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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채소와 공기를 마실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전원에서의 생활은 젊은 사람일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자연을 즐기는 심성을 가르쳐 줄 수 있으니까요. 리모콘 하나로도 작동되는 ‘똑똑한 집’은 노인들에게 유용할 테죠.”

관악산 남쪽 마을에 위치한 초록색 지붕의 2층집은 공동생활을 더욱 즐겁게 하는 집이다. 과천의 아파트단지에서 생활했던 건축주는 올해 일흔아홉이신 부친이 건강을 돌보며 텃밭을 가꿀 수 있는 집으로 이주하기 위해 전원생활을 결심했다. 2002년 3월 전(田)과 대지 형태였던 250평을 평당 100만 원에 구입했고 곧바로 자료수집과 설계작업에 들어갔다.

공사기간은 7월 말부터 5개월 남짓 걸렸고 이듬해 1월 입주할 수 있었다. 과천시 갈현동은 도심에서 멀지않아 병원, 근린생활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숲으로 둘러싸인 덕에 공기가 맑다.

현재 이곳에는 건축주 내외와 부친, 외국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자녀, 이렇게 3대가 살고 있다. 설계 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해주면서 공동생활을 얼마만큼 즐길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또, 각 방향에서의 조망에 중점을 뒀고 설계기간만 3개월 가량 걸렸을 정도로 고심 끝에 완성한 작품이다.

설계와 시공을 맡은 (주)태건목조주택 김태우 사장은 주변 경관과 함께 주위의 집, 대지의 형태가 어울리도록 설계하기 위한 노력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설명한다. 우선 북쪽의 관악산을 전망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경사진 대지를 이용해 남쪽의 동산을 전망하는 것에 주안점을 맞추다 보니 설계 및 시공이 상당히 복잡해졌다.

“평면을 완성하고 보니 우스울 정도로 일그러져 있고 그것에 지붕을 만드는 작업이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설계가 어려웠으니 당연히 현장시공도 몇 곱절이나 어려웠지만 하루하루 문제점들을 해결해서 집이 완성되어 가는 걸 보며 보람을 느꼈죠. 처음 기초공사를 하고 나니 주위사람들이 많이 의아해했어요. 어떻게 지붕이 만들어질까 의심도 많이 하더군요. 본사에서 설계하고 시공한 집중에서 가장 어려운 집이었죠.”

관악산 전망이 가장 주안점이 돼 설계된 집의 정면은 북향이지만 여러 개의 창을 내 채광과 조망이 충분하다. 남쪽에 설치한 덱(Deck)은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유용하게 사용된다.

공동생활을 더욱 즐겁게 하는 공간활용
1층의 구조는 거실과 침실, 서재, 화장실, 주방, 다용도실로 구성돼 있다. 메인 거실과 구분되는 8각형의 돌출형 거실은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보조거실로 꾸몄다. 8각형의 보를 노출시켜 내벽을 황토로 마감하고 사방에 창을 내 여러 각도에서 조망이 가능하게 했다.

한쪽 벽면 전체를 책장으로 꾸며 다량의 책을 수납할 수 있고 컴퓨터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안주인을 위한 보물 같은 장소다. 접이식 사다리를 펴고 올라가면 아늑한 다락방처럼 꾸며져 있는데 이곳에서 그녀는 종종 일상을 잊고 편안한 모습으로 책을 읽는다고 설명한다.

거실을 지나면 노부(老父)를 위한 침실이 마련돼 있다. 방음과 단열이 우수한 창과 함께 문풍지가 발라진 분위기를 내는 창을 이용해 한옥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주방은 조리공간을 분리시켜 활용도를 높였다. 미닫이문을 달아서 환기가 필요한 음식의 조리는 독립된 공간을 이용한다.

욕실에는 작은 이벤트 공간이 마련돼 있다. 거실은 패브릭으로, 욕실은 타일로 마감한 공간이 마치 창처럼 열려 꼬마손님들을 위한 인형극이 가능한 쇼룸(Show-Room)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감각적인 시선으로 완성된 효율적인 설계
2층은 가족거실, 자녀의 침실과 부부 침실, 화장실과 다락방으로 구성돼 있다. 관악산의 전망이 가장 아름다운 2층 가족거실은 이 집의 가장 큰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거실 한쪽에 마련된 간이 세면대는 수납장 안에 감춰져 공간의 활용미를 더했다.

노출된 골조에 애자를 달고 문발을 얹어 초가집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두 개의 침실 사이에는 천창(Top-Light)이 뚫린 화장실이 있으며, 부부침실에 조그만 창을 내서 아래층과 직접 의사소통이 가능토록 했다.

실내 구조에는 미대출신인 안주인의 감각이 여러 곳에서 엿보인다. 주부의 시선으로 수납공간을 최대한 활용했으며 2층의 굴곡진 바닥 공간에 목조 골조를 노출시키고 조명을 달아 마치 음악당 같은 분위기를 연출시켰다.

집안 구석구석에 감각적인 소품이 눈길을 끄는데 이는 모두 안주인과 딸이 외국에 살 때 적은 돈으로 구입한 재활용품이다. 조금만 가꾸고 씻어내 분위기 있는 소품으로 활용했다. 난방은 도시가스를 이용하며 상수도와 지하수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관리비는 전기, 취사 난방비를 포함해서 30만 원 이내다.

전원으로 이주 후 달라진 것은 무엇보다 연세 많으신 부친의 건강이 회복된 점이다. 그는 봄과 여름이 되면 텃밭에 콩, 도라지, 고구마, 상추, 배추 등을 가꿔 수확하기도 한다.
가을엔 정성스레 가꾼 소국이 만개하여 온 집안에 꽃향기가 감돌고, 겨울엔 흰눈이 소복이 쌓인 소나무 숲이 장관을 이룬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최대한 활용하고 함께 누리며, 겸손한 자세로 답례하는 이들 가족과 믿음으로 완성된 시공사와의 친밀함이 더해져 전원에서의 하루가 즐거울 수 있는 것은 아닐까? 田

■ 글·사진 김혜영 기자

■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건축형태 : 2″×4″, 2″×6″ 목조주택
·부지면적 : 250평
·건축면적 : 64평(1층40평, 2층24평)
·실내구조 : 1층 - 거실, 침실1, 서재, 화장실, 주방, 다용도실
2층 - 가족거실0, 침실2, 침실3, 화장실
·외벽마감 : 인조석마감
·내벽마감 : 핸디코트
·천정마감 : 핸디코트
·지붕마감 : 아스팔트슁글
·바닥마감 : 온돌마루
·창 호 재 : 미국산 기성창호
·준 공 일 : 2001년 11월

■ 설계·시공 : 태건목조주택 (042-630-2310, www.tgho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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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생활을 더욱 즐겁게 하는 과천 64평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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