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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홈 자동화 시대

그야말로 스마트한 세상이다. 스마트폰이 생활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 하면서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집 안팎을 살필 수 있고, 심지어는 냉장고나 오븐 등 가전제품과 대화도 나눌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 하나로 집 안의 모든 시스템을 원격 조정하는 최첨단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하게 다가온 스마트 홈. 유비쿼터스를 지나 사물인터넷 시대로 가는 길목에서 현재 사용가능한 스마트 기능을 통해 스마트 홈의 오늘을 알아본다.

정리_ 박치민 기자

똑똑한 내 집,
스마트 홈의 오늘

전기 보급에서 사물인터넷 시대로 오기까지
 

1939년, 뉴욕의 한 박람회에서 ‘미래의 마을’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건축 콘셉트가 공개됐다. 그 중 General Electric사가 후원한 ‘전기를 이용한 집(The Electronic Home)'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전기로 작동하는 기기들이 청소부터 요리, 설거지 등을 도와주며 번거로운 집안일로부터의 해방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버튼 하나로 옷을 빨아주는 자동세탁기는 당시 가정주부들에게 요물이나 다름없었다.
당시만 해도 전기를 이용한 집은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불과 10년도 되지 않아 뉴욕의 각 가정마다 전기 기기들이 놓이기 시작했고, 이는 다시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전기의 보급은 주거 문화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집안일을 쉽게 처리하면서 생활에 여유가 늘어나고, 해를 거듭하며 에어컨과 오븐 등 보다 편리한 가전제품들이 속속 등장했다. 80년대 말, 이미 국내에도 ‘홈오토’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가전제품은 국내 가정에도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됐다.

현실과 가상 세계의 만남, 유비쿼터스
홈오토라는 말이 익숙해지자 이번에는 유비쿼터스(Ubiquitous)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유비쿼터스는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뜻의 라틴어로,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물건들이 네트워크로 서로 연결되고,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간단히 말해, 네트워크라는 기반 위에 모든 정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상호 작용하는 것이다.
유비쿼터스 환경이 조성되면서 모든 장치들이 네트워크로 급속히 연결되기 시작했다. 아침 기상과 동시에 움직임에 따라 조명이 자동으로 켜지고, 화장실 거울에는 맞춤형 정보가 디스플레이 되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버스나 지하철의 위치도 실시간으로 파악되니, 시간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스스로 분석하고 행동하는, 사물인터넷
전기 보급 속도가 ‘고속’이었다면 사물에 인터넷이 연결되는 속도는 그야말로 ‘광’이었다. 글로벌 네트워크 통신회사인 시스코의 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에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의 수가 이미 전 세계 인구의 수를 넘었으며, 2013년에는 무려 100억 개를 돌파했다. 모든 사물이 등장과 함께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이른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시대인 것이다.
유비쿼터스가 주로 정보 전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사물인터넷은 이를 뛰어넘어 정보를 분석하고 스스로 반응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가령, 냉장고에 장착된 인터넷에 사람이 명령하고 그에 따라 움직인다면 사물인터넷이라고 할 수 없다. 사람의 개입 없이도 냉장고가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 뒤, 이를 행동에 옮겨야만 진정한 사물인터넷인 것이다.

또 다른 이름, 스마트 홈
아직 우리에게 생소하기만한 사물인터넷이라는 용어를 스마트 홈이라고 불러도 크게 무관하지 않다. 사물인터넷의 시작이 곧 ‘스마트 홈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무선인터넷이 완벽하게 보급된 현재,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생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이제는 웬만한 전자 제품은 집 안에서 뿐 아니라 집 밖 어디에서도 손가락 하나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지구 반대편에 있더라도 집 실내 온도와 조명 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고, 심지어 CCTV와 시큐리티 기능을 통해 보안 상황과 비상시 조치 과정도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첨단 기술이 아직 널리 대중화된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본 주거 환경의 변화를 보면 스마트 홈이 구축된 집에서 익숙하게 생활할 날도 그리 머지않아 보인다. 게다가 이미 스마트 홈은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일상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스마트 홈 기능이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일상으로 들어가 살펴보자.

PM 18:30 퇴근 길, 직장인 김나현 씨의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냉장고가 말을 걸어온다.
“현재 남아 있는 식재료 리스트입니다. 남은 식재료로 요리 가능한 레시피를 보여드릴까요? 아니면 다른 식품들을 주문하시겠습니까?”
“냉동식품들 좀 보여줄래? 그리고 카레 4인분 재료도 부탁해.”

PM 19:30집에 도착한 나현 씨는 스마트 파킹 기능으로 주차를 마칠 때까지 운전석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현관에 다가가 스마트폰을 가까이 대자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으로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조명이 켜진다. 퇴근 시간에 맞춰 온도조절 장치가 가동됐기 때문에 집 안은 적정 온도인 20도를 유지하고 있다.

PM 19:40저녁 식사 준비를 위해 주방으로 향하는 나현 씨. 광파 오븐과 연계된 태블릿 PC에 냉장고가 알려준 식재료를 말하자 저녁 식사로 알맞은 레시피들이 소개된다. 메뉴를 선택하고 요리가 진행되는 동안 그녀는 거실 테이블에서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스마트폰을 통해 오븐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곧 ‘요리 완료’ 메시지가 뜬다.

PM 20:00가족이 식탁에 모여 식사를 시작한다. 갑자기 포크에서 드르륵 진동이 울린다. 식사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포크의 알림 메시지다. 이 포크는 총 식사시간부터 입 안에 포크가 들어가는 분당 횟수, 간격, 음식의 질량까지 측정해서 알려준다.

PM 21:30가족과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갑자기 거실 한 쪽에 놓인 약병에 불이 깜빡인다. 감기로 고생 중인 첫째 아이에게 약을 먹일 시간이라는 것이다. 약병은 불빛 외에도 오디오나 전화로 복용 시간을 알려준다.

PM 22:00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어 침대에 누우니 TV 등 불필요한 기기들이 자동으로 꺼지고 조명은 숙면에 도움이 되는 불빛으로 전환된다. 온도조절 장치가 평소 그녀가 선호하는 취침 온도로 바꾸고 실시간 날씨 정보를 받아 스스로 온도를 조절한다. 홈 CCTV는 눈을 크게 뜨고 현관과 창문을 통한 침입자가 있는지 계속해서 살핀다. 자정이 넘은 시각, 6개월 된 둘째 아이가 울자 방범 중인 CCTV에서 모차르트의 자장가가 흘러나온다.

AM 06:00
아침 기상 시간이 되자 알람 울림과 동시에 거실의 TV가 켜지면서 오늘의 날씨와 교통상황, 주요 뉴스 등이 화면과 음성을 통해 전달된다. 은은하게 켜져 있던 조명도 다시 밝고 환한 빛으로 전환되고, 주방에선 커피머신이 시간에 맞춰 NFC 스티커를 붙여 놓은 컵에 아메리카노를 내린다.

AM 07:40출근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자 실내조명이 자동으로 소등되고, 온도조절 장치도 실내에 사람이 없음을 인지하자 즉시 절약 모드로 전환된다. 나현 씨가 주차장으로 향하는 동안 방마다 설치된 블라인드가 자동으로 내려지고, 로봇청소기가 집 안 구석구석을 돌며 청소를 시작한다.

AM 08:40회사에 도착하고 나서야 전기밥솥의 스위치를 끄지 않고 나온 것이 생각났다.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앱을 통해 멀티탭의 콘센트 전원을 내린다. 나현 씨가 업무를 보는 동안 그녀의 스마트폰에는 집 안 상황이 실시간으로 보고된다.
이처럼 스마트 홈의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생활을 누리게 됐다. 이미 실생활에 사용되는 서비스도 있고, 개발은 완료됐지만 아직 보급이 덜 된 기술도 있다. 그러나 전기로 이용한 집이 홈오토를 거쳐 스마트 홈으로까지 계속 발전한 것을 보면 이 모든 기능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도 당연하게 이용하게 될 것이다.

스마트 홈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되나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스마트 홈 시장은 10조 1천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작년 대비 무려 22%나 성장한 결과로, 지금의 추세라면 2년 뒤인 2017년에는 약 18조 3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세부적으로는 스마트 TV 단말과 IPTV 등 스마트 미디어 분야가 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융합가전이 약 37%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두 분야에 비할 바는 아니나, 보안과 에너지 효율과 관련된 그린 홈 분야에도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스마트홈 시장은 아직까진 크게 대형 CE(Consumer Electronic) 제조사와 통신 3사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사물인터넷에 초점을 맞춘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삼성 스마트 홈’ 플랫폼을 출시하며, 스마트 홈 기술력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LG전자 역시 냉장고, 에어컨, 오븐, 청소기 등의 가전제품을 연동시키고, 지열 시스템과 열 회수 환기장치 등을 보급하며 저에너지 시스템으로까지 그 반경을 넓히고 있다. 앞서 본 나현 씨가 메신저를 통해 냉장고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LG전자의 ‘홈챗’ 기능을 활용한 것이다.
더불어 국내 통신 3사도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SKT는 11개 가전 및 냉난방 회사와 제휴 협약을 체결해 스마트 홈 시장에 전반적인 플랫폼을 형성하고 있으며, KT는 최근 USIM 기반의 NFC 스마트 도어락 출시와 함께 스마트 홈 폰을 통해 CCTV 보안, 모바일TV 및 음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GU+도 이와 유사한 형태인 홈 CCTV를 제공해 홈 시큐리티 시장부터 확대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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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홈은 분명 라이프 스타일을 보다 편안하고 안전하게 해주며, 여기에 경제적인 혜택까지 제공해준다. 그러나 편리함으로 가는 길목에서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도 상당하다. 특히 지나친 연결과 개방에 따르는 사생활 침해 가능성은 반드시 보완해야 할 과제이다. TV와 홈 CCTV, 도어락 등이 잘못 악용되면 재산 피해는 물론 개인정보 유출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또한, 통신규격의 표준화도 선행돼야 한다. 대형 업체들이 독자적인 표준만을 구축해 시장을 펼쳐나간다면, 과거 기술 중심과 공급자 위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유비쿼터스 시대의 과오를 거듭하게 될 것이다.田

전문가가 본 스마트 홈의 미래

최상만,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 경영전략본부 본부장
2015년 스마트 홈 시장은 B2B(신축 아파트 중심의 매립형 구조)에서 B2C(가전, 퍼니처, 조명, 보안 등 스마트 기능 디바이스) 산업으로 탈바꿈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또한, 통신사의 스마트 홈 서비스 상품 출시 경쟁과 맞물려 다양한 서비스와 디바이스 출시가 예상된다. 더불어 Google, Apple의 플랫폼과 국내 가전, 통신사의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표준화를 통한 개방형 스마트 홈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일 것이다.

박석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 연구 위원
앞으로 스마트 홈 구축과 컴퓨팅 인프라 및 서비스 형태의 전반적인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사용자의 습관과 의향은 더욱 자세히 연구되고 고려돼야 하며, 법적·윤리적 문제, 사용자와 제공자의 요건과 만족도에 대한 연구도 거듭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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