮게 깔리니 흡입구는 그늘진 북서면 낮은 곳에 두고, 가열된 공기가 잘 빠지도록 배기구는 남동쪽에 둔다. 



기화열 자연 냉방
기화열 자연 냉방은 대중적인 패시브 냉각 적정기술의 하나로, 수분이 기화하면서 열을 빼앗는 현상을 이용한 방식이다. 박스 종이를 잘라 골판이 보이도록 붙인 기화 판을 창문에 부착해 물을 뿌린 후, 건물 내부 반대쪽에 태양 굴뚝이나 환기팬으로 공기를 빨아낸다. 단, 여름철 습도가 높은 지역에선 환기 장치를 설치해 습도를 조절해야 한다.


적정기술 난방에너지


 
태양열 온풍기·온수기
태양열 온풍기는 저렴하고 제작이 손쉬워 난방에너지의 대안으로 많은 사람이 실생활에 적용하고 있다. 철물점에서 쉽게 구하는 알루미늄 주름관, 각목, 합판, 실리콘, 스프레이 페인트, 유리나 폴리카보네이트 등으로 만든다. 햇빛이 좋은 날 온풍기로 유입되는 공기는 50~60℃ 정도에 이른다. 태양열 온수기는 온풍기 원리와 동일하다.



축열 벽
축열 벽(Trombe Wall)은 태양열을 저장하는 흙이나 돌 등 축열 기능을 가진 모든 재료를 활용한다.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철망으로 된 구조물을 세우고 그 안에 큰 자갈을 채우거나 PET 병에 물을 채워 축열 벽을 만든다.


 
햇볕 거실
햇볕 거실(Sun room)은 가장 단순한 자연 난방 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집 안을 밝게 만드는 것이다. 겨울철 거실 바깥쪽에 비닐로 온실을 만들면 햇볕 거실이 된다.



고효율 화목 난방 장치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장치다. 기술적 접근과 진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적정기술 분야다. 최근엔 벽난로와 개량 복합 구들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이미 유럽에선 연기 배출량을 줄이면서 적은 양의 나무로 난방을 해결해 도시에서도 사용 가능한 고효율 화목 난방 장치들이 등장했다. 국내도 콘테스트 ‘나는 난로다’ 및 ‘지역별 워크숍’ 등을 통해 고효율 화목 난방 장치의 기술과 원리, 제작 방법을 보급하고 있다.



자연재료를 이용한 단열재
유럽에선 오래전부터 갈댓잎으로 만든 고단열 압축 보드를 건축물 단열에 적용해왔다. 우리나라도 볏짚을 압축해 만든 일명 ‘다다미’를 주택 단열재로 활용하고 있다. 아직 다다미 외엔 친환경적인 자연재료 단열재가 없으며, 이에 대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기타 유용한 적정기술



폐식용유를 이용한 바이오디젤
바이오디젤은 경운기, 트랙터, 경유 차량에 사용하는 친환경 경유 연료다. 폐식용유와 메탄올, 촉매(수산화나트륨 또는 수산화칼륨)재를 섞어 화학 반응을 일으킨 후 물을 이용한 세척 과정을 거쳐 고순도의 바이오디젤을 얻는다. 


소형 바이오가스
음식물 쓰레기와 동물의 배설물을 이용해 메탄가스를 생산한다. 지구온난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의 10배에 해당한다. 메탄가스는 혐기성 발효를 거쳐 발생하므로 메탄가스 발생장치를 만들 때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기밀성을 잘 유지해야 한다.



비전력 펌프
수격 펌프(Hydrulic Ram Pump)는 관내에 유입된 물의 흐름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면서 발생하는 수격 현상(Water hammering)을 이용한 비전력 펌프다. 용량이 다른 두 개의 체크 밸브와 적절한 파이프로 쉽게 제작한다. 펌프 가동은 수량이 일정한 시냇물이라면 충분하다. 



소수력
휠 펌프(Wheel Pump) 원리와 동일하며, 물에 뜨는 재활용 통과 플라스틱을 이용해 쉽게 만든다. 유량과 유속, 낙차에 따라 다양한 크기로 제작이 가능하다. 마을 에너지 자립에 도움되는 기술이다.



소형 풍력
국내에 적정기술로 보급된 풍력장치는 대부분 수평축으로 효율이 좋다. 하지만, 일정 이상의 풍속이 필요해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다. 이에 비해 수직축의 소형 풍력장치는 적은 풍속에도 회전한다. 재활용 자재와 자동차용 제너레이터를 이용해 쉽게 만든다. 다만, 각종 자재의 수평, 수직을 정확히 맞춰야 제 기능을 발휘한다.



천연 페인트
코를 찌르는 페인트는 각종 유독성 화학제품이며, 아토피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천연 페인트는 어린 학생들도 만들 정도로 쉽다. 종류도 우유 페인트, 석회 페인트, 물유리 페인트, 소금 페인트, 밀가루 페인트, 맥주 페인트 등 다양하다.



바람잡이탑
높은 곳의 시원한 바람을 사방에서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간단한 구조의 장치다. 자연 환기와 자연 냉방의 효율을 높이는 보조 장치로 활용하기도 한다.



가스피케이션(Gasification) 
한마디로 연기(Wood Gas)로 만들어 내는 난로라고 이해하면 된다. 우드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디젤 발전기, 디젤 자동차, 보일러, 난로 등 활용도가 높다. 마을 단위의 에너지 자립을 추진하면서 바이오매스 연료를 적극 활용해야 하는데, 가스피케이션이 집단 난방 방식에 활용하기 좋은 기술이다.



개량 농기구
적정기술은 단지 에너지 분야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주거, 옷, 먹거리, 농업, 이동, 노동 등 일상생활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특히, 농업 분야에 적정기술 활용도가 매우 높다. 그러나 농기구 대부분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계로 대체되면서, 전통 농기구는 사라질 위기에 몰렸다. 개량 농기구는 버려진 자전거, 경운기, 콤바인 등을 이용해 사용 편의성을 높인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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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l 세상을 바꾸는 기술 '적정기술' ② 국내 적정기술 현황과 다양한 적정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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