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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게 알면 독이 되는 법!

공인중개사는 집에 관한 전문가다. 집을 사고파는 건 이들에겐 일상이다. 일반인들이 부동산을 거래할 때 복잡하게 생각하는 서류절차도 전문가에겐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법이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서 전문가도 손해 보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니 비전문가는 오죽할까. 한 번의 실수로 남은 생을 어렵게 살아갈 수 있으니, 부동산과 관련해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속담을 명심해야 하겠다.


김성룡 박사, ksyong330@naver.com


법관의 고뇌와 법률의 제정 목적   
2013년까지 공인중개사 최종 합격자 누계는 33만 5,510명에 이른다. 과연 국민자격증이다. 많다 보니 분야별 전문가도 종종 나타난다. 공인중개사 신씨도 그 중 하나다.
신씨는 중개를 의뢰받은 A 주택에 주목했다. 이 주택에는 수개의 근저당권이 있었고, 그 채권최고액의 합계는 8억4,600만 원에 달하나, 주택의 시세는 6억5,500만 원에 불과했다. 집주인은 빚을 갚을 생각이 없고, 싸게라도 세를 놔 달란다. 바로 신씨의 전문분야다.
신씨는 본인의 아내인 갑의 이름으로 이 주택을 임차하기로 했다. 갑은 보증금을 2천만 원으로 하여 2011년 11월 11일 임대차계약을 했고, 주택의 인도일을 12월 13일로 정했다. 갑이 거주하고 있던 갑 소유 아파트는 보증금 1억5천만 원에 임대했다. 4일 뒤 이 사건 주택에 신용보증기금 및 세무서에 의한 압류등기가 만료되었다.
갑은 주택 인도일보다 서둘러 11월16일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도 받았다. 신씨는 중개수수료도 챙겼다. 예상대로 12월 26일 경매개시결정이 내려졌다. 이제 이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가 경매 기일에 싼 가격으로 낙찰 받으면 된다. 주택 사정을 잘 아는 신씨가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떨어지더라도 최우선변제권을 행사해 2천만 원을 돌려받으면 되니 손해 없다. 신씨의 대박 아이템이다. 지난번에는 아들 명의로 재미 봤다. 아마 신씨는 인생의 비밀을 푼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경락받지도 못했고 배당에서도 제외되었다.
대법원의 이유를 보면 다음과 같다.
①원고의 남편은 공인중개사로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규정을 잘 알고 이 사건 임대차계약 체결을 중개한 점.
②원고는 그 소유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채권최고액의 합계가 시세를 초과하는 이 사건 아파트를 임차하였고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경매가 개시될 것을 예상해 소액임차인의 요건에 맞도록 시세에 비추어 현저히 낮은 보증금만을 지급했으며, 실제로 계약 체결 직후 경매가 개시된 점.
③당초 임대차계약상 잔금지급기일 및 목적물인도기일보다 앞당겨 임차보증금 잔액을 지급하고 전입신고를 마친 점.
④원고가 이 사건 주택을 임차한 때로부터 불과 6개월 만에 자녀를 대리하여 다른 아파트를 임차했고, 그 임차보증금 또한 2천만 원이며, 그 임대차계약 체결 직후 경매절차가 개시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소액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경매개시결정 전에만 대항요건을 갖추면 우선변제권을 인정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악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자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결국 갑을 소액임차인으로서 보호할 수 없다는 취지다. 법률을 모든 상황에 맞춰 규정할 수 없다. 그래서 법관은 고뇌한다. 법률의 제정목적을 고려해 정의에 맞는 법을 찾으려고….

가계약 해제와 가계약금
좋은 물건을 얻으려면 발품을 파는 것이 최고다. 최고의 물건을 찾았다면 먼저 찜하는 것이 임자다. 바로 계약금이다. 계약금을 걸면 계약체결이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계약체결이 되면 일방적으로 해약할 수 없다.
해약하려면 계약금을 교부한 사람은 이를 포기하여야 하고 계약금을 받은 사람은 받은 금액의 배액을 상환하여야 한다(민법 제565조).
계약금은 거래가액의 10% 정도 하는 것이 거래관행이다. 그런데 거래가액의 10%에 해당되는 계약금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러다 보니 아주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고안한 것이 이른바 가계약금이다. 거래가액의 10%에 해당되는 금액이 1천만 원이라면, 먼저 200만 원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다음 날 지급한다고 약정하는 경우이다.
평소 성격이 급하다는 평가를 받는 김씨가 싼 전세물건을 발견하고 가계약서를 작성하고 가계약금 200만 원을 걸었는데, 그날 저녁 더 좋은 물건을 발견한 김씨가 가계약을 해제하려고 한다. 과연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계약으로 인한 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약의 성립 여부이다. 계약 성립이 없었다면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겠다. 그러나 가계약서도 계약으로 취급하는 것이 보통이다. 부동산 매매에 관한 가계약서 작성 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그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매계약은 성립된다고 한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5다39594판결).
아무래도 김씨는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겠다. 김씨는 200만 원을 포기하고 끝내기로 했다. 그런데 누구 맘대로? 김씨는 나머지 800만 원을 모두 지급하여야 해제할 수 있단다. 가계약서 작성 당시 비고란에 계약금 1천만 원 중 200만 원은 계약 당일 지급하고 나머지 800만 원은 그 다음날 송금하기로 약정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판례이다. “당사자가 계약금의 일부만을 먼저 지급하고 잔액은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하거나 계약금 전부를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교부자가 계약금의 잔금이나 전부를 약정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계약금 지급의무의 이행을 청구하거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금약정을 해제할 수 있고, 나아가 위 약정이 없었더라면 주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주계약도 해제할 수도 있을 것이나, 교부자가 계약금의 잔금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한 계약금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하므로 당사자가 임의로 주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3611판결)
빠르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빠를 뿐만 아니라 정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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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쉽게 풀어쓴 법과 부동산 27. 어설프게 알면 독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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