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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에서 5번 국도를 이용해 영주 방면으로 16㎞ 정도 가면 산약山藥마을 특구로 지정받은 안동시 북후면의 중심지인 옹천리다. 이 마을은 북서쪽으로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마치 단지와 같이 생겼다고 하여 옹전瓮田으로, 그 후에 마을에 물맛이 좋기로 이름난 샘이 있어 옹천瓮泉이라 부른다. 특산물인 산약이란 허 준이《동의보감》에서 "위장 기능 강화와 당뇨, 숙취에 특효가 있다"고 밝힌 마를 한방에서 일컫는 말이다. 면 소재지에서 송야천을 따라 나란히 달리다 보면 오래잖아 좌측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새색시처럼 다소곳하게 앉은 집이 눈길을 끈다. 박재복 · 이숙희 부부의 집으로,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산과 제법 너른 들녘 풍경과 한데 어우러져 황톳빛 이야기를 알알이 풀어내는 듯하다.



건축정보
· 위 치 : 경북 안동시 북후면 옹천리
· 지역지구 : 자연녹지지역
· 부지면적 : 3305.8㎡(1000.0평)
· 대지면적 : 657.0㎡(198.7평)
· 건축면적 : 92.9㎡(28.1평). 덱 20.8㎡(6.3평), 창고 10.6㎡(3.2평) 포함
· 건축형태 : 단층 경량 목조주택
· 외벽마감 : 시멘트사이딩, 파벽돌, 로그사이딩
· 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
· 내벽마감 : 실크벽지, 합지벽지
· 천 장 재 : 실크벽지, 합지벽지, 원목 루버 대들보 방식(거실)
· 바 닥 재 : 대나무 원목마루
·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 난방형태 : 기름보일러, 벽난로(난방 겸용)
· 식수공급 : 지하수
· 설계 및 시공 : 대림ALC목조주택 054-855-5681 / www.dlwoodh.com

 


서유구는《임원경제지》에서 사람이 사는 곳은 산림이 너무 깊으면 외롭고 쓸쓸하며, 마을과 너무 가까우면 시끄럽고 북적거리기에 좋지 않다고 했다. 마을과 적당히 떨어지고 들녘과 가까우며 산을 등지고 시내를 바라보는 평탄한 땅이라야 주거지로 제격이라는 것이다. 경북 안동시 북후면 옹천리에 터를 잡은 박재복(59세) · 이숙희(54세) 부부의 집이 그러하다. 면 소재지에서 5분 남짓한 거리인 데다 낮고 부드러운 산을 배경으로 송야천을 바라보는 들녘에 자리한다.
아름답게 가꾼 마당과 갖가지 채소와 유실수를 촘촘히 심은 밭과 비닐하우스… 좀처럼 집 주변에서 자투리땅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부부는 안동시의 아파트에 살다가 지난해 5월 말부터 이곳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했다는데, 집만 새로 지었을 뿐 주변 분위기와 심지어 부부의 삶까지 예전 그대로인 듯 너무나 자연스럽다.

 





자연과 집 그리고 사람의 어울림

박재복 씨는 7년 전 정년퇴직하면 여생을 전원에서 소일거리 삼아 흙을 만지며 지내겠다는 생각으로, 옹천리에 지목地目이 전田인 3305.8㎡(1000.0평) 부지를 마련했다. 이곳은 그의 고향인 영천과 안동시의 중간 지점이고, 아내 이숙희 씨의 여동생과 이모가 사는 친정 동네라 부부에겐 낯설지 않다. 그는 밀양산업대학 원예학과에 편입해 2년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며 전원생활을 알차게 준비했다.
박 씨는 정년을 1년 앞둔 지난해 5월 부지 가운데 657.0㎡(198.7평)를 대지로 지목변경하고 92.9㎡(28.1평)로 단층 경량 목조주택을 지었다. 집을 작고 아담하게 지은 것은 1남 1녀를 출가시키고 부부만 살기에 거실과 주방/식당, 방, 서재 등 꼭 필요한 실만 갖추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는 설계와 시공을 현장과 가까운 안동시 옥동에 자리한 대림ALC목조주택(대표 최우열)에 맡겼다.

 



"2년 전 처제 소개로 대림ALC목조주택에서 시공하는 북후면 월전리 현장을 찾았다가, 그곳 분위기에 반했습니다. 집을 짓는 일이 녹록하지 않기에 다들 신경이 날카로울 법한데 시공자들의 표정이 밝고 움직임이 가벼웠으며, 그 한쪽에서 건축주와 주민이 모여 모닥불을 피우고 얘기하는 모습이 마치 마을잔치를 벌이는 듯했습니다.
건축주와 주민 모두 최 사장은 사람이 믿음직스럽고 착실하기에 집을 맡기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거라며 칭찬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 집을 지을 때 최 사장은 한 번도 속을 끓이지 않았고, 집을 짓고 1년 넘게 불편함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집이 너무 높거나 낮으면 사람이 밝음(혼魂: 마음)과 어둠(백魄:몸)의 균형을 잃는다고 했는데, 이 집은 터를 주변보다 1m 정도 높여 안정감이 든다. 군더더기가 없는 수수하고 담백한 단층집으로 굳이 포인트를 찾자면 모임지붕에다 현관과 거실 부분에 덧댄 박공 그리고 시멘트 사이딩의 단조로움을 보완한 로그 사이딩과 파벽돌이다. 이처럼 주변 환경에 순응하고 정갈하며 편안한 느낌이 드는 집이기에 오히려 크고 화려한 집보다 눈길을 오래 머물게 한다.

 



전망과 동선을 고려한 배치

집터는 동서로 긴 장방형으로 주변은 전면 정원만 빼고 삼면이 모두 밭이다. 밭과 대지 경계에 영주산 조경석을 1m 높이로 쌓아 전망감과 안정감을 높였다. 현관에서 거실 전면까지 전원에서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은 덱(Deck)을 깔고 천장과 벽체를 루버와 래틱스(Lattice)로 마감해 한옥의 툇마루처럼 꾸몄다. 원목 탁자 위에 놓인 콩과 팥, 조, 매실 등에서 부부의 전원 속 여유로운 삶을 엿보게 한다.
평면을 보면 田자 겹집 형태로 거실과 안방을 전면에, 주방/식당과 서재를 후면에 배치했다. 사적 공간과 단란 공간을 좌우로 분리한 구조인데, 최우열 대표는 전망과 동선을 고려했다고 한다.
"집을 남향이 아닌 소나무가 울창한 야산을 배경으로 가까이는 도로와 송야천을, 멀게는 산을 바라보도록 동향으로 앉혔습니다. 그 대신 햇살을 집 안 깊숙이 끌어들이고자 거실 남쪽 벽에 창을 여러 개 냈습니다. 대개 주방/식당을 서북쪽에 배치하는데, 이 집은 현관과 거실에서 가깝고 밭으로 드나들기 쉽도록 남쪽으로 배치했습니다."
지붕 구조는 모임 형태가 주류지만 거실만은 인테리어 효과와 개방감을 주고자 박공으로 처리했다. 천장은 원목 종도리와 주심도리에 서까래를 걸고 루버로 마감했다. 입면을 고려해 전면 중앙에 2짝 슬라이딩 파티오 도어를, 그 양쪽에 장방형과 팔각형 고정창을 달았다. 팔각형 고정창은 난방을 겸하는 벽난로를 설치하면서 대리석 벽면에 맞추어 디자인한 것이다.
주방/식당은 마감재와 가구 색상을 밝고 깨끗한 흰색으로 통일하고, 식탁을 밭이 내다보이는 남쪽에 배치했다. 붉은색 벽지를 사용해 역동적으로 꾸민 홀 안쪽 좌우 공간이 안방과 서재다. 평면은 전체적으로 각 실의 기능을 살려 쓰임새가 비슷한 실들은 중첩시키고 독립 공간을 떨어뜨려 동선을 간결하게 처리하고 프라이버시를 높인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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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허리 좀 펴고 쉬었다 하세요. 나중에 구부정하게 걸으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아내 이숙희 씨의 걱정에도 남편 박재복 씨는 앞마당에 심은 잔디가 들뜨지 않게 손보느라 여념이 없다. 아내는 그런 남편을 체념했는지 걸음을 집 뒤 아궁이로 옮기더니 나물을 삶는다. 각종 유기농 채소는 물론 대추, 매실, 모과, 앵두, 복숭아, 자두… 심지어 고추 비닐하우스까지 소일거리 삼아 자급자족할 만큼 심었다지만 웬만한 소농小農규모다 보니 걱정할 만하다. 그러면 남편의 농사 실력은 어떨까. 고추는 비를 맞으면 탄저병이 돈다며 농약을 안 치려고 비닐하우스에 심었다고 하니 전문 농사꾼 뺨칠 정도다.
부부는 구수한 흙 냄새와 맑고 상쾌한 공기는 도시에선 돈을 주고도 못산다며, 그런 환경 속에서 1년 넘게 살다 보니 잡념이 사라졌단다. 자식을 키우듯이 손길을 주면 줄수록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작물들을 보는게 그렇게 즐거울 수 없다고.




글 · 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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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한 집] 흙과 더불어 사는 즐거움 안동 92.9㎡(28.1평) 경량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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