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보기
 
땅에 얽힌 두 이야기,
소유권 그리고 통행권리관계


귀농귀촌의 시작은 땅을 사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토지는 한정되어 있고 원하는 사람이 많아 좋은 땅을 찾기 어렵다. 설사 좋은 땅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복잡한 소유권 문제나 여러 상황으로 구입하기를 망설일 때도 있다. 혹은 며칠 사이로 주인이 바뀌어 아쉽게 발걸음을 되돌려야 할 때도 있다. 이처럼 땅을 두고 발생할 수 있는 소유권 문제와 통행권리관계에 대한 사례를 알아본다.

김성룡 박사, ksyong330@naver.com


경청해야 성공한다
최근 A씨는 좋은 제안을 받았다. 마음에 드는 땅이 싸게 나왔기 때문이다. 마침 귀농귀촌을 계획 중이라 A씨는 당장 계약을 체결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매도인이 세금 및 기타 사정 등으로 당장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수 없으니 3년 뒤에 등기를 이전하는 걸로 계약하자고 한다. 잔금지급일을 3년 뒤로 하고 동시에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자는 것이다. 땅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A씨는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등기부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고 깨끗한 상태지만, A씨의 걱정은 끝이 없다.
“지금 계약을 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주면 본 계약을 파기할 수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3년이라는 기간은 문제가 없는 걸까요? 그리고 매도인이 중간에 다른 사람에게 매도하거나 근저당을 설정하면 어떻게 되나요? 아니면 이 땅에 집을 짓는 등 여러 가지로 활용할 수 있지는 않을까요? 이러한 행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 또는 사전 준비는 무엇이 있을까요? 자문료를 충분히 드릴 테니 자세히 알려주세요.”
A씨는 훌륭했다. 기회를 잡으려는 태도 및 사전에 준비하고 경청하는 자세가 좋았다.
“물론 계약금과 중도금이 지급된 후에는 임의로 계약을 파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매도인이 다른 곳에 팔고 잠적하면 대책 없습니다. 따라서 가등기를 해두어야 합니다. 가등기가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더라도 찾아올 수 있습니다. 만약 땅주인이 건물을 짓거나 수목 또는 농작물을 심은 경우에는 복잡한 법률문제가 발생함과 동시에 명도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중도금 지급과 동시에 점유를 이전받으세요.”
그 밖의 관련사항에 대해서도 상세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기회는 올 때 잡아야 하고, 법률지식은 사전에 필요하다. 지나간 버스는 아쉬움만 남기고, 사고 후의 재판은 막대한 시간과 돈이 든다.
이탈리아의 토리노 박물관에 있는 ‘기회의 신’ 카이로스의 모습은 기이하다. 벌거벗은 몸이라 누구나 알아볼 수 있고, 앞머리가 무성한 것은 누구나 쉽게 붙잡을 수 있도록 함이다. 뒷머리는 대머리라 일단 지나가면 다시는 붙잡을 수 없고, 어깨에 달린 큰 날개, 발뒤축에 난 작은 날개로 최대한 빨리 사라진다. 카이로스는 칼과 저울을 들고 있는데, 이는 신중하게 판단하고 신속하게 결정하라는 의미이다. 이것이 바로 기회Oppertunity의 모습이다. 기회는 우리 옆을 수시로 지나간다. 반드시 온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순식간에 지나가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신약성경에 있는 열처녀의 비유도 같다. 신학적 해석을 차치하면 기회는 부지불식간에 오므로 준비하고 기다려야 한다. 어두운 길을 따라가려면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준비란 가르침에 따르는 것이다. 기회는 손으로 잡는 것이 아니고, 귀로 잡아야 한다.

사유 도로의 법률관계
“자기 소유 토지의 도로를 임의로 폐쇄할 수 있나요?”
마을 소유 토지에 관한 소송을 인연으로 알게 된 처형네 마을 이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간단한 안부인사 끝에 골치 아프다며 슬며시 상담을 청한다. 이장님은 젖소를 키우고 있는데, 본인 소유 땅 한쪽에만 있는 우사牛舍를 다른 쪽까지 넓히려고 공사를 진행하던 중 민원이 제기돼 중지되고 말았다고 한다. 뒷집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통로가 문제였다. 그 통로는 우사가 증축되는 토지의 중간을 가르고 있었다.
“도로가 개인 소유라도 임의로 통행을 못하게 한다면 교통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185조는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육로’란 사실상 일반 공중의 왕래에 공용되는 육상의 통로를 널리 일컫는 것으로서 그 부지의 소유관계나 통행권리관계 또는 통행인의 많고 적음 등을 가리지 않는다. 사실상 2가구 외에는 달리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는 통행로라 하더라도 이는 일반교통방해죄에서 정하고 있는 육로에 해당한다고 본 판례도 있다(대법원 2007.02.22. 선고 2006도8750 판결).
이장님은 10여 년 전쯤에 집을 짓기 위해서는 도로가 있어야 한다는 뒷집 사람의 요청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토지사용승락서를 작성해주었다며 후회한다.
“무작정 폐쇄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도로를 개설해 뒷집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필자의 조언을 듣고 일주일이 지난 뒤 다시 전화가 왔다. 다른 쪽으로 도로를 내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런데 도로개설비용 때문에 다투고 있단다. 이장님은 10여 년 전에도 그랬듯이 자기 땅을 공짜로 내주는 것이므로 이를 이용하는 사람이 도로개설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뒷집 사람은 우사를 넓히려는 목적으로 이미 이용하고 있는 도로를 없애는 대신에 다른 도로를 개설하는 것이므로 도로개설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고 한다.
“당연히 뒷집 사람이 부담해야죠.”
필자의 말에 이장님이 크게 기뻐한다.
뒷집 사람에게는 주위토지통행권이 있다. 즉 어느 토지와 공로사이에 그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에 그 토지소유자는 주위의 토지를 통행 또는 통로로 하지 아니하면 공로에 출입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때에는 그 주위의 토지를 통행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통로를 개설할 수 있다(민법 제219조 1항). 그러나 통행권자는 통행지소유자의 손해를 보상하여야 한다(민법 제219조 2항).
며칠 후 전화 속 이장님 목소리는 풀이 죽어 있었다.
“일단 내가 부담하기로 했어요.”
공사를 빨리 끝내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마침내 이장님은 사소한 일이라도 미리 상담하겠다고 다짐한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알기 쉽게 풀어쓴 법과 부동산 29. 소유권과 통행권리관계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