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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그렇게 춥다는 북유럽에서 가장 보편적인 주택 양식이 바로 통나무 집이다. 뛰어난 단열성능으로 보온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단열 성능만을 가지고 오랜 시간 명맥을 유지하는 북유럽 통나무 주택 인기를 설명하기에는 모자람이 있다. 북유럽에서도 통나무 주택 나라로 불리는 핀란드에서 자재를 들여와 집을 올린 경기도 이천 신둔면 고척리 집은 투박하고 단조롭다는 우리나라 통나무 주택에 대한 통념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실내 공간 구성이 사뭇 눈길을 끈다.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 고척리
·부지면적 : 957.0㎡(290.0평)
·건축면적 : 280.5㎡(85.0평)
·건축형태 : 복층 통나무 주택
·외벽마감 : 통나무
·내벽마감 : 통나무
·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
·바 닥 재 : 통나무
·난 방 : 심야전기보일러
·식 수 : 지하수
·설 계 : 진아교역 02-2666-1133
www.jinacom.co.kr
·시 공 : 직영

고척리 주택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렇다. '정돈되고 깔끔하게 떨어진 외관이 마치 경량 목조주택을 보는 듯하고 라미네이팅 공법은 그간 통나무집의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인테리어를 훌륭히 개선한다.'

건축주가 직접 터를 닦고 집을 지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이 주택은 통나무 집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찾아봐야 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이전에 살던 목조주택을 지어본 경험이 있어 가능했다고는 하나 통나무 집은 건축 분야 종사자들에게도 그리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건축주는 엄살을 부리듯 말한다. "나야 무턱대고 덤벼서 그렇지. 그리고 설계를 맡은 회사에서 조언을 많이 해준 것도 있고. 그래도 참 힘들긴 힘들어."

공간 구성을 자유롭게 한 라미네이팅 공법

흔히 통나무 집하면 단조롭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주요 마감재로 오로지 통나무 한 가지가 쓰이기에 다양한 색상과 질감의 마감재를 탑재한 여타 집에 비해 외관상 화려함이 떨어지고 여러모로 변형이 가능한 목조주택과 달리 공간 구성에도 한계가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통나무 주택은 '단조롭다' 혹은 '공간 구성에 제약이 따른다'는 인식을 떨쳐 버리게 한 것이 바로 라미네이팅 공법이다. 노치 공법으로 대변되던 기존 통나무 집은 우물 정井자 형태로 원형 통나무를 차곡차곡 쌓는 반면 라미네이팅 공법은 통나무를 사각으로 자른 후 암수 홈을 내 결합시킨다. 경량 목조주택과 흡사한 모습으로 이를 통해 공간을 구성하는 데 한결 자유로워졌다.

폭우와 불볕더위가 번갈아 기승을 부리는 요즘 고척리 주택 건축주 김정열(57세) 씨는 집 옆 계곡을 다듬느라 바쁘다. 지금이야 계곡이지 원래는 땅 밑 암반 사이로 흐르는 지하수였다고 한다. 언덕배기였던 땅에서 트럭 30대 분량 흙을 파내 집 앉힐 자리를 잡은 건축주는 집 옆으로 지하수가 흐르는 것을 보고는 이를 계곡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암반 사이로 흐르는 물이었으니 따로 돌을 구할 것도 없었다. 폭을 넓히고 지대 높낮이를 조절해 물의 양과 흐름을 조절하자 지금의 훌륭한 계곡이 탄생했다.

전망을 고려해 조성된 경사진 부지로 인해 창고로 쓰이는 넓은 지하층이 가능해졌고 인근에 들어선 다른 전원주택들(담을 마주하고 단지가 조성돼 있다)에 비해 집이 한층 높아져 웅장한 모습이다. 다만 어쩔 수 없이 산을 등지다 보니 동향에 가까워진 것이 흠. 차량 진입로를 따라 늘어진 디딤석이 주택으로 발걸음을 안내하고 이어진 계단을 타고 오르면 현관이 보인다. 뜨거운 날씨, 흠이라고 했던 동향 때문에 생겨난 현관 앞 그늘이 고맙다.

보기 드문 'ㄱ'자형 핀란드식 설계 도입

밖에서 보는 고척리 주택은 일단 마감이 깔끔하고 현대적이다. 굴곡 없이 반듯하게 떨어진 외관은 북미식 경량 목조주택을 연상시키지만 다른 어떤 마감재도 사용하지 않고 통나무만으로 이렇게 잘 빠진 외관을 실현한 것을 보면 '역시 통나무 집'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더불어 통나무 굵은 자재는 집을 육중하면서도 안정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핀란드식 설계를 도입한 내부구조는 우리나라에서는 접해 보지 못한 공간 구성을 보여주는데 'ㄱ'자로 꺾어 놓은 1층 평면 구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대다수 전원주택에서 보이는 '□'자형 평면 구성과는 사뭇 다르다. 'ㄱ'자의 처음과 끝 두 군데에 거실을 놓고 이동 동선에 따라 가장자리에 다용도실, 주방, 안방을 배치했다.

꺾어지는 부분에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벽에 붙여 올리고 시원한 조망을 감상하고 채광효과를 높이기 위해 맞은편 산이 보이는 방향으로 2층까지 튼 거실을 놓았다. 그 앞으로 전면창이 있다.

2층은 자녀들을 위한 공간이다. 계단 맞은편에는 욕실이 위치하고 이를 중심으로 오른편에는 아들 방이, 왼편으로는 공용공간과 딸 방이 자리한다. 공용공간에 낮은 난간을 설치한 것은 좁은 공간에 개방감을 주고 거실 전면창으로 받아들이는 조망과 채광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설계를 맡은 진아교역 이근왕 고문은 "습기가 많은 지역이라 기초 공사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이를 위해 약간은 이질적이지 모르지만 지하실을 철근으로 골조를 올리고 콘크리트로 마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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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한 지 1달이 갓 지난 김정열, 이금자(53세) 부부는 거짓말 조금 보태 지금까지 몇 백 명은 구경하고 갔을 것이라고 한다. 바로 옆 단지를 보러 온 사람도 여기를 찾아와 팔 생각이 없느냐고 물을 정도라고. 부부는 "통나무 집도 충분히 아름답고 현대식으로 지을 수 있는 만큼 많은 사람이 통나무 집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田


글 ·사진 홍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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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은 집] 통나무 주택에 대한 편견 깬 이천 280.5㎡(85.0평) 복층 통나무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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