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보기
-
-
[월간전원주택라이프] 전원주택_제주 주택_이로재 이 도시건축
-
-
월간전원주택라이프
http://www.countryhome.co.kr
대지에 순응한 사다리꼴주택
제주 온평리 공방
예산 범위 내에서 1층은 공방으로, 2층은 주거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물. 건축주의 요구 사항은 간단했지만, 적은 예산으로 풀기엔 쉽지 않은 숙제였다. 1층 공방은 비누와 향초를 만드는 작업실과 여행객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좌식 공간으로 계획했다. 2층 주거 공간은 두 개의 방이 필요했지만, 설계하면서 멀리 풍경이 내다보이는 다락방을 추가해 손님방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글 이기태(이로재 이 도시건축 소장) | 사진 김종오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306.00㎡(92.56평)
건축면적 87.46㎡(26.45평)
건폐율 28.58%
연면적 105.89㎡(32.03평)
1층 68.23㎡(20.63평)
2층 37.66㎡(11.39평)
다락 15.65㎡(4.73평)
용적률 34.60%
설계기간 2014년 9월~12월
공사기간 2015년 5월~10월
건축비용 1억 5,000만 원(3.3㎡당 약 468만 원)
설계 이로재 이 도시건축 02-877-2022 www.eua.co.kr
시공 건축주 직영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컬러강판
벽 - 외단열시스템 / 스터코
내부마감
천장 - 콘크리트면 정리 / 아크릴 페인트
벽 - 콘크리트면 정리 / 아크릴 페인트
바닥 - 투명 에폭시
계단실
디딤판 - 미송 집성목
난간 - T38 환봉 / 불소수지 페인트
단열재
지붕 - 비드법 2종 1호
외단열 - 비드법 2종 1호
창호 알루미늄창호(LG하우시스)
현관문 시스템도어(LG하우시스)
난방기구 패널 히팅 시스템
제주 성산읍 온평리 공방의 건축주는 젊은 여성 두 명이다. 제주살이를 꿈꾸던 평범한 직장인으로, 평소 알고 지내던 두 명이 제주도 이민에 도전했다. 예산 부담도 덜고 서로 의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대신 취미로 배우던 향초와 비누 공방을 열 계획으로 도전한 것이다.
건축주는 제주도에 내려와 아르바이트하면서 처음엔 농가를 임대해 공방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큰 비용이 들자, 차라리 집을 짓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리고 땅을 알아보고 발품을 팔아 작은 대지를 구입했다. 50m 정도 부근에 지방도로가 지나고, 주변에 제주의 전형적인 밭이 있어 계절에 따라 다양한 작물을 재배해 풍경이 아름다운 대지다.
공방에 적합한 시인성과 공간 확보
공방이란 성격상 50m 정도 떨어진 도로에서도 손님이 보고 쉽게 찾아오게 하는 것, 1층 작업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한정된 예산 안에서 규모를 정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한 데다 경계측량 결과 넓지 않은 대지 안으로 마을 진입 도로가 예정돼 있어 사용 가능한 대지는 더욱 작아지고 모양도 삼각형에 가까웠다.
공방이란 특이점과 주거로서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따랐다. 대지 조건을 최대한 반영한 형태의 건축물이 되도록 계획했다. 사다리꼴로 계획함으로써 북측 진입로에선 3층 높이의 좁고 높은 입면으로, 남측에선 폭이 넓고 낮은 입면으로 보인다. 1층 공방은 밭이 있는 남쪽으로 넓은 시야를 확보해 풍부한 햇빛뿐만 아니라 계절 작물인 무와 당근, 파 등 근사한 풍경을 담아냈다.
인테리어는 1층은 예산을 절감하면서 공방의 이미지와 어울리도록 유로폼을 탈형한 후 페인트로 마감하고, 2층 주거 공간은 따뜻한 느낌을 주고자 바닥에 목재 마루를 깔고 천장과 일부 벽에 목재 루버를 설치했다.
주 출입구로 들어서면 공방에서 만든 양초와 예쁜 비누를 전시한 공간이 있고, 그 안쪽에 간단한 주방과 작업 준비 공간이 있다. 공방은 좌식 공간과 테이블로 작업과 클래스 공간으로 구분하고, 남측의 넓은 창밖으로 툇마루를 만들어 창가에 앉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1, 2층을 잇는 수직 동선은 공간을 최소화하면서 디자인 요소가 되도록 철재 계단으로 만들고, 2층에서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수납형으로 만들었다.
2층은 두 건축주가 각자 사용할 방과 남쪽 풍경을 내다볼 수 있는 작은 테라스가 있고, 북쪽으로 작은 방과 그 위로 다락이 있어 도로에서 보면 좁고 높은 유리 입면이 보인다. 동측의 작은 방은 1층 공방이 내려다보이고 동측의 풍경을 볼 수 있다. 다락에 올라가면 멀리 북쪽의 제주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각 실에서 제주의 풍경을 최대한 만끽할 수 있도록 창을 계획하고 도로에서 인지가 용이하도록 높게 계획함으로써 입면 역시 사다리꼴 형태가 됐다.
주택 계획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거주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다. 따라서 건축가는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고민하고, 그 건축 공간과 함께 거주자의 삶도 함께 디자인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의 경우 처음 건축주가 설계를 의뢰하면서 제시한 총 예산이 중요한 계획 요소가 됐지만, 그 범위 내에서 아파트와 같은 단순한 평면적의 숫자가 아니라 건축 공간의 질을 높이고 생활의 다양함을 줄 수 있는 계획에 주안점을 뒀다.
-
2019-01-09
-
-
따로 또 같이 '헤쳐 모여', 영주 주택
-
-
건축주 부부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둘, 네 가족의 보금자리인 영주 주택. 건축주는 부부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면서 두 아들을 위한 전용 공간을 갖춘 주택을 짓고자 했다. 설계 콘셉트는 한마디로 ‘헤쳐 모여’다. 내·외부 간에 프라이빗한 공간, 가족이 함께하는 넉넉한 공용 공간,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편안히 쉴 수 있는 사적 공간에 중점을 둔 영주 주택을 두루 살펴보자.글 이상현 기자 | 사진 백홍기 기자 취재협조 ㈜21c제우스건설
HOUSE NOTEDATA위치 경북 영주시 효자길지역/지구 자연녹지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외벽 - 캐나다산 S.P.F 2″×6″ 내벽 - 캐나다산 S.P.F 2″×6″ 지붕 - 캐나다산 S.P.F 2″×8″ 바닥 - 캐나다산 S.P.F 2″×12″대지면적 512.00㎡(154.88평)건축면적 86.67㎡(26.21평)건폐율 16.92%(법정 20% 이하)연면적 137.25㎡(41.51평) 1층 86.67㎡(26.21평) 2층 50.58㎡(15.30평)용적률 26.80%(법정 100% 이하)설계기간 2017년 9월~10월공사기간 2017년 12월~2018년 4월설계 및 시공 ㈜21c제우스건설 1644-4576 21c-housing114.co.kr
우측에서 바라본 영주 주택
10여 년간 경북 영주시 중심권의 한 아파트에서 살아온 건축주는 집 안에 새로운 느낌을 주고자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하려고 했다. 기반시설이나 편의시설 면에서 불편한 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파트를 비워야만 리모델링을 할 수 있다는 말에 차라리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영주에서 터를 잡고 살기에 멀리 이사할 수 없던 건축주는 입지를 근교로 한정 짓고 더 좋은 환경을 찾아 나섰다. 아파트들은 더 나은 곳이 없었고, 우연히 도심 끝자락 원당천 옆 야트막한 산자락에 조성한 전원주택단지를 보게 됐다.“단지에 풍부한 햇살이 비치는 밝고 환한 모습이 눈에 띄었어요. 또한 단지 아래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어 아이들이 통학하기에도 편할 것 같았죠. 전에 살던 아파트보다 더 나은 아파트는 없는 것 같아 단독주택에서 한번 살아보자고 결심했어요. 한창인 아이들에게 더 넓은 방도 선물하고, 또 교대 근무하는 남편에게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을요.”
모던한 인테리어로 꾸민 현관 한쪽에 창문을 설치해 한결 밝아 보인다.
MATERIAL외부마감 지붕 - 이중그림자슁글(오웬스코닝) 벽 - 스타코, 세라믹타일, 리얼징크, 청고파벽돌 데크 - 포세린 타일내부마감 천장 - 실크벽지(개나리) 벽 - 실크벽지(개나리), 아르떼월(예림) 바닥 - 강마루(예림)계단실 디딤판 - 멀바우 난간 - 평철 단조 손스침 - 우드단열재 천장 - 글라스울 R30(크나우프 에코베트) 외단열 - 비드법 보온판 50T 외벽 - 글라스울 R19(크나우프 에코베트) 내벽 - 글라스울 R19(크나우프 에코베트)창호 독일식, 미국식 시스템창호 혼용(융기)현관문 럭스틸 플레이트 MS24(코렐)조명 LED(올바로)주방가구(싱크대) 한샘위생기구 계림, 아메리칸 스탠다드난방기구 가스보일러
중문을 넘어서면 좌우로 긴 복도와 마주하며, 중문 전면에 계단실을 배치해 2층으로 올라가는 동선이 간결하다.
영주 주택의 대지는 북고남저北高南低형 산자락을 계단식으로 조성한 단지 내 최상단에 위치하며, 좌향은 정남향이고 좌우로 긴 장방형이다. 전면 좌측은 폭 6m 막다른 길에 접하며, 숲으로 둘러싸인 배면을 제외한 삼면이 인접 대지에 접한다. 주택은 조망과 일조, 프라이버시 등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우측 상단에 붙여 배치했다. 주택이 들어선 전면 대지와 거리를 띄어 마당을 뒀으며, 향후 주택이 들어설 좌측 대지 경계에 주차장을 배치하고 우측 대지 쪽 외벽에 최소한의 환기창만 계획해 프라이버시를 확보했다.입면은 직선의 조합으로 이뤄진 모던한 스타일로 돌출형 현관과 명도 대비를 이루는 외장재, 퍼걸러 형태의 데크 등으로 포인트를 줬다. ㈜21c제우스건설은 “건축주가 관리하기 편한 집을 원해 백색 스타코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는 세라믹 타일과 고벽돌, 리얼 징크로 포인트를 줬다”고 한다. 또한 “에너지 절약 설계 기준에 맞춰 기본 단열재를 충진하면서 북측과 서측에 기준치 이상으로 외단열재를 보강해 겨울철 북서풍에 대비했으며, 처마 하부의 소핏벤트와 지붕의 릿지벤트, 레프터벤트를 적절하게 설치해 습도 조절에도 신경을 썼다”고 한다.
화이트 컬러를 바탕으로 벽면은 아트 월, 천장은 아르떼 월과 하부에 색상 조절이 가능한 간접조명(색상 조절)을 설치해 상황에 따라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가족 맞춤형 공간구성영주 주택의 설계 콘셉트는 한마디로 ‘헤쳐 모여’다. 건축주가 요구한 내·외부 간에 프라이빗한 공간, 가족이 함께하는 넉넉한 공용 공간,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편안히 쉴 수 있는 사적 공간에 중점을 뒀다.현관에 들어서면 좌측으로 중문과 계단실이 보인다. 계단실을 중심으로 좌측에 공용 욕실을 두고,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안쪽 끝에 드레스룸이 딸린 안방을 배치했다. 계단실 우측에 거실과 주방/식당을 배치했는데, 두 공간은 가벽을 세워 구분했다. 거실 앞뒤로 개방감과 통풍, 그리고 뒷숲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넉넉한 데크를 두고, 주방/식당 앞 데크에도 퍼걸러를 세워 바비큐 공간으로 만들었다. 다용도실과 주방/식당, 퍼걸러 테라스를 수평선상으로 배치해 주부의 동선을 최소화했다.
주방/식당에 가구를 일자로 제작하고 조리대 측면에 냉장고를 비롯한 주방기기들을 배치해 편리성을 높였다.
그 사이에 다용도실을 뒀다.
교대 근무를 하는 남편이 새벽에 퇴근해 낮에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안방과 주방/식당을 멀찍이 배치함으로써 아내가 주방/식당에서 일하더라도 소음에 방해받지 않는다. 거실과 주방/식당 사이에 세운 가벽은 소음을 차단하는 효과와 가족이 모두 모였을 때 공간에 아늑함을 더한다.거실 앞뒤로 큰 창호를 설치하고 데크를 만들어 거실이 한결 넓어 보인다. 또한 데크와 퍼걸러를 설치한 테라스를 연결한 순환 동선이 전원 속 단독주택을 더욱 더 여유롭게 만든다. 건축주는 “거실 뒤로 수풀이 우거져 있어 자연 속에 사는 느낌”이라며, “여름에 창호를 열면 뒷숲에서 바람이 불어와 시원하다”고 한다.
안방은 디자인 벽지를 사용해 포근함을 강조하면서 장 대신 드레스룸을 설치했다.
21c제우스건설은 “화장실은 밝은 느낌의 디자인 타일을 선택하고 바닥을 짙은 색을 선택해 모던한 스타일을 추구했다”고 한다.
계단실은 백색의 미를 강조했다. 디딤판의 색상과 조명을 맞춰 아이들에게 친숙하면서도 편한 이미지가 되게끔 디자인했다.
2층에 올라서면 전면에 작은 베란다가 보이며, 계단실과 욕실을 사이에 두고 2개의 방을 배치해 같은 층 안에서도 형제만의 독립 공간으로 구성했다. 2층에 가족실을 배치하는 여타 주택과 달리 건축주는 공용 공간을 빼고, 두 아들의 방에 최대한 많은 면적을 할애했다. 이는 앞으로 아들들이 성장하더라도 넓은 공간을 자기 마음대로 꾸밀 수 있도록 한 부모의 배려다.
2층 복도
자녀들 눈높이에 맞춰 책상과 가구를 맞췄고, 마음이 차분해지며 집중력을 높인다고 알려진 파란색 계열의 벽지를 사용했다.
2층 전면에 위치한 베란다. 건축주는 향후에 폴딩 도어를 설치해 겨울에 사용해도 부담없게 할 예정이다.
*인터뷰 도중 첫째아들이 학교를 마치고 돌아왔다. 인사를 마치자마자 잽싸게 2층으로 오르는 발걸음이 한껏 신나 보인다. 아내는 아이들이 2층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 재밌다고 한다. 아파트에서 살 때와 무엇이 제일 달라졌냐는 물음에 “복층 단독주택과 비교한다면 아파트가 (육체적으로)편한 것이 많지만, 단독주택에선 삶이 한결 여유로워진 느낌”이라며, “다만, 급하게 단독주택을 짓다 보니 준비가 부족했던 게 아쉽다”고 한다.
주방/식당 앞에 퍼걸러를 설치한 테라스
단독주택에 오래 살았던 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아파트와 달리 살면서 하나둘씩 만들고 고쳐가는 재미가 있다고 한다. 마치 반려견을 키우듯이…, 손이 많이 감에도 단독주택에서 살려는 것은 교환 가치를 중시하는 아파트와 달리 살림집으로서 삶의 가치를 느끼며 내 집이란 강한 애착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주택의 우측면
입면은 직선의 조합으로 이뤄진 모던한 스타일로 돌출형 현관과 명도 대비를 이루는 외장재, 퍼걸러 형태의 데크 등으로 포인트를 줬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9-01-09
-
-
【정원 디자인】 유럽 정원 여행
-
-
정원일을 하는 사람에게 계절은 너무도 중요하다. 봄에서 여름은 정원을 만드느라 바쁘고, 가을은 다음 해를 준비하는 타이밍이 중요한 때이다. 겨울에는 정원사에게 휴식 같지만, 잔잔한 일들이 이어진다. 봄에서 여름으로 이어지는 몇 달은 일정이 바쁘기에 사실 연재물인 본고本稿도 쓰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든다. 이달의 내용은 지난여름, 바쁜 기간 중에 유럽으로 날아가 정원을 여행하며 한숨 고르고 온 이야기이다. 물론 큰 타이틀이 ‘정원 디자인, 시공 그리고 가드닝’이라 실제 도움이 되는 정보가 아닐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제 정보에 못지않게 정원을 보고 즐기는 것도 정원을 만들어가는 연장선이라 생각하면, 독자들도 여행 이야기를 들으며 유럽의 정원을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글·사진 주례민 오랑쥬리 대표 031-8017-3850 http://blog.naver.com/orangery2012
여행을 준비하는 설렘지난겨울, 서울여대 플로라아카데미의 유 교수님과 정원에 관해 이런저런 대화를 하던 중 정원 여행 이야기가 툭 튀어나왔다. ‘그래, 한번 떠나 보자’며 준비를 시작한 지 7개월이 지나서야 드디어 여행길에 올랐다. 여행 당일인 7월 8일 오전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지난 7년간 가 보지 못했는데 아름다운 정원은 그대로 있을까, 어떤 모습으로 나의 추억을 이어가게 될까, 함께하는 일행은 정원만으로 일정을 채운 여행을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 여행에 대한 기대와 함께 정원을 테마로 한 특별한 여행의 인솔자로서 걱정이 다가왔다. 하지만 여행의 묘미는 출발 직전의 설렘이라 하지 않았나. 걱정 반 기대 반의 설렘까지도 실제 정원이 눈에 펼쳐지는 순간까지 즐기리라 마음먹었다.
프랑스 파리의 오랑쥬리 미술관 내 수련 방. 모네가 정원의 해질녘을 그린 대형 화폭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The Water Lilies - Setting Sun, 1920?1926, Musee de l′Orangerie.
프랑스 정원_모네 정원에서 감동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착륙했다. 저녁 공기는 시원하지만, 시곗바늘이 밤 10시를 향하는 데도 태양이 머리 위에서 끓어 눈이 부셨다. 다시 찾은 유럽은 한밤중에도 우리를 밝게 반기는 것 같았다. 첫날에 쇼몽 가든 페스티벌을 방문하고, 둘째 날에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과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정원’에 들렀다. 쇼몽 가든과 베르사유 궁전 정원보다 마음에 깊이 남은 곳은 모네의 생활이 여전히 숨쉬고, 그의 작품의 실제가 그려져 있는 모네의 정원이다. 모네의 정원, 지베르니! 영국에 살면서 눈앞에 두고도 가 보지 못해 마음속으로 그리던 곳이다. 정원을 보기 전까지 얼마나 많이 모네의 수련을 보며 연못의 다리를 지나기를 꿈꿨는지 모른다. 모네의 정원에 들어서면 관람 동선에 따라 움직여야 하기에 연못 정원(Water Garden)과 주택 정원(The clos Normand)으로 구분해서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선 연못 정원으로 발길을 정하고 실개천이 흐르며 안내하는 대로 좁은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대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숲은 프랑스의 강한 여름 햇살을 시원하게 걸러줬다. 그리고 길옆으로, 나뭇잎 틈새로, 꽃 틈새로 나타나기도 하고 숨겨지기도 하며 연못이 펼쳐지는 걸 감지하니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빨라졌다. 그리고 만나는 넓은 연못! 순간 바쁜 발걸음은 갈 길에 대한 방향을 잃고 시선은 연못으로 고정됐다. 잔잔한 물 위에 뜬 수련과 싱그러운 자연 색으로 연못을 둘러싼 버드나무와 붓꽃을 비롯한 여러 꽃에 매료됐다. 모네가 연못에 반사되는 정원 모습에 푹 빠져 화폭을 채웠을 상상에 빠져 보았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이곳을 보는 많은 사람이 그러했을까? 그 많은 방문객의 숨소리만이 새소리, 물소리와 함께 이 아름다운 공간을 채웠다. 모네의 정원은 연못 정원과 주택 정원으로 공간이 반으로 자른 듯 나뉜다. 연못 정원의 잔상을 마음에 간직하고 발길을 모네가 살던 집 쪽으로 돌렸다. 1883년 모네는 가족과 함께 이곳 지베르니로 건너와 새 터전을 만들어간다. 그 속에서 정원을 좋아하고 가드닝을 즐기던 그는 장미를 심고 나무를 다듬으며 그만의 정원을 만들어간다. 그의 그림을 보면 따뜻한 미소가 절로 나며 편안한 기분이 드는 것은 아마도 정원을 곁에 두고 살던 그의 행복이 전해지기 때문은 아닐까?
모네의 연못 정원에는 여섯 개의 다리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모네가 심은 등나무가 다리를 덮고 있는 재패니즈 브릿지Japanese Bridge / 2층 모네의 침실에서 바라본 정원 모습. 시선 바로 아래 장미가 피어 있다. 주택 벽면을 덮은 장미는 실내에서 정원을 바라보는 시선까지도 사로잡는다.
오랜 세월 나무를 감고 있는 덩굴장미 로사 라벨르스와즈Rosa‘ la belle vichyssoise’ / 모네의 정원에서 플록스의 향기를 맡으며 즐기고 있는 방문객의 모습 / 노루오줌 종류인 아스틸베Astilbe, 우리나라 머위와 비슷한 종류인 페타시테스 자포니쿠스Petasites japonicus와 그 뒤로 보이는 모네의 연못.
영국 정원_풍경식 정원에 서서아쉬운 프랑스에서의 짧은 일정을 뒤로하고 우리 일행은 영국으로 이동했다. 영국에서 또 어떤 정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를 가슴에 안고 해저 터널을 지나 가깝지만, 또 다른 세계로 입성했다. 영국에서 버킹험Buckingham지역에 위치한 스토우 랜드스케이프 가든Stowe Landscape Garden을 첫 번째로 방문했다. 영국의 자연 풍경식 정원을 이끈 세 명의 디자이너 찰스 브리지먼Charles Bridgeman(1690~1738), 윌리엄 켄트William Kent(1685~1748), 캐퍼빌리티 브라운Capability Brown; Lancelot Brown(1716~1783)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정원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다. 입구에서 본격적인 정원의 문으로 들어서려면 드라이브 패스Drive Path를 지나야 했다. 목가적인 풍경이 옆으로 펼쳐지는 이 길은 아침 산책을 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 너무도 상쾌한 공기가 나무가 우거진 풀 내음과 어울려 주변에 감돌았다. 이른 시간, 첫 방문객인 우리 일행은 조용한 정원의 문을 여는 듯 그곳으로 향했다. 풍경식 정원은 ‘한 폭의 풍경화를 그대로 옮겼다’하여 픽쳐레스크 가든Picturesque garden이라고 하는데, 이 정원을 사진 한 프레임에 담기엔 불가능했다. 어떻게 찍어도 그때의 감탄과 자연의 편안함이 사진에 담기길 않았다. 프레임에 담긴 경치보다 파노라마를 그리듯 눈으로 따라가는 경관이 우리에게 편안함을 주고 또 감탄하게 했다. 영국인은 이곳에서 골프를 치고 낚시를 하고 피크닉을 즐긴다. 우리 일행도 먼 곳에서 단숨에 정원을 보고 위해 넘어왔지만, 이곳의 편안함을 더 느끼고 싶어 잔디밭에 모여 앉아 피크닉을 즐겼다. 바쁜 여행 일정에서 쉬어가는 여유가 마치 달콤하게 빠지는 낮잠 같았다. 정원 여행의 시간이 지날수록 카메라 셔터 횟수는 줄어드는 대신 우리는 정원 곳곳을 마음속으로 음미하며 새겼다.
양이 풀을 뜯고 파란 하늘에 구름이 떠다니는 목가적 영국 초원의 풍경이 산책을 즐겁게 한다.
연못과 언덕과 사이사이 보이는 다리와 모뉴먼트는 계획에 의해 조성된 작품이다.
자연스러움을 만들어내기 위한 계산들이 막상 그곳에 서 있을 때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다.
정원을 즐기는 문화이번 여행은 잘 조성되고 아름다운 꽃이 만발한 유럽의 정원을 돌아보는 견학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정원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정원에서 어떤 즐거움을 누려야 하는지 직접 경험한 문화 체험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문화가 없다면 정원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원 안에서 문화는 중요한 부분이다. 해마다 대규모 가든 쇼를 하고 완성도 있는 정원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그곳에 서 있는 또는 머물러 있는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 하는 점이 더 중요하다. 이점에 대한 고민에서 정원이 발전하고 좋은 정원이 많이 생길 길이 열릴 것이다. 여행하며 이동하는 차 안에서 우리 일행은 그때그때 느낀 생각과 의견들을 서로 공유했다. 같은 시공간에서 같은 것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과의 여행은 평생 잊지 못할 진한 추억이 된다. 여행을 함께한 사람들은 그때의 추억이 아쉬워 모임을 갖는다. 여행 중 일행 한 분이 이런 말을 한 게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에선 꽃 심고 잔디 심고 관리하는 사람이 나이 지긋한 어른들인데, 유럽 정원에서 일하는 사람은 젊은 친구들이 많더라.” 그 대신 정원을 보러 온 사람들은 노인이나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대부분이었다. 그룹을 지어 온 사람들은 몇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정원을 만들고, 잘 만들어진 정원에 구경을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름답게 만들고 가꾼 자연에서 진정 그곳을 즐기는 여유가 좀 더 찾아오길 바란다.
도시 내 시티 팜과 공원의 정원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지각색이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9-01-09
-
-
[제주 철근콘크리트주택] 대지에 순응한 사다리꼴주택 제주 온평리 공방
-
-
대지에 순응한 사다리꼴주택
제주 온평리 공방
예산 범위 내에서 1층은 공방으로, 2층은 주거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물. 건축주의 요구 사항은 간단했지만, 적은 예산으로 풀기엔 쉽지 않은 숙제였다. 1층 공방은 비누와 향초를 만드는 작업실과 여행객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좌식 공간으로 계획했다. 2층 주거 공간은 두 개의 방이 필요했지만, 설계하면서 멀리 풍경이 내다보이는 다락방을 추가해 손님방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글 이기태(이로재 이 도시건축 소장) | 사진 김종오 작가
<기사 전문 보기>
-
2019-01-09
-
-
[월간전원주택라이프] 전원주택_은평 한옥_오드건축사사무소
-
-
월간전원주택라이프
http://www.countryhome.co.kr
천혜의 북한산 경관을 삼면에 담은
은평한옥마을 자함헌
은평한옥마을 자함헌自含軒은 건축주와 닮았다. 한옥이 가진 아름다움 중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모습과 과감하고 힘찬 배치로 역동적인 모습을 한 묘한 양면성을 갖고 있다. 북한산 조망을 위해 2층에 돌출시킨 누마루는 자함헌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이미지이면서 마당 공간을 분리하고 하부에 테라스와 같은 외부 공간을 만들어 나누어진 양쪽 마당을 다시 이어주는 역할도 한다.
글 최재복 건축가(오드건축사사무소 대표) | 사진 박영채 작가, 백홍기 기자
HOUSE NOTE
DATA
위치 서울시 은평구 진관길
지역/지구 제1종 전용주거지역
건축구조 한식韓式 목구조
대지면적 330.00㎡(99.82평)
건축면적 138.60㎡(41.92평)
건폐율 42.00%
연면적 327.41㎡(99.04평)
지하 120.20㎡(36.36평)
1층 138.60㎡(41.92평)
2층 68.60㎡(20.75평)
용적률 62.78%(지하층 제외)
토목공사유형 엄지말뚝(H-PILE) + 토류판(흙막이판)
설계기간 2016년 5월~2017년 1월
공사기간 2017년 2월~2018년 6월
설계 오드건축사사무소 02-2202-3008 www.odearch.com
시공 아름다운우리한옥 02-6091-2014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한식 전통기와(산청기와)
벽 - 회벽 미장(일반 메쉬)
데크 - 포천석
내부마감
천장 - 노출마감
벽 - 규조토
바닥 - 강마루 + 원목마루(신명마루)
계단실
디딤판 - 포천석
난간 - 올드 더글라스
단열재
지붕 - 수성 단열폼
외단열 - 스카이비바 고밀도
내단열 - 스카이비바 고밀도
창호 단열 한식 창호(한옥공간)
현관문 특수 제작(아름다운우리한옥)
주요 조명 도자기조명 외(아름다운우리한옥)
주방가구(싱크대) 콜라보 특별 제작(인토스+아름다운우리한옥)
위생기구 욕조 특별 제작(변기만 대림바스)
난방기구 대성셀틱 콘덴싱 보일러
건축주는 전원생활을 계획하던 중 은평한옥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북한산 경치에 반해 대지를 구매했다. 그 후 몇 년간 주택에 대해 여러 구상을 하며 신중하게 전원생활을 계획했다. 설계 상담 시 북한산 경치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과 기존 한옥의 좁고 추운 불편함을 최소화하면서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한옥이기를 원했다. 특히 지하는 미술 작업을 할 수 있는 큰 공간이면서 한옥과 완전히 반대되는 서구적 분위기의 공간이기를 원했다.
자함헌의 대지는 직사각형이고 장변長邊이 약간 경사진 도로에 접하기에 건물의 정면이 넓고 시원하게 보일 수 있다. 그래서 건물을 장변에 길게 배치하고 건물의 높낮이와 돌출된 입면을 다양하게 구성해 주변 건물들과 어우러지게 계획했다.
동쪽의 북한산 경치를 누리기 위해서 과감한 배치 결정이 필요했다. 이전까지 은평한옥마을에서 한옥을 계획할 때 작은 대지 상황과 1층 규모 등으로 인해 2층을 크게 키우면 전체적인 비례가 좋지 않기에 가급적 ‘一’자 배치를 유지했다. 하지만 자함헌은 대지가 넓고 1층 규모도 큰 편이며 지붕의 높이가 높기에 ‘一’자 배치를 유지할 경우, 동쪽 북한산 조망이 1층 지붕에 가리어져 전혀 보이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2층을 과감하게 ‘ㄱ’자로 배치하고 북한산을 향해 돌출된 부분을 누마루처럼 시원하고 개방적인 공간으로 계획했다.
우아함과 역동적인 묘한 양면성 지닌 한옥
자함헌은 지상은 한식 목구조, 지하는 콘크리트 구조다. 지상은 주거 기능을 중심으로, 지하는 취미생활과 창고, 보일러실 등 기능적 공간을 집중 배치해 한옥의 공간 효율성을 높였다. 한옥의 중심인 1층에 부부의 안방과 대청, 주방을, 그리고 2층에 자녀 방과 가족실을 배치했다. 지하는 미술 작업실과 전시 공간을 배치하고, 지상의 한옥과 반대되는 서구적 이미지로 공간을 계획했다.
외관은 한옥이 가진 아름다움 중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목구조를 초익공으로 구성하고, 긴 대지를 활용한 배치를 통해 시원하고 화려한 팔작지붕으로 계획했다. 자함헌의 상징적 이미지인 2층의 누마루 팔작지붕을 받치기 위해 1층의 지붕 형태를 수평적으로 안정되게 구성하고, 돌출된 누마루 하부는 장주초를 사용해 누마루의 상징성을 더욱 강조했다.
지하 1층, 지상 2층, 3개 층으로 구성한 자함헌은 동선 계획이 매우 중요한 한옥이다. 배면에 수직 동선을 배치해 내부 공간에 영향을 최소화하고, 지하층 내부 계단을 중층 화장실과 창고로 연결해 지상과 지하 간의 접근성을 높였다. 또한 지하 썬큰에 외부 계단을 설치해 내부를 거치지 않고 마당에서도 지하 공간으로 접근하게 했다. 내부 수평 동선은 공간과 공간을 연결시켜 한옥이 가진 공간적 특성을 유지하고, 복도는 주요 실의 면적이 줄어들지 않도록 최소화했다.
평면 계획은 대로변인 배면에 화장실, 창고, 계단 등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안방과 대청 등 주요 공간의 소음 피해를 방지하는 데 주력했다. 안방은 한옥이지만, 현대적 레이아웃을 가진 화장실과 드레스룸을 두어 생활 편의성을 높였다. 한옥의 중심 공간인 대청을 앞마당과 후정 등 여러 공간과 연계하고, 북한산을 삼면으로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게 누마루를 2층에 배치했다. 미술 작업실 겸 가족 공간인 지하에 채광 및 환기가 원활하게 썬큰을 계획하고, 집 안을 통하지 않고 외부에서 출입이 가능하게 마당과 연결했다.
자함헌은 한옥의 구조적 미감이 최대한 발현되도록 계획했다. 마감재는 미적인 부분보다 친환경성을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삼았다. 한옥은 목구조 그 자체가 마감재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옥의 구조적 미감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마감을 최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한식 목구조 공사에 오랜 기간을 투자하며 공을 들였다. 또한 목구조가 마감인 한옥 특성으로 인해 목재 선택에서 치목까지 건축주와 많은 협의 과정을 거쳤고, 공사 기간에도 서두르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작업해 목구조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
2019-01-08
-
-
정원! 만드는 것만큼 보는 것도 중요하다. 가볼 만한 외국 정원박람회
-
-
정원은 우리가 자연과 가장 친근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면서 자연이 자라는 터전이다. 우리가 자연을 정원이라는 테두리에 끌어들였으니 그 정원을 가꾸고 키워야 하는 책임이 있다. 가드닝은 단순한 몸의 움직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하고, 때로는 야외에서의 즐거운 활동이 된다. 우리에게 정원은 여전히 생소하다. 정원을 가꾸는 이들이 가볼 만한 정원박람회, 가든 쇼를 소개한다. 글·사진 주례민 오랑쥬리 대표 031-8017-3850 http://blog.naver.com/orangery2012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튤립 축제, ‘큐켄호프 꽃 축제’풍차와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 리세Lisse 지역에서는 봄꽃 구근들이 만개하는 3월에서 5월까지 튤립 축제인 ‘큐켄호프 꽃 축제’ 가 열린다.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플라워 가든인 큐켄호프keukenhof에 심어진 구근식물(식물 기관의 일부인 줄기 또는 뿌리의 일부분 등이 비대해져서 알뿌리 모양으로 변형된 것)이 무려 7백만 구에 달한다. 큐켄호프는 가로수 길과 호수 주변으로 카펫처럼 펼쳐진 화려한 화단이 일품이다. 구근을 이용한 화려한 화훼 장식들이 전시된 곳곳의 실내 전시관과 각기 다른 테마의 작은 정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기에 하루가 짧다. 주최 측은 전 세계에서 80만 명 이상이 다녀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로 64회를 맞은‘큐켄호프 꽃 축제’는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튤립 축제로, 올해 전세계 8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것으로 보인다.
Tip. 구근식물 키우기튤립, 수선화, 무스카리, 히아신스, 크로커스 등 봄에 꽃을 피우는 구근식물은 보통 10~11월 노지에 알뿌리 크기의 2~3배 깊이로 심는다. 저온에서 일정 기간을 지내야 개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꽃을 본 이후에도 잎이 마를 때까지 두고, 장마 전 캐내 서늘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하는 게 좋다. 수선화, 무스카리, 크로커스는 구근을 캐내지 않아도 매년 꽃을 피우지만 튤립, 히아신스는 2~3년이 지나면 구근이 퇴화해 꽃이 작아지거나 볼 수 없게 되므로 캐내 다시 심는 것이 오래 보는 방법이다.
가든 쇼의 역사, 영국‘첼시 플라워 쇼’영국 첼시 플라워 쇼Chelsea Flower show의 역사는 1862년 켄징턴 지역에서 열린‘그레이트 스프링 쇼Great Spring Show’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913년 런던 첼시 지역의 첼시 왕립병원(Royal Hospital Chelsea) 정원으로 옮겨 매년 열리는데, 영국 왕립원예협회(RHS, Royal Horticulture Society)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정원 박람회다. 전 세계 정원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다양한 화훼, 정원 시설 및 소품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작가 작품을 전시한 쇼 가든Show Garden 등이 선보이기에 유럽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이 정원 축제를 즐기고자 런던으로 몰려든다. 정원과 식물을 보호하고, 관람객 편의를 위해 방문객수를 17만 명으로 제한하기에 인터넷으로 예매되는 티켓은 한 달 전에 매진될 정도다. 첼시 플라워 쇼가 열리기 몇 달 전부터 방송에서는 이와 관련된 디자인 과정이나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쇼가 열리는 닷새 동안은 이를 생중계하기도 한다. 가든 디자이너들은 이 행사를 위해 1년 전부터 디자인을 완성하고 식물을 키우는 등 완성도 높은 최고의 정원을 선보이고자 많은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디자이너들의 작품은 금, 은, 동메달로 순위를 정하는데, 매년 순위에 오른 디자이너들은 첼시 플라워 쇼를 통해 셀러브리티Celebrity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몇년 전 우리나라 황지해 작가의 작품이 최고상을 받으면서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가든 디자이너들은 플라워 쇼를 위해 1년 전부터 디자인을 완성하고 식물을 키우는 등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디자이너들의 예술 작품이 정원으로! 프랑스 ‘쇼몽 가든 페스티벌’프랑스 파리에서 200㎞ 남쪽, 내륙의 아름다운 강으로 손꼽히는 루와르 강(Loire river)을 따라 내려가면 인적이 드물고 아직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어느 작은 마을의 쇼몽 쉬르 루와르Chaumont-sur-Loire 성에 이른다. 이 고즈넉한 성에서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상상 속에서나 꿈꿨던 정원을 만나 볼 수 있다. 1992년 시작한 쇼몽 가든 페스티벌(International Garden Festivalof Chaumont sur Loire)은 역사는 길지 않지만 실험 정신이 가득한 작가들의 상상력 넘치고 창의적인 정원들이 선보인다. 정원은 꽃과 파티오가 있는 전형적인 정원의 형태에서 벗어나 작가들의 특징과 개성이 살아있는 예술 작품이다. 첼시 플라워 쇼가 정원 주변에 서서 바라보는 관람 위주라면, 쇼몽은 사람들을 정원 안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체험하고 활동하게 한다. 관람객은 파이프에 귀를 기울이고, 말을 걸기도 하고, 나무로 만든 구조물에 기어 올라가고, 점프도 하며 정원을 마음껏 이용한다. 예술성 가득한 각각의 정원에 숨어있는 기발한 장치들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어른들을 동심의 세계로 안내한다. ‘쇼몽 가든 페스티벌’에 간다면 활동하기 편한 복장이 좋겠다.
작은 마을의 쇼몽 쉬르 루와르Chaumont-sur-Loire 성에서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상상 속에서나 꿈꿔 봤을 정원으로 가득한 ‘쇼몽 가든 페스티벌’이 열린다.
예술성 가득한 각각의 정원에 숨어있는 기발한 장치들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어른들을 동심의 세계로 안내한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9-01-08
-
-
제로에너지주택을 위한 물과 열관리
-
-
이번 호는 주택과 특별히 관련이 없을 수도 있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현대를 살아가면서 또 단독주택에 살면서 공동체를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이기도 한 열과 물의 관리에 대한 글이다.글 최정만 (사)한국패시브건축협회 회장 www.phiko.kr
물“우리나라는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다”라고 시작하는 내용은 너무 식상하다. 그냥 “물은 아껴 써야 한다”가 더 솔직한 것 같다. 수도요금도 돈이기 때문이다.물은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생활용수이고, 또 한 가지는 자연의 물[地下水]이다. 먼저 생활용수부터 이야기한다.
생활용수 절약일상에서 사용하는 물은 절수형 수전水栓, 그리고 위생기구와 수전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나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수전에서 나오는 수압이 비교적 높은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사용하는 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절수형 수전이란 체감하는 수압은 거의 유사하면서 나오는 물의 양을 줄인 수전을 의미한다. 모든 (알려진)수전회사에서 절수형 수전을 생산하므로 수도꼭지와 샤워기를 선택할 때, 가급적 ‘절수형 수전’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절수형 수전과 위생기구 제품에 대한 정보는 ‘녹색제품정보시스템(greenproduct.go.kr)’에서 찾을 수 있다. 환경부에서 만들어 제공하는 사이트로, 광고에서 근거 없이 절수형이라고 주장하는 제품도 많으므로 한번 둘러보는 것이 좋겠다.비누칠하거나 양치질할 때 잠시 물을 잠그는 등의 절약 방법은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알고 있으므로 생략한다.
다음은 온수 절약이다. 모든 보일러, 순간온수기 등은 물의 움직임을 감지해서 작동을 시작한다. 그러므로 온수가 필요하지 않을 때 수전의 손잡이 위치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는 대부분 수전의 손잡이를 중간에 놓고 물을 트는데, 이 중간의 의미는 냉수와 온수를 반반 사용하겠다는 의미이므로 보일러가 가동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냉수만 사용할 때 수전의 손잡이를 완전히 오른쪽으로 돌려놓고 트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즉 아래 그림과 같이 손잡이를 냉수 쪽으로 돌리고 물을 틀어야 온수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최근 이런 행태를 분석해 손잡이가 중간일 때 냉수만 나오거나, 사용 후 손잡이가 자동으로 냉수 위치로 돌아가는 수전도 개발돼 판매되고 있다. 또한 싱크대의 수전은 가급적 발로 눌러서 작동되는 풋페달 수전을 사용하면 물의 양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자연의 물 절약물은 순환한다. 비가 내린 후 지표의 물은 증발해 구름이 되어 다시 비로 내리고, 지면으로 흡수돼 바다로 흘러가고 또다시 증발해 구름이 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담수의 양은 지구 전체 물의 1%밖에 안 되기 때문에, 담수가 잘 순환되도록 노력해야 한다.순환의 첫 번째는 빗물이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도록 돕는 것인데, 이는 빗물이 바로 하수도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표를 거쳐 지하로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몇 가지 설계부터 고려할 것이 있는데, 우선 지붕(평지붕이든 경사지붕이든)에서 내려오는 빗물이 우수관로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지표에 잠시 머무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는 건물 주변으로 깊이와 너비 각각 약 30㎝의 배수로를 만들고, 그곳을 쇄석 또는 자갈로 채우는 것이 요령이다.아래 예처럼 마당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도 문제는 없다.
건물 주변으로 깊이와 너비 각각 약 30㎝의 배수로를 만들고, 그곳을 쇄석 또는 자갈로 채운다.
즉, 지붕으로부터 내려오는 선홈통을 우수관로에 직접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이 쇄석층에 잠시 모아 뒀다가 서서히 지하로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물의 순환에도, 건물에도 이롭다. 위 사례처럼 건물 하단 부분이 튀는 빗물에 오염될 확률이 거의 없기 때문에 오랜 시간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다.
건물과 흙이 바로 붙을 경우 건물 하단부의 오염이 심해질 수 있다.
빗물로 인한 오염은 시각적으로 불편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외벽 구성체의 수분 함유량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능적으로도 문제를 초래한다. 큰 자갈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구할 수 없고, 수입산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굵은 쇄석을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며, 잡석과 완전히 다른 것임에 유의해야 한다. 통상 기초 하부에 까는 잡석은 말 그대로 흙과 자갈이 무작위로 섞인 것이기 때문에 앞의 설명과 같은 효과를 전혀 거둘 수는 없다. 쇄석은 지름 60㎜ 이상으로 주문하면 기능적으로도 시각적으로 좋다. 10년 정도에 한 번씩 이 쇄석을 드러내 그 속에 쌓인 흙을 걷어주면 아주 오랫동안 건전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즉 건물도 좋고, 지구도 좋아진다는 뜻이다.
잔디와 포장석으로 시공
투수성능을 높인 블록
두 번째로 우리가 할 일은 포장재의 선택이다. 건물이 들어서고 남은 땅을 필요에 따라 포장해야 한다. 이때 빗물이 스며들도록 ‘투수성 포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쉽게 볼 수 있는 시멘트 포장이라든가 고압블럭 등은 투수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투수성 포장은 잔디와 포장석을 함께 섞어 쓰는 방식도 있고, 투수성능을 높인 블록도 있다. 이런 제품을 사용할 때 유의할 점은 포장 하부에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시멘트 바닥을 만든다거나, 투수가 어려운 바탕면을 만들고 포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약 10㎝ 이상 두께로 25㎜ 정도의 작은 지름을 가진 쇄석을 깔아주면 빗물의 임시 저장 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지하수로의 유입을 더욱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독일 베를린 신축 건물 지하층에 설치한 지하수위 측정기
세 번째는 조금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고 단독주택에서 적용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는 방법이지만, 주택의 미래도 이야기하는 것이 낫기에 소개한다.도시의 지하에는 지하수가 거의 존재하지 않거나, 매우 깊은 위치에만 있다. 건물의 지하에 유입되는 지하수를 모두 집수정에 모아서 하수도로 버리기 때문이다. 즉 건물 지하 주변에 지하수가 남아 있지 않도록 설계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깊이 논하려면 우리나라의 지하 방수 방식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하층의 방수를 구조체 내측에서 한다. 이 내방수는 지하수의 수압에 취약하기 때문에 언젠가 누수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 하지만 이로 인한 지하층의 누수를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대부분 이 유입수를 처리하기 위해 지하층에 이중벽을 쌓고, 들어오는 물을 집수정으로 모으는 것이 현실이다.이 글에서 방수 방식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할 수는 없으므로 해외 사례를 하나 드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좌측의 사진은 독일 베를린에 있는 어떤 신축 건물의 지하층에 설치한 지하수위 측정기 사진이다.독일의 대형 건축물 신축 현장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공사 중 또는 공사 후 건물의 운영 중에 이 지하수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매우 심각하게 대응해야 한다. 심하면 건물의 운영을 중단할 수 있고, 공사 중인 경우 공사의 강제 중단도 빈번하다. 이렇게까지 지하수위를 관리하는 것은 우선 일정 깊이에 항상 지하수가 있어야 지표면의 식물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하수가 빠져나가면 건물 기초를 지탱하는 흙의 밀도가 낮아져서 해당 건물의 침하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나라와 먼 이야기일 수 있으나, 우리나라 건축 분야도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이런 곳까지 신경을 쓰는 시대가 와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 지하의 방수를 외방수로 하는 등 여러 건물 기술의 적용 방법이 변해야 하기에 쉽게 갈 수 있는 길은 아니다.
열
주택에서 열은 매우 다양하다. 에너지를 떠나 실내의 쾌적성을 위해서도 열의 관리는 중요하다. 어느 한 가지를 잘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기에 다양한 열원과 이에 따른 관리 방법을 알아야 한다. 이 글에서 가급적 건축주가 많이 혼동하거나, 협회로 자주 문의하는 분야를 집중해서 설명한다. 어떤 것은 얼핏 ‘열’과 멀어 보일 수 있으나, 결국 본질적으로 모두 ‘열’과 관련된 것이다.
보일러의 운영쓰지 않거나 낮 동안 사용하지 않는 방이 있을 때, 그 방의 보일러를 잠가야 에너지를 줄인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겨울철 사용하지 않는 방의 온도를 일정 수준 이하로 내리는 것은 괜찮지만, 완전히 끄거나 온도를 매우 낮게 맞추는 것은 에너지 절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택의 내벽은 단열성능이 전혀 없기에 한쪽의 온도가 내려가면, 그 방과 인접한 방의 온도가 같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 결국 0.5+1.5=2가 되어 사용 에너지는 같아진다. 그러므로 이른바 쾌적 온도의 하한선으로 알려진 19도 이하로 내리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에너지를 떠나서 특정 공간의 온도를 내리는 것은 그 방에 심각한 곰팡이 생성을 유발할 수 있다. 민간에서 큰 오해가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곰팡이는 실내·외 온도 차이로 생기기 때문에, 이 온도 차이를 줄이면 곰팡이가 줄어든다”라는 것이다. 이것이 왜 잘못 알고 있는 것인지를 이해하려면 습도의 정의를 알아야 한다.
실내의 온도가 내려가면 곰팡이는 더 심해진다.
(상대)습도우리가 습도라고 부르는 용어는 그 앞에 ‘상대’라는 글이 생략된 것이다. 습도는 온도에 따라 항상 변한다. 즉 특정 온도의 공기는 그 공기가 담을 수 있는 한계 수분이 있다. 그러므로 온도가 올라가면 그 양이 늘고, 온도가 내려가면 그 양이 줄어든다. 특정 온도를 가진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최대 수분량을 (상대)습도 100%로 정의하고 있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즉, 습도가 50%인 방의 온도를 올리면 습도는 40%로 떨어질 수 있고, 반대로 온도를 낮추면 습도는 60%를 넘을 수 있다. 습도는 온도 변화에 따른 상댓값이기 때문이다. 만약 잘 사용하지 않는 방의 온도를 내리면 그 방의 습도가 올라간다는 의미이다. 이는 실내·외 온도 차이를 떠나서 실내 습도가 70%를 넘어가면 곰팡이 생성 확률이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에, 이는 건축주가 의도한 바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되는 꼴이다.그러므로 집 안 어느 한 곳의 온도를 일부러 많이 내리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 않다. 물론 협회의 인증을 받은 패시브하우스라면 이 모든 고민이 다 무의미하다. 실내의 온도가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창문의 개폐 요령환기할 때, 열손실이 생긴다. 여름에 더워지고 겨울에 추워진다. 이를 최소화하는 창문을 여는 요령이 있다. 바람의 세기보다 실내·외 온도 차가 환기량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즉 실내·외 온도 차가 클 때 환기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창문을 많이 열 필요가 없다. 좁은 틈으로도 많은 공기가 드나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겨울철에 환기할 때 대부분 창을 조금만 열어도 충분하다. 여름철에도 요령은 같다. 실내·외 온도 차가 별로 없다면 활짝 열어 환기하고, 온도 차가 벌어진다면 역시 상대적으로 작게 열어도 무방하다.
창문을 어떻게 여느냐에 따라 열손실이 달라진다.
배기구화장실 또는 주방 후드에 공기를 강제로 외부로 빼내는 배기 팬[Exhaust Fan]이 달려 있다. 문제가 생기는 부분은 두 가지인데, 먼저 이 팬이 작동되지 않을 때 알게 모르게 외부 공기가 이 관을 통해서 드나든다는 것이다. 특히 겨울철에 이 공기의 양은 매우 크다. 그러므로 모든 배기 팬의 배관에 작동하지 않을 때 외부 공기의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댐퍼를 설치해야 한다. 다음으로 유의할 점은 이 댐퍼도 수명이 있기에 교환 가능한 위치에 달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극히 기본적임에도)배기관의 접속이 단단히 되어 있지 않은 집이 생각 외로 매우 많다는 점이다. 앞의 사진과 같이 팬 기구에 관을 그저 꽂아 두고 끝난 경우가 많아서 공기를 내보낼 수도 없을뿐더러 소음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므로 화장실 천장이나 주방 후드 속을 한 번쯤 점검해서 허술하게 연결된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이 현실이 슬프지만 그래야 한다).
배기관의 접속이 단단히 되어 있지 않은 집이 생각 외로 많다.
창문의 풍지판과 모헤어모든 슬라이딩 방식의 창은 창문과 창문이 만나는 위아래 접속 부분에서 많은 누기가 생긴다(이는 슬라이딩 형식의 창이 가진 숙명이다). 여기에 더하여 창을 오랫동안 여닫으면 창틀의 모헤어가 닳기에 누기량은 늘어난다. 신축 후 ‘풍지판’이라는 것을 구입해 접속 부분의 누기를 막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모헤어도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문처럼 여닫는 이른바 시스템창호는 이런 불편함은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변형이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시스템창호를 미세 조정하는 법을 창호 회사로부터 배워 이를 스스로 조정할 수 있다면 좋은 창을 오랫동안 새것처럼 계속 사용할 수 있다.
풍지판과 모헤어
배기 팬의 작동샤워가 끝난 후 화장실의 배기 팬을 오랫동안 켜두는데,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다. 강제로 공기를 빼내면 집의 어딘가로 외부 공기가 유입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밀하지 못한 슬라이딩 창문의 틈새로 많은 공기가 들어온다. 가뜩이나 겨울철 외부 공기의 질이 좋지 않은데, 화장실 습기를 빼내느라 집 안에 다량의 미세먼지를 가지고 들어올 수 있다. 그러므로 화장실의 팬은 샤워가 끝난 후 같이 끄는 것이 좋다. 이는 주방의 후드도 같다. 화장실의 잔여 습기는 문을 열어 실내로 빠져나오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겨울철 특히 낮은 실내 습도를 올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전기레인지이제는 가스레인지를 사용하지 말아야 할 때가 됐다. 가스레인지는 실내 공기질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요리하는 맛이 반감돼 거부감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 이제는 전기를 사용하는 레인지로 교체하는 것이 옳다. 가스 연소기의 유해물질과 더불어 실내 산소를 소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는 선택 사항이 될 수 없다. 물론 에너지 비용만을 놓고 본다면 가스레인지가 유리하긴 하다. 하지만 건강을 에너지 비용과 바꿀 수는 없다.폐열의 재활용샤워할 때 몸에 한 번 닿고 버려지는 뜨거운 온수를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온수의 온도를 살려서 다시 사용하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아래 예는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으로, 샤워실의 하수배관에 열을 회수할 수 있는 소형 열 교환 파이프를 달아서 보일러로 들어가는 수돗물 온도를 올리는 제품이다. 이 온도가 올라간 만큼 보일러의 부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샤워 시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버려지는 온수의 열을 회수하는 열 교환 파이프
다만, 이런 류의 제품에서 유의할 점은 먹는 물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물의 온도가 올라간 후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균이 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번 호는 물과 열에 대해 짧게 다뤘다. 건축주와 무관해 보일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서두에 밝혔듯이 이 모든 내용이 나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또는 지금의 나는 아닐지라도 미래 세대의 삶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내용임을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음 호는 이 연재의 마지막인 경제적 제로에너지를 위한 평가 방법에 대해 다룬다.
01 제로에너지건축물의 정의와 실현 가능성02 제로에너지주택의 필요 요소 개론03 열교, 곰팡이, 단열04 좋은 창호의 선택과 하자를 줄이는 요령05 차양의 효과적 설치06 주택은 왜, 기밀해야 하나07 자연환기와 기계식 환기, 그리고 환기장치 설치 및 관리 08 구조 형식별 패시브주택 실현 전략 09 기존 주택의 저에너지 리모델링 전략 10 열원의 선택과 신재생에너지 11 제로에너지주택을 위한 물과 열관리 12 제로에너지주택 경제성 평가와 관리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9-01-08
-
-
[사색의 공간] 집과 건축_대화와 선언
-
-
집과 건축 Dwelling and Architecture
글 양성필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아키제주 대표)
www.archijeju.com 064-751-9151
대화와 선언
‘less is more’는 위대한 근대건축가인 미스 반 데로에Mies van der Rohe(1886∼1969)가 자신의 건축 디자인을 설명하기 위해서 한 말입니다. 가변적인 공간개념으로 유명한 그는 형태뿐 아니라 공간을 구상함에 있어서도 많은 것을 넣으려 하기보다 함축적인 디자인을 추구했으며, 공간을 다양한 기능으로 세분하려고 하기보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하나의 공간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미스의 선언은, 장식이 하나도 없이 간결한 그의 디자인을 설명하는 아주 적절한 표현으로도 알려져 있죠.
포스트모던 건축가로 알려진 로버트 벤추리Robert Charles Venturi Jr.(1925∼2018)는 미스의 선언에 대응해 ‘less is bore’라고 말했습니다. 미스 반 데로에뿐만 아니라 근대건축가들이 추구해 온 장식 없는 모던한 디자인이 재미도 없고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식으로 비판하기 위한 말이었죠. 자신의 디자인과 철학을 이렇게 하나의 명쾌한 선언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턴지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건축이 무엇인지, 이렇게 선언적으로 말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리고 ‘그게 건축을 설명하는 올바른 태도일까’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건축사의 작품도 그게 자신의 집은 아니죠. 그런데 건축사가 일방적으로 ‘이게 좋다’, ‘저게 좋다’하고 선언적으로 말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요. 흔히 하는 말로 ‘내 집 갖고 네가 왜 그래’라고 의뢰인은 말할 수도 있어요. 그렇습니다. 사람마다 모두 취향이 다르듯이 건축사도 의뢰인도 제각기 취향이 다른 사람이죠. 건축사와 의뢰인의 취향이 다르다는 것은 앞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가장 큰 난관입니다.
이 난관을 풀어나갈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의뢰인이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 건축사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건축사가 자신의 취향과 비슷한 의뢰인을 찾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고풍스러운 장식으로 집 안을 꾸미기를 원하는 의뢰인이 미스 반 데로에와 같이 모던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건축사를 만나면 자신이 원하는 집을 요구하기가 얼마나 어렵겠어요. 반대로 말끔한 모던디자인을 선호하는 사람이 로버트 벤추리와 같이 장식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건축사를 찾아가도 힘이 들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자기가 어떤 디자인을 추구하는지를 공개하는 것은 건축사의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사의 능력도 소비자를 기다리는 하나의 상품이니까요. 건축사를 선택할 의뢰인은 건축사가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집을 잘 디자인할 수 있을지를 알 수 있어야 하니까요. 어쩌면 집을 지을 때 의뢰인이 할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집을 같이 고민하고 구상해줄 건축사를 선택하는 일이 아닐까요.
물론 디자인이 훌륭한 건축사를 선택했다고 해도 모든 문제가 저절로 다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건축사는 의뢰인의 생각이 좋은 집을 짓는 데 적절한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아무리 의뢰인이 정말 좋은 집을 갖고 싶어서 오랫동안 자기 집에 대해 고민했다고 해도 몇십 년간 공간 계획을 작업해온 건축사처럼 생각을 구체화하는 데 익숙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도면을 그리는 기술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구체적인 사물로 그려내려면 단순히 도면을 그리는 기술이 아닌 생각을 합리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햇빛이 잘 들고 전망이 좋은 화장실을 갖고 싶다고 했는데 설계하면서 다른 공간을 배치하다 보면 정작 화장실은 외기에조차 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어떤 꿈을 포기하고 어떤 꿈을 유지할 것인가를 판단해야 합니다. 건축사는 도면으로 그려가면서 그 꿈을 성취거나, 혹은 포기해야만 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그럼 건축설계를 선언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하셨는지요. 물론 디자인에 대한 중요한 가치는 있습니다. 저도 아주 싫어하는 디자인과 해보고 싶은 디자인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좋은 집은 건축사의 취향이나 의뢰인의 결정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좋은 집을 디자인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건축사의 훌륭한 철학과 일방적인 선언과 같은 것이 아니라, 의뢰인과 건축사 간의 진솔한 대화입니다.
그런데 선언은 지향하는 바와 답이 있지만, 대화는 정해놓은 답이 없지요. 지루하지만 답이 나올 때까지 대화하는 것, 저는 그게 가장 좋은 설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때론 장식이 없는 모던한 집이 되기도 하고, 때론 이런저런 장식이 붙은 고전적인 집이 되기도 하죠. 의뢰인과 건축사가 대화하는 과정 속에서 둘 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건축물이 예술작품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해서 탄생한 건축물은 누구의 작품일까요. 글쎄요. 누구의 작품이라는 게 중요할까요. 정말 내가 살 집이 예술작품이 되는 게 중요한 걸까요. 집이란 작가에 의해서 창작되는 것이 아니라 건축주와 의뢰인 사이의 대화 속에서 스스로 태어나는 것으로 생각하면 어떨까요.
저는 건축을 통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냥 좋은 집을 짓고 싶어요. 좋은 집이 될 수 있다면 남의 생각을 빌리기도 하고 의뢰인의 생각을 엿보기도 하고 과거의 지혜를 탐닉할 수도 있어요. 예술작업엔 독창적이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좋은 집을 짓기 위해서 반드시 독창적이란 것을 전제조건으로 삼을 필요는 없어요. 저는 세계의 아름다운 도시들이 비슷한 집들로 가득 찬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독창적인 건축물로 가득해서 혼란스러워져 버린 서울이나 헤이리 같은 도시보다 베니스와 로마 같은 도시가 더 아름답고 양동마을이 더 편안했습니다. 그럴 때면 건축에서 독창적이고 뛰어난 작품이란 것이 좋은 건축의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
2019-01-08
-
-
[사색의 공간] 집과 건축_좋은집
-
-
글 양성필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아키제주 대표)
www.archijeju.com 064-751-9151
좋은 집
주거용 집을 설계할 때와 상업용 건축물을 설계할 때는 생각의 초점이 다릅니다. 상가나 호텔, 병원, 아파트 등을 설계할 때 우선 조건은 수익성입니다. 그래서 상업용 건축물을 설계할 때 건축주를 의뢰인보다 투자자라고 부릅니다. 즉, 건물을 짓는 이유가 자본을 투자해 그 이상의 이익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애초 건축하는 목적이 거주를 위한 집과 다른 것이지요.
그러면 집을 설계할 때 무엇을 먼저 고민할까요. 당연히 의뢰인의 생활입니다. 집을 짓는 이유가 거기에서 살기 위한 것이니까요. 냉장고는 식재료를 신선하게 보관하는 것이 목적이고, 집은 사람이 안락하게 생활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만약 가동되지 않는 냉장고라면 아무리 디자인이 좋아도 가치가 없겠지요.
집을 디자인하는 데 필요한 생활정보를 담아내기엔 건축 관련 인터넷과 잡지는 매우 취약합니다. 생활을 사진으로 표현하기엔 어려움이 많거든요. 그리고 대개의 사진은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한 연출이 많이 들어갑니다. 사진을 보고 감명을 받았는데 직접 찾아가 보면 기대와 다른 느낌 때문에 실망하는 경우도 적잖습니다. 그래서 요새 사진을 찍는 기술 못지않게 사진을 보는 기술도 많이 필요합니다. 사진이 실물을 사실적으로 전달한다는 생각은 정말 순진한 것이지요. 사진을 찍는 시간과 각도, 포커스를 잡는 것만으로도 같은 대상을 다른 느낌으로 만드니까요.
저는 좋은 집을 판단하는 데에 있어 시각적 정보의 비중을 크지 않게 봅니다. 사진이 아니라 실제로 그 집을 보고 예쁘다는 느낌을 받더라도 저는 그 집이 좋은 집이란 판단을 보류합니다. 외형이 좋은 집의 기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형태에 대한 저의 취향은 가급적 디자인하지 않은, 그저 평범해 보이는 집이 좋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간혹 ‘평생 한 번 짓는 집이니 정말 예쁘고 멋있게 디자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의뢰인이 있습니다. 대부분 ‘우리 집은 남들보다 더 멋있게 설계해 달라’고 하지요. 그럴 때 저는 요샛말로 시니컬하게 ‘저는 멋있는 집을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답합니다. 저는 좋은 작품이라고 알려진 집주인에게 ‘보기에만 좋지 생활하기엔 영 불편하다’는 불만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대놓고 말하자면, 그것은 실패한 디자인이지요. 보기에 좋은데 생활하기에 불편하다면, 그 집은 음식 재료를 보관할 수 없는 예쁜 냉장고와 같습니다.
좋은 집이란 생활에 편리한 게 우선해야 하지 않겠어요. 당연한 얘기라고요. 하지만 정말 생활에 편리하게 설계하기 위해 건축사에게 충분히 자신의 생활을 설명할 마음의 준비를 했나요. 그리고 건축사는 그런 생활 패턴을 듣고 설계에 반영하면서 디자인할 준비를 했나요. 그런 마음의 준비를 했다면, 멋있고 예쁜 집을 디자인해 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좋은 집을 설계해 달라고 요구하기 바랍니다. 정말 다른 이야기이지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집은 특정 형태를 지향하지 않아요. 그게 조적조일 수도, 콘크리트조일 수도 있지요. 목조주택인데 좋은 집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요. 물론 제가 더 선호하는 구조가 있습니다. 하지만 꼭 어떤 구조를 선택해야 한다든가, 어떤 디자인을 지향해야 한다든가 하는 기준은 있을 수 없겠지요.
그러면 좋은 집을 설계하는 것과 외형이 멋있는 집을 설계하는 것은 양립할 순 없을까요. 당연히 양립할 수 있으며, 기왕이면 그래야 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굳이 이를 구분해서 설명하는 데엔, 이 두 가지의 목표는 설계의 주체와 방법이 아주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바람에서입니다.
건축설계는 누가 하는 것일까요. 건축사가 승인한 설계도면만 합법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당연히 건축설계의 주체는 건축사이지요. 건축물을 예술작품으로 인정할 때에도, 그 주체를 건축사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입니다. 하지만 주위의 많은 건축주가 자기 건물을 자기가 설계했다고 말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건축사는…, 건축주의 요구에 따라서 그냥 도면만 그렸을 뿐인가요. 건축설계의 주체가 누구여야 하는가. 이 문제를 논리적으로 따지는 것은 생각보다 상당히 복잡한 문제입니다.
작품성이 있는 집의 설계 주체는 대부분 건축사입니다. 작가란 타이틀에 그런 속성이 있지요. 저는 그 작가란 타이틀엔 좋은 집을 설계할 수 어렵게 만드는 함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사 본인의 집이 아닌 바엔 작가의 의지만으로 디자인해선 안 되는 것이 집이기 때문입니다. 작품을 만들겠다는 데엔 디자인 주체가 작가라는 의지가 있으며, 그 작가가 누구이건 타인은 소외될 가능성이 높지요. 그 집의 설계 주체가 건축사라면 의뢰인이, 또는 의뢰인 스스로 자기 집을 작품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했다면 건축사가 소외되겠지요. 그것은 좋은 집을 설계하기 위한 적절한 방식이 아닙니다.
건축사와 의뢰인은 서로 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의뢰인은 자기 집의 평면구성과 동선계획에 더 깊이 고민할 수 있고, 건축사는 보편적인 해법과 형태 디자인에 접근하는 데 더 깊이 고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건축설계 과정에 기본적으로 의뢰인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운전으로 치자면 핸들을 처음 잡아 본 이에게 난해한 모든 코스를 직접 운전하라고 맡길 순 없지 않을까요. 누군가가 술을 많이 마시고 대리운전기사를 불렀어요. 핸들은 운전을 잘 하는 대리운전기사가 잡고, 코스는 길을 잘 아는 집주인이 가르쳐줘야 하지요. 아무리 술이 떡이 됐어도 집에 가려면 핸들을 맡겨놓고 잠이 들어선 안 됩니다. 집을 구상하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자기 집을 완성하려면 의뢰인이 설계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의뢰인이 직접 전적으로 설계하려는 것은 초보운전만큼이나 위험한 일입니다. 이 조합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운전을 잘 하는 운전기사입니다. 당연히 옆에서 운전도 못 하는 취객이 이리로 가라 저리로 가라고 하면 운전도 잘할 수 없고 불편하지요. 하지만 그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 그 손님이 가려는 곳으로 운전해줘야 하기 때문이지요. 제아무리 디자인 능력이 뛰어난 건축사라도 의뢰인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설계할 순 없습니다. 설계를 업으로 하는 제가 방 세 개에 욕실 하나인 30평형 주택을 설계해 달라는 요구에 쓱싹쓱싹 설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요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정도의 요구만으론 정말 자기 집을 가질 수 없어요. 대량생산된 아파트와 다른 자기 집을 가질 기회를 그렇게 쉽게 놓쳐선 안 됩니다. 이제 좋은 집을 설계하기 위해서 자신이 원하는 집을 메모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베스트 드라이버에게 그 집으로 가자고 요구하기 바랍니다.
-
2019-01-08
-
-
[은평 한옥] 천혜의 북한산 경관을 삼면에 담은 은평한옥마을 자함헌
-
-
천혜의 북한산 경관을 삼면에 담은
은평한옥마을 자함헌
은평한옥마을 자함헌自含軒은 건축주와 닮았다. 한옥이 가진 아름다움 중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모습과 과감하고 힘찬 배치로 역동적인 모습을 한 묘한 양면성을 갖고 있다. 북한산 조망을 위해 2층에 돌출시킨 누마루는 자함헌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이미지이면서 마당 공간을 분리하고 하부에 테라스와 같은 외부 공간을 만들어 나누어진 양쪽 마당을 다시 이어주는 역할도 한다.
글 최재복 건축가(오드건축사사무소 대표) | 사진 박영채 작가, 백홍기 기자
<기사 전문 보기>
-
2019-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