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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if editor 홍
플라톤을 비롯한 고대 그리스 철학가들은 세상 모든 물질이 흙, 물, 공기, 불 네 가지 원소로 이뤄졌다고 생각했다.
집을 구성하는 요소도 네 가지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다. 흙, 철, 돌 그리고 인간이다. 흙, 철, 돌이 집을 구성하는 외형적 요소라면 인간은 내형적 요소다.
여기에 집의 본질이 있다. 단단한 돌, 거친 흙, 견고한 철은 인간의 바람대로 다듬어지고 매만져져 형태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 공간이 탄생한다. 공간은 다시 인간의 욕망대로 구성되고 채워지고 비워진다. 침실에 렘브란트 그림이 걸리고 거실에 현악기 선율이 흐르기도 하며 마당에 수목이 채워지기도 하고, 주방에 형형색색의 유리 그릇들이 들어차기도 한다. 
인간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재료로 만든 자신만의 공간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 이 공간에 다양한 욕망과 바람이 섞이며 집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 견고하고 단단한 외형적 요소들로 무장한 집은 공간에 욕망을 투영하는 인간을 따라 숨 쉬듯 특유의 온기를 품는다.
욕망이 반영되지 않은 집은 모델하우스처럼 생명력 없는 장식이다. 인간의 온기와 손길이 사라진 집은 한순간 폐가로 전락한다. 살아있는 집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개성을 지녀 똑같은 게 없다. 하다못해 물컵 하나, 못 하나도 다르다. 
형태를 결정짓는 외형적 요소는 변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가치지만, 내형적 요소는 아이러니하게도 불변의 것들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려고 한다. 변하지 않는 것들과 변화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대립하고 어우러지며 집을 진화하게 하니, 상충과 조화가 바로 집의 본질이 아닐까?

本心을 알아내는 일
editor 한
사람의 본심을 알기란 참 어렵다. 오죽했으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생겼을까.
그 알기 어렵다는 본심을 알아내기 위해 건축가는 건축주의 말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인다고 한다. 이 사람이 왜 이 집을 짓고 싶어 하고 어떤 장식을 원하며 어떤 공간을 갖추길 바라는지….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건축가는 귀를 기울이고 질문을 던지고 스케치를 한다. 그런 수고를 거쳐 건축주의 본심을 정확히 찾아내면 건축주가 꿈꾸던 집을 완성할 수 있다. 
이는 기자도 마찬가지다. 취재는 취재원의 본심을 알아내는 일이다. 과연 이 사람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또는 이 사람은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어 하는지, 심지어는 이 사람의 거짓이 무엇인지조차 상대의 언어와 몸짓, 표정을 통해 알아내야 한다. 취재하며 그 사람의 본심을 찾아내면 기사의 질이 오르지만, 그렇지 못하면 차마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글이 나온다. 그래서 기자들은 상대가 숨겨둔 본심을 끄집어내기 위해 오늘도 치열하게 취재에 나선다. 만약 기자가 여러분을 찾거든 본심을 드러낼 준비를 하시라.

보이지 않는 것의 힘
editor 진
건축에 대해 배우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막내 기자다. 사실 입사 초기엔 건축 방식이나 인테리어 정도만 쓰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웬걸, 건축에는 수 천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문화·철학이 녹아 있어 단편적으로만 봐선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건축은 공학의 꽃이며 인간史의 증거’라고 하신 은사님의 말씀이 와 닿는 요즘이다.
기반시설 취재를 위해 많은 시공 전문가들을 만났다. 취재를 해보니 기반시설 공사에도 엄청난 기술이 접목돼 있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대강 하면 사상누각이 된다”는 어느 시공 전문가의 말에서 장인 정신까지 느껴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부터 알차게 채워 나가야 좋은 집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진리는 기자에게도 적용된다. 기초부터 공부해야 결국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번에 새삼 깨달았다. 차근차근 지식의 조각을 모으다보면 언젠가는 그 조각들이 하나의 집을 완성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장 기본부터 충실하라’는 말은 오랫동안 내 좌우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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