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보기
-
-
【남해 원예예술촌 주택정원】 튤립과 풍차 정원
-
-
네덜란드의 풍경을 담아내다• motive 제2의 고향 네덜란드 풍경을 담아볼까• item 이미테이션 풍차, 튤립, 제라늄, 서양 채송화, 나막신 화분• location 경남 남해군 삼동면 봉화리 원예예술촌 글 사진 전원주택라이프 편집부 취재협조 남해 원예예술촌 055-867-4702 www.housengarden.net
낮은 울타리로 모두에게 열려 있는 정원
30년간 네덜란드에서 살다 온 배정희 씨 부부는 지인의 초대를 받고 독일 마을에 방문하면서 남해에 첫 발을 디뎠다. 처음 접한 남해는 이들에게 무척 아름다워 보였다. 그런 차에 이웃한 원예예술촌에 필지를 구하게 돼 큰맘 먹고 이곳에 정착을 단행했다. “남해의 첫 느낌이 참 아름답고 좋았어요. 마침 슬슬 네덜란드 생활을 정리하려던 참이었는데 원예예술촌에 좋은 집터가 있어 바로 집 짓고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처음 접하는 남해의 기후는 낯설었지만 정원이 필수인 유럽에서 살다 보니 정원 일은 생활 그 자체다. “네덜란드 사람은 거의 모두 집에 정원을 갖고 있어요. 스스로 정원 일 하는게 일상인 나라여서 저도 예전부터 925.6㎡(280.0평) 정원을 직접 가꿨어요.”
네덜란드에서 공수 해온 오리 조형물
집 뒤편 덱 주변엔 앵두나무를 심었다.
덱 난간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꽃을 볼 수 있는 펜지를 심어 걸어 두웠다.
그녀는 그간 축적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정원을 만들었다. 아담한 크기의 정원과 풍차 모형이 특징인 이 정원은 네덜란드를 작게 담아내고 싶었던 그녀의 바람대로 이뤄졌다. 디자인 상 어려운 부분은 전문가와 이웃 원예가들의 조언을 들어가며 완성했다. 북유럽에 속한 네덜란드와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기후 차가 상당해서 아무것도 모른 채 정원을 꾸몄다면 크게 실패했을지도 모른다. “마을이 거의 다 조성된 후에 입주해 정원을 꾸민 게 다행이었어요. 이웃 분들이 정원을 가꾸며 겪은 실패담을 들려주고 여기에 잘 자라는 나무와 화초를 알려줘 큰 도움이 됐어요.” 덕분에 네덜란드 하면 떠오르는 튤립이 풍차와 어우러져 이국적 느낌을 자아내고 남해에서 잘 자라는 홍가시나무와 허브 들이 어우러지는 균형 잡힌 정원이 완성됐다. 잔디는 서양 잔디와 한국 잔디를 조화롭게 심어 변화를 줬다. 그녀는 “예쁜 건 서양 잔디지만 튼튼한 건 한국 잔디만한 게 없다”며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다고 말한다. 정원 포인트 재료로, 집 앞 덱 기둥에 화려한 색의 제라늄과 서양 채송화를 심어 둔 바구니를 걸었고 정원 곳곳엔 오리 조형물을 놓았으며 여름엔 나막신 화분에 꽃을 담아 네덜란드 분위기를 한층 북돋운다.
풍차 모양 외관이 독특해 집인 줄 모르고 불쑥 들어오는 이가 많다.
입구에 대문 대신 기둥을 세워 놓고 제라늄을 가득 담았다.
서양 잔디와 한국 잔디를 나눠 심어 컬러의 변화를 줬다.
공주 같은 꽃 튤립지금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지만 정원을 조성한 초기에 심었던 튤립은 뜨거운 태양을 버티지 못하고 다 말라버린 적도 있고 배수가 제대로 안 돼 화초들이 다 물러 버린 적도 있다.“튤립은 공주 같은 꽃이라 아주 예민하고 손이 많이 가는데요, 지금은 여기 기후에 맞추는 방법을 알았어요. 말려서 보관해 뒀다가 10월에 다시 심으면 이듬해 봄에 다시 자라요. 그 일을 매년 반복해야 하는데 손이 정말 많이 가지만 꽃이 피면 정말 예쁘니까 그 보람에 번거로운 작업이지만 계속해요.”
두 가지 색감의 튤립. 품종은 원낙 다양해서 앞으로 더 많은 종류을 심을 예정이다.
화려한 제라늄은 재배하기 손쉬워 관산용으로 많이 재배된다.
그녀는 식물에게 정말 세심한 태도로 대한다. 꽃이 꺾이거나 부러져도 그대로 버리는 법이 없다. 한 번 더 들여다보고, 물에 담그거나 말려 보기도 한다. 가끔 부러진 곳에서 뿌리가 새로 자라기도 하기 때문. 그럴 땐 다시 키울 수 있다. “그대로 버리기엔 너무 아까우니까 손 한 번 더 대보는 거죠. 심폐소생술처럼요. 원예를 정식으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오랜 기간 스스로 겪으며 터득하다 보니 이젠 화초 다루는 데도 익숙해졌어요.”
정원 곳곳에 심어진 아기자기한 꽃들
나무 밑동엔 수선화를 심고 오리 조형물을 둬 심심함을 없앴다.
한국에서 30년, 네덜란드에서 30년 살아온 부부에겐 네덜란드가 제2의 고향이다. 앞으로 네덜란드 관련 정원 용품을 더 들여서 네덜란드 특유의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연출하려고 한다. 틈나는 대로 네덜란드를 오가며 북유럽풍 나무 펜스와 조형물들을 수집하고 있는 중이다. 오랫동안 네덜란드에서 살았고 앞으로는 남해에서 살 테니 두 나라를 연결하는 독창적인 정원을 만들 계획이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8-04-22
-
-
【다락설계】 집 지을 때 꼭 만들고 싶은 다락, 이렇게 해 볼까?
-
-
4가지 콘셉트의 다락 설계저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전원주택에 하나 정도 있는 다락. 집집마다 다른 용도로 활용되는 만큼 다락 하나 갖고 있으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다락 없는 전원주택은 씨 없는 수박이라고 할까, 왠지 심심하다. 우리 집 공간을 여유롭게 해주는 다락, 어떻게 계획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면 김종대 소장의 재치 만점 다락 디자인을 들여다보자. 자료제공 김종대 <공간왕단독주택연구소 소장>http://blog.naver.com/smhaus
기능성을 고려한 심플한 다락1. 수납을 겸할 수 있는 심플한 다락을 제안한다. 2층 아이 침실과 소거실을 연계한 공간 계획. 하부는 수납공간으로 사용하고 상부는 경사지붕을 이용한 다락이다.
2. 천창을 시공해 아이가 밤하늘의 별을 세며 꿈을 키우도록 하고 계단을 내려오면 다락 아래는 수납공간 혹은 놀이공간으로 활용 가능하다.
3. 공간 구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정면에서 바라본 다락 스케치.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이라면 하부 공간에 애완동물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줘도 좋겠다.
4. 벽면을 수직으로 자른 단면 스케치를 보자. 보통 다락은 2층에서 지붕 속으로 올라가는 형태로 설계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경우 사용이 불편해 실제 활용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이 다락은 다른 공간과 쉽게 연계돼 사용이 편리하다.
거실 상부를 이용한 다락1. 이번에는 2층에서 반 층 정도 높이만 올라가면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는 다락이 나오도록 했다. 2층에서 다락을 반 층 올린 만큼 1층 거실 천장 높이가 더 확장돼 개방적인 거실을 만들 수 있다.
2. 단면 스케치를 보면, 1층 거실 천장이 높고 2층에서 다락으로 가기 위한 동선이 짧음을 알 수 있다. 1층 거실이 2층에 전체 개방됐을 때 부담감을 느낀다면 이런 디자인을 설계 시 적용하면 만족스러울 것이다.
3. 2층 소거실의 답답함을 상쇄하기 위해 1층 거실 및 다락 쪽 벽에 유리창을 설치하면 실내 확장감을 얻을 수 있다. 1층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2층까지 전달되는 효과도 얻는다. 일부 개방하거나 단조 난간 등을 활용한 인테리어도 가능하다.
4. 2층 소거실에서 1층 거실 일부와 다락이 보인다. 소거실에서 다락으로 부담 없이 이동하며 여유 공간을 확보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다락 사이즈에 꼭 맞는 수납 장식장을 짜 넣어 활용도 100% 다락을 계획해 보자.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 배치는 공간 활용도를 더욱 높여주므로 인테리어 계획 시 가구 배치도 꼼꼼하게 체크하자.
계단실 상부를 이용한 다락1. 아이 침실에서 다락을 바라본 스케치. 계단실 상부 다락은 2층 아이 침실과 연계되도록 했다. 원형으로 다락 개구부를 만들어 외부로 살짝 드러나게 만들 수도 있고 폐쇄형으로 만드는 등 취향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로 계획한다.
2. 계단 높이는 건축 설계 시 단면으로 꼭 체크해야만 시공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
3. 단면 스케치를 보면 2층에서 조금 높게 다락이 위치한다. 이유는 1층 계단참 부분에서 이동 시 불편하지 않도록 적정 높이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 그만큼 올라간 높이차를 이용해 다락을 만드는 것이다.
4. 개방형으로 계획해 공간에 확장감을 연출할 수도 있다. 오픈된 공간이므로 인테리어 데코에 신경 쓴다. 미니 테이블과 매트리스 혹은 기능성 쿠션을 놓고 로맨틱한 레이스 커튼을 달면 여자아이의 침실 혹은 아지트로 훌륭하다. 다락의 공간 연출은 무궁무진하다.
복층형 다락1. 공간 계획을 할 때 어떤 공간과 연계해 다락을 만드는지가 활용도를 높이는 관건이다. 흔히 다락 하면 동심의 세계와 연관 짓는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공간으로 침실 혹은 놀이 공간 용도로 다락을 계획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아이 침실과 연계되는 다락을 계획해 봤다. 단면 스케치를 보면 아이 방을 크게 두 부분으로 구획해 좌측은 아이 침실, 우측은 복층형 다락으로 설계했다. 다락이 덤으로 생겨 공간 경제성이 아주 좋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복층 공간 상부와 하부 중 어떤 공간을 주로 사용할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주 공간의 천장 고를 높게 하고 부속 공간의 천장 고를 제한 높이 이하로 계획해 바닥면적, 층수에서 제외할 수 있다.
2. 침실과 연계된 복층형 다락은 학습, 놀이, 수납 등 여러 용도로 사용한다. 다락을 침실로 꾸미고 주 공간을 학습이나 놀이 등 일상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형제가 한 방을 같이 쓰는 경우 다락으로 서로의 영역을 구분하는 등 다락은 요긴하다.
3. 다락 하부 천장 고를 높일 경우 학습공간, 드레스룸 등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꾸밀 수 있다. 드레스룸은 인테리어 계획 시 수납 가구를 심플하게 디자인해 짜임새 있고 실용적인 공간으로 완성한다.
4. 침실에서 다락을 본 스케치. 다락 하부 벽을 이용한 수납 장식장은 공간 효율성이 좋고 장식 효과도 낸다. 복층 공간의 용도에 따라 수납 방향은 달라진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8-04-21
-
-
건축사의 집 이야기 3편 '상식의 차이'
-
-
Dwelling and Architecture글 양성필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아키제주 대표) 064-751-9151 www.archijeju.com
02_ 상식의 차이‘처음 집을 짓고자 하는 이들에게 무슨 조언을 해주는 것이 좋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온통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생각은 제가 하는 일에 대한 변명들뿐이었습니다. 건축사가 하는 일은 의뢰인이 살 집을 도면으로 그려주고,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것입니다. 이것을 멋있게 포장해서 ‘행복한 삶의 현장을 그림으로 그려주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행복한 순간을 그려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라는 말을 저도 들어왔지요. 하지만, 늘 그렇게 행복함이 같이하는 직업은 아닌가 봅니다. 건축사의 주 업무 중 하나는 변명을 늘어놓는 일입니다. ‘집을 설계하는 데 무슨 변명을 한다는 것이지?’라고 의아해하겠지만, 건축사가 관공서에 제출하기 위해 작성하는 도면은 온통 변명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피고는 법을 어기지 않았는가?’라는 공무원의 질문에, ‘네. 저는 높이 제한 규정을 준수하였고, 대지 안의 공지를 확인하였고, 건축 규모의 제한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집을 짓도록 설계하였습니다’라고 변론하는 것이 관공서에 제출하는 설계도면의 주된 역할입니다. 공무원과의 대화는 변명과 변론이 주된 내용이지요. 마치 건축사가 무슨 범죄 현장의 용의자처럼 되어갑니다. 그러다 보니 자꾸 변명하는 것도 습관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건축설계를 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건축법>을 어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것도 당연히 건축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지만, 그래도 건축사라는 직업의 주 업무는 행복을 디자인하는 게 맞으니까요. 물론, 행복이라는 것이 집을 잘 설계하고, 또 그런 집을 짓는다고 해서 보장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안방과 화장실과 마당과 서재를 그리면서, 그 안에서 이루어질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지요. 그런 즐거운 일을 하면서도 가끔은 의뢰인과 건축사의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치 어린아이 둘이서 같이 블록 쌓기 놀이를 하다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쌓지 않는다고 서로 투정 부리듯이 말이지요. 그럴 때 어른들은 서로 양보하면 싸울 일이 없을 거라고 말하지요. 하지만, 세상일들이 그렇게 양보하기 쉽나요. 설계하는 과정에서의 양보도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의뢰인과 건축사는 설계 과정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의 정당성은 너무도 분명하고 확고해서, 그 시시비비를 가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갈등이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당사자들도 그 옳고 그름의 판단이 애매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것을 ‘소유권’과 ‘저작권’의 갈등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물론, 제가 여기에서 그 갈등의 법적인 해석이 어떻게 되는지를 따지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법적인 문제보다 사실은 도덕적인 문제에 더 가깝습니다. 그 이유는 조금 나중에 말하지요. 이 갈등의 본질에는 ‘건축물의 형태와 공간을 구상하고 디자인한 것은 건축사이므로, 이 건축물의 디자인은 남이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된다’는 건축사의 주장,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건축물을 디자인해 달라고 적절한 대가를 지불했으므로, 그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마음에 들게 고쳐달라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는 의뢰인의 주장이 있습니다. 두 주장은 제각기 정당성을 가지고 있어서 대립 상황이 심각한 수준일 때에 정말 법정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먼저 저작권에 관한 건축사의 입장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건축사가 저작권을 주장하며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건축 디자인이 건축사의 창작활동에 의한 저작물임에도, 그것을 훼손한 사안에 대해서 소송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제품 디자인처럼 반복해서 디자인을 재생산하고, 그 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건축물의 디자인을 반복해서 재생산하고, 그에 대한 저작권을 건축사에게 지급하여 준 예는 시저 펠리 Cesar Pelli가 설계한 교보빌딩이 대표적이다.
교보생명은 지방에 유사하게 생긴 사옥을 지을 때마다 도면을 국내 설계사무소에서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저작권 비용을 시저 펠리에게 지급하였다고 합니다. 정말 흔치 않은 경우이지요. 저작권은 창작물의 독창적인 부분을 그 작가의 고유한 무형의 지적 소유물이라고 권리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제주도의 모 기업에서 일본의 구마 겐코 Kuma Kengo라는 유명 건축가의 설계도면이 공사하기 매우 어렵다는 이유로, 그에게 설계를 변경하겠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구마 겐코는 “설계를 변경하는 것은 좋지만, 그럴 경우에는 제가 설계한 작품이라는 타이틀을 빼주기 바랍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결국 그 기업은 설계 변경 없이 그대로 진행했다고 합니다. 건축사에게 흐뭇한 미담이겠지요? 하지만, “열심히 디자인한 것을 의뢰인이 공사하는 중간에 마음대로 바꾸어서 속상했다”는 이야기, “설계하는 과정에서 의뢰인이 자기 맘에 들지 않는다고 이리저리 바꿔 달라고 해서 마지못해 디자인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푸념을 건축사들에게 심심찮게 듣습니다. 의뢰인과 건축사 간의 의견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지요. 귓속에서 이런 말이 들리는 듯합니다. ‘당신이 구마 겐코야?’ 하지만, 의뢰인도 설계를 요청할 때 저작권과 관련해서 꼭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요. 아무리 마음에 드는 집이라고 해도, ‘이 집과 똑같이 설계해주세요’라는 요청은 위험하다는 것이지요. 그 집을 설계한 건축사나, 그 집을 모사해서 디자인하는 건축사에게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하는 것과 똑같이 베끼는 것은 다르니까요. 물론, 남의 집과 똑같은 집을 짓기를 원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만일 그러한 경우 법적인 문제보다도 저작권과 관련해서 설계자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건축사의 창작 노력에 대한 배려는 문화적 삶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기본적인 소양이 아닐까요. 음악과 미술 같은 예술 분야에서 저작권이 중요하게 다루어지지만, 건축에서는 아직 사회적으로 크게 문젯거리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저작권에 대한 법적인 것이 아니라 창작활동에 대한 의뢰인의 배려와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비슷하게 생긴 건축물이 많이 있지만, 결코 똑같은 건축물은 없습니다. 마치 사람들이 비슷하게 생겼어도 똑같이 생긴 사람이 없듯이 말이지요.
저작권 문제로 디자인 카피 의혹을 제기했다는 두 건물. 위 건축물의 건축주는 아래의 건물을 보고 카피한 것이 아니라 외장재의 홍보자료를 보고 제품의 가능한 패턴의 한 가지로 이해했다고 한다. 디자인을 참고한 것과 카피한 것은 저작권 문제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지만, 작가를 오해하게 만드는 행위는 건축사에게도 심적 상처를 준다. <한라일보>, 2014년 8월 5일 기사 참고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건축사의 작업은 그야말로 머리를 쥐어짜는 산고의 고통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이 고통은 결국 그 디자인에 애착을 가지게 되는 이유이며, 의뢰인이 디자인을 변경하고자 할 때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없이 건축사의 도면이 기계적으로 그린 것에 불과하다면 의뢰인의 요구에도 아무런 미련 없이 디자인을 변경할 수도 있겠지요. 어쩌면 의뢰인과 디자인 때문에 의견 충돌이 잦은 건축사는 그만큼 그 건축물이 잘 지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면 의뢰인의 입장에서 건축설계를 바라볼까요. 건축사의 ‘자기 디자인을 유지하지 않는다’는 푸념, 혹은 ‘왜 허락 없이 자기 디자인을 바꾸려고 하느냐’는 항의가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이상할 수 있습니다. 자기가 살 집을 자기 맘에 들도록 설계해 달라는데, 건축사가 된다 안 된다 그러면서 속상해하고 따질 일이 뭐 있냐고 생각하게 됩니다. 마트에 물건을 사러 갔는데, 내가 맘에 들어서 고른 물건을 마트 사장이 “그건 안 좋으니 이걸 쓰세요”라고 하면서 다른 물건을 사라고 강요한다면 기분이 퍽 상하겠지요. 마치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입니다. 저도 최근에 의뢰인으로부터 이런 항변을 들었습니다. “(의뢰인이 원하는) 디자인이 제 맘에 영 내키지 않습니다”라고 하였더니, 의뢰인이 “이게 잘 못 돼도 제가 잘못 한 거고 손해를 봐도 제가 손해를 보는데, 건축사님이 왜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합니까?”라고 화를 냈습니다. 맞는 말이지요. 돈이 들어도 의뢰인의 돈이 들 것이고, 불편해도 의뢰인이 불편할 것이고, 집이 무너져도 일차적으로는 의뢰인이 피해를 보게 되니까요. 바로 그 점 때문에 건축사는 의뢰인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건축사는 좋은 집을 설계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좋은 집을 가지려면 의뢰인이 설계에 참여해야 하고, 어느 정도 건축에 대한 관심을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알아서 다 해주세요” 이것은 건축사들이 좋아하는 의뢰인의 모습일지 모르지만, 글쎄요 그렇게 저를 믿을 수 있을까요? 건축사의 창작 의지와 실력을 존중해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어떤 의뢰인도 결국에는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 건축물의 디자인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어차피 그 건축물에서 평생 살아가야 할 사람은 건축사가 아니라 의뢰인 자신이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건축사가 좋은 집을 디자인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결국 그 집에서 살아야 할 사람은 자기 자신과 가족이기 때문에 의뢰인 역시 자신의 바람을 포기할 수는 없지요. 건축사가 디자인하고자 하는 집의 형태가 의뢰인의 마음에 꼭 들었다면 가장 좋은 상황이겠지요.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의뢰인도 건축사도 저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의뢰인은 내가 살 집이니까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기를 바라고, 건축사는 내가 디자인하는 것이니까 내 디자인의 의도를 받아주기를 바라게 됩니다. 둘 다 이유가 있는 주장이지요. 여기서 건축사는 작가의 권리를, 의뢰인은 소유자 혹은 사용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지요.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일까요? 둘 다 중요합니다. 사실 건축설계가 건축사와 의뢰인이 다 함께 만족하는 결과물이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건축사는 의뢰인이 평생토록 살 집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디자인에 반영하도록 애를 써야 하고, 의뢰인은 디자인이 건축사의 전문적인 지식과 철학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이해해주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건축설계는 의뢰인과 건축사의 공동작업이라는 것이지요. 의뢰인과 건축사가 제각기 권리를 주장할 때, 우리는 반드시 법정으로 가서 시시비비를 가려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필요도 거의 없고요. 사실 그런 다툼이 싫어서 어느 한쪽이 자신의 의견과 소신을 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축사들 모임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은 사람이 의뢰인의 요구에 의해서 자신이 생각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로 의견이 상충될 때, 서로의 생각을 설득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은 결코 좋은 방식이 아니지요. 좋은 집을 만드는 과정에는 서로의 좋은 생각을 취해서 더 나은 결론으로 유도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몇 해 전 단독주택을 설계할 때 일입니다. 외관 협의가 거의 마무리가 된 상태에서 그에 따른 창호도를 그려서 의뢰인에게 보여줬습니다. 3일 정도 지나서 의뢰인으로부터 팩스가 왔습니다. 팩스에는 창문의 크기와 위치를 50㎜ 혹은 100㎜ 정도 높이거나 낮추어 달라고 표시돼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순간적으로 매우 화가 났습니다. 왜냐하면, 창문의 크기는 외벽의 돌 나누기와 관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의뢰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렇게 작은 치수까지 바꾸어가면서 일방적으로 도면을 고쳐달라는 것에 대해 화를 냈습니다. 사실 창문의 크기를 조정하는 게 귀찮아서가 아니라, 그렇게 조절하였을 경우 외벽의 돌 나누기 선들이 창문의 크기와 맞지 않는 것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였습니다. 게다가 고심하여 정한 창호의 크기를 이유를 말하지 않고 변경해달라고 통보받은 것이 불쾌하기도 했습니다.
창호의 높이를 조절해달라면서 외벽 돌 나누기와 창호의 규격이 맞지 않게 되었다. 어떤 판단이 합리적인지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러운 태도였지요. 그때 의뢰인은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창문과 비교하면서 제가 그린 도면의 창문을 따져보니 그렇게 고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당연히 건축주는 그게 외관상에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확인할 수 없었겠지요. 저는 문득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이 참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사과를 하고 제가 화를 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외벽의 돌 나누기의 선과 창문의 윤곽선이 일치되지 않게 되는데 괜찮겠느냐?”라고 물었지요. 의뢰인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창문을 조정해달라”면서 “외벽 돌 나누기의 선과 창문이 맞지 않는 것은 감수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화를 낸 것에 대해서 “전문가는 화를 내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참으로 저의 버릇없는 행동을 전문가의 의견으로 받아준 답변이 고마웠습니다. 이렇게 건축사와 의뢰인의 의견이 부딪힐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매사를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 하면 삶이 피곤하겠지요. 요새는 건축 디자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매우 구체적으로 그려오는 의뢰인을 자주 만납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그려 보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의뢰인이 그리는 대로 도면화해서 설계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의뢰인에게 원하는 집의 그림이나 생각을 적어달라는 것은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서입니다. 의견이 상충될 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입니다. 제게 대화는 곧 설계 방법이기도 합니다. 건축사만의 생각으로, 혹은 의뢰인만의 생각으로 진행된 디자인은 결코 만족스러운 좋은 집이 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조금 자기반성적인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대화와 토론을 하는 데에 매우 익숙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주장을 하는지 조금만 더 들여다보고 입장을 바꿔가면서 생각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데에 매우 어색한 듯합니다. 그러는 것만으로도 훨씬 부드럽게 일을 진행할 수 있을 텐데 말이지요. 좋은 집을 만들어 보자는 목표 지점은 같은데 서로 다투면서 힘들어할 필요는 없겠지요. 설계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설계 방법론으로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건축사와 의뢰인은 공감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치 한 배에서 노를 나누어 저을 때에 혼자 열심히 젓는 것보다 옆에서 젓는 속도에 맞추어 노를 젓는 것이 배를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시키는 방법이듯이 말이지요.양성필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아키제주 대표) 중앙대학교 건축과 졸업, 중앙대학교 건축학 석사, 제주대학교 철학 석사,제주대학교 한국학 박사수료 E_mail: archijeju@naver.comwww.archijeju.com 064-751-9151 본 기사는 연재물로 '전원주택 짓기' 시리즈에서 차례대로 볼 수 있습니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8-04-20
-
-
【전원주택 인테리어】 공적인 공간은 재미있게, 사적인 공간은 아늑하게!
-
-
외관 30평대 아담한 면적의 집은 거실과 복도, 각 실마다 창문을 크게 설계했다. 특히, 거실의 큰 창은 주방과 외부 동선을 연결해 편의성을 높이면서 실내 공간이 확장된 듯한 느낌을 준다.외형은 징크를 사용해 정면과 배면, 측면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보이게 디자인했다. 측면에서 바라보면 전체를 징크로 마감한 듯한 현대식 주택을 연상하게 하고, 정면과 배면은 적삼목 사이딩과 화이트 컬러의 스타코 플렉스를 사용해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실내 거실과 주방의 경계를 허물어 상부를 오픈했다. 기본 바탕은 전체 화이트 톤으로 마감해 밝은 공간으로 꾸몄다.정리 및 사진 백홍기 자료제공 엔디하임(주) 1544-6455 www.ndhaim.co.kr
현관깨끗하고 기능적인 현관을 위해 바닥과 벽은 그레이 톤의 포슬린타일로 마감했다. 현관 중문과 신발장은 모두 화이트로 선정하고 중문의 단조 문양과 블랙의 현관 센서등으로 포인트를 줬다.
거실벽난로가 위치한 아트월은 불연성 자재인 파벽돌로 마감했고, 전체 화이트 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변화를 주었다. 현장에서 제작한 좌측 장식장 역시 동일한 파벽돌을 사용하고 컬러로 다른 느낌을 담았다.* 파벽돌 : 노벨스톤社의 슬라이스, 크링커, 브릭, 프라임 시리즈* 벽난로 : 독일 제품으로 곡면 글라스 도어를 장착해 인테리어 효과가 뛰어난 벽난로이다. 내화 세라믹 화실, 화강석 치장이 들어간 고급 제품을 선정해 연소 시간과 열손실을 최소화한 제품이다.
천장거실과 주방 상부를 전체적으로 오픈시켜 픽스창과 까치창을 넣었다. 공간이 더욱 넓어 보이고 채광 효과도 뛰어나다. 천장은 화이트 실크벽지로 마감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빛과 조명이 인상적이다.
복도파벽돌의 빈티지한 느낌과 잘 어울리는 레일 조명은 용도에 따라 원하는 방향으로 램프 위치를 이동하거나 추가하는 장점이 있다.
주방일반적인 주방에 비해 타일 붙이는 면적이 넓다. 그래서 블루 계열의 타일로 포인트를 넣어 이미지월 역할을 하도록 했다. 아일랜드 상부로 떨어지는 펜던트 역시 동일한 블루 계열로 포인트를 주어 통일감이 느껴지도록 했다.
다락지붕의 경사를 그대로 따랐다. 안정감 있게 평천장으로도 할 수 있지만, 좌식으로 사용하게 될 공간이라 이야기가 있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계획했다.
화장실따뜻한 브라운 계열의 포슬린타일은 강도가 높으면서 심미적인 기능을 한다. 자연석으로 허리선 몰딩을 넣어 공간을 더욱 안정적으로 느끼도록 했다. 창호 몰딩 역시 자연석으로 마감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도기류와 액세서리 모두 아메리칸 스탠더드 제품이다.
조명
모든 조명은 LED와 일반 전구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6등 갓 펜던트등상부 체인으로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다.
쉐리 1등 펜던트등 ×2내부 색상이 다양하다.
수제품의 조명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8-04-20
-
-
[용인 스틸하우스] 자연 지형에 순응한 디자인
-
-
자연 지형에 순응한 디자인
용인 주택
20년간 스틸하우스를 시공해온 지움건축 대표가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본인의 주택을 지었다. 건축구조는 당연히 스틸하우스이며, 무채색인 블랙과 화이트를 주조로 알루미늄 징크로 외쪽지붕을, 스타코 플렉스와 세라믹 사이딩으로 외벽을 마감해 모던한 외관을 갖췄다. 건축주는 주택을 설계할 때, 주변의 경사지와 경관에 신경을 썼다. 조망을 살리기 위해 주택을 남서향으로 배치했다. 또 주택으로 진입하는 경사로를 고려해 1층 철근콘크리트조 상부에 주차장을 두고 그 옆에 현관을 배치해 2층의 스틸하우스 구조를 통해 내부로 진입하도록 했다. 그리고 주변의 자연환경과 주택이 어우러지도록 지붕 높이를 최대한 낮췄다.
글 최은지 기자 사진 백홍기 기자
취재협조 지움건축
<기사전문보기>
-
2018-04-20
-
-
【영국 정원】 정원에 담긴 부부 이야기, 윔블던 주택 정원
-
-
영국의 집을 둘러보다 보면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무리 작은 집이라도 집에 버금가는 후정後庭이 있다는 점이다. 테니스로도 유명한 영국 런던의 윔블던Wimbledon 주택가의 한 정원에서 영국인들의 깊은 정원 사랑을 느껴보자.글 · 사진 서상신 영국통신원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은 극히 주관적이기에 아름다운 정원에 대한 생각에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잘 정돈된 정원을 아름답다 느끼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정글을 연상시킬 만큼 야생미를 갖춘 정원을 좋아하기도 한다. 윔블던 주택 정원은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초록빛으로 뒤덮인 이 정원의 첫인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정원의 모습은 아니었다. 후정을 가지고 있기에 흡사 숨겨진 숲 속에 온 듯 신비로운 느낌마저 주는 이곳에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
키친 가든 뒤에 놓인 작은 연못.
기르는 채소들은 기존 작물에서 씨앗을 받아 재배했다
20여 년의 세월이 깃든 부부의 정원약 30㎡ 규모의 정사각형 안에는 키친 가든부터 작은 연못에서 큰 나무 그늘 아래의 작은 휴식 공간까지 알차게 구성됐다. 주인 내외가 이곳에 살기 시작한 것은 올해로 21년째를 맞는다. 하지만 주택과 정원의 역사는 그보다 길다. 집은 부인의 할머니 때부터 살아온 곳으로 내부에는 족히 100년도 넘는 가구 및 소품들로 가득 차 있는데, 부부는 버리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다.새로운 것을 들이고 바꾸는 것보다 옛것의 가치를 존중하는 부부의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이다.집과 마찬가지로 정원에도 그들의 개성이 담겨있다. 처음 그녀가 본 정원의 모습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인공 잔디와 포장된 길, 녹슨 그네와 작은 헛간, 쓰레기들로 인해 지저분한 모습이었다. 부부가 처음 만났던 흰색 벽의 느낌처럼 인조의 느낌이 강했다.부부는 먼저 인공 잔디와 녹슨 그네 등 오래된 것들을 다 제거하고 정원사를 고용해 포장된 바닥을 들어낸 뒤 좀 더 많은 식물을 심을 수 있도록 했다. 그 뒤로 남편은 다양한 종류의 채소와 과일을 심고 땅을 파 연못을 만들었다. 덕분에 지금의 정원이 잔디나 산책길보다 많은 식물들이 살아 숨 쉬는 작은 생태계로 탈바꿈 할 수 있었다.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많은 가드너들이 이야기하듯 정원 가꾸기는 생각보다 부지런함을 요한다. 가든을 만들기 위해 빛의 소모가 많고 강한 품종들은 수시로 잘라 모양을 만들어야 했다. 야생의 멋을 강조한 정원이지만 사람 손길 없이 유지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보살펴온 덕에 지금은 부부의 개성이 담긴 정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부엌 앞 키친 가든에는 콩, 토마토 등이 자라고 있다. 키친 가든은 외부로부터 시선을 차단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치 숲 속에 온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정원이다.
부엌 앞 디딤석 주변으로 이끼가 파릇하게 올라왔다.
어울림을 중시한 정원에서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꽃의 색감이 포인트
부엌에서 본 정원.
야생 정원이 주는 즐거움정원을 위치별로 설명하자면 부엌 뒤로 작은'키친 가든'이 있다. 콩을 비롯해 토마토가 자라고 열매뿐 아니라 부엌 창문을 통해 보이는 모습이 부부에게 즐거움을 준다. 키친 가든 뒤로는 작은 연못과 큰 나무들이 있어 외부로부터 시선을 차단함과 동시에 아늑한 느낌을 줘 가든은 보이는 것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꽃은 꽃끼리 채소는 채소끼리 모으지 않고 전체의 어울림을 중시해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꽃의 색감은 가든의 포인트가 된다. 또한 익어감에 따라 색이 변하는 사과, 체리, 배 등의 나무 열매는 계절마다 다채로운 정원의 모습을 만든다. 야생의 숲에서 잠시 빠져나오면 꺾인 나무 그늘 아래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다.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라일락 나무와 정원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가 만나면서 캐노피를 형성해 근사한 휴식처가 됐다. 그리고 거실 창문에서 보면 정원의 메인 테마가 된다. 여름이면 부부는 이곳에 앉아 저녁을 먹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독서삼매경에 빠진다. 이외에도 부부는 정원을 다양한 용도로 쓰고 있다. " 가든은 우리에게 많은 즐거움을 줍니다. 남편은 많은 시간을 들여 식물을 심는데요, 대부분의 씨앗들은 작년에 거둔 채소들에게 나온 것들이에요. 무엇보다 살충제나 제초제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요. 그 대신 음식찌꺼기나 정원을 정리하면서 나온 것들을 모아 퇴비로 만들어 씁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정원. 그러나 그 속에는 부부의 개성이 곳곳에 묻어 있다.
이웃집 담과 마주한 정원은 원래 있었던듯 자연미가 물씬하다.
부부는 휘어진 나무 아래 휴식공간을 만들었다. 창문에서 보면 메인 테마가 된다.
부부의 정원은 다시 한 번 변화를 준비 중이다. 매년 새로운 식물을 심어보고 실험을 거듭하기에 이번 해에도 역시 각종 식물을 심었고 몇몇은 성공을 거뒀다. 부부에게 가장 큰 프로젝트는 울타리를 고치는 일이다. 얼마 전 울타리 옆 무화과나무가 너무 크게 자라 울타리를 부수고 옆집 정원까지 넘어가 일부를 자를 수밖에 없었다. 그 위치를 대신 할 나무를 결정하고 심는 일이 이번 해의 작은 목표다. 또한 뒤쪽 울타리를 어지럽히는 담쟁이넝쿨을 보기 좋게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부부에게 정원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우리집 정원은 작은 타운Town 정원이지만 주변 다른 집들과 함께 초록빛 복도(Corridor)를 형성하는 것 같아요. 우리에게 야생을 볼 기회와 신선한 공기를 주지요."단순히 아름다운 정원을 꾸미는 것을 넘어 주변과의 조화와 생태계를 생각하는 부부의 모습은 정원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8-04-19
-
-
【기장 전원주택】 건축주의 전망에 부합하는 정원이 돋보이는 주택
-
-
알랭드 보통은 저서 에서 “어떤 장소의 전망이 우리의 전망과 부합되고 또 그것을 정당화해준다면, 우리는 그곳을 ‘집’이라는 말로 부르곤 한다”라고 밝혔다. 건축주의 기대와 바람, 목표에 부합하는 보금자리를 완성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것을 ‘집’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시공사는 건축주 송을호(70)·박동자(66) 씨 부부의 전망에 부합하는 ‘집’을 지어 건축주 부부가 편안한 노후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글 . 사진 전원주택라이프 편집부
HOUSE NOTEDATA위치 부산 기장군 일광면건축구조 경량 목구조용도 자연녹지지역대지면적 690.00㎡(209.09평)건축면적 131.47㎡(39.84평)연면적 187.33㎡(56.77평) 1층 131.47㎡(39.84평) 2층 55.86㎡(16.93평)건폐율 19.05% 용적률 27.15%설계기간 7개월공사기간 5개월MATERIAL외부마감 지붕 - 스페니쉬 점토기와외벽 - 스타코 플렉스, 파벽돌내부마감 거실내벽 - 한지주방내벽 - 한지, 벽돌욕실 내벽 - 타일기타 내벽 - 홍송, 삼나무창호 - 이건 시스템 창호(PVC)바닥 - 원목마루, 강마루단열재 지붕 - 에코벳 R30외벽 - 에코벳 R19내벽 - 에코벳 R19바닥 - EPS THK100, 에코벳 R30주방기구 럭키부엌가구 설계 및 시공 계림주택건설㈜ 1600-0488 www.kaelim.co.kr
건축주 부부는 35년의 세월을 아파트에서 살았다. 자녀들을 출가시키고 나니 전원생활하며 노년을 보내고 싶었다. 3년 전 건축주 부부는 부산 기장군 일광면에 위치한 전원주택 단지에 전원주택을 지었다. 당시 개인사업자에게 시공을 맡기고 두 부부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어련히 알아서 잘 해주겠거니 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입주하고 나니 집 안에 맘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것이 건축주보다는 시공업자의 취향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건물 상태에 실망한 건축주 부부는 바로 옆 부지를 샀고 이번엔 건축주 부부가 자신들이 원하던 부분들을 꼼꼼히 따져가며 시공사에 요구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 ‘집은 세 번 지어야 마음에 든다’는 말이 있지만, 두 번 만에 만족스러운 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집안 전체 분위기를 좌우하는 거실의 배경색은 따뜻한 느낌을 이끌어 내기 위해 황토색으로 구성했다. 천장에 서까래를 연상시키는 이중 반자를 둬 전통가옥 느낌을 냈다.
현관에는 수납장을 많이 설치해 수납 공간을 확보했다. 현관의 컬러 톤은 흰색 계열이나 밝은 노란색 계열로 맞춰 방문객들이 밝은 기분으로 실내에 들어설 수 있도록 했다. / 거실 바닥이나 벽체, 천장과는 달리 포인트가 되는 장식장은 짙은 갈색 계열로 만들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거실 분위기에 무게감을 줬다. 장식장 소품들을 한 쌍씩 통일성 있게 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건축주가 말하는 대로 완성한 주택건축주 부부의 첫 요구 조건은 확 트인 전망을 살리는 주택이었다. 주택은 부산 기장군 자연녹지지역 내 전원주택 단지에 있다. 이 단지는 일광산이 감싸 안은 형상이고, 주변 계곡물은 1급수에만 있다는 다슬기가 산다. 건축주 부부는 일광산의 멋진 풍광을 더 많이 보길 원했다. 따라서 데크로 통하는 거실과 식당 창문을 가능한 한 크게 하고 싶었다. 시공업체는 이 요구를 받아들이면서도 단열성과 방음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거실 벽면에 꽉 들어차는 이건 시스템 창호를 거실과 식당 창문에 설치했다. 여기에 더해 거실 양 옆면에 한지를 바른 창호를 설치해 3면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마침 건물 자체도 남북으로 길게 배치된 형태여서 거실 정면인 동향과 더불어 거실 옆면인 남향에도 창을 내 일조량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한 건축주 아내 박동자 씨가 주방과 거실 분리를 원해 두 공간을 분리할 수 있도록 두 공간 사이에 벽을 뒀다. 주방은 동서로 길게 만들어 요리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게 했으며, 주방 양 옆으로 식당과 다용도실을 둬 주부의 동선을 최소화했다.
주방 조리대를 넓게 만들어 요리하기 편리하게 했다. 조리대 옆면을 ㄴ자형으로 확장해 요리한 음식을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주방 뒤쪽으로는 다용도실을 둬 아내 박동자 씨가 집 안 일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주방 옆 식당에는 4인용 식탁을 놓았다. 식당은 데크로 통하는 곳에 커다란 창호를 설치하고 벽면에도 전통 한지 창호를 설치해 햇볕이 잘 든다. 창문을 활짝 열면 일광산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 아내 박동자 씨는 요리할 때 지저분해지는 주방을 방문객에게 보이기 싫어 주방과 거실이 분리되기를 원했다. 주방과 거실 사이에 벽을 두고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
전통과 편의가 조화를 이룬 공간건축주 부부는 자신들이 살 집이 우리네 전통을 간직하길 원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실내 배경색을 전체적으로 전통 한옥 느낌이 나도록 황토색 계열로 통일했다. 거실 바닥, 안방의 적삼목 벽면, 황토방의 한지 바닥과 벽면 몰딩이 옅은 황토색이며, 모든 천장을 목재로 마감해 황토색이 더욱 돋보이게 했다. 내벽을 하얀색 바탕 위에 노란색 무늬가 박힌 한지로 마감한 점도 눈길을 끈다. 황토색과 하얀색의 실내 마감은 자칫하면 밋밋해 보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집 안에서 포인트가 되는 장식장, 액자, 테이블 등을 짙은 갈색으로 구성해 집안 분위기에 무게감을 줬다. 밋밋함을 피하기 위해 주택 1층 천장을 이중 반자로 구성한 점도 돋보인다. 2.7m 높이까지 높인 1층 천장에 서까래를 연상시키는 이중 반자를 둬 실내 공간의 단조로움을 피했다. 건축주 부부는 전통미를 살리면서 건강을 위해 부부 침실은 한옥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삼나무로 마감했다. 삼나무는 아토피와 같은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을 개선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데 효과적이어서 삼나무 벽지가 부부의 편안한 잠자리를 유도한다. 또한 황토방도 시공해 부부 건강을 챙길 수 있게 했다. 2층 침실은 흰 색의 붙박이장이나 액자, TV 등을 둬 1층과는 달리 산뜻한 느낌이 나도록 했다. 아들·딸 내외가 부담 없이 머물다 돌아가길 바라는 건축주 부부의 마음이 담겨있다고 하겠다. 2층 테라스는 이런 건축주 부부의 마음을 잘 보여준다. 폭 2.5m 테라스는 실내인 것처럼 넓은 실외 공간이다. 이 곳은 공간도 넓을 뿐만 아니라 전망이 좋고 통풍도 잘 돼 가족이 편하게 모여 주변 풍광을 감상하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곳이다.
안방은 삼나무로 벽면과 천장을 마감 처리했다. 삼나무는 아토피와 같은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을 개선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데 효과적이어서 삼나무 벽지가 부부의 편안한 잠자리를 유도한다.
안방 드레스룸은 간이 세면대와 화장대를 갖춰 건축주의 생활 편의를 도왔으며, 화장대 뒤에는 옷장을 둬 이불과 옷을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덕분에 안방 공간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 황토방은 한지를 바닥과 벽면에 바르고 한지 창호를 설치했으며 천장을 서까래 형식으로 만들어 한옥 느낌이 나게 했다. 부부의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서적 건강도 고려한 점이 돋보인다.
2층 침실은 찾아오는 아들·딸 내외를 위한 방으로, 하얀색 컬러 톤으로 벽지와 붙박이장을 장식해 산뜻한 느낌이 나도록 했다. 아들·딸 내외가 부담 없이 머물다 돌아가길 바라는 건축주 부부의 마음이 담겨있다고 하겠다.
2층 거실과 이어진 테라스는 폭이 2.5m나 돼 실내인 듯 넓게 펼쳐진 실외 공간이다. 이 곳은 공간도 넓을 뿐만 아니라 전망이 좋고 통풍도 잘 돼 가족이 편하게 모여 주변 풍광을 감상하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곳이다.
동선 확보, 자연 속 재미 더해동선 확보에도 주력했다. 주택은 건물 북쪽에 진입도로가 있으므로, 주차장과 대문을 북쪽에 둬 접근성을 좋게 했다. 또한 주차장 옆에는 다용도실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주부 동선을 짧게 유도했다. 건물 외관은 스타코 플렉스로 건물 전체 베이스를 잡고 고파벽돌로 하부에 중량감을 실어 안정감을 줬다. 이와 더불어 스페인산 점토기와를 얹어 중후한 맛을 살렸다. 주택 정원은 자목련, 매실나무, 감나무, 블루베리 등의 유실수가 가득하고, 물레방아가 도는 작은 연못 주위로는 관목과 꽃들이 조화롭게 자란다. 정원 너머로 일광산이 펼쳐져 자연 속에 사는 재미를 더한다. 건축주 부부는 정원과 주차장, 건물 외관이 만족스럽게 시공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주택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래서 건축주 부부는 가끔 주민들을 주택에 초청해 반상회도 하고 식사 모임도 가진다. 건축주 부부가 주택 시공 당시 시공사 관계자를 많이 괴롭혔다고 회상했다. 첫 집을 지을 때 워낙 시공업자를 잘못 만나 불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두 번째 집은 제대로 짓고 싶었던 마음이 컸으리라 본다. 그럼에도 건축주 부부는 그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성심성의껏 시공해 준 시공사에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마치 숲속에 온 듯한 착각을 느낄 정도로 자연과 잘 어우러진 정원의 모습이다. 건축주 부부는 정원에 물레방아가 도는 작은 연못을 만들어 방문객이 잠깐이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부산 기장군 일광면 자연녹지지역 안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35채가 들어설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처음 입주한 건축주 부부는 주택에서 반상회나 식사 모임을 갖곤 한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8-04-19
-
-
곤지암 전원주택, 주변 풍경을 쏙 빼닮은 박공집
-
-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형에 자리한 상림리 주택은 동쪽으로 병풍처럼 펼쳐진 밝은 풍광을 안고 있다. 지난해 겨울, 숲길 같은 좁은 도로를 따라 오르다 마주한 대지의 풍광에서 짧은 순간이었지만, 설산에 둘러싸인 하얀 주택의 모습을 떠올렸다. 마을 어귀에서 보이게 될 하얀 박공의 모서리에 시선이 모아지는 상상과 함께……. 그렇게 상림리 주택의 설계를 시작했다. 글 박윤식 건축가 | 사진 백홍기 기자※ 기사 하단에 이 주택과 관련된 인터뷰와 영상을 링크시켰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이 알고 싶으시면 영상을 클릭해 주세요.
HOUSE NOTEDATA위치 경기 광주시 도척면 상림리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자연보전권역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대지면적 452.00㎡(136.73평)건축면적 111.08㎡(33.60평)건폐율 24.58%(법정 40%)연면적 186.41㎡(56.38평) 1층 107.38㎡(32.48평) 2층 79.03㎡(23.90평) 다락 30.26(9.15평) ※ 면적 산정 제외용적률 41.24%(법정 100%)규모 지상 2층최고높이 9.55m정화조 하수종말처리장 연결조경면적 74.77㎡(22.61평), 대지 면적의 16.54%(법정 5%)주차대수 2대(법정 1대)MATERIAL외부마감 지붕 - 점토벽돌 코르크 월 스프레이 벽 - 점토벽돌 코르크 월 스프레이 데크 - T20 합성목재(클립 타입)내부마감 천장 - 친환경 수성 페인트, 벽지 벽 - 친환경 수성 페인트, 벽지(방) 바닥 - 강마루, 폴리싱 타일(현관), 자기질 타일(욕실, 다용도실, 보일러실)단열재 지붕 - THK220 압출 보온판 가등급 외단열 - THK50 비드법 보온판 내단열 - THK220 압출 보온판 가등급계단실 디딤판 - 목재 난간 - 철재 난간 목재 두겁 마감창호 THK26 로이복층유리(삼익산업)현관 알루미늄 단열도어주방기구 한샘난방기구 지열보일러설계 디자인그룹 아뜰리에.14 02-734-0310 www.atelier14.kr건축가 박윤식 010-3191-0310시공 건축주 직영
건축주는 잔디가 깔린 넓은 마당과 아담한 텃밭, 그리고 손자들에게 작은 놀이공간을 선물해 주고 싶어 했다. 이러한 소망을 담아 열린 마당을 둔 햇살 가득한 주택에 설계의 주안점을 뒀다. 주택의 좌향坐向을 동남향으로 잡고 ‘ㄱ’자형으로 배치해 주방/식당 앞의 넓은 잔디마당에 주변 풍광을 담아냈다.이웃의 측면 전망을 막지 않도록 전면을 단층으로 계획하고, 그 대신 후면 2층의 상부 매스를 짙은 색의 벽돌로 마감해 건물 전체에 대한 시각적인 인지성이 하부 층에 머물도록 했다. 이는 도로보다 높은 대지의 특성으로 인해 근거리에서 주택의 입면이 시각적으로 과도하게 보일 수 있는 요인을 막고자 한 것으로, 산과 나무가 많은 주변 풍경 속에 주택의 형상이 동화되어 보이도록 고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주택 정면 모습
아울러 동남쪽에 채광과 조망을 위한 열린 창을 배치했지만, 북서쪽에는 계절의 기온 변화에 대응하도록 창을 최소화하고 단열 벽의 면적을 늘렸다. 또한, 각 실의 창은 항상 맞바람에 대응되도록 배치했다.초기에는 주택의 진입을 측면으로 유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인적이 드문 전원의 여건을 고려해 출입인의 동선이 빨리 노출되도록 정면 진입을 택했다. 그리고 경계에 높은 담장보다 화목담을 설치해 이웃과 적당한 소음과 시각적인 노출을 통해 심리적인 상호 보안을 유지하도록 했다.지형적인 조건을 이용해 주차장을 거실 전면에 배치했다. 집 안에서의 전망을 가리지 않으면서 마당 면적의 손실을 없애려고 선택한 방법으로 등하불명燈下不明의 속담을 차용한 것이다.
현관은 화이트 톤의 벽지와 블랙 우드로 마감한 문이 세련된 느낌을 준다.
자연 친화적 공간 구성1층은 크게 현관을 중심으로 좌·우측에 주방/식당과 거실로 나뉘어 있다. 주방/식당은 요리를 좋아하는 건축주 아내의 요구에 따라 거실과 분리해 배치했다. 식당 전면의 마당으로 열린 창호는 여름철 가족의 이벤트 공간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주방에 설치된 창은 건물 후면의 풍경을 담아내는 동시에 마당으로 연결된 식당 전면의 창호와 함께 앞뒤로 맞바람을 유도하는 환기와 통풍 기능도 담당한다. 주방 상부의 열린 천장은 2층 서재 공간과 연결돼 있어 시각적인 소통뿐만 아니라 주방에서 발생하는 열을 내부에서 순환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1층 주방 방향 복도
주방은 11자 형으로 구성하고 그 앞에 테이블을 뒀다. 중앙에 원통 모양의 후드가 모던한 분위기를 끌어 올린다.
마당으로 나가는 데크와 연결된 거실. 고창을 둬 채광에도 신경썼다.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지만 단차로 인해 보이지 않는다.
동쪽의 풍경을 향해 열린 거실 전면에는 계절별로 일사량을 조절하기 위해 처마를 길게 뽑았다. TV가 설치된 벽면으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천장고를 낮췄다. 반면 외부로 향한 부분은 천장고를 높여 여름에는 찬공기를 머무르게 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공기를 가두어 전체적으로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계획했다.
1층 게스트룸. 가족이 늘어남에 따라 유동적으로 공간을 사용하도록 붙박이장을 설치했다.
계단 디딤판은 목재이며, 난간은 철재 난간 위에 목재 두겁으로 마감했다.
계단실에서 바라본 2층 복도. 전면으로 서재와 자녀방이 보인다.
복도 일체형으로 만든 서재. 전·후면으로 창이 있어 밝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2층에는 안방과 서재, 그리고 자녀 방을 배치했다. 안방은 편안한 숙면을 취하도록 직접 광선을 차단하기 위해 동쪽으로 낸 창의 면적을 최소화했다. 자녀 방은 긴 수평 창을 상부에 설치해 직접 광선을 기울어진 천장으로 반사함으로써 밝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러한 창은 중앙에 있는 복도 일체형 서재에도 연속된다. 서재에는 이 창과 함께 산책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독서 기능도 높여주는 별도의 전망 창이 있다.
직접 광선을 차단하기 위해 동향한 창의 면적을 최소화한 안방
2층 안방 화장대
2층 자녀 방. 긴 수평 창을 상부에 설치해 직접 광선을 기울어진 천장으로 반사함으로써 밝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2층 화장실은 세면대를 밖에 둬 건식 공간과 습식 공간으로 나눴다.
천창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받으며 머리가 닿을 듯이 계단을 오르면 전망이 좋은 다락이 있다. 이곳의 다각형 창은 마치 액자처럼 깊은 산자락의 풍경을 수묵화처럼 담고 있다.
다락. 다각형 창은 마치 액자처럼 깊은 산자락의 풍경을 수묵화처럼 담고 있다.
주택의 외부는 검은색 벽돌(은전벽돌)과 백색 코르크 월 스프레이로 단순하게 마감했다. 다양한 재료의 사용이 오히려 주택의 형태를 시각적으로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의 형태를 단순화된 볼륨으로만 표현하기 위해 외관에 빗물 홈통조차도 최대한 배제했다. 테라스의 빗물 흘림 관들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벽 속에 매립했다. 빗물의 투습 저항성이 강한 코르크 성분의 백색 월 스프레이와 함께 방습 코팅 처리된 검은색 은전벽돌의 사용은 단순한 색의 극적인 대비가 만들어주는 시각적인 집중성과 볼륨의 형태적인 순수성을 높이고자 계획된 것이다.다만, 벽돌과 코르크 월 스프레이로 지붕을 마감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시공 방법이다. 따라서 그만큼 지붕공사 시 방수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주택의 배면
마당에서 바라본 주택 전경. 백색 월 스프레이와 검은색 은전벽돌의 극적인 대비가 시각적인 집중성과 볼륨의 형태적인 순수성을 높인다.
*이제 주택의 마지막 완성은 미래를 살아갈 건축주의 몫이다. 건축가의 고민과 시공자의 노력, 그리고 건축주의 삶이 주택의 소소한 가치를 더해주길 바란다. 처음 상상했던 하얀 박공지붕 … 그 모서리에 앉은 파란 하늘이 서재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는 건축주의 미소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주차장에도 백색 월 스프레이를 칠해 집이 넓어보이는 효과를 줬다.
추가
[철근콘크리트, ALC주택] 주변 풍경을 쏙 빼닮은 곤지암 박공집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8-04-18
-
-
【Blind Story】 블라인드의 종류
-
-
블라인드는 ‘차양재의 선두주자’라고 불린다. 커튼, 블라인드, 어닝Awning, 외부 차양 등 여러 차양재 중 블라인드가 우리에게 가장 친근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사용법이 간편한 블라인드는 어느 곳에서든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블라인드는 그 종류가 많기에 선택에 어려움이 따른다. 이번 달에는 블라인드의 종류를 살펴보자.글 김동석(준쉐이드) 02-323-8181 www.junshade.co.kr블라인드는 베네시안 블라인드, 플리티드(허니콤) 블라인드, 롤 스크린, 우드 블라인드, 버티칼 블라인드, 콤비 블라인드, 트리플 쉐이드 등 재질과 구동 방식에 따라 다양한 제품군이 있다.
베네시안 블라인드Venetian blind‘블라인드’ 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베네시안 블라인드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이름에서 유래됐다. 빛이나 시선 차단을 목적으로 여러 개의 슬롯(최근 다양한 나무 재질의 목재 슬롯을 적용)을 감아올렸다 내렸다 하는 차양재다. 슬롯의 각도(틸팅Tilting 기능)를 조절해 태양 빛이 실내 공간에서 굴절되도록 한다. 또한, 실내에 유입되는 빛의 분포를 조절해 햇볕을 차단한다. 사용이 간편하고, 디자인의 심미성이 뛰어나 인지도가 높다.
플리티드 블라인드Pleated Blind플리티드 블라인드는 보다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할 때 주로 선택한다. 원단이 주름 형식으로 이루어져 은은하고 화사한 실내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 투명도를 조절해 암막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원단을 접으면 개방감이 높다. 최근 인기 제품은 두 겹 방식의 벌집 모양을 한 허니콤 블라인드다.
롤 스크린Roll Screen롤 스크린은 저렴한 가격으로 우리 생활 속 깊이 파고든 제품이다. 수평 파이프에 원단을 감아올리거나 내리는 방식으로 구동한다. 심플하고 은은한 채광 효과로 안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또한, 원단 자체에 이미지를 프린트할 수 있어 인테리어 디자인에 주로 활용한다. 구조가 간단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고장이 적다.
트리플 쉐이드Triple Shades롤 스크린과 방식이 같지만, 두 겹의 얇은 원단 사이에 직물 소재의 날개를 넣은 제품이다. 트리플 쉐이드는 원단이 내려진 상태에서 날개 각도를 조절해 빛이나 시선을 조절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버티컬 블라인드Vertical Blind커튼처럼 수직형 원단 슬롯을 적용한 버티컬 블라인드는 간격이 일정해 회전 시 일률적으로 빛을 조절할 수 있다. 베네시안 블라인드에 비해 제작 방식이 간편하다. 커튼 분위기에 블라인드 방식을 적용한 로만 쉐이드Roman Shade 블라인드는 원단이 주름지면서 개폐되는 형식이다. 잘 접히는 두툼한 원단이 사용돼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콤비 블라인드Combi Blind상하 조절 시 밖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롤 스크린 중 하나다. 투명과 불투명이 일정 간격으로 반복되는 두 장의 원단으로 제작해 동일 부분이 겹치면 밖이 보이고, 서로 엇갈리면 빛과 시야가 차단된다. 일반 롤 스크린과 달리 롤 스크린을 내린 상태에서도 외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블라인드 시선이처럼 여러 종류의 블라인드 제품이 소비자의 욕구에 맞춰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고급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고수하는 업체와 저가 정책을 고수하는 업체 간 경쟁으로 인해 수익이 떨어졌고, 그 타격은 제품에도 반영돼 소비자의 만족도도 하락하고 있다.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제품을 꼼꼼히 비교하는 소비자가 늘었고, 제품을 보는 눈높이도 높아졌다. 소비자도 업체도 부가가치가 높은 전동·자동 블라인드 및 외부 차양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이제 블라인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햇빛을 가리는 단순한 용도에서 벗어나 에너지 절감, 인테리어 효과, 스마트 홈 시스템 등 기능성과 기술력을 갖춘 블라인드가 무엇인지 찾고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8-04-18
-
-
【강화 한옥】 전통을 고수하다. 장인의 고고한 정신이 깃든 오량집
-
-
한옥이 위풍당당해 보이는 것은 그 안에 장인의 고고한 정신이 배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장흥리 한옥에서 바로 그 위풍당당함을 볼 수 있었다. 규모와 화려함에 시선을 빼앗기는 장흥리 한옥은 난방과 단열을 위한 현대 자재를 추가한 것 외에 건축 방법은 옛날 방식 그대로 따랐다. 구조 부재를 일일이 손으로 다듬고 암수 홈을 따내어 조립하는 전 과정에 장인의 땀과 혼이 뱄을 것이다. 이처럼 견고한 한옥을 장인들에게 짓도록 한 건축주의 식견에도 놀라울 따름이다. 글 . 사진 전원주택라이프 편집부취재협조 금송건축 032-937-9355 http://www.ksbuilder.co.kr/
10년 전 강화에 콘크리트 구조로 주말주택을 지은 박민호 씨는 일생에 마지막 짓는 집으로 한옥을 선택했다. 건축 유형 중 가장 자연과 조화로운 집일뿐 아니라 재료 또한 폐기시 자연으로 그대로 돌아가 웰빙을 실현하는 집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재료는 당연히 몸에도 유익하다. 그리고 박 씨는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전통 한옥의 품격과 조형적 아름다움을 제대로 살리고자 했다. 동시에 최근 화제가 되는 단열 면에서도 유리한 한옥을 구현하고자 했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지어진 강화 길상면 장흥리 한옥은 전통과 현대를 잘 조화시킨 ㄱ자형 오량집으로 완성됐다. 고아하면서 화려한 외관이 가히 압도적이다. 공간마다 다양한 문살의 전통목문, 안채 규모에 맞춰 올린 창방 위 장여와 소로 그리고 부연을 달아 장식성을 가미한 지붕 구조, 검은 기와의 묵직함보다 가볍고 화려한 느낌의 청기와 등이 현란하게 빛나고 있다. 가운데 마당을 널찍하게 두고 건물을 뚝뚝 떨어트려 배치한 옛 방식처럼 화강석으로 쌓아 올린 담장 너머로 대문 가까이 -자형 사랑채 맞배지붕과 멀리 안쪽으로 위풍당당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안채 팔작지붕이 보인다. 부지의 경사를 이용해 대문에서 오르는 계단을 만들어 마당으로 진입하고 사랑채 지하를 주차장으로 활용했다. 240.3㎡(72.8평) 한옥건축에 소요된 기간은 총 7개월로, 골조 부재 치목에 1개월, 조립에 3일, 지붕 가구 부재치목 및 조립과 기와 마감까지 2개월, 내외장 공사 2개월, 창호 짜기 및 설치에 3개월 걸렸다. 이처럼 한옥은 골조를 세우는 것보다 지붕 공사에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지붕에 한옥 고유의 선을 표현하는 요소들이 있으며 어떤 요소를 더하고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건물 전체의 외관을 결정한다. 목수의 솜씨가 여기서 발휘된다. 장흥리 한옥은 한옥의 참맛을 살리기 위해 각 부분 한옥 전문가에게 시공을 맡겼는데 목창호는 명장 가풍국 소목장이 짰고 3.3평가량 구들방에 놓은 구들 설비는 구들 장인인 구들 문화원 오홍식 원장이 놓았다.
우측 진입로에서 본 안채(본채).
맞배지붕의 사랑채(별채).
ㄱ자형 한옥. 우측 누마루에 창문을 달았다.
누마루 계자난간과 멀리 솟을대문이 보인다.
분합문을 달고 쪽마루를 설치했다. 한옥 처마는 채광 조절 및 계절에 따라 더운 공기와 서늘한 공기를 만들어 쾌적한 실내를 만들어준다. / 안방 외벽. 두 개 층의 머름과 황토벽돌, 명장의 솜씨로 완성된 목창호, 소로 등 장식 요소가 화려함을 뽐낸다.
권문세가를 상징하는 솟을대문이 위엄 있다. 대문을 잘 세워야 복이 들어온다고 했다. / 한옥의 정취를 풍기는 조경 식물과 장독대 그리고 물확.
양모 단열재, 이중창으로 단열 보완 열 자(303㎝)에 한자 세치(39㎝)의 우람한 원형기둥을 세워 기둥-보 구조로 올린 후 벽체는 황토벽돌 이중 쌓기 방식으로 시공했다. 벽돌 사이에 천연양모 단열재를 충전해 단열을 높였으며 건강성을 누리고자 내부에도 벽돌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자연재료라도 제조 과정을 거친 자재는 그 성분과 성능을 확인한 후에야 시공을 허락할 정도로 건축주는 건축 과정에 세심하게 관여했다. 황토벽돌은 공장에 가서 제조 과정을 확인했을 뿐 아니라 화학시험 검사소에 성분 검사를 의뢰했을 정도다. 황토벽돌은 검사 결과 황토성분이 98.2%로 나타나 안심하고 사용했다. 굽지 않은 생황토인이 벽돌은 한 방향으로 눌러서 압축하는 방식이 아닌 윤전기로 양방향에서 압축해 건조한 것이라 더욱 단단하다. "콘크리트집이야 20, 30년이면 헐고 다시 짓기도 하지만 한옥은 쉽게 짓고 쉽게 허무는 집이 아니잖아요. 내 대뿐 아니라 후세까지, 몇 백 년도 갈 수 있는데 인체에 해를 끼치는 안 좋은 성분이 들어간 재료를 어떻게 쓰겠어요. 그래서 철저하게 조사하고 검토한 다음 적용했어요."단열을 높이기 위해 벽체뿐 아니라 지붕 속에도 단열재를 시공했다. 이 또한 인체 무해하며 단열성능이 탁월한 100% 뉴질랜드 양모로 만든 단열재다. 양모 단열재는 시중에 나와있는 웬만한 단열재에 비해 성능이 뛰어난 등 다양한 장점으로 가격이 높은 탓에 고급 주택에 주로 적용하는 추세다. 박 씨는 양모 단열재가 100% 천연 제품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고 샘플을 얻어 간단한 실험을 해 본 결과 성능에도 만족했다. 지붕 속에는 개판이나 우물 반자 위에 양모 단열재 150㎜, 숯 200㎜, 흙 200㎜를 올렸다. 숯과 흙은 단열도 보완하지만 습기를 조절하고, 특히 흙은 사개맞춤으로 짜인 구조가 흙의 묵직함에 눌려 자리를 잡도록 돕는다. 토담집에 들어갔을 때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는 역할도 한다. 과거 흙과 나무 틈이 벌어지면서 외풍이 있었던 점을 감안해 주심도리 위에 놓는 서까래를 일일이 양모 단열재로 감싼 후 서까래와 서까래 사이를 막는 흙 당골 막이 작업을 했다. 당골막이를 해도 나중에 서까래와 흙 사이가 벌어지면서 외풍이 실내로 들어오는 데 단열재로 감싸 놓으면 나무틈이 벌어지더라도 안심할 수 있다. 한옥이라고 피해 갈 수 없는 부분인 열 손실이 많은 창호는 창호지를 바른 전통 목문을 설치하고 복층 유리 창호를 덧달아 한옥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단열을 보완했다. 모든 공간에 이처럼 이 문을 적용했다.
치장 요소가 상당한 화려한 한옥장흥리 한옥은 여섯 자(181.8㎝) 서까래가 내부에서는 거실 오량 천장의 자연미를 만들어내고 외부에서는 처마 선의 곡선을 잘 살리고 있다. 특히 작업의 까다로움을 이유로 개량 한옥에 잘 시공하지 않는 선자연이 천장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거실 전면에 배치한 누마루 양쪽 추녀 아래 시공한 선 자연은 각 20개씩 부챗살처럼 얇았다가 펼쳐지는 모양새가 일품이다. 원래 누마루는 외부로 개방된 공간이나 장흥리 한옥은 단열을 높이고자 기둥을 따라 창호를 설치했다. 필요에 따라 목창호를 제거해 외부 경치를 실내로 끌어들이도록 전면에 설치한 들어 열 개 문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누마루에는 선자연과 들어 열 개문처럼 상당한 치장적 요소가 들어갔는데 공간 면적을 더욱 여유롭게 하는 계자난간 역시 그렇다. 외관을 치장하는 요소 중 하나인 머름을 이층으로 시공한 것 역시 눈길을 끈다. 침대를 놓은 높이에 맞추고자 이층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머름은 창 아래 하인 방과 문지방 사이에 머름동자를 세우고 그 사이 머름청판을 끼운 것으로 작업량이 많기에 이 역시 요즘 한옥에서는 생략하는 부분이다. 머름의 기능은 현대에서는 그 중요성을 거의 잃었기 때문이다. 팔을 걸치기 편한 높이로 만드는 머름은 문을 열어둔 채 방바닥에 누우면 머름에 가려 외부에서 안을 들여다보지 못해 사생활 보호 기능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에서는 그 원래의 기능보다 한옥의 정체성을 표현하거나 치장을 위한 목적이 대체적이다. 장흥리 한옥건축주 박민호 씨는 한옥을 짓기 위해 6개월간 전국의 한옥을 견학했다. 이미 지어진 한옥의 장단점을 참고하고 보완해서 원하는 한옥을 구상했다. 박 씨는 제대로 된 한옥을 접하기가 의외로 쉽지 않았다고 한다. 비용이 걸림돌이 돼 현실과 타협한 과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반면 박 씨는 충분한 시간과 훌륭한 장인들과 좋은 자재를 투입해 장흥리 한옥을 완성한 점에 뿌듯함을 느낀다. 그리고 후대 자손들도 그것을 느낄 것이다.
누마루 추녀 쪽 선자연이 아름답다. / 모든 목창호는 명장 가풍국 소목장이 짰다. 안방 문.
들어열개 문을 젖혀 올린 모습.
오량천장 구조의 거실
사랑채 내부
주택 우측 진입로에도 대문을 하나 냈다.
금송건축 김철원 연구소장 - 한옥의 미 美, 현수 곡선은 노련한 목수의 손에서 나오는 것“한옥은 멋이 있는 집이다. 그 멋은 선에서 나오고 그 선을 우리는 현수 곡선이라 부른다. 현수 곡선의 구현은 한옥의 선에 감각이 있는 노련한 장인의 손과 예리한 눈을 통해서 가능하다. 요즘 한옥 보급을 위해 모듈 한옥을 권하는 분위기다. 한옥 구조 부재의 기계 가공은 치수의 한계가 있으며 현수 곡선으로부터 나오는 선을 재현하기 어렵다. 특히 평고대, 박공 등은 기계 가공으로는 어렵다. 한옥의 선을 대표하는 지붕 구조에서, 평고대 곡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도목수에게 달려 있다. 평고대는 양 처마 끝을 연결해 가로로 놓는 오리목(가늘고 길게 켠 목재)으로 추녀와 연결해 만드는 기준선에 맞춰 서까래를 거는데 이 기준선은 건물 외관을 결정하는 중요한 작업으로 도목수가 직접 결정한다. 곡을 잡는 방법은 새끼줄을 정한 높이로 늘어뜨렸을 때 나타나는 곡선을 이용하며 이를 현수 곡선이라 한다. 현수 곡선은 용마루, 내림마루, 추녀마루, 처마의 안허리곡, 앙곡 등에 적용한다. 목수의 눈썰미와 손맛으로 이뤄지는 작품에 가까운 것이다. 그리고 평고대 걸고 나서 안 허리곡와 앙곡에 맞춰서 선자연을 걸어야 하는데 이것 역시 기계 가공으로 구현이 어렵다. 그래서 단적으로, 한옥은 기계 가공하면 1,000원, 사람이 하면 2,500원이 든다는 말을 한다. 제대로 된 한옥을 지으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 이유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8-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