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주택&인테리어 검색결과
-
-
층층으로 쌓은 효율적인 공간, 김포 한스캐슬
- 집을 짓는 일이 얼마나 힘들면, ‘집 한 번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는 말이 생겼을까. 그래도 여건이 허락되면 한 번쯤 시도하고 싶은 게 나만의 전원(단독)주택 짓기다. 행동이 빨랐던 30대 부부는 예산 절반을 대출로 충당하고 김포에 오붓한 4인 가족을 위한 보금자리를 완성했다. 관리하기 편하면서 산뜻한 인테리어로 가족만의 개성과 취향을 담아낸 ‘한스캐슬’이다. 부부의 성이 같은 ‘한’씨라 남편이 한 씨만 모여 산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다.글 사진 백홍기 기자 취재협조 대지건축사사무소※ 기사 하단에 이 주택과 관련된 인터뷰와 영상을 링크시켰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이 알고 싶으시면 영상을 클릭해 주세요.HOUSE NOTE●DATA위치 경기 김포시 대능리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경량 목구조(다락)대지면적 217.00㎡(65.64평)건축면적 68.22㎡(20.63평)건폐율 31.44%연면적 136.44㎡(41.27평) 1층 68.22㎡(20.63평) 2층 68.22㎡(20.63평) 다락 68.22㎡(20.63평) ※면적 산정 제외용적률 62.88%설계 대지건축사사무소 070-7779-4455시공 건축주 직영 (홍태식 소장 010-2490-0768) 부부는 단독주택 건축을 계획하기 전, 한적한 시골생활을 바랐다. 하지만, 직장과 방범 문제로 집터를 김포에 있는 단독주택단지 수안마을로 결정했다. 규모가 제법 큰 단지라 시골스러운 맛은 없지만, 단지를 둘러싼 산이 도시 풍경과 소음을 차단해 자연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조용한 마을이다. “시골에서 생활하면서 아이들도 작은 시골학교에 보내고 싶었어요. 그런데 수도권에 멀리 벗어날 수 없다 보니 인근에서 알아본 거죠. 앞뒤 가까이에 집이 붙어 있어 좀 답답한 느낌이 들지만, 마음만은 편안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가 규모는 작지만, 학교 교육 방침이나 다양한 활동 수업이 있어서 마음에 들어요. 아이들도 학교에 가는 걸 너무 좋아하고요.” 단순한 입면이지만, 디자인을 가미한 조적과 외부 시선을 고려해 분산 배치한 창, 살짝 안으로 들인 현관 등으로 보는 즐거움이 있다. 부드러운 외관과 산뜻한 실내 겸비사각형 대지에 동향으로 앉힌 주택은 4m 도로에 인접한 북쪽에 주차장과 현관을 두고, 남쪽으로 지나는 8m 도로 측에 쪽문을 설치해 두 군데 출입구를 확보했다. 66평 대지에 네 가족이 머물 주택을 지어야 했기에 마당은 다소 밀려난 모양이다. 주택은 면적이 같은 3개 층을 포갠 정사각형 모양에 남쪽 입면 부분을 폭 3m, 길이 1.3m 돌출시켜 밋밋한 외형에 변화를 줬다. 현관이 있는 북쪽 외벽도 살짝 디자인을 가미해 심심하지 않다. 외벽은 철근콘크리트의 무게감을 흰색 고벽돌로 감싸 가벼운 느낌이다. 여기에 어두운색의 리얼징크로 지붕을 덮어 살포시 무게감을 줬다. 마당은 외벽처럼 관리하기 편한 석재를 깔고 담장을 따라 기다란 정원을 형성해 보는 즐거움도 놓치지 않았다. 마당은 관리가 편하도록 석재 데크로 깔고 담장 따라 다양한 식물을 식재해 예쁜 조경을 갖췄다. 인테리어는 부부의 취향이 달라 두 사람의 의견을 담아낼 수 없었다. 흰색 바탕에 목가구와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어 산뜻한 분위기를 낸 인테리어는 아내가 내부 마감재부터 창과 계단, 조명, 가구 등 모든 것을 일일이 챙긴 것이다.“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아는 게 없었어요. 조명은 물론 문손잡이 하나를 찾으려고 여러 곳을 뒤졌어요. 늘 찾는 게 일이였죠. 벽돌 쌓을 때도 곁에서 의논하며 도왔어요. 마당 옆에 화덕은 남은 벽돌로 직접 쌓은 거예요.” 아담한 크기의 현관 정면에 계단실이 보인다. 현관 전실 우측 벽에 낸 창으로 밝은 빛이 들어와 바닥을 밝힌다. ●MATERIAL외부마감 지붕 - 리얼징크 벽 - 백고벽돌, 스타코 플렉스 데크 - 현무암 판석내부마감 천장 - 고급 실크벽지(LG하우시스) 벽 - 고급 실크벽지(LG하우시스) 바닥 - 1층 포세린타일 2층 나투스진(동화자연마루)단열재 지붕 - 글라스울 25K(140T 가등급) 외단열 - 100T 비드법 보온판 1종 내단열 - 글라스울 25K(140T 가등급)계단실 디딤판 - 멀바우 집성목 난간 - 멀바우 집성목창호 3중유리 시스템 창호(이건창호)현관 알프라인 단열도어주요조명 태양조명주방가구 한샘위생기구 로얄 앤 컴퍼니난방기구 콘덴싱 가스보일러(경동나비엔)조경 이레가든빌리지 070-4177-1650 거실은 최초 설계단계에서 안방이 있던 자리였다. 시공 과정에서 설계를 변경해 안방 벽이었던 내력벽 일부가 남게 됐다. 하지만, 내력벽 뒤로 소파를 배치해 적당한 경계를 형성하면서 아늑한 거실이 됐다. 효율적인 공간 위해 실과 공간 재구성골조가 올라갈 때만 해도 주택의 형태가 사뭇 달랐다. 실내 공간은 1층에 안방과 주방이 배치돼 있어 거실이 복도처럼 좁았었다. 2층 아이 방과 3층 다락 옆에는 베란다와 옥상이 있었다. 지붕도 물매가 완만한 경사지붕이었다. 주방/식당에선 시선이 마당을 향한다. 개수대와 조리대를 설계 변경 과정에서 길게 빼 주방이 한결 넓어졌다. 냉장고 수납공간의 깊이를 깊게 해 한결 깔끔해졌다. 주방 모습 “처음엔 단지에 지을 수 있는 주택 타입이 정해져 있어서 그것을 따랐죠. 그런데 시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어요. 설계와 다르게 계단 폭을 50㎝로 한 거예요. 그리곤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그 시공사와 결별하고 골조만 완성된 상태에서 직영으로 시공한 거예요. 내친김에 설계도 변경해서 공간 구조를 바꿨어요.” 밋밋할 수 있는 계단실을 아내가 마감재와 디자인을 선택해 조형미를 갖춘 공간으로 꾸몄다.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으로 작은 창을 눈높이보다 높게 배치해 시선이 빼앗기지 않아 집중력을 높인 공간으로 계획했다. 오른쪽으로 계단실이 보인다. 설계를 의뢰받은 대지건축사사무소 건축가는 건축주 가족의 라이프스타일부터 분석했다. 초등학교 5, 6학년인 두 아들과 지낼 공간이 필요해 안방을 2층으로 올려 1층에 넓은 거실을 확보했다. 주방도 짧은 ‘ㄱ’자였던 싱크대를 조리대 부분을 늘려 ‘ㄷ’자로 변경해 공간이 넉넉해졌다. 식탁은 마당을 바라보게 주방 정면에 둬 시선이 시원하다. 주방과 거실 사이에 있던 내력벽(안방이 있던 자리)은 구조상 일부 남겨놓을 수밖에 없었지만, 오히려 시선을 차단해 두 공간의 경계 역할을 한다. 2층에 마련한 안방은 공간 활용을 위해 세탁실과 드레스룸을 일체형으로 했다. 안방은 남쪽만 외부와 면하기 때문에 채광과 환기를 위한 창을 가구에 맞춰 남향으로 2개 냈다. 아이 방의 벽 수납장은 골조 시공 후 창이 있던 자리를 설계 변경하는 과정에서 살려낸 것이다. 계단은 아내가 가장 공들인 공간이다. 층과 층을 연결하는 기능적인 공간에 디자인 요소를 담아 조형미를 갖췄다. 베란다가 있던 2층은 넓은 드레스룸과 세탁실을 갖춘 안방과 아이 방, 거실 형태의 공부방을 배치해 사적인 공간으로 변경했다. 5평이었던 다락도 목구조로 아래층과 같이 공간을 넓힌 뒤 박공지붕을 얹어 지금의 주택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다락은 지붕을 높이고 공간을 넓혀 수납과 놀이,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만들었다. 일생에 집을 한 번 짓기도 어렵다. 그러니 주택 건축 경험을 얻는다는 건 언감생심焉敢生心. 성공하든 실패하든 대부분 한 번의 집 짓기로 끝난다. 비록 엇박자로 출발해 생각지도 않은 직영 공사를 시도했지만, 부부는 주거 공간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진지한 접근으로 좋은 주택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 입면은 철근콘크리트조의 묵직함을 흰색 고벽돌로 감싸 가벼운 느낌을 담았다. 추가 [철근콘크리트, ALC주택] 층층으로 쌓은 효율적인 공간 김포 한스캐슬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 주택&인테리어
- 전원&단독주택
-
층층으로 쌓은 효율적인 공간, 김포 한스캐슬
집짓기 정보 검색결과
-
-
[전원주택으로 가는길] 왜, 힘들여 온 길을 되돌아가는가
- 전원주택은 우리가 생각하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은 아니다. 다시 말해 전원생활을 어린 시절에 읽은 동화 속 나라에 나오는 시골 풍경쯤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살았던 도시하고는 문화나 정서 그리고 모든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거기도 다 사람이 사는 곳인데 나라고 못 살겠어’ 하고 시작하다간 큰 코 다치는 수가 있다.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의 전원생활은 대체로 원만하다. 소싯적에 시골 생활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60년대만 하더라도 서울 사대문 밖은 다 시골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필자는 도시로 되돌아가는 젊은 세대들을 종종 본다. 그들은 왜, 돌아가는 것일까? 그동안 보고 느낀 점을 몇 가지 나열하면서 거기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이 글은 평범한 젊은이들이라면 전원생활을 불편하게 느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일부 동감한다는 고백을 전제로 한다. 출퇴근이 용이하지 않다는 생각 시간 계산이 아닌 거리상으로 사실 시간만을 말하자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물론 어디로 출퇴근을 하느냐가 관건이지만, 대개 시간이 아닌 거리상으로 본 관점인 것 같다. 도시로 되돌아가려는 사람들은 전원생활의 불편함 가운데 출퇴근 문제를 첫 번째로 꼽는다. 필자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도시에서는 가까운 거리라도 많은 시간을 버리고 다니지만 시골에서는 먼 길도 상당히 빠른 시간에 갈 수 있다. 이러한 이점을 염두에 두면 출퇴근이 용이하지 않다는 말은 그저 핑계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한 가지 더 필자의 경험을 예로 들어 보자. 필자도 처음 광주 퇴촌에서 4년간이나 논현동으로 출퇴근을 했고(약 45분 소요), 명동성당까지 1년간 출퇴근할 때도 승용차와 지하철을 이용해 1시간5분에서 10분 사이면 도착했다. 강동, 송파, 강남, 서초, 관악, 성동, 광진, 동대문, 노원, 중랑구 정도면 필자가 사는 곳에서 출퇴근을 해도 과히 불편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성남시나 하남시 등은 아주 가까운 지호지간(指呼之間)이다. 거리는 20킬로미터에서 멀게는 45킬로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을뿐더러 시간은 30∼40분에서 많이 걸려도 1시간 정도면 충분한 거리다. 그런데도 멀다고 느끼는 것은 아마도 다른 이유가 있어서일 게다. 편의 시설 부족과 문화생활의 갈증 도시에서는 운동복 차림으로 편의시설에 가는데 별 불편이 없었지만 전원은 어디를 가나 거의 차량을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도시는 문밖으로만 나서면 모든 편의시설이 즐비하지만 전원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꽤 오래 전, 처음으로 미국에 가서 친구네 집에서 묵었을 때의 일이다. 친구는 주 중에 필요한 식료품이나 생활필수품 목록을 꼼꼼히 적어 두었다가 주말에 대형 마켓에 가서 차분히 구입했다. 그것을 보면서 ‘미국 생활이란 것이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구나’ 하고 느낀 적이 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언제 어디에서나 필요한 물건들을 사는 데에 불편 없이 살았기에 미국 생활을 이해하지 못했다. 필자가 광주시 퇴촌면에 정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전원생활이 미국 생활하고 꼭 닮은꼴이다. 전원에서 생활하면 할수록 미국 생활이 매우 합리적이란 생각이 든다. 첫째는 많은 과소비(過消費)를 줄일 수 있어 좋고, 둘째는 참을성(忍耐)을 기를 수 있어 좋고, 셋째는 준비성(準備性)을 키울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처음 이곳에 내려왔을 때는 모든 것이 불편함 그 자체였다.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모터가 고장났을 때, 보일러가 작동하지 않을 때, 안테나를 설치하지 못해 텔레비전을 몇 개월 못 볼 때, 목재를 비롯하여 건축자재를 조금만 사려해도 먼 길을 가야만 할 때 등등 불편함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도시에서는 전화 한 통화면 만사 오케이 되던 일들이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지금은 필요로 하는 모든 일을 대부분 직접 처리하고 있다. 전문가답게 빠르게 잘 하지는 못하더라도 반풍수(半風水) 노릇은 한다. 그 모두 불편했기에 얻은 산지식이라고 생각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시골에는 주로 토박이들이 모든 걸 자급자족하다시피 하며 살았지만 요즘에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전원주택이 많이 들어선 수도권의 경우 그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필자가 이곳으로 이주해 왔던 12년 전에는 농협에서 운영하는 아주 조그마한 슈퍼마켓이 하나 있었다. 아침엔 늦게 열고 저녁엔 공무원 일과 시간에 맞추어 문을 닫았기 때문에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래서 개인이 운영하는 딱 한 곳뿐인 구멍가게를 자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잘 열리지 않는 미닫이 유리문을 여느라고 얼마나 자주 손톱을 다쳤는지! 그런데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곳에서 산 과자를 도시 어린이들은 불량식품이라며 아예 먹지도 않았다. 그랬던 일들이 아직도 뇌리를 스치며 쓴웃음을 짓게 한다. 12년간의 세월, 그 수많은 변화를 어찌 글로 다 표현하랴! 그만큼 세월이란 수레바퀴는 빨리 돌아가고 있다. 시간이 모든 걸 변화시킨다지만 요즘은 옛날과 비교하면 도무지 분간조차 못할 만큼 빠르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한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이젠 옛 이야기다. ‘일 년에도 강산은 변할 수 있다’로 바꿔 써야 하겠다. 과연 12년 후 이곳은 또 얼마나 변해 있을까? 우리는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밤의 문화를 중요시 여기는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밤 9시만 조금 넘어도 암흑천지(暗黑天地)로 바뀌는 컴컴한 시골이 마음에 들 리 없다. 도시 같으면 한창 떠들고 마시고 하면서 나름대로 젊음을 발산할 시간대 인데……. 그러니 밤에는 더욱 갈 곳 없는 현재의 전원생활에 불만을 갖기 마련이다. 영화나 연극 관람은 물론이요, 체육 시설도 부족하다. 돈을 들여서 하는 운동이야말로 진정한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그러한 공간조차 마련해 주지 못할 만큼 지금의 전원은 취약하기 때문이다. 전원생활이 비즈니스에 지장을 초래하는가 젊은이들은 가깝든 멀든 간에 이곳에서 떨어진 생활 전선에서 돈을 버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을 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퇴근 시간 후에도 잔업을 할 때가 있다. 또한 거래처를 접대할 때 저녁식사에 곁들여 한두 잔 마시던 반주(飯酒)가 아예 술자리로 이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런데 시골에서 살면 해넘이와 함께 버릇처럼 찾아오는 게 있다. 집이 멀다는 데서 오는 강박감과 그에 따르는 초조함이다. 식사가 맛있을 리 없고 접대가 잘될 리 없다. 젊은이들은 여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참아 넘기기 어려워한다. 이 문제만은 필자도 변명의 여지를 만들 수 없는, 긍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도시생활보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받는 스트레스 주5일 근무제는 전원주택이나 펜션 업계에 바람을 일으킨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젊은이들 대부분은 펜션으로 놀러 가는 것에는 신바람이 나도 전원주택에서 상주하는 건 꺼려한다. 전원에서는 모든 집안일을 손수 해야만 하는 불편함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들은 안팎으로 할 일이 많지만 젊은이들은 쉬는 날에도 마땅히 할 것을 못 찾아 무료함을 느낀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쉬는 날일수록 고민이 많다. 그렇다고 늙은 부모만 두고 여행을 떠나자니 너무나 속보이고……. 편한 자세로 텔레비전이나 비디오를 본다거나 낮잠을 즐길 수도 없다. 도시에서는 쉬는 날 리모컨을 조작하는 것 조차도 성가시게 생각했던 ‘편히 쉬어’ 자세의 생활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금 밖에서 잠시라도 가만히 있으면 몸살나는 어른들이 이 일 저 일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는 것이 우리들의 정서가 아닌가. 이 기회에 어른들에게 한 마디 해야겠다. 제발, 자식들이 쉬려고 할 때는 방해가 되는 일을 하지 말길 바란다. 어른들을 핑계삼아 전원생활을 시작한 가정이 많으므로 젊은이들에게도 너무 부담을 주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비가 올라치면 비설거지(비에 맞으면 안 되는 물건을 치우거나 덮는 일)를 하는 일에서부터 비 온 뒤 뒷정리, 눈 치우기, 얼음 깨기, 미끄러운 길에 흙 뿌리기……. 정원의 잔디 깎기, 가지치기, 나무 심기, 버팀목 대기, 낙엽 치우기, 얼지 않게 새끼줄 묶기……. 텃밭에 씨뿌리기, 잡초 뽑기, 거름주기, 김매기, 추수하기, 고추 말리기, 우거지 만들기, 김장하기……. 그리고 짐승들 돌보기(절대로 그냥 예쁘게 커 주질 않는다). 어디 그 뿐이랴! 지하수 모터에 보온 덮개 씌우기, 보일러에 기름 넣기, 고장 난 것 고치기 등등 일하려고 마음 먹으면 밤이 되어도 끝없는 게 전원생활이다. 이 모두 도시에서 살 때는 전혀 생각지도 않던 일들이다. 물론 단독주택에 살았다면 조금은 경험했겠지만……. 어른들에겐 소일(消日)거리가 있어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젊은이들은 직장생활에 찌든 몸과 마음을 쉬는 날 만큼은 꼼짝달싹 않은 채 그냥 푹 쉬고 싶어한다. 문제는 잔뜩 쌓여 있는 일들을 어른들이 하고 있기에 어떡할지 몰라 짜증을 낸다는 것이다. 그러한 까닭에 부득이한 일이 아니라면 주말이나 공휴일을 피해서 하라고 어른들에게 당부 드린다.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젊은이들이 푹 쉬고 난 다음에 하는 것은 어떨까? 푹 쉰 뒤에는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며 무엇인가 할 일을 찾는 것이 인간은 물론이요, 동물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힘이 들더라도 이 때까지만 참고 견디길 바란다. 그리고 이 때를 이용하여 ‘나 이거 좀 도와줄래~’ 하고 청한다면, 흔쾌히 일을 할 것이고 이처럼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야말로 그들에게는 새로운 취미나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편해야 되지 않겠는가! 열악하다고 단정을 짓는 교육환경 전원을 떠나 다시 도시로 유턴(U-Turn)하는 젊은이들의 십중팔구는 자녀의 교육문제를 가장 큰 이유로 삼는다. 교육열이 하늘을 찌르고도 남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전원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과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 사이에 괴리乖離가 많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필자는 묻고 싶다. 양질의 교육이 같은 또래들보다 글자 하나 더 먼저 알고, 영어 단어 한 개 더 외우고, 수학 문제 몇 개 더 푸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속으로는 필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실제는 그렇지 못한 것이 자녀의 교육문제인 것 같다. 더욱이 초등학교, 중학교까지는 면面 단위에서도 공부할 수 있지만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인근 도시로 통학해야 하는 등 갖가지 번거로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서울에서도 8학군으로 못가는 것이 한으로 맺힌 젊은 부부들의 한결같은 고민일 것이다. 그러나 도시의 학교생활보다 훨씬 좋은 면이 많이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전원에서 생활하는 어린이들은 건강하다 자연이라는 아주 멋진 벗과 어울리다 보면 도시 어린이들보다 많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시골에서 생활하다 보면 자연이라는 환경 자체가 절로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저절로 자연과 사회생활 공부를 한다 계절의 변화나 동식물의 성장 과정 등등이 체험으로 얻는 자연 공부라면, 명절 때면 어김없이 치르는 동네 행사인 척사대회나 널뛰기, 그네뛰기, 제기차기 등등의 놀이는 우리나라 민속의 산 역사를 배우는 사회교육의 장이다. 이 밖에도 저절로 얻어지는 그러나 돈을 주고도 할 수 없는 공부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도시 어린이들은 옆집 할아버지 할머니도 잘 알지 못하지만 전원에서 생활하는 어린이들은 동네 어른들을 만나면 깍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참으로 예의 바르고 착하다. 전원의 어린이들은 방학 때 예절을 배우러 굳이 청학동으로 갈 필요가 없다. 실생활에서 예절을 터득하면서 생활의 일부분으로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전원에서 생활하는 어린이들은 편협하지 않다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어린이들은 도시 어린이들보다 마음이 아주 넓다. 신비스런 변화를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그러나 한 번도 같은 것이 없는 자연은 어린이들에게 일상의 권태를 잊게 하고, 인내를 가르치며 그것을 통해 사랑의 참뜻을 깨닫게 한다. 또한 항상 모자라는 것을 채워 주는 소박하고 진정한 가족 사랑으로까지 자연스레 이어진다. 가족 사랑을 깨닫는 것만큼 더 큰 보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렇게 해서 얻은 참된 사랑을 자라면서 모든 것에 나누어준다. 이렇듯 참된 사랑이 몸에 밴 어린이들이 편협한 행동을 할 수 있겠는가?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식의 개인주의가 팽배한 도시 어린이들보다 서로를 위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곳이 바로 전원이다. 여기에는 학교나 동네에서 자주 만날 수밖에 없는 넓지 않은 지역 환경이 한몫을 한 다. 만남이 잦으면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사이가 조금 벌어졌더라도 이내 풀리고 마는 것이 어린이들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적은 인구와 좁은 동네가 그것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준다. 전원에서 생활하는 어린이들은 상식이 풍부하다 학교를 마치기 무섭게 학원으로 분주히 발길을 옮기는 도시 어린이들보다 산으로 들로 맘껏 뛰어다니며 보는 것이 많은 전원의 어린이들은 실생활에 필요한 상식을 많이 배울 수밖에 없다. 이것이 산지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전원의 어린이들은 친구가 많다 도시의 어린이들은 이사를 자주 다니기에 사귈 만하면 헤어진다. 그러나 전원에서 생활하는 어린이들은 한 반에 몇 안 되는 친구는 물론, 같은 학년 친구와 전교생이 모두 선후배의 돈독한 정을 나눈다. 도시에서 만나는 시골학교의 동창회를 상상해 보라. 필자는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나왔지만 아직까지 그 때의 친구들을 거의 만난 적이 없다. 도시민들의 잦은 이사가 가지고 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이곳 초등학교 동창회에 가서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되어서까지 부러울 만큼 많은 정을 나누고 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친구라지만 사실, 함께 옛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나눌 추억거리가 있어야 친구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동기 동창생이라고 다 친구일 수는 없지 않은가! 도시의 학교에서는 많은 동기 동창생이 있지만 과연 우리는 그 중에서 몇 명과 친교(親交)를 나누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在京 ○○鄕友會’는 고사하고라도 ‘在京 S초등학교 同窓會’라든가, ‘在京 H중학교 同窓會’ 같은 ‘在京’이 들어가는 모임을 우리는 신문지상으로도 자주 접한다. 그러나 ‘在경기도 서울 미동초등학교 同窓會’라든가, ‘在전라도 수송 초등학교 同窓會’ 같은 얘기를 들어 보았는가? 아마도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많다는 것이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할 때 얼마나 좋은가는 부언하지 않아도 잘 알리라 믿는다. 지금 잘나간다는 사람들의 측근들을 상기해 보자! 이렇게 많은 장점이 있는데도 결국, 나의 이상향(理想鄕)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온 길로 되돌아가고 만다. 지금까지 얘기한 몇 가지 이유를 극복하지 못한 채 전원생활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간혹 있다. 2대가 함께 내려 온 가정의 젊은이들은 다시 도시로 떠나고 만다. 늙은이들만 남겨 둔 채로……. 그러나 여러 가지 불만이나 불편을 감수한 채 1년 만이라도 꾹 참았더라면 전원생활을 쉽사리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불편과 불만보다는 만족스러운 부분이 더 많다는 사실을 차츰차츰 깨닫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시간을 못 참고 떠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전원생활을 한 시간은 비록 얼마되지 않지만 그들은 맘속으로나마 전원생활의 좋은 점을 인정한다. 그리고는 ‘나도 애들 학교문제만 해결되면 다시 전원으로 돌아와야지’ 하고 각오를 굳힌다. 田 ■ 글 양정일 글쓴이 양정일은 경기도 광주군 퇴촌면에 있는 한국전원 부동산 컨설팅에서 전원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컨설팅을 해주고 있습니다.
-
- 집짓기 정보
- 건축정보
-
[전원주택으로 가는길] 왜, 힘들여 온 길을 되돌아가는가
뉴스/칼럼 검색결과
-
-
[임차로 전원생활 하기] 보은 소여분교 폐교를 예술의 전당으로 동화작가 노정옥과 화가 원덕식
- 충북 보은 산골짜기 굽이굽이 들어가다 보면 작은 단층의 폐교가 손님을 반긴다. 지난해 이맘때 들어와 세 계절 기나긴 보수 여정을 마친 노정옥·원덕식 부부는 이곳에 신혼집을 차리기로 하고 미술관과 작업실도 만들었다. 사람 손길이 곳곳에 닿은 듯 보이는 폐교 구석구석에, 운동장 한 편에 즐거운 낯으로 서 있는 눈사람에 예술가부부의 희망이 쌓여 있다.글 권정희 기자 사진 홍정기 기자 수업은 멈췄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폐교에서 꿈을 꾸고 희망을 그린다. 전원의 고요함 속에서 창작활동에 열중하는 동화작가 노정옥(43세) 씨와 화가 원덕식(40세) 씨의 보금자리는 쉽지 않은 노력 끝에 나왔다. 지금은 폐교가 된 충북 보은 관기초 소여분교에 지난해 1월에 입주한 그들은 장장 9개월에 걸친 대수리를 마치고서야 온전한 둥지를 틀 수 있었다. 화장실이 없어 조립식으로 설치하고 사람이 살지 않던 사택에 새로 페인트칠 하고, 이곳 저곳에서 모은 가구들을 손수 옮겨 터전으로 가꿨다. 긴 돌담을 쌓은 것을 제외하고 이들의 손이 안간데가 없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원 씨는 화가 지인들과 이곳에서 전시회를 열기 위해 그림 작업으로 분주했고 전시회 오프닝과 동시에 노 씨와 원 씨의 신혼집 운동장에서 결혼식을 올리며 평생을 함께하자 다짐했다. 낙찰에 3개월, 수리에 9개월대학생 시절부터 시골학교에서 생활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는 원 씨는 오랜 기간 이곳저곳에서 폐교 활용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고 다녔다. 점차 늘어난 폐교 수에 비례해 임대료는 적어 졌다지만 서울 근교의 폐교를 낙찰 받기는 어려웠다. 몇 번의 고배 끝에 얻은 보은 소여분교는 전형적인 여느 시골학교처럼 한적하고 아담해 흡족했다.여기서 사업을 했던 이전 입주자의 바통을 이어받았기에 대대적인 수리에 들어갔다. 인부를 불러 간단히 처리할 수 있었지만 손수 하고 싶었단다. 한 땀 한 땀 정성 들인 수제화, 수제 가방처럼 그들의 정성이 묻어나는 곳을 만들려고 했다. 이곳까지 온 것도 그들이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으니 당연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한 그 실행력이 대단하다.임대 받기로 마음먹고 3개월이 걸렸다. 교육청 홈페이지와 폐교 임대 전문 사이트 온비드를 들락거리며 도마다 다른 임대기간과 임대료 등을 비교하며 낙찰에 참여했다. 원 씨는 폐교 임대를 위한 조언으로 '발로 뛰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사이트에 학교 소재지 및 면적, 가격이 제공되는데 그것만으로 원하는 요구사항에 적합한지 파악하기 어렵죠. 역시 직접 가봐야 해요.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내가 살 만한 곳인가, 누가 어떻게 썼던 곳인가, 장기 방치된 곳이 많기 때문에 보수공사하면 쓸 만한 곳인지 등등."낙찰금을 일시불로 내야 한다는 것은 폐교 임대의 단점이라고 했다."임대금을 분납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 낙후된 시설을 공사하는 데도 돈이 적잖이 들어가고요."농촌 폐교는 대체로 주변 경관이 우수하며 건축물을 신축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임대 상황이라 각종 시설 설치·보수 등에 제약이 있고 대부분 폐교를 사용하는 이들이 외지인이라 지역사회와의 교류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전시회 보러 산 넘어 온 주민예술가 부부가 지내는 응접실 한 편에는 부부의 행복한 결혼식 사진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10월 결혼식과 함께 개최한 미술전 '폐교에서 길을 묻다'를 보기 위해 방문한 하객 및 관람자들 사이에서 이들 부부의 웃음이 아름답다."미술관을 개관하면서 이곳이 특별한 곳이 되기보다 지역 주민과 문화적 소통을 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했어요.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그런 곳이요."전시회 소식은 조금 뒤늦게 산을 넘고 넘어 먼 마을에까지 전해졌다."전시회 끝나고 일주일쯤 됐나. 전화가 오더니 '동사무소에 가 보고 좀 늦게 전시회 소식을 알았는데 지금보러 가도 되느냐' 하시더라고요. 옆 마을 주민이라는데 청주에 사시는 할아버지였어요. 전시회가 끝나서 와도 작품이 몇개 없다고 괜찮으시냐고 여쭸는 데 괜찮다며 자전거를 타고 찾아와 작품을 관람하고 가셨죠."각종 전시회가 끊이지 않는 도시와 달리 문화 접촉의 기회가 많지 않은 시골에서는 작은 행사가 주민들에게 큰 화제가 되기도 한다. 이 마을의 자랑스러운 공간이 되길 바라는 이들의 소망은 주민들의 관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예술촌 만들어 꿈과 희망 나누고 싶어서울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원 씨나 작품활동에 여념이 없던 노 씨 모두 바쁘고 좁은 도심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들에게는 작품에 몰두할 수 있는 조용한 환경이 필요했다. 이제 그들이 원하던 공간을 마련한 부부는 아이들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창작 활동도 궁리해본다."아이들에게 상상력과 논리력이 겸비된 활동을 하게 하고 싶어요. 그림을 보며 떠오른 느낌을 글로 쓸 수도 있고 글을 읽고 드는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보은으로 온 뒤 자급자족하는 삶에 만족하는 그들은 건강이 좋아졌다고 한다. 육류를 제외하고 텃밭에서 채소를 손수 길러 따 먹는 생활을 하니 자연스레 운동이 된다고.부부의 작업실을 제외하고 남은 7개의 교실은 준비되는 대로 공고를 통해 사용할 예술가들을 모집할 예정이다. 작품 활동에 몰두하기 위해 교외를 찾은 예술가들과 모여 더 큰 작품 세계를 만들 계획도 세워본다."그들이 오면 공동 작업을 하고 싶어요. 작가들이 서로 문화적 교류를 하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아요."1월 홍콩 전시회로 분주한 원 씨는 작업이 끝나면 개인 작품 활동을 하며 남편과 함께 여름캠프를 준비하려 한다. 예술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은 그들은 새싹 같은 아이들에게 거름이 될 꿈과 배움을 주고 싶다.
-
- 뉴스/칼럼
- 전원칼럼
-
[임차로 전원생활 하기] 보은 소여분교 폐교를 예술의 전당으로 동화작가 노정옥과 화가 원덕식
-
-
전원에서 살려면 이 정도는 알아야(4)
- 왜, 힘들여 온 길을 되돌아가는가 전원주택은 우리가 생각하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은 아니다. 다시 말해 전원생활을 어린 시절에 읽은 동화 속 나라에 나오는 시골 풍경쯤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살았던 도시하고는 문화나 정서 그리고 모든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거기도 다 사람이 사는 곳인데 나라고 못 살겠어' 하고 시작하다간 큰 코 다치는 수가 있다.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의 전원생활은 대체로 원만하다. 소싯적에 시골 생활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60년대만 하더라도 서울 사대문 밖은 다 시골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필자는 도시로 되돌아가는 젊은 세대들을 종종 본다. 그들은 왜, 돌아가는 것일까? 그동안 보고 느낀 점을 몇 가지 나열하면서 거기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이 글은 평범한 젊은이들이라면 전원생활을 불편하게 느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일부 동감한다는 고백을 전제로 한다. 출퇴근이 용이하지 않다는 생각 시간 계산이 아닌 거리상으로 사실 시간만을 말하자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물론 어디로 출퇴근을 하느냐가 관건이지만, 대개 시간이 아닌 거리상으로 본 관점인 것 같다. 도시로 되돌아가려는 사람들은 전원생활의 불편함 가운데 출퇴근 문제를 첫 번째로 꼽는다. 필자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도시에서는 가까운 거리라도 많은 시간을 버리고 다니지만 시골에서는 먼 길도 상당히 빠른 시간에 갈 수 있다. 이러한 이점을 염두에 두면 출퇴근이 용이하지 않다는 말은 그저 핑계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한 가지 더 필자의 경험을 예로 들어 보자. 필자도 처음 광주 퇴촌에서 4년간이나 논현동으로 출퇴근을 했고(약 45분 소요), 명동성당까지 1년간 출퇴근할 때도 승용차와 지하철을 이용해 1시간5분에서 10분 사이면 도착했다. 강동, 송파, 강남, 서초, 관악, 성동, 광진, 동대문, 노원, 중랑구 정도면 필자가 사는 곳에서 출퇴근을 해도 과히 불편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성남시나 하남시 등은 아주 가까운 지호지간(指呼之間)이다. 거리는 20킬로미터에서 멀게는 45킬로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을뿐더러 시간은 30∼40분에서 많이 걸려도 1시간 정도면 충분한 거리다. 그런데도 멀다고 느끼는 것은 아마도 다른 이유가 있어서일 게다. 편의 시설 부족과 문화생활의 갈증 도시에서는 운동복 차림으로 편의시설에 가는데 별 불편이 없었지만 전원은 어디를 가나 거의 차량을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도시는 문밖으로만 나서면 모든 편의시설이 즐비하지만 전원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꽤 오래 전, 처음으로 미국에 가서 친구네 집에서 묵었을 때의 일이다. 친구는 주 중에 필요한 식료품이나 생활필수품 목록을 꼼꼼히 적어 두었다가 주말에 대형 마켓에 가서 차분히 구입했다. 그것을 보면서 '미국 생활이란 것이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구나' 하고 느낀 적이 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언제 어디에서나 필요한 물건들을 사는 데에 불편 없이 살았기에 미국 생활을 이해하지 못했다. 필자가 광주시 퇴촌면에 정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전원생활이 미국 생활하고 꼭 닮은꼴이다. 전원에서 생활하면 할수록 미국 생활이 매우 합리적이란 생각이 든다. 첫째는 많은 과소비(過消費)를 줄일 수 있어 좋고, 둘째는 참을성(忍耐)을 기를 수 있어 좋고, 셋째는 준비성(準備性)을 키울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처음 이곳에 내려왔을 때는 모든 것이 불편함 그 자체였다.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모터가 고장났을 때, 보일러가 작동하지 않을 때, 안테나를 설치하지 못해 텔레비전을 몇 개월 못 볼 때, 목재를 비롯하여 건축자재를 조금만 사려해도 먼 길을 가야만 할 때 등등 불편함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도시에서는 전화 한 통화면 만사 오케이 되던 일들이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지금은 필요로 하는 모든 일을 대부분 직접 처리하고 있다. 전문가답게 빠르게 잘 하지는 못하더라도 반풍수(半風水) 노릇은 한다. 그 모두 불편했기에 얻은 산지식이라고 생각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시골에는 주로 토박이들이 모든 걸 자급자족하다시피 하며 살았지만 요즘에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전원주택이 많이 들어선 수도권의 경우 그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필자가 이곳으로 이주해 왔던 12년 전에는 농협에서 운영하는 아주 조그마한 슈퍼마켓이 하나 있었다. 아침엔 늦게 열고 저녁엔 공무원 일과 시간에 맞추어 문을 닫았기 때문에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래서 개인이 운영하는 딱 한 곳뿐인 구멍가게를 자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잘 열리지 않는 미닫이 유리문을 여느라고 얼마나 자주 손톱을 다쳤는지! 그런데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곳에서 산 과자를 도시 어린이들은 불량식품이라며 아예 먹지도 않았다. 그랬던 일들이 아직도 뇌리를 스치며 쓴웃음을 짓게 한다. 12년간의 세월, 그 수많은 변화를 어찌 글로 다 표현하랴! 그만큼 세월이란 수레바퀴는 빨리 돌아가고 있다. 시간이 모든 걸 변화시킨다지만 요즘은 옛날과 비교하면 도무지 분간조차 못할 만큼 빠르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한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이젠 옛 이야기다. '일 년에도 강산은 변할 수 있다'로 바꿔 써야 하겠다. 과연 12년 후 이곳은 또 얼마나 변해 있을까? 우리는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밤의 문화를 중요시 여기는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밤 9시만 조금 넘어도 암흑천지(暗黑天地)로 바뀌는 컴컴한 시골이 마음에 들 리 없다. 도시 같으면 한창 떠들고 마시고 하면서 나름대로 젊음을 발산할 시간대 인데……. 그러니 밤에는 더욱 갈 곳 없는 현재의 전원생활에 불만을 갖기 마련이다. 영화나 연극 관람은 물론이요, 체육 시설도 부족하다. 돈을 들여서 하는 운동이야말로 진정한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그러한 공간조차 마련해 주지 못할 만큼 지금의 전원은 취약하기 때문이다. 전원생활이 비즈니스에 지장을 초래하는가 젊은이들은 가깝든 멀든 간에 이곳에서 떨어진 생활 전선에서 돈을 버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을 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퇴근 시간 후에도 잔업을 할 때가 있다. 또한 거래처를 접대할 때 저녁식사에 곁들여 한두 잔 마시던 반주(飯酒)가 아예 술자리로 이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런데 시골에서 살면 해넘이와 함께 버릇처럼 찾아오는 게 있다. 집이 멀다는 데서 오는 강박감과 그에 따르는 초조함이다. 식사가 맛있을 리 없고 접대가 잘될 리 없다. 젊은이들은 여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참아 넘기기 어려워한다. 이 문제만은 필자도 변명의 여지를 만들 수 없는, 긍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도시생활보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받는 스트레스 주5일 근무제는 전원주택이나 펜션 업계에 바람을 일으킨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젊은이들 대부분은 펜션으로 놀러 가는 것에는 신바람이 나도 전원주택에서 상주하는 건 꺼려한다. 전원에서는 모든 집안일을 손수 해야만 하는 불편함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들은 안팎으로 할 일이 많지만 젊은이들은 쉬는 날에도 마땅히 할 것을 못 찾아 무료함을 느낀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쉬는 날일수록 고민이 많다. 그렇다고 늙은 부모만 두고 여행을 떠나자니 너무나 속보이고……. 편한 자세로 텔레비전이나 비디오를 본다거나 낮잠을 즐길 수도 없다. 도시에서는 쉬는 날 리모컨을 조작하는 것 조차도 성가시게 생각했던 '편히 쉬어' 자세의 생활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금 밖에서 잠시라도 가만히 있으면 몸살나는 어른들이 이 일 저 일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는 것이 우리들의 정서가 아닌가. 이 기회에 어른들에게 한 마디 해야겠다. 제발, 자식들이 쉬려고 할 때는 방해가 되는 일을 하지 말길 바란다. 어른들을 핑계삼아 전원생활을 시작한 가정이 많으므로 젊은이들에게도 너무 부담을 주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비가 올라치면 비설거지(비에 맞으면 안 되는 물건을 치우거나 덮는 일)를 하는 일에서부터 비 온 뒤 뒷정리, 눈 치우기, 얼음 깨기, 미끄러운 길에 흙 뿌리기……. 정원의 잔디 깎기, 가지치기, 나무 심기, 버팀목 대기, 낙엽 치우기, 얼지 않게 새끼줄 묶기……. 텃밭에 씨뿌리기, 잡초 뽑기, 거름주기, 김매기, 추수하기, 고추 말리기, 우거지 만들기, 김장하기……. 그리고 짐승들 돌보기(절대로 그냥 예쁘게 커 주질 않는다). 어디 그 뿐이랴! 지하수 모터에 보온 덮개 씌우기, 보일러에 기름 넣기, 고장 난 것 고치기 등등 일하려고 마음 먹으면 밤이 되어도 끝없는 게 전원생활이다. 이 모두 도시에서 살 때는 전혀 생각지도 않던 일들이다. 물론 단독주택에 살았다면 조금은 경험했겠지만……. 어른들에겐 소일(消日)거리가 있어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젊은이들은 직장생활에 찌든 몸과 마음을 쉬는 날 만큼은 꼼짝달싹 않은 채 그냥 푹 쉬고 싶어한다. 문제는 잔뜩 쌓여 있는 일들을 어른들이 하고 있기에 어떡할지 몰라 짜증을 낸다는 것이다. 그러한 까닭에 부득이한 일이 아니라면 주말이나 공휴일을 피해서 하라고 어른들에게 당부 드린다.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젊은이들이 푹 쉬고 난 다음에 하는 것은 어떨까? 푹 쉰 뒤에는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며 무엇인가 할 일을 찾는 것이 인간은 물론이요, 동물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힘이 들더라도 이 때까지만 참고 견디길 바란다. 그리고 이 때를 이용하여 '나 이거 좀 도와줄래~' 하고 청한다면, 흔쾌히 일을 할 것이고 이처럼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야말로 그들에게는 새로운 취미나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편해야 되지 않겠는가! 열악하다고 단정을 짓는 교육환경 전원을 떠나 다시 도시로 유턴(U-Turn)하는 젊은이들의 십중팔구는 자녀의 교육문제를 가장 큰 이유로 삼는다. 교육열이 하늘을 찌르고도 남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전원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과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 사이에 괴리乖離가 많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필자는 묻고 싶다. 양질의 교육이 같은 또래들보다 글자 하나 더 먼저 알고, 영어 단어 한 개 더 외우고, 수학 문제 몇 개 더 푸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속으로는 필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실제는 그렇지 못한 것이 자녀의 교육문제인 것 같다. 더욱이 초등학교, 중학교까지는 면面 단위에서도 공부할 수 있지만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인근 도시로 통학해야 하는 등 갖가지 번거로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서울에서도 8학군으로 못가는 것이 한으로 맺힌 젊은 부부들의 한결같은 고민일 것이다. 그러나 도시의 학교생활보다 훨씬 좋은 면이 많이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전원에서 생활하는 어린이들은 건강하다 자연이라는 아주 멋진 벗과 어울리다 보면 도시 어린이들보다 많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시골에서 생활하다 보면 자연이라는 환경 자체가 절로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저절로 자연과 사회생활 공부를 한다 계절의 변화나 동식물의 성장 과정 등등이 체험으로 얻는 자연 공부라면, 명절 때면 어김없이 치르는 동네 행사인 척사대회나 널뛰기, 그네뛰기, 제기차기 등등의 놀이는 우리나라 민속의 산 역사를 배우는 사회교육의 장이다. 이 밖에도 저절로 얻어지는 그러나 돈을 주고도 할 수 없는 공부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도시 어린이들은 옆집 할아버지 할머니도 잘 알지 못하지만 전원에서 생활하는 어린이들은 동네 어른들을 만나면 깍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참으로 예의 바르고 착하다. 전원의 어린이들은 방학 때 예절을 배우러 굳이 청학동으로 갈 필요가 없다. 실생활에서 예절을 터득하면서 생활의 일부분으로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전원에서 생활하는 어린이들은 편협하지 않다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어린이들은 도시 어린이들보다 마음이 아주 넓다. 신비스런 변화를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그러나 한 번도 같은 것이 없는 자연은 어린이들에게 일상의 권태를 잊게 하고, 인내를 가르치며 그것을 통해 사랑의 참뜻을 깨닫게 한다. 또한 항상 모자라는 것을 채워 주는 소박하고 진정한 가족 사랑으로까지 자연스레 이어진다. 가족 사랑을 깨닫는 것만큼 더 큰 보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렇게 해서 얻은 참된 사랑을 자라면서 모든 것에 나누어준다. 이렇듯 참된 사랑이 몸에 밴 어린이들이 편협한 행동을 할 수 있겠는가?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식의 개인주의가 팽배한 도시 어린이들보다 서로를 위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곳이 바로 전원이다. 여기에는 학교나 동네에서 자주 만날 수밖에 없는 넓지 않은 지역 환경이 한몫을 한 다. 만남이 잦으면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사이가 조금 벌어졌더라도 이내 풀리고 마는 것이 어린이들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적은 인구와 좁은 동네가 그것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준다. 전원에서 생활하는 어린이들은 상식이 풍부하다 학교를 마치기 무섭게 학원으로 분주히 발길을 옮기는 도시 어린이들보다 산으로 들로 맘껏 뛰어다니며 보는 것이 많은 전원의 어린이들은 실생활에 필요한 상식을 많이 배울 수밖에 없다. 이것이 산지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전원의 어린이들은 친구가 많다 도시의 어린이들은 이사를 자주 다니기에 사귈 만하면 헤어진다. 그러나 전원에서 생활하는 어린이들은 한 반에 몇 안 되는 친구는 물론, 같은 학년 친구와 전교생이 모두 선후배의 돈독한 정을 나눈다. 도시에서 만나는 시골학교의 동창회를 상상해 보라. 필자는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나왔지만 아직까지 그 때의 친구들을 거의 만난 적이 없다. 도시민들의 잦은 이사가 가지고 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이곳 초등학교 동창회에 가서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되어서까지 부러울 만큼 많은 정을 나누고 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친구라지만 사실, 함께 옛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나눌 추억거리가 있어야 친구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동기 동창생이라고 다 친구일 수는 없지 않은가! 도시의 학교에서는 많은 동기 동창생이 있지만 과연 우리는 그 중에서 몇 명과 친교(親交)를 나누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在京 ○○鄕友會'는 고사하고라도 '在京 S초등학교 同窓會'라든가, '在京 H중학교 同窓會' 같은 '在京'이 들어가는 모임을 우리는 신문지상으로도 자주 접한다. 그러나 '在경기도 서울 미동초등학교 同窓會'라든가, '在전라도 수송 초등학교 同窓會' 같은 얘기를 들어 보았는가? 아마도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많다는 것이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할 때 얼마나 좋은가는 부언하지 않아도 잘 알리라 믿는다. 지금 잘나간다는 사람들의 측근들을 상기해 보자! 이렇게 많은 장점이 있는데도 결국, 나의 이상향(理想鄕)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온 길로 되돌아가고 만다. 지금까지 얘기한 몇 가지 이유를 극복하지 못한 채 전원생활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간혹 있다. 2대가 함께 내려 온 가정의 젊은이들은 다시 도시로 떠나고 만다. 늙은이들만 남겨 둔 채로……. 그러나 여러 가지 불만이나 불편을 감수한 채 1년 만이라도 꾹 참았더라면 전원생활을 쉽사리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불편과 불만보다는 만족스러운 부분이 더 많다는 사실을 차츰차츰 깨닫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시간을 못 참고 떠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전원생활을 한 시간은 비록 얼마되지 않지만 그들은 맘속으로나마 전원생활의 좋은 점을 인정한다. 그리고는 '나도 애들 학교문제만 해결되면 다시 전원으로 돌아와야지' 하고 각오를 굳힌다. 田 글 양정일 <부동산 컨설턴트>글쓴이 양정일은 경기도 광주군 퇴촌면에 있는 한국전원 부동산 컨설팅에서 전원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컨설팅을 해주고 있습니다. <031-767-9966>
-
- 뉴스/칼럼
- 전원칼럼
- 컬럼
-
전원에서 살려면 이 정도는 알아야(4)
-
-
시골폐교에 둥지틀고 도시 - 농촌짝짓기 : 장수 ‘하늘내 들꽃마을’ 박일문
- "북망산천이 머다더니 내 집 앞이 북망일세~ 이제 가면 언제오나 오실 날을 일러 주오~"선소리꾼의 메기는 소리에,"에헤 에헤에에 너화 넘자 너화 너~"상여 멘 상여꾼들이 뒷소리를 받는다. 그 뒤로 상주가 차마 고개를 못 들고, 마을 사람들이 구슬프게 늘어진다. 상여에 올라 탄 망자亡者는 자신을 위해 들려주는 마지막 이생의 노래에 귀 기울이고 이생의 미련을 접으려 한다. 정든 땅을 밟는 마지막 걸음이 무겁다.경기도 일산을 떠나 전라북도 장수군 천천면 연평리에 귀촌한 박일문 씨도 주민의 일원으로 상행을 뒤따른다. 도시에서는 익숙지 않은 풍경이다. 그러나 앞으로 얼마나 익숙한 풍경이 될 것인가 생각하면 기분이 착잡하다."시골이 다 그렇겠지만 20가구 남짓한 이 마을에는 젊은이는 다 떠나고 50여 분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살고 있어요. 아이들과 젊은이를 찾아보기 힘들지요. 마을을 지탱하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마저 세상을 떠나시고 나면 이 마을에는 빈 집만 남고, 결국 죽은 마을 죽은 농촌이 되는 거지요." 시골 폐교에 둥지 튼 사연 대기업 홍보 책임을 담당하던 박일문 씨가 농촌 사회에 확대경을 들이댄 계기는 기존 관행과 도시 삶의 팍팍함을 벗어던지고 친환경제품 유통 회사를 차려 생의 전환점을 가진 것이었다. 도시에 사무실을 차린 그는 인터넷쇼핑몰 이름을 '내추럴존(Naturalzone-자연지대)'이라고 지으면서 명칭과 사업 내용과도 부합되는 곳으로 사무실 이전을 계획하게 됐다. 수도권 접근성이 좋기에 도시인의 발길이 잦아 도시 못지않은 인파와 자연 훼손이 진행된 경기 강원 지역을 지양하고 그의 고향이 있기도 한 전라도 지역 위주로 적당한 부지를 살폈다고 한다. 비용 절감과 접근성이 유리하다는 장점을 근거로 초등학교 폐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1994년 이래 생겨난 폐교가 전국에 5000곳을 훌쩍 넘으니 폐교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수년간 방치돼 마치 도깨비라도 나올 것 같은 흉물스런 모양새나, 장기간 깃들어 살기에는 부족한 입지 조건 등으로 마땅한 폐교를 만나는 일에 꽤 진땀을 뺐다.부지 선정 시 주안점을 둔 것은 산과 강이 조화를 이룬 자연조건이 좋은 곳, 도로와 어느 정도 근접해 있어 접근성이 좋은 곳, 마을과 적당히 거리를 둬 아늑한 기운이 감도는 곳, 바로 그러한 삼박자를 절묘하게 갖춘 곳이 그가 2003년 매입한 구 연평초등학교 부지였다. 지역 주민도 거들떠보지 않는 버려진 땅이었지만 그의 눈엔 금싸라기 땅임에 분명했다. 무려 폐교 100곳 이상을 둘러본 후에 얻은 수확이었다. 주민들과 협력하여 농촌체험마을로 가꾸다 1999년 문을 닫은 연평초등학교는 박일문 씨와 그 직원들에 의해 2003년 새롭게 단장되기 시작했고 이듬해 '하늘내 들꽃마을'이라는 새로운 현판을 내걸었다. 하늘내는 마을 진입로를 따라 흐르는 천천천天川川을 우리말로 부른 것이다. 그리고 들꽃마을이라는 이름처럼 지천에 각양각색의 들꽃이 널브러진 자연의 얼굴 그대로를 간직한 아름다운 마을 모습을 상징하는 이름이기도 하다.모래밭 운동장 대신 푸른 잔디 벌판이 생겼고 6개의 교실에는 바닥을 온돌마루로 개조하고 창문에는 패브릭 커튼을 달아 시골학교 교실의 정취도 살리면서 아늑하도록 단체숙소로 꾸몄다. 박 씨는 마당에 황토집을 짓기 위해 남원 봉성황토마을에서 황토집 건축 기술도 전수 받았는데 함께 기술을 익힌 동료들의 손을 빌려 손수 소규모 원형 황토집을 지었다. 처음엔 3동을 지었다가 뜨끈한 구들방 인기가 좋은 걸 보고 추후에 2동을 더 지었다.애초 박 씨의 사무실과 인터넷쇼핑몰 회원들을 위해 꾸민 '하늘내 들꽃마을'은 농촌체험마을 프로그램으로 사업이 확장되면서 천천면 연평리 신전마을 전체를 아우르는 명칭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그의 사무실은 체험마을 본부, 도농교류센터로 자리를 잡았다. 할아버지 할머니, 무진장 주름살 펴지다 '마을 할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시골엔 이제 젊은 사람이 없고, 아이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가 없다고 하셨다. 그런데 들꽃마을을 운영하고부터 도시에서 젊은 사람들이 마을로 와주니 자기들은 그 젊은 사람들을 대접하고, 만나는 것이 정말 좋다고 하셨다. 정이 그리워 뭐 한 가지 싸주고, 더 주지 못해 안달이 난 분들이셨다. 각자 싸가지고 온 것들만 해도 제법이다. 난 묵은김치를 얻어 싸가지고 왔다.' ( '하늘내 들꽃마을' 방문객 후기 중 일부 ) 변화된 것은 폐교뿐만이 아니었다. 20여 가구로 구성된 마을 전체가 달라졌다. 그 변화에 물꼬를 튼 것은 박일문 씨였다. 그는 들꽃마을에 숙박시설이 마련되자 도시 사람들을 초대했다. 하늘내 들꽃마을이 농림부 주최, 한국농촌공사 도·농교류센터가 주관한 '농촌마을가꾸기 경진대회'에서 최우수 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된 2006년에는 방문객 수가 이미 1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3만 명 정도다."한번은 마을을 돌다가 할아버지가 밭에서 고구마 캐는 걸 우연히 봤어요. 할아버지께 그 고구마 캐서 뭐에 쓰냐고 여쭸더니 그냥 식구들 먹는다고 그러더라고요. 속으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시사람들이 봤으면 아주 좋아할 거였으니까요. 해서 할아버지께 말씀 드렸죠. 이제는 지금보다 조금 더 많이 심어서 식구들 몫은 챙기고 나머지는 저한테 파세요라고."이런 방식으로 들꽃마을은 그동안 잠자고 있던 밭을 갈아엎어서 호박고구마를 필두로 각종 농작물 생산량을 늘렸다. 박 씨의 쇼핑몰을 통해 안정적으로 유통된 덕분에 농가마다 소득이 늘었고 박 씨는 가까이서 믿을 수 있는 농산품을 확보할 수 있기에 상호 윈-윈(Win-Win)의 모멘텀을 얻게 된 것이다.어디 농산품뿐인가. 들꽃마을 본부 내 숙소가 부족해지자 농가에서 민박을 치게 되었고 농촌체험 프로그램 제공을 위해 각 농가에서 역할을 분담해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다. 농촌체험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농작물 수확 체험-처음에는 호박고구마 전량을 쇼핑몰에서 판매했는데 요즘은 60% 이상이 수확체험에서 팔려나간다고,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한다는 경운기 타고 마을 한바퀴, 손두부 만들기, 천연염색 체험, 사물놀이 배우기, 물고기 잡기, 미니솟대와 나무곤충 만들기……. 들꽃지기 박 씨도 진행에 가담한다. 밤하늘 관측과 야생화 관찰.이런 연유로 이곳에는 투잡(Two Job, 겹벌이)족이 많다.사실 시골이 대체로 그렇듯 원주민의 텃세로 박 씨는 정착 초기에 마음고생도 많았다고 한다. 지금에야 그들에게 수익도 생기게 하고 일도 만들어 주는 등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어줬으니 '우리 젊은 양반'하며 반기는 소리가 절로 나지 않겠는가. * 들꽃마을 본부에 붙은 '도농교류센터'라는 말이 무색치 않을 정도로 박일문 씨는 '귀농인 돕기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마을에는 벌써 귀농한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고령화가 진행되던 마을이 다시 젊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대강은 이렇다. 첫째, 귀농을 원하나 농촌에서 뭘 해야 할지 하는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마을 사무장직에 임명해 월급으로 걱정을 덜어준다. 둘째, 농지를 임대해 주고 농사법을 익히게 하면서 자립을 돕는다. 셋째, 어느 시점에서 수확체험을 귀농인의 농가에서만 하도록 지원한다. 이렇게 3년간 지원 체제가 이뤄진다. 21세기형 '새마을 운동'의 일면을 보는 듯하다. 들꽃마을의 귀농인 돕기 프로젝트가 전국 농촌에서 대거 펼쳐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자못 궁금해진다. - 글 박지혜 기자 사진 서상신 기자 취재협조 하늘내 들꽃마을 063-353-5185 www.slowzone.co.kr -
-
- 뉴스/칼럼
- 전원칼럼
-
시골폐교에 둥지틀고 도시 - 농촌짝짓기 : 장수 ‘하늘내 들꽃마을’ 박일문
-
-
[SPECIAL EDITION 돈 보이는 짭짤한 전원생활 노하우(2)-1] 맛을 본 소비자가 알아주는 '고부가가치 유기농법' 새낭골 김태수
- 귀 농 인 : 김태수귀농시기 : 2002년위 치 :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고성리농지규모 : 전답 약 23100㎡(7000여 평)주요작물 : 유기농 하우스 고추, 그 외 토마토 감자 복숭아 콩 등 농업연소득 : 3,000만 원(추정치)특 징 : 유기농업, 인터넷 회원제 마케팅 홈페이지 : www.senang.co.kr 연 락 처 : 033-244-6120 016-242-6128맛을 본 소비자가 알아주는 '고부가가치 유기농법' 선택새낭골 김태수마을 아저씨가 탄저가 왔는데 무슨 약을 뿌려야 하나 하고 물으면 농사꾼 김태수는 할 말이 없다. 농약을 뿌려봤어야 알지. 김태수 씨 밭에는 농작물의 대표적인 해충 진드기를 맛있게 먹는 무당벌레와 풀잠자리가 농약을 대신한다. 퇴비농협회 교육을 통해 농사 기본기를 단련한 그는 유기 퇴비를 손수 만드는 것이 한해 농사 성공 여부를 가름하는 중요한 일이다. 연 매출 3,000만 원, 도시사람이 보기에 큰돈은 아니지만 소비활동이 별로 없는 시골사람에게는 그렇게 작은 액수도 아니다. 그 해 거둔 작물 족족 잘도 팔려나가고 '올해는 뭘 심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이 정도면 귀농해서 성공했다 소릴 들을 만하지 않은가. 글 박지혜 기자 사진 서상신 기자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귀농'을 치면 첫 페이지에 '새낭골 귀농일기 www.senang.co.kr'가 뜬다. 전원행을 염두에 둔 네티즌들이 자주 들어가 보는 사이트이다. 운영자가 바쁜 농사 일정으로 매일은 못하지만 농사와 전원생활을 담은 일기를 꾸준히 업데이트해 왔기에 머릿속에만 그려본 전원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을 떠올리고 체계적인 귀촌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얻는다. 2005년 '새낭골 귀농일기'를 오픈해 운영 중인 김태수(44) 씨 역시 원래 농사꾼이 아니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던 그는 서울살이 중 교사인 아내의 학교 발령이 춘천으로 나자 춘천 시내 아파트에 살다가 2002년 춘천시 사북면 고성리 새낭골(원래 새납골인데 주민들이 부르기 쉬워 새낭골로 변했다)로 아예 귀농했다. 시골에서 무얼 하며 살까 고민 없이 무작정 들어왔다가 고향 충주가 고추로 유명한 것을 떠올려 고추농사부터 시작했고 그해 150만 원, 이듬해 400만 원, 그 다음해 1,000만 원…… 차차 소득이 늘고 작물 종류와 경작지도 늘리면서 농촌에 발을 푹 담갔다. 기자가 새낭골을 찾은 날, 한여름 폭염으로 인해 바깥이 한산한 분위기인데 김 씨는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에 응하며 동분서주 마을을 휩쓸다시피 다녔다. 어르신들이 많은 마을에서 젊은 축에 드는 데다 귀농 전 민주노총 활동으로 일 추진력과 분석력, 문서작성 등의 능력이 뛰어나 마을 반장과 정부 지원사업인 솔바우권역 농촌종합개발사업 추진위원회 사무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김 씨를 비롯해 30, 40대의 젊은이들이 주축이 돼 지역 사업을 도맡아 마을 전체가 활기를 띤다. Success Point 1고부가가치 농산품 생산 - 하우스 고추·유기농법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말은 농촌에서 대체로 통하지 않아요. 농부들의 자존심과 고집은 대단해요. 농부는 한해 농사를 계획하는 기획자이자 진행자이고 동시에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재정관리까지 도맡아 하는 1인 기업의 대표자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니 배타적인 성향은 자연스러운 일이에요."김태수 씨는 후발주자로서 성공하려면 원주민이 하지 않은 영역과 방식을 선택할 필요를 느끼고 이를 기준으로 자신만의 원칙을 세웠다. 첫째로 유기농법. 지금도 이 일대는 10 농가 중 1 정도 유기농업을 할 정도로 아직 유기농업은 드물다. 그리고 이 지역에서는 볼 수 없던 하우스 고추 농사로 고부가가치 농산품을 만들기로 했다. 농작물이 병충해나 잡초에 시달리지 않고 잘 자라도록 농약을 양껏 뿌리고 제초제를 듬뿍 뿌리면 다수확을 이끌 수 있다. 김 씨는 그런 관행을 따라가지 않았다. 퇴비도 시중에 파는 퇴비를 사다 쓰지 않고 자연 원료를 잘 배합하여 손수 만들어 쓰고, 해충이 달려들면 막을 재간이 없이 자식과도 같은 농작물이 안타깝게 죽어가는 걸 지켜봐야 하고, 해서 더 많이 달라는 데가 있어도 수확량이 안 나와 많이 팔지도 못하는 유기농업을 택한 것이다. 농사 과정의 까다로움과 생산량이 많지 않다는 희소성 그리고 건강에 유익하기에 유기농산품은 관행 농산품보다 고가高價로 인정받는다. Success Point 2타깃·회원제 마케팅첫 수확을 올린 초보 농부의 가장 큰 고민은 '이걸 어디다 어떻게 팔아야 하나'다. 김태수 씨도 그런 고민을 했다. 고부가가치 유기농산품을 관행농산품과 한데 섞인 재래시장에 내다 놓으면 그 가치가 되레 상쇄되기 십상이다. 100원이라도 더 싼 값에 사 가려는 소비자 눈에 유기농산품은 단순히 '비싼 물건'으로 푸대접 받는다. 김 씨가 도전한 유통방식은 회원제 판매다. 매해 생산물의 70%가 회원들에게 고정적으로 제공된다. 유기농산품을 찾는 소비자는 웰빙 식食을 추구하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도시민일 가능성이 많으므로 원거리에서 직거래가 가능한 인터넷을 적극 활용해 회원모집을 했다. 회원제는 3년차 실시 중이고 40여 명의 회원이 거의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또 매달 분납 방식을 택해 회원들의 목돈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김 씨에게는 매달 수입이 일정하게 유지되므로 재정적으로 안정된다. 나머지 30% 정도는 춘천 생협에 납품하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직거래한다. Success Point 3정직한 농사 정직한 농산물인터넷 판매에서 중요한 요소는 신뢰다. 생산환경과 제품을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구매한다는 것은 생산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증거다. 매해 김태수 씨의 농산물을 사먹는 회원들은 얼굴 한번 보지 못한 경우도 많단다. 김 씨가 홈페이지에 부지런히 올리는 농사일기와 사진이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김 씨는 복숭아를 박스에 포장할 때 제일 굵고 좋은 것을 아래쪽에 담고 알이 작고 못난 것은 위에 담는다. 일반적으로 선전효과를 위해 맨 위에 좋은 것을 담는 것과 정반대다. 그리고 직송할 경우 박스 안에 상품의 특징에 대해 편지글을 함께 넣는다. 올해 농사 형편과 상품의 특징을 써서 약간의 흠이 있거나 모양이 예쁘지 않아도 소비자가 기분 나쁘지 않게 믿고 먹도록 하는 것이다. Success Point 4부지런함 부지런함은 김태수 씨가 농촌에 잘 정착할 수 있었던 최대의 무기다. 김 씨는 애초 농사는 생각지도 않고 당장 살 집만 생각해 터를 구한지라 합해서 모두 7000여 평 되는 농토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고추와 토마토 하우스는 저 아래, 논은 또 그 아래, 콩밭은 저 위에, 감자밭은 콩밭 아래, 이런 식이다. 그러니 여유부릴 틈이 없다. 김 씨가 사는 고성리를 포함한 총 5개 리를 묶어 일컫는 솔바우권역은 농림부에서 시행하는 농촌종합개발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올해부터 사업이 시작됐다. 여기서 사무장을 맡은 김 씨는 이 사업의 센터인 고탄리 팔각정으로 내려가 일의 진행을 돕고 마을회관에서는 앞으로 고탄리 부지에 지어질 각종 건축물에 대한 설계와 논의에도 참여한다. 보통 5시 30분에 기상해 오전에는 밭일에 시간을 쏟아 붓고 오후에는 대외활동으로 동분서주한다.귀농절반의 실패김태수 씨는 '귀농, 절반의 실패'라고 말한다. 그 주된 요인은 아들 딸의 교육문제. 그들에게 시골이라는 자연환경을 줌으로써 감성을 키우고 생태적인 고향이 생겼을지는 몰라도 현대 지식정보화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로 성장하기에는 도시에 비해 시골은 턱없이 부족하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도 특수한 경우이지 시골아이가 도시 가면 기초교육이 부족해 적응조차 어렵다. 동갑내기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학생 수가 적은 시골학교에서 복식학급이 이뤄지고 교사가 행정적인 잡무까지 다 봐야 하니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 이런 점을 고려해 중학생과 초등학생 두 아이는 엄마와 함께 춘천시내로 보내 '주말 가족'이 되었다. 귀농, 절반의 성공을 한 김태수 씨는 이렇게 말한다. 농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농부들에게 마이크 대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팔 데가 없다'라거나 '가격이 안 나온다'라고 말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 있는 농사를 하고, 경쟁력 있는 농산물을 만들어 내는 게 농부의 할일이다. 농산물도 글로벌화 된 이 마당에 우리 농부가 정직하게 땀 흘리고 바른 먹을거리를 제공해 '국산이면 믿을 수 있다'는 소비자의 흔들림 없는 선택을 얻어 내야 할 것이다.田
-
- 뉴스/칼럼
- 전원칼럼
-
[SPECIAL EDITION 돈 보이는 짭짤한 전원생활 노하우(2)-1] 맛을 본 소비자가 알아주는 '고부가가치 유기농법' 새낭골 김태수
-
-
[물·골·안·에·서·온·편·지] 시골 학교
- 시골 학교 시골생활에 뜻을 둔 분들의 발목을 잡는 것 가운데 하나가 교육 문제가 아닐까요. 어디 깊은 산 속에 들어가 살고 싶다는 분들도 막상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하면 그 단단하게 먹었던 마음도 슬며시 물러지게 되나 봅니다. 우리 교육의 문제가 여러 가지겠지만, 실제로 학부모들이 겪는 건 사실 교육이 아니라 대학입시 문제가 아닐까요. 정말로 아이들의 교육적 성과를 이야기한다면, 어린 아이들에게 치열한 성적 경쟁과 온종일 학교와 학원에 묶어 놓는 도시의 교육환경보다는, 들꽃과 반디불이와 천렵 속에서 자라나는 것이 훨씬 교육적이라는 데에는 이의가 없을 법합니다. 몇몇 앞서가는 분들이 풀무학교나 간디 학교 같은 대안학교를 만들고, 또 그곳에서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우리의 현실은 자녀들을 대학이라는 괴물로부터 떼어놓게 하기 어려운가 봅니다. 학력이라는 하나의 잣대만으로 본다면, 아무래도 그 경쟁의 분위기가 뜨겁고, 교육활동이 주로 성적 평가에 집중되는 도시학교들이 시골학교를 능가하는 건 현실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성적 올리기 경쟁을 토대로 또 하나의 경쟁인 대학 입학에서도 유리한 결과를 얻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적어도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내가 잘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남을 젖히고, 앞서야만 한다’는 강박적인 싸움판이 아니라, 서로의 모자람을 채워나가며 더불어 사는 세상이기를 바란다면, 아이들의 교육 문제는 오히려 시골 학교의 성과가 올바르다고 봅니다. 교육정책이 다양한 입시 방안을 마련하고,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가 명문 학력 중심, 많이 배운 이들끼리의 기득권을 주장하고 있는 분위기에서는 부모들은 선뜻 아이들을 그런 낭만적인 시골 학교의 교육에 내맡기기 어려워하는가 봅니다. 말로는 인성이 제일이고, 성적보다 올바른 인격이 중요하다고 고개를 끄덕이지만 막상 내 아이의 성적표를 받아들면 행동발달보다 성적 석차부터 살피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이런 공부를 시키면서도 이게 아닌 데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 고심하는 분들도 많지요. 제가 아는 분이 딸을 풀무학교에 보냈는데, 첫 수업이 분뇨 치우기였답니다. 동장군을 나르며 아이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요. 아마 불평을 했겠지요. 그러나 아이들은 그 인상적인 첫 수업을 통하여 자연과 사람이 주고받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입니다. 분뇨를 치우는 일이 대학 입시에 어떤 평가에도 반영되지 않고, 어느 시험에도 출제될 문제는 아니지만 아이들에게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지혜와, 노동의 신성한 즐거움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영어 단어 몇 개와 수학 공식 몇 개 차이로 줄을 세우는 우리의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는 결코 만들어 낼 수 없는 가르침은 당장은 드러나지 않아도, 아이들을 전혀 다른 삶의 길로 인도해 나갈 것입니다. 우선 시골학교는 규모가 적어서 선생님들의 정성어린 가르침과 세심한 지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 학교가 적다 보니 아이들끼리의 만남도 인간적이고, 충분히 깊이 있는 교제를 키울 수 있습니다. 대규모 도심학교의 경우, 같은 반이 아니면 말 한마디 못하고, 같은 학교 다니는 지도 모르는 아이들 사이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요. 또한 소규모의 시골학교는 지역의 어른들도 손바닥 보듯이 아이들 하나 하나의 행동을 살피게 됩니다. 누가 누구하고 싸움을 하고, 누가 공부시간에 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죄다 알려지지요, 도심의 아이들이 길에서 담배를 피워도 남의 일처럼 외면하는 거와는 비교가 되는 장점입니다. 또한 읍면 단위의 경우,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으로 등록금이 면제되고, 고등학교도 상대적으로 수업료가 저렴하지요, 물론 농어촌 학교의 재정이 어렵다 보니 교육시설이 떨어지고, 지역에도 극장이나 전시장과 같은 문화공간이 미흡하긴 하지만 그 대신 운동장까지 노루가 내려오는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친구들과 여름이면 개울에서 천렵을 하고, 겨울이면 산토끼를 몰러 뛰어 다니는 자연은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훌륭한 문화공간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그러나 시골에도 최근 잘못된 도심의 교육열이 강박적으로 밀려와 오히려 도심의 아이들이 다양한 특기적성교육에 열중하는 반면 뒤늦게 입시 학원이 성황을 누리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선 어중간한 도농 복합의 교외지역보다는, 아주 깊은 오지의 학교들이 교육적으로는 더 훌륭하다고 봅니다. 대개 이런 학교의 경우, 선생님들도 학교 부근에 사시며 한 곳에 머물러 계시는 곳이 많기 때문에 방과후에도 지속적인 지도가 이뤄지지요, 대개 분교의 아이들이 본교보다 더 학력이 우수하다는 것도 눈 여겨 볼만한 일입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도 학교 폭력, 왕따, 신문에 보도되는 각종 청소년 비행, 그리고 하루에도 서너 번씩 들려오는 교통사고에 노심초사하는 도심의 학부모들보다 아카시아 하얀 꽃잎이 떨어지는 교정에서 선생님과 풍금을 내다 놓고 노래를 부르는 시골학교의 아이들. 시간이 나면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학교 앞개울에 나가 집에서 한 숟가락씩 가져온 고추장을 풀고 쉬리나 피라미를 끓여 먹으며 웃음꽃을 피우는 학교, 삼삼오오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산길을 넘어 오며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는 정말 우리의 아이들에게 어떤 행복을 가져다 주어야 할지 신중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야간자율 학습과 보충, 그걸로도 모자라 특별보충이라는 이름으로 밤 열시까지 딱딱한 학교 의자에 붙잡아 놓고, 그걸로도 모자라 학원에다 과외공부로 한창 뛰어 놓아야 할 아이들의 발목을 붙잡아 놓는 진흙탕 속에 우리의 사랑스런 아이들을 떠밀어 넣어야 할 것인지 고심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소위 명문대학이 곧 인생의 행복을 보증하는 인증서인지도 깊이 있게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적어도 시골생활에서 교육문제는 더 이상 걸림돌이 아니라는 걸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田 ■ 물골안에서 이시백
-
- 뉴스/칼럼
- 전원칼럼
- 컬럼
-
[물·골·안·에·서·온·편·지] 시골 학교
-
-
[김경래의 詩로 쓰는 전원풍경] 코스모스
- 김경래의 詩로 쓰는 전원풍경 코스모스 가을엔 늘 기억할 것이 있었다 목이 길어 흔들리던 하늘과 하늘빛 꽃잎들과 내가 아는 사람 주문진에서 속초로 가던 해변길 가을볕과 함께 달리던 경춘선의 강촌 어디쯤 배를 타고 갔던 청평사의 양지바른 석탑 아래 아이들 웃음소리가 돌아간 외따른 오후 강원도 오래된 시골학교 화단 가득 목이 길어 흔들리기만 하던 기억이 있었다 흰색의 얼굴과 붉은색의 가슴과 분홍빛 사랑과 이별 가을엔 목이 길어 흔들리던 기억과 아직도 분홍빛인 사람이 있었다 ■글 김경래(본지 편집자문위원. (주)좋은집 개발부장)
-
- 뉴스/칼럼
- 전원칼럼
- 컬럼
-
[김경래의 詩로 쓰는 전원풍경] 코스모스
동영상 검색결과
-
-
[월간전원주택라이프] 전원주택_김포 전원주택_대지건축사사무소
- 월간전원주택라이프 http://www.countryhome.co.kr 층층으로 쌓은 효율적인 공간 김포 한스캐슬 집을 짓는 일이 얼마나 힘들면, ‘집 한 번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는 말이 생겼을까. 그래도 여건이 허락되면 한 번쯤 시도하고 싶은 게 나만의 전원(단독)주택 짓기다. 행동이 빨랐던 30대 부부는 예산 절반을 대출로 충당하고 김포에 오붓한 4인 가족을 위한 보금자리를 완성했다. 관리하기 편하면서 산뜻한 인테리어로 가족만의 개성과 취향을 담아낸 ‘한스캐슬’이다. 부부의 성이 같은 ‘한’씨라 남편이 한 씨만 모여 산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다. 글 사진 백홍기 기자 | 취재협조 대지건축사사무소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 김포시 대능리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경량 목구조(다락) 대지면적 217.00㎡(65.64평) 건축면적 68.22㎡(20.63평) 건폐율 31.44% 연면적 136.44㎡(41.27평) 1층 68.22㎡(20.63평) 2층 68.22㎡(20.63평) 다락 68.22㎡(20.63평) ※면적 산정 제외 용적률 62.88%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리얼징크 벽 - 백고벽돌, 스타코 플렉스 데크 - 현무암 판석 내부마감 천장 - 고급 실크벽지(LG하우시스) 벽 - 고급 실크벽지(LG하우시스) 바닥 - 1층 포세린타일 / 2층 나투스진(동화자연마루) 단열재 지붕 - 글라스울 25K(140T 가등급) 외단열 - 100T 비드법 보온판 1종 내단열 - 글라스울 25K(140T 가등급) 계단실 디딤판 - 멀바우 집성목 난간 - 멀바우 집성목 창호 3중유리 시스템 창호(이건창호) 현관 알프라인 단열도어 주요조명 태양조명 주방가구 한샘 위생기구 로얄 앤 컴퍼니 난방기구 콘덴싱 가스보일러(경동나비엔) 조경 이레가든빌리지 070-4177-1650 설계 대지건축사사무소 070-7779-4455 시공 건축주 직영(홍태식 소장 010-2490-0768) 부부는 단독주택 건축을 계획하기 전, 한적한 시골생활을 바랐다. 하지만, 직장과 방범 문제로 집터를 김포에 있는 단독주택단지 수안마을로 결정했다. 규모가 제법 큰 단지라 시골스러운 맛은 없지만, 단지를 둘러싼 산이 도시 풍경과 소음을 차단해 자연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조용한 마을이다. “시골에서 생활하면서 아이들도 작은 시골학교에 보내고 싶었어요. 그런데 수도권에 멀리 벗어날 수 없다 보니 인근에서 알아본 거죠. 앞뒤 가까이에 집이 붙어 있어 좀 답답한 느낌이 들지만, 마음만은 편안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가 규모는 작지만, 학교 교육 방침이나 다양한 활동 수업이 있어서 마음에 들어요. 아이들도 학교에 가는 걸 너무 좋아하고요.” 부드러운 외관과 산뜻한 실내 겸비 사각형 대지에 동향으로 앉힌 주택은 4m 도로에 인접한 북쪽에 주차장과 현관을 두고, 남쪽으로 지나는 8m 도로 측에 쪽문을 설치해 두 군데 출입구를 확보했다. 66평 대지에 네 가족이 머물 주택을 지어야 했기에 마당은 다소 밀려난 모양이다. 주택은 면적이 같은 3개 층을 포갠 정사각형 모양에 남쪽 입면 부분을 폭 3m, 길이 1.3m 돌출시켜 밋밋한 외형에 변화를 줬다. 현관이 있는 북쪽 외벽도 살짝 디자인을 가미해 심심하지 않다. 외벽은 철근콘크리트의 무게감을 흰색 고벽돌로 감싸 가벼운 느낌이다. 여기에 어두운색의 리얼징크로 지붕을 덮어 살포시 무게감을 줬다. 마당은 외벽처럼 관리하기 편한 석재를 깔고 담장을 따라 기다란 정원을 형성해 보는 즐거움도 놓치지 않았다. 인테리어는 부부의 취향이 달라 두 사람의 의견을 담아낼 수 없었다. 흰색 바탕에 목가구와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어 산뜻한 분위기를 낸 인테리어는 아내가 내부 마감재부터 창과 계단, 조명, 가구 등 모든 것을 일일이 챙긴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아는 게 없었어요. 조명은 물론 문손잡이 하나를 찾으려고 여러 곳을 뒤졌어요. 늘 찾는 게 일이였죠. 벽돌 쌓을 때도 곁에서 의논하며 도왔어요. 마당 옆에 화덕은 남은 벽돌로 직접 쌓은 거예요.” 효율적인 공간 위해 실과 공간 재구성 골조가 올라갈 때만 해도 주택의 형태가 사뭇 달랐다. 실내 공간은 1층에 안방과 주방이 배치돼 있어 거실이 복도처럼 좁았었다. 2층 아이 방과 3층 다락 옆에는 베란다와 옥상이 있었다. 지붕도 물매가 완만한 경사지붕이었다. “처음엔 단지에 지을 수 있는 주택 타입이 정해져 있어서 그것을 따랐죠. 그런데 시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어요. 설계와 다르게 계단 폭을 50㎝로 한 거예요. 그리곤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그 시공사와 결별하고 골조만 완성된 상태에서 직영으로 시공한 거예요. 내친김에 설계도 변경해서 공간 구조를 바꿨어요.” 설계를 의뢰받은 대지건축사사무소 건축가는 건축주 가족의 라이프스타일부터 분석했다. 초등학교 5, 6학년인 두 아들과 지낼 공간이 필요해 안방을 2층으로 올려 1층에 넓은 거실을 확보했다. 주방도 짧은 ‘ㄱ’자였던 싱크대를 조리대 부분을 늘려 ‘ㄷ’자로 변경해 공간이 넉넉해졌다. 식탁은 마당을 바라보게 주방 정면에 둬 시선이 시원하다. 주방과 거실 사이에 있던 내력벽(안방이 있던 자리)은 구조상 일부 남겨놓을 수밖에 없었지만, 오히려 시선을 차단해 두 공간의 경계 역할을 한다. 계단은 아내가 가장 공들인 공간이다. 층과 층을 연결하는 기능적인 공간에 디자인 요소를 담아 조형미를 갖췄다. 베란다가 있던 2층은 넓은 드레스룸과 세탁실을 갖춘 안방과 아이 방, 거실 형태의 공부방을 배치해 사적인 공간으로 변경했다. 5평이었던 다락도 목구조로 아래층과 같이 공간을 넓힌 뒤 박공지붕을 얹어 지금의 주택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일생에 집을 한 번 짓기도 어렵다. 그러니 주택 건축 경험을 얻는다는 건 언감생심焉敢生心. 성공하든 실패하든 대부분 한 번의 집 짓기로 끝난다. 비록 엇박자로 출발해 생각지도 않은 직영 공사를 시도했지만, 부부는 주거 공간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진지한 접근으로 좋은 주택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
-
- 동영상
- 주택 영상
-
[월간전원주택라이프] 전원주택_김포 전원주택_대지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