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칼럼Home >  뉴스/칼럼
-
[HOUSE & PEOPLE] 흙과 돌을 사용해 지은 숲속 돌집 꿈꾸는 다락방
흙과 돌을 사용해 지은 숲속 돌집 꿈꾸는 다락방 아끼고 보듬은 사물이 반질반질 윤이 나고 본연의 빛을 발할 때 우리는 ‘품위’가 느껴진다고 한다. 땅끝마을 해남에서 만난 아담한 돌집이 바로 그러하다. 글 사진 백홍기 취재협조 이세일(목수), 윤용신(플로리스트) 부부 해남에 있는 작은 목신마을에서 아담한 돌집을 만났다. 방 한 개와 주방 겸 거실, 다락을 갖춘 8평 크기의 작은 집이다. 이곳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부부가 산다. 돌집을 처음 계획한 건 아내 윤용신 씨다. 타지에서 일하다 귀촌 한 윤 씨는 부모님이 살던 고택 마당 옆에 있던 창고를 허물고 작은 돌집을 지었다. “혼자 살 때부터 집에 관심이 많았어요. 현대식 아파트나 넓은 단독주택이 아니라 숲속의 작은 오두막 같은 집이요. 어린 시절에 겪은 추억과 감성이 무럭무럭 자라 꿈이 된 거예요.” 윤 씨의 꿈은 할머니 집 옆에 있던 초가집 지붕 아래 다락방에서 움텄다. 오래 묵은 책 냄새와 촛불이 일렁이던 다락에서 그녀만의 감성을 키운 것이다. “다락방에 대한 로망도 있었지만, 할머니가 잘 가꾼 살림살이와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예쁜 마당에서 놀던 기억도 좋았어요. 이러한 것들이 몽상에 불과했던 집에 대한 추억을 현실화하는데 큰 역할을 한 거죠. 오래전부터 나만의 감성을 채울 수 있는 집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있다가 고향에 돌아와 꿈의 집을 지어보기로 한 거예요.” 아내의 플로리스트 작업실 앞마당을 부부가 함께 새 단장하고 있다.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이세일 목수 작업실이다. 오랜 곡괭이질 뒤에 잠시 허리 펴고 아내의 작업실을 바라보는 이세일 목수. 작업실은 이세일 목수 혼자 만들고 있다. 남편과 아내의 작업실 풍경. 이세일 목수 작업실이다. 이곳에서 자기만의 작품 세상을 이뤄내 여러 차례 전시와 초대전을 거치며 작가 활동을 하고 있다. 나무 숟가락과 스툴 만들기 등 다양한 수업도 진행한다.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게 한 집 윤용신 씨가 돌집을 선택한 건 오래될수록 예뻐진다는 게 이유다. 어려서 아버지가 직접 짓고 살았던 돌집에 대한 기억도 한몫했다. “막상 돌집을 짓겠다고 마음먹은 다음부터는 돌만 보였어요. 어떤 돌이 예쁜지 가는 곳마다 돌을 살폈어요. 돌도 지역마다 색과 질감이 달라 찾기 힘들었는데, 지인이 미황사(해남 서정리)가 있는 지역의 돌이 예쁘다고 했어요. 미황사 근처에 있는 밭을 개간하며 쌓아둔 돌을 가져와 집 토대를 쌓기 시작한 게 2008년 6월이에요.” 규모는 혼자 살 집이라 아담한 크기로 계획했다. 당호는 <꿈꾸는 다락방>으로 지었다. “목수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분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 사람은 경험이 필요했고 저는 집이 필요하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어 함께 시작했어요. 하지만, 서로 모르는 게 많다 보니 힘들어져서 결국 그분이 손을 떼고 다른 분을 소개받았어요.” 두 번째로 소개받은 목수가 현재 남편이 된 이세일 목수다. 20대 초반 불교 조각에 입문해 한창 이름을 날리던 이 목수도 자기만의 삶을 찾아 고향인 해남에 돌아와 조용히 작품 세계를 넓혀왔었다.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각자의 삶을 살던 두 사람이 ‘돌집’을 통해 만나게 된 것이다. 집 짓기는 1,500만 원으로 시작했다. 주재료는 주변에 널린 흙과 돌을 사용했지만, 그래도 적지 않게 건축자재 구매 비용이 필요했다. 부족한 예산은 틈틈이 일해 보충했다. 과정이 더뎠지만, 급할 게 없고 얽매일 것도 없었다. 조금씩 형태를 갖춰가는 집을 보며 윤 씨는 행복하기만 했다. 그 사이 두 사람의 관계도 점점 견고해져 갔다. 집을 완공한 2010년 그해 봄 얽매인 제도를 싫어했던 그들답게 고택 앞마당을 정리하고 가볍게 혼례상을 차려 부부의 연을 맺었다. 부모님이 살던 옛집을 지나 부부의 공간인 돌집으로 향하고 있다. 고택은 손님을 위한 게스트로도 이용한다. 윤용신 씨는 또 다른 세상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로 돌집을 북향으로 배치하고 오솔길을 만들었다. 초보자도 쉽게 짓는 어스백 하우스 Earthbag House “이 집은 어스백 Earthbag 공법으로 지었어요.” 어스백은 영어 Earth와 Bag 합성어로 흙을 담은 부대(마대 혹은 포대)로 짓는 공법을 말한다. 흙 부대 또는 흙 자루 집이라고 하는 어스백 하우스 Earthbag House는 1984년 NASA(미항공우주국)에서 흙밖에 없는 달에 건축물을 짓기 위해 논의하던 중 이란 건축가 네이더 카 흐릴 리 Nader Khalili가 제안한 방법이다. 어스백 공법은 원형과 곡선 구현이 가능하며, 아무 흙이나 사용해도 되기 때문에 구하기 쉽고 쌓는 것도 간단해 초보자들도 쉽게 집을 지을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흙 부대 폭이 넓어 자연스레 벽체가 두꺼워져 단열과 축열, 방음 효과가 높고 흙 밀도가 높아 충격에도 강해 자연재해에도 안전하다. 이 집은 양파망에 흙을 담아 층층이 쌓고 외벽을 돌로 마감했다. 실내 안쪽 벽은 황토로 미장한 뒤 바탕색을 회벽으로 칠하고 실별로 다른 색을 입혀 아늑하게 꾸몄다. 돌 벽과 잘 어울리는 예쁜 하늘색 목문을 열면 현관 없이 바로 거실과 마주한다. 벽과 주방가구, 살림살이에 부부의 온갖 감정과 이야기가 지나온 시간만큼 쌓였다. 낡고 허름한 공간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다. 작지만, 넉넉하게 보이는 건 비움에 의한 여유로움 때문이다. 윤용신 씨의 다락에 대한 로망이 이 집을 짓게 했다. 오픈스페이스로 만든 다락 뒤에 보이는 또 다른 다락방은 시공 실수로 인해 지붕 아래 생긴 공간을 활용한 것이다. 다락에서 내려다 본 이세일 목수. 부부가 고택 툇마루에 앉아 잠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손때 묻은 벽에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였다. 아치로 쌓은 아궁이 상부 아귀가 맞지 않아 다른 돌로 끼워 넣은 쐐기돌이 포인트 역할을 했다. 이 집은 8평이지만, 필요한 공간 요소는 다 갖췄다. 비결은 공유 개념이다. 공간을 기능별로 나누고 하루 공간 사용 시간을 따져보면,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생기게 되는데, 이러한 공간을 공유 공간에 포함시켜 다기능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이 집은 작은 집을 효율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현관에 들어설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에 거실-주방-식당-응접실 기능을 한 공간에 담은 공유 공간을 배치하고 주방 옆 안쪽에 안방을 뒀다. 거실 상부에 있는 다락은 기둥을 세울 때 실수하는 바람에 지붕 아래 작은 공간이 더해졌다. 그 덕에 방이 하나 더 생겼다고 한다. 소소한 실수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아궁이의 아치를 쌓을 때 정점에 끼워 넣는 쐐기돌 아귀가 맞지 않아 살짝 삐져나온 게 오히려 미적인 효과를 내게 된 것, 굴뚝을 잘 못 설치해 이를 가리려고 단을 쌓은 게 멋진 벤치가 된 것 등이다. 실수를 오점汚點으로 생각하지 않고 재치와 유머로 넘겨 오히려 좋은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부부의 건축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 윤용신 씨의 플로리스트 작업실을 짓고 있고, 커가는 딸의 공간을 구상하고 있다. 이것들이 끝나면 마지막 건축이 기다리고 있다. 딸이 결혼한 뒤 가족과 놀러 올 때 함께 거주할 공간이다. 돌집이 윤용신 씨만의 공간으로 계획했다면, 다음 집은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시작할 것이다. 햇볕 좋은 날 앉아서 쉬는 돌 벤치도 굴뚝 위치를 잘못 배치해 만들어진 것이다. 실수가 때론 재미를 줄 수 있어 꼭 나쁘지만 않다고 한다. 고택과 돌집 주변에 널린 풍경. 인위적인 것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이곳만의 풍경을 만들었다.
-
[HOUSE & PEOPLE] 보물창고 같은 전원생활 청주 혁찬이네 전원일기
보물창고 같은 전원생활 청주 혁찬이네 전원일기 어느 날 본지가 운영하는 SNS 네이버포스트 기사에 “우리 집도 구경 오세요”라는 댓글과 블로그 주소 하나가 달렸다. 자연스레 마우스를 클릭해 블로그를 구경했다. 전원생활을 하며 겪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결국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명종 씨가 있는 청주로 직접 찾아가 혁찬이네의 리얼 전원생활을 엿보고 왔다. 글 사진 이수민 기자 취재협조 혁찬이네 blog.naver.com/kormc789 청주에서 전원생활 경력 4년차가 된 이명종 씨. 전원주택을 짓고 전원생활을 누리며 겪은 다양한 경험담을 블로그에 담아내고 있다. 2018년 4월, 당시 마흔 둘이던 이명종 씨는 단지 내 최연소로 전원주택을 짓고 입주했다. 전원생활 시작한지 3년이 넘은 지금, 주택 곳곳에 이명종 씨의 손이 안 닿은 곳이 없다. 이명종 씨는 전원생활을 계획하는 이들, 그리고 이제 전원생활 후배들을 위해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블로그에는 실질적인 전원생활 정보가 가득하다. 가장 먼저 이명종 씨에게 전원주택에 살면서 좋은 점을 물으니 첫째도 둘째도 건강이라고 꼽는다. “아파트에 살 때보다 가족 모두의 건강이 정말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그리고 전원생활은 평생 심심하거나 한가할 틈이 없어, 뭔가 새로운 걸 계속할 수 있는 ‘보물창고 같다’고도 말한다. “저처럼 사부작거리며 바지런하게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면 장점이고, 안 맞으면 모든 게 일거리밖에 안 되죠. 아파트가 이미 완성된 기성품이라면 전원주택은 롤플레잉 게임장이라고 보심 됩니다. 끊임없이 변화시키며 레벨업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미래의 손주들을 포함해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다양한 추억을 남겨 줄 수 있다는 점도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여기에 좋은 사람들과 많은 나눔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들었다. 꽃이나 꽃씨, 채소 씨앗 등 처음 살 때는 비싸지만 1~2년만 지나면 처치곤란일정도로 늘어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무료 나눔하는 게 일상이 되며 받는 기쁨보다 주는 행복이 더 크다는 걸 배우게 된다고. 하지만 로망만으로 절대 전원주택을 짓지 말라는 말도 덧붙인다. 연예인의 삶이 TV에서는 화려해 보여도 그 이면에는 정말 많은 고충들이 있는 것처럼 전원주택 생활도 TV에서 보는 모습이나 어쩌다 하루 놀러가서 느끼는 즐거움 이면에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다는 것. 또, 전원주택을 구입해서 입주하는 건 쉽지만, 나가는 건 맘대로 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전원주택은 최악의 경우 평생 안 팔릴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조심스레 귀띔한다. “전원주택은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고가의 레저용품을 사는 것과 같습니다. 살 때는 구하기도 어렵고 비싸게 샀지만, 팔 때는 반값으로 내놓아도 안 팔리기 때문이죠. 가능하다면, 집을 짓기 전에 무조건 전세든 월세든 정착하고자 하는 지역에 매물로 나와 있는 전원주택을 골라 1년 정도 살아보세요. 그렇게 시범기간을 지내보고 본인과 가족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잘 맞는다 생각이 든다면 그때 그 집을 사 버리거나 부지를 사서 자신만의 집을 지으시길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전원생활을 선택하려는 예비 전원생활자를 위한 조언을 요청했다. “전원생활을 시작하기 전, 이미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선배들과 대화 중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적고, 반드시 물어보시구요.” 전원일기 1 29.97평, 단층 전원주택 짓기 우리 집은 29.97평이다. 그 이유는 30평이 넘으면 감리비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게 지을 것이 아니라면 대개 30평 미만으로 짓는 게 낫다. 건축공사 총비용은 평당 420만 원 정도로 대략 1억2천600만 원으로 업체와 계약하고 바로 공사 들어갔다. 하지만 계약 이후 ‘지붕은 역시 기와가 최고’라는 나의 고집이 발동해 900만 원이 추가돼 건축비가 1억3천500만 원으로 늘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공법은 경량 목구조로 결정했다. 혁찬이네와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 곰순이. 보디가드 호피무늬 진돗개다. 시공사는 선배 건축주에게 묻고 선택 아마추어인 초보 건축주가 수많은 시공사 중 옥석을 골라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주변에 자신의 집을 지은 사람 중 건축업자와 멱살잡이는 기본, 소송 등 살인만 안 나면 다행이라 할 정도로 많은 분쟁을 겪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비단 건축업자가 나쁘다고 치부하기 보다는 건축업자와 건축주의 궁합이 안 맞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건축주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 쪽으로 유리하게 오판하고 그대로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한 다툼이기도 하고, 일부 건축업자의 경우 알면서도 건축주가 묻지 않았으니 얘기 안 해 준 것이라며 내빼어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실, 건축업자가 자선사업가는 아니니 어떻게 보면 자신에게 불리한 얘기를 먼저 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무턱대고 지으려고만 하지 말고, 꼼꼼하게 알아보고 천천히 준비할 것을 권한다. 또 좋은 방법으로는 이미 집을 지어 살고 있는 선배 건축주를 많이 만나보는 것이다. 현재 짓고 있는 집의 건축주에게 시공업체에 대해 묻는 건 쓸데없는 짓이다. 왜냐면 그 사람들도 신병훈련도 못 마친 나와 같은 수준이니까. 최소 완공하고 1년이 넘은 집의 주인을 만나 물어보는 것이 좋다. 날림 공사는 1~2년 지나면 곳곳에서 티가 나기 마련이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완공 후 A/S로 연락했을 때 잘 조치해주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내 경우에도 이미 입주해 살고 있는 건축주들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확신이 들었을 때 바로 계약했고, 착공에 돌입했다. 파고라, 연못, 그네, 해먹 등 야외에서 누릴 수 있는 재미거리가 마당 곳곳에 있다. 2층 천장고를 가진 단층 주택 나는 재산이라고는 적금은커녕 대출 5억뿐이다. 맨땅에 헤딩했다. 막연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가지고 있는 아파트 값이 폭락하는 바람에 팔지도 못한 상태에서, 여윳돈 한 푼 없이 짓기 마음 먹었는데, 그때 아내 말로는 무슨 배짱으로 집을 덜컥 짓느냐며 와이프 친구나 주변 동네 아줌마들이 놀랐다고 한다. 그래서 최대한 비용 낭비 없이, 그렇게 29.97평으로 지었다. 그리고 2층은 과감히 포기했다. 이미 다락이 있는 아파트 최상층에서 5년 가까이 살아본지라 다락이나 2층 구조가 얼마나 쓸데없는 짓인지 뼈저리게 알고 있기에 단층으로 지었다. 2층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로망이 있을 수 있지만, 귀찮아서 안 올라갈 것이라 생각했다. 대신 2층 높이로 천장고를 높였다. 덕분에 평수는 단층이라 넓게 빠지면서도 주변에 비해 초라해 보이는 단층의 궁색함이 없어진다. 30평을 2층으로 지으면 계단 등 쓸데없는 공간 손실이 많다. 되돌아보니 내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았다. 크고 높은 거실은 넓게 탁트인 개방감을 준다. 단점은 겨울에도 시원하다. 작정하고 난방하려면 난방비가 꽤나 나올 거다. 구조는 경량 목구조로 지었다. 철근콘크리트에 비해 벽 두께가 절반, 약 20㎝정도 밖에 안 되어 공간 손실이 적다. 목조주택이라는 재질 특성상 단열은 기본이고 시멘트 독 같은 걱정도 없다. 애들 아토피가 심해서 선택한 이유도 있는데 애들 아토피는 이사 온 뒤 몇 달 지나지 않아 다 나았다. 지금은 아예 아토피가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주택은 30평 미만의 천장고 높은 단층으로 지었다. 거실과 연결돼 있는 다락 공간은 아이들의 플레이룸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원일기 2 1m 높여 집짓기와 데크공사 전원주택에 살면 큰 창고가 필요하다. 시골집 같이 땅이 넓으면 마당 한 구석에 비닐하우스라도 길게 치면 되지만, 단지 내 전원주택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뭐하나 구질구질하게 지어 놓거나 널브러져 있으면 집 전체가 망가진다. 그래서 애초에 데크 아래공간을 창고로 써야겠다는 작전을 세웠다. 선룸에 다양한 운동기구를 설치해 이명종 씨 가족만의 홈짐이 탄생했다. 1m 높게 지은 뒤, 아래공간은 창고로 우리 집은 마당 지면보다 높여서 지었다. 즉, 기초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부터 1m 높게 기초를 만들고 그 위에 집을 지었다. 더 높게 하고 싶었지만 건축법상 1m 이상을 높이면 건축승인이 나지 않는다. 집짓기 전부터 데크 아래공간을 창고로 쓰겠다는 계획이 있었기에 그렇게 했다. 전원주택에 살면 큰 창고가 정말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목재, 철근, 비계 설치 파이프, PVC파이프 등 긴 자재들을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다. 결론적으로 대만족, 대성공이었다. 날씨와 관계없이 바비큐를 즐길 방법을 고심하다가 생각해낸 아이디어. 선룸 한쪽에 야외 테이블을 놓고, 연기가 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환기통을 설치했다. 주택 주변을 두른 데크 공사 집 완공 후 데크공사도 했다. 우리 집은 단층이다 보니 같은 30평이라고 해도 2층으로 지은 집 보다는 건물 테두리의 길이가 꽤 길다. 이 얘기는 데크를 깔아야 될 면적이 넓다는 뜻이다. 우리집 데크 면적은 꽤 넓다. 집의 4면 중 앞과 양 옆면(총 3개면)을 빙 두르다 보니 대충 계산해도 15평 정도가 나왔다. 평당 50만 원씩 계산해서 데크 비용만 750만 원정도 들었다. 그나마 집을 지었던 시공사에게 맡겨 저렴하게 완성할 수 있었다. 주택을 높여짓고, 하부 공간은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평소에는 데크로 만든 커버로 닫아놓고 사용해 깔끔하다. 전원일기 3 데크 방수 대작전 애당초 데크 아래를 창고로 쓰려고 계획한 나의 작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있었다. 바로 데크 방수다. 물론 데크 전문업체에 의뢰하면 방수작업까지도 해준다. 데크를 놓기 전에 합판을 깔고, 방수포 깔고, 여기에 합판을 또 깐 다음 데크를 두르면 깔끔하게 완벽 방수가 되는 데크가 된다. 이 정도 작업이 진행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남는 목재, 철재, 지저분한 여러 가지 안 쓰는 물건 보관 용도로 만드는 건데 그런 고액의 방수작업 비용을 쓸 것 같으면 그냥 필요할 때 목재, 철재 같은 자재를 때마다 사서 사용하는 게 돈이 덜 드는 셈일 거다. 데크 방수처리의 차선책 나홀로 방수할 수 있는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해 봤다. 정말 집 지을 때 했던 고민보다 데크방수에 들어간 노력이나 고민이 더 컸던 것 같다. 사실, 데크 설치 시 업체에 방수까지 해달라고 하려다 비용 듣고 바로 포기했다. 얇고 넓은 플라스틱 판이 있으면 그걸 먼저 깔고 그 위에 데크를 깔면 완벽한 방수가 되리라 생각하고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찾아낸 것이 ‘렉산’이라고도 불리는 PVC판이었다. 아크릴과 같이 투명하고 두께도 아주 얇은 것부터 두꺼운 것까지 종류가 여러 가지다. 각종 건물의 녹색 비 가림막 캐노피가 다 렉산이다. 렉산의 가장 큰 특징은 깨지지 않는다는 것. 유레카를 외쳤지만 곧 좌절했다. 렉산의 비용이 어마무시하다. 그래서 차선책을 찾아봤다. 롤렉산이라고 하여 가공되지 않은 렉산 원판을 그대로 판매하는 곳이 있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가격이 천차만별이므로 잘 비교해서 살 경우 거의 반값에도 살 수 있다. 하지만 포기했다. 가격 자체도 비싸고 그걸 화물로 배송시켜도 거의 100㎏이 넘는 롤렉산을 혼자 옮기기엔 불가능해 보여 현명하게 포기했다. 그러고나서 아무런 방수작업 없이 한동안 그냥 창고로 사용했다. 결과는 폭망. 비가 한번 오고 나니 그 아래 있던 자재들이 여지없이 젖어버렸다. 인조잔디로 초저렴 방수처리 완성 그러다 데크 위에 인조잔디를 깔아볼까 생각했다. 마당의 천연 잔디와 어우러져 미관상도 괜찮을 듯 싶었다. 결론적으로 최고의 아이디어였다. 15평 정도를 덮을만한 인조잔디는 롤의 형태로 큰 걸 사야한다. 이 또한 인터넷을 잘 뒤져봤더니 거의 반값에 살 수 있었다. 15평을 다 덮을 만큼의 양을 사는데 20만 원 채 안 들었다. 우선 데크 난간을 다 떼어내고 비닐하우스용 비닐을 두 겹 깔았다. 그리고 그 위에 저렴한 천막 원단을 사서 다시 한 겹 깔았다. 마지막으로 그 위에 인조잔디를 깔았다. 그러고 나서 데크 난간을 다시 설치해서 인조잔디를 고정시켰다. 효과는 최고다. 절대 비가 새지 않아 목재든 철재든 완벽하게 잘 보관하고 있다. 거기에 더불어 생각지 못했던 효과가 한 가지 더 있었다. 바로 데크 목재에 최소 1년에 한번 발라야하는 오일스테인을 바를 필요가 없어졌다. 전원주택 단지는 대개 의외로 햇빛을 가리는 장애물이 없기에 햇빛이 강하다. 다시 얘기하면 아무리 처음에 잘 만들어도 데크에 발라놓은 오일스테인이 금방 날아간다. 처음 만들 때야 업체에서 오일 스테인까지 깔끔하게 발라 블링블링하게 만들어주겠지만, 그 이후부터는 모두 건축주의 몫이다. 오일스테인 값도 비싸지만 일일이 바르느라 허리가 끊어진다. 하지만, 이렇게 인조잔디를 덮어버리니 고생할 일을 덜어낸 셈이 됐다. 전원일기 4 전원주택 실제 난방비 우리집은 난방을 LPG 가스로 한다. 가스회사에서 대형 가스통을 설치해주고 계량기에 체크된 만큼 청구하는 시스템이다. LPG다 보니 주방용 가스레인지도 다 같이 쓰고 있다. 가스 요금은 난방, 온수, 주방 가스비가 모두 포함돼 있다. 주택 난방은 LPG 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전에 살던 아파트보다 관리비가 1/3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파트 관리비 1/3 수준 LPG 가스로 난방하면 난방비 폭탄 맞는 거 아닌가 걱정하는 이들이 많고 전원주택 입주를 생각하는 이들 대부분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단독주택이라 난방비 많이 나오지 않아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년 지출 총액 기준으로는 아파트 관리비의 1/3도 안 나오고, 한겨울 가장 많이 나올 때가 10만 원 후 반~ 20만 원 초 반대다. 그것도 동절기 6개월 정도뿐이고 나머지 6개월은 소액 정도만 나온다. 이사오기 전 34평 아파트에 살 때는 관리비가 평소 20만원 대, 동절기에는 35~38만원 나왔었는데 그때 생각하면 지금 난방비는 엄청 저렴한 수준이다. 난방과 단열 효과 좋은 목조주택 참고로 우리 집은 목조주택인데 목조주택의 난방과 단열효율이 좋다고 한다. 콘크리트 주택의 경우에는 콘크리트 자체가 여름에는 달궈지고 겨울에는 얼어서 그 자체에서 계속 열기나 냉기를 방출하지만 목조주택은 그런 게 전혀 없이 그냥 차단해버린다. 철근콘크리트조, 목조 건축, 스틸 하우스 등 건축구조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살아보니 목조주택이 여러모로 만족스럽다. 전원일기 5 태양광패널 설치하기 요즘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에 태양광패널이 설치돼 있는 걸 보게 된다. 예비 전원주택 건축주들은 태양광패널을 설치하는 게 좋은지 아닌지 고민이 될 수 있다. 우리집은 2018년 7월 가정용 태양광패널 3kw짜리를 설치했다. 창고 위에 설치한 게 아니라 아래 태양광패널을 기둥을 세워서 높게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럼 튼튼한 아연각관 기둥 위에 태양광패널이 설치된다. 그런 다음 각관에 샌드위치 판넬만 붙이면 간이 창고로 쓸 수 있다. 주차장 지붕으로 쓰는 이들도 있다. 단, 문을 달면 건축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또, 지자체 마다 기준이 다르므로 반드시 확인해보길 바란다. 창고 크기를 짓는 데만 견적이 500~600만 원 정도 나왔는데, 우리 집은 완공된 태양광패널 밑에 샌드위치 판넬만 붙여 공사비로 150만 원만 지불하고 간이 창고를 덤으로 얻었다. 태양광패널은 7년 할부로 설치했다. 월 39,700원 X 84개월 = 약 3,334,800원. 태양광패널을 설치할지 말지를 고민할 때, 평소 내던 전기세와 태양광패널 설치 후의 전기세가 월 39,700원 이상 절감되면 설치할 가치가 있고, 39,700원보다 적게 절감되면 할 필요 없는 것이다. 내가 설치하고 전기세를 직접 내보니 매월 전기세가 거의 대부분 기본료 수준인 6,000~7,000원 대밖에 나오지 않는다. 작년 여름에 에어컨을 거의 밤이고 낮이고 틀다시피 했더니 7월, 8월에는 4만 원대가 나왔다. 참고로 우리 집은 2018년도에 333만 원주고 설치했는데, 2020년에 우리 동네 태양광 설치한 이웃들에게 물어보니 100만 원정도에 설치했다고. 2년 새 태양광패널 설치 지원 보조금이 늘어나서 실 설치비가 10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태양광패널 지원금은 국비지원과 지방비 지원 두 가지가 있다. 각 관할 지자체에 국비, 지방비 둘 다 지원받으려면 언제, 어떻게 설치해야하는지 알아보도록 한다. 때를 잘 맞춰서 둘 다 지원 받으면 엄청 싸게 설치할 수 있다. 태양광패널 아래 창고 안. 온갖 도구들을 보관하는 장소로 활용 중이다. 그밖에 마당 곳곳에서 펼쳐지는 일상들 그늘진 공간에 인삼 키우기 집 뒤쪽으로 일년내내 그늘이 지는 통로 공간이 아까워서 새싹인삼을 키워봤다. 올 1월 31일 파종했다. 씨앗을 하나씩 심으라고 하던데,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줄파종했더니 지금 바글바글하다. 1년은 그냥 이대로 키우고 겨울에 전부 뽑아서 다시 하나씩 모종으로 간격 맞춰 심을 계획이다. 집 뒤쪽에 1년 내내 그늘진 자리가 못내 아쉬웠는데, 그 자리에 새싹삼을 키우면 된다는 말에 바로 시도했고, 결과는 성공적이다. 닭을 위한 미니 텃밭 만들기 닭을 방사해서 키우면 좋겠지만 방사하면 천적의 공격 등으로 위험해서 어쩔 수 없이 막혀 있는 닭장에서 키운다. 신선한 풀을 계속 공급해 주기가 너무 귀찮아서 아이디어를 냈다. 닭의 모가지가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위치에 철제 망을 설치하고 그 안쪽으로 이파리가 자라면 뜯어먹을 수 있도록 미니 텃밭을 만들었다. 미니 텃밭에는 쑥갓, 상추, 민들레 등 온갖 씨앗을 다 심었다. 그리고 테스트로 무청 2개를 씨를 뿌려놓은 미니 텃밭에 꽂아두니 닭들이 이파리만 잘 쪼아 먹었다. 성공이다. 마당 한쪽에 닭들이 좋아하는 지렁이, 곤충 등을 키운다. 토양을 덮어주는 멀칭재배에 검은 비닐을 사용하면 잡초 제거와 수분 증발을 막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명종 씨는 양봉도 시도하고 있지만, 여왕벌 관리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비계 설치 파이프로 저렴하게 파고라 만들기 전원주택에 살면 가장 기본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파고라다. 하지만 비싸다. 집을 지으면서 손상돼 시공사에서 버리는 비계 설치 파이프를 얻어놓은 것이 있었다. 포도나무 그늘 아래 테이블을 놓고 커피 한잔 마시고, 포도, 키위, 다래 따 먹고, 아들내미랑 장기 한판 둘 수 있는 파고라가 갖고 싶었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 손상돼 버리려던 파이프를 얻어둔 것으로 파고라를 만들었다. 비계 설치 파이프는 철물점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포도나무 아래 앉아 아들내미와 장기 한판 두고 싶은 마음에 비계 설치 파이프로 직접 파고라를 만들었다.
-
[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 4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 4 집과 사람, 자연과 소통하는 집 세 가족 공동체 마을 2호집 차콜하우스 자연과 시각적, 공간적 연결을 고려하고 소통을 중요시한 주택이다. 외관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내부는 쓰임새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 인테리어는 자연소재를 사용해 한옥 스타일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글 사진 박창배 기자 취재협조 코비즈건축협동조합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 고양시 성사동 지역/지구 제1종일반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베라산취락), 과밀억제권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201.00㎡(60.80평) 건축면적 73.71㎡(22.30평) 건폐율 36.67% 연면적 136.17㎡(41.19평) 1층 66.51㎡((20.12평) 2층 69.66㎡(21.07평) 다락 32.40㎡(9.80평) 용적률 67.75% 설계기간 2019년 6월~2019년 12월 공사기간 2019년 12월~2020년 6월 설계 및 시공 코비즈건축협동조합 070-4895-6028 건축비용 총 3억 2800만 원(3.3㎡ 당 800만 원) 토목공사 비용 1300만 원 토목공사 유형 옹벽, 침목, 성토, 투수블록, 조경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징크(컬러강판)(한성하우징) 벽 - 스토(지정색)(Sto Korea) 데크 - 방킬라이, 합성 내부마감 천장 - 코르크, 석고보드 벽 - 석고보드, 코르크 바닥 - 원목마루, 코르크마루(이건마루) 계단실 디딤판 - 오크(자체제작) 난간 - 평철 단열재 지붕 - 그라스울 보온판(가등급) 외단열 - 비드법보온판2종1호(가등급) 창호 알루미늄시스템창(이건창호) 현관 탄화목(자체 제작) 조명 LED등, 간접 및 매입등(아인산업) 주방기구 상판 오크 원목(주문제작) 위생기구 대림바스 난방기구 귀뚜라미 가스보일러 세 가족 공동체 마을 2호집 건축주인 베짱이와 꽃잔디 부부. 이들은 2006년 충남 서천에 위치한 산너울마을이라는 생태전원마을 프로젝트에서 만났다. 당시 아내 꽃잔디는 조경담당 과장이었고, 남편 베짱이는 토목건축팀 과장이었다. 둘은 마인드가 통하고 삶과 주거에 대한 방향이 비슷하다 보니 대화가 잘 통했고, 연인으로 발전하고 결혼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생태전원마을 조성 프로젝트 공사기간은 거의 2년 정도였어요. 당시 저희 회사는 주택 설계, 시공, 컨설팅까지 진행한 회사로 시공이라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공동체, 관계, 생태, 순환 등 소프웨어적인 부분까지 관리하는 회사였죠. 그때 도시라는 공간에서 각자 나이, 직업, 성별, 가족관계 수 등 정말 다양하지만 공동체라는 큰 틀과 생태라는 철학을 선택하는 용기를 보면서 저희도 마음이 통하는 분들과 전원에 집짓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둘은 결혼 후 일과 생활 때문에 도심에 정착할 수밖에 없었지만 첫째 아들을 낳고 어린이집 다닐 즈음 아내는 일반적인 교육과정보다 공동육아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세 가족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현관. 내부는 자연소재를 사용한 한옥 스타일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거실부터 식사공간 주방까지 탁 트여 한 눈에 들어온다. 거실은 아이들 놀이터 겸 모임장소로 사용하는 다용도 공간이다. 거실에서 본 명상방 입구. 명상방은 한옥 스타일로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끌어당김의 법칙 ‘끌어당김의 법칙’이 통했던 걸까. 베짱이와 꽃잔디는 세 가족과 공동육아를 하면서 살아온 환경은 서로 다르지만 특별한 만남이었다고 한다. “서로 닮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어요. 작게는 친환경 먹을거리부터 크게는 삶의 목표 등 공감대가 통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공동체 삶을 꾸려나가다 보니 갈등도 있고 서운한 일이 생기기도 했지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죠. 이웃사촌으로 10년을 생활하다 보니 가족 같은 마음이 들어 함께 공동체 마을까지 만들게 됐어요.” 코비즈협동조합의 일원인 베짱이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프로젝트 현장소장을 자처했다. 집을 짓기 보다는 관계를 짓는다는 마음이었다. 최소 3년 하자보증은 기본이고 30년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을 짓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부지는 있는 그대로의 모양을 최대로 살리고 싶었다. 땅 구입 후 구옥을 철거하고 땅이 원래 생긴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자고 세 가족과 코비즈 설계팀에 제안했다. 지붕은 오랜 시공경험으로 터득한 경사지붕을 권유했다. 방수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또 경사 지붕에 맞게 내부에 다락을 만들면 아이들이 커가면서 좋은 추억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세 가족과 코비즈도 베짱이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주방은 후정으로 시선과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주방은 주부의 작업 공간이기도 하다. 1층 계단실은 거실, 주방에 있는 부모와 계단을 오르내리는 아이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연결돼 있다. 사람과 자연과 소통하는 집 베짱이와 꽃잔디는 주택 설계할 때 자연과 시각적, 공간적 연결을 중요시했다. 비 오는 날 빗소리 듣고, 바람 좋은 날엔 차를 마시며 쉼을 누릴 수 있는 야외 공간과 주방 옆 식사 공간 앞에 데크를 설치해 날씨 좋은 날에는 야외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계획했다. 외관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내부는 실용적이고 쓰임새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 인테리어는 자연소재를 사용한 한옥 스타일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내외 공간 배치는 주부의 짧고 편리한 동선을 고려하고, 공간마다 수납장을 짜넣어 여백의 미를 강조했다. 거실, 식사 공간, 주방은 한 동선으로 탁 트이고 넓다. 거실은 소파 등 최소한의 가구를 배치해 아이들의 놀이터이가 되기도 하고 손님맞이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다용도 공간이다. 주방은 식사 겸 주부의 작업 공간으로 계획하고, 식사 공간(큰창), 데크, 후정(프라이빗 정원)으로 시선과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2층 가족실과 안방, 다락이 보인다. 가족실은 아이들 놀이공간으로 이용하다가 필요 시 방으로 사용할 수 있다. 2층 안방. 2층 계단실은 거실, 주방에 있는 부모와 계단을 오르내리는 아이들이 소통하기 쉬운 구조로 연결돼 있다. 또 계단 높이를 낮게 하고 디딤판을 넓게 해 어린 아이들이 오르내리기 편하게 고려했다. 아이들이 자라 가족 수의 변화를 고려해 유용한 공간 구조를 계획한 점도 돋보인다. 2층 중간에 가족실을 두어 그림그리기와 놀이공간으로 이용하다가 필요 시 방으로 사용하고, 아이들이 독립해서 나가면 가족실이나 부모의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손님이 올 경우를 고려해 편리한 동선에 변기와 작은 세면기를 욕실과 분리해 설치했다. 아이들의 비밀 공간인 다락. 아이들 자유롭게 노는 모습에 만족 집 짓고 사는 모습을 보고 주위 사람들은 부러워하지만, 부부는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부터 이웃과의 관계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등 할 일이 많고 아직 공사가 끝난 게 아니라는 것. “집 짓는 게 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살면서 가꾸고 만들어나가야 할 게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공유 마당 가꾸는 것도 최소한 1년을 지켜보면서 우리 부지에 맞는 것들을 5년 10년 30년을 내다보고 심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녀도 일단 층간소음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다고 한다. “우리 자녀들이 마음 놓고 집 안팎에서 뛰어놀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고, 그 모습을 보면 집짓기를 잘했고 보람을 찾는 것 같습니다.” 1호집 밀크하우스와 나란히 자리한 2호집 블랙하우스. 색상대비 효과로 뚜렷해 보인다. 주방과 이어진 데크. 날씨 좋은 날에는 야외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계획했다.
-
[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3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3 진짜 집짓기는 지금부터 세 가족 1호집 밀크하우스 ‘포비와 스머프’, ‘베짱이와 꽃잔디’, ‘바람개비와 막대기’가 함께 일구고 있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세 집이 나란히 지은 데다 외벽 색깔이 다 다르다보니 1호집은 하얀 집, 2호집은 검은 집, 3호집은 녹색 집으로 불린다. 동네 아이들은 1호집 외벽 색깔이 하얗고 모양이 우유갑을 닮았다고 ‘밀크하우스’라고 부른다. 글 사진 박창배 기자 | 취재협조 코비즈건축협동조합 ※고양시 성사동 ‘세가족 마을’은 공동육아를 하던 이웃끼리 뜻을 모아 만든 작은 마을이다. 본지는 2020년 9월호부터 5회에 걸쳐 ‘마을 만들기’, ‘마을 내 세 가족 집짓기 과정’을 순차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도 고양시 성사동 지역/지구 제1종 일반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베라산취락)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201.00㎡(60.80평) 건축면적 73.44㎡(22.21평) 건폐율 36.54% 연면적 126.32㎡(38.21평) 1층 66.47㎡(20.11평) 2층 59.85㎡(18.10평) 용적률 62.85% 설계기간 2019년 6월~12월 공사기간 2019년 12월~2020년 6월 토목공사비용 1300만 원 토목공사유형 옹벽, 침목, 성토, 투수블록, 조경 건축비용 560만 원(3.3㎡ 당) 설계 및 시공 코비즈건축협동조합 070-4895-6028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아스팔트 이중슁글(하성하우징) 벽 - 스타코플랙스(Sto Korea) 데크 - 합성데크 내부마감 천장 - 석고보드 벽 - 석고보드 바닥 - 데코타일 계단실 디딤판 - 원목(애쉬) 난간 - 평철 핸드레일 단열재 지붕 - 글라스울 보온판(가급) 외단열 - 비드법 보온판 2종 1호(가등급) 창호 PVC 250 이중창(이건창호) 현관 탄화목 마감(자체 제작) 조명 라디룸 주방기구 soso design 위생기구 대림바스 난방기구 가스보일러(귀뚜라미) 배치도 “하늘과 산을 가리는 높은 건물을 싫어하고, 번잡스러운 것을 싫어하고 자연과 가까운 삶, 계절과 날씨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삶을 원했어요. 시골로 가지 않는 이상 그런 땅은 그린벨트일 수밖에 없었지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1호집인 포비와 스머프 가족. 이들은 집을 짓기 전에도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살고 있었다. 부부는 아이가 자연과 가까이하며 자라고 마당에서 반려견을 키우고자했는데, 운 좋게 그린벨트 내 단독주택을 찾아 전세로 8년째 살고 있었다. 하지만 포비(남편)는 자신들만의 집을 짓고 싶었다. 가까운 지인이 집을 짓는 것을 보면서 그 마음이 더욱 커졌고 호시탐탐 기회를 모색하던 중 마음 맞는 이웃을 만났다고. “남편은 집을 짓는 과정 자체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어서 매력적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싫다고 버티고 버텼지만 남편의 고집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웃들의 설득으로 결국 백기를 들었어요.” 내부는 거실-패밀리룸-다이닝룸-주방-다용도실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계단은 동네 아이들이 만화책을 보는 곳이기도 한다. 현관에 들어서면 한 면을 가득채운 책장과 우드슬랩테이블이 시선을 압도한다. 동선에 따라 순환하는 구조 포비와 스머프는 시간적, 재정적 여력이 넉넉하지 않다보니 외관에 대해서는 특별히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고 한다. 다만 지붕은 방수 면에서 우수하고 따뜻하고 빨간머리앤의 그린게이블처럼 전통적인 박공지붕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땅의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소박한 느낌을 주는 박공지붕이 나왔지만 이에 만족해한다. 내부 디자인은 1, 2층 모두 계단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것이 특징이다. 거실과 패밀리룸, 다이닝룸과 주방, 다용도실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도 살짝 비틀어지면서 공간이 자연스럽게 분리된다. 건축주 부부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설계는 아니어서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살아보니 매우 실용적이라고. “거실에서 주방 싱크대가 잘 보이지 않으니까 설거지가 좀 쌓여 있어도 괜찮거든요(웃음). 동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도 공간이 나누어지고, 나누어지면서도 벽이나 문으로 막혀 있지 않아 답답하지 않아요. 개방감이 있으면서도 공간마다 아늑한 느낌을 줍니다.” 거실과 이어진 가족실. 커튼으로 공간을 나눌 수도 있고 분리할 수도 있다.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책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북카페 느낌이 연출됐다. 식당과 주방. 식탁 앞 고정창으로 뒷집 정원과 텃밭, 산의 풍경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집짓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 인테리어도 특별한 콘셉트를 설정하지 않았다. 재정적 여력도 없었지만 그럴 필요성도 못 느꼈다는 것. 그냥 자신들이 가진 자원인 땅의 모양과 주변 풍경, 예산과 시간의 범위 안에서 삶을 가장 자연스럽고 편한 방식으로 담아낼 그릇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거실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한 면을 책장으로 가득채운 부분과 한 가운데 자리한 우드슬랩테이블이다. 마치 도서관 같기도 하고 북카페 같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여기서 책도 보기도 하지만 일도 하고, 딸아이는 공부를 하고, 손님이 많이 올 때는 식탁이 되기도 한다. 한쪽 구석에 자리한 주방은 막힌 것처럼 보이지만 현관과 연결돼 있고 뒷마당과도 통해 동선이 자유롭고 편리하다. 내부는 1, 2층 모두 계단을 중심으로 순환하도록 계획했다. 2층 복도. 1, 2층 계단에 보이드 공간을 둠으로써 개방감을 한결 강조했다. 부부 침실. 답답하지 않게 문을 달지 않았고, 가림막 역할을 하는 책장을 두었다. 부부는 막히고 답답한 것을 싫어해서 1, 2층 계단에 보이드 공간을 두었다. 뒷집 정원과 텃밭, 산의 풍경이 시원하게 보이는 식탁 앞에는 커다란 고정창을 설치했다.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고정창 앞에 앉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단다. 책이 많고, 고정창도 많고, 조명이 많아서 그런지 집에 놀러오는 친구들이 “북카페 아니냐”고 묻곤 한다고. 부부 침실에서 본 모습. 좌측 딸 방과 정면으로 작업실이 보인다. 입구에서 본 정면. 동네 아이들은 이 모습을 보고 우유갑을 닮았다며 밀크하우스로 부른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 집에 오는 손님 중에는 예전 집과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어쩌면 하드웨어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 단독주택에 살아서 그런지 외형적으로는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우리는 예산 때문에 마무리를 못했던 것이 많아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고, 하나씩 장만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어요. 진짜 집짓기가 시작된 거죠.” ‘포비와 스머프’,‘베짱이와 꽃잔디’,‘바람개비와 막대기’가 함께 일구고 있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전경.
-
[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2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2 3개월이 30년 같았던 세 가족 집짓기 공동체 마을을 만들기로 한 ‘포비와 스머프’, ‘베짱이와 꽃잔듸’, ‘바람개비와 막대기’ 세 가족. 이들은 일을 추진할 때 만장일치를 규칙으로 하고 있다. 어느 누가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 설득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소소한 일이라도 모두가 마음에서 동할 때 함께 일을 추진한다. 세 가족이 함께 진행한 땅 구입부터 집짓기 과정을 소개한다. 글 사진 박창배 기자 | 자료제공 세 가족과 코비즈협동조합 배치도 5차 스케치배치도 6차 스케치 공동육아로 만난 세 가족은 또래 자녀들이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학부모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학부모 모임들 중 가까운 지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단독주택을 짓는 것을 보자, 이들도 부러운 마음에 자기들만의 집과 공동체 마을을 만들기로 했다. 입지는 자녀들이 걸어서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대곡초등학교가 자리한 고양시 대장동 인근을 알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대장동 주변은 땅값이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곡초등학교 교사인 바람개비가 차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로 하고 지역을 확장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구옥이 있는 부지 모습 구옥을 철거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부지 모습 2017년 겨울, 스머프와 바람개비가 마음에 드는 땅을 발견하고는 건축업에 종사하고 있는 베짱이에게 집을 지을 수 있겠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다. 베짱이 역시 바로 추진하자고 했다. 세 가족은 들뜬 마음으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방문했다. 하지만 맥 빠진 답변이 돌아왔다. 팔 수 없는 땅이라는 것.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는 것이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베짱이는 그 땅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고 한다. “사실 부지를 본 첫 느낌은 너무 초라해 보였어요. 귀신 나올 것 같은 오래된 구옥이 있는 허름한 곳이었거든요. 구옥이 없다는 상상을 하자 마음에 들었고, 규모와 가격 면에서 이만한 땅을 찾기란 어려울 것 같았어요.” 세 가족 공동체 마을의 모형 007 작전 방불케 한 땅 구입 겨울이 지나고 이듬해 봄에 베짱이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들러봤다. 그러자 근저당 설정이 풀려 이제는 팔 수 있다고 했고, 세 가족은 긴급회의 후 바로 구입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막상 땅 구입을 위해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방문하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세금체납 건으로 10평 남짓한 땅 진입로가 압류돼 있는 것이다. 세 가족은 아쉽지만 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아이들 학교와 15분 거리밖에 안 되는 위치며 자금에 맞는 땅 규모며 마음에 드는 곳이어서 놓치기 싫었다. 여러 곳을 알아봤지만 이와 같은 부지를 찾기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세 가족은 부지 진입로 압류 건을 직접 해결하고 땅을 구입하기로 했다. 체납된 세금을 지주 대신 입금해주고 압류가 풀리는 즉시 땅 계약을 마무리 짓기로 한 것이다. 역할을 나눴다. 1명은 세무소에서 토지 압류 건 문제를 해결하고, 1명은 공인중개사무소에 대기하고 있다가 압류 건이 해결됐다는 소식이 들어오면 땅 값을 지급하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1명은 법무사와 계약사항과 등기소에서 압류 건을 확인하기로 했다. 수시로 휴대폰으로 진행 상황에 대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식으로 세 가족은 2018년 봄에 고양시 성사동 땅 210평을 평당 400만원에 구입했다. 이웃주민들은 “이곳에 빌라를 지으려고 이미 여러 업체에서 땅을 보고 갔고, 땅 모양도 안 좋고 진입로가 너무 좁다며 다들 포기하고 돌아갔는데, 도대체 뭔 생각으로 이 땅을 샀느냐”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진입로가 좁다보니 공사차량으로 인한 민원발생으로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세 가족은 가슴을 졸여야 했다. 세 가족은 2020년 3월 15일 일요일에 집을 지어주는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표하고 같이 살 이웃들에게 화합을 청하는 고사를 지냈다. 세 가족 모두 허탈했던 땅 배분 땅 구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지만, 세 가족이 공동명의로 구입한 땅을 3등분으로 분할해야 했다. 협소한 땅을 3등분으로 분할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배분하는 게 더 큰 난관이었다. 모두가 원하는 땅을 배분받기를 바라는 게 당연지사.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원하지 않는 땅이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땅 배분 방식을 놓고 여러 의견이 나왔다. 그중 두 가지 방식으로 압축됐다. 하나는 제비뽑기였고, 또 하나는 1, 2, 3지번 중 원하는 땅과 원하지 않는 땅을 선택하고 그에 대한 이유를 각각 적어보기로 했다. 그런 다음 이유가 가장 설득력 있다고 생각되는 가족에게 해당 땅을 배분하는 방식이었다. 두 번째 방식으로는 도무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제비뽑기 방식으로 선택하기로 했다. 원하지 않는 땅을 뽑더라도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토목공사와 조경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세 가족이 공동으로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제비뽑기하는 날, 세 가족 모두가 가슴을 졸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너무나 허탈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원하던 땅이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제비뽑기 후 세 가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어뜨린 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땅 배분이 끝나고 나서는 설계에 들어갔다. 땅의 크기가 210평 정도이고 진입로와 도로부지를 제외하면 200평, 세 집으로 나누면 65~68평이 나왔다. 건폐율과 용적률을 적용하면 바닥 평수는 20평대, 전체평수는 40평 전후의 2층집 모양이 그려졌다. 집과 집 사이의 경계를 나누지 않고 마당을 함께 공유하기로 했다. 대지 모양도 반듯한 모양이 아니기에 3등분하면서 자연스럽게 모서리 쪽 자투리 공간들이 생겼다. 설계는 2018년 봄부터 가을까지 5개월 정도 걸렸다. 설계하는 동안 세 가족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전원주택 전문 잡지를 보며 스크랩하고 부부간에 상의하고, 자녀들과 상의하고, 또 세 가족 간에 정보를 공유하며 상의하는 등 시간가는 줄 몰랐다는 것. 하지만 시공에 들어가면서 다시 험난한 여정이 시작됐다. 세 가족 공동체 마을은 베라산을 등지고 도심 속 작은 마을의 맨 끝 쪽에 자리한다. 원주민과의 마찰과 비교하는 마음 가장 큰 문제는 원주민과의 마찰이었다. 여기저기서 민원이 들어왔다. 앞으로 마을에서 함께 살아갈 이웃이기도 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불편한 관계가 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원주민과 공사차량이 이동하는 동선에 있는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양해를 구했다. 식사대접을 하기도 하고 과일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공사가 끝날 때까지 늘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는데, 공사가 진행되는 3개월이 꼭 30년 같았을 정도라고 한다. 그나마 세 가족이 함께 하다 보니 다행이었다. 원주민과 민원 대응도 세 가족이 역할을 나눠서 맡았다. 만일 혼자 감당해야 했다면 포기했을 것 같다고 한다. 세 가족이 함께 해서 좋은 것도 있지만 안 좋은 점도 있었다. 옆집과 비교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힘들었다는 것. “안 그러려고 해도 세 집을 동시에 짓다보니 비교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우리는 못하는데 옆집에서 하는 것을 볼 때 부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죠.” 건축에 종사하는 이들이 하는 말 중에 ‘친한 사람 집짓기’, ‘내 집 짓기’ 그리고 ‘그곳에 함께 사는 것’이 세 가지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에 대한 애로사항도 있었다고 한다. “함께 살 사람이 시공을 맡다보니 시공자도 저희도 애로사항이 컸던 것 같습니다. 가깝게 지내왔고 앞으로 함께 살아갈 이웃사촌이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했고요. 그리고 시공자 입장에서 뱉은 말도 애초에 모르던 사람이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텐데 가까운 사람이어서 그런지 왠지 서운한 감정이 들었어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현장소장을 맡은 베짱이도 공사를 진행하면서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한 것 같다고 토로한다. “이웃으로 만나 관계를 유지하는 거와 클라이언트 관계는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어요. 건축주들과 형님 동생하면서 아주 가깝게 지냈는데 공사를 진행하면서 서먹서먹해졌어요. 이웃사촌의 집이고, 직접 살 집이다 보니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려다 보니 부담감을 주면서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시공하는 입장에서 아내도 클라이언트 중 1명이었고, 아내한테도 많이 힘들게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에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세 가족의 집짓기는 2019년 겨울에 첫 삽을 뜨고 2020년 여름에 완공을 보았다. 갈등도 있고,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서로간의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좋은 공동체 마을을 가꾸어나가겠다는 게 세 가족의 소박한 희망이다. <공사 과정> 01 부지 내 외부 옹벽 터파기 02 옹벽 기초 버림 타설 03 옹벽 거푸집 해체 및 3호집 1층 주차장 기초 철근 배근 04 1, 2호집 기초 철근 배근. 3호집 2층 바닥 거푸집 설치 05 1, 2호집 기초타설 및 양생 중. 3호집 2층 바닥 철근 배근 완료 06 경량 목구조 자재 반입 07 1, 2, 3호 외부 단열재 및 지붕 서까래 및 방수시트 완료 08 1, 2, 3호집 철근콘크리트 공사 완료. 내·외부 거푸집 해체 09 1, 2, 3호집 지붕 공사 전경. 1호집은 아스팔트 이중그림자 슁글, 2, 3호집은 징크로 시공하고 있다.
-
[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1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1 공동육아로 뭉친 세 가족과의 특별한 만남 고양시에 있는 ‘성사동 세가족’ 마을. 이들은 10년 전 이웃으로 만나 공동육아를 하며 살다가 자기들만의 공동체마을을 만들었다. 공동체마을을 통해 삶과 이웃, 자연이 교집합 하는 공간을 만들어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살기 위해서다. 그 과정이 수월하지 않았다. 특별한 인연, 코비즈건축협동조합과 만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글 백홍기 기자 | 자료협조 코비즈건축협동조합 070-4895-6028 www.cobees.net 10년 전 이웃으로 만나 공동육아를 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고양시에 작은 ‘성사동 세가족’ 공동체 마을을 만든 이들은 ‘포비와 스머프’, ‘바람개비와 막대기’, ‘베짱이와 꽃잔듸’라는 애칭을 사용한다.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통용되는 애칭이다. ‘○○네 엄마, 아빠’, ‘아저씨, 아줌마’호칭은 거리감이 있어 위계를 없애고 편하게 생활하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공동육아는 나눔이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협력해 어려움을 나누는 것이다. 때론 그 과정에서 이웃과 가족애가 쌓이기도 한다. 세 가족이 모여 자기들만의 공동체마을을 만들기로 한 것도 지난 10년간 쌓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존 주거 형태는 스머프네만 마당이 있는 오래된 단독주택에서 생활하고 바람개비와 꽃잔듸네는 전형적인 빌라에 살았다. 세 가족은 집이라는 형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조금 더 편리하고 변해가는 생활 패턴을 담아낼 공간과 울타리 없이 편하게 자기 집처럼 왕래하며 함께 모이고 웃음이 넘치는 따뜻한 공간을 원했다. 건축전문가를 만나 그들만의 새로운 공동체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쯤 코비즈건축협동조합(이하 코비즈)과 인연이 시작됐다. 코비즈는 좋은 집을 짓기 위해 뭉친 사람들이다. <배치도 1차 스케치> <배치도 4차 스케치>‘성사동 세가족’ 마을 배치도 스케치 단독주택을 계획할 때 앞마당이 넓은 것을 선호하지만, 여러 해를 지나고 나면 넓은 뒷마당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성사동 세가족’은 모두에게 드러나는 정원이 아닌 세 가족을 위한 후원 같은 넓은 뒷마당을 제안했다. 하지만, 가운데 집 형태가 길어져 익숙하지 않은 평면과 배치 때문에 여러 다른 의견이 나왔다. 정원을 어디에서 바라보는가에 대한 의견 차이도 있었다. 최종 배치는 뒷마당을 없애고 주택이 앞마당을 감싸는 형태가 됐다 특별한 사람들의 만남 2013년 3월, 건축 관련 일을 하는 몇몇이 카페에서 좋은 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의기투합했다. 코비즈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코비즈건축협동조합을 설립하고 7년간 6개 단지 공동체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해 주택 70여 채를 짓고, 복합시설 프로젝트 3개를 완공했다. 정상오 조합이사장(건축시공기술사)은 ‘함께 사는 좋은 집’을 만들겠다는 공감대로 뭉친 건축 관련 전문가 단체라고 소개했다. “코비즈는 타일공, 목수, 정원사, 페인트공, 조적공, 미장공, 거푸집 기술자, 시공을 조율하고 이끌어가는 현장소장, 설계하는 디자이너들 등이 모인 건축 집단입니다. 제도에 의한 분리보다 진심으로 건축을 걱정하고 건축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건축인, 건축가라 할 수 있습니다. 코비즈는 그러한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따로 일하는 게 아니라 함께 나누고 일해야 좋은 결과물을 얻습니다. 마치 합창과 같습니다. 개체가 아닌 협력을 통해 완전한 조화를 이루어 내는 것입니다.” 코비즈에선 집이 아닌 ‘코하우징’을 짓는다고 한다. 함께 사는 주택을 말한다. ‘함께’라는 의미는 아파트 공동주택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주택 ‘구성’과 함께 모여 사는 사람들의 ‘수’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구성과 수라는 것은 우리 개개인이 상대하는 즉, 친밀도를 유지하는 구성과 수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코하우징은 한 사람 또는 한 가족이 이웃을 이루며 서로 친한 관계를 유지하는 적정한 규모의 작은 마을 단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사동 세가족’마을 스케치 과정 설계를 진행하기 위해 전체 의논을 나누며 1차 스케치한다. 스케치한 결과는 설계에 바로 반영하지 않고 여러 의논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공간을 찾고 아이디어를 반영하며 새롭게 스케치한다. ‘성사동 세가족’은 스케치를 네 차례 거쳐 원하는 공간을 찾았다. <배짱이와 꽃잔듸네 1차 스케치> <배짱이와 꽃잔듸네 4차 스케치> <막대기와 바람개비네 1차 스케치> <막대기와 바람개비네 4차 스케치> <막대기와 바람개비네 입면 스케치> <스머프와 포비네 1차 스케치> <스머프와 포비네 4차 스케치> 집은 빵이다! 코비즈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기간이 다소 길다. 그 시간을 정 조합이사장은 ‘발효 과정’이라고 한다. “밀가루 반죽으로 바로 빵을 만들어도 되지만, 더욱 좋은 식감과 풍미를 갖추기 위해 발효를 거칩니다.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죠. 도면을 자주 들여다보면서 가족들과 끊임없이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 깊이 이해하고 집에 대한 애정도 더욱 커지죠.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면 안 보이던 게 보입니다.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죠. 그래서 급하게 진행하면, 좋은 집을 완성하기 어렵습니다. ‘생각의 발효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공도 마찬가지입니다. 설계에서 충분히 검토한 이야기를 그대로 적용하려면 꼼꼼한 시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현장 기술자들도 더 좋은 방법을 찾으려고 함께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면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시공이 길어지면, 그만큼 비용이 올라간다. 건축주 입장에선 고민일 수밖에 없지만, 비용이라는 부담을 뛰어넘어 코비즈를 선택한 이유는 그들이 집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단적인 예로, 코비즈가 진행하는 현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의논하는 모습은 새롭지 않다. 공간 활용성, 효율적인 배선과 배관 배치, 사용자 편의성 등 조금이라도 개선점이 필요하거나 더 좋은 방식이 있을 거 같으면, 해당 기술자가 즉석에서 스케치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다 모여 열띤 토론을 진행한다. 그래서 늘 현장은 토론장으로 변하고 벽과 바닥은 캔버스가 된다. 건축주는 물론 건축에 참여한 건축가 모두 즐겁고 행복해야 좋은 집을 완성할 수 있다고 한다. 모형도 현장답사와 스케치 단계를 거친 후 모형도를 만들었다. 실내 인테리어 코비즈는 수평·수직으로 공간이 막히지 않고 산책로 같이 열린 공간을 선호한다. 햇살 가득한 툇마루와 모호한 내·외부 경계를 형성하는 한옥과 같은 공간이다. 큰 세상 향한 작은 마을 코비즈cobees 이름은 함께라는 ‘co’와 꿀벌 ‘bees’를 더해 ‘함께 일하는 꿀벌들처럼’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협력을 통해 집을 짓는 생명체 가운데 가장 집을 잘 짓고 자연에 좋은 일을 하는 건 벌입니다. 코비즈는 우리와 이웃, 세상에 좋은 건축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집과 마을, 도시를 스스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건축주를 포함해 집이라는 공간을 형성하는데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건축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공간을 두고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한다. 돈을 버는 공간, 놀이나 휴식, 취미를 위한 공간 등 목적과 욕망에 따라 공간은 다양한 형태로 쓰임을 갖는다. 코비즈는 이러한 공간을 통해 이로운 사회를 만들려고 한다. 그 과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가족이 머무는 집을 통해 자연과 이웃을 연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웃이 모여 작은 마을을 형성하고 마을은 아이들의 학교가 된다. 학교는 다시 아이와 마을사람들의 정원이 되는 행복한 ‘마을학교정원’이라는 개념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들은 꿈같은 이야기를 재현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성사동 세 가족은 코비즈와 인연이 아니었다면 공동체마을 프로젝트가 불가능했을 거라고 한다. 작은 땅에 각각의 요구 조건에 맞춰 공동체마을을 만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만큼 건축 환경은 까다로웠고 다양한 이견을 조율하기 어려웠다. 현장 스케치 공사를 시작하면 현장은 모든 기준이 된다. 사무실에서 그린 도면은 현장에서 현실이 되기 때문에 현장 소장과 현장 기술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늘 토론의 결과가 좋은 건 같은 마음과 뜻으로 모여 오랜 기간 함께해왔기 때문이다. 단열·기밀·구조·디테일 마감 건물을 잘 짓는 건 기본이다. 단열과 기밀, 구조 디테일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간단하게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기본에 충실 한다는 것은 타협이 아닌 원칙을 지키는 것이고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비즈가 집이라는 공간을 만들며 늘 중심에 둔 단어는 ‘생활’이고 생활이라는 행위가 일어나는 ‘장소’에 집중한다. 그래서 코비즈는 ‘성사동 세가족’ 마을을 각각의 집을 전체 가운데 한 개체로 보고 ‘생활하는 장소’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다 보니 이해 차이는 있지만, 충분한 시간을 거쳐 함께 하나씩 해결해냈다. 세 가족도 그들이 바라던 ‘생활’과 지향점이 같았다. 코비즈에서 세 집을 구성하고 공간을 연결하는 데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가 ‘따로 또 같이’다. 그 과정도 수월하진 않았다. 세 집, 세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호에 소개한다. 외부 진입로에서 주차장을 지나면 넓은 마당에서 각 주택으로 연결된다. 마당 배치는 볕이 잘 들고 함께 지내기 편한 구성이라 모두 좋아했다.
-
-
[HOUSE & PEOPLE] 흙과 돌을 사용해 지은 숲속 돌집 꿈꾸는 다락방
- 흙과 돌을 사용해 지은 숲속 돌집 꿈꾸는 다락방 아끼고 보듬은 사물이 반질반질 윤이 나고 본연의 빛을 발할 때 우리는 ‘품위’가 느껴진다고 한다. 땅끝마을 해남에서 만난 아담한 돌집이 바로 그러하다. 글 사진 백홍기 취재협조 이세일(목수), 윤용신(플로리스트) 부부 해남에 있는 작은 목신마을에서 아담한 돌집을 만났다. 방 한 개와 주방 겸 거실, 다락을 갖춘 8평 크기의 작은 집이다. 이곳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부부가 산다. 돌집을 처음 계획한 건 아내 윤용신 씨다. 타지에서 일하다 귀촌 한 윤 씨는 부모님이 살던 고택 마당 옆에 있던 창고를 허물고 작은 돌집을 지었다. “혼자 살 때부터 집에 관심이 많았어요. 현대식 아파트나 넓은 단독주택이 아니라 숲속의 작은 오두막 같은 집이요. 어린 시절에 겪은 추억과 감성이 무럭무럭 자라 꿈이 된 거예요.” 윤 씨의 꿈은 할머니 집 옆에 있던 초가집 지붕 아래 다락방에서 움텄다. 오래 묵은 책 냄새와 촛불이 일렁이던 다락에서 그녀만의 감성을 키운 것이다. “다락방에 대한 로망도 있었지만, 할머니가 잘 가꾼 살림살이와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예쁜 마당에서 놀던 기억도 좋았어요. 이러한 것들이 몽상에 불과했던 집에 대한 추억을 현실화하는데 큰 역할을 한 거죠. 오래전부터 나만의 감성을 채울 수 있는 집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있다가 고향에 돌아와 꿈의 집을 지어보기로 한 거예요.” 아내의 플로리스트 작업실 앞마당을 부부가 함께 새 단장하고 있다.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이세일 목수 작업실이다. 오랜 곡괭이질 뒤에 잠시 허리 펴고 아내의 작업실을 바라보는 이세일 목수. 작업실은 이세일 목수 혼자 만들고 있다. 남편과 아내의 작업실 풍경. 이세일 목수 작업실이다. 이곳에서 자기만의 작품 세상을 이뤄내 여러 차례 전시와 초대전을 거치며 작가 활동을 하고 있다. 나무 숟가락과 스툴 만들기 등 다양한 수업도 진행한다.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게 한 집 윤용신 씨가 돌집을 선택한 건 오래될수록 예뻐진다는 게 이유다. 어려서 아버지가 직접 짓고 살았던 돌집에 대한 기억도 한몫했다. “막상 돌집을 짓겠다고 마음먹은 다음부터는 돌만 보였어요. 어떤 돌이 예쁜지 가는 곳마다 돌을 살폈어요. 돌도 지역마다 색과 질감이 달라 찾기 힘들었는데, 지인이 미황사(해남 서정리)가 있는 지역의 돌이 예쁘다고 했어요. 미황사 근처에 있는 밭을 개간하며 쌓아둔 돌을 가져와 집 토대를 쌓기 시작한 게 2008년 6월이에요.” 규모는 혼자 살 집이라 아담한 크기로 계획했다. 당호는 <꿈꾸는 다락방>으로 지었다. “목수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분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 사람은 경험이 필요했고 저는 집이 필요하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어 함께 시작했어요. 하지만, 서로 모르는 게 많다 보니 힘들어져서 결국 그분이 손을 떼고 다른 분을 소개받았어요.” 두 번째로 소개받은 목수가 현재 남편이 된 이세일 목수다. 20대 초반 불교 조각에 입문해 한창 이름을 날리던 이 목수도 자기만의 삶을 찾아 고향인 해남에 돌아와 조용히 작품 세계를 넓혀왔었다.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각자의 삶을 살던 두 사람이 ‘돌집’을 통해 만나게 된 것이다. 집 짓기는 1,500만 원으로 시작했다. 주재료는 주변에 널린 흙과 돌을 사용했지만, 그래도 적지 않게 건축자재 구매 비용이 필요했다. 부족한 예산은 틈틈이 일해 보충했다. 과정이 더뎠지만, 급할 게 없고 얽매일 것도 없었다. 조금씩 형태를 갖춰가는 집을 보며 윤 씨는 행복하기만 했다. 그 사이 두 사람의 관계도 점점 견고해져 갔다. 집을 완공한 2010년 그해 봄 얽매인 제도를 싫어했던 그들답게 고택 앞마당을 정리하고 가볍게 혼례상을 차려 부부의 연을 맺었다. 부모님이 살던 옛집을 지나 부부의 공간인 돌집으로 향하고 있다. 고택은 손님을 위한 게스트로도 이용한다. 윤용신 씨는 또 다른 세상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로 돌집을 북향으로 배치하고 오솔길을 만들었다. 초보자도 쉽게 짓는 어스백 하우스 Earthbag House “이 집은 어스백 Earthbag 공법으로 지었어요.” 어스백은 영어 Earth와 Bag 합성어로 흙을 담은 부대(마대 혹은 포대)로 짓는 공법을 말한다. 흙 부대 또는 흙 자루 집이라고 하는 어스백 하우스 Earthbag House는 1984년 NASA(미항공우주국)에서 흙밖에 없는 달에 건축물을 짓기 위해 논의하던 중 이란 건축가 네이더 카 흐릴 리 Nader Khalili가 제안한 방법이다. 어스백 공법은 원형과 곡선 구현이 가능하며, 아무 흙이나 사용해도 되기 때문에 구하기 쉽고 쌓는 것도 간단해 초보자들도 쉽게 집을 지을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흙 부대 폭이 넓어 자연스레 벽체가 두꺼워져 단열과 축열, 방음 효과가 높고 흙 밀도가 높아 충격에도 강해 자연재해에도 안전하다. 이 집은 양파망에 흙을 담아 층층이 쌓고 외벽을 돌로 마감했다. 실내 안쪽 벽은 황토로 미장한 뒤 바탕색을 회벽으로 칠하고 실별로 다른 색을 입혀 아늑하게 꾸몄다. 돌 벽과 잘 어울리는 예쁜 하늘색 목문을 열면 현관 없이 바로 거실과 마주한다. 벽과 주방가구, 살림살이에 부부의 온갖 감정과 이야기가 지나온 시간만큼 쌓였다. 낡고 허름한 공간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다. 작지만, 넉넉하게 보이는 건 비움에 의한 여유로움 때문이다. 윤용신 씨의 다락에 대한 로망이 이 집을 짓게 했다. 오픈스페이스로 만든 다락 뒤에 보이는 또 다른 다락방은 시공 실수로 인해 지붕 아래 생긴 공간을 활용한 것이다. 다락에서 내려다 본 이세일 목수. 부부가 고택 툇마루에 앉아 잠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손때 묻은 벽에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였다. 아치로 쌓은 아궁이 상부 아귀가 맞지 않아 다른 돌로 끼워 넣은 쐐기돌이 포인트 역할을 했다. 이 집은 8평이지만, 필요한 공간 요소는 다 갖췄다. 비결은 공유 개념이다. 공간을 기능별로 나누고 하루 공간 사용 시간을 따져보면,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생기게 되는데, 이러한 공간을 공유 공간에 포함시켜 다기능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이 집은 작은 집을 효율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현관에 들어설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에 거실-주방-식당-응접실 기능을 한 공간에 담은 공유 공간을 배치하고 주방 옆 안쪽에 안방을 뒀다. 거실 상부에 있는 다락은 기둥을 세울 때 실수하는 바람에 지붕 아래 작은 공간이 더해졌다. 그 덕에 방이 하나 더 생겼다고 한다. 소소한 실수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아궁이의 아치를 쌓을 때 정점에 끼워 넣는 쐐기돌 아귀가 맞지 않아 살짝 삐져나온 게 오히려 미적인 효과를 내게 된 것, 굴뚝을 잘 못 설치해 이를 가리려고 단을 쌓은 게 멋진 벤치가 된 것 등이다. 실수를 오점汚點으로 생각하지 않고 재치와 유머로 넘겨 오히려 좋은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부부의 건축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 윤용신 씨의 플로리스트 작업실을 짓고 있고, 커가는 딸의 공간을 구상하고 있다. 이것들이 끝나면 마지막 건축이 기다리고 있다. 딸이 결혼한 뒤 가족과 놀러 올 때 함께 거주할 공간이다. 돌집이 윤용신 씨만의 공간으로 계획했다면, 다음 집은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시작할 것이다. 햇볕 좋은 날 앉아서 쉬는 돌 벤치도 굴뚝 위치를 잘못 배치해 만들어진 것이다. 실수가 때론 재미를 줄 수 있어 꼭 나쁘지만 않다고 한다. 고택과 돌집 주변에 널린 풍경. 인위적인 것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이곳만의 풍경을 만들었다.
-
- 뉴스/칼럼
- 전원칼럼
-
[HOUSE & PEOPLE] 흙과 돌을 사용해 지은 숲속 돌집 꿈꾸는 다락방
-
-
[HOUSE & PEOPLE] 보물창고 같은 전원생활 청주 혁찬이네 전원일기
- 보물창고 같은 전원생활 청주 혁찬이네 전원일기 어느 날 본지가 운영하는 SNS 네이버포스트 기사에 “우리 집도 구경 오세요”라는 댓글과 블로그 주소 하나가 달렸다. 자연스레 마우스를 클릭해 블로그를 구경했다. 전원생활을 하며 겪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결국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명종 씨가 있는 청주로 직접 찾아가 혁찬이네의 리얼 전원생활을 엿보고 왔다. 글 사진 이수민 기자 취재협조 혁찬이네 blog.naver.com/kormc789 청주에서 전원생활 경력 4년차가 된 이명종 씨. 전원주택을 짓고 전원생활을 누리며 겪은 다양한 경험담을 블로그에 담아내고 있다. 2018년 4월, 당시 마흔 둘이던 이명종 씨는 단지 내 최연소로 전원주택을 짓고 입주했다. 전원생활 시작한지 3년이 넘은 지금, 주택 곳곳에 이명종 씨의 손이 안 닿은 곳이 없다. 이명종 씨는 전원생활을 계획하는 이들, 그리고 이제 전원생활 후배들을 위해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블로그에는 실질적인 전원생활 정보가 가득하다. 가장 먼저 이명종 씨에게 전원주택에 살면서 좋은 점을 물으니 첫째도 둘째도 건강이라고 꼽는다. “아파트에 살 때보다 가족 모두의 건강이 정말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그리고 전원생활은 평생 심심하거나 한가할 틈이 없어, 뭔가 새로운 걸 계속할 수 있는 ‘보물창고 같다’고도 말한다. “저처럼 사부작거리며 바지런하게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면 장점이고, 안 맞으면 모든 게 일거리밖에 안 되죠. 아파트가 이미 완성된 기성품이라면 전원주택은 롤플레잉 게임장이라고 보심 됩니다. 끊임없이 변화시키며 레벨업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미래의 손주들을 포함해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다양한 추억을 남겨 줄 수 있다는 점도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여기에 좋은 사람들과 많은 나눔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들었다. 꽃이나 꽃씨, 채소 씨앗 등 처음 살 때는 비싸지만 1~2년만 지나면 처치곤란일정도로 늘어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무료 나눔하는 게 일상이 되며 받는 기쁨보다 주는 행복이 더 크다는 걸 배우게 된다고. 하지만 로망만으로 절대 전원주택을 짓지 말라는 말도 덧붙인다. 연예인의 삶이 TV에서는 화려해 보여도 그 이면에는 정말 많은 고충들이 있는 것처럼 전원주택 생활도 TV에서 보는 모습이나 어쩌다 하루 놀러가서 느끼는 즐거움 이면에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다는 것. 또, 전원주택을 구입해서 입주하는 건 쉽지만, 나가는 건 맘대로 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전원주택은 최악의 경우 평생 안 팔릴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조심스레 귀띔한다. “전원주택은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고가의 레저용품을 사는 것과 같습니다. 살 때는 구하기도 어렵고 비싸게 샀지만, 팔 때는 반값으로 내놓아도 안 팔리기 때문이죠. 가능하다면, 집을 짓기 전에 무조건 전세든 월세든 정착하고자 하는 지역에 매물로 나와 있는 전원주택을 골라 1년 정도 살아보세요. 그렇게 시범기간을 지내보고 본인과 가족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잘 맞는다 생각이 든다면 그때 그 집을 사 버리거나 부지를 사서 자신만의 집을 지으시길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전원생활을 선택하려는 예비 전원생활자를 위한 조언을 요청했다. “전원생활을 시작하기 전, 이미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선배들과 대화 중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적고, 반드시 물어보시구요.” 전원일기 1 29.97평, 단층 전원주택 짓기 우리 집은 29.97평이다. 그 이유는 30평이 넘으면 감리비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게 지을 것이 아니라면 대개 30평 미만으로 짓는 게 낫다. 건축공사 총비용은 평당 420만 원 정도로 대략 1억2천600만 원으로 업체와 계약하고 바로 공사 들어갔다. 하지만 계약 이후 ‘지붕은 역시 기와가 최고’라는 나의 고집이 발동해 900만 원이 추가돼 건축비가 1억3천500만 원으로 늘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공법은 경량 목구조로 결정했다. 혁찬이네와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 곰순이. 보디가드 호피무늬 진돗개다. 시공사는 선배 건축주에게 묻고 선택 아마추어인 초보 건축주가 수많은 시공사 중 옥석을 골라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주변에 자신의 집을 지은 사람 중 건축업자와 멱살잡이는 기본, 소송 등 살인만 안 나면 다행이라 할 정도로 많은 분쟁을 겪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비단 건축업자가 나쁘다고 치부하기 보다는 건축업자와 건축주의 궁합이 안 맞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건축주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 쪽으로 유리하게 오판하고 그대로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한 다툼이기도 하고, 일부 건축업자의 경우 알면서도 건축주가 묻지 않았으니 얘기 안 해 준 것이라며 내빼어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실, 건축업자가 자선사업가는 아니니 어떻게 보면 자신에게 불리한 얘기를 먼저 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무턱대고 지으려고만 하지 말고, 꼼꼼하게 알아보고 천천히 준비할 것을 권한다. 또 좋은 방법으로는 이미 집을 지어 살고 있는 선배 건축주를 많이 만나보는 것이다. 현재 짓고 있는 집의 건축주에게 시공업체에 대해 묻는 건 쓸데없는 짓이다. 왜냐면 그 사람들도 신병훈련도 못 마친 나와 같은 수준이니까. 최소 완공하고 1년이 넘은 집의 주인을 만나 물어보는 것이 좋다. 날림 공사는 1~2년 지나면 곳곳에서 티가 나기 마련이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완공 후 A/S로 연락했을 때 잘 조치해주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내 경우에도 이미 입주해 살고 있는 건축주들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확신이 들었을 때 바로 계약했고, 착공에 돌입했다. 파고라, 연못, 그네, 해먹 등 야외에서 누릴 수 있는 재미거리가 마당 곳곳에 있다. 2층 천장고를 가진 단층 주택 나는 재산이라고는 적금은커녕 대출 5억뿐이다. 맨땅에 헤딩했다. 막연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가지고 있는 아파트 값이 폭락하는 바람에 팔지도 못한 상태에서, 여윳돈 한 푼 없이 짓기 마음 먹었는데, 그때 아내 말로는 무슨 배짱으로 집을 덜컥 짓느냐며 와이프 친구나 주변 동네 아줌마들이 놀랐다고 한다. 그래서 최대한 비용 낭비 없이, 그렇게 29.97평으로 지었다. 그리고 2층은 과감히 포기했다. 이미 다락이 있는 아파트 최상층에서 5년 가까이 살아본지라 다락이나 2층 구조가 얼마나 쓸데없는 짓인지 뼈저리게 알고 있기에 단층으로 지었다. 2층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로망이 있을 수 있지만, 귀찮아서 안 올라갈 것이라 생각했다. 대신 2층 높이로 천장고를 높였다. 덕분에 평수는 단층이라 넓게 빠지면서도 주변에 비해 초라해 보이는 단층의 궁색함이 없어진다. 30평을 2층으로 지으면 계단 등 쓸데없는 공간 손실이 많다. 되돌아보니 내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았다. 크고 높은 거실은 넓게 탁트인 개방감을 준다. 단점은 겨울에도 시원하다. 작정하고 난방하려면 난방비가 꽤나 나올 거다. 구조는 경량 목구조로 지었다. 철근콘크리트에 비해 벽 두께가 절반, 약 20㎝정도 밖에 안 되어 공간 손실이 적다. 목조주택이라는 재질 특성상 단열은 기본이고 시멘트 독 같은 걱정도 없다. 애들 아토피가 심해서 선택한 이유도 있는데 애들 아토피는 이사 온 뒤 몇 달 지나지 않아 다 나았다. 지금은 아예 아토피가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주택은 30평 미만의 천장고 높은 단층으로 지었다. 거실과 연결돼 있는 다락 공간은 아이들의 플레이룸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원일기 2 1m 높여 집짓기와 데크공사 전원주택에 살면 큰 창고가 필요하다. 시골집 같이 땅이 넓으면 마당 한 구석에 비닐하우스라도 길게 치면 되지만, 단지 내 전원주택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뭐하나 구질구질하게 지어 놓거나 널브러져 있으면 집 전체가 망가진다. 그래서 애초에 데크 아래공간을 창고로 써야겠다는 작전을 세웠다. 선룸에 다양한 운동기구를 설치해 이명종 씨 가족만의 홈짐이 탄생했다. 1m 높게 지은 뒤, 아래공간은 창고로 우리 집은 마당 지면보다 높여서 지었다. 즉, 기초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부터 1m 높게 기초를 만들고 그 위에 집을 지었다. 더 높게 하고 싶었지만 건축법상 1m 이상을 높이면 건축승인이 나지 않는다. 집짓기 전부터 데크 아래공간을 창고로 쓰겠다는 계획이 있었기에 그렇게 했다. 전원주택에 살면 큰 창고가 정말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목재, 철근, 비계 설치 파이프, PVC파이프 등 긴 자재들을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다. 결론적으로 대만족, 대성공이었다. 날씨와 관계없이 바비큐를 즐길 방법을 고심하다가 생각해낸 아이디어. 선룸 한쪽에 야외 테이블을 놓고, 연기가 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환기통을 설치했다. 주택 주변을 두른 데크 공사 집 완공 후 데크공사도 했다. 우리 집은 단층이다 보니 같은 30평이라고 해도 2층으로 지은 집 보다는 건물 테두리의 길이가 꽤 길다. 이 얘기는 데크를 깔아야 될 면적이 넓다는 뜻이다. 우리집 데크 면적은 꽤 넓다. 집의 4면 중 앞과 양 옆면(총 3개면)을 빙 두르다 보니 대충 계산해도 15평 정도가 나왔다. 평당 50만 원씩 계산해서 데크 비용만 750만 원정도 들었다. 그나마 집을 지었던 시공사에게 맡겨 저렴하게 완성할 수 있었다. 주택을 높여짓고, 하부 공간은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평소에는 데크로 만든 커버로 닫아놓고 사용해 깔끔하다. 전원일기 3 데크 방수 대작전 애당초 데크 아래를 창고로 쓰려고 계획한 나의 작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있었다. 바로 데크 방수다. 물론 데크 전문업체에 의뢰하면 방수작업까지도 해준다. 데크를 놓기 전에 합판을 깔고, 방수포 깔고, 여기에 합판을 또 깐 다음 데크를 두르면 깔끔하게 완벽 방수가 되는 데크가 된다. 이 정도 작업이 진행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남는 목재, 철재, 지저분한 여러 가지 안 쓰는 물건 보관 용도로 만드는 건데 그런 고액의 방수작업 비용을 쓸 것 같으면 그냥 필요할 때 목재, 철재 같은 자재를 때마다 사서 사용하는 게 돈이 덜 드는 셈일 거다. 데크 방수처리의 차선책 나홀로 방수할 수 있는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해 봤다. 정말 집 지을 때 했던 고민보다 데크방수에 들어간 노력이나 고민이 더 컸던 것 같다. 사실, 데크 설치 시 업체에 방수까지 해달라고 하려다 비용 듣고 바로 포기했다. 얇고 넓은 플라스틱 판이 있으면 그걸 먼저 깔고 그 위에 데크를 깔면 완벽한 방수가 되리라 생각하고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찾아낸 것이 ‘렉산’이라고도 불리는 PVC판이었다. 아크릴과 같이 투명하고 두께도 아주 얇은 것부터 두꺼운 것까지 종류가 여러 가지다. 각종 건물의 녹색 비 가림막 캐노피가 다 렉산이다. 렉산의 가장 큰 특징은 깨지지 않는다는 것. 유레카를 외쳤지만 곧 좌절했다. 렉산의 비용이 어마무시하다. 그래서 차선책을 찾아봤다. 롤렉산이라고 하여 가공되지 않은 렉산 원판을 그대로 판매하는 곳이 있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가격이 천차만별이므로 잘 비교해서 살 경우 거의 반값에도 살 수 있다. 하지만 포기했다. 가격 자체도 비싸고 그걸 화물로 배송시켜도 거의 100㎏이 넘는 롤렉산을 혼자 옮기기엔 불가능해 보여 현명하게 포기했다. 그러고나서 아무런 방수작업 없이 한동안 그냥 창고로 사용했다. 결과는 폭망. 비가 한번 오고 나니 그 아래 있던 자재들이 여지없이 젖어버렸다. 인조잔디로 초저렴 방수처리 완성 그러다 데크 위에 인조잔디를 깔아볼까 생각했다. 마당의 천연 잔디와 어우러져 미관상도 괜찮을 듯 싶었다. 결론적으로 최고의 아이디어였다. 15평 정도를 덮을만한 인조잔디는 롤의 형태로 큰 걸 사야한다. 이 또한 인터넷을 잘 뒤져봤더니 거의 반값에 살 수 있었다. 15평을 다 덮을 만큼의 양을 사는데 20만 원 채 안 들었다. 우선 데크 난간을 다 떼어내고 비닐하우스용 비닐을 두 겹 깔았다. 그리고 그 위에 저렴한 천막 원단을 사서 다시 한 겹 깔았다. 마지막으로 그 위에 인조잔디를 깔았다. 그러고 나서 데크 난간을 다시 설치해서 인조잔디를 고정시켰다. 효과는 최고다. 절대 비가 새지 않아 목재든 철재든 완벽하게 잘 보관하고 있다. 거기에 더불어 생각지 못했던 효과가 한 가지 더 있었다. 바로 데크 목재에 최소 1년에 한번 발라야하는 오일스테인을 바를 필요가 없어졌다. 전원주택 단지는 대개 의외로 햇빛을 가리는 장애물이 없기에 햇빛이 강하다. 다시 얘기하면 아무리 처음에 잘 만들어도 데크에 발라놓은 오일스테인이 금방 날아간다. 처음 만들 때야 업체에서 오일 스테인까지 깔끔하게 발라 블링블링하게 만들어주겠지만, 그 이후부터는 모두 건축주의 몫이다. 오일스테인 값도 비싸지만 일일이 바르느라 허리가 끊어진다. 하지만, 이렇게 인조잔디를 덮어버리니 고생할 일을 덜어낸 셈이 됐다. 전원일기 4 전원주택 실제 난방비 우리집은 난방을 LPG 가스로 한다. 가스회사에서 대형 가스통을 설치해주고 계량기에 체크된 만큼 청구하는 시스템이다. LPG다 보니 주방용 가스레인지도 다 같이 쓰고 있다. 가스 요금은 난방, 온수, 주방 가스비가 모두 포함돼 있다. 주택 난방은 LPG 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전에 살던 아파트보다 관리비가 1/3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파트 관리비 1/3 수준 LPG 가스로 난방하면 난방비 폭탄 맞는 거 아닌가 걱정하는 이들이 많고 전원주택 입주를 생각하는 이들 대부분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단독주택이라 난방비 많이 나오지 않아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년 지출 총액 기준으로는 아파트 관리비의 1/3도 안 나오고, 한겨울 가장 많이 나올 때가 10만 원 후 반~ 20만 원 초 반대다. 그것도 동절기 6개월 정도뿐이고 나머지 6개월은 소액 정도만 나온다. 이사오기 전 34평 아파트에 살 때는 관리비가 평소 20만원 대, 동절기에는 35~38만원 나왔었는데 그때 생각하면 지금 난방비는 엄청 저렴한 수준이다. 난방과 단열 효과 좋은 목조주택 참고로 우리 집은 목조주택인데 목조주택의 난방과 단열효율이 좋다고 한다. 콘크리트 주택의 경우에는 콘크리트 자체가 여름에는 달궈지고 겨울에는 얼어서 그 자체에서 계속 열기나 냉기를 방출하지만 목조주택은 그런 게 전혀 없이 그냥 차단해버린다. 철근콘크리트조, 목조 건축, 스틸 하우스 등 건축구조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살아보니 목조주택이 여러모로 만족스럽다. 전원일기 5 태양광패널 설치하기 요즘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에 태양광패널이 설치돼 있는 걸 보게 된다. 예비 전원주택 건축주들은 태양광패널을 설치하는 게 좋은지 아닌지 고민이 될 수 있다. 우리집은 2018년 7월 가정용 태양광패널 3kw짜리를 설치했다. 창고 위에 설치한 게 아니라 아래 태양광패널을 기둥을 세워서 높게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럼 튼튼한 아연각관 기둥 위에 태양광패널이 설치된다. 그런 다음 각관에 샌드위치 판넬만 붙이면 간이 창고로 쓸 수 있다. 주차장 지붕으로 쓰는 이들도 있다. 단, 문을 달면 건축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또, 지자체 마다 기준이 다르므로 반드시 확인해보길 바란다. 창고 크기를 짓는 데만 견적이 500~600만 원 정도 나왔는데, 우리 집은 완공된 태양광패널 밑에 샌드위치 판넬만 붙여 공사비로 150만 원만 지불하고 간이 창고를 덤으로 얻었다. 태양광패널은 7년 할부로 설치했다. 월 39,700원 X 84개월 = 약 3,334,800원. 태양광패널을 설치할지 말지를 고민할 때, 평소 내던 전기세와 태양광패널 설치 후의 전기세가 월 39,700원 이상 절감되면 설치할 가치가 있고, 39,700원보다 적게 절감되면 할 필요 없는 것이다. 내가 설치하고 전기세를 직접 내보니 매월 전기세가 거의 대부분 기본료 수준인 6,000~7,000원 대밖에 나오지 않는다. 작년 여름에 에어컨을 거의 밤이고 낮이고 틀다시피 했더니 7월, 8월에는 4만 원대가 나왔다. 참고로 우리 집은 2018년도에 333만 원주고 설치했는데, 2020년에 우리 동네 태양광 설치한 이웃들에게 물어보니 100만 원정도에 설치했다고. 2년 새 태양광패널 설치 지원 보조금이 늘어나서 실 설치비가 10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태양광패널 지원금은 국비지원과 지방비 지원 두 가지가 있다. 각 관할 지자체에 국비, 지방비 둘 다 지원받으려면 언제, 어떻게 설치해야하는지 알아보도록 한다. 때를 잘 맞춰서 둘 다 지원 받으면 엄청 싸게 설치할 수 있다. 태양광패널 아래 창고 안. 온갖 도구들을 보관하는 장소로 활용 중이다. 그밖에 마당 곳곳에서 펼쳐지는 일상들 그늘진 공간에 인삼 키우기 집 뒤쪽으로 일년내내 그늘이 지는 통로 공간이 아까워서 새싹인삼을 키워봤다. 올 1월 31일 파종했다. 씨앗을 하나씩 심으라고 하던데,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줄파종했더니 지금 바글바글하다. 1년은 그냥 이대로 키우고 겨울에 전부 뽑아서 다시 하나씩 모종으로 간격 맞춰 심을 계획이다. 집 뒤쪽에 1년 내내 그늘진 자리가 못내 아쉬웠는데, 그 자리에 새싹삼을 키우면 된다는 말에 바로 시도했고, 결과는 성공적이다. 닭을 위한 미니 텃밭 만들기 닭을 방사해서 키우면 좋겠지만 방사하면 천적의 공격 등으로 위험해서 어쩔 수 없이 막혀 있는 닭장에서 키운다. 신선한 풀을 계속 공급해 주기가 너무 귀찮아서 아이디어를 냈다. 닭의 모가지가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위치에 철제 망을 설치하고 그 안쪽으로 이파리가 자라면 뜯어먹을 수 있도록 미니 텃밭을 만들었다. 미니 텃밭에는 쑥갓, 상추, 민들레 등 온갖 씨앗을 다 심었다. 그리고 테스트로 무청 2개를 씨를 뿌려놓은 미니 텃밭에 꽂아두니 닭들이 이파리만 잘 쪼아 먹었다. 성공이다. 마당 한쪽에 닭들이 좋아하는 지렁이, 곤충 등을 키운다. 토양을 덮어주는 멀칭재배에 검은 비닐을 사용하면 잡초 제거와 수분 증발을 막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명종 씨는 양봉도 시도하고 있지만, 여왕벌 관리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비계 설치 파이프로 저렴하게 파고라 만들기 전원주택에 살면 가장 기본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파고라다. 하지만 비싸다. 집을 지으면서 손상돼 시공사에서 버리는 비계 설치 파이프를 얻어놓은 것이 있었다. 포도나무 그늘 아래 테이블을 놓고 커피 한잔 마시고, 포도, 키위, 다래 따 먹고, 아들내미랑 장기 한판 둘 수 있는 파고라가 갖고 싶었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 손상돼 버리려던 파이프를 얻어둔 것으로 파고라를 만들었다. 비계 설치 파이프는 철물점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포도나무 아래 앉아 아들내미와 장기 한판 두고 싶은 마음에 비계 설치 파이프로 직접 파고라를 만들었다.
-
- 뉴스/칼럼
- 전원칼럼
-
[HOUSE & PEOPLE] 보물창고 같은 전원생활 청주 혁찬이네 전원일기
-
-
[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 4
-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 4 집과 사람, 자연과 소통하는 집 세 가족 공동체 마을 2호집 차콜하우스 자연과 시각적, 공간적 연결을 고려하고 소통을 중요시한 주택이다. 외관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내부는 쓰임새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 인테리어는 자연소재를 사용해 한옥 스타일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글 사진 박창배 기자 취재협조 코비즈건축협동조합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 고양시 성사동 지역/지구 제1종일반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베라산취락), 과밀억제권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201.00㎡(60.80평) 건축면적 73.71㎡(22.30평) 건폐율 36.67% 연면적 136.17㎡(41.19평) 1층 66.51㎡((20.12평) 2층 69.66㎡(21.07평) 다락 32.40㎡(9.80평) 용적률 67.75% 설계기간 2019년 6월~2019년 12월 공사기간 2019년 12월~2020년 6월 설계 및 시공 코비즈건축협동조합 070-4895-6028 건축비용 총 3억 2800만 원(3.3㎡ 당 800만 원) 토목공사 비용 1300만 원 토목공사 유형 옹벽, 침목, 성토, 투수블록, 조경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징크(컬러강판)(한성하우징) 벽 - 스토(지정색)(Sto Korea) 데크 - 방킬라이, 합성 내부마감 천장 - 코르크, 석고보드 벽 - 석고보드, 코르크 바닥 - 원목마루, 코르크마루(이건마루) 계단실 디딤판 - 오크(자체제작) 난간 - 평철 단열재 지붕 - 그라스울 보온판(가등급) 외단열 - 비드법보온판2종1호(가등급) 창호 알루미늄시스템창(이건창호) 현관 탄화목(자체 제작) 조명 LED등, 간접 및 매입등(아인산업) 주방기구 상판 오크 원목(주문제작) 위생기구 대림바스 난방기구 귀뚜라미 가스보일러 세 가족 공동체 마을 2호집 건축주인 베짱이와 꽃잔디 부부. 이들은 2006년 충남 서천에 위치한 산너울마을이라는 생태전원마을 프로젝트에서 만났다. 당시 아내 꽃잔디는 조경담당 과장이었고, 남편 베짱이는 토목건축팀 과장이었다. 둘은 마인드가 통하고 삶과 주거에 대한 방향이 비슷하다 보니 대화가 잘 통했고, 연인으로 발전하고 결혼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생태전원마을 조성 프로젝트 공사기간은 거의 2년 정도였어요. 당시 저희 회사는 주택 설계, 시공, 컨설팅까지 진행한 회사로 시공이라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공동체, 관계, 생태, 순환 등 소프웨어적인 부분까지 관리하는 회사였죠. 그때 도시라는 공간에서 각자 나이, 직업, 성별, 가족관계 수 등 정말 다양하지만 공동체라는 큰 틀과 생태라는 철학을 선택하는 용기를 보면서 저희도 마음이 통하는 분들과 전원에 집짓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둘은 결혼 후 일과 생활 때문에 도심에 정착할 수밖에 없었지만 첫째 아들을 낳고 어린이집 다닐 즈음 아내는 일반적인 교육과정보다 공동육아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세 가족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현관. 내부는 자연소재를 사용한 한옥 스타일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거실부터 식사공간 주방까지 탁 트여 한 눈에 들어온다. 거실은 아이들 놀이터 겸 모임장소로 사용하는 다용도 공간이다. 거실에서 본 명상방 입구. 명상방은 한옥 스타일로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끌어당김의 법칙 ‘끌어당김의 법칙’이 통했던 걸까. 베짱이와 꽃잔디는 세 가족과 공동육아를 하면서 살아온 환경은 서로 다르지만 특별한 만남이었다고 한다. “서로 닮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어요. 작게는 친환경 먹을거리부터 크게는 삶의 목표 등 공감대가 통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공동체 삶을 꾸려나가다 보니 갈등도 있고 서운한 일이 생기기도 했지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죠. 이웃사촌으로 10년을 생활하다 보니 가족 같은 마음이 들어 함께 공동체 마을까지 만들게 됐어요.” 코비즈협동조합의 일원인 베짱이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프로젝트 현장소장을 자처했다. 집을 짓기 보다는 관계를 짓는다는 마음이었다. 최소 3년 하자보증은 기본이고 30년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을 짓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부지는 있는 그대로의 모양을 최대로 살리고 싶었다. 땅 구입 후 구옥을 철거하고 땅이 원래 생긴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자고 세 가족과 코비즈 설계팀에 제안했다. 지붕은 오랜 시공경험으로 터득한 경사지붕을 권유했다. 방수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또 경사 지붕에 맞게 내부에 다락을 만들면 아이들이 커가면서 좋은 추억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세 가족과 코비즈도 베짱이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주방은 후정으로 시선과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주방은 주부의 작업 공간이기도 하다. 1층 계단실은 거실, 주방에 있는 부모와 계단을 오르내리는 아이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연결돼 있다. 사람과 자연과 소통하는 집 베짱이와 꽃잔디는 주택 설계할 때 자연과 시각적, 공간적 연결을 중요시했다. 비 오는 날 빗소리 듣고, 바람 좋은 날엔 차를 마시며 쉼을 누릴 수 있는 야외 공간과 주방 옆 식사 공간 앞에 데크를 설치해 날씨 좋은 날에는 야외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계획했다. 외관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내부는 실용적이고 쓰임새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 인테리어는 자연소재를 사용한 한옥 스타일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내외 공간 배치는 주부의 짧고 편리한 동선을 고려하고, 공간마다 수납장을 짜넣어 여백의 미를 강조했다. 거실, 식사 공간, 주방은 한 동선으로 탁 트이고 넓다. 거실은 소파 등 최소한의 가구를 배치해 아이들의 놀이터이가 되기도 하고 손님맞이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다용도 공간이다. 주방은 식사 겸 주부의 작업 공간으로 계획하고, 식사 공간(큰창), 데크, 후정(프라이빗 정원)으로 시선과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2층 가족실과 안방, 다락이 보인다. 가족실은 아이들 놀이공간으로 이용하다가 필요 시 방으로 사용할 수 있다. 2층 안방. 2층 계단실은 거실, 주방에 있는 부모와 계단을 오르내리는 아이들이 소통하기 쉬운 구조로 연결돼 있다. 또 계단 높이를 낮게 하고 디딤판을 넓게 해 어린 아이들이 오르내리기 편하게 고려했다. 아이들이 자라 가족 수의 변화를 고려해 유용한 공간 구조를 계획한 점도 돋보인다. 2층 중간에 가족실을 두어 그림그리기와 놀이공간으로 이용하다가 필요 시 방으로 사용하고, 아이들이 독립해서 나가면 가족실이나 부모의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손님이 올 경우를 고려해 편리한 동선에 변기와 작은 세면기를 욕실과 분리해 설치했다. 아이들의 비밀 공간인 다락. 아이들 자유롭게 노는 모습에 만족 집 짓고 사는 모습을 보고 주위 사람들은 부러워하지만, 부부는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부터 이웃과의 관계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등 할 일이 많고 아직 공사가 끝난 게 아니라는 것. “집 짓는 게 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살면서 가꾸고 만들어나가야 할 게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공유 마당 가꾸는 것도 최소한 1년을 지켜보면서 우리 부지에 맞는 것들을 5년 10년 30년을 내다보고 심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녀도 일단 층간소음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다고 한다. “우리 자녀들이 마음 놓고 집 안팎에서 뛰어놀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고, 그 모습을 보면 집짓기를 잘했고 보람을 찾는 것 같습니다.” 1호집 밀크하우스와 나란히 자리한 2호집 블랙하우스. 색상대비 효과로 뚜렷해 보인다. 주방과 이어진 데크. 날씨 좋은 날에는 야외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계획했다.
-
- 뉴스/칼럼
- 전원칼럼
-
[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 4
-
-
[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3
-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3 진짜 집짓기는 지금부터 세 가족 1호집 밀크하우스 ‘포비와 스머프’, ‘베짱이와 꽃잔디’, ‘바람개비와 막대기’가 함께 일구고 있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세 집이 나란히 지은 데다 외벽 색깔이 다 다르다보니 1호집은 하얀 집, 2호집은 검은 집, 3호집은 녹색 집으로 불린다. 동네 아이들은 1호집 외벽 색깔이 하얗고 모양이 우유갑을 닮았다고 ‘밀크하우스’라고 부른다. 글 사진 박창배 기자 | 취재협조 코비즈건축협동조합 ※고양시 성사동 ‘세가족 마을’은 공동육아를 하던 이웃끼리 뜻을 모아 만든 작은 마을이다. 본지는 2020년 9월호부터 5회에 걸쳐 ‘마을 만들기’, ‘마을 내 세 가족 집짓기 과정’을 순차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도 고양시 성사동 지역/지구 제1종 일반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베라산취락)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201.00㎡(60.80평) 건축면적 73.44㎡(22.21평) 건폐율 36.54% 연면적 126.32㎡(38.21평) 1층 66.47㎡(20.11평) 2층 59.85㎡(18.10평) 용적률 62.85% 설계기간 2019년 6월~12월 공사기간 2019년 12월~2020년 6월 토목공사비용 1300만 원 토목공사유형 옹벽, 침목, 성토, 투수블록, 조경 건축비용 560만 원(3.3㎡ 당) 설계 및 시공 코비즈건축협동조합 070-4895-6028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아스팔트 이중슁글(하성하우징) 벽 - 스타코플랙스(Sto Korea) 데크 - 합성데크 내부마감 천장 - 석고보드 벽 - 석고보드 바닥 - 데코타일 계단실 디딤판 - 원목(애쉬) 난간 - 평철 핸드레일 단열재 지붕 - 글라스울 보온판(가급) 외단열 - 비드법 보온판 2종 1호(가등급) 창호 PVC 250 이중창(이건창호) 현관 탄화목 마감(자체 제작) 조명 라디룸 주방기구 soso design 위생기구 대림바스 난방기구 가스보일러(귀뚜라미) 배치도 “하늘과 산을 가리는 높은 건물을 싫어하고, 번잡스러운 것을 싫어하고 자연과 가까운 삶, 계절과 날씨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삶을 원했어요. 시골로 가지 않는 이상 그런 땅은 그린벨트일 수밖에 없었지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1호집인 포비와 스머프 가족. 이들은 집을 짓기 전에도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살고 있었다. 부부는 아이가 자연과 가까이하며 자라고 마당에서 반려견을 키우고자했는데, 운 좋게 그린벨트 내 단독주택을 찾아 전세로 8년째 살고 있었다. 하지만 포비(남편)는 자신들만의 집을 짓고 싶었다. 가까운 지인이 집을 짓는 것을 보면서 그 마음이 더욱 커졌고 호시탐탐 기회를 모색하던 중 마음 맞는 이웃을 만났다고. “남편은 집을 짓는 과정 자체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어서 매력적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싫다고 버티고 버텼지만 남편의 고집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웃들의 설득으로 결국 백기를 들었어요.” 내부는 거실-패밀리룸-다이닝룸-주방-다용도실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계단은 동네 아이들이 만화책을 보는 곳이기도 한다. 현관에 들어서면 한 면을 가득채운 책장과 우드슬랩테이블이 시선을 압도한다. 동선에 따라 순환하는 구조 포비와 스머프는 시간적, 재정적 여력이 넉넉하지 않다보니 외관에 대해서는 특별히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고 한다. 다만 지붕은 방수 면에서 우수하고 따뜻하고 빨간머리앤의 그린게이블처럼 전통적인 박공지붕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땅의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소박한 느낌을 주는 박공지붕이 나왔지만 이에 만족해한다. 내부 디자인은 1, 2층 모두 계단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것이 특징이다. 거실과 패밀리룸, 다이닝룸과 주방, 다용도실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도 살짝 비틀어지면서 공간이 자연스럽게 분리된다. 건축주 부부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설계는 아니어서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살아보니 매우 실용적이라고. “거실에서 주방 싱크대가 잘 보이지 않으니까 설거지가 좀 쌓여 있어도 괜찮거든요(웃음). 동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도 공간이 나누어지고, 나누어지면서도 벽이나 문으로 막혀 있지 않아 답답하지 않아요. 개방감이 있으면서도 공간마다 아늑한 느낌을 줍니다.” 거실과 이어진 가족실. 커튼으로 공간을 나눌 수도 있고 분리할 수도 있다.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책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북카페 느낌이 연출됐다. 식당과 주방. 식탁 앞 고정창으로 뒷집 정원과 텃밭, 산의 풍경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집짓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 인테리어도 특별한 콘셉트를 설정하지 않았다. 재정적 여력도 없었지만 그럴 필요성도 못 느꼈다는 것. 그냥 자신들이 가진 자원인 땅의 모양과 주변 풍경, 예산과 시간의 범위 안에서 삶을 가장 자연스럽고 편한 방식으로 담아낼 그릇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거실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한 면을 책장으로 가득채운 부분과 한 가운데 자리한 우드슬랩테이블이다. 마치 도서관 같기도 하고 북카페 같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여기서 책도 보기도 하지만 일도 하고, 딸아이는 공부를 하고, 손님이 많이 올 때는 식탁이 되기도 한다. 한쪽 구석에 자리한 주방은 막힌 것처럼 보이지만 현관과 연결돼 있고 뒷마당과도 통해 동선이 자유롭고 편리하다. 내부는 1, 2층 모두 계단을 중심으로 순환하도록 계획했다. 2층 복도. 1, 2층 계단에 보이드 공간을 둠으로써 개방감을 한결 강조했다. 부부 침실. 답답하지 않게 문을 달지 않았고, 가림막 역할을 하는 책장을 두었다. 부부는 막히고 답답한 것을 싫어해서 1, 2층 계단에 보이드 공간을 두었다. 뒷집 정원과 텃밭, 산의 풍경이 시원하게 보이는 식탁 앞에는 커다란 고정창을 설치했다.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고정창 앞에 앉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단다. 책이 많고, 고정창도 많고, 조명이 많아서 그런지 집에 놀러오는 친구들이 “북카페 아니냐”고 묻곤 한다고. 부부 침실에서 본 모습. 좌측 딸 방과 정면으로 작업실이 보인다. 입구에서 본 정면. 동네 아이들은 이 모습을 보고 우유갑을 닮았다며 밀크하우스로 부른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 집에 오는 손님 중에는 예전 집과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어쩌면 하드웨어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 단독주택에 살아서 그런지 외형적으로는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우리는 예산 때문에 마무리를 못했던 것이 많아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고, 하나씩 장만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어요. 진짜 집짓기가 시작된 거죠.” ‘포비와 스머프’,‘베짱이와 꽃잔디’,‘바람개비와 막대기’가 함께 일구고 있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전경.
-
- 뉴스/칼럼
- 전원칼럼
-
[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3
-
-
[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2
-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2 3개월이 30년 같았던 세 가족 집짓기 공동체 마을을 만들기로 한 ‘포비와 스머프’, ‘베짱이와 꽃잔듸’, ‘바람개비와 막대기’ 세 가족. 이들은 일을 추진할 때 만장일치를 규칙으로 하고 있다. 어느 누가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 설득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소소한 일이라도 모두가 마음에서 동할 때 함께 일을 추진한다. 세 가족이 함께 진행한 땅 구입부터 집짓기 과정을 소개한다. 글 사진 박창배 기자 | 자료제공 세 가족과 코비즈협동조합 배치도 5차 스케치배치도 6차 스케치 공동육아로 만난 세 가족은 또래 자녀들이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학부모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학부모 모임들 중 가까운 지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단독주택을 짓는 것을 보자, 이들도 부러운 마음에 자기들만의 집과 공동체 마을을 만들기로 했다. 입지는 자녀들이 걸어서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대곡초등학교가 자리한 고양시 대장동 인근을 알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대장동 주변은 땅값이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곡초등학교 교사인 바람개비가 차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로 하고 지역을 확장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구옥이 있는 부지 모습 구옥을 철거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부지 모습 2017년 겨울, 스머프와 바람개비가 마음에 드는 땅을 발견하고는 건축업에 종사하고 있는 베짱이에게 집을 지을 수 있겠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다. 베짱이 역시 바로 추진하자고 했다. 세 가족은 들뜬 마음으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방문했다. 하지만 맥 빠진 답변이 돌아왔다. 팔 수 없는 땅이라는 것.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는 것이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베짱이는 그 땅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고 한다. “사실 부지를 본 첫 느낌은 너무 초라해 보였어요. 귀신 나올 것 같은 오래된 구옥이 있는 허름한 곳이었거든요. 구옥이 없다는 상상을 하자 마음에 들었고, 규모와 가격 면에서 이만한 땅을 찾기란 어려울 것 같았어요.” 세 가족 공동체 마을의 모형 007 작전 방불케 한 땅 구입 겨울이 지나고 이듬해 봄에 베짱이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들러봤다. 그러자 근저당 설정이 풀려 이제는 팔 수 있다고 했고, 세 가족은 긴급회의 후 바로 구입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막상 땅 구입을 위해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방문하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세금체납 건으로 10평 남짓한 땅 진입로가 압류돼 있는 것이다. 세 가족은 아쉽지만 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아이들 학교와 15분 거리밖에 안 되는 위치며 자금에 맞는 땅 규모며 마음에 드는 곳이어서 놓치기 싫었다. 여러 곳을 알아봤지만 이와 같은 부지를 찾기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세 가족은 부지 진입로 압류 건을 직접 해결하고 땅을 구입하기로 했다. 체납된 세금을 지주 대신 입금해주고 압류가 풀리는 즉시 땅 계약을 마무리 짓기로 한 것이다. 역할을 나눴다. 1명은 세무소에서 토지 압류 건 문제를 해결하고, 1명은 공인중개사무소에 대기하고 있다가 압류 건이 해결됐다는 소식이 들어오면 땅 값을 지급하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1명은 법무사와 계약사항과 등기소에서 압류 건을 확인하기로 했다. 수시로 휴대폰으로 진행 상황에 대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식으로 세 가족은 2018년 봄에 고양시 성사동 땅 210평을 평당 400만원에 구입했다. 이웃주민들은 “이곳에 빌라를 지으려고 이미 여러 업체에서 땅을 보고 갔고, 땅 모양도 안 좋고 진입로가 너무 좁다며 다들 포기하고 돌아갔는데, 도대체 뭔 생각으로 이 땅을 샀느냐”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진입로가 좁다보니 공사차량으로 인한 민원발생으로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세 가족은 가슴을 졸여야 했다. 세 가족은 2020년 3월 15일 일요일에 집을 지어주는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표하고 같이 살 이웃들에게 화합을 청하는 고사를 지냈다. 세 가족 모두 허탈했던 땅 배분 땅 구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지만, 세 가족이 공동명의로 구입한 땅을 3등분으로 분할해야 했다. 협소한 땅을 3등분으로 분할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배분하는 게 더 큰 난관이었다. 모두가 원하는 땅을 배분받기를 바라는 게 당연지사.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원하지 않는 땅이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땅 배분 방식을 놓고 여러 의견이 나왔다. 그중 두 가지 방식으로 압축됐다. 하나는 제비뽑기였고, 또 하나는 1, 2, 3지번 중 원하는 땅과 원하지 않는 땅을 선택하고 그에 대한 이유를 각각 적어보기로 했다. 그런 다음 이유가 가장 설득력 있다고 생각되는 가족에게 해당 땅을 배분하는 방식이었다. 두 번째 방식으로는 도무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제비뽑기 방식으로 선택하기로 했다. 원하지 않는 땅을 뽑더라도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토목공사와 조경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세 가족이 공동으로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제비뽑기하는 날, 세 가족 모두가 가슴을 졸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너무나 허탈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원하던 땅이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제비뽑기 후 세 가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어뜨린 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땅 배분이 끝나고 나서는 설계에 들어갔다. 땅의 크기가 210평 정도이고 진입로와 도로부지를 제외하면 200평, 세 집으로 나누면 65~68평이 나왔다. 건폐율과 용적률을 적용하면 바닥 평수는 20평대, 전체평수는 40평 전후의 2층집 모양이 그려졌다. 집과 집 사이의 경계를 나누지 않고 마당을 함께 공유하기로 했다. 대지 모양도 반듯한 모양이 아니기에 3등분하면서 자연스럽게 모서리 쪽 자투리 공간들이 생겼다. 설계는 2018년 봄부터 가을까지 5개월 정도 걸렸다. 설계하는 동안 세 가족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전원주택 전문 잡지를 보며 스크랩하고 부부간에 상의하고, 자녀들과 상의하고, 또 세 가족 간에 정보를 공유하며 상의하는 등 시간가는 줄 몰랐다는 것. 하지만 시공에 들어가면서 다시 험난한 여정이 시작됐다. 세 가족 공동체 마을은 베라산을 등지고 도심 속 작은 마을의 맨 끝 쪽에 자리한다. 원주민과의 마찰과 비교하는 마음 가장 큰 문제는 원주민과의 마찰이었다. 여기저기서 민원이 들어왔다. 앞으로 마을에서 함께 살아갈 이웃이기도 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불편한 관계가 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원주민과 공사차량이 이동하는 동선에 있는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양해를 구했다. 식사대접을 하기도 하고 과일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공사가 끝날 때까지 늘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는데, 공사가 진행되는 3개월이 꼭 30년 같았을 정도라고 한다. 그나마 세 가족이 함께 하다 보니 다행이었다. 원주민과 민원 대응도 세 가족이 역할을 나눠서 맡았다. 만일 혼자 감당해야 했다면 포기했을 것 같다고 한다. 세 가족이 함께 해서 좋은 것도 있지만 안 좋은 점도 있었다. 옆집과 비교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힘들었다는 것. “안 그러려고 해도 세 집을 동시에 짓다보니 비교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우리는 못하는데 옆집에서 하는 것을 볼 때 부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죠.” 건축에 종사하는 이들이 하는 말 중에 ‘친한 사람 집짓기’, ‘내 집 짓기’ 그리고 ‘그곳에 함께 사는 것’이 세 가지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에 대한 애로사항도 있었다고 한다. “함께 살 사람이 시공을 맡다보니 시공자도 저희도 애로사항이 컸던 것 같습니다. 가깝게 지내왔고 앞으로 함께 살아갈 이웃사촌이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했고요. 그리고 시공자 입장에서 뱉은 말도 애초에 모르던 사람이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텐데 가까운 사람이어서 그런지 왠지 서운한 감정이 들었어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현장소장을 맡은 베짱이도 공사를 진행하면서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한 것 같다고 토로한다. “이웃으로 만나 관계를 유지하는 거와 클라이언트 관계는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어요. 건축주들과 형님 동생하면서 아주 가깝게 지냈는데 공사를 진행하면서 서먹서먹해졌어요. 이웃사촌의 집이고, 직접 살 집이다 보니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려다 보니 부담감을 주면서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시공하는 입장에서 아내도 클라이언트 중 1명이었고, 아내한테도 많이 힘들게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에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세 가족의 집짓기는 2019년 겨울에 첫 삽을 뜨고 2020년 여름에 완공을 보았다. 갈등도 있고,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서로간의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좋은 공동체 마을을 가꾸어나가겠다는 게 세 가족의 소박한 희망이다. <공사 과정> 01 부지 내 외부 옹벽 터파기 02 옹벽 기초 버림 타설 03 옹벽 거푸집 해체 및 3호집 1층 주차장 기초 철근 배근 04 1, 2호집 기초 철근 배근. 3호집 2층 바닥 거푸집 설치 05 1, 2호집 기초타설 및 양생 중. 3호집 2층 바닥 철근 배근 완료 06 경량 목구조 자재 반입 07 1, 2, 3호 외부 단열재 및 지붕 서까래 및 방수시트 완료 08 1, 2, 3호집 철근콘크리트 공사 완료. 내·외부 거푸집 해체 09 1, 2, 3호집 지붕 공사 전경. 1호집은 아스팔트 이중그림자 슁글, 2, 3호집은 징크로 시공하고 있다.
-
- 뉴스/칼럼
- 전원칼럼
-
[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2
-
-
[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1
-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1 공동육아로 뭉친 세 가족과의 특별한 만남 고양시에 있는 ‘성사동 세가족’ 마을. 이들은 10년 전 이웃으로 만나 공동육아를 하며 살다가 자기들만의 공동체마을을 만들었다. 공동체마을을 통해 삶과 이웃, 자연이 교집합 하는 공간을 만들어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살기 위해서다. 그 과정이 수월하지 않았다. 특별한 인연, 코비즈건축협동조합과 만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글 백홍기 기자 | 자료협조 코비즈건축협동조합 070-4895-6028 www.cobees.net 10년 전 이웃으로 만나 공동육아를 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고양시에 작은 ‘성사동 세가족’ 공동체 마을을 만든 이들은 ‘포비와 스머프’, ‘바람개비와 막대기’, ‘베짱이와 꽃잔듸’라는 애칭을 사용한다.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통용되는 애칭이다. ‘○○네 엄마, 아빠’, ‘아저씨, 아줌마’호칭은 거리감이 있어 위계를 없애고 편하게 생활하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공동육아는 나눔이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협력해 어려움을 나누는 것이다. 때론 그 과정에서 이웃과 가족애가 쌓이기도 한다. 세 가족이 모여 자기들만의 공동체마을을 만들기로 한 것도 지난 10년간 쌓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존 주거 형태는 스머프네만 마당이 있는 오래된 단독주택에서 생활하고 바람개비와 꽃잔듸네는 전형적인 빌라에 살았다. 세 가족은 집이라는 형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조금 더 편리하고 변해가는 생활 패턴을 담아낼 공간과 울타리 없이 편하게 자기 집처럼 왕래하며 함께 모이고 웃음이 넘치는 따뜻한 공간을 원했다. 건축전문가를 만나 그들만의 새로운 공동체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쯤 코비즈건축협동조합(이하 코비즈)과 인연이 시작됐다. 코비즈는 좋은 집을 짓기 위해 뭉친 사람들이다. <배치도 1차 스케치> <배치도 4차 스케치>‘성사동 세가족’ 마을 배치도 스케치 단독주택을 계획할 때 앞마당이 넓은 것을 선호하지만, 여러 해를 지나고 나면 넓은 뒷마당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성사동 세가족’은 모두에게 드러나는 정원이 아닌 세 가족을 위한 후원 같은 넓은 뒷마당을 제안했다. 하지만, 가운데 집 형태가 길어져 익숙하지 않은 평면과 배치 때문에 여러 다른 의견이 나왔다. 정원을 어디에서 바라보는가에 대한 의견 차이도 있었다. 최종 배치는 뒷마당을 없애고 주택이 앞마당을 감싸는 형태가 됐다 특별한 사람들의 만남 2013년 3월, 건축 관련 일을 하는 몇몇이 카페에서 좋은 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의기투합했다. 코비즈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코비즈건축협동조합을 설립하고 7년간 6개 단지 공동체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해 주택 70여 채를 짓고, 복합시설 프로젝트 3개를 완공했다. 정상오 조합이사장(건축시공기술사)은 ‘함께 사는 좋은 집’을 만들겠다는 공감대로 뭉친 건축 관련 전문가 단체라고 소개했다. “코비즈는 타일공, 목수, 정원사, 페인트공, 조적공, 미장공, 거푸집 기술자, 시공을 조율하고 이끌어가는 현장소장, 설계하는 디자이너들 등이 모인 건축 집단입니다. 제도에 의한 분리보다 진심으로 건축을 걱정하고 건축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건축인, 건축가라 할 수 있습니다. 코비즈는 그러한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따로 일하는 게 아니라 함께 나누고 일해야 좋은 결과물을 얻습니다. 마치 합창과 같습니다. 개체가 아닌 협력을 통해 완전한 조화를 이루어 내는 것입니다.” 코비즈에선 집이 아닌 ‘코하우징’을 짓는다고 한다. 함께 사는 주택을 말한다. ‘함께’라는 의미는 아파트 공동주택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주택 ‘구성’과 함께 모여 사는 사람들의 ‘수’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구성과 수라는 것은 우리 개개인이 상대하는 즉, 친밀도를 유지하는 구성과 수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코하우징은 한 사람 또는 한 가족이 이웃을 이루며 서로 친한 관계를 유지하는 적정한 규모의 작은 마을 단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사동 세가족’마을 스케치 과정 설계를 진행하기 위해 전체 의논을 나누며 1차 스케치한다. 스케치한 결과는 설계에 바로 반영하지 않고 여러 의논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공간을 찾고 아이디어를 반영하며 새롭게 스케치한다. ‘성사동 세가족’은 스케치를 네 차례 거쳐 원하는 공간을 찾았다. <배짱이와 꽃잔듸네 1차 스케치> <배짱이와 꽃잔듸네 4차 스케치> <막대기와 바람개비네 1차 스케치> <막대기와 바람개비네 4차 스케치> <막대기와 바람개비네 입면 스케치> <스머프와 포비네 1차 스케치> <스머프와 포비네 4차 스케치> 집은 빵이다! 코비즈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기간이 다소 길다. 그 시간을 정 조합이사장은 ‘발효 과정’이라고 한다. “밀가루 반죽으로 바로 빵을 만들어도 되지만, 더욱 좋은 식감과 풍미를 갖추기 위해 발효를 거칩니다.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죠. 도면을 자주 들여다보면서 가족들과 끊임없이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 깊이 이해하고 집에 대한 애정도 더욱 커지죠.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면 안 보이던 게 보입니다.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죠. 그래서 급하게 진행하면, 좋은 집을 완성하기 어렵습니다. ‘생각의 발효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공도 마찬가지입니다. 설계에서 충분히 검토한 이야기를 그대로 적용하려면 꼼꼼한 시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현장 기술자들도 더 좋은 방법을 찾으려고 함께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면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시공이 길어지면, 그만큼 비용이 올라간다. 건축주 입장에선 고민일 수밖에 없지만, 비용이라는 부담을 뛰어넘어 코비즈를 선택한 이유는 그들이 집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단적인 예로, 코비즈가 진행하는 현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의논하는 모습은 새롭지 않다. 공간 활용성, 효율적인 배선과 배관 배치, 사용자 편의성 등 조금이라도 개선점이 필요하거나 더 좋은 방식이 있을 거 같으면, 해당 기술자가 즉석에서 스케치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다 모여 열띤 토론을 진행한다. 그래서 늘 현장은 토론장으로 변하고 벽과 바닥은 캔버스가 된다. 건축주는 물론 건축에 참여한 건축가 모두 즐겁고 행복해야 좋은 집을 완성할 수 있다고 한다. 모형도 현장답사와 스케치 단계를 거친 후 모형도를 만들었다. 실내 인테리어 코비즈는 수평·수직으로 공간이 막히지 않고 산책로 같이 열린 공간을 선호한다. 햇살 가득한 툇마루와 모호한 내·외부 경계를 형성하는 한옥과 같은 공간이다. 큰 세상 향한 작은 마을 코비즈cobees 이름은 함께라는 ‘co’와 꿀벌 ‘bees’를 더해 ‘함께 일하는 꿀벌들처럼’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협력을 통해 집을 짓는 생명체 가운데 가장 집을 잘 짓고 자연에 좋은 일을 하는 건 벌입니다. 코비즈는 우리와 이웃, 세상에 좋은 건축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집과 마을, 도시를 스스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건축주를 포함해 집이라는 공간을 형성하는데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건축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공간을 두고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한다. 돈을 버는 공간, 놀이나 휴식, 취미를 위한 공간 등 목적과 욕망에 따라 공간은 다양한 형태로 쓰임을 갖는다. 코비즈는 이러한 공간을 통해 이로운 사회를 만들려고 한다. 그 과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가족이 머무는 집을 통해 자연과 이웃을 연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웃이 모여 작은 마을을 형성하고 마을은 아이들의 학교가 된다. 학교는 다시 아이와 마을사람들의 정원이 되는 행복한 ‘마을학교정원’이라는 개념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들은 꿈같은 이야기를 재현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성사동 세 가족은 코비즈와 인연이 아니었다면 공동체마을 프로젝트가 불가능했을 거라고 한다. 작은 땅에 각각의 요구 조건에 맞춰 공동체마을을 만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만큼 건축 환경은 까다로웠고 다양한 이견을 조율하기 어려웠다. 현장 스케치 공사를 시작하면 현장은 모든 기준이 된다. 사무실에서 그린 도면은 현장에서 현실이 되기 때문에 현장 소장과 현장 기술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늘 토론의 결과가 좋은 건 같은 마음과 뜻으로 모여 오랜 기간 함께해왔기 때문이다. 단열·기밀·구조·디테일 마감 건물을 잘 짓는 건 기본이다. 단열과 기밀, 구조 디테일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간단하게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기본에 충실 한다는 것은 타협이 아닌 원칙을 지키는 것이고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비즈가 집이라는 공간을 만들며 늘 중심에 둔 단어는 ‘생활’이고 생활이라는 행위가 일어나는 ‘장소’에 집중한다. 그래서 코비즈는 ‘성사동 세가족’ 마을을 각각의 집을 전체 가운데 한 개체로 보고 ‘생활하는 장소’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다 보니 이해 차이는 있지만, 충분한 시간을 거쳐 함께 하나씩 해결해냈다. 세 가족도 그들이 바라던 ‘생활’과 지향점이 같았다. 코비즈에서 세 집을 구성하고 공간을 연결하는 데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가 ‘따로 또 같이’다. 그 과정도 수월하진 않았다. 세 집, 세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호에 소개한다. 외부 진입로에서 주차장을 지나면 넓은 마당에서 각 주택으로 연결된다. 마당 배치는 볕이 잘 들고 함께 지내기 편한 구성이라 모두 좋아했다.
-
- 뉴스/칼럼
- 전원칼럼
-
[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1
뉴스/칼럼
-
-
『촌사람으로 사는 즐거움』의 작가 유승도를 만나다
- 오래도록 마음의 문을 닫고 세상을 멀리하며 나는 살아왔다. 아침이야 아침이야 네가 햇살보다 먼저 찾아와 창문 앞에서 나를 불러 아침을 안겨주었듯 저기 저 산, 네가 사는 숲에 들어가 나도 너의 둥지 옆에서 너의 이름을 불러, 막 잠에서 깬 너의 눈이 나를 보는 것을 보고 싶다. 그때 너는 놀라며 나의 이름을 부르겠지…승도야 유승도 중에서 서울에서 4시간 반을 달려 영월읍에 도착해 전화를 넣다. 여기가 지금 어딘데, 이제 어느 쪽으로 가느냐고 물었더니 고씨동굴 지나서 옥동리로 들어오세요, 한다. 서울에서 4시간 반을 달려 영월읍에 도착헤 영월읍에서 15km를 더 가 옥동리에 들어와 다시 전화를 넣다. 옥동리에 왔는데 이제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더니 면사무소 지나서 고개 넘지 말고 만경사 길로 곧장 올라오세요, 한다. 마을 하나 지나쳐서 산으로 접어들면 좌측으로 샛길이 하나 나오는데, 그 쪽으로 들어와 언덕 위 첫 집이란다. 옥동 온거면 이제 다 왔어요, 마지막 말에 뛸 뜻이 기뻐 달달거리는 늙은 자동차를 모시고(?) 마을을 지나 샛길로 들어서 언덕을 찾기까지 30여 분을 헤매며 해발 600미터를 올라 도착한 곳,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그가 거친 풀 속에서 불쑥 걸어나왔다. 먼길 오느라 고생했다며 성큼 성큼 앞장서 걷는 그의 어깨 위로 지는 여름, 정오의 햇빛이 뾰족하게 걸려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된 또 다른 길, 귀농 강원도 영월 예밀2리에 사는 유승도는 농사꾼이자 시인이다. 98년 100일 된 아들과 아내를 앞세워 버려지다시피 한 농가를 사서 이곳으로 내려온 지 벌써 6년 째, 그동안 글도 쓰고 책도 내고, 고추농사, 배추농사, 포도농사에 자식농사까지, 벌여 놓은 일만해도 산더미다. 원래 고향은 충남 서산이지만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고 물 흐르는 대로 따라온 곳이 강원도 정선을 거쳐 지금의 소백산맥 자락이다. 메아리도 부딪혀 떨어질 것 같은 넓고 깊은 계곡과 이른 아침부터 올라온 안개 탓에 어스름이 보이는 삼봉산과 방미산이 두 세 뼘 앞에서 출렁이는 절경이 기막히게 아름답다. 고송(古松)이 허리를 구부리고 서있는 초가입구를 들어서니 10평 남짓한 마당과 제법 손태 나는 살림집이 앉아있다. 직접 손으로 마름해 건조시킨 통나무를 파고라처럼 이어놓고 안으로는 툇마루를 낸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집필실로 사용하는 방은 별도로 달아 낸 듯 반듯하게 돌출돼 있고, 듬성듬성 이빠진 기와 위에 슬레이트를 얹어 처마를 깊게 뽑은 모양도 인상적이다. "사람을 사긴 누가 사. 재너머 사는 친구하나 꼬셔다가 망가뜨리면서 지은 거야. 집이라고 어디 사람 살게 해놨어야지. 그래도 우리네 사람들 집이 예나 지금이나 오지랖이 넓어서 붙이고 떼고, 얹고 큰 고생은 안했어" 귀농 당시 2,700평 농지를 2,400만 원에 사 두릅도 키우고 콩도 키우고 최근엔 표고버섯도 시작했다. 특히 석회암지대라 포도가 잘돼 도시에 사는 지인들이 한두 상자씩 올려다 먹고 있다. 농사로 얻는 수입은 일년에 200만 원 정도, 먹는 거야 밭에서 키워 먹으면 그만이니 세 식구 1년 생활비로 견딜 만하다. 거기에 글도 조금씩 쓰면서 6살 먹은 아들의 군것질거리를 댄다. 이왕 팔 걷고 시작한 농사, 규모를 좀 키워서 투자도 하고 돈도 벌고 하시는 게 어떠냐는 말에 그는 이제 막 초보농사꾼의 물을 뺐다며 손사레를 친다. 작년에는 그동안의 시골살이를 엮은 책 《촌사람으로 사는 즐거움》을 출간해 관찰자가 아닌 생활자의 눈으로 본 우리 농촌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그윽하고 청명하게 풀어내기도 했다. 길 끝나는 곳에서 다시, 길 떠나다 6살배기 아들이 막대기를 휘두르며 마당을 깡총거리며 뛰어다니고 쫓는 아이나 쫓기는 강아지나 휙휙 신바람이 분다. 어떻게 이 오지까지 내려왔냐는 기자의 물음에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었다며 유승도는 처마끝 풍경만 올려다본다. 그의 컴컴한 방랑은 사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막노동판에서 등짐도 졌고, 제주도로 건너가 옥돔잡이 연안어선도 탔다. 탄광촌에서 몇 개월 막장생활도 했다. 그러다 흘러 들어간 곳이 강원도 정선 끝 구절리였는데, 드물게 마음이 갔던 탓에 그대로 또 얼마간을 주저앉았다. 도시를 탈출해 떠돈 세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구나 싶을 때, 그는 자연과 처음으로 마주보게 됐다고 한다. 그것은 끝이 아니었고 막다른 길도 아니었다. 그는 삶의 막(膜), 그 밖으로 나간게 아니라 막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때 쓴 시 로 95년 등단했고 사랑도 했으며 결혼도 했다. "귀농이랄 것도 없어. 촌에 왔으니 농사짓고 사는 건 당연하지. 게다가 난 어디 취직해 출퇴근하고 승진도 하고 연봉협상도 하고 이런게 천성적으로 안맞는 사람이거든. 일부러 진흙탕만 골라 돌아 온거 아니냐고 그러는데, 아니야 내 몸 흐르는 대로 따라왔더니 여긴 거야. 사실 좀 애매하긴 했어. 오랫동안 도시에 적을 두고 살았기 때문에 그쪽 사람들은 내가 무진장 이상한 거야. 쟤 왜 그러나, 등단도 했으니 글이나 열심히 쓰면서 예쁘게 명함이나 찍으면서 살지, 왜 튀어? 그런다고. 또 여기 사람들은 도시물 먹은 멀건 놈이 농사랍시고 꼼지락대는 게 못마땅하고, 그런게 애매하긴 했지. 그래도 난 여기가 좋아. 참 잘 온거 같아". 흙먼지를 일으키며 마당을 뛰어다니던 어린 아들은 어느새 마루 끝에 배를 대고 누워 손장난을 치고 아이의 막대기로 혼쭐난 강아지가 꾸뻑거리며 조는 산골의 늦여름은 벌써 가을에 쫓겨가고 있었고 서늘한 이마 위로 느리게 해가 지고 있었다. 비가 많이 와 작년보다는 덜 달다며 직접 키운 빛깔 좋은 포도송이를 내온 말수 적은 아내 김미숙은 어쩌다 예까지 끌려오셨냐는 말에 ꡒ싫은 척하고 온거지 끌려온 건 아닌데ꡓ라며 웃는다. 자연의 다정함을 배우는 즐거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유서깊은 질문, 아니 질문이라기보다는 확인에 가까운 말이 살다보면 문득 가슴을 울릴 때가 있다. 낯선 오지까지 숨돌릴 새도 없이 찾아왔건만 뜬금없이 부끄러운 생각만 든다. 말갛게 젖은 하늘이 참 아름답기만 한데 괜시리 신경질만 잔뜩나 아무한테나 심통을 부리고 싶어진다. 그러다 맛있는 저녁 밥상에 금새 기분이 좋아져 손장난이 시시해진 아이와 잠깐 한눈을 팔았다. 어느새 유승도는 포도밭에 내려가 큼직한 송이들을 한 소쿠리 따왔다. 하나씩 포장해 상자에 담는 모습이 천상 농사꾼이다. 따뜻한 커피를 내오며 작년보다 실하진 않아도 서울에서 사먹는 포도하곤 틀리다며 말간 얼굴로 웃는 김미숙은 천상 농사꾼의 아내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일어서는데 벌써 아랫마을이 어둑하게 보인다. 출발 채비를 하는 기자를 보더니 아이는 옥동에 나가 아이스크림 사달라며 조르기 시작했다. 출입문 밖 가지런히 쌓아 놓은 장작 앞에서 그들의 작고 소박한 집을 한번 돌아보고, 고송의 굽은 허리도 다시한번 살폈다. ꡒ먼길인데 자고 가지. 뭘 그렇게 서두르면서 살아ꡓ. 유승도는 뒷짐을 지고 선 채 먼산을 쳐다본다. 어느 날이고 불쑥 찾아오면 방 하나 내달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괜한 빈말인 거 같아 그만뒀다. 시인 유승도, 이제 농사꾼이기도 한 그의 책 《촌사람으로 사는 즐거움》이 뭘 의미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그것은 낭만도, 여유도, 유희도 아니다. 그것은 정이며 인연이고, 자연의 다정함을 배우는 즐거움이다. 비록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수 없는 세상이라도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 꿈꿀 권리가 있는 세상은 저절로 오는 게 아니다. 이 평범한 진리를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경애로운 자연은 행복을 꿈꾸는 데에 그치지 않고 열심히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우치길 바라고 있는게 아닐까.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행복해지는 것뿐 아니라 덜 갖고도 행복해 지는 것은 천성의 문제가 아니라 노력과 용기의 문제라는 걸 느낀다. 빛나지는 않지만 늘 푸른 고송처럼 자연의 평범한 진리로 살아가는 시인 유승도와 그의 가족을 통해 우리는 자연에서 배우고 꿈꾸는 자의 또 다른 노력과 용기를 본다. 田 글 사진/엄치언 기자
-
- 뉴스/칼럼
- 전원칼럼
-
『촌사람으로 사는 즐거움』의 작가 유승도를 만나다
-
-
[전원 세시기(歲時記)]-비를 잘 이겨낸 무의 어린 싹....
- 사립짝 너머 마중 나온 코스모스가 반갑게 손을 흔드는 계절. 코스모스는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리는 꽃이다. 전원에 찾아온 가을, 빈땅을 그대로 놀릴 수는 없다. 텃밭을 일구고, 파종을 해서 작지만 큰 수확의 기쁨을 공유해야 한다. 하지만 모내기만 하면 손이 가지 않는 논농사와는 사뭇 다른 게 밭농사다. 아이 키우듯 어루만지고 관심 갖는 밭작물이 수확량도 많고 맛도 좋다. 농사를 농사답게 짓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본다. 뜨거운 태양 빛을 잘 견뎌온 작물들이 풍성한 결실을 맺었다. 푸르던 논이 황금빛으로 옷을 갈아입고, 토실토실한 수수는 머리가 무거워 점점 고개를 숙인다. 올해는 유난히 잦은 비로 고추 말리기가 힘들다. 때문인지 전원의 비닐하우스마다 붉은 장판을 깔아 놓은 듯하다. 짙푸른 고구마 잎은 알찬 열매를 품어 자랑스런 미소를 머금고, 생강 밭의 풍성한 잎은 빽빽이 늘어선 대(竹)밭과도 같다. 김장을 앞두고 무와 배추는 8월 초부터 파종을 한다. 씨를 뿌려 놓고 싹이 텄다고 맘놓았다가는 농사를 망치기 십상이다. 씨를 뿌리고 나서 발아(發芽)가 잘 되었는가를 살피고,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보호해줘야 한다. 때론 추위를 견디도록 도와준다. 해충을 잡고 병을 얻으면 더러 약을 쳐주기도 한다. 적당량의 밑거름은 발육을 돕는다. 배수와 수분의 조절은 물론 잡초를 뽑아야 한다. 배추파종은 다소 까다롭다. 특히, 배추씨 뿌리기는 쉽지 않아 모판을 이용해 모종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배추는 가을 배추가 맛있다. 속이 노랗게 채워질 때면 배추 한 포기는 한아름이나 된다. 무의 씨앗은 잦은 비로 녹아 없어지기도 하고 잘 나지 않아 씨앗을 보충해야 한다. 비를 잘 이겨낸 무의 어린 싹은 곧 뿌리가 굵어질 것이다. 무는 뿌리가 얼기 쉬우니 배추보다 일주일 빨리 수확해야 한다. 김치 담기 양념으로 많이 쓰이는 쪽파의 줄기는 대파모양으로, 뿌리는 작은 양파처럼 생긴 게 특징이다. 쪽파는 씨앗이 아니라 뿌리(구근)로 번식하기 때문에 따로 모판을 만들 필요는 없다. 전 해에 준비해 둔 구근이나 종묘상이나 재래시장에 파는 종자용 쪽파를 이용하면 된다. 한 포기에 대여섯 개의 뿌리가 생기는데, 하나씩 떼어내어 심는다. 심기 전, 1000배로 희석한 식초물에 한 시간 담갔다가 재에다 버무려 심으면 병충해에 강해진다. 심는 간격은 포기 사이 10cm, 줄 사이 20cm가 좋다. 큰 것은 하나씩 심지만 작은 것은 두 개씩 심는 게 좋다. 가을에 심은 쪽파는 겨울을 나서 시들어버린 잎줄기 사이로 봄에 다시 새잎을 뽑아 올린다. 봄기운이 돌 때 다시 한번 거름을 주면 좋다. 5월 중순쯤이면 거두어들이고, 종자로 쓸 것은 뿌리 채 끈으로 엮어 처마 밑에 매달아 두면 된다. 글·사진 김혜영 기자
-
- 뉴스/칼럼
- 전원칼럼
- 컬럼
-
[전원 세시기(歲時記)]-비를 잘 이겨낸 무의 어린 싹....
-
-
[전원에서만난사람]-작가 유승도를 만나다
- 오래도록 마음의 문을 닫고 세상을 멀리하며 나는 살아왔다. 아침이야 아침이야 네가 햇살보다 먼저 찾아와 창문 앞에서 나를 불러 아침을 안겨주었듯 저기 저 산, 네가 사는 숲에 들어가 나도 너의 둥지 옆에서 너의 이름을 불러, 막 잠에서 깬 너의 눈이 나를 보는 것을 보고 싶다. 그때 너는 놀라며 나의 이름을 부르겠지…승도야 유승도 <나의 `새> 중에서 서울에서 4시간 반을 달려 영월읍에 도착해 전화를 넣다. 여기가 지금 어딘데, 이제 어느 쪽으로 가느냐고 물었더니 고씨동굴 지나서 옥동리로 들어오세요, 한다. 서울에서 4시간 반을 달려 영월읍에 도착헤 영월읍에서 15km를 더 가 옥동리에 들어와 다시 전화를 넣다. 옥동리에 왔는데 이제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더니 면사무소 지나서 고개 넘지 말고 만경사 길로 곧장 올라오세요, 한다. 마을 하나 지나쳐서 산으로 접어들면 좌측으로 샛길이 하나 나오는데, 그 쪽으로 들어와 언덕 위 첫 집이란다. 옥동 온거면 이제 다 왔어요, 마지막 말에 뛸 뜻이 기뻐 달달거리는 늙은 자동차를 모시고(?) 마을을 지나 샛길로 들어서 언덕을 찾기까지 30여 분을 헤매며 해발 600미터를 올라 도착한 곳,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그가 거친 풀 속에서 불쑥 걸어나왔다. 먼길 오느라 고생했다며 성큼 성큼 앞장서 걷는 그의 어깨 위로 지는 여름, 정오의 햇빛이 뾰족하게 걸려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된 또 다른 길, 귀농 강원도 영월 예밀2리에 사는 유승도는 농사꾼이자 시인이다. 98년 100일 된 아들과 아내를 앞세워 버려지다시피 한 농가를 사서 이곳으로 내려온 지 벌써 6년 째, 그동안 글도 쓰고 책도 내고, 고추농사, 배추농사, 포도농사에 자식농사까지, 벌여 놓은 일만해도 산더미다. 원래 고향은 충남 서산이지만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고 물 흐르는 대로 따라온 곳이 강원도 정선을 거쳐 지금의 소백산맥 자락이다. 메아리도 부딪혀 떨어질 것 같은 넓고 깊은 계곡과 이른 아침부터 올라온 안개 탓에 어스름이 보이는 삼봉산과 방미산이 두 세 뼘 앞에서 출렁이는 절경이 기막히게 아름답다. 고송(古松)이 허리를 구부리고 서있는 초가입구를 들어서니 10평 남짓한 마당과 제법 손태 나는 살림집이 앉아있다. 직접 손으로 마름해 건조시킨 통나무를 파고라처럼 이어놓고 안으로는 툇마루를 낸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집필실로 사용하는 방은 별도로 달아 낸 듯 반듯하게 돌출돼 있고, 듬성듬성 이빠진 기와 위에 슬레이트를 얹어 처마를 깊게 뽑은 모양도 인상적이다. “사람을 사긴 누가 사. 재너머 사는 친구하나 꼬셔다가 망가뜨리면서 지은 거야. 집이라고 어디 사람 살게 해놨어야지. 그래도 우리네 사람들 집이 예나 지금이나 오지랖이 넓어서 붙이고 떼고, 얹고 큰 고생은 안했어” 귀농 당시 2,700평 농지를 2,400만 원에 사 두릅도 키우고 콩도 키우고 최근엔 표고버섯도 시작했다. 특히 석회암지대라 포도가 잘돼 도시에 사는 지인들이 한두 상자씩 올려다 먹고 있다. 농사로 얻는 수입은 일년에 200만 원 정도, 먹는 거야 밭에서 키워 먹으면 그만이니 세 식구 1년 생활비로 견딜 만하다. 거기에 글도 조금씩 쓰면서 6살 먹은 아들의 군것질거리를 댄다. 이왕 팔 걷고 시작한 농사, 규모를 좀 키워서 투자도 하고 돈도 벌고 하시는 게 어떠냐는 말에 그는 이제 막 초보농사꾼의 물을 뺐다며 손사레를 친다. 작년에는 그동안의 시골살이를 엮은 책 《촌사람으로 사는 즐거움》을 출간해 관찰자가 아닌 생활자의 눈으로 본 우리 농촌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그윽하고 청명하게 풀어내기도 했다. 길 끝나는 곳에서 다시, 길 떠나다 6살배기 아들이 막대기를 휘두르며 마당을 깡총거리며 뛰어다니고 쫓는 아이나 쫓기는 강아지나 휙휙 신바람이 분다. 어떻게 이 오지까지 내려왔냐는 기자의 물음에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었다며 유승도는 처마끝 풍경만 올려다본다. 그의 컴컴한 방랑은 사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막노동판에서 등짐도 졌고, 제주도로 건너가 옥돔잡이 연안어선도 탔다. 탄광촌에서 몇 개월 막장생활도 했다. 그러다 흘러 들어간 곳이 강원도 정선 끝 구절리였는데, 드물게 마음이 갔던 탓에 그대로 또 얼마간을 주저앉았다. 도시를 탈출해 떠돈 세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구나 싶을 때, 그는 자연과 처음으로 마주보게 됐다고 한다. 그것은 끝이 아니었고 막다른 길도 아니었다. 그는 삶의 막(膜), 그 밖으로 나간게 아니라 막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때 쓴 시 <나의 새>로 95년 등단했고 사랑도 했으며 결혼도 했다. “귀농이랄 것도 없어. 촌에 왔으니 농사짓고 사는 건 당연하지. 게다가 난 어디 취직해 출퇴근하고 승진도 하고 연봉협상도 하고 이런게 천성적으로 안맞는 사람이거든. 일부러 진흙탕만 골라 돌아 온거 아니냐고 그러는데, 아니야 내 몸 흐르는 대로 따라왔더니 여긴 거야. 사실 좀 애매하긴 했어. 오랫동안 도시에 적을 두고 살았기 때문에 그쪽 사람들은 내가 무진장 이상한 거야. 쟤 왜 그러나, 등단도 했으니 글이나 열심히 쓰면서 예쁘게 명함이나 찍으면서 살지, 왜 튀어? 그런다고. 또 여기 사람들은 도시물 먹은 멀건 놈이 농사랍시고 꼼지락대는 게 못마땅하고, 그런게 애매하긴 했지. 그래도 난 여기가 좋아. 참 잘 온거 같아”. 흙먼지를 일으키며 마당을 뛰어다니던 어린 아들은 어느새 마루 끝에 배를 대고 누워 손장난을 치고 아이의 막대기로 혼쭐난 강아지가 꾸뻑거리며 조는 산골의 늦여름은 벌써 가을에 쫓겨가고 있었고 서늘한 이마 위로 느리게 해가 지고 있었다. 비가 많이 와 작년보다는 덜 달다며 직접 키운 빛깔 좋은 포도송이를 내온 말수 적은 아내 김미숙은 어쩌다 예까지 끌려오셨냐는 말에 “싫은 척하고 온거지 끌려온 건 아닌데”라며 웃는다. 자연의 다정함을 배우는 즐거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유서깊은 질문, 아니 질문이라기보다는 확인에 가까운 말이 살다보면 문득 가슴을 울릴 때가 있다. 낯선 오지까지 숨돌릴 새도 없이 찾아왔건만 뜬금없이 부끄러운 생각만 든다. 말갛게 젖은 하늘이 참 아름답기만 한데 괜시리 신경질만 잔뜩나 아무한테나 심통을 부리고 싶어진다. 그러다 맛있는 저녁 밥상에 금새 기분이 좋아져 손장난이 시시해진 아이와 잠깐 한눈을 팔았다. 어느새 유승도는 포도밭에 내려가 큼직한 송이들을 한 소쿠리 따왔다. 하나씩 포장해 상자에 담는 모습이 천상 농사꾼이다. 따뜻한 커피를 내오며 작년보다 실하진 않아도 서울에서 사먹는 포도하곤 틀리다며 말간 얼굴로 웃는 김미숙은 천상 농사꾼의 아내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일어서는데 벌써 아랫마을이 어둑하게 보인다. 출발 채비를 하는 기자를 보더니 아이는 옥동에 나가 아이스크림 사달라며 조르기 시작했다. 출입문 밖 가지런히 쌓아 놓은 장작 앞에서 그들의 작고 소박한 집을 한번 돌아보고, 고송의 굽은 허리도 다시한번 살폈다. “먼길인데 자고 가지. 뭘 그렇게 서두르면서 살아”. 유승도는 뒷짐을 지고 선 채 먼산을 쳐다본다. 어느 날이고 불쑥 찾아오면 방 하나 내달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괜한 빈말인 거 같아 그만뒀다. 시인 유승도, 이제 농사꾼이기도 한 그의 책 《촌사람으로 사는 즐거움》이 뭘 의미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그것은 낭만도, 여유도, 유희도 아니다. 그것은 정이며 인연이고, 자연의 다정함을 배우는 즐거움이다. 비록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수 없는 세상이라도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 꿈꿀 권리가 있는 세상은 저절로 오는 게 아니다. 이 평범한 진리를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경애로운 자연은 행복을 꿈꾸는 데에 그치지 않고 열심히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우치길 바라고 있는게 아닐까.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행복해지는 것뿐 아니라 덜 갖고도 행복해 지는 것은 천성의 문제가 아니라 노력과 용기의 문제라는 걸 느낀다. 빛나지는 않지만 늘 푸른 고송처럼 자연의 평범한 진리로 살아가는 시인 유승도와 그의 가족을 통해 우리는 자연에서 배우고 꿈꾸는 자의 또 다른 노력과 용기를 본다. 田 ■ 글·사진/엄치언 기자
-
- 뉴스/칼럼
- 전원칼럼
- 컬럼
-
[전원에서만난사람]-작가 유승도를 만나다
-
-
[업체탐방]-사우나의 신개념,(주)네츄럴 바스
- 전원 주택, 펜션이란 개념이 우리나라에 들어 온 지도 벌써 몇 년이 흘렀다. 그에 따라 집 구석구석도 많이 변화 하였다. 그 중 특이하게 볼 것이 바로 욕실 문화다. 단순히 화장실 그리고 욕조, 샤워기가 있는 개념에서 개인의 휴식공간으로써의 비중이 점점 더 커져 가고 있다. 사우나나 월풀 욕조를 설치 하기도 한다. 또한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집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욕실에서 받을 수도 있다. 첨단의 시대를 향하면 아무렇게 방치되던 욕실도 첨단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국내시장에 들어온 이동식 간이 사우나는 그야말로 부유층에서만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비싼 가격이었다. 또한 그 뒤를 이은 월풀 욕조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실정이었기에 보통의 서민들은 욕심이 나더라도 선뜻 구매하기가 쉽지 않았다. 가격이 비쌌던 이유는 대부분의 제품들이 유럽 쪽에서 수입되던 제품이란데 있다. 이런 고가의 욕실 제품들을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게끔 하는 회사가 바로 ㈜네츄럴 바스(대표 황선준)다. 이탈리아의 유명 기업에서 디자인과 기술을 제공받아 중국에서 OEM(주문자 상표부착방식)방식으로 생산, 국내로 반입하는 유통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디자인과 기술만 제공받는 것은 아니다. 한국실정에 맞게끔 보완하고 또 개발, 생산까지 직접 동참하고 있다. 기술과 디자인은 유럽에서, 생산은 인건비가 싼 중국에서 하다 보니 비싸고 멀게만 느껴진 첨단 욕실 제품들이 일반인들에게 가까워진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생산되었다고 해서 품질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ISO 9001의 엄격한 인증을 받았으며 한국전기전자 시험연구원(KETI)에서 그 품질을 인증 받았다. 또한 최근에는 제조물 피해 책임인 PL인증까지도 받았다. 단순함을 탈피한 첨단제품 이러한 노력으로 네츄럴 바스에서는 아래와 같은 상품을 국내에 시판하고 있다. 건식 사우나: 흔히들 핀란드식 사우나라고도 하며 히터로 맥반석,옥석,황토 등을 직접 가열하여 내부의 온도를 올리거나 가열된 돌 위에 사용자가 직접 물을 뿌려 증기를 만들어내는 사우나를 말한다. 습식 사우나:터키식 사우나라고도 하며 부스의 증기발생장치에서 사우나를 위한 최적의 온도/시간을 자동 조절하여 스팀(증기)을 발생시켜 즐기는 사우나로써 아로마 혹은 한약재를 첨가하여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사우나 시설은 핀란드 고급원목, 사우나 돌(맥반석, 옥돌)로 구성되어 있어 사람의 인체에 잘 맞다. 또한 기존의 제품들이 건식 혹은 습식 한 가지 타입만 구매를 할 수 있었다면 ㈜네츄럴 바스에는 건, 습식을 동시에 사용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가족들의 개별 취향도 맞추어 줄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비싼 전기요금인데, ㈜네츄럴바스의 심경보대리는 “보통 하루에 2회(30분간)씩 할 경우 한달에 전기료가 5,000~8,000원 정도로 소비전력이 3Kw 내외 입니다”라고 전한다. 월풀욕조: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있는 월풀 욕조는 기포욕조라고도 하는데 욕조의 물을 펌프로 순환시켜 물살과 거품(살균 소독된)으로 신체 전반에 걸쳐 마사지를 하게 하는 욕조를 말한다. 특히 “싸이클론 마사지 노즐”이란 특수한 노즐을 사용하여 일반 월풀 욕조의 마사지 노즐이 고정 혹은 손으로 직접 방향을 조절 해야하는 단점과 일방적인 수압 마사지에 의한 아픔/간지러움의 단점을 극복한 부품이다. 즉, 네츄럴 바스의 싸이클론 마사지노즐은 말 그대로 물살을 자동으로 360도 회전시켜 입욕자의 신체 전반에 걸친 수중 마사지를 가능하게 해주는 특허품이다. 바디마사지샤워기: 미세한 노즐(구멍)사이로 가압된 물살로 피부를 강하게 자극하여 샤워 및 마사지를 즐길 수있는 제품이라고 한다. 또한 휴식의 개념에 초점을 맞추어 FM라디오, CD등을 들을 수도 있으며 전화도 송/수신이 가능 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집 (전원주택/경기도 남양주) 가까이에 일반 대중목욕탕이나 찜질방이 없어서 항상 먼 시내까지 이동하여 사우나를 즐기고는 했는데 네츄럴바스의 스팀사우나부스를 집에 설치하고 부터는 눈비가 내려도 시내까지 가야되는 걱정이 없으니 참 편하고 사길 잘 했다” 이러한 고객들의 평에서 알 수 있듯이 소비자들의 욕구를 가장 잘 맞추어 주고 있다는 것이 ㈜네츄럴 바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田 글·정리 박 일 기자 ■전시장 1.서울 본 사: 서울 금천구 시흥1동 새한벤쳐 704호 T)02-808-3155 2.강남전시장: 서울 강남구 논현동 논현건축자재 백화점 2층(7호선 학동역 8번출구) T)02-544-8687 3.강북전시장: 서울 중구 을지로 3가 일위건업(삼영크리스탈/3호선 3번출구) 일부품목 전시(영업 대리점) ■홈페이지 : http://www.naturalbath.co.kr
-
- 뉴스/칼럼
- 전원칼럼
- 컬럼
-
[업체탐방]-사우나의 신개념,(주)네츄럴 바스
-
-
[건강산책] 나른한 몸에 활력을! 집중력과 기억력 향상을 위한 몇 가지 조언
- 여러분들 중에는 이런 경험을 한 분들이 있을 것이다. 피곤하고 기운이 없고 나른하다. 식은땀이 난다. 입맛이 없고 체중이 준다. 소화가 잘 안되거나 설사를 자주 한다. 어깨가 뻣뻣하거나 허리가 자주 아프다. 팔다리가 쑤시고 아프거나 온몸이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다. 혹은 머리가 항상 멍하거나 무겁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진다. 정서적으로 짜증이 잘 나거나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한숨이 자주 난다. 잠을 푹 자기 힘들고 자고 일어나도 잔 것 같지 않다. 이러한 증상들은 주로 여러분들이 처해 있는 환경으로부터 오는 과다한 스트레스에 의해서 발생한다. 다시 말해 업무에 대한 부담이나 강박관념, 또한 바르지 않은 자세로 너무 오래 의자에 앉아 있을 때 생기는 어깨와 허리의 무리, 저하된 소화 기능에다 바르지 못한 식습관까지 겹쳐져 발생하는 증상들이다. 그러면 그 원인은 무엇이며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인간의 지적 활동은 뇌에서 이뤄지는데 뇌는 인체 신경조직의 거의 98퍼센트를 수용하고 있다. 전형적인 뇌의 무게는 1.4킬로그램, 부피는 1200씨씨 정도다. 뇌는 체중의 단 2퍼센트에 불과하지만 휴지시 에너지의 18퍼센트를 소모한다. 정상의 신경원들은 오직 유산소 기전들을 통해서만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며 산소와 포도당의 지속적이고도 확실한 공급을 전적으로 혈액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뇌의 신경조직은 뇌-혈관장벽에 의해 전신의 혈액과 격리돼 일반적으로 오직 지용성 화합물들만이 뇌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산소와 포도당의 공급, 양질의 지방산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건강이 좋지 않으면 업무를 보는데 지장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지나치기 쉽지만 업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질환들이 있다. 첫째, 숨을 쉬는 방법이다. 업무는 뇌를 많이 쓰는 피로한 일로 다량의 산소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깊은숨을 쉬어 많은 양의 산소를 공급해 주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능률이 떨어지게 된다. 둘째, 축농증이다. 축농증이 있어 항상 코 부위가 묵직한 느낌이 있는 사람은 기억력이 많이 떨어진다. 뇌의 활동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셋째, 코골이가 심한 사람은 다음 날 업무에 지장이 많다. 전 날 코를 심하게 골게 되면 좋은 수면을 취할 수 없고 피로감이 쌓여 집중력이 떨어진다. 일례로 미국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의 코골이를 치료해 주었더니 성적이 30퍼센트 정도 향상됐다는 보고도 있다. 요즈음은 간단한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목 부분에 베개를 받쳐주면 약간 줄어든다고 한다. 넷째, 시력에 관한 것이다. 보는 것은 지적활동의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시력이 좋지 못한 경우에는 반드시 교정해야 한다. 다섯째, 이비인후과 질환이 있는데 이들은 주변을 산만하게 만들거나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소리를 잘 못 듣는 등 여러 가지 지장을 초래한다. 여기에는 소음에 오랫동안 노출된 것이 원인인 ‘소음성 난청’,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은 ‘이명’ 등이 있다. 음식의 섭취와 방법도 중요하다. 배부르게 먹으면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두뇌로 맑은 피가 가는 것이 아니라 위로 간다. 그렇게 되면 두뇌는 산소가 모자라 활동을 중단하고 잠시 쉬기를 원한다. 졸음이 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80퍼센트 정도에서 음식물 섭취를 중단하고 가볍게 몸을 푼 다음 업무를 보는 것이 좋다. 식사는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식사를 거른 채 일을 계속하면 주의력과 집중력 의 지속 시간이 짧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한 ‘어떤 음식을 섭취할 것인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뇌의 기능을 돕는 음식들은 견과류(호두, 잣, 아몬드, 땅콩), 참깨, 검은깨, 현미, 등 푸른 생선, 해조류(미역, 김, 파래, 톳, 다시마), 콩,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 철분 등이 있다. 아울러 잘 씹어야 한다. 씹는 동작은 안면근육을 모두 움직이게 하고 그 정보가 뇌에 전달되어 뇌를 자극하고 뇌의 발달을 촉진해, 뇌에서의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뇌로 가는 혈류량은 높여준다. 업무를 볼 때는 의자와 책상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는 척추에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의자의 높이, 등받이의 높이와 각도, 허리받침대 위치 등이 체형에 맞아야 한다.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깊이 집어넣고 등받이에 기댄 상태로 의자를 책상 앞으로 바짝 당겨 앉고, 상체를 바로 세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틈틈이 고개를 뒤로 젖혀 주는 운동을 해주어 목과 어깨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면, 집중력도 높일 수 있다. 인간은 수면을 취해야만 하기 때문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잠을 잤느냐.’도 중요하다. 하버드의대 정신과 연구팀은 새로운 것을 배운 후, 그 날 밤잠을 잔 사람과 밤을 지새운 사람의 학습 효과를 비교한 결과, 후에 둘 다 잠을 충분히 잤어도 첫날 잠을 잔 사람이 학습효과가 더 높았다고 한다. 잠은 낮시간에 익힌 기억 중 쓸데없는 것은 버리고 필요한 기억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밤새 일하는 것보다 낮에 일하고 밤에 수면을 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면의 역할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면 부족은 능률을 떨어뜨리고 올바른 업무 수행에 필수적인 어떤 것을 기억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지시사항을 이해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충분한 수면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성장호르몬의 분비는 주로 잠이 들고 한두 시간 후나 운동을 할 때 가장 많은 양이 분비된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간단한 방법으로 피로를 쉽게 느끼는 눈을 맑은 눈으로 바꾸어 주고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는 눈체조를 소개한다. 눈체조를 하면 눈 주의에 막힌 혈들이 풀어지면서 나빠진 시력이 좋아지고, 눈의 피로도 풀 수 있다. 또한 대뇌 후두엽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공간지각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볼 수 있다. 하루에 십 분씩 세 번, 간단히 아래 과정을 반복한다. 눈체조 1. 두 눈을 크게 뜨고 위쪽 아래쪽 왼쪽 오른쪽으로 쳐다본다. 2. 두 눈동자를 왼쪽으로 한 바퀴 돌린 후, 오른쪽으로 다시 한 바퀴 돌린다. 3. 앞의 동작을 3분 동안 계속 반복한다. 눈을 통해 뇌에 기운 보내기 1. 손을 빠르게 20번 비빈다. 2. 뜨거워진 손을 2분간 눈에 댄다. 효과적인 방법들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는데, 조금만 신경을 쓰면 보다 나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의학적으로 부족한 기능을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음식과 한약을 복용하는 방법으로 여러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고, 향기요법으로 정신을 맑게 하는 방법들도 있다. 글 / 김보균 한의학박사
-
- 뉴스/칼럼
- 전원칼럼
- 컬럼
-
[건강산책] 나른한 몸에 활력을! 집중력과 기억력 향상을 위한 몇 가지 조언
-
-
[전원일기] 가을꽃은 늦게 피는 것이 아니다
- 가을은 식물로부터 온다. 이것은 봄부터 가을까지 살면서 새롭게 느낀 또 하나의 사실이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도 비가 많이 왔다. 내가 살고 있는 양평뿐만 아니라 전국적 현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올여름은 지긋지긋 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말복을 지나 처서를 넘겼어도 비는 멎지 않았고 간간이 비치는 햇살은 9월이 와도 따갑기만 했다. 마당에 이끼가 가득하고 봄부터 자라기 시작한 꽃나무들은 잎사귀만 무성하게 자랐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을이 온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9월에 접어들자 노란 나뭇잎들이 마당과 길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떤 때는 수북하게 쌓이는 날도 있었다. 우리 집 옆으로 비어 있는 집 마당에 있는 키 큰 태산목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한 잎 두 잎 떨어지기 시작한 이후 추석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제법 비치고 여름이 아쉬운 듯 매미는 더욱 요란하게 울어댔다. 가을이 온 것이다. 그렇게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사람들은 낙엽이 떨어져도 가을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나무만이 제대로 가을을 맞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식물들의 가을맞이는 낙엽만이 아니었다. 봄에 꽃을 피우는 나무나 풀들은 대부분 가을이면 잎이 물들거나 말라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유독 가을이 되면 잎이나 꽃대가 더욱 푸르러지고 무성해지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곧 가을꽃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을꽃들을 우리 집에 들여온 것은 지난 봄에 이사 온 후 마당을 가꾸면서부터다. 물론 이사를 오기 전에 소나무, 목련, 살구나무, 앵두나무, 회화나무, 측백, 주목 등을 대충 제자리를 잡아 심었고, 그 후 모란, 작약, 장미 등을 심었다. 이렇게 먼저 들여온 꽃나무들은 덱 앞 자리에 자리를 잡아 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나와 아내는 그 꽃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차츰 꽃나무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아내가 어느 날부터 이름 모를 식물들을 구해 심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튤립, 칸나, 할미꽃, 한라구절초, 해국, 소국, 접시꽃, 붓꽃 등, 그 중 칸나는 키가 많이 자라기 때문에 울타리 삼아 마당 가장자리에 잘 어울렸다. 그 외 대부분은 마당 여기저기에 놓여 있는 돌 틈이나 집 모퉁이에 자리를 잡았다. 사실 나나 아내는 서울에 사는 동안에는 줄곧 아파트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화단에 있는 꽃들을 그저 감상만 했던 게 사실이다. 그 이름이 무엇이며 언제 피는지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내도 꽃나무를 심고 가꾸는 동안 가끔 독백처럼 그런 말을 자주 했다. 그런데 문제는 가을꽃이었다. 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한 꽃나무들은 우리 식구들이나 손님들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초여름부터 지금까지도 몸이 약해서인지 가끔 꽃을 피워 올리는 장미는 각별한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이들에 비해 가을에 꽃을 피운다는 한라구절초, 해국 그리고 소국 등은 8월까지만 해도 꽃망울은커녕 잎마저 누릇누릇한 빛으로 잘 자라지도 않았다. 이런 까닭으로 이들 가을꽃들은 맨드라미를 새로 들여오면서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심지어 봉숭아, 채송화 등에게도 밀려나 대문입구 돌 틈이나 후미진 구석으로 자리를 옮기는 운명이 되었다. 이런 와중에 아내가 심은 가을꽃 중 앵두나무 밑에서 엉겅퀴처럼 자라고 있는 것이 있었다. 장마가 다 끝나가도 30센티미터도 되지 않게 자라 영 볼품이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앵두나무 밑에서 그냥 자라도록 내버려두었던 것이다. 그런데 말복이 지나 봄 꽃나무들은 잎새를 떨어뜨리기 시작하는데 반해 이 놈은 그때서야 잎이 더욱 무성해지고 키가 쑥쑥 자라 며칠 만에 1미터도 넘는 앵두나무 가지들을 치받고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이름도 없이 말이다. 봉숭아, 채송화에 밀려나 대문간에 다소곳이 있는 한라구절초나 돌 틈에 박혀 있는 해국은 그냥 그대로 아직 있는데, 유독 이 놈만이 갑자기 쑥쑥 자라는 것이 그대로 마음에 찰 수 없었다. 아직도 봉숭아는 줄곧 꽃을 매달고 있고, 채송화는 꽃을 피웠다가 지우고 또 피웠다 하는 것이 나의 눈을 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던 어느 날, 없는 집에 자란 처녀 같은 칸나가 너무 무성하여 그늘을 짙게 하는 바람에 잎을 솎아 주다가 문득 그 이름 모를 가을꽃에 눈길이 닿았다. 이제는 꽃봉오리까지 맺히는데 그 모양이 씀바귀 꽃망울처럼 가지 끝에 초롱초롱 맺힌 것이다. 순간 정말 이름 없는 들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않아도 봄과 여름에 걸쳐 아내는 이름 없는 들풀들을 가끔 화초 가꾸듯이 한데 모아놓곤 했는데, 가만히 살펴보면 잡초도 있고, 질경이나 씀바귀, 클로버 같은 들풀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놈도 이름 없는 들풀이겠거니 하고 그냥 뽑아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 놈이 너무 자라는 바람에 늦게 새잎이 나온 앵두나무의 생명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생각해 온 터였다. 마침 아내가 외출했다가 늦게 들어오는 날 내 눈길이 그 놈에게 닿자마자 단숨에 휙 뽑아버렸다. 그리고는 그 놈들을 대문 밖 풀숲으로 던져 버렸다. 외출에서 돌아 온 아내는 이렇게 된 광경을 보자 무척 서운해 했다. 비록 다른 것에 비해 꽃을 늦게 피우고 또, 단순히 이름을 모른다고 뽑아버리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그 들꽃이 버려진 곳으로 가 그 자리에다 다시 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순간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키가 커서 잘 세워지지 않는 그 놈들을 지지대를 가져 다 하나하나 묶어 주었다. 그리고 그 이튿날 아침에는 그 중 하나를 가져다가 원래 자리에다 심고는 물을 흠뻑 주었다. 그 후 며칠 동안은 혹시 그 놈들이 말라 죽어버리진 않을까 하고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추석이 지난 며칠 후 아침, 문득 눈에 띈 것은 하얀 솜사탕 같은 꽃이었다. 그 이름 없는 들풀이 꽃을 피운 것이었다. 제일 먼저 꽃봉오리를 맺은 맨 위에서부터 피는 꽃 모양은 그야말로 작은 솜사탕들이 저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를 속삭이는 듯하였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자 곧 민들레 홀씨처럼 사방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지금도 피고 있고, 식물도감에서도 그 이름을 찾을 수 없지만 나는 그들을 민들레솜사탕 이라 부르기로 하였다. 그리고 들꽃이라고 이름이 없는 것이 아니고 가을꽃은 제때에 피는 것이지 결코 늦게 피지 않는다는 평범한 사실을 가르쳐 준 그 민들레솜사탕을 하얀 부끄러움으로 매일 바라본다. 田 ■ 글 이기윤(시인·육군사관학교 교수)
-
- 뉴스/칼럼
- 전원칼럼
- 컬럼
-
[전원일기] 가을꽃은 늦게 피는 것이 아니다
-
-
[시골기차] 도랑의 내 붕어는 어디로 갔나
- 개울은 때아닌 고기잡이꾼들로 가득 찼다. 손바닥만한 웅덩이에 투망을 던지는 이, 족대로 훑는 이, 어항을 놓는 이로 바글거렸다. 다리 위에서 그 모양을 내려보자니, 투망을 던질 때마다 버들잎 만한 고기들이 은빛으로 반짝이며 버글대어 올라오는데 한 시간도 안되어 들고 온 양동이를 채웠다. 저러다 고기 씨를 말릴 듯하여 그만 두었으면 싶었지만, 그이는 양동이가 가득 차자 황급히 그것을 비닐 봉지에 담고는 다시 투망을 던져 넣기 시작했다. 보다 못해 잡을 만큼 잡았으니 그만 하라고 하니, 아니꼬운 대꾸가 돌아온다. 이게 당신 땅입니까? 개울에도 주인이 있습니까? 시골은 사람만 사는 것은 아니다. 호젓하니 숲 속에 들어앉아 살다 보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수많은 생명들이 바로 곁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실낱 같은 도랑물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버들치며 중투라지가 헤엄치고, 찔레가 필 무렵이면 돌 틈에 숨어 지내던 가재들이 기어 나온다. 아침이면 목을 축이러 오는 산토끼를 만나 서로 놀라기도 하고, 편지통 속에서 뛰어나오는 다람쥐와 마주치기도 한다. 닭을 물어 가는 족제비도 있고, 어슬렁거리며 산길을 거니는 멧돼지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이웃들에 대해, 오래 전부터 그들 곁에서 살아온 사람일수록 함부로 다루기 쉽다. 비만 오면 투망을 들고 개울을 뒤지는 사람들이나, 눈이 내린 뒤 올무나 덫을 놓는 사람들을 만나 무어라 말을 하면, 그이들은 자신이 가까운 마을에 산다는 것을 무슨 치외법권처럼 내세운다. 놀이 삼아 하는 천렵이나 올무질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마을 토박이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라는 데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언젠가 눈이 많이 내린 산길에 낯선 차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이 서성거리는 게 멀리 보이는데, 밤늦도록 불을 켜둔 채 차는 그곳에 남아 있었다. 이튿날, 그 곳에 가보니 사람도 잡을 만큼 억센 덫 두개가 놓여 있었다. 크기로 보아 멧돼지나 고라니를 노리는 것인 듯 한데 눈에 덮여 사람이라도 밟았다가는 발목이 절단날 판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마을 분들에게 했더니, 겨울 소일 삼아 재미로 하는 거 아니겠냐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깊은 산중에 짐승들 다니는 길까지 소상히 알고 오는 걸 보면 외지 사람보다는 물골 주민일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다. 지난 봄에는 산에서 내려오는 아주머니의 손에 뿌리째 뽑힌 헛개나무가 들려 있길래, 산의 나무를 함부로 뽑으면 되느냐고 물으니, ‘요 아래 마을에 산다’는 엉뚱한 대답을 한다. 그 대답을 가만히 새겨보면, 이 마을에 사는 사람에게는 이 부근의 나무며 짐승쯤은 마음대로 다루어도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두물머리 못 미처 송촌리라는 강마을이 있다. 일체의 취사, 낚시, 어로 행위가 금지되었다는 상수원보호구역 표지판이 붙어 있는 곳에서 버젓이 투망을 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마침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던 주민이 고기가 좀 잡히느냐 어쩌느냐, 담소를 나누는 걸로 보아 한 마을 사람들로 보였다. 그런데 강 본류와는 뚝 떨어져 도로 건너편의 조그맣게 갇힌 웅덩이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는 오토바이 주민이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낚시를 했다며 야단을 치는 그이가 자랑스럽게 꺼내 놓은 것은 명예 환경감시위원증이었다. 그렇다고 바깥에서 놀러 온 이들이라고 나은 것은 아니다. 가뭄이 들어 개울바닥이 드러날 때쯤, 물골에서도 가장 물이 좋다는 수산리 개울에는 손으로 움켜쥘 만한 물들이 군데군데 괴여 있었다. 강까지 이어지던 개울물이 말라붙자, 고기들이 얼마 남지 않은 웅덩이로 죄다 모여들었다. 개울은 때아닌 고기잡이꾼들로 가득 찼는데, 손바닥만한 웅덩이에 투망을 던지는 이, 족대로 훑는 이, 어항을 놓는 이로 바글거렸다. 다리 위에서 그 모양을 내려보자니, 투망을 던질 때마다 버들잎 만한 고기들이 은빛으로 반짝이며 버글대어 올라오는데, 한 시간도 안되어 들고 온 양동이를 채웠다. 저러다 고기 씨를 말릴 듯하여 그만 두었으면 싶었지만, 그이는 양동이가 가득 차자 황급히 그것을 비닐 봉지에 담고는 다시 투망을 던져 넣기 시작했다. 보다 못해 잡을 만큼 잡았으니 그만 하라고 하니, 아니꼬운 대꾸가 돌아온다. ‘이게 당신 땅입니까?’, ‘개울에도 주인이 있습니까?’ 유난히 비가 많은 올해도 개울 곳곳에서 투망을 던지는 이들의 모습을 많이 본다. 어린 시절, 삼태기 들고 개울 섶을 뒤져 피라미를 건져내던 일이나, 눈 덮인 산능성을 더운 김을 내뿜으며 산토끼를 몰아대던 추억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모처럼 저녁상에 풋고추 넣고 조려먹던 찬거리가 아니라, 몸에 좋다는 말 하나로 온 산을 뒤져 헛개나무며, 가시오갈피며, 오소리며 싹 쓸어버리고, 개울의 물고기마저 쓸어다가 중탕을 내려 먹는 일은 결코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없으리라. ‘바로 요기 살아요,’ ‘이게 당신 땅입니까.’ 이런 말을 언제까지 듣고 살아야 할지는 모르지만, 쪽동백이며, 현호색이며, 애반디와 수염이 멋진 동자개와 알록달록한 꼬리가 귀여운 너구리, 오소리....이런 모든 것들이 사라진 뒤의 시골은 얼마나 삭막할까. 얼마 전, 수산리의 유료 낚시터에 간 적이 있었다. 손바닥만한 붕어 여 댓 마리를 잡아 세 마리는 마당에 묻은 함지박에 넣고, 나머지는 불당골 이웃이 붕어찜을 한다고 가져갔다. 온종일 나는 연잎 밑으로 노는 붕어를 들여다보는 즐거움에 빠졌다. 하루가 지나자 붕어들은 물 위로 코를 내밀고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나는 붕어를 꺼내어 집 밑의 개울 도랑에 풀어 주었다. 발목도 잠기지 않을 만큼 얕은 도랑물이지만, 나는 매일 일을 나가거나 들어올 때면 그 앞에 차를 세우고, 내 붕어들이 잘 있는지 들여다보았다. 그 뒤로도 꽤 오랫동안 집 앞 도랑에 머물던 내 붕어들은 큰비를 따라 개울로 내려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일터에서 돌아올 때마다 도랑을 들여다보며, 풀 섶 밑에 어른거리는 붕어들에게 환호성을 지르던 내게 그것은 서운한 일이지만, 나는 붕어들이 넓은 개울에서 마음껏 헤엄치며 살아가기를 꿈꿔 본다. 어린 시절, 숙모가 빨래 가는 앞 개울에서 손으로도 움킬 만큼 흔한 붕어며, 구구리며, 불거지들로 집 앞의 도랑이 버글거리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田 ■ 글 이시백<작가, 교사>
-
- 뉴스/칼럼
- 전원칼럼
- 컬럼
-
[시골기차] 도랑의 내 붕어는 어디로 갔나
-
-
[건강산책] 나른한 몸에 활력을! 집중력과 기억력 향상을 위한 몇 가지 조언
- 여러분들 중에는 이런 경험을 한 분들이 있을 것이다. 피곤하고 기운이 없고 나른하다. 식은땀이 난다. 입맛이 없고 체중이 준다. 소화가 잘 안되거나 설사를 자주 한다. 어깨가 뻣뻣하거나 허리가 자주 아프다. 팔다리가 쑤시고 아프거나 온몸이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다. 혹은 머리가 항상 멍하거나 무겁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진다. 정서적으로 짜증이 잘 나거나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한숨이 자주 난다. 잠을 푹 자기 힘들고 자고 일어나도 잔 것 같지 않다. 이러한 증상들은 주로 여러분들이 처해 있는 환경으로부터 오는 과다한 스트레스에 의해서 발생한다. 다시 말해 업무에 대한 부담이나 강박관념, 또한 바르지 않은 자세로 너무 오래 의자에 앉아 있을 때 생기는 어깨와 허리의 무리, 저하된 소화 기능에다 바르지 못한 식습관까지 겹쳐져 발생하는 증상들이다. 그러면 그 원인은 무엇이며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인간의 지적 활동은 뇌에서 이뤄지는데 뇌는 인체 신경조직의 거의 98퍼센트를 수용하고 있다. 전형적인 뇌의 무게는 1.4킬로그램, 부피는 1200씨씨 정도다. 뇌는 체중의 단 2퍼센트에 불과하지만 휴지시 에너지의 18퍼센트를 소모한다. 정상의 신경원들은 오직 유산소 기전들을 통해서만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며 산소와 포도당의 지속적이고도 확실한 공급을 전적으로 혈액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뇌의 신경조직은 뇌-혈관장벽에 의해 전신의 혈액과 격리돼 일반적으로 오직 지용성 화합물들만이 뇌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산소와 포도당의 공급, 양질의 지방산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건강이 좋지 않으면 업무를 보는데 지장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지나치기 쉽지만 업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질환들이 있다. 첫째, 숨을 쉬는 방법이다. 업무는 뇌를 많이 쓰는 피로한 일로 다량의 산소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깊은숨을 쉬어 많은 양의 산소를 공급해 주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능률이 떨어지게 된다. 둘째, 축농증이다. 축농증이 있어 항상 코 부위가 묵직한 느낌이 있는 사람은 기억력이 많이 떨어진다. 뇌의 활동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셋째, 코골이가 심한 사람은 다음 날 업무에 지장이 많다. 전 날 코를 심하게 골게 되면 좋은 수면을 취할 수 없고 피로감이 쌓여 집중력이 떨어진다. 일례로 미국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의 코골이를 치료해 주었더니 성적이 30퍼센트 정도 향상됐다는 보고도 있다. 요즈음은 간단한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목 부분에 베개를 받쳐주면 약간 줄어든다고 한다. 넷째, 시력에 관한 것이다. 보는 것은 지적활동의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시력이 좋지 못한 경우에는 반드시 교정해야 한다. 다섯째, 이비인후과 질환이 있는데 이들은 주변을 산만하게 만들거나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소리를 잘 못 듣는 등 여러 가지 지장을 초래한다. 여기에는 소음에 오랫동안 노출된 것이 원인인 ‘소음성 난청’,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은 ‘이명’ 등이 있다. 음식의 섭취와 방법도 중요하다. 배부르게 먹으면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두뇌로 맑은 피가 가는 것이 아니라 위로 간다. 그렇게 되면 두뇌는 산소가 모자라 활동을 중단하고 잠시 쉬기를 원한다. 졸음이 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80퍼센트 정도에서 음식물 섭취를 중단하고 가볍게 몸을 푼 다음 업무를 보는 것이 좋다. 식사는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식사를 거른 채 일을 계속하면 주의력과 집중력 의 지속 시간이 짧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한 ‘어떤 음식을 섭취할 것인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뇌의 기능을 돕는 음식들은 견과류(호두, 잣, 아몬드, 땅콩), 참깨, 검은깨, 현미, 등 푸른 생선, 해조류(미역, 김, 파래, 톳, 다시마), 콩,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 철분 등이 있다. 아울러 잘 씹어야 한다. 씹는 동작은 안면근육을 모두 움직이게 하고 그 정보가 뇌에 전달되어 뇌를 자극하고 뇌의 발달을 촉진해, 뇌에서의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뇌로 가는 혈류량은 높여준다. 업무를 볼 때는 의자와 책상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는 척추에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의자의 높이, 등받이의 높이와 각도, 허리받침대 위치 등이 체형에 맞아야 한다.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깊이 집어넣고 등받이에 기댄 상태로 의자를 책상 앞으로 바짝 당겨 앉고, 상체를 바로 세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틈틈이 고개를 뒤로 젖혀 주는 운동을 해주어 목과 어깨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면, 집중력도 높일 수 있다. 인간은 수면을 취해야만 하기 때문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잠을 잤느냐.’도 중요하다. 하버드의대 정신과 연구팀은 새로운 것을 배운 후, 그 날 밤잠을 잔 사람과 밤을 지새운 사람의 학습 효과를 비교한 결과, 후에 둘 다 잠을 충분히 잤어도 첫날 잠을 잔 사람이 학습효과가 더 높았다고 한다. 잠은 낮시간에 익힌 기억 중 쓸데없는 것은 버리고 필요한 기억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밤새 일하는 것보다 낮에 일하고 밤에 수면을 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면의 역할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면 부족은 능률을 떨어뜨리고 올바른 업무 수행에 필수적인 어떤 것을 기억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지시사항을 이해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충분한 수면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성장호르몬의 분비는 주로 잠이 들고 한두 시간 후나 운동을 할 때 가장 많은 양이 분비된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간단한 방법으로 피로를 쉽게 느끼는 눈을 맑은 눈으로 바꾸어 주고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는 눈체조를 소개한다. 눈체조를 하면 눈 주의에 막힌 혈들이 풀어지면서 나빠진 시력이 좋아지고, 눈의 피로도 풀 수 있다. 또한 대뇌 후두엽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공간지각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볼 수 있다. 하루에 십 분씩 세 번, 간단히 아래 과정을 반복한다. 눈체조 1. 두 눈을 크게 뜨고 위쪽 아래쪽 왼쪽 오른쪽으로 쳐다본다. 2. 두 눈동자를 왼쪽으로 한 바퀴 돌린 후, 오른쪽으로 다시 한 바퀴 돌린다. 3. 앞의 동작을 3분 동안 계속 반복한다. 눈을 통해 뇌에 기운 보내기 1. 손을 빠르게 20번 비빈다. 2. 뜨거워진 손을 2분간 눈에 댄다. 효과적인 방법들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는데, 조금만 신경을 쓰면 보다 나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의학적으로 부족한 기능을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음식과 한약을 복용하는 방법으로 여러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고, 향기요법으로 정신을 맑게 하는 방법들도 있다. 글 / 김보균 한의학박사
-
- 뉴스/칼럼
- 전원칼럼
- 컬럼
-
[건강산책] 나른한 몸에 활력을! 집중력과 기억력 향상을 위한 몇 가지 조언
-
-
[청산에 살어리랏다] 새로운 시작,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 지난 여름은 너무나도 지루한 시간이었다. 일주일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나 이틀뿐이었고 한달 내내 지루한 장마는 계속되었다. 마음은 급하지만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지난 2~3개월은 정말로 긴 시간이었으며 어려운 과정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도 많았다. 7월 말까지 공사를 마치고 주말 별장형 통나무 펜션과 소형주택의 모습을 빨리 보여주고 싶었지만 구멍 난 하늘은 도와주질 않았다. 점토질 대지만 아니더라도 비가 그친 틈틈이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자갈을 채워도 비가 한번 오면 진흙이 되고 말았다. 미래를 위한 10동의 소형주택과 펜션을 겸할 수 있는 다기능 펜션의 내부마감 공사를 하면서 내심 걱정되는 것이 전기감전이었다. 이 펜션 시공을 하기까지 도와준 두 분께 공사지연으로 인한 책임감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을 때도 많았다. 국내에서 처음 개발한 통나무 소형주택 시스템건축 생산라인과 현장 속에서 분주한 시간들은 나를 더욱 바쁘게 몰아가고 있었고 인간이 기계처럼 움직일 수 없다는 결론도 얻었다. 그때마다 현장체험을 목적으로 현장에 와서 열심히 일해주신 분들이 늘 희망과 용기를 주셨다. 현장체험으로 얻은 자신감과 경험으로 평창에 소형주택 4동과 한 분은 용문에 펜션을 짓기로 하고 공장초기에 힘들다고 미리 100% 선불을 주셔서 추석자금으로 돌렸다. 어렵게 이룬 일이니 꼭 성공해야 한다고·… 일심동체로 물질적, 정신적으로 도움을 준 분들께 정말 감사한다. 아마도 이번 여름 장마의 영향으로 건축 회사나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이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 주에 추석이 다가온다. 지루한 가을장마는 계속 되었다. 며칠만 도와주면 되는데 하늘의 비는 그칠 줄 몰랐다. 현장 사람들은 제각기 그리운 자식, 아내 그리고 부모님을 뵙기 위해 여장을 챙겨 떠나고 현장에는 그들이 이루다 만 건물만이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린다. 즐거운 추석이 끝나고 다시 공사가 시작되면 화창한 천고마비의 계절답게 활기찬 현장이 되었으면 한다. 난 이곳에서 펜션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경험하고, 토론하는 장을 만들려고 기획하였다. 천재지변 여하를 떠나 공사기간의 지연으로 인한 책임으로 펜션 운영은 힘들 것 같지만 추석 후에는 밝은 모습으로 마무리를 짓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펜션과 테마기획에 대하여 노력을 해 왔지만 늘 느끼듯이 큰 것보다도 작은 것에서 많은 것을 놓쳐왔다. 기획 의도와 현장, 건축주 모든 것들이 맞아 떨어질 때 진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책임의식에 짖눌려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더 많다. 오히려 자신에 대한 한계를 느낄 때는 어디로 떠나버리고 싶지만 떠날 수도 없다. 일단은 이 현장에서 기획하고 후회 되는 부분들을 나열하면서 정리하고 펜션을 기획하시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소형 주택형과 주말 별장형 펜션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운학리는 서울에서 1시간 반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수도권에서 가까운 곳이다. 운학리는 외지인 80%일 정도로 주말주택지로 각광을 받는 곳이다. I.M.F 전에는 땅값이 만만치 않은 곳 이었지만 I.M.F 후에 표류하던 전원주택, 주말주택의 비인기로 인하여 거래가 많이 없고 가격도 상당 부분 떨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펜션 바람으로 인하여 주변에 펜션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땅값이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환경이나 여건상 다른 곳에 비하여 펜션 지역으로는 아직도 싼 가격이다. 이곳은 주말주택의 수요가 많은 지역이므로 주말주택, 별장형 펜션을 기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여 10동을 소형 주택형, 별장형으로 기획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펜션이란 것이 외국과는 개념이 틀리다. 대도시의 과밀화로 인해 별장이나 주말주택에서 자연을 즐기고, 도시에서 찌든 심신을 달래려고 한다. 정말 내 집 같고 내 별장과 주말주택 같은 독립 된, 각 동마다 울타리와 화단 그리고 테라스(데크)을 가진 소형주택의 개념으로 기획하였다. 그 동안 시도했던 방갈로 개념이 아닌 방, 화장실, 다락방, 거실, 부엌을 겸비한 여유가 있는 소형주택, 주말주택으로 기획하고 펜션으로 운영하다가 미래에 분할하여 매각할 수 있도록 단지를 기획하였다. 15평형 2동과 25평형 1동을 붙인 건물도 내부의 공간구성으로 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지금까지 통상 개념으로는 주말주택, 전원주택은 터 밭이 100여 평에 건물이 40평~50평을 지으려면 300여 평의 땅과 건축비 1억에서 2억 정도의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정말 여유가 있는 계층에서의 전유물로 생각되었던 것들이 실질적으로는 전원에서는 커다란 계산착오가 될 것이다. 이런 개념을 깨고 20평 또는 15평 작게는 10평에, 30~50여 평의 정원을 가진 순수한 주말 주택형을 보여주고 싶었으며 펜션 이란 것이 이러한 욕구에 대한 대리만족과 임대의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생각된다. 90년대 초에 전원주택의 바람을 타고 주말이면 땅 찾아 삼 만 리를 하던 시절이 지났다. 전원주택지에는 콘테이너 만이 눈에 띄고 아니면 지나치게 커다란 저택만이 삼삼오오 모여 있지만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펜션의 바람을 타고 펜션에서는 주말마다 도시탈출을 시도한 도시인으로 북적이다가 일요일 오후 부터는 다시 평온을 되찾는다. 예전에는 전원주택을 짓고 이사를 가면 도시에서 오는 손님맞이에 바쁘지만 이제 펜션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주변 사람들 보다도 도시에서 전원을 즐기기 위해 오시는 분들을 위하여 많은 준비와 노력을 한다. 이런 이유로 소형주택과 게스트하우스의 개념을 도입하여 이 단지를 구성하게 되었다. 건물이 다 완성되면 많은 방문객들이 이용하면서 잘 된 것과 잘못된 것들을 참고하여 많은 것들을 가져 가기를 바란다. 흔히 건축이나 기획의도를 평가하기는 쉽지만 이루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기획에는 건축물에 대해 작은 것을 놓친 것이 많지만 기획의도는 거의 반영되었다.다만 남은 부분은 조경부분과 겨울철 대비 수변 사우나가 남아 있고 매점동은 1차에 완성되지만 매점을 활용한 세미 근린생활시설과 파고라 기획은 추후에 해야 할 것 같다. 계절에 따른 건축공사 통나무주택이나 목조주택은 계절에 따라 커다란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는 유별난 여름, 가을 장마로 인해 영향을 받았었다. 그 보다 엄밀하게는 현장을 강하게 밀어 붙이지 못해서 보낸 시간과 공장시스템라인을 잡기 위해 보낸 시간도 예상보다 길어서 더욱 힘들었다. 일반적으로는 계절에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다. 계절에 따라 영향을 받기보다는 시공하는 인력의 숙련도나 건축공법의 영향이 크다. 공사기간도 공사하는 도중에 리듬을 타게 되는데 이 리듬이 깨지거나 설계변경이나 또 다른 공정이 생겨 놓치게 되면 늘어지게 되고 현장도 생기를 잃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공장에서 시스템 생산을 하고 가급적이면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겨울철 공사를 많이 우려하지만 영월의 통나무주택 4채를 시공할 때는 건축주인 황사장님이 건축을 전공하신 분이라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보온 덮게로 보온과 양생을 하니 콘크리트 제 강도보다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기초공사가 이 정도면 목공사나 기타공사는 영향을 받지않는다. 통나무주택이나 목조주택 초창기에는 외국에서 시스템화된 자재가 도착하는 시간이 건축을 계획하고 시공하려는 시기보다 한 시즌씩 늦었다. 그래서 10여년 동안 겨울공사를 해왔지만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더 좋은 인력을 구할 수 있어 양질의 건축을 할 수도 있다. 봄과 가을이 가장 좋지만 올해의 경우 장마가 너무 길어 다소 차질이 우려된다. 스키장과 펜션오픈에 초점을 맞추려고 하는 목조주택과 통나무주택의 수요가 가을에 부쩍 늘어나면서 공급에 어려움이 예상되기도 한다. 대부분 봄과 가을에 공사를 했고, 매년 목조주택이과 통나무 주택의 인력이 주택신장세에 비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스템화된 공장 생산과 공기의 단축은 건축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기도 하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목조주택이나 통나무 주택학교에서 우리의 시스템에 맞는 많은 인력을 배출하는 것과 현장보다는 체계화된 공장 시스템화로 인력에 좌우되지 않는 균질한 건축을 완성하는 일이다. ABC에서 가나다로 이번 통나무 소형주택시스템 공장을 운영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재미있는 일화로 통나무 부재에 있는 코트를 한글로 바꾼 일이 있다. 현장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반장님은 젊은 시절에는 목수 일도 많이 해본 분이다. 나는 관행대로 부재코트를 영어로 부여했더니, 그는 “이 현장에서 기술자는 부재를 골라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부재만 골라주면 나머지는 부재 순서대로 나무못만 박으면 통나무 주택 벽체가 완성되기 때문이란다. 이는 아무나 공사를 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는 작업이 아니란 이야기다. 그의 말을 참작해 아무나 부재를 골라 가져갈 수 있도록 여덟 번 째 동부터는 한글로 코드를 부여했다. 인부들은 기존방식에서 벗어나 처음엔 이상해했으나, 곧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왜 우리가 만든 시스템인데 오랜 세월 수입해 온 방식을 그래도 답습하려 했던가’하는 후회와 자부심도 느꼈다. 영월현장 공사가 이런 많은 착오와 개선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쯤에서 청산에 살어리랏다를 마감하고자 한다. 원래 계획과 욕심으로는 완성된 영월 펜션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사가 막바지로 들어가면서 전원주택라이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여기서 그만 접어야겠다. 그 동안 꾸준히 나의 펜션 시공기를 읽어준 분과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 드린다. 田 글·사진 강석찬 <유로하우스 대표 043-643-1161, www.kbshome.com〉
-
- 뉴스/칼럼
- 전원칼럼
- 컬럼
-
[청산에 살어리랏다] 새로운 시작,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
-
세번째 이야기- 울타리부터 치는 사람들
- 울타리부터 치는 사람들 농사짓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소똥이 거름이지만, 외지 입주인의 입장에서는 냄새나는 오염물로 여겨집니다. 과일이나 곡식을 쪼아대는 새들이 농민 입장에서는 밉지만, 아침마다 상쾌한 노래를 들려주는 새들이 곱게만 보이는 외지인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 시골은 이러한 서로 다른 생각과 생활을 가진 분들이 함께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도시 사람이 시골에 들어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일까. 울타리부터 치는 일일 겁니다. 아파트를 살 때, 몇 평형이 어떻고, 실제면적이 어떻고, 공유면적이 얼마나 빠지고, 복도형이 어떻고, 손바닥 면적이라도 꼼꼼히 따지던 버릇이 여전하지요.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늘 꿈꾸던 것이 파랗게 잔디가 깔린 정원과 하얀 목책에 둘러싸인 집이 아니었을까요. 그러니 시골로 들어오는 도시민의 ꡐ내 땅ꡑ에 대한 집착은 대단하지요. 시골에 터를 잡으러 돌아다니면서 하룻밤에도 몇 채씩 집을 짓고, 허물고, 텃밭이며 화단이며 정원을 머릿속에 그리고 지웠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내 땅이 생긴 겁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의 소중한 보금자리에 허겁지겁 울타리부터 치는 것은 어찌 보면 이해할 만한 일입니다. 나부터도 그랬으니까요. 내 땅과 네 땅 불당골에 들어온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새벽에 두런거리는 이야기 소리에 잠이 퍼뜩 깨었지요. 도둑이 들었나 보다고 잔뜩 긴장하여 문틈으로 내다보니, 마당 가운데 뒷짐을 진 마을 사람 둘이 서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내게 그분들은 오히려 당혹스런 표정을 짓더군요. 그 후로 나는 시골집의 마당이란 내 것이 아니라, 이웃들과 함께 쓰는 공간이며, 늘 이웃집과 오가느라 오래 전부터 생긴 샛길과 마당은 쉽게 구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서류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오래 전부터 이웃끼리 오가던 길이 어느 날 뜬금없이 울타리로 가로막힌다면 그것도 당혹스런 일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요. 그보다 더욱 걱정스런 일은 마음의 울타리입니다. 이웃과 오가던 길이 사라지고, 울타리로 막아 오로지 내 가족만 드나드는 막다른 길만이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과 원주민 사이에는 엄연한 거리감이 있습니다. 그것은 농사를 짓는 시골 분들과 생업이 따로 있는 외지인 사이에 생각도 다르고, 입장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농사짓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소똥이 거름이지만, 외지 입주인의 입장에서는 냄새나는 오염물로 여겨집니다. 과일이나 곡식을 쪼아대는 새들이 농민 입장에서는 밉지만, 아침마다 상쾌한 노래를 들려주는 새들이 곱게만 보이는 외지인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 시골은 이러한 서로 다른 생각과 생활을 가진 분들이 함께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시골에 들어와 사는 분들에게서 ꡐ함께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다ꡑ는 호소를 심심찮게 들었습니다. 사람이야 많지만 정말 마음이 통하고, 화제가 일치하는 이웃이 없다는 말이겠지요.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란 서로 같아야만 잘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웃간에 오가던 길은 막다른 길이되어 대체로 시골살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나가는 분들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ꡐ내가 도시에 살 때는 어떠했는데, 지금 이러고 살고 있자니...ꡑ하는 왕년형. ꡐ정말 수준이 낮아 못 살겠어...ꡑ라는 공주형. ꡐ극장도 없고, 빨래방도 없고, 너무 불편해서...ꡑ하는 도시형. ꡐ애들이 멍청하고, 시골선생님들이라 열의도 없고...ꡑ라는 열성교육형. 이 가운데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공주형입니다. 실제로 이런 분들은 자신이나 이웃들을 위해서도, 그냥 도시에서 살기를 권합니다. 사람을 차별하는 것도 못된 버릇이지만, 특히 지역이나 처지를 가지고 높낮이를 따지는 것처럼 천박한 짓도 없지요. 그런 이들은 시골에 들어와 살면서도 자기 집 주소가 무슨 면이니, 읍이니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시골에 들어와 태어난 자기 아이들의 출생지가 도시가 아닌 것을 못 견뎌하여 반드시 출산은 서울 병원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소위 고급 전원주택단지를 만들어, 그들끼리의 생활을 보장해 주는 장사꾼들도 등장하고 있지만, 나는 그런 분들로 우리의 시골이 채워지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봅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시골에도 길은 있었지요. 다만 예전의 길들은 이웃집끼리 오가기 위한 길이라 온 마을 집들이 서로 거미줄처럼 서로 이어진 길인데 비해, 요즘의 길들은 사람보다 차가 들어가기 위해 넓혀진 길이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집집마다 단절된 막다른 길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마음의 울타리를 허물고 시골에 들어와 울타리부터 치고, 스스로 막다른 길을 만드는 도시사람이나, 낯선 이웃이 들어와 집 짓는 데 먼지 날린다고 집채 만한 바위로 길을 가로막는 시골사람이나 마음의 울타리를 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일지도 모릅니다. 이웃 없이 나 혼자 살고 싶다면, 도심의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에서 안락하게 사는 편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봅니다.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하면서도 조금 먼저 들어와 산다고 새 이웃에서 텃세를 부리는 분들도 올바른 행동은 아니라고 봅니다. 서로 생업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웃이 필요하며, 울타리 없이 서로 드나드는 길, 우리들 마음에 가로처진 울타리부터 허물어내는 길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시골에 들어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마음에 견고하게 가로막혀 있는 울타리부터 걷어내는 일일 것입니다. 田 ■ 글 이시백
-
- 뉴스/칼럼
- 전원칼럼
-
세번째 이야기- 울타리부터 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