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보기
-
-
구름 위에 지은 곡성 주택
-
-
은퇴 후에 거주하는 집이란 개념은 무엇보다 편안한 집, 머무르고 싶은 집, 슬로우 생활 패턴을 고려한 집 그리고 심심하지 않을 일상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곡성 주택은 주변의 자연환경을 잘 끌어들여 집 안에서도 심심하지 않게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디자인했다. 현대적 외부 형태 및 재료와 전통적 내부 공간의 형태 및 재료를 통해 내·외부 공간에 극적인 대비 효과를 줬다.글 문영아(이즈모어앤씨건축사사무소 대표) 사진 김창묵 작가※ 기사 하단에 이 주택과 관련된 인터뷰와 영상을 링크시켰습니다. 자세한 사항이 알고 싶으시면 영상을 클릭해 주세요.
HOUSE NOTEDATA위치 전남 곡성군 죽곡면 삼태길 지역/지구 생산관리지역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대지면적 968.00㎡(292.82평)건축면적 110.36㎡(33.38평) 건폐율 11.40%연면적 92.00㎡(27.83평) 다락 25.96㎡(7.85평)용적률 9.50%토목공사유형 절토, 성토토목공사비용 1천만 원건축비용 1억 5천만 원(3.3㎡당 540만 원)설계기간 2015년 7월~10월공사기간 2015년 10월~2016년 3월설계 이즈모어앤씨건축사사무소 010-9206-7960시공 한성주택연구소
은퇴 후에 한적한 시골에서 살기로 한 건축주는 1년 넘게 남해안 일대의 집터를 보러 다니다가 전남 곡성에 정착하기로 마음먹고 약 1천 평의 산이나 다름없는 땅을 구입했다. 지리산에서 가지를 친 첩첩한 산과 굽이굽이 흐르는 보성강이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으로 멀리 아랫마을이 있지만, 인근에 주택이 한 채밖에 없는 한가하고 고요한 곳이다. 또한, 인근 주택지에 비해 지대가 가장 높고, 병풍처럼 둘러싼 산을 배경으로 멀리 강을 바라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형이다.
안방 옆에 배치한 툇마루
모던과 전통의 극적인 대비 효과실내에 앉았을 때 마당 밖으로 멀리까지 펼쳐지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최대한 누리도록 주택을 남서측면으로 약간 비스듬하게 틀어서 배치했다. 외관은 현관을 중심으로 채를 분리하는 개념을 가지기 위해 지붕의 높낮이를 조절해 분절된 매스의 느낌을 주고, 그 위에 가로형의 넓은 창을 가진 다락을 계획했다. 우측 전면에 갤러리형 처마와 툇마루를 구성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 되고 따스한 햇볕과 맑은 공기를 느끼는 유유자적한 공간이 된다.
철근콘크리트주택임에도 목재로 인테리어를 연출해 목조주택 같은 느낌이 든다.
창밖으로 보이는 지리산과 TV에 비친 풍경이 ‘전원주택’이란 말을 실감케 한다.
MATERIAL외부마감 지붕 - 벽돌 벽 - 징크, 벽돌 데크 - 타일내부마감 천장 - 목재 벽 - 목재 바닥 - 마루(목재) 단열재 지붕 - T150 압출법 보온판 가등급 벽(외단열) - T90 압출법 보온판 가등급 벽(내단열) - T10 압출법 보온판 가등급계단실 디딤판 - 목재 난간 - 목재창호 시스템 창호(KCC)현관 기성 현관문조명 LED주방기구 자체 제작위생기구 이누스난방기구 기름보일러
천연 목재를 사용한 싱크대와 가구가 한옥같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나타낸다.
본래 창고로 계획했으나, 식당으로 사용 중인 공간
공간은 작은방을 작업을 겸하는 별채 개념으로 보아 서측 진입 동선 쪽에 두고, 가운데에 거실과 주방/식당을 일자형 연계시키고, 동측에 침실과 드레스룸, 욕실, 발코니로 이뤄진 마스터 존을 구성했다. 이로써 거실에서 산과 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안방에서 동측으로 아침 햇살과 넓은 마당, 산을 바라볼 수 있다. 또한,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해 주방/식당과 다용도실, 창고 등을 계곡 가까이 배치했다. 거실에서부터 계단으로 연결한 다락은 외경사 지붕으로 구성해 전면 부분에 가로로 긴 넓은 창을 내고, 넓은 옥상 테라스로 진입할 수 있게 계획했다.
4짝 미세기문을 설치해 발코니와 연결한 안방. 천장 조명에 격자로 포인트를 줬다.
안방과 반대편에 배치한 작은방
인테리어 콘셉트는 전통성이 살아 있는 목재와 황토, 한지 등으로 온화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잡았다. 전체적으로 천연 목재를 사용해 차분하고 안정적인 색채 이미지를 살리면서 공간별 목재의 구성 방식을 달리해 포인트를 주고 전통 한지로 벽체를 마감해 온화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따라서 모던한 외관과 달리 실내 분위기는 전통적인 목재 이음 방식으로 마감한 벽과 천장, 황토를 두껍게 깐 바닥, 세살 목창 등으로 고아하다. 특히 거실의 목조 틀 사이에 한지를 끼워 은은하게 연출한 천장 조명, 목재를 이음 맞춤한 독특한 아트월, 그리고 차가운 공기를 차단하면서 창살 사이로 은은한 빛을 끌어들이는 덧창 형식의 세살 목창이 눈길을 끈다.
거실의 계단을 오르면 다락으로 향한다.
다락은 외경사 지붕으로 구성해 전면에 가로로 긴 넓은 창을 냈다.
입면은 단층 구조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층고를 다르게 하여 높낮이의 다양성을 표현하고 벽돌과 징크로 공간의 다양성을 표현했다. 여기에 갤러리 형태의 처마 구성으로 수평적 요소를 추가했다. 또한, 기초의 연장선을 활용해 툇마루를 구성하고, 외부의 투명창과 내부의 전통 목문의 조화로 투영되는 음영을 그려냈다. 전체적으로 차가운 물성의 징크와 천연 재료인 고벽돌의 회색 톤이 음양의 조화를 이루듯 잘 어우러져 주변 자연환경과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디자인했다.
현관에서 바라본 전경
동측 마당에서 바라본 풍광. 저 멀리 보이는 노을빛이 주택에 포근함을 안긴다.
좌측을 기준으로 바라보면 더욱 모던해 보인다. / 서측의 작은방 외부. 산에 둘러싸여 아늑하다.
곡성 주택은 건축주의 바람대로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하며 지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천혜의 푸른 산과 강, 하늘이 발산하는 힐링 기운을 받아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를 기원한다.
툇마루 앞에 설치한 그네에 앉아 차를 마시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을 듯하다.
전면 마당과 동측뷰
곡성 주택 주경
주택 야경 모습
추가
[철근콘크리트, ALC주택] 구름 위에 지은 곡성 주택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9-02-02
-
-
쉽게 풀어 쓴 일반인을 위한 전원주택 마련법 ④ 살림집 배치와 실 구성(2)
-
-
조금만 인식을 바꾸면 쓰임새가 달라진다앞전에는 살림집 배치와 실 구성 요령 첫 번째로 일조와 살림집, 현관, 거실, 식당, 주방 배치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호는 그 두 번째로 화장실, 수납공간, 침실의 배치와 공간 구성 요령에 대해 살펴본다. 다시 언급하지만 설계는 실 배치와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시간적 여유를 두고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함을 명심하자.글 최규철<BLC하우징 대표>
화장실 먹는 행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배설 행위가 아닐까 생각한다. 배설 행위의 부산물이 농경시대에는 매우 중요한 자원 중 하나였으며 철저히 재생산되는 순환 체계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생활환경이 달라지면서 지금은 애물단지(?)가 돼버려 처리에 문제가 생기면 매우 심각한 환경 오염원이 되고 있다. 유쾌한 행위인 먹는 것과 달리 배설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중적이면서 참 고약하다. 필자는 이런 이중적 행위가 벌어지는 화장실을 고맙고 유쾌한 장소로 인식해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지위를 확보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설계를 하다 보면 화장실은 우선순위에서 늘 밀리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기 어렵다. 특히 주거 공간이 좁을 때에는 더없이 초라해진다. 이러다 보니 종일 햇빛은 고사하고 때론 조금 시간이 지나면 환기조차 제대로 안 되는 공간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렇게 무관심한 공간이 아닌 가능하다면 햇볕이 들고 자연 환기가 이뤄지게 배치하고 물 사용 공간을 최소화해 자칫 습하기 쉬운 조건을 미리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장실은 바닥, 벽 할 것 없이 석재나 타일로 마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물을 마음껏 사용해도 청결이 유지되고 보수가 편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습한 환경이 조성돼 인체에 해로운 곰팡이 등 각종 세균의 서식처가 되거나 구석구석 물때가 끼어 쉽게 화장실 환경이 나빠지게 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가뜩이나 물 부족 국가라고 하는데 청소로 또다시 많은 물이 낭비되니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지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생각을 바꿔 습식 환경을 건식 환경으로 바꾼다면 관리에 다소 불편함이 따를 수는 있지만, 쾌적하고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는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까다롭고 하자가 발생하기 쉬운 방수 공사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고 배수·배관 공사도 줄어 여러 가지 유리한 면이 생긴다. 건식공법을 적용하면 벽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석재나 타일 종류가 아니라 일부에 페인트칠을 한다든지 벽지를 바른다든지 나아가 목재를 붙일 수 있으며 바닥은 화장실 위치에 따라 거실 또는 침실과 같은 마감재를 적용할 수 있다. 인접한 공간과 마감재를 연계함으로써 연속감을 줄 수 있으며 다양한 재료 사용으로 개성 있는 공간 연출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화장실은 다양한 용품들을 필요로 하는 장소이므로 이러한 것들을 수납할 수 있는 넉넉하고 기능적인 수납장이 필요하다. 형식을 맞추느라 겨우 있는 그런 수납장이 아니라 필요한 용품들이 제대로 효율적으로 자기 자리를 차지하도록 그리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 여유가 있다면 샤워부스와 욕조가 별도로 있으면 좋겠으나 그렇지 못하다면 욕조에 문이 달린 칸막이를 설치해 샤워부스를 겸할 수 있도록 하거나 또는 전용 샤워부스를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욕조는 따듯한 물이 식지 않도록 보온 처리가 된 욕조를 사용하는게 좋다. 보온 성능이 떨어지는 욕조는 단열처리를 해 사용하면 보다 효율적이다. 세면기는 시중에 흔히 보이는 제품도 기능적으로 무리 없으나 하부 수납장이 달린 것을 사용해 하나의 가구처럼 분위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사용하도록 하자. 북쪽으로 배치한 화장실의 환기 장치는 겨울철 역풍으로 외기가 들어오는 통로가 되고 만다. 따라서 역풍을 방지하는 환기 장치를사용하고조명기구도습기에안전한것으로쓴다. 그리고 대변기가 꼭 욕조나 샤워부스, 세면기와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는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반드시 한 공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별도의 공간(의도적으로 분리할 수도 있지만 집 규모가 작으면 자투리 공간을 이용할 수도 있다)으로 분리, 배치해 더욱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도 크기에 따라 공간을 잘 이용하고 각 위생 기구도 개성 있게 배치하며 작은 꽃이라도 놓아 인위적인 향기가 아니라 자연 향을 맡을 수 있게 함으로써 모두에게 기분 좋은 공간으로 만들어 보자.
수납공간 사람이 살면서 느는 것은 나이와 주름살 그리고 살림살이가 아닐까. 살림살이뿐이랴, 옷가지도 사시사철 바꿔 입어야하니 만만치 않은 공간을 필요로 하게 된다. 예전에 한 지인이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일명 보자기 문화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말이다. 그는 "예전에 우리 선조들은 물건을 옮길 때 웬만한 것은 보자기에 싸서 옮겼다. 옮기고 나면 그 보자기는 역할을 다해서 적당히 접어 한 곳으로 치우면 흔적이 남지 않으나 서양 사람들은 물건을 옮기는 전용 용기 즉 가방 같은 것을 만들어 넣어 옮기기에 이후 역할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그 크기 그대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빈 용기를 보관하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며 보자기 문화의 우월성(?)을 필자에게 열심히 설명한 적이 있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 생활 방식이 예전같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지라 혼자 사는 사람도 무엇이 그렇게 많은지 이사 한 번 가려면 저 공간에서 어떻게 저렇게 많은 물건이 있었는지 상상이 안 갈 정도로 많은 양을 볼 수가 있다. 이렇게 소유한 물건이 많은데 그에 비해 수납공간은 거의 없다고 표현해도 무리가 아닐 듯싶다. 대부분 설계 과정을 보면 따로 수납공간을 요구하는 경우는 극히드물다. 이러다 보니 새 집을 짓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 수납해야 할 물건들이 제자리를 잡지 못한 채 방황하기 일쑤가 되는 것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수납공간을 준비하지 않으면 당연히 집 안 정리를 제대로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흩어져 있는 물건들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게 되고 결국 주거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준다. 수납공간도 침실이나 거실처럼 주거에 필요한 하나의 공간이지 이런저런 공간들을 배치하고 난 후 남는 공간을 활용해 겨우 생기는 곳이 아니다. 그런 공간이 수납공간으로 제대로 활용될지 의문이다. 수납공간도 각자의 생활 방식에 따라 소유하는 물건에 따라 규모나 크기가 기능 중심적으로 효율적으로 계획해야 제대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설계 단계부터 이를 계획해 적정한 크기와 효율적인 배치로 물건들을 쉽게 찾아 쓰고 다시 보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납공간도 설계 단계부터 계획해 적정한 크기와 효율적인 배치가 아뤄져야 한다.
침실 어떤 책에서 읽었던 글이다. - "이 벽장을 만들 때에 여간 신경을 쓴 게 아녜요. 이제는 이런 절대 치수를 아는 목수가 없어요. 문을 보세요. 저런 것들 하나하나에도 그 절대 치수가 있습니다. 비대하지도 않고 마르지도 않으면서 방과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않습니까? 이것이 옛사람들의 삶이고 멋이었습니다."벽에는 까만 못이 박혀 있다. "아무렇게나 박아 둔 게 아닙니다. 물론 무언가를 걸기 위해서 박아 놓은 것이지만 방 안에 있음직한 어떤 악센트를 고려 한 겁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이 방의 아름다움은 이런 철저하고 꼼꼼한 마음씨가 배어든 데에 있다. 어느 구석도 억지로 꾸미거나 으스대거나 무얼 강요하는 마음으로 차린 낌새가 없고, 군더더기라곤 하나도 없으며 그 안의 모든 것이 소박하고 자연스럽게 서로 어울린다. - 개인적으로 무척 공감 가는 이야기이기에 짤막하게 소개했다. 가끔 아는 지인들의 집을 방문하거나 잡지 등의 책들을 통해 부부침실을 보게 된다. 침실이 온통 개구부로 돼 있고 겨우 벽면 하나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기와 접한 창문, 한쪽에는 벽면전체를 차지한 옷장이나 벽장, 침실로 들어오는 문, 화장실이나 옷 방으로 가는 문. 이러다 보니 침대나 다른 가구들을 놓아둘 곳이 마땅치 않다. 한편 어떤 집 침실은 영화에서 보았던 장식이 달린 커다란 침대가 방 안을 가득 메운다. 침대 하나만 놓고 보면 어떨지 몰라도 실제 침실을 몽땅 침대에게 빼앗긴 꼴이 돼 버렸다. 침실이 이렇게 된 이유를 앞에 글을 인용해 설명하면 꼼꼼한 마음씨가 배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자신이 좋아하는 가구 크기와 형태가 아닌 방의 크기를 고려해야 한다. 풀어 말하면 자신이 원하는 가구를 배치하고 이들을 적절하게 사용하려면 설계 시 침실 크기를 세밀하게 설계자와 협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구부 동선을 한곳에 모아 벽 면적을 넓히면 거주하면서 침대 등 가구 배치를 바꾸는 것도 한결 수월하다. 아주 오랜 시간을 똑같은 배치로 생활한다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방을 크게 만들어 가구를 마음대로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침실 크기와 위치를 고려해 창문과 벽장, 옷장 위치를 잡는 것이 좋다. 가구로 벽면을 가득 채우지 말고 옷 방을 만드는 등 꼼꼼히 살펴 효율적으로 공간을 계획한다면 보다 쾌적한 침실이 될 수있다. 더불어 자연 햇살이 침실 가득 들어오는 것(창문이 지나치게 큰 것)보다 겨울철 깊숙이 들어오고 바람이 침실을 지나는 창문 계획이 된다면 더없이 좋은 침실이 될 것이다.
효율적으로 공간을 계획하면 보다 쾌적한 침실을 만들 수 있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9-02-01
-
-
신혼부부의 달콤한 보금자리 함양 목조주택
-
-
지리산 산양산삼으로 유명한 경남 서북단에 위치한 함양. 이곳에서 나고 자라면서 서로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이 학업 차 외지에 나갔다가 되돌아와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되어 신혼 보금자리로 단독주택을 지었다. 현재와 미래를 모두 염두에 둔 실용적인 공간 구성과 순백의 도화지처럼 꾸민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글 윤홍로 기자 | 사진 백홍기 기자 취재협조 이솝하우징
HOUSE NOTEDATA위치 경남 함양군 함양읍 교산리지역/지구 제1종 일반주거지역건축구조 경량 목구조토목공사유형 옹벽 설치대지면적 302.00㎡(91.35평)건축면적 76.00㎡(22.99평)건폐율 25.17%연면적 115.42㎡(34.91평) 1층 73.66㎡(22.28평) 2층 41.76㎡(12.63평)용적률 38.22%설계기간 2018년 1월~4월공사기간 2018년 6월~9월설계 및 시공 이솝하우징 031-248-8655 www.aesopfactory.com
함양군 소재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교산리 원교마을에 단정하고 아담하게 앉혀진 복층 경량 목조주택. 갓 결혼한 송광우·서선혜 부부가 알콩달콩 살아가는 신혼주택이다. 군 소재지라 아파트도 적잖은 편인데 이들 부부는 왜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을까.“결혼하면 어디에서 살까, 이 부분은 딱히 고민하지 않았어요. 저희 둘 다 면 소재지의 단독주택에서 살아서 그런지 아파트는 공중에 붕 떠 있는 느낌이다, 땅을 밟을 기회가 적다, 나중에 아이들을 맘 놓고 키우기도 어렵다 …, 이렇게 아파트에 대한 단점만 주로 얘기한 것 같아요.” _ 송광우“무엇보다 아이들 부분이 가장 컸어요. 안에서 뛰든 밖에서 뛰든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우고 싶었어요. 아이들이 눈치를 보면서 자라는 게 싫었으니까요.” _ 서선혜
주차장과 슬로프로 이뤄진 주택 배면과 좌측면
부부가 신혼주택을 앉힌 곳은 비교적 지대가 높은 마을 안쪽 끝이라 분위기가 고즈넉하고, 가깝게는 시내 전경이 멀게는 연화산과 태봉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며, 바로 앞에 어린이집과 지척에 초·중·고등학교가 있어 입지 면에서 손색이 없다. 대지 여건은 뒤쪽으로 주도로에서 벗어나 차량 소통이 뜸한 마을길이 지나고, 앞쪽 석축 아래에 어린이집이 있으며, 우측은 밭에 좌측은 주택이 들어선 대지에 접한다. 지형·지세는 앞뒤로 긴 장방형에 가까우며,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경사를 이룬다.건축구조를 경량 목구조로 정한 이유에 대해 선혜 씨는 “단열성, 친환경성, 가성비 등을 고려했다”면서, “외국에서 생활할 때 접한 목구조에 거부감이 전혀 없었고, 신랑도 여타 구조에 비해 목구조가 장점이 더 많다고 판단해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한다.건축주 대부분은 건축 상담 전, 여러 경로를 통해 관련 자료를 수집·분석해 어느 정도 건축구조와 형태를 정하고 개략적인 예산까지 산출한다. 광우 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명도 대비를 이루는 화이트 & 블랙 톤의 외부 이미지를 끌어들인 현관
주방/식당은 거실과 대면형으로 배치해 공간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실면적에 비해 한결 넓게 보인다. 주방 우측에 주차장으로 통하는 문을 낸 보조 주방 겸 다용도실을 뒀다.
화이트 톤으로 도색한 거실엔 아트월이나 텔레비전, 소파 등도 없다. 부부는 “다른 데 신경을 쓰지 않고 오직 서로에게만 관심을 기울이도록 한 것”이라고 한다.
MATERIAL외부마감 지붕(웜루프) - 알루미늄 징크 벽 - 스타코 플렉스 데크 - 현무암내부마감 천장 - 벽지 벽 - 벽지 바닥 - 강마루계단실 디딤판 - 미송 집성판 난간 - 벽체 난간단열재 지붕 - 글라스울 R37(크나우프) 외벽 - 내단열: 글라스울 R23(크나우프), 외단열: EPS 가등급 내벽 - 글라스울 R19(크나우프)창호 독일식 시스템창호(살라만더)현관문 단열도어(성우스타게이트)조명 LED주방가구 한샘위생기구 대림난방기구 가스보일러(경동나비엔)
복도를 기준으로 배면에 물 사용 공간을, 전면에 두 개의 침실을 효율적으로 배치했다.
1층 복도 전면 침실. 현재는 게스트룸으로 사용하지만, 향후 아이들에 줄 공간이다.
건식과 습식으로 구분한 1층 공용 욕실
“목구조 관련 홈피나 SNS를 검색하고 여러 차례 건축박람회를 관람하면서 상담도 많이 받아봤어요. 나름 예상한 건축비가 있는데, 대부분 그보다 낮게 불렀어요. 하지만 이솝하우징은 ‘우리는 이렇게 합니다, 좋습니다, 하지만 좀 비쌀 수 있습니다’ 하는 식으로 거짓과 숨김이 없이 말해줬어요. 저희가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고, 예상한 금액과도 상당히 일치해 이솝하우징에 설계와 시공을 맡긴 거예요. 시공하면서 뜻하지 않게 비용이 증가하면 낭패잖아요. 설계와 시공 전문 2인 경영체제라 그런지 시종일관 의사소통이 잘 돼서 처음 짓는 집인 데도 재밌게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어냈어요.”이솝하우징은 “가설계를 토대로 한 적산서를 바탕으로 견적을 제시하고, 여기에서 추가할 게 없다는 조건 하에 계약한다”면서, “적산서에 견적이 크게 달라지는 품목의 종류와 크기, 수량을 명시하고, 건축주의 주관적인 모델인 조명이나 타일, 위생기구 등은 기준 금액으로 정해놓기에 공사비에 큰 변동이 없다”고 한다.
계단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공간 디자인함양 주택은 도로면보다 대지가 낮기에 건축물의 안전상 배수와 방습을 위한 성토가 필요했다. 성토는 건설업을 하는 선혜 씨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평탄 작업 후 주택을 앉힐 자리[집터]에만 진행했다. 이를 통해 주택 배면도로 쪽에 2대 분의 주차장을, 전면에 주택과 위계를 달리한 비교적 넓은 마당을 확보했다. 외부에서 진입 방법은 좌측 슬로프를 통해 마당을 거쳐 전면 현관으로 오르는 동선, 배면 주차장에서 다용도실로 바로 통하는 동선, 현무암 데크를 따라 우측면에서 현관으로 에도는 동선 세 가지가 있다. 주변 풍광과 주택을 바라보며 진입하는 동선도 손색이 없지만, 무거운 짐을 나를 때 주차장에서 다용도실로 곧장 진입하는 동선이 유용해 보인다.동남향으로 앉힌 주택은 사각형 위에 삼각형을 얹어 놓은 듯한 단층과 복층 두 개의 매스를 지붕의 물매 방향을 달리해 배치한 형태다. 군더더기가 없는 모던하고 심플한 형태로 에너지 소비와 하자, 시공비를 최소화한 주택 디자인을 보는 듯하다. 여기에 블랙 톤의 징크 지붕과 화이트 톤의 스타코 플렉스 벽이 명도 대비를 이뤄 모던하고 심플한 주택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공간 배치는 현관을 기준으로 좌측에 앞뒤로 대면형 거실과 주방/식당이 있고, 우측에 복도를 사이에 두고 전면에 두 개의 방과 후면에 보조 주방(주방 우측)을 겸하는 넓은 다용도실과 화장실, 계단실이 있다. 전망과 채광, 차음, 동선 등을 염두에 둔 기능적 공간 배치임을 알 수 있다.
2층 드레스룸에서 본 포켓도어를 설치한 계단실과 부부 전용 욕실. 원룸형이면서 내벽을 적절히 활용해 공간을 기능적으로 구분했다.
2층 부부 침실. 좌측에 취미실을 두고, 전면을 창가 로망을 채워주는 윈도우 시트로 디자인했다.
2층 욕실. 오픈형 건식 세면대를 사이에 두고 좌우에 샤워룸과 화장실을 배치했다.
계단실을 통해 2층에 올라 포켓도어를 열면 먼저 드레스룸이 눈에 들어오고, 안쪽에 좌우로 트인 가벽을 사이에 두고 전면에 부부 방과 취미실, 후면에 위생 공간이 있다. 2층은 원룸형으로 부부 방과 욕실, 건식 세면대, 화장실로 이뤄진 위생 공간을 가르는 가벽은 수납장과 빔 프로젝트용 스크린을 겸한다. 고가 높아 전망 좋고 채광이 풍부하며 외부 간섭에서 벗어난 부부의 방 전면에 창가 로망을 채워주는 윈도우 시트Window Seat로 디자인한 점이 눈에 띈다. 또한 관리하기 편하도록 창호를 설치한 베란다 우측에 이솝하우징에서 향후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 깜짝 선물로 만든 다락이 있다. 단층 구조인 주택 좌측의 거실과 주방/식당 상부 공간을 활용해 만든 것이다.함양 주택은 현재 1층은 공용 공간과 게스트룸으로, 2층은 부부만의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계단실의 위치에 따라 2층에 불필요한 동선이 발생하고 공간 구성이 달라지곤 한다. 이솝하우징은 “신혼부부가 2층을 넓게 사용하도록 계단실을 우측 끝에 배치해 데드 스페이스를 최소화하고, 부부의 바람대로 방과 욕실을 기능성 가벽으로 적절히 분리했다”고 한다.부부는 설계 시 1층 계단 하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했다.
2층 부부 침실 옆 베란다. 먼지가 쌓이면 활용도가 떨어지기에 창을 설치했다. 우측에 이솝하우징에서 향후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 깜짝 선물로 만든 다락 출입구가 보인다.
“신랑은 친척이 많으니 욕실과 별도로 변기만 둔 화장실을, 저는 아이들을 위한 수납공간을 원했어요. 결국 수납공간으로 만들었는데, 친척이 많이 방문해야 1년에 한두 번이니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인지 생각하자는 제 말에 신랑이 동의해준 거예요.”함양 주택은 신혼부부만 살아서인지 여느 주택과 달리 부부 공간이 2층에 있다. 부부는 “저희만의 스타일을 반영했다”면서, “나중에 출퇴근할 때마다 1층의 아이들 방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고 한다. 짐작건대 향후 아이들이 태어나면 2층에서 돌보다가, 아이들이 성장해 각자의 공간이 필요해지면 1층 게스트룸을 줄 요량이다.
좌측에서 바라본 외관. 관리하기 편하도록 목재 대신 현무암 데크를 깔았다.
함양 주택의 단아한 외관만큼이나 인테리어도 순백의 도화지처럼 단순하고 깔끔하다. 또한 거실에는 아트월이나 텔레비전, 소파 등도 없다. 부부는 “다른 데 신경을 쓰지 않고 오직 서로에게만 관심을 기울이도록 한 것”이라고 한다. 신혼의 단꿈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함양 주택, 신혼부부는 그 속에 어떤 그림을 그려 넣을까. 집 안팎을 드나들며 맘껏 뛰노는 아이들, 그리고 이를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부부의 행복한 그림이 아닐까.
다용도실로 통하는 문을 낸 주택 배면. 현재는 LPG 가스로 취사와 난방을 하지만, 곧 도시가스가 들어올 예정이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9-02-01
-
-
[사색의 공간] 집과 건축_삶을 통해 집을 설계할 수 있다면
-
-
집과 건축 Dwelling and Architecture
글 양성필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아키제주 대표)
www.archijeju.com 064-751-9151
삶을 통해 집을 설계할 수 있다면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1887∼1965)라는 유명한 건축가는 ‘집은 삶을 담는 그릇’이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집을 규정한 이보다 더 명확한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제가 디자인하고픈 좋은 집도 삶을 담는 집이랑 다른 말은 아니지요. 우리말인 ‘집’에 가정이라는 의미가 들어있으므로, 집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이미 삶을 고려해서 설계한다는 의미입니다.
한동안 외지에서 살다가 온 저는 제주도의 고유한 건축에 대해서 정말 아무것도 몰랐기에 참 답답했습니다. 물론 제주도의 초가가 안거리와 밖거리로 되어 있고 일찍이 핵가족제도가 발달했다는 등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초등학교인 국민학교 시절에 저도 초가에서 살았습니다. 지붕을 새로 이을 때면 쌓아놓은 새[茅] 묶음 속에서 친구들이랑 작은 집을 만들어서 놀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정작 건축과에 진학해서 공부할 때, 제가 본 것은 양동마을이니 하회마을이니 하는 육지의 양반 건축물이었습니다. 그때야 제가 자란 서귀포에서는 기와집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고 생각했으며, 집은 지역마다 모양이 다 다르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담아야 할 삶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도 조금씩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세계화 시대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외국 건축가의 작품이 많이 세워졌고, 또한 우리나라 건축가도 해외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도 외국 건축가가 설계한 아름답고 좋은 건축물이 많습니다. 반드시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나라 건축가가 설계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편협한 사고입니다. 마찬가지로 제주도에서는 제주도 출신 건축가가 설계해야 한다는 것 역시 편협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누가 설계하느냐에 있지 않습니다. 그러면 좋은 집을 설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제주도라는 지역성을 잘 이해하는 건축사라면 그렇지 않은 건축사보다 그곳에 잘 어울리는 집을 설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이 말에는 어떤 선입견이 있습니다. ‘제주도민의 삶은 그래도 제주도 출신 건축가가 더 잘 이해하겠지’ 하는 선입견이지요. 글쎄요. 정말 그럴까요. 저는 그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타지에서 온 성실한 건축사가 제주도에 더 어울리는 감성을 담은 건축물을 디자인해서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훌륭하고 능력 있는 건축사는 지역성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거든요.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에 특수한 부분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공통으로 좋아하는 것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래서 대기업에서 만드는 자동차, 가방, 가구들이 대량으로 생산·판매되는 것이지요. 모두 개성만으로 살아간다면 똑같이 생긴 제품들은 팔리지 않겠지요. 제주도민은 분명 다른 지역 사람들과 다른 문화와 생활방식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보편적인 삶의 방식은 크게 차이나지 않지요. 어쩌면 제주도민이 갖는 특수한 방식을 이해하는 것보다 인간으로서의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보편적인 인간은 어떤 사람일까요.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저는 제가 살아온 방식으로 인간을 생각합니다. 아마 보통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자기 기준으로 인간을 정의하려고 하겠지요. 그래서 남의 집을 설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지요. 인간의 삶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집을 마음대로 만들면 안 되니까요.
저는 집을 잘 설계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주의 민가를 공부하고 조사해보았습니다. 몇 번 건축을 답사하다 보니 제주도라는 작은 지역에서도 동쪽과 서쪽이, 또 남쪽과 북쪽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현대건축은 지역과 관계없이 비슷하지만, 초가와 같은 목구조 집은 바람의 방향이나 물길의 흐름에 따라서 형태와 배치가 달라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것을 세세하게 여기서 나열할 필요는 없지만, 제게 참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옛집을 관찰한다고 해서 잘 설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주위에서 옛날에 그렇게 살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때와 삶의 방식이 다르지 않느냐고 합니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을 건축공간에 담아내는 기술을 배워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축 디자인을 위한 정보는 책과 인터넷으로 배울 수 있지만, 정작 좋은 집을 설계하기 위한 정보를 제가 얻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삶을 담는 그릇과 같은 멋진 집을 디자인할 수 있을까요.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얻는 건축 디자인에 관한 정보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지요. 또한 제가 제주의 민가를 살펴본 것도 역시 보편적인 삶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학문 역시 보편적인 지식을 추구하며, 책에서 서술하는 집도 많은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설계한다는 것은 특정의 단 한 명의 주인을 위한 특별한 집이어야 하는 것이니까,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늘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사람들은 종종 자기가 원하는 집을 ‘방은 3개고 면적은 30평 정도였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하곤 합니다. 물론 여기에 매우 많은 정보가 이미 들어 있습니다. 방이 3개는 그만큼 가족 수가 많거나 제사 등으로 손님이 많을 수 있다는 의미고, 30평 면적에는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공사비에 대한 생각이 들어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자신이 원하는 집을 이야기할 때 좀 더 친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방 3개를 원한다기보다 ‘집에 우리 부부와 중학생 남자애와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이 있는데, 아들은 공부보다 운동을 좋아하고 딸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해준다면 더 좋겠습니다.
집을 설계할 때 처음에 어떤 집이 좋을지 몰라서 이런저런 질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집을 디자인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질문도 할 수 있고요. 하지만 사람이라는 것이 참 특이해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저는 그런 희망 사항이 잡담하는 가운데서 은연중에 드러나는 경우도 많이 보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좋은 집을 설계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일반적으로 주택설계를 위해 소요 시간을 대략 3개월을 고려하라고 말합니다. 대개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느냐고 반문합니다. 할 수 있다면 당연히 저도 빨리 끝내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회사 운영을 위해서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설계를 위해 대화하다 보면 그 정도 시간은 늘 필요합니다. 그것도 의뢰인이 놀랄까 보아 기간을 줄여서 말하는 것이지요. 그래도 서둘러서 후회하는 것보다 이참에 차분히 자기가 원하는 집이 어떤 집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그야말로 집을 짓는 것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니까요.
-
2019-02-01
-
-
[월간전원주택라이프] 전원주택_제주 철근콘크리트주택_더이레츠
-
-
월간전원주택라이프
http://www.countryhome.co.kr
제주 풍광을 백배로 즐기는
소요헌 & 소일락
소요헌逍遙軒 & 소일락so_il_lac은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하는 중년 부부를 위한 프로젝트다. 가죽공방이 있는 주택을 원한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춰 대지 내에서 각각의 프로그램이 독립적인 동선으로 운영되도록 기획했다. 제주의 푸른 바다와 기생화산 오름인 서우봉, 물개를 닮은 다려도[獺嶼島], 그리고 진산인 한라산을 최대한 조망할 수 있게 각각의 공간을 배치했다. 공간별로 바라보이는 경관은 모두 다르지만, 그 순간들이 하나로 이어져 마치 파노라마 필름처럼 펼쳐진다.
글 김호현 건축가(더 이레츠) | 사진 박정현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제주 조천읍 북촌리 1328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특화경관지구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 구조 + 경량 철골조
대지면적 380.00㎡(114.95평)
건축면적 136.96㎡(41.43평)
건폐율 36.04%
연면적 198.69㎡(60.10평)
1층 104.41㎡(31.58평)
2층 94.28㎡(28.51평)
다락 34.26㎡(10.36평)
용적률 52.29%
설계기간 2017년 2월~2017년 7월
공사기간 2017년 8월~2018년 7월
설계 및 시공 더 이레츠 건축가그룹 02-3144-2567
www.theerets.com
대표 건축가 김호현, 디자이너 및 CM 최해순
시공 강현태, 백승근, 김재종, 권태훈, 문영욱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슬래브 위 방수, 징크 패널
벽 - 사비석, 송판 노출콘크리트,
스타코 플렉스
데크 - 방부목
내부마감 천장 - 실크벽지(주거동: LG하우시스),
노출콘크리트(공방)
벽 - 실크벽지(LG하우시스),
페인트(벤자민무어)
바닥 - 강마루(한솔)
계단실 디딤판 - 자작합판 래커 도장
난간 - 실내: 평철 + 환봉 위 백색 도장,
실외: 아연 각관 위 우레탄 도장(백색),
Ø50 아연관 위 우레탄도장(백색)
단열재 지붕 - T130 징크 패널
외단열 - T75 비드법 2종 3호
내단열 - T75 비드법 2종 3호
창호 3중유리 알루미늄 시스템창호(이건창호)
현관문 방화문 + 삼나무 루버(자체 제작)
조명 LED
주방가구 자체 제작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난방기구 콘덴싱 기름보일러(경동보일러)
소요헌 & 소일락의 다각형으로 생긴 대지는 멀게는 한라산이, 가깝게는 바다와 서우봉, 다려도가 한눈에 보이는 북촌 해변의 올레길 선상에 있다. 클라이언트 부부는 바다와 산, 섬의 경관을 모두 지닌 이곳에서 제2의 삶을 시작하고자 했다.
설계 협의 시 건축주의 아내는 주방과 거실이 공간적으로나 시각적으로 모두 이어졌으면 했다. 주방에서 식사를 준비하면서 거실 쪽을 바라보며 가족과 얘기를 나누고 아름다운 바깥 풍경도 감상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반면, 건축주는 건축가가 적절하고 합리적인 배치를 통해 외부 환경과 연결된 내부 공간을 구성할 것이니, 모든 사항을 건축가에게 맡기자고 했다. 이와 같은 클라이언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더욱더 세밀하게 스페이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대지의 조건과 조망 등을 반영해 내부 공간들을 구성해나갔다.
대지의 형상에 의한 선들을 3차원으로 확장하고 들띄우기를 하면서 수직과 수평적으로 재결합하는 과정을 통해 건물의 형태를 만들고, 그런 선들로 다양한 내부 공간을 만들어나갔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들은 사뭇 다른 인상을 제공한다. 한편, 도로와 인접 대지의 고저 차 구간에 적절한 식재를 통해 좀 더 자유롭게 외부의 시선에서 격리된 가족만의 마당을 조성했다.
※ 들띄우기_원래 땅이 가진 구배와 방향과 주변 자연을 고려해 각각의 건물을 띄어서 배치하는 표현 기법
브릿지로 공방과 주거 매스를 통합
조망과 진입을 고려해 건물을 전형적인 남향이 아닌 남서향으로 배치했다. 그리하여 실내뿐만 아니라 외부 공간에도 산과 오름, 바다, 섬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조망권을 확보했다.
1층의 주거 공간과 공방 공간을 중간의 필로티 마당으로 분리하고, 2층에서 1층의 분리 구조를 브릿지와 같이 다시 이어놓아 전체 건물을 하나의 매스로 잡아줬다. 건물의 기능에 맞춰 진입로 가까이 공방 공간을, 조금 뒤로 물려서 주거 공간을 배치해 마당의 개별적인 사용성도 높였다. 또한 부부만을 위한 특별한 동선을 제공하고, 곡선 형태의 인상을 전면에 부각시켜 건물의 형태를 부드럽게 인지할 수 있게 1층 공방과 2층 침실의 테라스를 이어주는 외부 계단을 계획했다.
단면 계획에 있어 1층 공방과 그 위에 있는 주거 공간을 분리하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1층 상부에 있는 2층 바닥보를 2층 슬래브 위로 올려서 1, 2층을 (공방/주택) 기능적·구조적으로 분리했다.
주거 공간은 1층 방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온 가족이 모이는 거실과 주방, 안방이 펼쳐지고, 설계 포인트인 식당 공간과 접한다. 접근이 용이한 거실과
사적 공간인 침실 사이에 완충 역할을 하는 주방과 식당은 전반적으로 빛과 조망이 풍부하게 설계했기에 유리창 너머로 시원스러운 풍경이 펼쳐진다. 또한 내부 계단을 다락까지 연결해 마치 골목길 계단을 오르는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공간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프라이버시의 중심을 이루는 침실 뒤쪽에 둔 서재와 드레스룸은 내향적 공간이다.
리드미컬한 건물의 조형성
거실과 식당, 주방 공간은 하나로 매끄럽게 녹아들고, 내장재도 각각의 공간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주거 공간은 간결하고 소소한 집을 바라던 부부의 의견대로 인테리어 디자인했다. 간결한 느낌을 극대화하고자 바닥의 강마루 색상을 자작나무 가구 색상과 맞추고 벽면을 하얀색으로 마감했다. 여기에 건축주가 소장해온 원목 가구의 자연스러운 색상은 간결한 실내 디자인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공방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감각적 요소를 가미하고, 설계 단계부터 클라이언트가 요구한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는 느낌으로 연출했다.
외장재는 1층은 송판 무늬 노출콘크리트, 2층은 천연 사비석, 다락은 스타코 플렉스를 적용했다. 1층 공방 공간은 거친 느낌의 노출콘크리트 색상을 그대로 살려 한눈에 공방임을 알아보게 한 반면, 주거 공간의 노출콘크리트는 연백색으로 착색해 차별화했다. 2층 외벽의 연노란색 가공 사비석은 고유의 질감과 은은한 색과 함께 빛에 따라 또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석재가 주는 묵직한 무게감은 리드미컬하게 자리 잡은 건물의 조형성으로 균형을 잡아줌으로써 기존 부지에 활력을 준다. 또한 유리온실처럼 돌출된 2층 식당의 식탁 공간은 부유하는 형상이고, 특별하게 디자인한 옥상 핸드레일과 원형 계단 등 곡선 요소는 건물을 휘감은 듯한 인상을 주어 예각과 둔탁한 석재 마감을 부드럽게 연결해준다.
-
2019-01-31
-
-
패시브하우스 정의와 체크 요소
-
-
정부는 에 따른 단열 법규를 지켜서 주택을 패시브하우스 수준으로 설계하고 시공할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건축주 상당수는 패시브하우스란 이름은 들어봤지만, 패시브하우스를 왜 지어야 하는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패시브하우스의 정의와 체크 요소를 통해 왜 패시브하우스로 지어야 하는지 해답을 찾아보자.글 윤홍로 기자 | 사진 백홍기 기자취재협조 (사)한국패시브건축협회 02-474-6621 www.phiko.kr‘2017년부터 패시브하우스 수준으로 강화, 2025년부터 제로에너지 수준으로 의무화’, 하지만 패시브하우스로 주택을 지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는 (예비)건축주가 적잖다. 패시브하우스는 독일에서 1988년 5월 스웨덴의 보 아담슨 교수와 독일의 볼프강 페이스트 교수의 아이디어로 태동했다. 배경은 2차 세계대전 후 폐허를 재건하다가 부서진 건물의 단면 안쪽이 모두 까맣게 썩은 것을 통해 곰팡이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그 후 곰팡이에 대한 원인과 해결 방안을 연구했고, 그 결과 결로와 곰팡이가 근본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쾌적하고 건강한 주택을 짓기 위한 패시브하우스의 개념을 수립했다.
패시브하우스란 무엇일까. 패시브하우스연구소[Passive House Institute]의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정의다.“직접적 난방 설비의 도움 없이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신선한 공기를 보조적 설비 수단으로 조금 온도를 올리거나 내림으로써 재실자가 열적, 공기질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건물을 말한다.”, “에너지 효율성, 쾌적함, 경제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표준적 건물이며, 이 세 가지 요소 중 한 가지라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진정한 패시브하우스가 아니다.”_ 정성적 정의패시브하우스의 요구 조건(평가 기준) ▲연간 난방 에너지 요구량: 15㎾h/㎡·a 이하 ▲최대 난방 부하: 10W/㎡ 이하 ▲연간 냉방 에너지 요구량(필요시): 15㎾h/㎡·a 이하 ▲1차 에너지 소요량(전기 사용 포함): 120㎾h/㎡·a 이하(냉방, 난방, 조명, 급탕, 환기, 콘센트) ▲기밀성 테스트(n50): 0.6/h 이하 _ 정량적 정의패시브하우스 체크 요소CHECK 1_향을 고려한 배치 설계한국패시브건축협회는 패시브하우스에서 일사 취득과 손실의 상관관계에 있어 향이 절대적인 요소를 차지한다고 한다. 따라서 동일한 형태의 주택이라도 남향 배치와 북향 배치의 열손실과 취득의 차이는 상당하기 때문에 평면 배치에 있어 남향 또는 동향의 배치를 원활하게 조정해야 한다. 또한 외기에 접하는 면적을 최소화하는 것이 열손실을 막는 데 중요한 인자로 작용하므로 가능한 단순한 형태를 지향하는 것이 좋다. 원칙은 ▲동·남향 배치를 고려한 평면 구성 ▲주 사용실은 동·남향에, 부 사용실은 북·서향에 배치(창호 면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 ▲동일한 체적 대비 외기에 접하는 면적 비율을 최소화한 매스 계획 등이다. 하지만 전제조건은 대지의 상황과 사용자의 편의다. 사용자가 살기에 불편한 패시브하우스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CHECK 2_고단열건물의 외피는 단열을 잘해야 한다. 혹한에도 열관류율(U-value)이 최대한 0.15W/(㎡K)여야 한다. 단열은 외벽, 지붕, 바닥 등 건물 외피 전체를 끊김 없이 둘러싸야 한다. 그러면 독일 패시브하우스 기준은 무엇 때문에 0.15W/㎡K까지 열관류율을 낮췄을까. 한국패시브건축협회에선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한다. 첫 번째, 경제성을 떠나 실내에 결로와 곰팡이로 인한 하자를 막을 수 있는 열관류율이기 때문이다. 즉, 실내의 위생과 쾌적성을 위한 조건이다. 두 번째, 경제성이 줄어들지만, 그래도 0.15W/㎡K까지 현재의 에너지비용으로 볼 때 경제성이 있기 때문이다(물론 에너지비용이 더 올라가면 더 두꺼운 단열재도 경제성이 생길 수 있다).
CHECK 3_열교 차단패시브하우스는 열교 없는 디테일로 시공해야 한다. 파라펫, 발코니, 창호 주변 등의 선형 열교와 단열 고정핀의 점형 열교를 차단할 수 있는 계획과 시공이 필요하다. 하지만 높은 시공비 때문에 단열만 강화하는데, 그 결과는 하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단열재만 두껍게 하고 열교를 무시하면 결로와 곰팡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구조·위생적 문제뿐만 아니라 상당량의 열손실을 발생시켜 애써 두껍게 시공한 단열재 성능과 주거 환경을 떨어뜨린다.
CHECK 4_고기밀틈새로 제어할 수 없는 공기 누출이 50㎩의 압력으로 테스트할 때, 시간당 전체 건물 규모에서 0.6회보다 적어야 한다. 50㎩은 기후 조건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압력차로 약 9m/s의 바람이 불어올 때 생기는 압력에 상응한다. 틈새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바람[浸氣]은 거주자에게 추위와 불쾌감을 느끼게 한다. 반대로 외부로 새나가는 바람 누기[漏氣], 특히 수분을 함유한 누기는 구조체를 손상시키는 결로의 원인이다. 참고로 실내온도 20℃, 상대습도 50%인 경우 1㎜ 틈새로 하루 360g의 습기가 빠져나간다. 따라서 건물 외측에 투습·방수층을, 내측에 기밀·방습층을 시공해야 한다. 또한, 기밀면을 잘 확보하고 창호, 케이블, 배관 주변에 기밀 테이프를 시공한다. 패시브하우스는 기밀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시공 중, 시공 후에 기밀 테스트[Blower Door Test]를 실시한다. 한국친환경건축설비학회에서 권장하는 기밀 성능 기준은 모든 건물은 5.0회 이하, 저에너지하우스는 3.0회 이하, 제로에너지하우스는 1.5회 이하다.
CHECK 5_패시브하우스 창호열관류율이 0.80W/(㎡·K)을 벗어나서는 안 되며, 빛투과율(g-values) 성능이 50%여야 한다. 채광과 조망을 위한 창호는 단열에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따라서 패시브하우스에 열관류율이 낮고 기밀성이 우수하며 빛투과율이 높은 삼중 로이Low-E 유리 시스템창호를 주로 사용한다. 로이(Low-emissivity)는 낮은 방사율을 뜻한다. 유리 표면에 금속 또는 금속산화물을 얇게 코팅한 것으로 열의 이동을 최소화하는 에너지 절약형 유리로 저방사 유리라고도 한다. 특성상 복층으로 가공하며 코팅면이 내판 유리의 바깥쪽으로 오도록 만든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가시광선은 대부분 안으로 투과시켜 실내를 밝게 유지하면서 겨울에 난방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여름에 바깥 열기의 유입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므로 냉·난방비를 줄일 수 있다. 단판유리에 비해 약 50%, 일반 복층유리에 비해 약 25%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로이유리의 종류는 코팅 제조 방법에 따라 파이롤리틱Pyrolytic 공법에 의한 하드 로이Hard Low-E와 스퍼터링Sputtering 공법에 의한 소프트 로이Soft Low-E로 구분한다.
CHECK 6_외부 차양한국패시브건축협회는 한옥의 처마가 건물 외부에 있듯이 일사열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려면, 모든 차양시설을 외부에 설치해야 한다고 한다. 이는 유럽의 경우(여름철 해가 늦게 떠 있어 잠을 잘 수 없는 상황과 맞물린 결과이기는 하나) 이미 외부 차양을 거의 모든 건물에 필수로 사용하는 이유다. 즉, 외부 차양 또는 처마 없이 일사 에너지를 막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대개 실내에 설치한다. 실내 쪽 블라인드는 열을 그리 많이 막아주지 않는다. 이론적으로 보면 명확하다. 일사 에너지는 단파다. 유리의 특성은 단파는 쉽게 통과시키고 장파는 잘 통과시키지 못한다(이를 이용한 것이 유리온실 또는 비닐하우스다). 즉, 단파 태양에너지가 유리를 통과해 실내로 들어오긴 쉽지만, 실내로 들어온 일사가 물체에 닿으면 장파인 열에너지로 변한다. 이 열에너지가 다시 유리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태양에너지는 유리를 통과해 실내로 들어오기 전에 차단해야 효과가 크다.
CHECK 7_열회수 환기장치열회수 환기장치는 쾌적한 실내 공기질 유지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필요하다.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 배출되는 공기 중의 폐열을 적어도 75% 이상 신선한 공기로 전도해야 한다. 패시브하우스는 주택 전체가 풍선처럼 기밀하므로 환기가 매우 중요하다. 창을 열어 환기하면 겨울철엔 내부의 따듯한 공기가 외부로 빠져나가고, 여름철엔 외부에서 더운 공기가 내부로 유입되기에 열교환 소자와 팬으로 구성된 열회수 환기장치는 필수다. 우리나라 겨울의 경우 외부로 나가는 따뜻한 공기의 에너지와 내부에 공급되는 차가운 공기의 에너지를 교환하는 열회수 환기장치로 90% 이상의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다고 한다. 바깥 온도가 0℃이고 실내온도가 20℃라면, 이 장치를 통과한 실내 공기는 2℃가 되어 나가고, 바깥 공기는 18℃가 되어 들어온다는 것이다. 에너지 흐름의 차단과 신선한 공기 공급의 충돌을 거의 완벽하게 해결해주는 열회수 환기장치는 이제 사계절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 때문이라도 필수다.
한국형 패시브하우스 설계 의무화패시브하우스는 인간에게 최대한 쾌적한 주거 환경을 제공해주기 위한 연구 결과물이고, 패시브하우스를 하다 보니 에너지 절감은 덤으로 따라온 것이다. 물론 에너지 자원 고갈과 기후 변화 위기를 고려하면 에너지 절감은 중요하다. 특히, 지구 표면에서 2%에 불과한 도시에서 전 세계 온실 가스의 80%를 배출하는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 그래서 전 세계는 2013년 바르샤바 총회에서 각국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방안 제출에 합의했고, 온실가스 배출량 7위인 우리나라도 2015년에 ‘2030 BAU’대비 37%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했다.※ 2030 BAU(Business As Usual):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의도적인 감축 노력을 하지 않고 지금 추세로 진행할 때 2030년 배출될 온실가스의 총량.국토교통부에선 2009년에 건축물 분야 온실가스 절감을 위해 2017년 패시브하우스 의무화와 2025년 제로에너지빌딩 의무화 로드맵을, 그리고 2014년에 제로에너지 빌딩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2017년 제로에너지빌딩 상용화, 패시브 설계 의무화(주거 2017∼, 비주거 2020∼), 2020년 소형 공공건축물 제로에너지 의무화, 2025년 신축 건물 제로에너지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당 연간 에너지 소비를 2009년 기준 20ℓ(에너지 고소비형 주택)에서, 2012년에 14ℓ(에너지 저소비형 주택), 2017년 8ℓ(패시브하우스), 2025년 zero(제로에너지하우스)가 목표다.패시브하우스의 기준을 독일패시브하우스연구소(1.5ℓ)와 달리 국토부는 8ℓ로 정했다(한국패시브건축협회 5ℓ). 우리나라의 기후적 특성 및 바닥 난방을 하는 거주 환경 때문에 독일 기준을 적용할 경우 오버 히팅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후적 차이를 보면 독일은 겨울에 저온 다습하고 여름에 고온 건조한 반면, 우리나라는 겨울에 저온 건조하고 여름에 고온 다습하다. 또 독일은 여름에 일사량이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겨울에 일사량이 높다. 무엇보다 독일의 기준은 공기 난방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이 기준을 바닥 난방을 하는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열량이 남아돈다. 간절기에 바닥이 차가워 난방하면 더워서 창문을 열어야 할 정도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독일과 비교해 낮은 수준의 패시브하우스(저에너지하우스) 기준을 적용해도 50∼60% 냉·난방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면서 쾌적한 주거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우리나라 기후 환경과 난방 문화를 반영한 한국형 패시브하우스다.
서울 노원구 제로에너지주택단지 내 목업Mock-up 주택. 외단열과 고성능 창호, 열교 차단 장치, 외부 차양 등 주택에서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에너지를 막는 각종 장치가 설치돼 있다.
앞에서 패시브하우스의 탄생 배경과 정의, 체크 요소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주택을 왜 패시브하우스로 지어야 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거주자에게 쾌적한 실내 환경을 제공하고, 미세먼지를 통해 알 수 있듯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열전도_열을 재료 앞쪽 표면에서 뒤쪽 표면으로 전달하는 것·열전도율_균일한 두께(1m)와 면적(1㎡)의 재료 앞쪽 표면에서 뒤쪽 표면으로 1℃ 온도 차로 1시간 전달된 열량(단위 W/mk 또는 ㎉/m.h.℃)·열관류_벽체 같은 고체를 통해 공기층에서 공기층으로 열이 전해지는 것·열관류율_특정 두께를 가진 재료의 열전도 특성. 연관류율=열전도율÷두께(단위 W/㎡k 또는 ㎉/㎡.h.℃)·열저항_여러 가지 재료가 혼합된 경우 열관류율을 구하기 위해 사용한다. 재료의 두께를 열전도율로 나눈 값(㎡k/W)이다. 결국 열관류율의 역수이며, 여러 재료가 혼합된 구조체의 열관류율을 구할 때는 각 재료마다 두께(m)를 열전도율로 나눈 열저항값을 더한 뒤에 1로 나누면 열관류율이 나온다.·투습 저항(sd)값_습기가 어떤 재료를 통과할 때의 저항을 공기층 두께로 환산한 것. PE 필름(200micron)은 sd값이 20m이다. 즉, 습기가 PE 필름을 통과할 때 걸리는 저항이 공기층 20m를 통과할 때 저항과 같다는 뜻이다. 또한 석고보드의 sd값은 0.1m로 습기가 석고보드를 통과할 때 걸리는 저항이 공기층 10㎝ 정도밖에 안 된다.
한국형 패시브하우스 선택 아닌 필수01Ⅰ살수록 건강해지는 집, 패시브하우스 (사)한국패시브건축협회 최정만 회장02Ⅰ패시브하우스 정의와 체크 요소03Ⅰ패시브하우스 핵심은 기밀과 습기 제어04Ⅰ우리 집 건강 지킴이, 열회수 환기장치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9-01-31
-
-
살수록 건강해지는 집, 패시브하우스
-
-
건축 관련 종사자뿐만 아니라 도시형이든 전원형이든 단독주택을 지으려는 건축주에게 이제 ‘패시브하우스’란 용어가 낯설지 않다. 국토교통부에서 ‘2017년 패시브하우스 의무화 & 2025년 제로에너지빌딩 의무화 로드맵’을 발표한 2009년에 비하면 천양지차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패시브하우스 교육과 인증, 연구개발, 그리고 한국형 패시브하우스 표준주택을 보급해온 (사)한국패시브건축협회(이하 협회, 회장 최정만)가 한몫을 했다. 협회는 건축물의 사용 에너지 해결을 위한 올바른 방향과 정책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기후 변화와 탄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2009년에 설립했다(2014년 국토부 사단법인 인가).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협회를 찾아 최정만 회장과 패시브하우스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글 윤홍로 기자 | 사진 백홍기 기자
최정만 회장은 본지에 ‘쾌적한家 건강한家’라는 칼럼을 통해 패시브하우스를 일반에게 알기 쉽게 소개하면서 때로는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건축 환경에 대해 특유의 필력으로 정문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그래서 강직하고 단호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닐까 생각했으나, 인터뷰하면서 받은 느낌은 부드럽고 온화한 가운데 논리와 주장이 확실한 외유내강의 소유자에 더 가까웠다.협회 설립 취지에 대한 질문에 최 회장은 ‘패시브하우스는 누구나 할 수 있다’며 말문을 연다.패시브하우스를 모르던 제가 배움을 통해 패시브하우스를 설계했으니, 저 이외의 분들도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2008년에 우연한 계기로 패시브하우스를 설계하면서 흥미를 느끼고 공부하면서, 혼자만 알고 있기엔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09년 겨울에,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라도 알고 있는 지식을 나누자는 취지에서 협회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의 홈페이지도 그 때 구상했습니다.패시브하우스로 건물을 지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 회장은 쾌적, 에너지, 체계란 세 단어로 패시브하우스의 당위성을 설명한다.먼저 건물은 ‘쾌적’해야 합니다. 재실자가 환경적으로 좋아야 한다, 이것이 건물의 본질적 가치이며, 만고불변의 진리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항상 돈이 우선이었습니다. 이 현상을 탓하기에는 우리들 전문가집단에서 너무 많은 잘못을 해 온 탓이 큽니다. 쾌적한 건물을 우선하지 않고 드러내는 건물에 더 관심이 있어 왔으니까요. 다음이 ‘에너지’인데, 이 부분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세번째로, 우리나라만의 상황일 수 있는데 어떤 건물이 좋은지 나쁜지, 누가 건축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판단할 기준 ‘체계’가 없습니다. 제가 패시브하우스를 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인데, 정량적으로 판단하는 패시브하우스는 이 기준체계가 명확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설계자가 시공자에게 욕을 먹는 아주 독특한 시장에서, 하자 없는 건물을 위한 설계기준을 만들어 내는 데 패시브하우스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정부에서 선행 요소인 패시브보다 후행 내지 병행 요소인 액티브를 더 강조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 패시브하우스를 일반에 보급 확산해온 협회는 어떤 생각일까.3㎾ 태양광을 설치하면 연간 생산 에너지가 명확합니다. 하지만 패시브하우스는 설계, 시공, 자재 등 변수가 많습니다. 따라서 어느 나라 정부나 마찬가지인데, 액티브는 보조금을 주기에도, 생색을 내기에도 편하고 좋지만 패시브 분야가 그러기에는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액티브는 신산업 분야인데, 패시브하우스의 모토는 새로운 것이 아닌 기존에 하던 것을 제대로 하자는 것입니다. 정부 입장에서 들여다봐도 무슨 산업이 생길 것 같지도 고용이 늘어날 것 같지도 않으니 지표가 보이는 액티브에 투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단열이나 기밀에 보조금을 달라고 얘기할 순 없고, 명확한 패시브 전용 창호만이라도 보조금을 줬으면 합니다.정부에서 2017년까지 패시브하우스를 의무화하겠다면서 독일 패시브하우스 기준인 ㎡당 연간 난방에너지 요구량 1.5ℓ 등이 아닌, 단열성능만 강화했을 뿐이다. 또한, 한국형 패시브하우스다 해서 5ℓ, 3ℓ주택도 많이 지어지고 있다. 정부에서 말하는 패시브하우스는 독일의 1.5ℓ개념이 아닌 저에너지하우스로 가자는 얘기고, 우리 협회는 5ℓ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기술과 자재가 없어서가 아니라 1.5ℓ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협회의 의견입니다. 독일의 1.5ℓ는 공기 난방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기준이기에, 바닥 난방을 하는 우리나라에 그 기준을 적용하면 열량의 불균형에 따른 오버히팅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단열재, 창호 등의 기준에서 어떤 것은 강화하고, 어떤 것은 완화하는 변화를 줘 우리나라 환경에 맞게 따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박스 형태로 단순한 외관에 패시브 기능을 넣은 독일 패시브하우스
패시브하우스가 좋은 건 아는데, 건축주 대부분이 건축비를 부담스러워한다. “패시브하우스는 너무 비싸다.”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모두 패시브하우스로 지으라고 하면 안 됩니다. 거꾸로 “돈있는 사람만 지을 수 있다.” 이것도 잘못된 표현입니다. 패시브하우스가 아니더라도, 패시브하우스가 가진 가치를 저렴한 건물에 넣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단독주택 관련 SNS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 패시브하우스를 지으라는 것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버스도 기차도 있는데 비행기만 타고 가라는 얘기다. 나는 비행기 탈 돈도 없는데, 나는 어떻게 하냐. - 이 말은 패시브하우스를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저는 버스 타고 가도 되지만, 다만 중간에 사고가 날 수 있는 버스만은 타지 말자는 겁니다. 어떤 게 탈 만한 버스인지 열차인지 판단하자는 겁니다. 패시브하우스와 상관없이 사고, 즉 하자 위험성이 없는 좀 더 쾌적하고 건강한 건물을 만들자, 이것이 협회 취지에 더 가깝습니다.
예비 건축주와의 만남
협회에서 패시브하우스 표준주택을 현재까지 20호 공급했다. 표준주택은 어떤 목적으로 개발해 공급하는 것일까. 우리나라 기후에 맞고, 일반 건축비와 차이가 거의 없는 건강한 주택을 만들어 보급하자는 것이 표준주택의 목적입니다. 패시브하우스에서 늘 논란이 되는 것이 비싼 건축비입니다. 표준주택에서 공사비를 줄인 것은 외피 면적 한 군데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단독주택을 보면 같은 45평형이더라도 외벽 면적이 어떤 집은 100㎡이고, 또 어떤 집은 200㎡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외벽 1㎡ 만드는 데 구조에서 마감까지 공사비가 30만 원이 드니까 평당 100만 원이 넘게 늘어나는 셈입니다. 그래서 일단 외피 면적부터 줄였는데, “박스 같은 데서 어떻게 사느냐”는 얘기를 듣습니다. 하지만 표준주택에서 사는 분들은 이게 최고라고 얘기합니다. 공사비를 최소화하면서 주택 성능을 올리는 방법은 박스형밖에 없습니다. 유럽의 어느 나라를 가든 모든 주택은 박스형인데, 우리나라만 희한하게 여러 가지 형태로 짓고 있는 겁니다. 그 비용을 성능에 쓰자는 것이 협회의 가치관입니다. 또 이렇게 가야 하자가 없습니다. 따라서 표준주택은 하자를 협회가 보증하는데 기술적 자신감도 있지만 하자가 날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주택입니다.
저비용 고효율 한국형 패시브하우스, 이천 표준주택 3호
패시브하우스 보급 전진기지협회 얘기를 시작해 보자. 회원 개개인이 패시브하우스 전도사 역할을 한다고 볼 때, 회원이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 하지만 협회는 창립 10주년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여느 협단체에 비해 회원 수가 적은 편이다.하루 8시간씩 7일간 56시간 교육을 받는 것이 회원 가입 전제 조건이다 보니 회원 가입 속도가 매우 느린 편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이 정도의 생각과 의지가 있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고, 교육을 통해 기초지식을 터득했기에 의사소통에도 훨씬 낫습니다. 무엇보다 지금과 같이 열린 세상에서, 해외 건축 자료를 찾아 공부하는 건축주도 상당하기에 건축주가 설계·시공자보다 더 많이 아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패시브하우스만은 건축주보다 더 많이 알고 접근하자, 그래서 교육을 중시하는 것입니다. 교육 인원이 기수당 평균 25명이고 현재 30기째니까, 거의 약 750명의 교육생을 배출한 셈입니다.협회는 교육 외에 인증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운영 배경과 성과는 무엇일까.언젠가 단독주택단지에 신축 중인 주택 세 채를 보았는데, 모두 ‘패시브하우스 시공’이란 플랫카드가 걸려있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가면 패시브하우스가 시작도 못하고 망할 것 같아서, 누군가는 이 시장을 정리해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국가에서 그 선을 정하기엔 너무나 요원하고, 내친 김에 한국형 모델을 정리하자는 마음으로 인증체계를 마련하였습니다. 인증의 성과는 건축주가 믿고 맡길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패시브하우스 인증 하면 언뜻 기밀성 테스트[Blower Door Test]만 떠오른다. 인증 절차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이 부분은 건축주들도 궁금해한다.건축주, 건축가, 시공자 누구든 설계 전에 협회에 인증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단, 착공 후엔 인증 신청을 받지 않습니다. 인증 절차는 협회로 설계도면을 보내면 잘못된 부분을 전부 수정해주고, 그것이 공사비 때문에 안 된다면 같은 가격에 좀 더 건강한 건물을 만들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도 제시해줍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문제가 없다는 도면 인증을 먼저 합니다. 그리고 시공 과정상 궁금증이나 문제점은 협회를 방문하든지, 사진을 보내든지, 전화하든지 횟수에 제한 없이 비용도 받지 않고 해결 방안을 제시해줍니다. 그다음에 설계도면대로 시공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시공 중에 한 번, 시공 후에 한 번 기밀성 테스트를 합니다. 모든 것이 다 끝나면 T.A.B 테스트를 통해 열회수 환기장치의 풍량을 조절해줍니다.
기밀성 테스트
팔려고 지은 주택도 아닌데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패시브하우스 인증 현판을 사야 하나 …, 간혹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축주도 있다.사실 협회 인증은 현판 값이란 황당한 얘기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인증 절차는 의외로 복잡하고 긴 편인데 인력과 장비, 교통, 시간 등을 다 따지면 협회 입장에선 인증할 때마다 마이너스입니다. 전담 연구원이 도면 인증 단계에서 5일, 현장 기밀성 테스트(2인 1조)에서 2일, 여기에 기타 현장 대응까지 합치면 15일 정도 걸리는데, 모든 과정이 인증비에 다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협회의 인증은 서비스 개념이고, 인증비는 현판 값이 아닙니다. 일본패시브협회에서 우리 협회를 방문했을 때, 이 모든 과정을 포함한 인증비가 400만 원이라고 하자, 자기들은 완전한 도면과 기밀성시험결과, TAB 결과를 요구하고, 이것을 검토하고 승인하는 데만 400만 원이라면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사무실 임대료, 인건비, 운영비 등이 만만치 않게 들어갈 텐데, 그러면 국토부에서 지원금이 나오는 것일까.정부 보조금은 나온 적도 없고 바라지도 않습니다. 돈으로 크면 돈으로 망한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정부 보조금으로 인증해주면, 보조금이 사라지는 순간 인증도 사라지게 됩니다. 재원은 2014년 사단법인 인가를 받은 후에 만든 연구조직의 R&D 및 컨설팅 매출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정부 정책 R&D를 2번 수행했으며, 기타 R&D를 매년 몇 개씩 꾸준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협회의 R&D는 학계와 산업계의 중간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데 의의가 있으며, 나름 우리나라 제도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중앙과 지방정부를 상대로 컨설팅 용역도 많이 합니다. 5년간 매출 비중을 보면 R&D 50%, 공공기관 컨설팅 30%, 회비 10%, 인증비 10%로 나타났는데, 2019년엔 R&D와 컨설팅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봅니다.
패시브건축협회 사무실 전경
제로에너지빌딩 스킬업 개념교육
패시브하우스 보급 확산 및 올바른 단독주택 건축 환경을 위해 개선할 점은 없는지.정책은 시장보다 앞서갈 수 없습니다. 시장이 정리돼야 정책이 따라오는 것이니까, 민간인 협회가 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정책이 뒷받침될 것입니다. 그보다 소형건설업면허를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현재 소형건설업시장의 불황이 매우 심각합니다. 제가 만난 많은 업체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올해 매출이 반토막이라고 합니다. 저는 그 원인이 600㎡까지 종건(종합건설업)으로 끊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주를 위해서라도 종건은 2000∼3000㎡ 이상으로, 아무리 낮게 잡아도 1000㎡ 이하로 내려오면 안 됩니다. 그래서 종건과 직영 중간에 소형건설업면허를 넣고, 언젠가 직영을 금지해야 합니다. 이것이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가장 급한 일입니다. 그래야만 패시브하우스를 포함한 단독주택시장이 살 수 있습니다.*좋은 주택은 무엇일까. 아름다운 주택, 관리하기 편한 주택,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듯한 주택, 냉난방비가 적게 드는 주택 …, 사람마다 주관이 다르기에 여러 가지 답이 나올 수 있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좋은 주택의 기준 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그래야 설계, 시공, 자재 그 어떤 원인으로 나쁜 주택이 지어졌는지를 파악할 수 있고, 또 원인 제공자를 단독주택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다. 바로 좋고 나쁨의 기준을 정량적으로 접근하는 패시브하우스가 필요한 이유다. 최정만 회장은 “패시브하우스를 짓지 않더라도 계약서에 ‘기밀 성능: 50Pa, 5회 이하’라고만 명시해도 주택 품질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진다”면서, “이를 통해 불량업자도 걸러내기에 보편적인 단독주택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보편적인 단독주택시장, 그것은 건축주뿐만 아니라 일용직 근로자를 비롯한 건축 관련 종사자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닐까.
한국형 패시브하우스 선택 아닌 필수01Ⅰ살수록 건강해지는 집, 패시브하우스 (사)한국패시브건축협회 최정만 회장02Ⅰ패시브하우스 정의와 체크 요소03Ⅰ패시브하우스 핵심은 기밀과 습기 제어04Ⅰ우리 집 건강 지킴이, 열회수 환기장치
최정만 ㈜자림이앤씨건축사사무소 소장㈔한국패시브건축협회장, 국토교통부 중앙건축위원회 위원, 녹색건축인증제도 운영위원, 서울시/경기도 녹색건축정책 자문위원, 동경세계건축가대회 초대건축가프로젝트_ 저탄소 에너지 절감형 건축물 설계 및 연구 참여, 지식경제부 그린홈 제로에너지 시범주택(국내 최초 제로에너지 시범주택), 한국도로공사 수원영업소(국내 최초 패시브 업무시설), 세종시 첫마을 커뮤니티 단지(국내 최초 패시브 교육시설), 우정국 삼평동 제로에너지 우체국(국내 최초 제로에너지 업무시설) 등㈔한국패시브건축협회 02-474-6621 www.phiko.kr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9-01-31
-
-
[제주 철근콘크리트주택] 제주 풍광을 백배로 즐기는 소요헌 & 소일락
-
-
제주 풍광을 백배로 즐기는
소요헌 & 소일락
소요헌逍遙軒 & 소일락so_il_lac은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하는 중년 부부를 위한 프로젝트다. 가죽공방이 있는 주택을 원한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춰 대지 내에서 각각의 프로그램이 독립적인 동선으로 운영되도록 기획했다. 제주의 푸른 바다와 기생화산 오름인 서우봉, 물개를 닮은 다려도[獺嶼島], 그리고 진산인 한라산을 최대한 조망할 수 있게 각각의 공간을 배치했다. 공간별로 바라보이는 경관은 모두 다르지만, 그 순간들이 하나로 이어져 마치 파노라마 필름처럼 펼쳐진다.
글 김호현 건축가(더 이레츠) | 사진 박정현 작가
<기사전문보기>
-
2019-01-31
-
-
마감재 특성을 파악해 비용을 절감한 대부도 주택
-
-
건축도 세상사와 마찬가지여서 늘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소형주택을 원하는 이들의 선택은 늘 비슷하다.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지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설계와 시공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부분이긴 하지만 결국 좋은 집이란 사는 사람이 만족하는 곳이어야 하기에 그들의 요구 조건을 최대한 수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주말주택용으로 지은 대부도 주택의 건축주는 건축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스타일을 원했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자재에 변화가 있었던 경우다.글 김연철<창조하우징 대표> 031-716-7779http://changjohousing.com/사진 전원주택라이프 편집부
경기도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건축주는 주말이면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주말주택을 원했다. 대부도 앞바다가 훤히 보이는 몇 해 전 사 두었던 포도밭은 주택을 짓기에 최적의 장소였는데 건축주의 요구는 두 가지였다. 거실에 앉아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과 기존의 전원주택 풍이 아닌 모던한 디자인이 그것이다.
경사가 심해 진입로에서는 지붕이 보이지 않아 경제적인 아스팔트 슁글을 마감재로 채택했다.
모임지붕을 활용한 비용 절감 효과대부도 주택 대지는 앞서 말했듯이 포도밭을 용도 변경해 주택지로 전환한 경우여서 처음 부지 미팅을 위해 방문했을 때는 경사가 심한 땅이었다. 집터를 잡고자 성토를 하면 경사도로 인해 도로에서는 지붕은 보이지 않고 주택 외벽만 노출되는 구조였다. 따라서 굳이 주말주택에 비용적인 부담을 감수하면서 고가의 지붕 마감재를 쓸 이유가 없었다. 자금이 넉넉하지 않다면 주말주택에 큰 비용이 투자되는 것을 누구나 꺼리기 마련이다. 가장 먼저 자재 변경이 이뤄진 곳은 지붕이다. 건축주는 모던한 분위기를 내고자 흔하지 않은 마감재를 원했지만 보이지 않을뿐더러 평소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지붕에 비용을 들이지 말 것을 권유했다. 그래서 주택은 계획 단계에서부터 지붕은 과감하게 이중그림자 아스팔트 슁글로 대체해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대부분의 건축주는 지붕 형태만 바꿔도 건축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전원주택에서 가장 흔한 박공형태 지붕은 모임지붕과 비교하면 외벽 면적이 넓어 공사비가 더 높다. 눈이 많이 오는 산간지역이 아니라면 지붕형태를 모임으로 잡는 것도 비용절감에 효과가 크다.
전망 좋은 터에 자리한 주택.
마감재 특성을 알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대부도 주택 포인트는 외장에 있다. 지역 특성상 해풍에 강하면서 유지관리가 용이하고 모던한 이미지를 구현해 낼 수 있는 마감재는 사실 몇 가지 없다. 이러한 건축주 요구사항을 접하고 찾은 것이 일본에서 주로 사용되는 세라믹 사이딩이다. 비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앞선 사항을 만족하기에 기꺼이 사용해 볼 만하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기서도 충분히 건축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정도 알려진 세라믹 사이딩은 자재 자체가 수입이라 비싼 이유도 있지만 각진 코너 혹은 한 장으로 시공할 수 없는 어중간한 곳에서 자재 로스가 생겨 비용이 상승하는 면이 적지 않다. 거기다 마감과 마감 사이에 처리하는 코킹 작업 등은 인건비와 자재비의 상승을 불러온다. 이를 해결하고자 배면과 좌, 우측면 등 전체적으로 스터코 플렉스로 마감하고 전면 부분에만 포인트로 세라믹 사이딩을 시공했으며 스터코 뿜칠 공정에서 마감처리를 함으로 코킹에 들어가는 자재비와 인건비를 절감했다. 또한 설계에서 세라믹 사이딩의 폭과 길이를 감안해 붙일 면적을 정했기에 로스율 없이 시공이 가능해졌다. 이렇듯 비단, 세라믹 사이딩 뿐만 아니라 자재의 특성을 알고 설계를 진행하고 디자인을 잡는다면 보다 많은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건축주는 안에서도 밖을 훤히 볼 수 있게 큰 창을 원 했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계획했던 것의 1/2 정도 크기의 창을 설치했다.
조망이냐? 단열이냐?개봉돼 많은 이들에게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던 '건축학개론'에 등장했던 서현의 집. 영화를 보았다면 제주도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게 설계했던 넓은 창문을 기억할 것이다. 대부도 주택 건축주도 넓은 창문을 통해 바다를 조망하게 해달라는 것이 큰 요구 조건이었다. 이렇게 하려면 넓은 창을 써야 하는데 역시 비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이를 건축주에게 자세히 설명하자 흔쾌히 창 크기를 줄이자고 했다. 그래서 단열과 구조에 대한 부분을 감안해 본래 계획했던 것보다 1/2 정도 크기의 창호를 채택했다. 조망이 좋은 넓은 창호는 장기적으로 단열이 떨어져 냉난방비의 부담을 가져오고 개구부에 대한 하중 보강을 위해 공학목재를 써야 하기에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 통창을 통해 보는 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창호를 여러 개 배열해 통창의 효과를 내는 것도 사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창호 내부에 목재를 이용해 약간의 멋스러움을 더한다면 더 큰 시각적인 디자인 효과를 가져온다.
모던한 스타일을 원한 건축주에게 깔끔하고 화사한 내부를 선물했다.
주말주택의 난방비는 얼마가 적당할까?전원주택에 거주하면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 바로 난방 문제일 것이다. 적은 비용으로 고효율을 낼 수 있는 난방기기를 원하지만 사실 그런제품은 없다고 봐야 한다. 대부도 주택은 화목 겸용 보일러를 설치했다. 건축주는 항상 보일러를 가동할 수 없는 주말주택 특성상 갑작스럽게 방문했을 때 화목난로만큼 실용적인 제품도 없다면서 난로 예찬을 펼친다. 덕분에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연료비가 들지 않는다고. 화목보일러 외에도 대부도 주택은 열효율이 뛰어나 장기적으로 난방비 절감 효과를 가져다주는 상하향식 2개의 가스보일러를 설치해 1층과 2층을 제어하도록 했다. 보일러를 1개 더 적용하게 되면 추가 가격은 쉽게 눈에 들어오지만 그로 인해 절감되는 비용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계산해 내지 못한다. 눈에 보이는 비용을 비교해 절감하는 것은 조금의 수고와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고려하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세라믹 사이딩은 자재 자체 가격도 비싸지만 로스율이 높아 부대비용도 많이 든다. 설계에서 자재 크기를 고려해 적용할 곳을 정하면 로스율을 없앨 수 있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9-01-30
-
-
토양에서 건축물로 유입되는 침묵의 살인자 라돈
-
-
폐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인 라돈. 침대 매트리스, 대리석, 온수 매트, 생리대 등 생활용품에서 잇따라 검출되면서 침묵의 살인자 라돈 공포가 퍼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토양의 라돈 검출 농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데, 이것이 공기 중에 떠돌다가 건축물의 바닥이나 벽의 갈라진 틈, 각종 배관 등을 통해 실내로 유입돼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알려진 바로는 실내 공기에 포함된 라돈의 85∼97%가 토양에서 건축물로 유입되고 있지만, 여기에 대해선 라돈 검출 생활용품에 비해 무관심한 편이다.글 사진 윤홍로 기자취재협조 주한미국대사관 상무부, 한국라돈협회, Spruce Environmental Technologies, C&H,Inc, (사)한국패시브건축협회참조 환경부, <생활 속 자연 방사능 물질, 라돈의 이해>
토양 중 라듐 함량 분포도 <생활환경 중의 방사선영향평가>, 2012,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좌) “안전한 수준의 라돈 농도는 없다”는 변강태 C&H,Inc 차장(우)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폐암 발생의 3~14%가 라돈에 의한 것이며, 라돈을 흡연에 이은 폐암 발병 주원인 물질로 규정했다. 라돈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는 이유는 색도 맛도 냄새도 없는 매우 위험한 비활성 기체[Noble Gas]이기 때문이다.라돈은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기체다. 화강암과 변성암 같은 암석, 토양 등에 있는 우라늄과 토륨이 방사능 붕괴하면서 자연적으로 라듐이 만들어지고, 또 라듐이 방사능 붕괴하면서 라돈과 같은 방사성 물질을 만든다. 즉, 라돈은 땅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방사성 물질로, 기체 상태로 대기 중으로 방출되거나 주변에 있는 지하수로 스며든다.라돈 농도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대체로 표층 토양에 라듐이 많이 포함된 지역과 화강암 분포 지역에서 높게 나타난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화강암·편마암 지질대나 옥천단층지대에 있는 지역에서 라돈 농도가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토탈 라돈 솔루션을 제공하는 C&H,Inc 변강태 차장의 설명으로 라돈에 대해 살펴보자.라돈의 특징_ 첫째, 라돈은 태초부터 지구상에 존재하는 천연 방사성 물질이다. 즉,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성 가스로 지구상 어디에나 존재한다. 둘째, 라돈은 우라늄과 토륨의 자연 방사성 붕괴 사슬에서 라듐을 거쳐 생성되는 비활성 기체로, 공기를 따라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셋째, 무색, 무미, 무취의 기체로, 인간의 감각이 아닌 오직 측정에 의해서만 그 존재 여부를 알 수 있다. 넷째, 화학적으로 안정하지만, 물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하며, 화학적인 작용을 가해서 라돈을 분해하거나 없앨 수 없다.
땅속 라돈 미래 세대에게 심각한 영향 미칠 것
침대 매트리스와 여성 위생용품에서 라돈이 검출됨에 따라 라돈이 건강에 미치는 위험성에 대한 한국민의 인식이 고조됐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토양층에서 건물로 유입되는 라돈의 위해성에 대해선 개의치 않고 있다. 사실 지금 한국의 토양은 많은 라돈 방사성 물질에 오염돼 있다.
Gregory Briscoe 공사(주한미국대사관 상무부 공사)
주택 내 라돈과 폐암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는 근거를 밝힌 여러 연구가 있으며, 미국환경보호청(EPA: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은 2015년에 ‘국가 라돈 조치 계획[The National Radon Action Plan]’을 마련했다. 목표는 2020년까지 500만 가구의 라돈 위해도를 줄이고 연간 3200여 명의 폐암 사망자를 막는 것이다. 한편, 주택 소유자들이 스스로 라돈 농도를 줄이고 관리하도록 라돈 농도 조사를 의무화하고, 주택을 거래할 때 라돈 측정 농도, 저감 시공 정보 등 라돈 관련 내용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토양에서 검출되는 라돈을 시급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미래 세대에게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의 자손들이 우리의 부주의로 인해 희생의 대가를 치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돈 저감 주택 시공’ 세미나를 개최한 것이다. 라돈의 검출 및 저감 방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선제적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라돈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를 바란다.※ 미국 특히, 라돈 농도가 높은 지역인 미네소타주에서 2009년 1월부터 신축되는 주택의 경우 의무적으로 라돈 방지 시공[RRNC: Radon Resistant New Construction, RRNC]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라돈 기준 초과율이 40%에서 20%로 감소했다. 또한 시공한 주택은 2∼5년마다 주기적으로 라돈 농도를 측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라돈의 폐암 유발 메카니즘_ 실내로 유입된 라돈은 우리가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몸속으로 들어오고, 다시 숨을 내쉴 때 빠져나온다. 그래서 라돈은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문제는 라돈이 방사능 붕괴하면서 생기는 라돈 자핵종[라돈 자손]이다. 라돈 자핵종이 부착된 미세 입자가 폐 안으로 들어가면 호흡기에 달라붙는다. 라돈 자핵종은 반감기가 30분 미만으로 짧아서 몸 밖으로 배출되기 전에 방사능 붕괴해 방사선을 방출한다. 방사선에 노출된 폐세포는 유전자가 손상되거나 안정성이 변하면서 결과적으로 악성 종양(암)이 발생될 수 있다. 즉, 라돈 자핵종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폐세포가 손상되고, 그 손상이 누적되면 폐암이 발생할 수 있다.※ 라돈 자핵종: 라돈이 방사능 붕괴하면 폴로늄과 비스무스가 만들어지고 최종적으로 안정된 물질인 납으로 변하는데, 이 물질들을 라돈 자핵종이라고 부른다. 라돈이 기체 상태인 것과 달리 라돈 자핵종은 입자 형태이며, 물리·화학적으로 반응성이 높다. 그래서 미세한 먼지에 잘 달라붙는데, 우리가 숨을 쉴 때 몸속으로 들어와 폐세포나 기관지에 잘 달라붙어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
비소, 석면, 벤젠, 폼알데하이드, 6가크롬, 담배연기 등과 함께 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인 라돈
미국의 라돈 실태_ EPA에서 미국 내 라돈으로 인한 폐암 사망자를 연간 2만 1천 명(25분당 1명)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연간 폐암 사망자(15만∼20만 명)의 20%에 육박하는 수치다. 미국의 주택 수가 1억 3천만 채(호)가 넘는데, 그 가운데 2천만 채에서 고농도 라돈이 검출돼 라돈 저감 장치 설치가 필요한 주택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편, 한국은 세계에서 2번째로 라돈 농도가 높은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미국 내 라돈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 자료
방사성 물질의 단위 방사성 물질의 양은 방사능을 나타내는 단위인 베크렐(Bq: Becquerel), 큐리(Ci: Curie) 등을 사용한다.Bq: 방사능의 국제표준단위로, 1초에 방사선 1개가 핵에서 1번 방출되는 것, 즉 1초 동안 하나의 방사선이 나오는 세기Ci: 방사성 물질의 원자핵 붕괴 수가 1초에 약 3.7 × 1010일 때, 방사능의 강도
1Ci = 3.7 × 1010Bq → 1Bq = 2.7 × 10-11Ci
두 단위는 모두 프랑스의 물리학자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베크렐’은 우라늄에서 나온 광선(베크렐선)을 발견한 앙투안 앙리 베크렐(1852∼1908)의 이름을 따왔다. 그리고 ‘큐리’는 라듐을 발견하고 베크렐선이 어떤 물질에서 에너지를 내는 방사선임을 밝혀낸 퀴리 부부(피에르 퀴리(1859∼1906), 마리 퀴리(1867∼1934))의 이름에서 따왔다.환경부,
라돈 농도 권고 기준치_ 유럽 및 WHO 등은 100Bq/㎥ 이하로 정하는 추세고, 한국은 미국의 액션 레벨을 차용해 148Bq/㎥(4Ci)를 라돈 농도 기준치로 쓰고 있다. 미국은 1980년대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당시 기술로 라돈을 충분히 저감시킬 수 있는 선을 4Ci로 정했다. 즉, 4Ci 이하의 라돈 농도가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며, 사실 안전한 수준의 라돈 농도는 없다. 따라서 한국에서 기준치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 한편, 라돈은 농도 못지않게 노출 기간도 중요하다. 과학자들은 370Bq/㎥에 2개월 노출되는 것과 74Bq/㎥에 10년 노출되는 것을 같은 수준의 위험성으로 간주하고 있다.※ 환경부는 2016년 12월 23일 개정된 <실내 공기질 관리법>의 전면 시행을 통해 폐암을 유발할 수 있는 라돈에 대한 관리 기준을 강화했다.- 주택에서의 라돈 관리 권고 기준 설정- 신축 공동주택 실내 공기질 측정 항목에 라돈 추가
실내 라돈 침투 조건_ 일반적으로 실내 공기에 포함된 라돈의 85∼97%는 토양이나 암석에서 발생한 것이고 2∼5%는 건축자재에서, 1∼2%는 지하수를 사용할 때 공기 중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지역이나 기후 등에 따라서 이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 토양이나 암석에서 발생한 라돈의 실내 유입 조건은 ▲라돈 소스, 즉 토양에 얼마만큼 우라늄이나 라듐이 포함돼 있는가 ▲토양 내 공기의 흐름, 즉 투과성이 얼마나 되는가 ▲라돈의 실내로의 유입 경로, 즉 건축물의 바닥과 벽체에 틈새나 균열이 없는가 하는 것들을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토양에 있는 라돈이 실내로 유입되는 가장 큰 원인은 실내와 건축물 바닥의 토양 간 공기의 압력차 때문이다. 실내에 음압이 형성돼 있으면, 공기 압력차에 의해서 토양에 있는 라돈을 실내로 진공청소기처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공기 압력차로 인한 라돈의 실내 유입이 85~97%를 차지하는데, 건축물의 각종 배기·환기 시설, 바닥의 각종 덕트 시설, 외부의 찬 기온, 겨울철 난방으로 인해 실내 라돈 농도가 높게 나타난다.라돈 측정 방법_ 일반적으로 라돈 농도는 대기에서 낮지만 실내에서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실내에서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라돈보다 실내로 들어와 축적되는 라돈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내 라돈 관리가 중요하다. 실내 라돈의 농도는 공기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기에 시간대에 따라서 굉장한 차이를 보인다. EPA에서 규정한 라돈 농도 측정 방법을 보면, 측정기 설치 위치는 바닥에서 50㎝, 창문에서 90㎝, 벽에서 30㎝ 이상 떨어진 곳이고, 조건과 시간은 모든 문을 닫은 상태에서 12시간 이상 측정해야 한다. 보급형 라돈 측정기 가격은 20만∼30만 원이다.
실내 라돈 농도 측정 방법
실내 유입 라돈, 어떻게 줄일까라돈은 바깥 공기와 실내 공기에 모두 존재하지만, 바깥 공기 중의 라돈 농도는 매우 낮다. 따라서 우리가 ‘라돈 노출’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실내 공기에 있는 라돈에 노출되는 것을 말한다. 환경부에서 제시한 실내 공기 중 라돈 농도를 줄이는 방법이다.토양 중 라돈 배출법(토양 가스 배출법)_ 토양에서 나오는 라돈이 실내로 들어오기 전에 미리 바깥으로 내보내면 실내의 라돈 농도를 줄일 수 있다. 토양 중 라돈 배출법은 건물 바닥의 토양에 라돈 배출관을 설치하고, 아래 사진(하얀색 원)처럼 배출관 중간에 환풍기를 설치해 땅속에 있는 라돈을 외부로 내보내는 방법이다. 환풍기가 작동하면 라돈을 포함하고 있는 토양 안의 공기가 실내로 들어오기 전에 바깥으로 배출된다. 이 방법은 기계나 장치를 이용한 저감 방법 중에서 비교적 간편하고, 공사기간이 짧아 국내·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설치비용과 유지관리비용이 저렴한 편이며, 실내 라돈을 약 50∼70%정도 줄일 수 있다.
기존 주택 토양 라돈 배출 장치 설치
건물을 신축할 때 라돈 배출관을 설치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큰 저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라돈 배출관 설치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기초공사할 때 토양에 자갈을 깔고 토양 라돈 배출관을 설치한다.
② 플라스틱 시트를 깔고 틈새가 없도록 밀봉한다.
③ 바닥에 있는 라돈 배출관으로 모인 공기가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배출관의 최종 배출구를 설치한다.
압력으로 라돈 유입 저감(외부 공기 유입법)_ 실내에 환기구를 설치해 바깥 공기를 실내로 들여보내면 실내 공기의 압력이 커지는데, 이 방법으로 건물 내부의 압력을 건물 아래에 있는 토양의 압력보다 높게 유지하면 토양에서 실내로 라돈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 방법은 시공이 간편하지만, 여름철에 뜨거운 바깥 공기가 안으로 들어오고, 겨울철에 차가운 공기가 들어와 실내 공기가 여름에 더워지고, 겨울에 추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폐열회수 환기장치를 설치해 열손실을 줄이기도 한다.
외부 공기 유입을 통한 라돈 저감
틈새를 막아 라돈 저감(차폐시공법)_ 실내 라돈의 85~97%는 건물 바닥이나 벽의 갈라진 틈을 통해 실내로 들어온다. 그래서 보강재나 콘크리트 마감재 등을 이용해 틈새를 막아 실내로 들어오는 라돈을 차단할 수 있다. 이음새에 있는 파편들을 깨끗하게 정리한 다음에 봉합제를 충분히 사용해 틈새를 막는다. 이 방법은 라돈을 줄일 수 있는 간편한 방법으로, 실내 라돈 농도가 높으면 건물 바닥이나 벽 등에 갈라진 틈이 있는지 확인해 막으면 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실내 라돈 농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니므로, 1차적으로 건물 틈새를 막고 나서 추가적으로 다른 방법을 적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라돈 차단막과 팬 시공_ 신축할 때 토양으로부터 라돈 유입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건축 전 부지에 대한 라돈 위험성을 검사하고, 필요시 적절한 라돈 저감 솔루션으로 시공해야 한다. C&H,Inc의 신축 건축물 라돈 저감 솔루션은 종합 검사 → 정밀진단 → 처방 → 정기검진순이다. 처방은 ▲라돈 차단막 시공: 건물 바닥에 라돈 유입을 차단하는 막을 시공한다. ▲라돈 포집 매트 시공: 건물 바닥 아래 라돈을 수집하는 매트를 시공한다(포집된 라돈을 외부로 배출). ▲라돈 팬 시공: 라돈을 수집하는 매트와 라돈 팬을 함께 시공해 라돈의 실내 유입을 원천 차단하다.
라돈 걱정 없는 패시브하우스라돈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짐에 따라 쾌적하고 건강하며, 환경 친화적인 패시브하우스가 주목받고 있다. 패시브하우스는 외부에서 실내로 유입되는 공기[浸氣]를 차단하는 기밀성이 높기에 공기를 통한 라돈의 실내 유입을 막을 수 있다. 또한 패시브하우스는 전체가 풍선처럼 기밀하기에 환기가 매우 중요하기에 ‘열회수 환기장치’가 필수다. 실내에 음압이 형성돼 있으면, 공기 압력차에 의해서 토양에 있는 라돈을 실내로 진공청소기처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는데, 열회수 환기장치로 실내 환경을 양압 상태로 만들어 외부의 라돈 유입을 차단하고, 실내의 라돈을 배출할 수 있다. (사)한국패시브건축협회 최정만 회장의 설명이다.폐열 회수 환기장치에 있는 서플라이와 리턴 팬을 통한 양압 조절로 라돈의 실내 유입을 차단할 할 수 있다. 패시브하우스 인증할 때 5~10% 사이로 양압을 걸어준다. 빠져나가는 공기가 너무 많으면 구조체에 결로를 일으키기에 상한선을 10% 정도에 맞추기 때문이다. 라돈은 지중에서 공기 중으로 올라와 건물로 침투하는데, 양압을 걸면 공기압으로 밀어내니까 유입될 수 없다. 현재 세종시의 패시브하우스들을 모니터링 중인데, 기압에 따라 다르지만 단 한 번도 기준치의 1/50을 넘어간 적이 없다.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끊임없이 신선한 공기로 교체하기 때문이다. 패시브하우스가 라돈에도 안전한 주택이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팩트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9-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