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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흙과 돌을 사용해 지은 숲속 돌집 꿈꾸는 다락방
흙과 돌을 사용해 지은 숲속 돌집 꿈꾸는 다락방 아끼고 보듬은 사물이 반질반질 윤이 나고 본연의 빛을 발할 때 우리는 ‘품위’가 느껴진다고 한다. 땅끝마을 해남에서 만난 아담한 돌집이 바로 그러하다. 글 사진 백홍기 취재협조 이세일(목수), 윤용신(플로리스트) 부부 해남에 있는 작은 목신마을에서 아담한 돌집을 만났다. 방 한 개와 주방 겸 거실, 다락을 갖춘 8평 크기의 작은 집이다. 이곳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부부가 산다. 돌집을 처음 계획한 건 아내 윤용신 씨다. 타지에서 일하다 귀촌 한 윤 씨는 부모님이 살던 고택 마당 옆에 있던 창고를 허물고 작은 돌집을 지었다. “혼자 살 때부터 집에 관심이 많았어요. 현대식 아파트나 넓은 단독주택이 아니라 숲속의 작은 오두막 같은 집이요. 어린 시절에 겪은 추억과 감성이 무럭무럭 자라 꿈이 된 거예요.” 윤 씨의 꿈은 할머니 집 옆에 있던 초가집 지붕 아래 다락방에서 움텄다. 오래 묵은 책 냄새와 촛불이 일렁이던 다락에서 그녀만의 감성을 키운 것이다. “다락방에 대한 로망도 있었지만, 할머니가 잘 가꾼 살림살이와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예쁜 마당에서 놀던 기억도 좋았어요. 이러한 것들이 몽상에 불과했던 집에 대한 추억을 현실화하는데 큰 역할을 한 거죠. 오래전부터 나만의 감성을 채울 수 있는 집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있다가 고향에 돌아와 꿈의 집을 지어보기로 한 거예요.” 아내의 플로리스트 작업실 앞마당을 부부가 함께 새 단장하고 있다.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이세일 목수 작업실이다. 오랜 곡괭이질 뒤에 잠시 허리 펴고 아내의 작업실을 바라보는 이세일 목수. 작업실은 이세일 목수 혼자 만들고 있다. 남편과 아내의 작업실 풍경. 이세일 목수 작업실이다. 이곳에서 자기만의 작품 세상을 이뤄내 여러 차례 전시와 초대전을 거치며 작가 활동을 하고 있다. 나무 숟가락과 스툴 만들기 등 다양한 수업도 진행한다.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게 한 집 윤용신 씨가 돌집을 선택한 건 오래될수록 예뻐진다는 게 이유다. 어려서 아버지가 직접 짓고 살았던 돌집에 대한 기억도 한몫했다. “막상 돌집을 짓겠다고 마음먹은 다음부터는 돌만 보였어요. 어떤 돌이 예쁜지 가는 곳마다 돌을 살폈어요. 돌도 지역마다 색과 질감이 달라 찾기 힘들었는데, 지인이 미황사(해남 서정리)가 있는 지역의 돌이 예쁘다고 했어요. 미황사 근처에 있는 밭을 개간하며 쌓아둔 돌을 가져와 집 토대를 쌓기 시작한 게 2008년 6월이에요.” 규모는 혼자 살 집이라 아담한 크기로 계획했다. 당호는 <꿈꾸는 다락방>으로 지었다. “목수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분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 사람은 경험이 필요했고 저는 집이 필요하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어 함께 시작했어요. 하지만, 서로 모르는 게 많다 보니 힘들어져서 결국 그분이 손을 떼고 다른 분을 소개받았어요.” 두 번째로 소개받은 목수가 현재 남편이 된 이세일 목수다. 20대 초반 불교 조각에 입문해 한창 이름을 날리던 이 목수도 자기만의 삶을 찾아 고향인 해남에 돌아와 조용히 작품 세계를 넓혀왔었다.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각자의 삶을 살던 두 사람이 ‘돌집’을 통해 만나게 된 것이다. 집 짓기는 1,500만 원으로 시작했다. 주재료는 주변에 널린 흙과 돌을 사용했지만, 그래도 적지 않게 건축자재 구매 비용이 필요했다. 부족한 예산은 틈틈이 일해 보충했다. 과정이 더뎠지만, 급할 게 없고 얽매일 것도 없었다. 조금씩 형태를 갖춰가는 집을 보며 윤 씨는 행복하기만 했다. 그 사이 두 사람의 관계도 점점 견고해져 갔다. 집을 완공한 2010년 그해 봄 얽매인 제도를 싫어했던 그들답게 고택 앞마당을 정리하고 가볍게 혼례상을 차려 부부의 연을 맺었다. 부모님이 살던 옛집을 지나 부부의 공간인 돌집으로 향하고 있다. 고택은 손님을 위한 게스트로도 이용한다. 윤용신 씨는 또 다른 세상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로 돌집을 북향으로 배치하고 오솔길을 만들었다. 초보자도 쉽게 짓는 어스백 하우스 Earthbag House “이 집은 어스백 Earthbag 공법으로 지었어요.” 어스백은 영어 Earth와 Bag 합성어로 흙을 담은 부대(마대 혹은 포대)로 짓는 공법을 말한다. 흙 부대 또는 흙 자루 집이라고 하는 어스백 하우스 Earthbag House는 1984년 NASA(미항공우주국)에서 흙밖에 없는 달에 건축물을 짓기 위해 논의하던 중 이란 건축가 네이더 카 흐릴 리 Nader Khalili가 제안한 방법이다. 어스백 공법은 원형과 곡선 구현이 가능하며, 아무 흙이나 사용해도 되기 때문에 구하기 쉽고 쌓는 것도 간단해 초보자들도 쉽게 집을 지을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흙 부대 폭이 넓어 자연스레 벽체가 두꺼워져 단열과 축열, 방음 효과가 높고 흙 밀도가 높아 충격에도 강해 자연재해에도 안전하다. 이 집은 양파망에 흙을 담아 층층이 쌓고 외벽을 돌로 마감했다. 실내 안쪽 벽은 황토로 미장한 뒤 바탕색을 회벽으로 칠하고 실별로 다른 색을 입혀 아늑하게 꾸몄다. 돌 벽과 잘 어울리는 예쁜 하늘색 목문을 열면 현관 없이 바로 거실과 마주한다. 벽과 주방가구, 살림살이에 부부의 온갖 감정과 이야기가 지나온 시간만큼 쌓였다. 낡고 허름한 공간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다. 작지만, 넉넉하게 보이는 건 비움에 의한 여유로움 때문이다. 윤용신 씨의 다락에 대한 로망이 이 집을 짓게 했다. 오픈스페이스로 만든 다락 뒤에 보이는 또 다른 다락방은 시공 실수로 인해 지붕 아래 생긴 공간을 활용한 것이다. 다락에서 내려다 본 이세일 목수. 부부가 고택 툇마루에 앉아 잠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손때 묻은 벽에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였다. 아치로 쌓은 아궁이 상부 아귀가 맞지 않아 다른 돌로 끼워 넣은 쐐기돌이 포인트 역할을 했다. 이 집은 8평이지만, 필요한 공간 요소는 다 갖췄다. 비결은 공유 개념이다. 공간을 기능별로 나누고 하루 공간 사용 시간을 따져보면,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생기게 되는데, 이러한 공간을 공유 공간에 포함시켜 다기능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이 집은 작은 집을 효율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현관에 들어설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에 거실-주방-식당-응접실 기능을 한 공간에 담은 공유 공간을 배치하고 주방 옆 안쪽에 안방을 뒀다. 거실 상부에 있는 다락은 기둥을 세울 때 실수하는 바람에 지붕 아래 작은 공간이 더해졌다. 그 덕에 방이 하나 더 생겼다고 한다. 소소한 실수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아궁이의 아치를 쌓을 때 정점에 끼워 넣는 쐐기돌 아귀가 맞지 않아 살짝 삐져나온 게 오히려 미적인 효과를 내게 된 것, 굴뚝을 잘 못 설치해 이를 가리려고 단을 쌓은 게 멋진 벤치가 된 것 등이다. 실수를 오점汚點으로 생각하지 않고 재치와 유머로 넘겨 오히려 좋은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부부의 건축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 윤용신 씨의 플로리스트 작업실을 짓고 있고, 커가는 딸의 공간을 구상하고 있다. 이것들이 끝나면 마지막 건축이 기다리고 있다. 딸이 결혼한 뒤 가족과 놀러 올 때 함께 거주할 공간이다. 돌집이 윤용신 씨만의 공간으로 계획했다면, 다음 집은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시작할 것이다. 햇볕 좋은 날 앉아서 쉬는 돌 벤치도 굴뚝 위치를 잘못 배치해 만들어진 것이다. 실수가 때론 재미를 줄 수 있어 꼭 나쁘지만 않다고 한다. 고택과 돌집 주변에 널린 풍경. 인위적인 것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이곳만의 풍경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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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보물창고 같은 전원생활 청주 혁찬이네 전원일기
보물창고 같은 전원생활 청주 혁찬이네 전원일기 어느 날 본지가 운영하는 SNS 네이버포스트 기사에 “우리 집도 구경 오세요”라는 댓글과 블로그 주소 하나가 달렸다. 자연스레 마우스를 클릭해 블로그를 구경했다. 전원생활을 하며 겪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결국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명종 씨가 있는 청주로 직접 찾아가 혁찬이네의 리얼 전원생활을 엿보고 왔다. 글 사진 이수민 기자 취재협조 혁찬이네 blog.naver.com/kormc789 청주에서 전원생활 경력 4년차가 된 이명종 씨. 전원주택을 짓고 전원생활을 누리며 겪은 다양한 경험담을 블로그에 담아내고 있다. 2018년 4월, 당시 마흔 둘이던 이명종 씨는 단지 내 최연소로 전원주택을 짓고 입주했다. 전원생활 시작한지 3년이 넘은 지금, 주택 곳곳에 이명종 씨의 손이 안 닿은 곳이 없다. 이명종 씨는 전원생활을 계획하는 이들, 그리고 이제 전원생활 후배들을 위해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블로그에는 실질적인 전원생활 정보가 가득하다. 가장 먼저 이명종 씨에게 전원주택에 살면서 좋은 점을 물으니 첫째도 둘째도 건강이라고 꼽는다. “아파트에 살 때보다 가족 모두의 건강이 정말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그리고 전원생활은 평생 심심하거나 한가할 틈이 없어, 뭔가 새로운 걸 계속할 수 있는 ‘보물창고 같다’고도 말한다. “저처럼 사부작거리며 바지런하게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면 장점이고, 안 맞으면 모든 게 일거리밖에 안 되죠. 아파트가 이미 완성된 기성품이라면 전원주택은 롤플레잉 게임장이라고 보심 됩니다. 끊임없이 변화시키며 레벨업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미래의 손주들을 포함해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다양한 추억을 남겨 줄 수 있다는 점도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여기에 좋은 사람들과 많은 나눔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들었다. 꽃이나 꽃씨, 채소 씨앗 등 처음 살 때는 비싸지만 1~2년만 지나면 처치곤란일정도로 늘어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무료 나눔하는 게 일상이 되며 받는 기쁨보다 주는 행복이 더 크다는 걸 배우게 된다고. 하지만 로망만으로 절대 전원주택을 짓지 말라는 말도 덧붙인다. 연예인의 삶이 TV에서는 화려해 보여도 그 이면에는 정말 많은 고충들이 있는 것처럼 전원주택 생활도 TV에서 보는 모습이나 어쩌다 하루 놀러가서 느끼는 즐거움 이면에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다는 것. 또, 전원주택을 구입해서 입주하는 건 쉽지만, 나가는 건 맘대로 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전원주택은 최악의 경우 평생 안 팔릴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조심스레 귀띔한다. “전원주택은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고가의 레저용품을 사는 것과 같습니다. 살 때는 구하기도 어렵고 비싸게 샀지만, 팔 때는 반값으로 내놓아도 안 팔리기 때문이죠. 가능하다면, 집을 짓기 전에 무조건 전세든 월세든 정착하고자 하는 지역에 매물로 나와 있는 전원주택을 골라 1년 정도 살아보세요. 그렇게 시범기간을 지내보고 본인과 가족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잘 맞는다 생각이 든다면 그때 그 집을 사 버리거나 부지를 사서 자신만의 집을 지으시길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전원생활을 선택하려는 예비 전원생활자를 위한 조언을 요청했다. “전원생활을 시작하기 전, 이미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선배들과 대화 중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적고, 반드시 물어보시구요.” 전원일기 1 29.97평, 단층 전원주택 짓기 우리 집은 29.97평이다. 그 이유는 30평이 넘으면 감리비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게 지을 것이 아니라면 대개 30평 미만으로 짓는 게 낫다. 건축공사 총비용은 평당 420만 원 정도로 대략 1억2천600만 원으로 업체와 계약하고 바로 공사 들어갔다. 하지만 계약 이후 ‘지붕은 역시 기와가 최고’라는 나의 고집이 발동해 900만 원이 추가돼 건축비가 1억3천500만 원으로 늘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공법은 경량 목구조로 결정했다. 혁찬이네와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 곰순이. 보디가드 호피무늬 진돗개다. 시공사는 선배 건축주에게 묻고 선택 아마추어인 초보 건축주가 수많은 시공사 중 옥석을 골라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주변에 자신의 집을 지은 사람 중 건축업자와 멱살잡이는 기본, 소송 등 살인만 안 나면 다행이라 할 정도로 많은 분쟁을 겪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비단 건축업자가 나쁘다고 치부하기 보다는 건축업자와 건축주의 궁합이 안 맞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건축주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 쪽으로 유리하게 오판하고 그대로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한 다툼이기도 하고, 일부 건축업자의 경우 알면서도 건축주가 묻지 않았으니 얘기 안 해 준 것이라며 내빼어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실, 건축업자가 자선사업가는 아니니 어떻게 보면 자신에게 불리한 얘기를 먼저 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무턱대고 지으려고만 하지 말고, 꼼꼼하게 알아보고 천천히 준비할 것을 권한다. 또 좋은 방법으로는 이미 집을 지어 살고 있는 선배 건축주를 많이 만나보는 것이다. 현재 짓고 있는 집의 건축주에게 시공업체에 대해 묻는 건 쓸데없는 짓이다. 왜냐면 그 사람들도 신병훈련도 못 마친 나와 같은 수준이니까. 최소 완공하고 1년이 넘은 집의 주인을 만나 물어보는 것이 좋다. 날림 공사는 1~2년 지나면 곳곳에서 티가 나기 마련이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완공 후 A/S로 연락했을 때 잘 조치해주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내 경우에도 이미 입주해 살고 있는 건축주들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확신이 들었을 때 바로 계약했고, 착공에 돌입했다. 파고라, 연못, 그네, 해먹 등 야외에서 누릴 수 있는 재미거리가 마당 곳곳에 있다. 2층 천장고를 가진 단층 주택 나는 재산이라고는 적금은커녕 대출 5억뿐이다. 맨땅에 헤딩했다. 막연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가지고 있는 아파트 값이 폭락하는 바람에 팔지도 못한 상태에서, 여윳돈 한 푼 없이 짓기 마음 먹었는데, 그때 아내 말로는 무슨 배짱으로 집을 덜컥 짓느냐며 와이프 친구나 주변 동네 아줌마들이 놀랐다고 한다. 그래서 최대한 비용 낭비 없이, 그렇게 29.97평으로 지었다. 그리고 2층은 과감히 포기했다. 이미 다락이 있는 아파트 최상층에서 5년 가까이 살아본지라 다락이나 2층 구조가 얼마나 쓸데없는 짓인지 뼈저리게 알고 있기에 단층으로 지었다. 2층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로망이 있을 수 있지만, 귀찮아서 안 올라갈 것이라 생각했다. 대신 2층 높이로 천장고를 높였다. 덕분에 평수는 단층이라 넓게 빠지면서도 주변에 비해 초라해 보이는 단층의 궁색함이 없어진다. 30평을 2층으로 지으면 계단 등 쓸데없는 공간 손실이 많다. 되돌아보니 내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았다. 크고 높은 거실은 넓게 탁트인 개방감을 준다. 단점은 겨울에도 시원하다. 작정하고 난방하려면 난방비가 꽤나 나올 거다. 구조는 경량 목구조로 지었다. 철근콘크리트에 비해 벽 두께가 절반, 약 20㎝정도 밖에 안 되어 공간 손실이 적다. 목조주택이라는 재질 특성상 단열은 기본이고 시멘트 독 같은 걱정도 없다. 애들 아토피가 심해서 선택한 이유도 있는데 애들 아토피는 이사 온 뒤 몇 달 지나지 않아 다 나았다. 지금은 아예 아토피가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주택은 30평 미만의 천장고 높은 단층으로 지었다. 거실과 연결돼 있는 다락 공간은 아이들의 플레이룸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원일기 2 1m 높여 집짓기와 데크공사 전원주택에 살면 큰 창고가 필요하다. 시골집 같이 땅이 넓으면 마당 한 구석에 비닐하우스라도 길게 치면 되지만, 단지 내 전원주택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뭐하나 구질구질하게 지어 놓거나 널브러져 있으면 집 전체가 망가진다. 그래서 애초에 데크 아래공간을 창고로 써야겠다는 작전을 세웠다. 선룸에 다양한 운동기구를 설치해 이명종 씨 가족만의 홈짐이 탄생했다. 1m 높게 지은 뒤, 아래공간은 창고로 우리 집은 마당 지면보다 높여서 지었다. 즉, 기초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부터 1m 높게 기초를 만들고 그 위에 집을 지었다. 더 높게 하고 싶었지만 건축법상 1m 이상을 높이면 건축승인이 나지 않는다. 집짓기 전부터 데크 아래공간을 창고로 쓰겠다는 계획이 있었기에 그렇게 했다. 전원주택에 살면 큰 창고가 정말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목재, 철근, 비계 설치 파이프, PVC파이프 등 긴 자재들을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다. 결론적으로 대만족, 대성공이었다. 날씨와 관계없이 바비큐를 즐길 방법을 고심하다가 생각해낸 아이디어. 선룸 한쪽에 야외 테이블을 놓고, 연기가 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환기통을 설치했다. 주택 주변을 두른 데크 공사 집 완공 후 데크공사도 했다. 우리 집은 단층이다 보니 같은 30평이라고 해도 2층으로 지은 집 보다는 건물 테두리의 길이가 꽤 길다. 이 얘기는 데크를 깔아야 될 면적이 넓다는 뜻이다. 우리집 데크 면적은 꽤 넓다. 집의 4면 중 앞과 양 옆면(총 3개면)을 빙 두르다 보니 대충 계산해도 15평 정도가 나왔다. 평당 50만 원씩 계산해서 데크 비용만 750만 원정도 들었다. 그나마 집을 지었던 시공사에게 맡겨 저렴하게 완성할 수 있었다. 주택을 높여짓고, 하부 공간은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평소에는 데크로 만든 커버로 닫아놓고 사용해 깔끔하다. 전원일기 3 데크 방수 대작전 애당초 데크 아래를 창고로 쓰려고 계획한 나의 작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있었다. 바로 데크 방수다. 물론 데크 전문업체에 의뢰하면 방수작업까지도 해준다. 데크를 놓기 전에 합판을 깔고, 방수포 깔고, 여기에 합판을 또 깐 다음 데크를 두르면 깔끔하게 완벽 방수가 되는 데크가 된다. 이 정도 작업이 진행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남는 목재, 철재, 지저분한 여러 가지 안 쓰는 물건 보관 용도로 만드는 건데 그런 고액의 방수작업 비용을 쓸 것 같으면 그냥 필요할 때 목재, 철재 같은 자재를 때마다 사서 사용하는 게 돈이 덜 드는 셈일 거다. 데크 방수처리의 차선책 나홀로 방수할 수 있는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해 봤다. 정말 집 지을 때 했던 고민보다 데크방수에 들어간 노력이나 고민이 더 컸던 것 같다. 사실, 데크 설치 시 업체에 방수까지 해달라고 하려다 비용 듣고 바로 포기했다. 얇고 넓은 플라스틱 판이 있으면 그걸 먼저 깔고 그 위에 데크를 깔면 완벽한 방수가 되리라 생각하고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찾아낸 것이 ‘렉산’이라고도 불리는 PVC판이었다. 아크릴과 같이 투명하고 두께도 아주 얇은 것부터 두꺼운 것까지 종류가 여러 가지다. 각종 건물의 녹색 비 가림막 캐노피가 다 렉산이다. 렉산의 가장 큰 특징은 깨지지 않는다는 것. 유레카를 외쳤지만 곧 좌절했다. 렉산의 비용이 어마무시하다. 그래서 차선책을 찾아봤다. 롤렉산이라고 하여 가공되지 않은 렉산 원판을 그대로 판매하는 곳이 있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가격이 천차만별이므로 잘 비교해서 살 경우 거의 반값에도 살 수 있다. 하지만 포기했다. 가격 자체도 비싸고 그걸 화물로 배송시켜도 거의 100㎏이 넘는 롤렉산을 혼자 옮기기엔 불가능해 보여 현명하게 포기했다. 그러고나서 아무런 방수작업 없이 한동안 그냥 창고로 사용했다. 결과는 폭망. 비가 한번 오고 나니 그 아래 있던 자재들이 여지없이 젖어버렸다. 인조잔디로 초저렴 방수처리 완성 그러다 데크 위에 인조잔디를 깔아볼까 생각했다. 마당의 천연 잔디와 어우러져 미관상도 괜찮을 듯 싶었다. 결론적으로 최고의 아이디어였다. 15평 정도를 덮을만한 인조잔디는 롤의 형태로 큰 걸 사야한다. 이 또한 인터넷을 잘 뒤져봤더니 거의 반값에 살 수 있었다. 15평을 다 덮을 만큼의 양을 사는데 20만 원 채 안 들었다. 우선 데크 난간을 다 떼어내고 비닐하우스용 비닐을 두 겹 깔았다. 그리고 그 위에 저렴한 천막 원단을 사서 다시 한 겹 깔았다. 마지막으로 그 위에 인조잔디를 깔았다. 그러고 나서 데크 난간을 다시 설치해서 인조잔디를 고정시켰다. 효과는 최고다. 절대 비가 새지 않아 목재든 철재든 완벽하게 잘 보관하고 있다. 거기에 더불어 생각지 못했던 효과가 한 가지 더 있었다. 바로 데크 목재에 최소 1년에 한번 발라야하는 오일스테인을 바를 필요가 없어졌다. 전원주택 단지는 대개 의외로 햇빛을 가리는 장애물이 없기에 햇빛이 강하다. 다시 얘기하면 아무리 처음에 잘 만들어도 데크에 발라놓은 오일스테인이 금방 날아간다. 처음 만들 때야 업체에서 오일 스테인까지 깔끔하게 발라 블링블링하게 만들어주겠지만, 그 이후부터는 모두 건축주의 몫이다. 오일스테인 값도 비싸지만 일일이 바르느라 허리가 끊어진다. 하지만, 이렇게 인조잔디를 덮어버리니 고생할 일을 덜어낸 셈이 됐다. 전원일기 4 전원주택 실제 난방비 우리집은 난방을 LPG 가스로 한다. 가스회사에서 대형 가스통을 설치해주고 계량기에 체크된 만큼 청구하는 시스템이다. LPG다 보니 주방용 가스레인지도 다 같이 쓰고 있다. 가스 요금은 난방, 온수, 주방 가스비가 모두 포함돼 있다. 주택 난방은 LPG 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전에 살던 아파트보다 관리비가 1/3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파트 관리비 1/3 수준 LPG 가스로 난방하면 난방비 폭탄 맞는 거 아닌가 걱정하는 이들이 많고 전원주택 입주를 생각하는 이들 대부분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단독주택이라 난방비 많이 나오지 않아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년 지출 총액 기준으로는 아파트 관리비의 1/3도 안 나오고, 한겨울 가장 많이 나올 때가 10만 원 후 반~ 20만 원 초 반대다. 그것도 동절기 6개월 정도뿐이고 나머지 6개월은 소액 정도만 나온다. 이사오기 전 34평 아파트에 살 때는 관리비가 평소 20만원 대, 동절기에는 35~38만원 나왔었는데 그때 생각하면 지금 난방비는 엄청 저렴한 수준이다. 난방과 단열 효과 좋은 목조주택 참고로 우리 집은 목조주택인데 목조주택의 난방과 단열효율이 좋다고 한다. 콘크리트 주택의 경우에는 콘크리트 자체가 여름에는 달궈지고 겨울에는 얼어서 그 자체에서 계속 열기나 냉기를 방출하지만 목조주택은 그런 게 전혀 없이 그냥 차단해버린다. 철근콘크리트조, 목조 건축, 스틸 하우스 등 건축구조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살아보니 목조주택이 여러모로 만족스럽다. 전원일기 5 태양광패널 설치하기 요즘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에 태양광패널이 설치돼 있는 걸 보게 된다. 예비 전원주택 건축주들은 태양광패널을 설치하는 게 좋은지 아닌지 고민이 될 수 있다. 우리집은 2018년 7월 가정용 태양광패널 3kw짜리를 설치했다. 창고 위에 설치한 게 아니라 아래 태양광패널을 기둥을 세워서 높게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럼 튼튼한 아연각관 기둥 위에 태양광패널이 설치된다. 그런 다음 각관에 샌드위치 판넬만 붙이면 간이 창고로 쓸 수 있다. 주차장 지붕으로 쓰는 이들도 있다. 단, 문을 달면 건축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또, 지자체 마다 기준이 다르므로 반드시 확인해보길 바란다. 창고 크기를 짓는 데만 견적이 500~600만 원 정도 나왔는데, 우리 집은 완공된 태양광패널 밑에 샌드위치 판넬만 붙여 공사비로 150만 원만 지불하고 간이 창고를 덤으로 얻었다. 태양광패널은 7년 할부로 설치했다. 월 39,700원 X 84개월 = 약 3,334,800원. 태양광패널을 설치할지 말지를 고민할 때, 평소 내던 전기세와 태양광패널 설치 후의 전기세가 월 39,700원 이상 절감되면 설치할 가치가 있고, 39,700원보다 적게 절감되면 할 필요 없는 것이다. 내가 설치하고 전기세를 직접 내보니 매월 전기세가 거의 대부분 기본료 수준인 6,000~7,000원 대밖에 나오지 않는다. 작년 여름에 에어컨을 거의 밤이고 낮이고 틀다시피 했더니 7월, 8월에는 4만 원대가 나왔다. 참고로 우리 집은 2018년도에 333만 원주고 설치했는데, 2020년에 우리 동네 태양광 설치한 이웃들에게 물어보니 100만 원정도에 설치했다고. 2년 새 태양광패널 설치 지원 보조금이 늘어나서 실 설치비가 10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태양광패널 지원금은 국비지원과 지방비 지원 두 가지가 있다. 각 관할 지자체에 국비, 지방비 둘 다 지원받으려면 언제, 어떻게 설치해야하는지 알아보도록 한다. 때를 잘 맞춰서 둘 다 지원 받으면 엄청 싸게 설치할 수 있다. 태양광패널 아래 창고 안. 온갖 도구들을 보관하는 장소로 활용 중이다. 그밖에 마당 곳곳에서 펼쳐지는 일상들 그늘진 공간에 인삼 키우기 집 뒤쪽으로 일년내내 그늘이 지는 통로 공간이 아까워서 새싹인삼을 키워봤다. 올 1월 31일 파종했다. 씨앗을 하나씩 심으라고 하던데,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줄파종했더니 지금 바글바글하다. 1년은 그냥 이대로 키우고 겨울에 전부 뽑아서 다시 하나씩 모종으로 간격 맞춰 심을 계획이다. 집 뒤쪽에 1년 내내 그늘진 자리가 못내 아쉬웠는데, 그 자리에 새싹삼을 키우면 된다는 말에 바로 시도했고, 결과는 성공적이다. 닭을 위한 미니 텃밭 만들기 닭을 방사해서 키우면 좋겠지만 방사하면 천적의 공격 등으로 위험해서 어쩔 수 없이 막혀 있는 닭장에서 키운다. 신선한 풀을 계속 공급해 주기가 너무 귀찮아서 아이디어를 냈다. 닭의 모가지가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위치에 철제 망을 설치하고 그 안쪽으로 이파리가 자라면 뜯어먹을 수 있도록 미니 텃밭을 만들었다. 미니 텃밭에는 쑥갓, 상추, 민들레 등 온갖 씨앗을 다 심었다. 그리고 테스트로 무청 2개를 씨를 뿌려놓은 미니 텃밭에 꽂아두니 닭들이 이파리만 잘 쪼아 먹었다. 성공이다. 마당 한쪽에 닭들이 좋아하는 지렁이, 곤충 등을 키운다. 토양을 덮어주는 멀칭재배에 검은 비닐을 사용하면 잡초 제거와 수분 증발을 막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명종 씨는 양봉도 시도하고 있지만, 여왕벌 관리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비계 설치 파이프로 저렴하게 파고라 만들기 전원주택에 살면 가장 기본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파고라다. 하지만 비싸다. 집을 지으면서 손상돼 시공사에서 버리는 비계 설치 파이프를 얻어놓은 것이 있었다. 포도나무 그늘 아래 테이블을 놓고 커피 한잔 마시고, 포도, 키위, 다래 따 먹고, 아들내미랑 장기 한판 둘 수 있는 파고라가 갖고 싶었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 손상돼 버리려던 파이프를 얻어둔 것으로 파고라를 만들었다. 비계 설치 파이프는 철물점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포도나무 아래 앉아 아들내미와 장기 한판 두고 싶은 마음에 비계 설치 파이프로 직접 파고라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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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 4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 4 집과 사람, 자연과 소통하는 집 세 가족 공동체 마을 2호집 차콜하우스 자연과 시각적, 공간적 연결을 고려하고 소통을 중요시한 주택이다. 외관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내부는 쓰임새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 인테리어는 자연소재를 사용해 한옥 스타일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글 사진 박창배 기자 취재협조 코비즈건축협동조합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 고양시 성사동 지역/지구 제1종일반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베라산취락), 과밀억제권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201.00㎡(60.80평) 건축면적 73.71㎡(22.30평) 건폐율 36.67% 연면적 136.17㎡(41.19평) 1층 66.51㎡((20.12평) 2층 69.66㎡(21.07평) 다락 32.40㎡(9.80평) 용적률 67.75% 설계기간 2019년 6월~2019년 12월 공사기간 2019년 12월~2020년 6월 설계 및 시공 코비즈건축협동조합 070-4895-6028 건축비용 총 3억 2800만 원(3.3㎡ 당 800만 원) 토목공사 비용 1300만 원 토목공사 유형 옹벽, 침목, 성토, 투수블록, 조경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징크(컬러강판)(한성하우징) 벽 - 스토(지정색)(Sto Korea) 데크 - 방킬라이, 합성 내부마감 천장 - 코르크, 석고보드 벽 - 석고보드, 코르크 바닥 - 원목마루, 코르크마루(이건마루) 계단실 디딤판 - 오크(자체제작) 난간 - 평철 단열재 지붕 - 그라스울 보온판(가등급) 외단열 - 비드법보온판2종1호(가등급) 창호 알루미늄시스템창(이건창호) 현관 탄화목(자체 제작) 조명 LED등, 간접 및 매입등(아인산업) 주방기구 상판 오크 원목(주문제작) 위생기구 대림바스 난방기구 귀뚜라미 가스보일러 세 가족 공동체 마을 2호집 건축주인 베짱이와 꽃잔디 부부. 이들은 2006년 충남 서천에 위치한 산너울마을이라는 생태전원마을 프로젝트에서 만났다. 당시 아내 꽃잔디는 조경담당 과장이었고, 남편 베짱이는 토목건축팀 과장이었다. 둘은 마인드가 통하고 삶과 주거에 대한 방향이 비슷하다 보니 대화가 잘 통했고, 연인으로 발전하고 결혼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생태전원마을 조성 프로젝트 공사기간은 거의 2년 정도였어요. 당시 저희 회사는 주택 설계, 시공, 컨설팅까지 진행한 회사로 시공이라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공동체, 관계, 생태, 순환 등 소프웨어적인 부분까지 관리하는 회사였죠. 그때 도시라는 공간에서 각자 나이, 직업, 성별, 가족관계 수 등 정말 다양하지만 공동체라는 큰 틀과 생태라는 철학을 선택하는 용기를 보면서 저희도 마음이 통하는 분들과 전원에 집짓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둘은 결혼 후 일과 생활 때문에 도심에 정착할 수밖에 없었지만 첫째 아들을 낳고 어린이집 다닐 즈음 아내는 일반적인 교육과정보다 공동육아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세 가족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현관. 내부는 자연소재를 사용한 한옥 스타일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거실부터 식사공간 주방까지 탁 트여 한 눈에 들어온다. 거실은 아이들 놀이터 겸 모임장소로 사용하는 다용도 공간이다. 거실에서 본 명상방 입구. 명상방은 한옥 스타일로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끌어당김의 법칙 ‘끌어당김의 법칙’이 통했던 걸까. 베짱이와 꽃잔디는 세 가족과 공동육아를 하면서 살아온 환경은 서로 다르지만 특별한 만남이었다고 한다. “서로 닮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어요. 작게는 친환경 먹을거리부터 크게는 삶의 목표 등 공감대가 통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공동체 삶을 꾸려나가다 보니 갈등도 있고 서운한 일이 생기기도 했지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죠. 이웃사촌으로 10년을 생활하다 보니 가족 같은 마음이 들어 함께 공동체 마을까지 만들게 됐어요.” 코비즈협동조합의 일원인 베짱이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프로젝트 현장소장을 자처했다. 집을 짓기 보다는 관계를 짓는다는 마음이었다. 최소 3년 하자보증은 기본이고 30년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을 짓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부지는 있는 그대로의 모양을 최대로 살리고 싶었다. 땅 구입 후 구옥을 철거하고 땅이 원래 생긴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자고 세 가족과 코비즈 설계팀에 제안했다. 지붕은 오랜 시공경험으로 터득한 경사지붕을 권유했다. 방수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또 경사 지붕에 맞게 내부에 다락을 만들면 아이들이 커가면서 좋은 추억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세 가족과 코비즈도 베짱이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주방은 후정으로 시선과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주방은 주부의 작업 공간이기도 하다. 1층 계단실은 거실, 주방에 있는 부모와 계단을 오르내리는 아이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연결돼 있다. 사람과 자연과 소통하는 집 베짱이와 꽃잔디는 주택 설계할 때 자연과 시각적, 공간적 연결을 중요시했다. 비 오는 날 빗소리 듣고, 바람 좋은 날엔 차를 마시며 쉼을 누릴 수 있는 야외 공간과 주방 옆 식사 공간 앞에 데크를 설치해 날씨 좋은 날에는 야외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계획했다. 외관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내부는 실용적이고 쓰임새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 인테리어는 자연소재를 사용한 한옥 스타일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내외 공간 배치는 주부의 짧고 편리한 동선을 고려하고, 공간마다 수납장을 짜넣어 여백의 미를 강조했다. 거실, 식사 공간, 주방은 한 동선으로 탁 트이고 넓다. 거실은 소파 등 최소한의 가구를 배치해 아이들의 놀이터이가 되기도 하고 손님맞이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다용도 공간이다. 주방은 식사 겸 주부의 작업 공간으로 계획하고, 식사 공간(큰창), 데크, 후정(프라이빗 정원)으로 시선과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2층 가족실과 안방, 다락이 보인다. 가족실은 아이들 놀이공간으로 이용하다가 필요 시 방으로 사용할 수 있다. 2층 안방. 2층 계단실은 거실, 주방에 있는 부모와 계단을 오르내리는 아이들이 소통하기 쉬운 구조로 연결돼 있다. 또 계단 높이를 낮게 하고 디딤판을 넓게 해 어린 아이들이 오르내리기 편하게 고려했다. 아이들이 자라 가족 수의 변화를 고려해 유용한 공간 구조를 계획한 점도 돋보인다. 2층 중간에 가족실을 두어 그림그리기와 놀이공간으로 이용하다가 필요 시 방으로 사용하고, 아이들이 독립해서 나가면 가족실이나 부모의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손님이 올 경우를 고려해 편리한 동선에 변기와 작은 세면기를 욕실과 분리해 설치했다. 아이들의 비밀 공간인 다락. 아이들 자유롭게 노는 모습에 만족 집 짓고 사는 모습을 보고 주위 사람들은 부러워하지만, 부부는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부터 이웃과의 관계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등 할 일이 많고 아직 공사가 끝난 게 아니라는 것. “집 짓는 게 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살면서 가꾸고 만들어나가야 할 게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공유 마당 가꾸는 것도 최소한 1년을 지켜보면서 우리 부지에 맞는 것들을 5년 10년 30년을 내다보고 심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녀도 일단 층간소음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다고 한다. “우리 자녀들이 마음 놓고 집 안팎에서 뛰어놀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고, 그 모습을 보면 집짓기를 잘했고 보람을 찾는 것 같습니다.” 1호집 밀크하우스와 나란히 자리한 2호집 블랙하우스. 색상대비 효과로 뚜렷해 보인다. 주방과 이어진 데크. 날씨 좋은 날에는 야외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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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3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3 진짜 집짓기는 지금부터 세 가족 1호집 밀크하우스 ‘포비와 스머프’, ‘베짱이와 꽃잔디’, ‘바람개비와 막대기’가 함께 일구고 있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세 집이 나란히 지은 데다 외벽 색깔이 다 다르다보니 1호집은 하얀 집, 2호집은 검은 집, 3호집은 녹색 집으로 불린다. 동네 아이들은 1호집 외벽 색깔이 하얗고 모양이 우유갑을 닮았다고 ‘밀크하우스’라고 부른다. 글 사진 박창배 기자 | 취재협조 코비즈건축협동조합 ※고양시 성사동 ‘세가족 마을’은 공동육아를 하던 이웃끼리 뜻을 모아 만든 작은 마을이다. 본지는 2020년 9월호부터 5회에 걸쳐 ‘마을 만들기’, ‘마을 내 세 가족 집짓기 과정’을 순차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도 고양시 성사동 지역/지구 제1종 일반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베라산취락)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201.00㎡(60.80평) 건축면적 73.44㎡(22.21평) 건폐율 36.54% 연면적 126.32㎡(38.21평) 1층 66.47㎡(20.11평) 2층 59.85㎡(18.10평) 용적률 62.85% 설계기간 2019년 6월~12월 공사기간 2019년 12월~2020년 6월 토목공사비용 1300만 원 토목공사유형 옹벽, 침목, 성토, 투수블록, 조경 건축비용 560만 원(3.3㎡ 당) 설계 및 시공 코비즈건축협동조합 070-4895-6028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아스팔트 이중슁글(하성하우징) 벽 - 스타코플랙스(Sto Korea) 데크 - 합성데크 내부마감 천장 - 석고보드 벽 - 석고보드 바닥 - 데코타일 계단실 디딤판 - 원목(애쉬) 난간 - 평철 핸드레일 단열재 지붕 - 글라스울 보온판(가급) 외단열 - 비드법 보온판 2종 1호(가등급) 창호 PVC 250 이중창(이건창호) 현관 탄화목 마감(자체 제작) 조명 라디룸 주방기구 soso design 위생기구 대림바스 난방기구 가스보일러(귀뚜라미) 배치도 “하늘과 산을 가리는 높은 건물을 싫어하고, 번잡스러운 것을 싫어하고 자연과 가까운 삶, 계절과 날씨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삶을 원했어요. 시골로 가지 않는 이상 그런 땅은 그린벨트일 수밖에 없었지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1호집인 포비와 스머프 가족. 이들은 집을 짓기 전에도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살고 있었다. 부부는 아이가 자연과 가까이하며 자라고 마당에서 반려견을 키우고자했는데, 운 좋게 그린벨트 내 단독주택을 찾아 전세로 8년째 살고 있었다. 하지만 포비(남편)는 자신들만의 집을 짓고 싶었다. 가까운 지인이 집을 짓는 것을 보면서 그 마음이 더욱 커졌고 호시탐탐 기회를 모색하던 중 마음 맞는 이웃을 만났다고. “남편은 집을 짓는 과정 자체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어서 매력적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싫다고 버티고 버텼지만 남편의 고집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웃들의 설득으로 결국 백기를 들었어요.” 내부는 거실-패밀리룸-다이닝룸-주방-다용도실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계단은 동네 아이들이 만화책을 보는 곳이기도 한다. 현관에 들어서면 한 면을 가득채운 책장과 우드슬랩테이블이 시선을 압도한다. 동선에 따라 순환하는 구조 포비와 스머프는 시간적, 재정적 여력이 넉넉하지 않다보니 외관에 대해서는 특별히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고 한다. 다만 지붕은 방수 면에서 우수하고 따뜻하고 빨간머리앤의 그린게이블처럼 전통적인 박공지붕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땅의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소박한 느낌을 주는 박공지붕이 나왔지만 이에 만족해한다. 내부 디자인은 1, 2층 모두 계단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것이 특징이다. 거실과 패밀리룸, 다이닝룸과 주방, 다용도실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도 살짝 비틀어지면서 공간이 자연스럽게 분리된다. 건축주 부부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설계는 아니어서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살아보니 매우 실용적이라고. “거실에서 주방 싱크대가 잘 보이지 않으니까 설거지가 좀 쌓여 있어도 괜찮거든요(웃음). 동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도 공간이 나누어지고, 나누어지면서도 벽이나 문으로 막혀 있지 않아 답답하지 않아요. 개방감이 있으면서도 공간마다 아늑한 느낌을 줍니다.” 거실과 이어진 가족실. 커튼으로 공간을 나눌 수도 있고 분리할 수도 있다.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책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북카페 느낌이 연출됐다. 식당과 주방. 식탁 앞 고정창으로 뒷집 정원과 텃밭, 산의 풍경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집짓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 인테리어도 특별한 콘셉트를 설정하지 않았다. 재정적 여력도 없었지만 그럴 필요성도 못 느꼈다는 것. 그냥 자신들이 가진 자원인 땅의 모양과 주변 풍경, 예산과 시간의 범위 안에서 삶을 가장 자연스럽고 편한 방식으로 담아낼 그릇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거실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한 면을 책장으로 가득채운 부분과 한 가운데 자리한 우드슬랩테이블이다. 마치 도서관 같기도 하고 북카페 같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여기서 책도 보기도 하지만 일도 하고, 딸아이는 공부를 하고, 손님이 많이 올 때는 식탁이 되기도 한다. 한쪽 구석에 자리한 주방은 막힌 것처럼 보이지만 현관과 연결돼 있고 뒷마당과도 통해 동선이 자유롭고 편리하다. 내부는 1, 2층 모두 계단을 중심으로 순환하도록 계획했다. 2층 복도. 1, 2층 계단에 보이드 공간을 둠으로써 개방감을 한결 강조했다. 부부 침실. 답답하지 않게 문을 달지 않았고, 가림막 역할을 하는 책장을 두었다. 부부는 막히고 답답한 것을 싫어해서 1, 2층 계단에 보이드 공간을 두었다. 뒷집 정원과 텃밭, 산의 풍경이 시원하게 보이는 식탁 앞에는 커다란 고정창을 설치했다.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고정창 앞에 앉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단다. 책이 많고, 고정창도 많고, 조명이 많아서 그런지 집에 놀러오는 친구들이 “북카페 아니냐”고 묻곤 한다고. 부부 침실에서 본 모습. 좌측 딸 방과 정면으로 작업실이 보인다. 입구에서 본 정면. 동네 아이들은 이 모습을 보고 우유갑을 닮았다며 밀크하우스로 부른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 집에 오는 손님 중에는 예전 집과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어쩌면 하드웨어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 단독주택에 살아서 그런지 외형적으로는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우리는 예산 때문에 마무리를 못했던 것이 많아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고, 하나씩 장만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어요. 진짜 집짓기가 시작된 거죠.” ‘포비와 스머프’,‘베짱이와 꽃잔디’,‘바람개비와 막대기’가 함께 일구고 있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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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2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2 3개월이 30년 같았던 세 가족 집짓기 공동체 마을을 만들기로 한 ‘포비와 스머프’, ‘베짱이와 꽃잔듸’, ‘바람개비와 막대기’ 세 가족. 이들은 일을 추진할 때 만장일치를 규칙으로 하고 있다. 어느 누가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 설득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소소한 일이라도 모두가 마음에서 동할 때 함께 일을 추진한다. 세 가족이 함께 진행한 땅 구입부터 집짓기 과정을 소개한다. 글 사진 박창배 기자 | 자료제공 세 가족과 코비즈협동조합 배치도 5차 스케치배치도 6차 스케치 공동육아로 만난 세 가족은 또래 자녀들이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학부모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학부모 모임들 중 가까운 지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단독주택을 짓는 것을 보자, 이들도 부러운 마음에 자기들만의 집과 공동체 마을을 만들기로 했다. 입지는 자녀들이 걸어서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대곡초등학교가 자리한 고양시 대장동 인근을 알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대장동 주변은 땅값이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곡초등학교 교사인 바람개비가 차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로 하고 지역을 확장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구옥이 있는 부지 모습 구옥을 철거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부지 모습 2017년 겨울, 스머프와 바람개비가 마음에 드는 땅을 발견하고는 건축업에 종사하고 있는 베짱이에게 집을 지을 수 있겠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다. 베짱이 역시 바로 추진하자고 했다. 세 가족은 들뜬 마음으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방문했다. 하지만 맥 빠진 답변이 돌아왔다. 팔 수 없는 땅이라는 것.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는 것이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베짱이는 그 땅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고 한다. “사실 부지를 본 첫 느낌은 너무 초라해 보였어요. 귀신 나올 것 같은 오래된 구옥이 있는 허름한 곳이었거든요. 구옥이 없다는 상상을 하자 마음에 들었고, 규모와 가격 면에서 이만한 땅을 찾기란 어려울 것 같았어요.” 세 가족 공동체 마을의 모형 007 작전 방불케 한 땅 구입 겨울이 지나고 이듬해 봄에 베짱이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들러봤다. 그러자 근저당 설정이 풀려 이제는 팔 수 있다고 했고, 세 가족은 긴급회의 후 바로 구입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막상 땅 구입을 위해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방문하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세금체납 건으로 10평 남짓한 땅 진입로가 압류돼 있는 것이다. 세 가족은 아쉽지만 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아이들 학교와 15분 거리밖에 안 되는 위치며 자금에 맞는 땅 규모며 마음에 드는 곳이어서 놓치기 싫었다. 여러 곳을 알아봤지만 이와 같은 부지를 찾기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세 가족은 부지 진입로 압류 건을 직접 해결하고 땅을 구입하기로 했다. 체납된 세금을 지주 대신 입금해주고 압류가 풀리는 즉시 땅 계약을 마무리 짓기로 한 것이다. 역할을 나눴다. 1명은 세무소에서 토지 압류 건 문제를 해결하고, 1명은 공인중개사무소에 대기하고 있다가 압류 건이 해결됐다는 소식이 들어오면 땅 값을 지급하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1명은 법무사와 계약사항과 등기소에서 압류 건을 확인하기로 했다. 수시로 휴대폰으로 진행 상황에 대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식으로 세 가족은 2018년 봄에 고양시 성사동 땅 210평을 평당 400만원에 구입했다. 이웃주민들은 “이곳에 빌라를 지으려고 이미 여러 업체에서 땅을 보고 갔고, 땅 모양도 안 좋고 진입로가 너무 좁다며 다들 포기하고 돌아갔는데, 도대체 뭔 생각으로 이 땅을 샀느냐”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진입로가 좁다보니 공사차량으로 인한 민원발생으로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세 가족은 가슴을 졸여야 했다. 세 가족은 2020년 3월 15일 일요일에 집을 지어주는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표하고 같이 살 이웃들에게 화합을 청하는 고사를 지냈다. 세 가족 모두 허탈했던 땅 배분 땅 구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지만, 세 가족이 공동명의로 구입한 땅을 3등분으로 분할해야 했다. 협소한 땅을 3등분으로 분할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배분하는 게 더 큰 난관이었다. 모두가 원하는 땅을 배분받기를 바라는 게 당연지사.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원하지 않는 땅이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땅 배분 방식을 놓고 여러 의견이 나왔다. 그중 두 가지 방식으로 압축됐다. 하나는 제비뽑기였고, 또 하나는 1, 2, 3지번 중 원하는 땅과 원하지 않는 땅을 선택하고 그에 대한 이유를 각각 적어보기로 했다. 그런 다음 이유가 가장 설득력 있다고 생각되는 가족에게 해당 땅을 배분하는 방식이었다. 두 번째 방식으로는 도무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제비뽑기 방식으로 선택하기로 했다. 원하지 않는 땅을 뽑더라도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토목공사와 조경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세 가족이 공동으로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제비뽑기하는 날, 세 가족 모두가 가슴을 졸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너무나 허탈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원하던 땅이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제비뽑기 후 세 가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어뜨린 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땅 배분이 끝나고 나서는 설계에 들어갔다. 땅의 크기가 210평 정도이고 진입로와 도로부지를 제외하면 200평, 세 집으로 나누면 65~68평이 나왔다. 건폐율과 용적률을 적용하면 바닥 평수는 20평대, 전체평수는 40평 전후의 2층집 모양이 그려졌다. 집과 집 사이의 경계를 나누지 않고 마당을 함께 공유하기로 했다. 대지 모양도 반듯한 모양이 아니기에 3등분하면서 자연스럽게 모서리 쪽 자투리 공간들이 생겼다. 설계는 2018년 봄부터 가을까지 5개월 정도 걸렸다. 설계하는 동안 세 가족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전원주택 전문 잡지를 보며 스크랩하고 부부간에 상의하고, 자녀들과 상의하고, 또 세 가족 간에 정보를 공유하며 상의하는 등 시간가는 줄 몰랐다는 것. 하지만 시공에 들어가면서 다시 험난한 여정이 시작됐다. 세 가족 공동체 마을은 베라산을 등지고 도심 속 작은 마을의 맨 끝 쪽에 자리한다. 원주민과의 마찰과 비교하는 마음 가장 큰 문제는 원주민과의 마찰이었다. 여기저기서 민원이 들어왔다. 앞으로 마을에서 함께 살아갈 이웃이기도 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불편한 관계가 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원주민과 공사차량이 이동하는 동선에 있는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양해를 구했다. 식사대접을 하기도 하고 과일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공사가 끝날 때까지 늘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는데, 공사가 진행되는 3개월이 꼭 30년 같았을 정도라고 한다. 그나마 세 가족이 함께 하다 보니 다행이었다. 원주민과 민원 대응도 세 가족이 역할을 나눠서 맡았다. 만일 혼자 감당해야 했다면 포기했을 것 같다고 한다. 세 가족이 함께 해서 좋은 것도 있지만 안 좋은 점도 있었다. 옆집과 비교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힘들었다는 것. “안 그러려고 해도 세 집을 동시에 짓다보니 비교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우리는 못하는데 옆집에서 하는 것을 볼 때 부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죠.” 건축에 종사하는 이들이 하는 말 중에 ‘친한 사람 집짓기’, ‘내 집 짓기’ 그리고 ‘그곳에 함께 사는 것’이 세 가지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에 대한 애로사항도 있었다고 한다. “함께 살 사람이 시공을 맡다보니 시공자도 저희도 애로사항이 컸던 것 같습니다. 가깝게 지내왔고 앞으로 함께 살아갈 이웃사촌이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했고요. 그리고 시공자 입장에서 뱉은 말도 애초에 모르던 사람이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텐데 가까운 사람이어서 그런지 왠지 서운한 감정이 들었어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현장소장을 맡은 베짱이도 공사를 진행하면서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한 것 같다고 토로한다. “이웃으로 만나 관계를 유지하는 거와 클라이언트 관계는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어요. 건축주들과 형님 동생하면서 아주 가깝게 지냈는데 공사를 진행하면서 서먹서먹해졌어요. 이웃사촌의 집이고, 직접 살 집이다 보니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려다 보니 부담감을 주면서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시공하는 입장에서 아내도 클라이언트 중 1명이었고, 아내한테도 많이 힘들게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에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세 가족의 집짓기는 2019년 겨울에 첫 삽을 뜨고 2020년 여름에 완공을 보았다. 갈등도 있고,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서로간의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좋은 공동체 마을을 가꾸어나가겠다는 게 세 가족의 소박한 희망이다. <공사 과정> 01 부지 내 외부 옹벽 터파기 02 옹벽 기초 버림 타설 03 옹벽 거푸집 해체 및 3호집 1층 주차장 기초 철근 배근 04 1, 2호집 기초 철근 배근. 3호집 2층 바닥 거푸집 설치 05 1, 2호집 기초타설 및 양생 중. 3호집 2층 바닥 철근 배근 완료 06 경량 목구조 자재 반입 07 1, 2, 3호 외부 단열재 및 지붕 서까래 및 방수시트 완료 08 1, 2, 3호집 철근콘크리트 공사 완료. 내·외부 거푸집 해체 09 1, 2, 3호집 지붕 공사 전경. 1호집은 아스팔트 이중그림자 슁글, 2, 3호집은 징크로 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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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1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1 공동육아로 뭉친 세 가족과의 특별한 만남 고양시에 있는 ‘성사동 세가족’ 마을. 이들은 10년 전 이웃으로 만나 공동육아를 하며 살다가 자기들만의 공동체마을을 만들었다. 공동체마을을 통해 삶과 이웃, 자연이 교집합 하는 공간을 만들어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살기 위해서다. 그 과정이 수월하지 않았다. 특별한 인연, 코비즈건축협동조합과 만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글 백홍기 기자 | 자료협조 코비즈건축협동조합 070-4895-6028 www.cobees.net 10년 전 이웃으로 만나 공동육아를 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고양시에 작은 ‘성사동 세가족’ 공동체 마을을 만든 이들은 ‘포비와 스머프’, ‘바람개비와 막대기’, ‘베짱이와 꽃잔듸’라는 애칭을 사용한다.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통용되는 애칭이다. ‘○○네 엄마, 아빠’, ‘아저씨, 아줌마’호칭은 거리감이 있어 위계를 없애고 편하게 생활하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공동육아는 나눔이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협력해 어려움을 나누는 것이다. 때론 그 과정에서 이웃과 가족애가 쌓이기도 한다. 세 가족이 모여 자기들만의 공동체마을을 만들기로 한 것도 지난 10년간 쌓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존 주거 형태는 스머프네만 마당이 있는 오래된 단독주택에서 생활하고 바람개비와 꽃잔듸네는 전형적인 빌라에 살았다. 세 가족은 집이라는 형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조금 더 편리하고 변해가는 생활 패턴을 담아낼 공간과 울타리 없이 편하게 자기 집처럼 왕래하며 함께 모이고 웃음이 넘치는 따뜻한 공간을 원했다. 건축전문가를 만나 그들만의 새로운 공동체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쯤 코비즈건축협동조합(이하 코비즈)과 인연이 시작됐다. 코비즈는 좋은 집을 짓기 위해 뭉친 사람들이다. <배치도 1차 스케치> <배치도 4차 스케치>‘성사동 세가족’ 마을 배치도 스케치 단독주택을 계획할 때 앞마당이 넓은 것을 선호하지만, 여러 해를 지나고 나면 넓은 뒷마당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성사동 세가족’은 모두에게 드러나는 정원이 아닌 세 가족을 위한 후원 같은 넓은 뒷마당을 제안했다. 하지만, 가운데 집 형태가 길어져 익숙하지 않은 평면과 배치 때문에 여러 다른 의견이 나왔다. 정원을 어디에서 바라보는가에 대한 의견 차이도 있었다. 최종 배치는 뒷마당을 없애고 주택이 앞마당을 감싸는 형태가 됐다 특별한 사람들의 만남 2013년 3월, 건축 관련 일을 하는 몇몇이 카페에서 좋은 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의기투합했다. 코비즈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코비즈건축협동조합을 설립하고 7년간 6개 단지 공동체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해 주택 70여 채를 짓고, 복합시설 프로젝트 3개를 완공했다. 정상오 조합이사장(건축시공기술사)은 ‘함께 사는 좋은 집’을 만들겠다는 공감대로 뭉친 건축 관련 전문가 단체라고 소개했다. “코비즈는 타일공, 목수, 정원사, 페인트공, 조적공, 미장공, 거푸집 기술자, 시공을 조율하고 이끌어가는 현장소장, 설계하는 디자이너들 등이 모인 건축 집단입니다. 제도에 의한 분리보다 진심으로 건축을 걱정하고 건축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건축인, 건축가라 할 수 있습니다. 코비즈는 그러한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따로 일하는 게 아니라 함께 나누고 일해야 좋은 결과물을 얻습니다. 마치 합창과 같습니다. 개체가 아닌 협력을 통해 완전한 조화를 이루어 내는 것입니다.” 코비즈에선 집이 아닌 ‘코하우징’을 짓는다고 한다. 함께 사는 주택을 말한다. ‘함께’라는 의미는 아파트 공동주택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주택 ‘구성’과 함께 모여 사는 사람들의 ‘수’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구성과 수라는 것은 우리 개개인이 상대하는 즉, 친밀도를 유지하는 구성과 수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코하우징은 한 사람 또는 한 가족이 이웃을 이루며 서로 친한 관계를 유지하는 적정한 규모의 작은 마을 단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사동 세가족’마을 스케치 과정 설계를 진행하기 위해 전체 의논을 나누며 1차 스케치한다. 스케치한 결과는 설계에 바로 반영하지 않고 여러 의논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공간을 찾고 아이디어를 반영하며 새롭게 스케치한다. ‘성사동 세가족’은 스케치를 네 차례 거쳐 원하는 공간을 찾았다. <배짱이와 꽃잔듸네 1차 스케치> <배짱이와 꽃잔듸네 4차 스케치> <막대기와 바람개비네 1차 스케치> <막대기와 바람개비네 4차 스케치> <막대기와 바람개비네 입면 스케치> <스머프와 포비네 1차 스케치> <스머프와 포비네 4차 스케치> 집은 빵이다! 코비즈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기간이 다소 길다. 그 시간을 정 조합이사장은 ‘발효 과정’이라고 한다. “밀가루 반죽으로 바로 빵을 만들어도 되지만, 더욱 좋은 식감과 풍미를 갖추기 위해 발효를 거칩니다.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죠. 도면을 자주 들여다보면서 가족들과 끊임없이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 깊이 이해하고 집에 대한 애정도 더욱 커지죠.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면 안 보이던 게 보입니다.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죠. 그래서 급하게 진행하면, 좋은 집을 완성하기 어렵습니다. ‘생각의 발효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공도 마찬가지입니다. 설계에서 충분히 검토한 이야기를 그대로 적용하려면 꼼꼼한 시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현장 기술자들도 더 좋은 방법을 찾으려고 함께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면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시공이 길어지면, 그만큼 비용이 올라간다. 건축주 입장에선 고민일 수밖에 없지만, 비용이라는 부담을 뛰어넘어 코비즈를 선택한 이유는 그들이 집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단적인 예로, 코비즈가 진행하는 현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의논하는 모습은 새롭지 않다. 공간 활용성, 효율적인 배선과 배관 배치, 사용자 편의성 등 조금이라도 개선점이 필요하거나 더 좋은 방식이 있을 거 같으면, 해당 기술자가 즉석에서 스케치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다 모여 열띤 토론을 진행한다. 그래서 늘 현장은 토론장으로 변하고 벽과 바닥은 캔버스가 된다. 건축주는 물론 건축에 참여한 건축가 모두 즐겁고 행복해야 좋은 집을 완성할 수 있다고 한다. 모형도 현장답사와 스케치 단계를 거친 후 모형도를 만들었다. 실내 인테리어 코비즈는 수평·수직으로 공간이 막히지 않고 산책로 같이 열린 공간을 선호한다. 햇살 가득한 툇마루와 모호한 내·외부 경계를 형성하는 한옥과 같은 공간이다. 큰 세상 향한 작은 마을 코비즈cobees 이름은 함께라는 ‘co’와 꿀벌 ‘bees’를 더해 ‘함께 일하는 꿀벌들처럼’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협력을 통해 집을 짓는 생명체 가운데 가장 집을 잘 짓고 자연에 좋은 일을 하는 건 벌입니다. 코비즈는 우리와 이웃, 세상에 좋은 건축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집과 마을, 도시를 스스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건축주를 포함해 집이라는 공간을 형성하는데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건축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공간을 두고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한다. 돈을 버는 공간, 놀이나 휴식, 취미를 위한 공간 등 목적과 욕망에 따라 공간은 다양한 형태로 쓰임을 갖는다. 코비즈는 이러한 공간을 통해 이로운 사회를 만들려고 한다. 그 과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가족이 머무는 집을 통해 자연과 이웃을 연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웃이 모여 작은 마을을 형성하고 마을은 아이들의 학교가 된다. 학교는 다시 아이와 마을사람들의 정원이 되는 행복한 ‘마을학교정원’이라는 개념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들은 꿈같은 이야기를 재현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성사동 세 가족은 코비즈와 인연이 아니었다면 공동체마을 프로젝트가 불가능했을 거라고 한다. 작은 땅에 각각의 요구 조건에 맞춰 공동체마을을 만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만큼 건축 환경은 까다로웠고 다양한 이견을 조율하기 어려웠다. 현장 스케치 공사를 시작하면 현장은 모든 기준이 된다. 사무실에서 그린 도면은 현장에서 현실이 되기 때문에 현장 소장과 현장 기술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늘 토론의 결과가 좋은 건 같은 마음과 뜻으로 모여 오랜 기간 함께해왔기 때문이다. 단열·기밀·구조·디테일 마감 건물을 잘 짓는 건 기본이다. 단열과 기밀, 구조 디테일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간단하게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기본에 충실 한다는 것은 타협이 아닌 원칙을 지키는 것이고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비즈가 집이라는 공간을 만들며 늘 중심에 둔 단어는 ‘생활’이고 생활이라는 행위가 일어나는 ‘장소’에 집중한다. 그래서 코비즈는 ‘성사동 세가족’ 마을을 각각의 집을 전체 가운데 한 개체로 보고 ‘생활하는 장소’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다 보니 이해 차이는 있지만, 충분한 시간을 거쳐 함께 하나씩 해결해냈다. 세 가족도 그들이 바라던 ‘생활’과 지향점이 같았다. 코비즈에서 세 집을 구성하고 공간을 연결하는 데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가 ‘따로 또 같이’다. 그 과정도 수월하진 않았다. 세 집, 세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호에 소개한다. 외부 진입로에서 주차장을 지나면 넓은 마당에서 각 주택으로 연결된다. 마당 배치는 볕이 잘 들고 함께 지내기 편한 구성이라 모두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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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흙과 돌을 사용해 지은 숲속 돌집 꿈꾸는 다락방
- 흙과 돌을 사용해 지은 숲속 돌집 꿈꾸는 다락방 아끼고 보듬은 사물이 반질반질 윤이 나고 본연의 빛을 발할 때 우리는 ‘품위’가 느껴진다고 한다. 땅끝마을 해남에서 만난 아담한 돌집이 바로 그러하다. 글 사진 백홍기 취재협조 이세일(목수), 윤용신(플로리스트) 부부 해남에 있는 작은 목신마을에서 아담한 돌집을 만났다. 방 한 개와 주방 겸 거실, 다락을 갖춘 8평 크기의 작은 집이다. 이곳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부부가 산다. 돌집을 처음 계획한 건 아내 윤용신 씨다. 타지에서 일하다 귀촌 한 윤 씨는 부모님이 살던 고택 마당 옆에 있던 창고를 허물고 작은 돌집을 지었다. “혼자 살 때부터 집에 관심이 많았어요. 현대식 아파트나 넓은 단독주택이 아니라 숲속의 작은 오두막 같은 집이요. 어린 시절에 겪은 추억과 감성이 무럭무럭 자라 꿈이 된 거예요.” 윤 씨의 꿈은 할머니 집 옆에 있던 초가집 지붕 아래 다락방에서 움텄다. 오래 묵은 책 냄새와 촛불이 일렁이던 다락에서 그녀만의 감성을 키운 것이다. “다락방에 대한 로망도 있었지만, 할머니가 잘 가꾼 살림살이와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예쁜 마당에서 놀던 기억도 좋았어요. 이러한 것들이 몽상에 불과했던 집에 대한 추억을 현실화하는데 큰 역할을 한 거죠. 오래전부터 나만의 감성을 채울 수 있는 집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있다가 고향에 돌아와 꿈의 집을 지어보기로 한 거예요.” 아내의 플로리스트 작업실 앞마당을 부부가 함께 새 단장하고 있다.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이세일 목수 작업실이다. 오랜 곡괭이질 뒤에 잠시 허리 펴고 아내의 작업실을 바라보는 이세일 목수. 작업실은 이세일 목수 혼자 만들고 있다. 남편과 아내의 작업실 풍경. 이세일 목수 작업실이다. 이곳에서 자기만의 작품 세상을 이뤄내 여러 차례 전시와 초대전을 거치며 작가 활동을 하고 있다. 나무 숟가락과 스툴 만들기 등 다양한 수업도 진행한다.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게 한 집 윤용신 씨가 돌집을 선택한 건 오래될수록 예뻐진다는 게 이유다. 어려서 아버지가 직접 짓고 살았던 돌집에 대한 기억도 한몫했다. “막상 돌집을 짓겠다고 마음먹은 다음부터는 돌만 보였어요. 어떤 돌이 예쁜지 가는 곳마다 돌을 살폈어요. 돌도 지역마다 색과 질감이 달라 찾기 힘들었는데, 지인이 미황사(해남 서정리)가 있는 지역의 돌이 예쁘다고 했어요. 미황사 근처에 있는 밭을 개간하며 쌓아둔 돌을 가져와 집 토대를 쌓기 시작한 게 2008년 6월이에요.” 규모는 혼자 살 집이라 아담한 크기로 계획했다. 당호는 <꿈꾸는 다락방>으로 지었다. “목수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분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 사람은 경험이 필요했고 저는 집이 필요하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어 함께 시작했어요. 하지만, 서로 모르는 게 많다 보니 힘들어져서 결국 그분이 손을 떼고 다른 분을 소개받았어요.” 두 번째로 소개받은 목수가 현재 남편이 된 이세일 목수다. 20대 초반 불교 조각에 입문해 한창 이름을 날리던 이 목수도 자기만의 삶을 찾아 고향인 해남에 돌아와 조용히 작품 세계를 넓혀왔었다.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각자의 삶을 살던 두 사람이 ‘돌집’을 통해 만나게 된 것이다. 집 짓기는 1,500만 원으로 시작했다. 주재료는 주변에 널린 흙과 돌을 사용했지만, 그래도 적지 않게 건축자재 구매 비용이 필요했다. 부족한 예산은 틈틈이 일해 보충했다. 과정이 더뎠지만, 급할 게 없고 얽매일 것도 없었다. 조금씩 형태를 갖춰가는 집을 보며 윤 씨는 행복하기만 했다. 그 사이 두 사람의 관계도 점점 견고해져 갔다. 집을 완공한 2010년 그해 봄 얽매인 제도를 싫어했던 그들답게 고택 앞마당을 정리하고 가볍게 혼례상을 차려 부부의 연을 맺었다. 부모님이 살던 옛집을 지나 부부의 공간인 돌집으로 향하고 있다. 고택은 손님을 위한 게스트로도 이용한다. 윤용신 씨는 또 다른 세상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로 돌집을 북향으로 배치하고 오솔길을 만들었다. 초보자도 쉽게 짓는 어스백 하우스 Earthbag House “이 집은 어스백 Earthbag 공법으로 지었어요.” 어스백은 영어 Earth와 Bag 합성어로 흙을 담은 부대(마대 혹은 포대)로 짓는 공법을 말한다. 흙 부대 또는 흙 자루 집이라고 하는 어스백 하우스 Earthbag House는 1984년 NASA(미항공우주국)에서 흙밖에 없는 달에 건축물을 짓기 위해 논의하던 중 이란 건축가 네이더 카 흐릴 리 Nader Khalili가 제안한 방법이다. 어스백 공법은 원형과 곡선 구현이 가능하며, 아무 흙이나 사용해도 되기 때문에 구하기 쉽고 쌓는 것도 간단해 초보자들도 쉽게 집을 지을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흙 부대 폭이 넓어 자연스레 벽체가 두꺼워져 단열과 축열, 방음 효과가 높고 흙 밀도가 높아 충격에도 강해 자연재해에도 안전하다. 이 집은 양파망에 흙을 담아 층층이 쌓고 외벽을 돌로 마감했다. 실내 안쪽 벽은 황토로 미장한 뒤 바탕색을 회벽으로 칠하고 실별로 다른 색을 입혀 아늑하게 꾸몄다. 돌 벽과 잘 어울리는 예쁜 하늘색 목문을 열면 현관 없이 바로 거실과 마주한다. 벽과 주방가구, 살림살이에 부부의 온갖 감정과 이야기가 지나온 시간만큼 쌓였다. 낡고 허름한 공간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다. 작지만, 넉넉하게 보이는 건 비움에 의한 여유로움 때문이다. 윤용신 씨의 다락에 대한 로망이 이 집을 짓게 했다. 오픈스페이스로 만든 다락 뒤에 보이는 또 다른 다락방은 시공 실수로 인해 지붕 아래 생긴 공간을 활용한 것이다. 다락에서 내려다 본 이세일 목수. 부부가 고택 툇마루에 앉아 잠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손때 묻은 벽에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였다. 아치로 쌓은 아궁이 상부 아귀가 맞지 않아 다른 돌로 끼워 넣은 쐐기돌이 포인트 역할을 했다. 이 집은 8평이지만, 필요한 공간 요소는 다 갖췄다. 비결은 공유 개념이다. 공간을 기능별로 나누고 하루 공간 사용 시간을 따져보면,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생기게 되는데, 이러한 공간을 공유 공간에 포함시켜 다기능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이 집은 작은 집을 효율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현관에 들어설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에 거실-주방-식당-응접실 기능을 한 공간에 담은 공유 공간을 배치하고 주방 옆 안쪽에 안방을 뒀다. 거실 상부에 있는 다락은 기둥을 세울 때 실수하는 바람에 지붕 아래 작은 공간이 더해졌다. 그 덕에 방이 하나 더 생겼다고 한다. 소소한 실수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아궁이의 아치를 쌓을 때 정점에 끼워 넣는 쐐기돌 아귀가 맞지 않아 살짝 삐져나온 게 오히려 미적인 효과를 내게 된 것, 굴뚝을 잘 못 설치해 이를 가리려고 단을 쌓은 게 멋진 벤치가 된 것 등이다. 실수를 오점汚點으로 생각하지 않고 재치와 유머로 넘겨 오히려 좋은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부부의 건축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 윤용신 씨의 플로리스트 작업실을 짓고 있고, 커가는 딸의 공간을 구상하고 있다. 이것들이 끝나면 마지막 건축이 기다리고 있다. 딸이 결혼한 뒤 가족과 놀러 올 때 함께 거주할 공간이다. 돌집이 윤용신 씨만의 공간으로 계획했다면, 다음 집은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시작할 것이다. 햇볕 좋은 날 앉아서 쉬는 돌 벤치도 굴뚝 위치를 잘못 배치해 만들어진 것이다. 실수가 때론 재미를 줄 수 있어 꼭 나쁘지만 않다고 한다. 고택과 돌집 주변에 널린 풍경. 인위적인 것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이곳만의 풍경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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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흙과 돌을 사용해 지은 숲속 돌집 꿈꾸는 다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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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보물창고 같은 전원생활 청주 혁찬이네 전원일기
- 보물창고 같은 전원생활 청주 혁찬이네 전원일기 어느 날 본지가 운영하는 SNS 네이버포스트 기사에 “우리 집도 구경 오세요”라는 댓글과 블로그 주소 하나가 달렸다. 자연스레 마우스를 클릭해 블로그를 구경했다. 전원생활을 하며 겪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결국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명종 씨가 있는 청주로 직접 찾아가 혁찬이네의 리얼 전원생활을 엿보고 왔다. 글 사진 이수민 기자 취재협조 혁찬이네 blog.naver.com/kormc789 청주에서 전원생활 경력 4년차가 된 이명종 씨. 전원주택을 짓고 전원생활을 누리며 겪은 다양한 경험담을 블로그에 담아내고 있다. 2018년 4월, 당시 마흔 둘이던 이명종 씨는 단지 내 최연소로 전원주택을 짓고 입주했다. 전원생활 시작한지 3년이 넘은 지금, 주택 곳곳에 이명종 씨의 손이 안 닿은 곳이 없다. 이명종 씨는 전원생활을 계획하는 이들, 그리고 이제 전원생활 후배들을 위해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블로그에는 실질적인 전원생활 정보가 가득하다. 가장 먼저 이명종 씨에게 전원주택에 살면서 좋은 점을 물으니 첫째도 둘째도 건강이라고 꼽는다. “아파트에 살 때보다 가족 모두의 건강이 정말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그리고 전원생활은 평생 심심하거나 한가할 틈이 없어, 뭔가 새로운 걸 계속할 수 있는 ‘보물창고 같다’고도 말한다. “저처럼 사부작거리며 바지런하게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면 장점이고, 안 맞으면 모든 게 일거리밖에 안 되죠. 아파트가 이미 완성된 기성품이라면 전원주택은 롤플레잉 게임장이라고 보심 됩니다. 끊임없이 변화시키며 레벨업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미래의 손주들을 포함해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다양한 추억을 남겨 줄 수 있다는 점도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여기에 좋은 사람들과 많은 나눔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들었다. 꽃이나 꽃씨, 채소 씨앗 등 처음 살 때는 비싸지만 1~2년만 지나면 처치곤란일정도로 늘어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무료 나눔하는 게 일상이 되며 받는 기쁨보다 주는 행복이 더 크다는 걸 배우게 된다고. 하지만 로망만으로 절대 전원주택을 짓지 말라는 말도 덧붙인다. 연예인의 삶이 TV에서는 화려해 보여도 그 이면에는 정말 많은 고충들이 있는 것처럼 전원주택 생활도 TV에서 보는 모습이나 어쩌다 하루 놀러가서 느끼는 즐거움 이면에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다는 것. 또, 전원주택을 구입해서 입주하는 건 쉽지만, 나가는 건 맘대로 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전원주택은 최악의 경우 평생 안 팔릴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조심스레 귀띔한다. “전원주택은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고가의 레저용품을 사는 것과 같습니다. 살 때는 구하기도 어렵고 비싸게 샀지만, 팔 때는 반값으로 내놓아도 안 팔리기 때문이죠. 가능하다면, 집을 짓기 전에 무조건 전세든 월세든 정착하고자 하는 지역에 매물로 나와 있는 전원주택을 골라 1년 정도 살아보세요. 그렇게 시범기간을 지내보고 본인과 가족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잘 맞는다 생각이 든다면 그때 그 집을 사 버리거나 부지를 사서 자신만의 집을 지으시길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전원생활을 선택하려는 예비 전원생활자를 위한 조언을 요청했다. “전원생활을 시작하기 전, 이미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선배들과 대화 중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적고, 반드시 물어보시구요.” 전원일기 1 29.97평, 단층 전원주택 짓기 우리 집은 29.97평이다. 그 이유는 30평이 넘으면 감리비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게 지을 것이 아니라면 대개 30평 미만으로 짓는 게 낫다. 건축공사 총비용은 평당 420만 원 정도로 대략 1억2천600만 원으로 업체와 계약하고 바로 공사 들어갔다. 하지만 계약 이후 ‘지붕은 역시 기와가 최고’라는 나의 고집이 발동해 900만 원이 추가돼 건축비가 1억3천500만 원으로 늘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공법은 경량 목구조로 결정했다. 혁찬이네와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 곰순이. 보디가드 호피무늬 진돗개다. 시공사는 선배 건축주에게 묻고 선택 아마추어인 초보 건축주가 수많은 시공사 중 옥석을 골라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주변에 자신의 집을 지은 사람 중 건축업자와 멱살잡이는 기본, 소송 등 살인만 안 나면 다행이라 할 정도로 많은 분쟁을 겪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비단 건축업자가 나쁘다고 치부하기 보다는 건축업자와 건축주의 궁합이 안 맞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건축주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 쪽으로 유리하게 오판하고 그대로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한 다툼이기도 하고, 일부 건축업자의 경우 알면서도 건축주가 묻지 않았으니 얘기 안 해 준 것이라며 내빼어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실, 건축업자가 자선사업가는 아니니 어떻게 보면 자신에게 불리한 얘기를 먼저 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무턱대고 지으려고만 하지 말고, 꼼꼼하게 알아보고 천천히 준비할 것을 권한다. 또 좋은 방법으로는 이미 집을 지어 살고 있는 선배 건축주를 많이 만나보는 것이다. 현재 짓고 있는 집의 건축주에게 시공업체에 대해 묻는 건 쓸데없는 짓이다. 왜냐면 그 사람들도 신병훈련도 못 마친 나와 같은 수준이니까. 최소 완공하고 1년이 넘은 집의 주인을 만나 물어보는 것이 좋다. 날림 공사는 1~2년 지나면 곳곳에서 티가 나기 마련이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완공 후 A/S로 연락했을 때 잘 조치해주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내 경우에도 이미 입주해 살고 있는 건축주들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확신이 들었을 때 바로 계약했고, 착공에 돌입했다. 파고라, 연못, 그네, 해먹 등 야외에서 누릴 수 있는 재미거리가 마당 곳곳에 있다. 2층 천장고를 가진 단층 주택 나는 재산이라고는 적금은커녕 대출 5억뿐이다. 맨땅에 헤딩했다. 막연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가지고 있는 아파트 값이 폭락하는 바람에 팔지도 못한 상태에서, 여윳돈 한 푼 없이 짓기 마음 먹었는데, 그때 아내 말로는 무슨 배짱으로 집을 덜컥 짓느냐며 와이프 친구나 주변 동네 아줌마들이 놀랐다고 한다. 그래서 최대한 비용 낭비 없이, 그렇게 29.97평으로 지었다. 그리고 2층은 과감히 포기했다. 이미 다락이 있는 아파트 최상층에서 5년 가까이 살아본지라 다락이나 2층 구조가 얼마나 쓸데없는 짓인지 뼈저리게 알고 있기에 단층으로 지었다. 2층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로망이 있을 수 있지만, 귀찮아서 안 올라갈 것이라 생각했다. 대신 2층 높이로 천장고를 높였다. 덕분에 평수는 단층이라 넓게 빠지면서도 주변에 비해 초라해 보이는 단층의 궁색함이 없어진다. 30평을 2층으로 지으면 계단 등 쓸데없는 공간 손실이 많다. 되돌아보니 내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았다. 크고 높은 거실은 넓게 탁트인 개방감을 준다. 단점은 겨울에도 시원하다. 작정하고 난방하려면 난방비가 꽤나 나올 거다. 구조는 경량 목구조로 지었다. 철근콘크리트에 비해 벽 두께가 절반, 약 20㎝정도 밖에 안 되어 공간 손실이 적다. 목조주택이라는 재질 특성상 단열은 기본이고 시멘트 독 같은 걱정도 없다. 애들 아토피가 심해서 선택한 이유도 있는데 애들 아토피는 이사 온 뒤 몇 달 지나지 않아 다 나았다. 지금은 아예 아토피가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주택은 30평 미만의 천장고 높은 단층으로 지었다. 거실과 연결돼 있는 다락 공간은 아이들의 플레이룸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원일기 2 1m 높여 집짓기와 데크공사 전원주택에 살면 큰 창고가 필요하다. 시골집 같이 땅이 넓으면 마당 한 구석에 비닐하우스라도 길게 치면 되지만, 단지 내 전원주택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뭐하나 구질구질하게 지어 놓거나 널브러져 있으면 집 전체가 망가진다. 그래서 애초에 데크 아래공간을 창고로 써야겠다는 작전을 세웠다. 선룸에 다양한 운동기구를 설치해 이명종 씨 가족만의 홈짐이 탄생했다. 1m 높게 지은 뒤, 아래공간은 창고로 우리 집은 마당 지면보다 높여서 지었다. 즉, 기초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부터 1m 높게 기초를 만들고 그 위에 집을 지었다. 더 높게 하고 싶었지만 건축법상 1m 이상을 높이면 건축승인이 나지 않는다. 집짓기 전부터 데크 아래공간을 창고로 쓰겠다는 계획이 있었기에 그렇게 했다. 전원주택에 살면 큰 창고가 정말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목재, 철근, 비계 설치 파이프, PVC파이프 등 긴 자재들을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다. 결론적으로 대만족, 대성공이었다. 날씨와 관계없이 바비큐를 즐길 방법을 고심하다가 생각해낸 아이디어. 선룸 한쪽에 야외 테이블을 놓고, 연기가 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환기통을 설치했다. 주택 주변을 두른 데크 공사 집 완공 후 데크공사도 했다. 우리 집은 단층이다 보니 같은 30평이라고 해도 2층으로 지은 집 보다는 건물 테두리의 길이가 꽤 길다. 이 얘기는 데크를 깔아야 될 면적이 넓다는 뜻이다. 우리집 데크 면적은 꽤 넓다. 집의 4면 중 앞과 양 옆면(총 3개면)을 빙 두르다 보니 대충 계산해도 15평 정도가 나왔다. 평당 50만 원씩 계산해서 데크 비용만 750만 원정도 들었다. 그나마 집을 지었던 시공사에게 맡겨 저렴하게 완성할 수 있었다. 주택을 높여짓고, 하부 공간은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평소에는 데크로 만든 커버로 닫아놓고 사용해 깔끔하다. 전원일기 3 데크 방수 대작전 애당초 데크 아래를 창고로 쓰려고 계획한 나의 작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있었다. 바로 데크 방수다. 물론 데크 전문업체에 의뢰하면 방수작업까지도 해준다. 데크를 놓기 전에 합판을 깔고, 방수포 깔고, 여기에 합판을 또 깐 다음 데크를 두르면 깔끔하게 완벽 방수가 되는 데크가 된다. 이 정도 작업이 진행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남는 목재, 철재, 지저분한 여러 가지 안 쓰는 물건 보관 용도로 만드는 건데 그런 고액의 방수작업 비용을 쓸 것 같으면 그냥 필요할 때 목재, 철재 같은 자재를 때마다 사서 사용하는 게 돈이 덜 드는 셈일 거다. 데크 방수처리의 차선책 나홀로 방수할 수 있는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해 봤다. 정말 집 지을 때 했던 고민보다 데크방수에 들어간 노력이나 고민이 더 컸던 것 같다. 사실, 데크 설치 시 업체에 방수까지 해달라고 하려다 비용 듣고 바로 포기했다. 얇고 넓은 플라스틱 판이 있으면 그걸 먼저 깔고 그 위에 데크를 깔면 완벽한 방수가 되리라 생각하고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찾아낸 것이 ‘렉산’이라고도 불리는 PVC판이었다. 아크릴과 같이 투명하고 두께도 아주 얇은 것부터 두꺼운 것까지 종류가 여러 가지다. 각종 건물의 녹색 비 가림막 캐노피가 다 렉산이다. 렉산의 가장 큰 특징은 깨지지 않는다는 것. 유레카를 외쳤지만 곧 좌절했다. 렉산의 비용이 어마무시하다. 그래서 차선책을 찾아봤다. 롤렉산이라고 하여 가공되지 않은 렉산 원판을 그대로 판매하는 곳이 있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가격이 천차만별이므로 잘 비교해서 살 경우 거의 반값에도 살 수 있다. 하지만 포기했다. 가격 자체도 비싸고 그걸 화물로 배송시켜도 거의 100㎏이 넘는 롤렉산을 혼자 옮기기엔 불가능해 보여 현명하게 포기했다. 그러고나서 아무런 방수작업 없이 한동안 그냥 창고로 사용했다. 결과는 폭망. 비가 한번 오고 나니 그 아래 있던 자재들이 여지없이 젖어버렸다. 인조잔디로 초저렴 방수처리 완성 그러다 데크 위에 인조잔디를 깔아볼까 생각했다. 마당의 천연 잔디와 어우러져 미관상도 괜찮을 듯 싶었다. 결론적으로 최고의 아이디어였다. 15평 정도를 덮을만한 인조잔디는 롤의 형태로 큰 걸 사야한다. 이 또한 인터넷을 잘 뒤져봤더니 거의 반값에 살 수 있었다. 15평을 다 덮을 만큼의 양을 사는데 20만 원 채 안 들었다. 우선 데크 난간을 다 떼어내고 비닐하우스용 비닐을 두 겹 깔았다. 그리고 그 위에 저렴한 천막 원단을 사서 다시 한 겹 깔았다. 마지막으로 그 위에 인조잔디를 깔았다. 그러고 나서 데크 난간을 다시 설치해서 인조잔디를 고정시켰다. 효과는 최고다. 절대 비가 새지 않아 목재든 철재든 완벽하게 잘 보관하고 있다. 거기에 더불어 생각지 못했던 효과가 한 가지 더 있었다. 바로 데크 목재에 최소 1년에 한번 발라야하는 오일스테인을 바를 필요가 없어졌다. 전원주택 단지는 대개 의외로 햇빛을 가리는 장애물이 없기에 햇빛이 강하다. 다시 얘기하면 아무리 처음에 잘 만들어도 데크에 발라놓은 오일스테인이 금방 날아간다. 처음 만들 때야 업체에서 오일 스테인까지 깔끔하게 발라 블링블링하게 만들어주겠지만, 그 이후부터는 모두 건축주의 몫이다. 오일스테인 값도 비싸지만 일일이 바르느라 허리가 끊어진다. 하지만, 이렇게 인조잔디를 덮어버리니 고생할 일을 덜어낸 셈이 됐다. 전원일기 4 전원주택 실제 난방비 우리집은 난방을 LPG 가스로 한다. 가스회사에서 대형 가스통을 설치해주고 계량기에 체크된 만큼 청구하는 시스템이다. LPG다 보니 주방용 가스레인지도 다 같이 쓰고 있다. 가스 요금은 난방, 온수, 주방 가스비가 모두 포함돼 있다. 주택 난방은 LPG 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전에 살던 아파트보다 관리비가 1/3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파트 관리비 1/3 수준 LPG 가스로 난방하면 난방비 폭탄 맞는 거 아닌가 걱정하는 이들이 많고 전원주택 입주를 생각하는 이들 대부분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단독주택이라 난방비 많이 나오지 않아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년 지출 총액 기준으로는 아파트 관리비의 1/3도 안 나오고, 한겨울 가장 많이 나올 때가 10만 원 후 반~ 20만 원 초 반대다. 그것도 동절기 6개월 정도뿐이고 나머지 6개월은 소액 정도만 나온다. 이사오기 전 34평 아파트에 살 때는 관리비가 평소 20만원 대, 동절기에는 35~38만원 나왔었는데 그때 생각하면 지금 난방비는 엄청 저렴한 수준이다. 난방과 단열 효과 좋은 목조주택 참고로 우리 집은 목조주택인데 목조주택의 난방과 단열효율이 좋다고 한다. 콘크리트 주택의 경우에는 콘크리트 자체가 여름에는 달궈지고 겨울에는 얼어서 그 자체에서 계속 열기나 냉기를 방출하지만 목조주택은 그런 게 전혀 없이 그냥 차단해버린다. 철근콘크리트조, 목조 건축, 스틸 하우스 등 건축구조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살아보니 목조주택이 여러모로 만족스럽다. 전원일기 5 태양광패널 설치하기 요즘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에 태양광패널이 설치돼 있는 걸 보게 된다. 예비 전원주택 건축주들은 태양광패널을 설치하는 게 좋은지 아닌지 고민이 될 수 있다. 우리집은 2018년 7월 가정용 태양광패널 3kw짜리를 설치했다. 창고 위에 설치한 게 아니라 아래 태양광패널을 기둥을 세워서 높게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럼 튼튼한 아연각관 기둥 위에 태양광패널이 설치된다. 그런 다음 각관에 샌드위치 판넬만 붙이면 간이 창고로 쓸 수 있다. 주차장 지붕으로 쓰는 이들도 있다. 단, 문을 달면 건축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또, 지자체 마다 기준이 다르므로 반드시 확인해보길 바란다. 창고 크기를 짓는 데만 견적이 500~600만 원 정도 나왔는데, 우리 집은 완공된 태양광패널 밑에 샌드위치 판넬만 붙여 공사비로 150만 원만 지불하고 간이 창고를 덤으로 얻었다. 태양광패널은 7년 할부로 설치했다. 월 39,700원 X 84개월 = 약 3,334,800원. 태양광패널을 설치할지 말지를 고민할 때, 평소 내던 전기세와 태양광패널 설치 후의 전기세가 월 39,700원 이상 절감되면 설치할 가치가 있고, 39,700원보다 적게 절감되면 할 필요 없는 것이다. 내가 설치하고 전기세를 직접 내보니 매월 전기세가 거의 대부분 기본료 수준인 6,000~7,000원 대밖에 나오지 않는다. 작년 여름에 에어컨을 거의 밤이고 낮이고 틀다시피 했더니 7월, 8월에는 4만 원대가 나왔다. 참고로 우리 집은 2018년도에 333만 원주고 설치했는데, 2020년에 우리 동네 태양광 설치한 이웃들에게 물어보니 100만 원정도에 설치했다고. 2년 새 태양광패널 설치 지원 보조금이 늘어나서 실 설치비가 10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태양광패널 지원금은 국비지원과 지방비 지원 두 가지가 있다. 각 관할 지자체에 국비, 지방비 둘 다 지원받으려면 언제, 어떻게 설치해야하는지 알아보도록 한다. 때를 잘 맞춰서 둘 다 지원 받으면 엄청 싸게 설치할 수 있다. 태양광패널 아래 창고 안. 온갖 도구들을 보관하는 장소로 활용 중이다. 그밖에 마당 곳곳에서 펼쳐지는 일상들 그늘진 공간에 인삼 키우기 집 뒤쪽으로 일년내내 그늘이 지는 통로 공간이 아까워서 새싹인삼을 키워봤다. 올 1월 31일 파종했다. 씨앗을 하나씩 심으라고 하던데,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줄파종했더니 지금 바글바글하다. 1년은 그냥 이대로 키우고 겨울에 전부 뽑아서 다시 하나씩 모종으로 간격 맞춰 심을 계획이다. 집 뒤쪽에 1년 내내 그늘진 자리가 못내 아쉬웠는데, 그 자리에 새싹삼을 키우면 된다는 말에 바로 시도했고, 결과는 성공적이다. 닭을 위한 미니 텃밭 만들기 닭을 방사해서 키우면 좋겠지만 방사하면 천적의 공격 등으로 위험해서 어쩔 수 없이 막혀 있는 닭장에서 키운다. 신선한 풀을 계속 공급해 주기가 너무 귀찮아서 아이디어를 냈다. 닭의 모가지가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위치에 철제 망을 설치하고 그 안쪽으로 이파리가 자라면 뜯어먹을 수 있도록 미니 텃밭을 만들었다. 미니 텃밭에는 쑥갓, 상추, 민들레 등 온갖 씨앗을 다 심었다. 그리고 테스트로 무청 2개를 씨를 뿌려놓은 미니 텃밭에 꽂아두니 닭들이 이파리만 잘 쪼아 먹었다. 성공이다. 마당 한쪽에 닭들이 좋아하는 지렁이, 곤충 등을 키운다. 토양을 덮어주는 멀칭재배에 검은 비닐을 사용하면 잡초 제거와 수분 증발을 막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명종 씨는 양봉도 시도하고 있지만, 여왕벌 관리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비계 설치 파이프로 저렴하게 파고라 만들기 전원주택에 살면 가장 기본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파고라다. 하지만 비싸다. 집을 지으면서 손상돼 시공사에서 버리는 비계 설치 파이프를 얻어놓은 것이 있었다. 포도나무 그늘 아래 테이블을 놓고 커피 한잔 마시고, 포도, 키위, 다래 따 먹고, 아들내미랑 장기 한판 둘 수 있는 파고라가 갖고 싶었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 손상돼 버리려던 파이프를 얻어둔 것으로 파고라를 만들었다. 비계 설치 파이프는 철물점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포도나무 아래 앉아 아들내미와 장기 한판 두고 싶은 마음에 비계 설치 파이프로 직접 파고라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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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보물창고 같은 전원생활 청주 혁찬이네 전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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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 4
-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 4 집과 사람, 자연과 소통하는 집 세 가족 공동체 마을 2호집 차콜하우스 자연과 시각적, 공간적 연결을 고려하고 소통을 중요시한 주택이다. 외관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내부는 쓰임새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 인테리어는 자연소재를 사용해 한옥 스타일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글 사진 박창배 기자 취재협조 코비즈건축협동조합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 고양시 성사동 지역/지구 제1종일반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베라산취락), 과밀억제권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201.00㎡(60.80평) 건축면적 73.71㎡(22.30평) 건폐율 36.67% 연면적 136.17㎡(41.19평) 1층 66.51㎡((20.12평) 2층 69.66㎡(21.07평) 다락 32.40㎡(9.80평) 용적률 67.75% 설계기간 2019년 6월~2019년 12월 공사기간 2019년 12월~2020년 6월 설계 및 시공 코비즈건축협동조합 070-4895-6028 건축비용 총 3억 2800만 원(3.3㎡ 당 800만 원) 토목공사 비용 1300만 원 토목공사 유형 옹벽, 침목, 성토, 투수블록, 조경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징크(컬러강판)(한성하우징) 벽 - 스토(지정색)(Sto Korea) 데크 - 방킬라이, 합성 내부마감 천장 - 코르크, 석고보드 벽 - 석고보드, 코르크 바닥 - 원목마루, 코르크마루(이건마루) 계단실 디딤판 - 오크(자체제작) 난간 - 평철 단열재 지붕 - 그라스울 보온판(가등급) 외단열 - 비드법보온판2종1호(가등급) 창호 알루미늄시스템창(이건창호) 현관 탄화목(자체 제작) 조명 LED등, 간접 및 매입등(아인산업) 주방기구 상판 오크 원목(주문제작) 위생기구 대림바스 난방기구 귀뚜라미 가스보일러 세 가족 공동체 마을 2호집 건축주인 베짱이와 꽃잔디 부부. 이들은 2006년 충남 서천에 위치한 산너울마을이라는 생태전원마을 프로젝트에서 만났다. 당시 아내 꽃잔디는 조경담당 과장이었고, 남편 베짱이는 토목건축팀 과장이었다. 둘은 마인드가 통하고 삶과 주거에 대한 방향이 비슷하다 보니 대화가 잘 통했고, 연인으로 발전하고 결혼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생태전원마을 조성 프로젝트 공사기간은 거의 2년 정도였어요. 당시 저희 회사는 주택 설계, 시공, 컨설팅까지 진행한 회사로 시공이라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공동체, 관계, 생태, 순환 등 소프웨어적인 부분까지 관리하는 회사였죠. 그때 도시라는 공간에서 각자 나이, 직업, 성별, 가족관계 수 등 정말 다양하지만 공동체라는 큰 틀과 생태라는 철학을 선택하는 용기를 보면서 저희도 마음이 통하는 분들과 전원에 집짓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둘은 결혼 후 일과 생활 때문에 도심에 정착할 수밖에 없었지만 첫째 아들을 낳고 어린이집 다닐 즈음 아내는 일반적인 교육과정보다 공동육아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세 가족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현관. 내부는 자연소재를 사용한 한옥 스타일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거실부터 식사공간 주방까지 탁 트여 한 눈에 들어온다. 거실은 아이들 놀이터 겸 모임장소로 사용하는 다용도 공간이다. 거실에서 본 명상방 입구. 명상방은 한옥 스타일로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끌어당김의 법칙 ‘끌어당김의 법칙’이 통했던 걸까. 베짱이와 꽃잔디는 세 가족과 공동육아를 하면서 살아온 환경은 서로 다르지만 특별한 만남이었다고 한다. “서로 닮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어요. 작게는 친환경 먹을거리부터 크게는 삶의 목표 등 공감대가 통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공동체 삶을 꾸려나가다 보니 갈등도 있고 서운한 일이 생기기도 했지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죠. 이웃사촌으로 10년을 생활하다 보니 가족 같은 마음이 들어 함께 공동체 마을까지 만들게 됐어요.” 코비즈협동조합의 일원인 베짱이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프로젝트 현장소장을 자처했다. 집을 짓기 보다는 관계를 짓는다는 마음이었다. 최소 3년 하자보증은 기본이고 30년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을 짓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부지는 있는 그대로의 모양을 최대로 살리고 싶었다. 땅 구입 후 구옥을 철거하고 땅이 원래 생긴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자고 세 가족과 코비즈 설계팀에 제안했다. 지붕은 오랜 시공경험으로 터득한 경사지붕을 권유했다. 방수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또 경사 지붕에 맞게 내부에 다락을 만들면 아이들이 커가면서 좋은 추억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세 가족과 코비즈도 베짱이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주방은 후정으로 시선과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주방은 주부의 작업 공간이기도 하다. 1층 계단실은 거실, 주방에 있는 부모와 계단을 오르내리는 아이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연결돼 있다. 사람과 자연과 소통하는 집 베짱이와 꽃잔디는 주택 설계할 때 자연과 시각적, 공간적 연결을 중요시했다. 비 오는 날 빗소리 듣고, 바람 좋은 날엔 차를 마시며 쉼을 누릴 수 있는 야외 공간과 주방 옆 식사 공간 앞에 데크를 설치해 날씨 좋은 날에는 야외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계획했다. 외관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내부는 실용적이고 쓰임새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 인테리어는 자연소재를 사용한 한옥 스타일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내외 공간 배치는 주부의 짧고 편리한 동선을 고려하고, 공간마다 수납장을 짜넣어 여백의 미를 강조했다. 거실, 식사 공간, 주방은 한 동선으로 탁 트이고 넓다. 거실은 소파 등 최소한의 가구를 배치해 아이들의 놀이터이가 되기도 하고 손님맞이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다용도 공간이다. 주방은 식사 겸 주부의 작업 공간으로 계획하고, 식사 공간(큰창), 데크, 후정(프라이빗 정원)으로 시선과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2층 가족실과 안방, 다락이 보인다. 가족실은 아이들 놀이공간으로 이용하다가 필요 시 방으로 사용할 수 있다. 2층 안방. 2층 계단실은 거실, 주방에 있는 부모와 계단을 오르내리는 아이들이 소통하기 쉬운 구조로 연결돼 있다. 또 계단 높이를 낮게 하고 디딤판을 넓게 해 어린 아이들이 오르내리기 편하게 고려했다. 아이들이 자라 가족 수의 변화를 고려해 유용한 공간 구조를 계획한 점도 돋보인다. 2층 중간에 가족실을 두어 그림그리기와 놀이공간으로 이용하다가 필요 시 방으로 사용하고, 아이들이 독립해서 나가면 가족실이나 부모의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손님이 올 경우를 고려해 편리한 동선에 변기와 작은 세면기를 욕실과 분리해 설치했다. 아이들의 비밀 공간인 다락. 아이들 자유롭게 노는 모습에 만족 집 짓고 사는 모습을 보고 주위 사람들은 부러워하지만, 부부는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부터 이웃과의 관계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등 할 일이 많고 아직 공사가 끝난 게 아니라는 것. “집 짓는 게 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살면서 가꾸고 만들어나가야 할 게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공유 마당 가꾸는 것도 최소한 1년을 지켜보면서 우리 부지에 맞는 것들을 5년 10년 30년을 내다보고 심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녀도 일단 층간소음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다고 한다. “우리 자녀들이 마음 놓고 집 안팎에서 뛰어놀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고, 그 모습을 보면 집짓기를 잘했고 보람을 찾는 것 같습니다.” 1호집 밀크하우스와 나란히 자리한 2호집 블랙하우스. 색상대비 효과로 뚜렷해 보인다. 주방과 이어진 데크. 날씨 좋은 날에는 야외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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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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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3
-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3 진짜 집짓기는 지금부터 세 가족 1호집 밀크하우스 ‘포비와 스머프’, ‘베짱이와 꽃잔디’, ‘바람개비와 막대기’가 함께 일구고 있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세 집이 나란히 지은 데다 외벽 색깔이 다 다르다보니 1호집은 하얀 집, 2호집은 검은 집, 3호집은 녹색 집으로 불린다. 동네 아이들은 1호집 외벽 색깔이 하얗고 모양이 우유갑을 닮았다고 ‘밀크하우스’라고 부른다. 글 사진 박창배 기자 | 취재협조 코비즈건축협동조합 ※고양시 성사동 ‘세가족 마을’은 공동육아를 하던 이웃끼리 뜻을 모아 만든 작은 마을이다. 본지는 2020년 9월호부터 5회에 걸쳐 ‘마을 만들기’, ‘마을 내 세 가족 집짓기 과정’을 순차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도 고양시 성사동 지역/지구 제1종 일반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베라산취락)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201.00㎡(60.80평) 건축면적 73.44㎡(22.21평) 건폐율 36.54% 연면적 126.32㎡(38.21평) 1층 66.47㎡(20.11평) 2층 59.85㎡(18.10평) 용적률 62.85% 설계기간 2019년 6월~12월 공사기간 2019년 12월~2020년 6월 토목공사비용 1300만 원 토목공사유형 옹벽, 침목, 성토, 투수블록, 조경 건축비용 560만 원(3.3㎡ 당) 설계 및 시공 코비즈건축협동조합 070-4895-6028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아스팔트 이중슁글(하성하우징) 벽 - 스타코플랙스(Sto Korea) 데크 - 합성데크 내부마감 천장 - 석고보드 벽 - 석고보드 바닥 - 데코타일 계단실 디딤판 - 원목(애쉬) 난간 - 평철 핸드레일 단열재 지붕 - 글라스울 보온판(가급) 외단열 - 비드법 보온판 2종 1호(가등급) 창호 PVC 250 이중창(이건창호) 현관 탄화목 마감(자체 제작) 조명 라디룸 주방기구 soso design 위생기구 대림바스 난방기구 가스보일러(귀뚜라미) 배치도 “하늘과 산을 가리는 높은 건물을 싫어하고, 번잡스러운 것을 싫어하고 자연과 가까운 삶, 계절과 날씨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삶을 원했어요. 시골로 가지 않는 이상 그런 땅은 그린벨트일 수밖에 없었지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1호집인 포비와 스머프 가족. 이들은 집을 짓기 전에도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살고 있었다. 부부는 아이가 자연과 가까이하며 자라고 마당에서 반려견을 키우고자했는데, 운 좋게 그린벨트 내 단독주택을 찾아 전세로 8년째 살고 있었다. 하지만 포비(남편)는 자신들만의 집을 짓고 싶었다. 가까운 지인이 집을 짓는 것을 보면서 그 마음이 더욱 커졌고 호시탐탐 기회를 모색하던 중 마음 맞는 이웃을 만났다고. “남편은 집을 짓는 과정 자체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어서 매력적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싫다고 버티고 버텼지만 남편의 고집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웃들의 설득으로 결국 백기를 들었어요.” 내부는 거실-패밀리룸-다이닝룸-주방-다용도실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계단은 동네 아이들이 만화책을 보는 곳이기도 한다. 현관에 들어서면 한 면을 가득채운 책장과 우드슬랩테이블이 시선을 압도한다. 동선에 따라 순환하는 구조 포비와 스머프는 시간적, 재정적 여력이 넉넉하지 않다보니 외관에 대해서는 특별히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고 한다. 다만 지붕은 방수 면에서 우수하고 따뜻하고 빨간머리앤의 그린게이블처럼 전통적인 박공지붕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땅의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소박한 느낌을 주는 박공지붕이 나왔지만 이에 만족해한다. 내부 디자인은 1, 2층 모두 계단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것이 특징이다. 거실과 패밀리룸, 다이닝룸과 주방, 다용도실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도 살짝 비틀어지면서 공간이 자연스럽게 분리된다. 건축주 부부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설계는 아니어서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살아보니 매우 실용적이라고. “거실에서 주방 싱크대가 잘 보이지 않으니까 설거지가 좀 쌓여 있어도 괜찮거든요(웃음). 동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도 공간이 나누어지고, 나누어지면서도 벽이나 문으로 막혀 있지 않아 답답하지 않아요. 개방감이 있으면서도 공간마다 아늑한 느낌을 줍니다.” 거실과 이어진 가족실. 커튼으로 공간을 나눌 수도 있고 분리할 수도 있다.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책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북카페 느낌이 연출됐다. 식당과 주방. 식탁 앞 고정창으로 뒷집 정원과 텃밭, 산의 풍경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집짓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 인테리어도 특별한 콘셉트를 설정하지 않았다. 재정적 여력도 없었지만 그럴 필요성도 못 느꼈다는 것. 그냥 자신들이 가진 자원인 땅의 모양과 주변 풍경, 예산과 시간의 범위 안에서 삶을 가장 자연스럽고 편한 방식으로 담아낼 그릇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거실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한 면을 책장으로 가득채운 부분과 한 가운데 자리한 우드슬랩테이블이다. 마치 도서관 같기도 하고 북카페 같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여기서 책도 보기도 하지만 일도 하고, 딸아이는 공부를 하고, 손님이 많이 올 때는 식탁이 되기도 한다. 한쪽 구석에 자리한 주방은 막힌 것처럼 보이지만 현관과 연결돼 있고 뒷마당과도 통해 동선이 자유롭고 편리하다. 내부는 1, 2층 모두 계단을 중심으로 순환하도록 계획했다. 2층 복도. 1, 2층 계단에 보이드 공간을 둠으로써 개방감을 한결 강조했다. 부부 침실. 답답하지 않게 문을 달지 않았고, 가림막 역할을 하는 책장을 두었다. 부부는 막히고 답답한 것을 싫어해서 1, 2층 계단에 보이드 공간을 두었다. 뒷집 정원과 텃밭, 산의 풍경이 시원하게 보이는 식탁 앞에는 커다란 고정창을 설치했다.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고정창 앞에 앉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단다. 책이 많고, 고정창도 많고, 조명이 많아서 그런지 집에 놀러오는 친구들이 “북카페 아니냐”고 묻곤 한다고. 부부 침실에서 본 모습. 좌측 딸 방과 정면으로 작업실이 보인다. 입구에서 본 정면. 동네 아이들은 이 모습을 보고 우유갑을 닮았다며 밀크하우스로 부른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 집에 오는 손님 중에는 예전 집과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어쩌면 하드웨어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 단독주택에 살아서 그런지 외형적으로는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우리는 예산 때문에 마무리를 못했던 것이 많아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고, 하나씩 장만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어요. 진짜 집짓기가 시작된 거죠.” ‘포비와 스머프’,‘베짱이와 꽃잔디’,‘바람개비와 막대기’가 함께 일구고 있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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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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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2
-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2 3개월이 30년 같았던 세 가족 집짓기 공동체 마을을 만들기로 한 ‘포비와 스머프’, ‘베짱이와 꽃잔듸’, ‘바람개비와 막대기’ 세 가족. 이들은 일을 추진할 때 만장일치를 규칙으로 하고 있다. 어느 누가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 설득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소소한 일이라도 모두가 마음에서 동할 때 함께 일을 추진한다. 세 가족이 함께 진행한 땅 구입부터 집짓기 과정을 소개한다. 글 사진 박창배 기자 | 자료제공 세 가족과 코비즈협동조합 배치도 5차 스케치배치도 6차 스케치 공동육아로 만난 세 가족은 또래 자녀들이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학부모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학부모 모임들 중 가까운 지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단독주택을 짓는 것을 보자, 이들도 부러운 마음에 자기들만의 집과 공동체 마을을 만들기로 했다. 입지는 자녀들이 걸어서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대곡초등학교가 자리한 고양시 대장동 인근을 알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대장동 주변은 땅값이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곡초등학교 교사인 바람개비가 차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로 하고 지역을 확장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구옥이 있는 부지 모습 구옥을 철거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부지 모습 2017년 겨울, 스머프와 바람개비가 마음에 드는 땅을 발견하고는 건축업에 종사하고 있는 베짱이에게 집을 지을 수 있겠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다. 베짱이 역시 바로 추진하자고 했다. 세 가족은 들뜬 마음으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방문했다. 하지만 맥 빠진 답변이 돌아왔다. 팔 수 없는 땅이라는 것.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는 것이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베짱이는 그 땅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고 한다. “사실 부지를 본 첫 느낌은 너무 초라해 보였어요. 귀신 나올 것 같은 오래된 구옥이 있는 허름한 곳이었거든요. 구옥이 없다는 상상을 하자 마음에 들었고, 규모와 가격 면에서 이만한 땅을 찾기란 어려울 것 같았어요.” 세 가족 공동체 마을의 모형 007 작전 방불케 한 땅 구입 겨울이 지나고 이듬해 봄에 베짱이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들러봤다. 그러자 근저당 설정이 풀려 이제는 팔 수 있다고 했고, 세 가족은 긴급회의 후 바로 구입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막상 땅 구입을 위해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방문하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세금체납 건으로 10평 남짓한 땅 진입로가 압류돼 있는 것이다. 세 가족은 아쉽지만 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아이들 학교와 15분 거리밖에 안 되는 위치며 자금에 맞는 땅 규모며 마음에 드는 곳이어서 놓치기 싫었다. 여러 곳을 알아봤지만 이와 같은 부지를 찾기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세 가족은 부지 진입로 압류 건을 직접 해결하고 땅을 구입하기로 했다. 체납된 세금을 지주 대신 입금해주고 압류가 풀리는 즉시 땅 계약을 마무리 짓기로 한 것이다. 역할을 나눴다. 1명은 세무소에서 토지 압류 건 문제를 해결하고, 1명은 공인중개사무소에 대기하고 있다가 압류 건이 해결됐다는 소식이 들어오면 땅 값을 지급하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1명은 법무사와 계약사항과 등기소에서 압류 건을 확인하기로 했다. 수시로 휴대폰으로 진행 상황에 대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식으로 세 가족은 2018년 봄에 고양시 성사동 땅 210평을 평당 400만원에 구입했다. 이웃주민들은 “이곳에 빌라를 지으려고 이미 여러 업체에서 땅을 보고 갔고, 땅 모양도 안 좋고 진입로가 너무 좁다며 다들 포기하고 돌아갔는데, 도대체 뭔 생각으로 이 땅을 샀느냐”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진입로가 좁다보니 공사차량으로 인한 민원발생으로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세 가족은 가슴을 졸여야 했다. 세 가족은 2020년 3월 15일 일요일에 집을 지어주는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표하고 같이 살 이웃들에게 화합을 청하는 고사를 지냈다. 세 가족 모두 허탈했던 땅 배분 땅 구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지만, 세 가족이 공동명의로 구입한 땅을 3등분으로 분할해야 했다. 협소한 땅을 3등분으로 분할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배분하는 게 더 큰 난관이었다. 모두가 원하는 땅을 배분받기를 바라는 게 당연지사.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원하지 않는 땅이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땅 배분 방식을 놓고 여러 의견이 나왔다. 그중 두 가지 방식으로 압축됐다. 하나는 제비뽑기였고, 또 하나는 1, 2, 3지번 중 원하는 땅과 원하지 않는 땅을 선택하고 그에 대한 이유를 각각 적어보기로 했다. 그런 다음 이유가 가장 설득력 있다고 생각되는 가족에게 해당 땅을 배분하는 방식이었다. 두 번째 방식으로는 도무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제비뽑기 방식으로 선택하기로 했다. 원하지 않는 땅을 뽑더라도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토목공사와 조경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세 가족이 공동으로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제비뽑기하는 날, 세 가족 모두가 가슴을 졸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너무나 허탈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원하던 땅이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제비뽑기 후 세 가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어뜨린 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땅 배분이 끝나고 나서는 설계에 들어갔다. 땅의 크기가 210평 정도이고 진입로와 도로부지를 제외하면 200평, 세 집으로 나누면 65~68평이 나왔다. 건폐율과 용적률을 적용하면 바닥 평수는 20평대, 전체평수는 40평 전후의 2층집 모양이 그려졌다. 집과 집 사이의 경계를 나누지 않고 마당을 함께 공유하기로 했다. 대지 모양도 반듯한 모양이 아니기에 3등분하면서 자연스럽게 모서리 쪽 자투리 공간들이 생겼다. 설계는 2018년 봄부터 가을까지 5개월 정도 걸렸다. 설계하는 동안 세 가족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전원주택 전문 잡지를 보며 스크랩하고 부부간에 상의하고, 자녀들과 상의하고, 또 세 가족 간에 정보를 공유하며 상의하는 등 시간가는 줄 몰랐다는 것. 하지만 시공에 들어가면서 다시 험난한 여정이 시작됐다. 세 가족 공동체 마을은 베라산을 등지고 도심 속 작은 마을의 맨 끝 쪽에 자리한다. 원주민과의 마찰과 비교하는 마음 가장 큰 문제는 원주민과의 마찰이었다. 여기저기서 민원이 들어왔다. 앞으로 마을에서 함께 살아갈 이웃이기도 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불편한 관계가 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원주민과 공사차량이 이동하는 동선에 있는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양해를 구했다. 식사대접을 하기도 하고 과일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공사가 끝날 때까지 늘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는데, 공사가 진행되는 3개월이 꼭 30년 같았을 정도라고 한다. 그나마 세 가족이 함께 하다 보니 다행이었다. 원주민과 민원 대응도 세 가족이 역할을 나눠서 맡았다. 만일 혼자 감당해야 했다면 포기했을 것 같다고 한다. 세 가족이 함께 해서 좋은 것도 있지만 안 좋은 점도 있었다. 옆집과 비교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힘들었다는 것. “안 그러려고 해도 세 집을 동시에 짓다보니 비교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우리는 못하는데 옆집에서 하는 것을 볼 때 부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죠.” 건축에 종사하는 이들이 하는 말 중에 ‘친한 사람 집짓기’, ‘내 집 짓기’ 그리고 ‘그곳에 함께 사는 것’이 세 가지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에 대한 애로사항도 있었다고 한다. “함께 살 사람이 시공을 맡다보니 시공자도 저희도 애로사항이 컸던 것 같습니다. 가깝게 지내왔고 앞으로 함께 살아갈 이웃사촌이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했고요. 그리고 시공자 입장에서 뱉은 말도 애초에 모르던 사람이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텐데 가까운 사람이어서 그런지 왠지 서운한 감정이 들었어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현장소장을 맡은 베짱이도 공사를 진행하면서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한 것 같다고 토로한다. “이웃으로 만나 관계를 유지하는 거와 클라이언트 관계는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어요. 건축주들과 형님 동생하면서 아주 가깝게 지냈는데 공사를 진행하면서 서먹서먹해졌어요. 이웃사촌의 집이고, 직접 살 집이다 보니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려다 보니 부담감을 주면서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시공하는 입장에서 아내도 클라이언트 중 1명이었고, 아내한테도 많이 힘들게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에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세 가족의 집짓기는 2019년 겨울에 첫 삽을 뜨고 2020년 여름에 완공을 보았다. 갈등도 있고,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서로간의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좋은 공동체 마을을 가꾸어나가겠다는 게 세 가족의 소박한 희망이다. <공사 과정> 01 부지 내 외부 옹벽 터파기 02 옹벽 기초 버림 타설 03 옹벽 거푸집 해체 및 3호집 1층 주차장 기초 철근 배근 04 1, 2호집 기초 철근 배근. 3호집 2층 바닥 거푸집 설치 05 1, 2호집 기초타설 및 양생 중. 3호집 2층 바닥 철근 배근 완료 06 경량 목구조 자재 반입 07 1, 2, 3호 외부 단열재 및 지붕 서까래 및 방수시트 완료 08 1, 2, 3호집 철근콘크리트 공사 완료. 내·외부 거푸집 해체 09 1, 2, 3호집 지붕 공사 전경. 1호집은 아스팔트 이중그림자 슁글, 2, 3호집은 징크로 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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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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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1
-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1 공동육아로 뭉친 세 가족과의 특별한 만남 고양시에 있는 ‘성사동 세가족’ 마을. 이들은 10년 전 이웃으로 만나 공동육아를 하며 살다가 자기들만의 공동체마을을 만들었다. 공동체마을을 통해 삶과 이웃, 자연이 교집합 하는 공간을 만들어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살기 위해서다. 그 과정이 수월하지 않았다. 특별한 인연, 코비즈건축협동조합과 만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글 백홍기 기자 | 자료협조 코비즈건축협동조합 070-4895-6028 www.cobees.net 10년 전 이웃으로 만나 공동육아를 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고양시에 작은 ‘성사동 세가족’ 공동체 마을을 만든 이들은 ‘포비와 스머프’, ‘바람개비와 막대기’, ‘베짱이와 꽃잔듸’라는 애칭을 사용한다.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통용되는 애칭이다. ‘○○네 엄마, 아빠’, ‘아저씨, 아줌마’호칭은 거리감이 있어 위계를 없애고 편하게 생활하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공동육아는 나눔이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협력해 어려움을 나누는 것이다. 때론 그 과정에서 이웃과 가족애가 쌓이기도 한다. 세 가족이 모여 자기들만의 공동체마을을 만들기로 한 것도 지난 10년간 쌓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존 주거 형태는 스머프네만 마당이 있는 오래된 단독주택에서 생활하고 바람개비와 꽃잔듸네는 전형적인 빌라에 살았다. 세 가족은 집이라는 형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조금 더 편리하고 변해가는 생활 패턴을 담아낼 공간과 울타리 없이 편하게 자기 집처럼 왕래하며 함께 모이고 웃음이 넘치는 따뜻한 공간을 원했다. 건축전문가를 만나 그들만의 새로운 공동체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쯤 코비즈건축협동조합(이하 코비즈)과 인연이 시작됐다. 코비즈는 좋은 집을 짓기 위해 뭉친 사람들이다. <배치도 1차 스케치> <배치도 4차 스케치>‘성사동 세가족’ 마을 배치도 스케치 단독주택을 계획할 때 앞마당이 넓은 것을 선호하지만, 여러 해를 지나고 나면 넓은 뒷마당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성사동 세가족’은 모두에게 드러나는 정원이 아닌 세 가족을 위한 후원 같은 넓은 뒷마당을 제안했다. 하지만, 가운데 집 형태가 길어져 익숙하지 않은 평면과 배치 때문에 여러 다른 의견이 나왔다. 정원을 어디에서 바라보는가에 대한 의견 차이도 있었다. 최종 배치는 뒷마당을 없애고 주택이 앞마당을 감싸는 형태가 됐다 특별한 사람들의 만남 2013년 3월, 건축 관련 일을 하는 몇몇이 카페에서 좋은 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의기투합했다. 코비즈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코비즈건축협동조합을 설립하고 7년간 6개 단지 공동체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해 주택 70여 채를 짓고, 복합시설 프로젝트 3개를 완공했다. 정상오 조합이사장(건축시공기술사)은 ‘함께 사는 좋은 집’을 만들겠다는 공감대로 뭉친 건축 관련 전문가 단체라고 소개했다. “코비즈는 타일공, 목수, 정원사, 페인트공, 조적공, 미장공, 거푸집 기술자, 시공을 조율하고 이끌어가는 현장소장, 설계하는 디자이너들 등이 모인 건축 집단입니다. 제도에 의한 분리보다 진심으로 건축을 걱정하고 건축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건축인, 건축가라 할 수 있습니다. 코비즈는 그러한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따로 일하는 게 아니라 함께 나누고 일해야 좋은 결과물을 얻습니다. 마치 합창과 같습니다. 개체가 아닌 협력을 통해 완전한 조화를 이루어 내는 것입니다.” 코비즈에선 집이 아닌 ‘코하우징’을 짓는다고 한다. 함께 사는 주택을 말한다. ‘함께’라는 의미는 아파트 공동주택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주택 ‘구성’과 함께 모여 사는 사람들의 ‘수’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구성과 수라는 것은 우리 개개인이 상대하는 즉, 친밀도를 유지하는 구성과 수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코하우징은 한 사람 또는 한 가족이 이웃을 이루며 서로 친한 관계를 유지하는 적정한 규모의 작은 마을 단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사동 세가족’마을 스케치 과정 설계를 진행하기 위해 전체 의논을 나누며 1차 스케치한다. 스케치한 결과는 설계에 바로 반영하지 않고 여러 의논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공간을 찾고 아이디어를 반영하며 새롭게 스케치한다. ‘성사동 세가족’은 스케치를 네 차례 거쳐 원하는 공간을 찾았다. <배짱이와 꽃잔듸네 1차 스케치> <배짱이와 꽃잔듸네 4차 스케치> <막대기와 바람개비네 1차 스케치> <막대기와 바람개비네 4차 스케치> <막대기와 바람개비네 입면 스케치> <스머프와 포비네 1차 스케치> <스머프와 포비네 4차 스케치> 집은 빵이다! 코비즈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기간이 다소 길다. 그 시간을 정 조합이사장은 ‘발효 과정’이라고 한다. “밀가루 반죽으로 바로 빵을 만들어도 되지만, 더욱 좋은 식감과 풍미를 갖추기 위해 발효를 거칩니다.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죠. 도면을 자주 들여다보면서 가족들과 끊임없이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 깊이 이해하고 집에 대한 애정도 더욱 커지죠.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면 안 보이던 게 보입니다.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죠. 그래서 급하게 진행하면, 좋은 집을 완성하기 어렵습니다. ‘생각의 발효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공도 마찬가지입니다. 설계에서 충분히 검토한 이야기를 그대로 적용하려면 꼼꼼한 시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현장 기술자들도 더 좋은 방법을 찾으려고 함께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면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시공이 길어지면, 그만큼 비용이 올라간다. 건축주 입장에선 고민일 수밖에 없지만, 비용이라는 부담을 뛰어넘어 코비즈를 선택한 이유는 그들이 집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단적인 예로, 코비즈가 진행하는 현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의논하는 모습은 새롭지 않다. 공간 활용성, 효율적인 배선과 배관 배치, 사용자 편의성 등 조금이라도 개선점이 필요하거나 더 좋은 방식이 있을 거 같으면, 해당 기술자가 즉석에서 스케치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다 모여 열띤 토론을 진행한다. 그래서 늘 현장은 토론장으로 변하고 벽과 바닥은 캔버스가 된다. 건축주는 물론 건축에 참여한 건축가 모두 즐겁고 행복해야 좋은 집을 완성할 수 있다고 한다. 모형도 현장답사와 스케치 단계를 거친 후 모형도를 만들었다. 실내 인테리어 코비즈는 수평·수직으로 공간이 막히지 않고 산책로 같이 열린 공간을 선호한다. 햇살 가득한 툇마루와 모호한 내·외부 경계를 형성하는 한옥과 같은 공간이다. 큰 세상 향한 작은 마을 코비즈cobees 이름은 함께라는 ‘co’와 꿀벌 ‘bees’를 더해 ‘함께 일하는 꿀벌들처럼’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협력을 통해 집을 짓는 생명체 가운데 가장 집을 잘 짓고 자연에 좋은 일을 하는 건 벌입니다. 코비즈는 우리와 이웃, 세상에 좋은 건축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집과 마을, 도시를 스스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건축주를 포함해 집이라는 공간을 형성하는데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건축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공간을 두고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한다. 돈을 버는 공간, 놀이나 휴식, 취미를 위한 공간 등 목적과 욕망에 따라 공간은 다양한 형태로 쓰임을 갖는다. 코비즈는 이러한 공간을 통해 이로운 사회를 만들려고 한다. 그 과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가족이 머무는 집을 통해 자연과 이웃을 연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웃이 모여 작은 마을을 형성하고 마을은 아이들의 학교가 된다. 학교는 다시 아이와 마을사람들의 정원이 되는 행복한 ‘마을학교정원’이라는 개념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들은 꿈같은 이야기를 재현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성사동 세 가족은 코비즈와 인연이 아니었다면 공동체마을 프로젝트가 불가능했을 거라고 한다. 작은 땅에 각각의 요구 조건에 맞춰 공동체마을을 만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만큼 건축 환경은 까다로웠고 다양한 이견을 조율하기 어려웠다. 현장 스케치 공사를 시작하면 현장은 모든 기준이 된다. 사무실에서 그린 도면은 현장에서 현실이 되기 때문에 현장 소장과 현장 기술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늘 토론의 결과가 좋은 건 같은 마음과 뜻으로 모여 오랜 기간 함께해왔기 때문이다. 단열·기밀·구조·디테일 마감 건물을 잘 짓는 건 기본이다. 단열과 기밀, 구조 디테일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간단하게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기본에 충실 한다는 것은 타협이 아닌 원칙을 지키는 것이고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비즈가 집이라는 공간을 만들며 늘 중심에 둔 단어는 ‘생활’이고 생활이라는 행위가 일어나는 ‘장소’에 집중한다. 그래서 코비즈는 ‘성사동 세가족’ 마을을 각각의 집을 전체 가운데 한 개체로 보고 ‘생활하는 장소’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다 보니 이해 차이는 있지만, 충분한 시간을 거쳐 함께 하나씩 해결해냈다. 세 가족도 그들이 바라던 ‘생활’과 지향점이 같았다. 코비즈에서 세 집을 구성하고 공간을 연결하는 데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가 ‘따로 또 같이’다. 그 과정도 수월하진 않았다. 세 집, 세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호에 소개한다. 외부 진입로에서 주차장을 지나면 넓은 마당에서 각 주택으로 연결된다. 마당 배치는 볕이 잘 들고 함께 지내기 편한 구성이라 모두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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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에세이] 나는 이런 곳에서 살고 싶었다 - 도시형 전원주택
- 학교에서 공부하는 건축 과목 중에는 건축계획이 있다. 건축의 총론에서부터 모든 건축물의 설계 기초와 계획하는 방법에 관하여 공부한다.이 과목에서 건축을 계획하는데 기본적으로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이 입지조건(立地條件)이다. 건물의 성격과 기능에 따라 건물이 위치해야 할 조건에 관한 것으로 백화점, 학교, 주택, 병원 등 건물에 따라 건축돼야 할 위치 조건을 말한다. 상식적인 이야기 같지만, 실제 많은 건물이 그 성격에 맞지 않는 위치에 있음으로써 불편을 느끼고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건물이 아무리 아름답고 쓸모 있게 잘 지어졌다고 해도, 그 건물의 성격에 맞는 위치에 있지 않으면 그 기능을 다하기 어렵다.이런 의미에서 건축의 시작은 바로 입지에 관한 것부터라고 할 수 있다.주택의 입지조건주택에 있어서도 집이 위치하는 입지가 대단히 중요하다. 일반적으로는 푸른 초원에 공기 맑고 경치 좋은 한적한 곳이 단독주택지로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교과서에서 말하는 주택의 입지조건은 교통, 생활편의시설, 수해나 산불 등 방재, 일조나 통풍 등을 위한 향(向), 주변 환경 그리고 대지 조건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전원주택의 경우에는 이상과 같은 조건 외에도 안전 문제로 방범과 관리 등의 문제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또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부동산적 가치와 장래성도 빼 놓을 수 없는 요소일 것이다.그런데 이상의 조건들은 각자의 특성이나 조건에 따라 우선 순위가 달라진다.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거나 도시로 출퇴근을 해야 하는 경우 등은 다른 어느 것보다 이런 점을 우선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이와 같이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입지조건을 잘 생각하지 못해 낭패를 겪는 경우를 흔히 본다. 입지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은 탓이다. 실제로 전원주택에 사는 사람 중에는 그저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것만 생각하다가 막상 실제 살면서 느끼는 불편함 때문에 다시 도시로 회귀하기도 한다.그런데 아무리 신중하게 많은 생각을 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자신의 생각과 조건에 꼭 맞는 대지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모두에게 좋은 땅은 그만큼 가격도 비싸고 그러한 땅을 내 마음대로 살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자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충족할 만한 땅을 구하기란 불가능하다. 마치 자신이 생각하는 모든 조건을 갖춘 결혼 상대자를 구할 수 없는 것과 같다.신중해야 할 땅 고르기오랜 동안 아파트 살던 사람들은 전원주택에 살겠다는 생각만 하는 것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그러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집에 대한 생각만 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모양으로 예쁘고 아름다운 집을 지을 것인지, 그리고 실내와 조경 등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앞선다.그런데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아무리 예쁘게 잘 지은 집이라도 위치가 좋지 못해 사는데 불편하다면 곧 싫증이 날 것이다.실제로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에 주인도 없이 텅 빈 채로 있는 전원주택이 많다. 무슨 사정인지는 몰라도 많은 전원주택이 급매물로 나와 있는데, 이런 것들은 바로 그런 연유다.처음 얼마간은 그저 한적하고 여유로운 전원주택이라는 것과 경치 등이 좋아 재미있게 살 수 있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이 엄청나게 소요되고 편의시설이 멀어 생활에 불편을 느낀다면 점차 짜증과 싫증이 나게 되고, 그때는 처치 곤란하게 된다.그래서 처음 상상하던 것과 실제 살고 겪으면서 느끼는 현실과는 엄청나게 다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땅을 구하는 데는 많은 시간을 갖고 자신과 가족의 특성이나 조건 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집이야 마음에 들지 않고 불편하다면 다시 고쳐 지으면 되지만, 일단 지은 집의 위치를 옮기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한 다음 결정해야 한다.과연, 단독주택지로는 어떤 곳이 좋은가교통이나 생활편의시설 등을 고려할 때 집터로는 아무래도 도시가 좋기는 하다.그런데 도시 어디를 가도 이제는 마당이 있고 동물 등을 기를 수 있는 단독주택은 찾아보기 어렵다. 어느 때부턴가 단독주택들이 부동산적인 영향을 받아 하나하나 다가구나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등으로 변해 버렸고 동네 도로는 자동차로 가득 차 버렸다.이는 도시로의 인구 집중과 그에 따른 부동산 가격의 상승, 사업성의 우선 그리고 자동차의 증가 등 사회 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다.이런 상황에서 이제 도시에서는 그런 답답함이 싫다고 나 홀로 우아하게 단독주택에서 살기는 어렵다. 자신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지만 집을 둘러싼 모든 집이 다가구나 다세대주택화되고 있는데 나 홀로 그렇게 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그렇다면 한가하고 여유로운 도시 근처의 전원주택지는 어떤가.서울 근교의 경우 용인이나 양평 등에 많은 전원주택지가 있는데, 이런 곳은 경치도 좋고 공기도 맑아 좋아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 직접 사는 데는 문제가 많다. 경치 좋고 한적한 것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살다 보면 식상하기 마련이다.학교에 다녀야 하는 것과 출퇴근을 해야 하는 일은 현실이고 지극히 중요한 일이다. 아무리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없고 출퇴근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일지라도 병원이나 백화점 등 편의시설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생활하는데 불편을 느끼기 마련이다. 물론 행복한 삶을 위하여 한두 가지는 희생하지 않으면 안 된다.그러나 일상 생활인 출퇴근이나 학교, 친구 그리고 생활의 불편 등은 경치 좋고 한적한 것보다 현대인의 삶에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내가 선택한 곳-도시형 전원주택지이런 문제는 각자의 특성과 조건 그리고 취향에 따라 다르겠는데, 나는 이런 점에서 도시형 전원주택지를 선택했다.도시형 전원주택은 용인이나 양평 등 도시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전원주택이 아니라 서울이나 과천, 성남, 김포 등 도시의 그린벨트지역에 있는 취락마을의 전원주택을 말한다.개발제한구역은 소위 그린벨트라고도 하는데 서울 등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대도시 주변에 분포돼 있다. 서울의 경우 강동, 강남, 서초구 등의 개발제한구역에 도시형 전원주택을 지을 만한 취락마을이 곳곳에 있다. 이런 취락마을은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하던 당시 개발제한구역 내에 흩어져 있던 집들을 한 곳에 모아 마을을 형성한 곳으로 개발제한구역의 보호 차원에서 만들어진 마을이다.이런 곳은 학교나 병원, 백화점, 시장 등이 가까이에 있어 생활하는 데에 불편함이 별로 없다. 특히 교통은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시내로의 접근은 오히려 다른 어느 지역보다 더 빠르고 좋다. 전철역이 가까운 곳도 있고, 시내버스나 마을버스가 잘 연결돼 있을 뿐 아니라 도로 사정도 양호하다.특히 그린벨트의 취락마을은 대체로 50∼100여 호의 주택이 6미터 도로로 잘 구획돼 마을이 깨끗하게 정비돼 있다. 이런 곳에선 전원주택에서 염려되는 방범 문제도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 주변은 모두 논, 밭, 야산 등으로 둘러싸여 비교적 한가하고 공기도 맑다.더욱이 중요한 점은 이 지역은 오직 단독주택과 상점 등 근린생활시설과 같은 건축만 가능하므로 주거 환경이 아주 양호하다. 대지 면적은 거의 100평 내외로 시내에 있는 대지보다는 넓고, 대부분 60∼90평의 2층 주택으로 이루어져 있다.문제라면 시내에 있고 주거 환경이 양호한 도시지역이며 희소성 때문에 땅값이 일반 전원주택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금액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어차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주택이 거주 목적 외에도 부동산적 의미를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환금성이나 장래성에 한계가 있는 일반 전원주택보다는 유리하다.특히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될 것이라는 예상과 한정된 지역으로 부동산적 장래성 또한 높다. 건축적으로나 실질적인 면을 고려한다면 지나치게 거품이 많다는 아파트에 비해 이런 지역은 앞으로 거주성과 도시 내 취락마을의 희소성으로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되고 있다.살아 보니 역시 좋다특히 내가 선택한 곳은 이상과 같은 점 외에도 다음과 같은 점이 좋다. 우선 올림픽대로와 바로 연결돼 강남이나 시내로의 접근이 아주 양호하고, 전철역이 멀지 않은 데다 마을버스 종점이 가까이에 있어 교통이 아주 좋다.초·중·고등학교가 근처에 있어 아이들의 통학에 큰 불편이 없고, 대형병원이나 생활편의 시설이 가까이에 있으며, 백화점·시장 등 판매시설이 인근에 있어 편리하다. 무엇다도 그동안 다니던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회와 가깝다는 것은 우리 가족에게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주변에 낮은 야산과 공원이 있어 공기가 맑고 아침저녁으로 산책과 운동하기에 좋다. 무엇보다도 한강은 걸어가도 될 정도로 가까이에 있다. 아침저녁으로 잘 가꾸어진 둔치를 산책하거나 자전거전용도로로 하이킹을 하는 즐거움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이다.또 중요한 것은 전원주택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지나치게 적적함이나 밤에 무서움에 대한 염려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넓은 대로에 접해 있어 가로등이 대낮처럼 밝고, 집 앞에 마을버스 승강장이 있어 늦게 돌아오는 아이들의 염려가 별로 없다. 아파트에서만 살아 왔던 가족이 처음 이곳에 집을 짓겠다고 했을 때, 무엇보다도 가장 염려한 부분이 바로 무서움과 적적함이다. 그런데 실제 살고 있는 지금은 전혀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 무엇보다 다행이다. 만약 다른 모든 점이 좋아도 무섭다거나 지나치게 적적하다면 해결하기 어려운 심각한 문제가 됐을 것이다. 이밖에도 개발제한구역의 해제 가능성뿐 아니라 대로에 접해 있어 부동산적인 가치가 높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이곳이 모두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땅을 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데,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은 입지조건의 우선 순위에서 한참 아래에 있어 무시할 만하다.그동안 이곳을 물색하기 위하여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수시로 이 마을을 돌아보았고 계절마다 변하는 모습도 관찰해 보았다. 특히 장마철과 겨울 등 문제가 일어나기 쉬운 시기도 지켜보았다. 그런 탓으로 실제 거주하면서 별로 불편한 점이 없고 아내나 아이들도 아파트보다 더 만족해한다. 사실 닭과 병아리, 새, 진돗개, 연못의 물고기를 돌보며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곳이 서울, 그 어디에 있는가? 마당의 푸른 잔디와 텃밭에서 자라는 야채 그리고 각종 나무들을 돌보며 한가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서울, 그 어느 곳에 있을까? 아침 일찍 일어나 시작하는 아침운동으로 더욱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이곳이 최고의 입지조건을 갖춘 곳이 아닌가 한다.田글 김인환<건축사, TAS건축사사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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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에세이] 나는 이런 곳에서 살고 싶었다 - 도시형 전원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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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에세이] 내 집을 짓기까지....
- 조사에 따르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언젠가는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어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도 현실적으로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실행에 못 옮기고 있고, 실제로 그 꿈을 이루는 사람보다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 많다. 이런 사정은 중이 제 머리는 못 깎는다고 건축전문가인 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의 집은 잘도 지어 주면서, 그렇게 짓고 싶어 하던 내 집을 세월이 흐른 뒤에야 지었다. 평생의 소원인 내 집을 지은 것이다.脫아파트 작전나도 여느 도시인과 마찬가지로 결혼과 함께 줄곧 아파트에서 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번 아파트에 살다 보니 계속 눌러 살게 되어 떠나기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더욱 그랬다. 그러나 항상 언젠가는 단독주택에서 살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늘 어떻게 '탈아파트'를 할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며 지냈다.특히 꽃나무와 동물 기르기 등을 각별히 좋아하는 성격인데다 좁은 콘크리트 상자에 갇혀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채로 평생을 지내야 한다는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직업상 남의 집을 설계하고 건축해 주다 보니 그런 생각이 더했다.결국 우여곡절 끝에 그 꿈을 이루어 얼마 전부터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다. 평생의 소원인 내 집 짓기는 많은 세월 어려움을 수없이 겪은 뒤에야 이루어졌다. 어느덧 아파트 생활에 너무나 익숙해졌고 아파트를 떠나 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부들의 살림은 말할 것도 없고, 아이들의 양육이나 교육, 그리고 관리·보안 등 생활 곳곳에서 아파트는 그 동안 우리 생활에 너무나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토끼 같은 아이들과 가정 생활의 주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아내와 같이 살아가는 형편이니 나만 생각할 수는 없다. 거기다 자금 문제까지 생각할 때 아파트를 떠나 단독주택을 지어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유별난 아파트생활나는 아파트에 사는 동안 유별났다.그 좁은 아파트에서 각종 분재며 꽃나무, 난 등을 길렀고, 거실에 수족관을 직접 만들어 열대어를 기르기도 했다. 심지어 베란다에 흙을 채워 텃밭을 만들어 상추와 꽃나무를 심었고, 한쪽에는 연못을 만들었고, 금화조와 문조 등 새까지 길렀다. 새털이 집 안까지 날아다니며 냄새가 난다는 불평이 많았고, 연못물을 갈아주고 새장 청소 등으로 쉬는 날이나 아침저녁으로 할 일이 많았다.그 모든 일이 힘들거나 귀찮게 여겨지지 않고 오히려 즐거웠다. 또 어느 아파트에 살 때는 싸기도 하였지만 옥상을 마당처럼 사용하려고 일부러 최상층을 구입하였다. 도시에서, 특히 콤팩트한 데다 공간의 여유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아파트에서 그 널따란 옥상은 얼마나 유용한 공간인가? 그런데 대부분의 아파트 옥상은 아무것도 없이 방치되어 있고, 심지어 사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폐쇄된 채로 있다. 그 공간이 아까워 분재며 꽃나무 심지어는 잠깐 동안이지만 강아지까지 기르며 마치 내 마당처럼 사용하면서 단독주택처럼 생활을 했다. 역기와 아령을 준비하여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하고, 산책하는 공간으로 그 같이 시원하고 좋은 곳은 없다. 물동이를 매일 아침마다 나르고, 무더운 어느 여름밤에는 동서들과 고기까지 구워 먹기도 했다. 그러니 그 아파트에 사는 동안 아파트 관리사무소와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많이도 벌였다.땅 보러 다니는 즐거움또 쉬는 날에는 당장 집을 지을 것도 아니면서 집 지을 만한 곳을 많이도 돌아다녔다. 주로 양평이나 이천 등지와 서울의 개발제한구역에 있는 취락마을 등을 찾아다녔다. 특히 이런 취락마을에는 50∼100여 호의 주택들이 구획되어 도시형 전원주택을 짓기에 좋고, 백화점이나 병원 등 편의시설이 가까워 생활하는 데 큰 불편이 없는 곳이다.이렇게 경치 좋고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집 짓기 좋은 곳을 많이도 돌아다녔는데 언젠가 지을 내 집을 위한 땅, 그런 땅을 보러 다닌다는 것은 어느 일보다 즐겁고 흥겨웠다. 비록 그것이 내 땅도 아니고 내 집도 아니지만 '아파트가 아닌 집', 특히 마당이 있고 조경이 잘 된 그런 집을 본다는 것은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어떤 집은 주인을 잘 만나 행복한 집이 있다. 집을 예쁘게 지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마당이나 텃밭 등을 보면 정말 그 집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애완견은 물론이고 연못이 있는가 하면 꽃과 조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진 푸른 조경, 그리고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넝쿨장미 등은 집 주인뿐 아니라 보는 사람들에게도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그런데 좋은 조건을 가졌으면서도 전혀 그런 곳에 살 자격이 없는 사람도 있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넓고 좋은 마당은 훼손된 채로 있고 꽃나무 하나 없이 방치되어 주인을 잘못 만난 그런 집은 불쌍하기까지 하다.내 집 설계 연습하기그래서 그간 돌아다니면서 보아 온 집과 땅 등을 떠올리며 내가 집을 설계해 본다. 우선 살기 편하고 예쁘게 짓는 것도 좋지만 취미생활 등 좋아하는 것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집을 짓고 싶다. 무엇보다도 애완견과 토끼, 병아리, 새장, 연못 등은 반드시 만든다. 마당에는 멋진 소나무를 현관 부근에 심는다. 철 따라 꽃이 피는 나무를 심어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눈 덮인 겨울을 느낄 수 있는 전나무도 심는다. 나무는 이왕이면 대추나 감나무 등 유실수를, 그리고 마당은 잔디만을 심어 단순하게 푸르름을 느낄 수 있게 하고 텃밭은 주방 가까이에 만든다.하여간 그동안 머릿속에 지은 집이 수십 채도 넘는다. 때로는 직접 토지 관련 서류를 떼어 실제 설계를 하기도 했다. 설계란 그리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머릿속에 상상한 자신의 생각들을 도면이라는 곳에 표현하면 된다. 더욱이 남의 건축을 하다가 내 집을 구상하고 설계하는 일은 정말 홀가분하고 흥겨운 일이다.우선 다른 사람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 좋다. 건축주를 설득하지 않아도 된다. 복잡하고 어려운 조건을 맞출 필요도 없다. 공사비니 설계비 등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야말로 내 마음대로, 내 생각대로, 내가 좋아하는 대로, 내 뜻대로 할 수 있어서 좋다.물론 이것은 도면상의 이야기다. 도면은 실현되지 않으면 아무 쓸모도 없는 그저 아이디어요, 그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러한 도면, 그야말로 그림 속의 우리 집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한 적이 있다.어느 결혼기념일인가? 아내에게 미래의 우리 집 설계도면을 선물하여 감동(?)을 주었을 때다. 가족 설득하기전원주택에 살기 위하여 우선할 일은 아내를 설득하는 것이라고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극히도 지당한 말이다. 나만 좋아서는 "너∼나 하세요"라는 이야기를 들을 것이 뻔하다. 특히 아내들이 살림에서부터 자녀 문제 등 생활의 전반에 대하여 전권을 행사하는 이 시대에 어찌 나 좋은 것만 생각할 수 있으리요.요즘 여자들 치고 아파트를 싫어할 사람은 없듯이 아내도 아파트를 떠난다는데 부담을 가졌다. 또한 태어날 때부터 아파트에서 살아온 아이들도 일반주택에 산다는 데 그다지 탐탁치않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지극히 당연한 사실로 교통이 좋기를 한가, 가게나 생활편의시설 등이 가까이에 있는가, 또 친한 친구들과도 멀리 떨어져야 하니 좋아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그러나 아이들과 아내는 참으로 착하고도 고마웠다. 특히 아내는 자금에 문제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대과 없이, 아주 흔쾌히는 아니지만 못 이기는 척, 어쩔 수 없는 척, 모르는 척 그렇게 넘어갔다. 그리고 아이들이야 일찍이 가장이고 집안의 대표인 아버지가 결정한 극히 중요한 가정 시책(?)에 극력 반대까지 할 수 있겠는가.특히 아내와 아이들이 심하게 반대할 수 없었던 것은 평소 유별난 나의 취미생활을 보아온 데다, 기회 있을 때마다 "앞으로 우리는 언젠가 전원주택에서 살 거다"라고 주지시켜 온 덕에 그렇게 결사적인 반대 없이 내 꿈을 이룰 수 있었다.어쨌거나 그런 가족에게 감사할 뿐이다.드디어, 내 집을 짓게 되던 날그리하여 평생의 소원인 내 집, 바로 내 집을 짓게 되었으니 얼마나 감격스럽고 흥분되는 일인가. 그 누가 이런 심정을 헤아릴 수 있으리요.아예, 이런 내 마음을 알아주기는커녕 "그 정도 자금이면 차라리 대치동에 재건축 아파트를 살 일이지" 또 어떤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단독주택에 살라고 그래? 편한 아파트가 좋지. 쯧쯧―"하여간에 초치는 이야기는 차라리 안하는 게 낫다. 그런 사람들이 어찌 인생을 알고, 살아가는 참 재미와 의미를 알겠는가. 아무리 부동산적 가치도 좋고 돈이라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제 우리도 사는 것 같이 살아야 하지 않은가. 인생이 얼마나 길다고 즐거움을 느끼고 재미를 알 수 있을 때 삶을 즐기며 살아야지 언제까지 그런 것들에 얽매여서…….드디어 건축허가니 복잡한 여러 절차가 끝나고 땅을 파던 날의 감격과 흥분, 그 날은 잠도 잘 오지 않았다.이 날, 목사님을 모시고 예배를 드렸다."∼ 잘 짓고 잘 짓세, 우리 집 잘 짓세, 만세 반석 위에다, 우리 집 잘 짓세"(찬송가)목사님은 어찌 그리도 이 날의 행사에 잘 어울리는 찬송가를 선택하셨는지 감사 찬송을 드리며, 날씨마저도 쾌청한, 여름이 시작되던 어느 날. 그렇게 내 집을 짓기 시작하였다.田글 김인환<건축사, TAS건축사사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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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에세이] 내 집을 짓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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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 새댁, 재래식 화장실에 갇히다
- 이른 추위와 폭설이 한바탕 공포 영화처럼 지나간 시골 마을에는 봄날 같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양지 녘 논둑에는 얼었던 땅이 풀리면서 향긋한 냉이가 나물 캐는 촌로들을 반기고 있다. 시골 폐교에서 교실 한 칸을 엉성하게 개조해서 살아 온 지도 6년이 지났다. “한 2년 만 여기서 살다 보면 무슨 수가 나겠지… 고생스러워도 좀 참자.” 도시에 새로 지은 아파트를 놔두고 난방도 제대로 안 되는 폐교의 교실 한 칸에 살림을 풀어놓을 때만 해도 남편이 이렇게 한 말을 정말로 곧이 들었다. 그 2년이라는 기한 속에는 전원주택을 짓거나 교실을 아파트 구조로 개조하기 위해 준비를 하는 동안 ‘임시로 살자’는 뜻으로 들었다. 하지만, 우리의 폐교 살이는 2년이 지나고 6년에 접어들도록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짓든가, 개조하기까지 ‘임시로’ 라는 것에 발목이 잡혀 날이 갈수록 남루해지기만 했다. 장마철이면 천장에 비가 스며들어 양동이로 받아 내도, 아이들 등쌀에 방문 손잡이가 덜커덩거려도 남편은 어차피 ‘임시니까’ 하면서 항상 임시 방편으로 손보는 것으로 그치고, ‘새로’ 개선을 하는 일은 기약 없는 ‘나중에’로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기가 막힌 해프닝을 겪기도 한다. 며칠 전, 아이들 방에 들어갔다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안에서 문이 열리지 않아서 내가 꼼짝없이 갇혀 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손잡이를 아무리 비틀어도 문은 갑자기 지하 감옥의 육중한 철문으로 변신이라도 한 것처럼 열리지 않았다. 한참 방문 손잡이를 돌리고 잡아당기며 씨름을 했지만 방문은 요지부동이었다. 내가 처한 상황이 거짓말 같았지만 내가 방문 바깥으로 나갈 수 없게 된 것은 사실이었다. 바깥에는 남편과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청국장을 말리는 건조기가 돌아가는 소음과 가마솥에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나무를 자르는 기계톱 소리 때문에 내 구조 요청 소리가 전달될 리가 없었다. 내가 갇힌 방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은 하필이면 청각장애가 있는 아줌마였다. 바깥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나한테는 들렸지만 안에서 내가 이렇게 황당하게 방에 갇혀 버린 사실을 알릴 방법은 없었다. 아이들 방에는 전화도 없었고 내 휴대폰은 거실에 얌전히 모셔 둔 상태였다. 나는 꼼짝없이 끈끈이주걱(식충식물)에 갇힌 한 마리 파리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복도로 향한 창문에 입을 대고 소리를 지르다가 지쳐서 아이들 책상 의자에 기대앉았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아이들 방에는 보일러를 돌리지 않아 냉골이었다. 누군가 화장실이라도 가기 위해 우리의 어설픈 공간으로 들어오기 전에는 나는 꼼짝없이 추위에 떨며 갇혀 있어야 했다. 처음에는 그 믿기지 않는 상황에 쓴웃음이 나왔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아니라 내가 당한 것이 다행이라고 자위도 하다가 시간이 더 흐르자 손재주 없고 세심하지 못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온몸이 얼어붙는 추위에 부르르 떨렸다. 그러다가 얼어 죽을 것 같은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엄습했다. 남편에 대한 비난과 원망이 버무려진 내 텔레파시는 1시간쯤이 지나서야 통했다. 남편은 그 믿기지 않는 상황에 배꼽을 잡고 웃어댔지만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망치를 가져다가 방문 손잡이를 아예 부숴 버렸다. 그것은 잔재주가 없다는 핑계로 사소한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 남편에게 더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 옆 동네에 사는 친구가 놀러 왔기에 내가 내 집에서 겪었던 그 날의 황당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도 언니는 변소간에 갇힌 것은 아니잖아.” “그럼 자기는 재래식 화장실에 갇혔었어?” 시골 집 으슥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재래식 화장실의 문은 대체로 안팎으로 잠금 장치가 되어 있다. 안에 잠금 장치가 있는 것은, 물론 허술한 화장실 문이 행여 바람에 열려서 변소 안의 악취가 새나오지 않도록, 또 보이고 싶지 않은 꼴이 노출되지 못하도록 바깥문과 문틀 사이에 걸쳐지는 나무토막이 있기 마련이다. 변소간에 들어가는 사람이 어쩌다가 문을 세게 닫으면 그 나무토막이 내려져 안에서는 도저히 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시집와서 얼마 안 된 새댁인 그녀가 바로 그런 경우를 당한 것이었다. “시어른들은 다 들에 나가고 나 혼자 있었을 때 그렇게 갇혀 버렸는데 환풍기가 있는 창문에 까치발을 딛고서 동네가 떠나가도록 그렇게 소리를 질러댔는데요. 마침 바쁜 농사철이라 개미 새끼 한 마리 안 나타나는 거 있죠.” 내가 방에 갇혔던 일은 정말 웃을 일에 끼지도 못하는 것이었다. “변소에서 올라오는 가스요? 그거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더구나 임신 3개월 때라 입덧을 할 때 그랬으니 그 고통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어요? 거의 기절 일보 직전에 구조돼서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 왔다니까요.” 물론 그 사건 이후에 친구의 집은 화장실을 실내에 만드는 개조를 단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남편의 느긋한 성격은 어떻게 개조해야 하나?田 글 오수향(ocho2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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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 새댁, 재래식 화장실에 갇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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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산책] 한방과 오행 먹을거리 I - 금기운의 식품, 마늘
- 마늘의 효능은 다방면에 걸쳐 알려져 왔다. 크게는 암에서 작게는 무좀, 충치 치료에 이르기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마늘은 먹는 이의 체질이나, 현재의 건강·병적 상태 등에 따라 복용 량과 기간을 정해 먹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전문적으로 말하자면, 먹는 이의 맥 상태에 따라 복용 량과 기간을 정하는 것이 제일 좋다. 먹는 양은 하루에 1∼3쪽이 적당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항균이나 바이러스를 목적으로 한다면 3∼5쪽을, 또 조리된 형태로 먹는다면 생마늘의 4배 정도, 가루 제품으로 먹는다면 생마늘의 2/3분 정도를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 신문을 보면, 심심찮게 눈길을 끄는 광고가 있다. 모 건강식품 업체의 회장이 자사의 마늘 착즙(搾汁)액을 복용하면서 마라톤에 큰 효험을 보았다는 내용의 광고다. 처음 뛸 때는 몇 백 미터도 못 가서 숨이 차 헉헉거렸지만 마늘즙을 복용하고부터는 연일 주파 거리를 갱신할 수 있었고, 한 달도 되지 않아 하프 마라톤 이상의 거리를 주파했다고 한다. 놀랄 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마늘이 몸에 좋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왔다. 이는 주로 마늘이 갖는 특정의 힘, 즉 강장제(정력과 체력을 키워주는 효과)의 측면에 국한된 듯하다. 물론 마늘은 강장제지만(그것도 아주 효과가 탁월한) 그 외에도 아주 다양한 생리적 활성 효과를 가지고 있다. 체질과 건강 상태 맞게 복용해야 관련 서적을 보면, 마치 만병 통치약인양 마늘의 효험을 열거하고 있다. 이런 주장들은 대부분 임상 실험을 통해 검증된 것이지만 잘못된 경우도 있다. 실험들은 복용자의 체질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도출한 결론들이기에 모든 사람(체질자)들에게 적용시키기에는 곤란한 측면이 있다. 마늘은 먹는 이의 체질이나, 현재의 건강·병적 상태 등에 따라 복용 량과 기간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적으로 말하자면, 맥의 상태에 따라 복용 량과 기간을 정하는 것이 제일 좋다. 마늘은 인영(人迎)·촌구(寸口) 맥법 상으로 볼 때 모맥(毛脈)이 나올 때 먹으면 가장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현맥(弦脈)이나 구맥(鉤脈)이 나올 때 가장 효과가 더딘 것으로 보인다. 모맥이 나오는 사람이라도 꾸준히 복용하다가 모맥이 사라지면 복용 량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이 좋다. 한편 다른 맥이 나오던 사람이라면, 과용을 피하면서, 현재의 맥이 병맥으로 심화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복용하면 된다. 하지만 일반인이 맥진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차선책으로, 자기 몸의 상태를 살펴가면서 조금씩 꾸준히 먹어 보길 권한다. 인체는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불필요한 것은 거부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에 유심히 관찰을 하다 보면 자기에게 적합한 복용 량과 기간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마늘에는 400여 개 이상의 물질이 존재하고, 이 중에 30여 개가 의학적인 효능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늘의 주요 성분으로는 단백질, 휘발성 기름, 비타민 A·B1·B2·C, 칼슘, 구리, 게르마늄, 철, 마그네슘, 망간, 인, 피토사이드, 칼륨 셀레늄, 유황, 불포화 알데히드 화합물, 아연 그리고 여러 가지 효소들이 있다. 휘발성 기름 중 유황 함유물질로는 알리신과 그것의 분해 산물들인 디알릴디설파이드, 디알릴트리설파이드, 시스테인설폭사이드 등이 있다. 이들 함황화합물들이 주로 생리적 활성물질인데, 그 때문에 ‘마늘의 강한 향취 성분에 건강에 유익한 성분이 담겨 있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마늘의 여러 성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알리신이다. 원래 마늘 속에는 무취의 알리인이란 성분이 있는데, 마늘이 파괴되거나 잘려질 때 알리나제라는 효소가 나와 알리인을 알리신으로 변화시킨다. 마늘에서 특유의 독한 냄새가 나는 것은 바로 이 알리신 때문이다. 마늘을 날로 먹지 않고, 전자레인지나 끓는 물, 호일로 싸서 구워 먹을 경우 알리나제는 몇 분 안에 고유의 기능을 상실한다. 따라서 이렇게 먹을 때는 알리신이 생기지 않아 마늘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알리신으로 변화되지 않은 알리인은 체내에 섭취되면서 알리나제를 대신하는 비타민 B6와 결합, 서서히 알리신을 만들어 마늘의 효과를 발생시킨다. 마늘의 효능 - 충치부터 암 치료까지 마늘의 효능은 다방면에 걸쳐 알려져 왔다. 크게는 암에서 작게는 무좀, 충치 치료에 이르기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마늘의 생리 활성 효과는 크게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혈당 조절 기능이다. 정확한 기전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마늘은 체내에서 인슐린을 더 많이 분비하게끔 췌장을 자극하여 결과적으로 혈당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둘째는 면역 증강 효과이다. 마늘 성분들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다른 미생물을 직접 공격하기도 하고, 체내의 면역 방어 기능을 자극하기도 한다. 항생제로써의 기능은 생마늘일 때가 최고도를 보이며 가열하면 항균 효과는 급격히 감소하여 가루 마늘이나 탈취 마늘의 형태에서는 거의 효과를 발하지 못한다고 한다. 셋째는 정력의 증강 효과이다. 마늘을 섭취하면 10∼15시간 후부터 남여 호르몬의 분비가 활발해지는데, 이는 연령과 성별에 무관하게 나타난다. 마늘에는 리진이란 아미노산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이 정액에 포함되면 정자의 기능을 활발하게 만든다. 또 마늘은 NOS란 효소 생산을 증가시키는데, 이 효소는 혈류를 개선하여 발기력을 강화시키는데 일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넷째는 혈중 콜레스테롤과 지질의 조절 능력이다. 고지방식과 알코올을 함께 먹으면 혈중 지질의 농도가 증가하지만, 쥐 실험을 통해 알아본 결과, 이때 마늘을 함께 먹게 하면 체지방과 혈중지방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같이 혈중 콜레스테롤과 지방의 저하 효과로 인해 마늘은, 관상동맥질환 같은 심장병을 예방하고 혈류의 개선에 도움이 된다. 마늘은, 혈전 용해 효과가 높아 하루에 반쪽만 먹어도 심장병이나 뇌졸중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다섯째로 마늘은, 혈압 강화 작용과 독성 물질의 포집·배출 작용(체내에 쌓인 납·수은 등의 중금속)과 스트레스 대처 능력을 함양시켜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늘의 복용 - 반응 산물 훼손 안 되게 마늘은 가급적 알리신과 그 반응 산물이 훼손되지 않는 형태로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먹는 양은 하루 마늘 1∼3쪽이 적당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항균·바이러스를 목적으로 한다면 3∼5쪽을, 또 조리된 형태로 먹는다면 생마늘의 4배 정도, 가루 제품으로 먹는다면 생마늘의 2/3 정도를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의 경우 체질적으로 마늘이 몸에 크게 유익하지 않는 체질(금수형 체질)이지만, 실험적으로 과량의 마늘을 한 달 넘게 복용한 적이 있다. 매일 적게는 날 마늘로 5∼6쪽 이상, 많게는 거의 밥공기 하나 분량을 전자레인지나, 프라이팬에 구워 복용했다. 그때 제일 곤혹스러웠던 것은 장의 연동 장애로 인한 변비 발생이었다. 끈적거리는 타르처럼 점착도 높은 변이 장에 달라붙어 장의 연동을 방해하여 배변을 어렵게 만들었던 것이다. 어떤 건강식품도 건강을 보조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겠지만, 과용하거나 자신의 체질과 현재의 (병적·건강)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복용한다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田 글 명성환<오래된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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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산책] 한방과 오행 먹을거리 I - 금기운의 식품, 마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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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에세이] 집에 대한 생각-내게 맞는 집을 지어 살아 보자
- 집 하면, 요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떠올릴까?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를, 그리고 거주 수단으로보다는 부동산적 가치에 비중을 더 두지 않을까? 예전에는 단독주택에서 주로 살았지만 지금은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아파트에 살아야 수준 있는 것처럼 인식할 정도니까.우리나라 사람들의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는 정말 특이하다. 외국의 경우에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일반 서민들의 주거 수단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파트 특히 고층 아파트나 주상복합 등에서 살아야 부유하고 잘 사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러니 아파트 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할 것이고, 심지어 프리미엄까지 붙어서 매매될 정도니 거주 수단보다는 부동산적 가치에 비중을 두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무슨 아파트에 사세요택배 등을 신청할 때 주소만 이야기하면 반드시 '무슨 아파트 몇 동 몇 호냐'고 재차 물어 본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이 아파트에 거주할 정도로 아파트 생활이 일반화됐기 때문이다.원래 아파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르 꼬르뷰지에(Le Corbusier)가 발명한 특수 공법이다. 철근과 콘크리트, 유리 등의 발명으로 가능해진 적층 공법인 아파트는 좁은 대지에 많은 주거 공간을 만들 수 있는 혁신적인 공법으로,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좁은 나라에서 그 효용성이 높다. 그래서 주택 보급률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던 시기에 정책 당국자들의 노력과 건설회사들의 상품화 전략으로 아파트는 급속하게 퍼졌고 이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주거 수단이 되었다.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던 때 어느 여성지에 실린 아파트에 관한 글이 생각난다. 우리나라에 처음 아파트라는 것이 도입되던 당시 어느 작가가 쓴 아파트 생활기로, 아파트란 도저히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어울릴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즉 된장, 김치 등 냄새 많은 우리나라 음식의 특성과 처가와 화장실은 멀수록 좋다는 고정 관념으로 아파트는 도저히 우리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지금 그러한 이야기는 한낱 어느 글쟁이의 우스갯소리에 불과하고, 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화려하게 꽃피워 최근에는 한국형 아파트가 외국에까지 수출되고 있을 정도다.아파트가 그렇게 좋기만 한가아파트는 참 편리하고 좋기는 하다. 콤팩트(Compact)한 공간 구성과 편리성으로 특히 주부들에게는 그만이다. 또한 도둑에 대한 염려도 적고 특별히 관리할 필요도 없다. 또 현관문만 닫아 놓으면 한 가족만의 아늑한 공간으로 이웃을 의식할 필요도 없으니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현대인들에게 이 같이 좋은 공간은 없다.지난 달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그리고 봉정사 등 전통 건축들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당시의 건축을 돌아보는 내내 선조들은 이런 건축에서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지나치게 생활의 편리성과 쾌적함만을 추구하는 고정 관념 탓인지, 이렇게 추운 겨울 자녀 양육, 교육, 교통 문제 등을 생각해 보면서 어떻게 그런 곳에 그렇게 훌륭한 건축을 하며 살았을까 의아하기까지 하였다.진정한 건축은 약간의 불편함 가운데 느껴지는 만족이라는 말이 있다. 약간 부족하고 불편한 것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좋고 더 인간적이다. 지나치게 더운 것보다는 약간은 싸늘하고, 리모콘 등으로 가만히 앉아 모든 일을 하기보다는 직접 몸을 움직이게 하고, 손수 가꾸는 가운데 즐거움을 주는 건축이 더 좋다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크게 움직일 필요도 없고 더욱이 고치거나 가꾸기보다는 콤팩트한 공간에서 편안한 생활만을 추구하며 살아가기를 원한다. 그러니 이러한 현대인의 특성에 아파트는 제격이 아닐 수 없다.사람이 산다는 것사람이 산다는 것은 각자 취향이나 추구하는 바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나치게 편리한 것보다 인간적이고 취미 생활 등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더 살맛 나지 않을까?살기 좋은 집이란 편한 것도 좋지만, 우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는 집일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며 살아가기보다는 가족 특히 자녀들을 위하여 자신의 생활은 거의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다.물론 가족도 중요하고 우리들의 자녀는 정말 중요하고 귀하다. 특히 요즘 사람들의 자녀 교육에 대한 열성은 가정을 빠개기까지 하면서 기러기아빠를 양산할 정도니 실로 놀라울 정도다. 그러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먼저 가족의 승낙이 필수 조건이고 무엇보다 자녀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다. 이런 면에서도 아파트는 대부분의 주부들이 좋아하고 아이들 교육을 위한 학원 등이 아파트 단지 주위에 몰려 있어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 대부분이 언젠가는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어하면서도 실제로는 가족과 아이들 때문에 답답한 아파트에서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어린 시절 단독주택에 살면서 강아지며 토끼, 병아리를 기르던 추억을 그리워만 할 뿐 그런 생활을 한다는 것은 아예 상상도 못한다. 마당에는 철봉과 역기가 있어 운동도 했다. 텃밭에는 계절 따라 온갖 꽃을 볼 수 있었으며 상치나 고추 등을 길러 마당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저런 사정으로 그렇게도 하고 싶은 취미나 문화생활은 꿈도 못 꾼 채로 살아가는 것이다.이해할 수 없는 요즘 사람들이 외에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엄청나게 값비싼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다. 아파트 값에 거품이 많다고 하지만 어떻든 60, 70평형 아파트 값이 수십 억을 호가한다. 차라리 그런 가격이라면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몇 채나 더 짓고 사는 게 낫지 않을까?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그 복잡하고 답답하기 그지없는 아파트에서 멋없이(?)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는 그런 곳에 살아야 수준 높은 사람이라고 인식하니 도대체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어떤 사람들은 혼기가 찬 자식이 있는 경우 좋은 혼처를 구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곳으로 이사를 간다니 정말 요즘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하긴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대붕(大鵬)의 뜻을 모르는 나 같은 사람보고 한심하다고 하겠지?그런 아파트를 장만하는 방법을 보면 건축을 하는 사람으로서 요즘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는다. 아파트는 주로 분양을 받거나 아니면 남이 살던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수천만 원에서부터 수십 억에 이르는 엄청난 값을 주고 사면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에 별로 불만이 없다. 그러한 값과는 비교도 안 되는 옷이나 가구 등을 살 때 얼마나 꼼꼼히 살피고 비교해서 구입하는가? 입어 보고 살펴보고 색깔과 디자인 등을 위해 여러 매장을 둘러본 다음에 옷이나 가구 등을 고른다. 거기다 몸에 맞지 않는 곳이 있으면 수리를 해 달라고 요구할 뿐 아니라 흠이 있으면 아예 바꾸어 달라고 아우성까지 친다.그런데 왜, 그런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나게 비싼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건설회사에서 자기네 편리한 대로 일방적으로 지어 놓은 아파트를 그냥 사는가? 그 집은 자신의 취향이나 특성 그리고 가족 구성 등을 위하여 지은 것이 아닌데도 분양을 받은 아파트가 자신에게 꼭 맞는 것처럼 꿰맞추어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공간에서 자신들에게 잘 맞지 않아 복잡하게 살면서도 다 그런 거지 하며 거기에 맞추며 살아간다. 그것도 엄청난 분양가에 프리미엄까지 얹어 주면서…….아파트뿐 아니라 주택을 구입할 때도 그렇다. 소위 집장사나 다른 사람이 지은 주택은 자신의 특성이나 취향과 맞을 리 없다. 그런데 그러한 구조에 자신을 적당히 맞추어 살아가고, 자신이 짓는 것보다 웃돈이 더 붙어 있는 가격을 주고 산다. 그런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축이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아예 돈을 더 주더라도 지어 놓은 집을 사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한다.오랫동안 건축을 하면서 느낀 요즘 사람들의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들이다.내게 맞는 집을 지어 살아보자왜 그럴까?옷이야 값도 그렇고 또 여러 벌이 있으니까 쉽게 생각해도 되지만, 집이란 하루 이틀 사는 것도 아니고 온 가족의 휴식공간이자 안식처인데…….이제 어느 정도 조건-자녀 문제나 가족의 이해-이 준비된 사람들은 자신에게 꼭 맞지도 않아 답답하고 꽉 막힌 콘크리트 상자 같은 아파트를 떠나 자신의 특성과 취향에 맞는 집을 짓고 살아 보자. 특히 이제 어느 정도 자녀 문제가 해결된 사람이라면 이제는 '나'도 중요하지 않은가? 늙고 병들기 전에 제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을 때 남은 여생을 사는 것처럼 살아 보자.그래서 자신과 가족의 특성이나 취향에 맞는 자신의 집을 지어 보자.건축은 생각처럼 그렇게 어렵고 복잡하지 않다. 우리가 그 동안 살아오고 지내 온 집, 사무실, 학교, 병원 등이 바로 건축이다. 더욱이 주택은 공장이나 특수건물처럼 그 기능이 복잡하지 않고, 우리가 그 동안 살아온 공간이다.주택은 건축 전문가보다 오히려 주부나 일반인들의 아이디어가 더 좋을 때가 있다. 건축 전문가는 기술적이고 건축법적인 고정 관념과 생각에 빠져 다양한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그런 것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기발하고 특이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기도 한다. 이는 실제로 내 집을 짓는 동안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느낀 것인데 전문가가 아닌 생각과 아이디어를 건축 전문가가 기술적, 법적으로 조정해 주면 된다. 우리 주위에는 많은 건축 전문가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렵지 않게 내 집을 지을 수 있다.그래서 많은 사람의 소원인 내게 맞는 집을 지어 거기서 꽃도 가꾸고, 강아지도 길러 보고, 연못도 만들고, 병아리도 까 보고, 대추나 감 등 열매도 따고, 텃밭에 상치나 고추를 심어 보고, 새나 토끼랑 같이 살아 보자. 그리고 온 가족이 일찍 일어나 마당에 나와 운동도 하고 마을 이곳저곳을 산책도 해 보며 아기자기한 삶을 살아 보자. 또 마당의 잔디가 계절 따라 변하는 모습과 이런 추운 겨울에는 고향 집 싸리울 같은 곳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행복한 삶을 살아 보자.이렇게 살아가는 데에는 그렇게 많은 돈과 노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서울이나 도시 근교에는 도시형 전원주택을 지을 만한 곳이 얼마든지 있고, 이런 곳에 집을 짓는 비용은 웬만한 아파트 값 정도면 가능하다. 또 직접 집을 가꾸고 다듬는 일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 그 자체가 즐거움이다.바로 이런 집을 가족의 특성과 취향에 맞게 직접 구상하고 지어 보자!그래서 그 동안 꿈꾸어 온 모든 것을 즐기면서 살맛 나는 나만의 삶을 살아 보자!田글 김인환<건축사, TAS건축사사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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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에세이] 집에 대한 생각-내게 맞는 집을 지어 살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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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산책] 한방과 돈 안 드는 건강법 (4) 반신욕(半身浴)
-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던 반신욕의 열풍이 요즘은 다소 시들해진 느낌이다. 일각에서는 반신욕이 오히려 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필자는 반신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좋은 건강법이라고 확신한다. 물론 각자의 체질과 건강 상태에 맞게 적절하게 시행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말이다. 이번 호에는 반신욕에 대해 소개한다. 한방에서 보는 바른 건강의 요체는 ‘원활한 기혈의 흐름’으로 집약된다. 기와 혈은 서로 밀고 당기며 인체 구석구석을 돌면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여 세포로부터 모든 조직과 기관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 생명적 활성을 부여한다. 그런 기혈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거나 막히면 인체의 생명력은 저하되고 종국에는 병적 상태에 접어든다. 기혈(氣穴)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예컨대 교통사고나 낙상으로 인해 어혈이 발생하면 기혈의 흐름이 둔화된다. 심한 스트레스나 지나친 흡연 역시 말초혈관을 좁혀 기혈의 흐름을 둔화시킨다. 과식도 혈류(血流)의 흐름을 위(胃)에 집중시킴으로써 기혈의 흐름을 왜곡시키는 요인이다. 이 외에 일반적인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이 냉기(인체 내의 한열 기운의 교류의 부재 상태)다. 단순히 몸이 차다(국부적, 전신적)는 의미를 넘어 신체의 부분 간의 열기의 차이, 혹 분포의 왜곡 상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예컨대 두한족열(頭寒足熱)은 한방에서 말하는 바른 건강의 기본이 되는 한-열 분포다. 위쪽이 차갑고 아래가 뜨거우면 차가운 것(음의 기운)은 하강하려 하고, 뜨거운 것(양의 기운)은 상향하려고 함으로써 기(氣)의 상하 교류가 가능해진다. 그런데 만약 이와 반대되는 상황, 즉 두열족한(頭熱足寒)의 상황이 되면 어찌될까. 상부의 열기는 더욱 위로 치오르려 하고, 하부의 냉기는 아래로 밀려 내려가려고 하기 때문에 신체의 한열전선은 순환·대류가 불가한 대치 상황에 빠진다. 결국 이 같은 기의 대치 현상은 혈류의 저체로 이어지는 것이다. 기혈의 흐름을 풀어주는 ‘반신욕’ 냉기는 이처럼 한열 간의 차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만약 아래쪽이 덥더라도, 위쪽이 더 덥다면 상하 간의 (열)기의 흐름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도 일종의 냉기 상태로 볼 수 있다. 오늘날 많은 건물에서 온풍기를 사용하는데, 그 결과 공간의 위쪽은 덥고 아래쪽은 상대적으로 차가워짐으로써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신체적 한열 구조는 상열하냉(上熱下冷)의 상태로 변한다. 또 체내는 냉하고, 체표는 뜨거운 구조도 냉기 상태로 인식된다. 지금은 냉장고가 없는 집이 없을 정도로 보편화됐는데, 여기에 저장된 찬 음식물이나 냉수를 상복(常服)하면 인체 내부는 냉해지고, 체표는 상대적으로 뜨거워진다. 차가운 음의 기운은 안에서 응축되어 밖으로 뻗어 나오려 하지 않고, 더운 양의 기운은 밖으로 향하기만 할 뿐 안으로 내려가지 않아 기의 교류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 역시 냉기 상태로 인식된다. 냉장된 음식이 아니더라도 음양체질식을 잘못해도 이와 유사한 결과가 빚어진다. 음체질의 사람이 음기운(냉한기운)이 많은 음식을 상복하거나, 역으로 양체질의 사람이 양기운(더운기운)의 식품을 많이 먹을 때 체내에 한열의 편중이 발생해 냉기 상태가 조성되는 것이다. 이처럼 냉기는 기혈 흐름을 왜곡시켜 결과적으로 혈어(血瘀)의 상태를 유발하고, 또 담음(痰飮)과 수독(水毒)이라는 병리적 물질을 생산해 인체를 병적 상황에 빠뜨린다. 이것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는 역으로 기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면 된다. 본지를 통해 소개했던 여러 돈 안 드는 건강법들(웃음, 걷기, 발목펌프운동)은 그런 의미에서 아주 좋은 운동법이라 할 수 있다. 반신욕 또한 이들과 유사한 원리에 의해 교착된(저체된) 기혈의 흐름을 풀어주는 좋은 운동법이다. 체질에 따른 반신욕 방법 반신욕은 섭씨 37∼39도 정도 되는 온수를 명치 아래까지 오게 한 상태로 대략 20∼30분 정도 입수(入水)해 있으면 된다. 이때 손은 나뭇가지처럼 상체에 속한 부분으로 보고 입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반신욕이 끝나면 욕조에서 나와 땀을 잘 닦은 후 하반신의 보온에 신경을 써서 옷을 입고(양말도 잘 챙겨 신고) 특히 열린 모공으로 냉기가 침입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반신욕을 통해 많은 땀을 흘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섭씨 40도 이상의 고온에 입수하는 것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고온의 물에 들어가 있으면 체표에는 외열에 대한 방어막(Barrier)이 생겨 표피는 뜨거우면서, 그 안은 상대적으로 차가운, 즉 냉기 상태가 조성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과다한 발한 역시 주의를 요한다. 예컨대 소음인성 체질자들은 지나치게 땀을 흘리면 기력 손실이 심해지면서 몸에 무리가 온다. 또 일반적으로 땀을 많이 흘린 후 적정한 수분 보충을 하지 않으면 어떤 체질자들이든 혈액이 걸쭉해지는 혈어의 상태가 유발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반신욕은 막히거나 저체된 기혈의 흐름을 촉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지 발한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과다한 발한은 한두 번 정도는 괜찮겠지만 거듭되면 신체에 무리가 올 수 있다. 반신욕은 대개 20∼30분 정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시간(발한의 양)과 스스로 자신의 상태(신체적 쾌적도)를 살펴가며 정하는 게 좋다. 평소 땀을 좀 많이 흘려도 무리가 없는 사람은 입수 시간을 늘려 충분히 땀을 내는 것도 좋지만, 쉽게 기력 저하를 느끼는 사람은 입수시간을 줄이는 것이 좋다. 또 한 번에 20∼30분을 계속하기보다 가끔씩 욕조 밖에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방법을 택해도 된다. 반신욕의 횟수는 무리가 없으면 매일 해도 되지만 체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이틀에 한번 혹은 일주에 두세 번 정도가 적당하다. 반신욕 후에는 땀으로 인한 체액 손실이 일어나므로 이를 보충하기 위해 입수 전후에 녹차나 생수에 적정량의 죽염 혹은 이에 준하는 각종 미네랄이 살아 있는 양질의 소금을 탄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다. 목욕 전에 마시면 발한에도 도움이 된다. 이때 물은 냉수보다는 미지근한 온수로 또는 음양탕(끓는 물과 동량의 냉수를 섞어 물)으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田 글 명성환<오래된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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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산책] 한방과 돈 안 드는 건강법 (4) 반신욕(半身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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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 대설주의보 내린 날의 대모험
- "서울도 눈 왔어? 여기는 밤새 눈이 내렸어. 오늘도 대설주의보가 내려졌으니까 좀 서둘러서 내려와야 미끄럽지 않을 거야. 눈이 내릴 때 들어오게 되면 고생할 테니 일찍 내려와.” 거의 1년 만에 집을 떠나서 서울 나들이 중이었다. 밤새 동생들과 수다를 떨다가 새벽녘에서야 잠이 들었는데 남편은 이른 아침부터 이런 전화로 빨리 내려올 것을 종용하고 있었다. 단 하루 동안의 아내의 빈자리가 서운해서가 아니라 불편해서 빠른 시간 안에 나를 불러 내리려는 남편의 속마음이 훤하게 보이는 전화였다. “일찍 못 내려가. 오랜만에 올라왔는데 동대문시장도 한번 둘러보고, 친구들도 만나 봐야지.” 남편의 전화를 이렇게 끊고는 아파트 숲이 끝없이 펼쳐진 창밖을 내다보니 서울 하늘은 그저 맑기만 할 뿐 눈이 내릴 어떤 징후조차 없었다. 동생이 일터로 가는 시간까지 백화점을 돌아다니면서 크리스마스 때 아이들에게 줄 선물도 사고 시골살이를 하느라 뒤떨어진 패션 감각도 살리기 위해 열심히 아이 쇼핑도 했다. 점심을 먹고 나자, 동생들도 각자 일터로 갈 시간이라 어쩔 수 없이 쇼핑을 더하고 싶은 욕망을 누르고 시골행 버스를 타야 했다.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지난 밤 못 잔 잠이 스르르 밀려오기 시작했다. 눈을 떠보니 버스는 공주 근방이었는데 창밖에는 회색 빛 하늘이 내려와 눈발이 벚꽃처럼 분분하게 날리고 있었다. 부여에 가까워질수록 그 눈발이 더 거칠고 굵게 날리는 것이 터미널 근처에 세워 두고 온 차를 끌고 두 고개를 넘어서 집까지 무사히 들어갈 일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밤새 세워 둔 차에는 한 뼘 가까이 눈이 쌓여 있었고 앞 유리는 눈이 딱딱하게 얼어붙어서 와이퍼도 작동하지 않았다. 서울에는 한 송이도 내리지 않았던 눈이 부여에는 그렇게 쌓였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벌써 날이 저물어 어두운데 눈보라치는 길을 운전해서 집까지 가는 일이 까마득해지기 시작했다. 더구나 집까지 가는 길목에는 눈만 오면 빙판길이 되는 고개가 두개나 버티고 있었다. 그 중 한 고개를 피해 가기 위해서는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해야 했다. 읍내를 벗어날 때까지는 차량들도 서로 서행을 했고 눈도 쌓이지 않아서 그런대로 운전을 할 만했지만 외곽도로에 접어들자 눈발이 더 심해져서 시야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그러다 보니 길을 잘못 들어서 그 와중에도 차를 되돌리는 일까지 생겼다. 평소에 항상 다니던 길에서 그런 실수를 하게 된 것은 순전히 눈 때문이었다. 차를 돌려서 눈 속에서 다시 집으로 가는 대장정에 올랐을 무렵이었다. 견인차 한 대가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내 차를 앞서서 달려 나갔다. 어딘가에서 눈길 교통사고가 난 모양이었다. 갑자기 사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팔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것이었다. “어디쯤이야?” 남편의 전화였다. “눈 때문에 도저히 못 갈 것 같아. 근처 찜질방에서 자고 눈 걷히면 내일 들어 갈까봐.” “스노우 타이어로 갈아 놨으니까 그냥 살살 와. 괜찮을 거야.” 남편이 그 상황이라면 나는 아예 운전해서 집에 들어올 생각도 말고 적당한 곳에서 눈을 피한 다음에 들어오라고 했을 텐데 남편에게 그런 아량은 기대할 수가 없었다. “이 눈 속에 백중재를 넘어 갈 수 있을까?” 백중재는 우리 동네로 들어가는 관문에 해당하는 고개의 이름으로 백 명의 사람이 무리를 지어서 넘어가야 산적과 호랑이의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이름처럼 높고 험한 고개였다. “낮에 다 녹았던 길이라서 그렇게 미끄럽지는 않다니까.” 비록 눈보라가 치는 길이라고 할지라도 전진밖에는 길이 없는 상황이었다. 창밖은 어디쯤 왔는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여전히 일기가 나빴다. 갑자기 바퀴가 내가 핸들을 잡고 있는 방향이 아닌 반대로 움직이더니 차가 기우뚱거리며 중심을 잃었다. 핸들을 바로 잡으며 중심을 바로 잡으려 애쓰는 순간 차 뒤 범퍼에서 둔탁한 충돌의 느낌이 왔다. 뒤 따르던 차가 같이 미끄러지면서 내 차를 받은 것 같았다. 못내 두려워하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간신히 차를 바로 잡아서 갓길에 세워놓고 내려서 보니, 뒤 차 운전자도 내려서 연신 미안해하며 내 차의 범퍼를 살피고 있었다. 뒤 차 역시 느린 속도로 왔기 때문인지 충격의 강도가 그리 크지 않아서 다행히 내 차는 별다른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시동도 여전히 걸려 있고 트렁크도 잘 열렸다. 그 와중에도 눈발이 얼마나 날리는지 추돌을 한 운전자의 얼굴은커녕 차의 번호판도 식별이 되지 않았다. 그럴 때는 피해 차가 먼저 사고 차를 안심시켜서 어서 빨리 갈 길을 가게 해주는 것이 도리였다. 고맙고 미안하다는 뒤 차 운전자의 인사를 귓등으로 들으며 다시 차에 올랐다. 얼마쯤 거북이걸음으로 달리고 있을 때 이번에는 차들이 도로에서 꼼짝달싹도 하지 않고 멈춰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정말로 사고가 난 모양이었다. 줄지어 서 있는 차량의 앞머리에는 아까 지나갔던 견인차가 있었고 경찰차의 경광등이 어둠 속에서 깜박이는 것이 진짜 사고였다. 30분 정도 지나자 사고가 수습되고 부서진 승합차 한 대가 견인차에 끌려나갔는데도 밀린 차들이 움직이질 않았다. 가만히 보니 운전자들이 내려서 바퀴에 체인을 감고 있는 것이었다. 내 차에는 체인도 없을뿐더러 체인이 있어도 감을 줄도 몰랐다. 운전 경력이 10년이 넘었지만 스노우 체인은 한번도 써 본 적이 없었다. 눈 길 위의 운전자들이 체인을 감는 것을 막막하게 바라보며 다시 눈길에 오르자 눈 앞에 거대한 눈 언덕이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차들에 의해 매끌매끌하게 다져진 내리막길을 안고 있는 오르막의 한 가운데에 이른 것이었다. 평소에 항상 다니던 길에는 분명코 없던 언덕이었다. 차를 세우고 내려서 살펴보니 평소에는 언덕이라고 여기지도 않았던 길이 눈이 쌓이자 한계령만큼이나 미끄럽고 위험하게 변신을 한 것이었다. 그 내리막길을 무사히 내려갈 수 있을지 가늠을 하기 위해 살펴보는 사이에 한 경찰관이 호각을 불며 나타나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제서야 돌아보니 내 차 뒤에는 차량들이 줄줄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브레이크는 밟지 마시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반쯤 올리시고 천천히 내려가세요. 천천히……” 경찰관은 상냥하고 친절하게 운전 요령을 숙지시켜 주었다. 평소에는 20여 분밖에 걸리지 않던 길에서 손에 땀을 쥐고 가는 모험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길을 잘못 찾아들고 접촉 사고를 당하고 작은 오르막길이 한계령 고개가 되는 판타지 영화 같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집으로 가는 길은 겨우 반을 지났을 뿐이었다. 더구나 이제는 차량 통행도 뜸한 산길을 헤치고 가는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까 경찰관이 숙지시켜 준 눈길 운전 요령을 마음속으로 되새기며 하얀 눈만 보이는 산길을 혼자 밟아 가는 길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공포였다. 사고에 대한 두려움보다 하얀 길이 벌떡 일어나 내가 운전하는 차를 덮칠 것 같은 눈 쌓인 밤길을 헤치며 드디어 집에 도착하자 에베레스트 산맥을 정복한 것 같은 희열이 뜨듯하게 밀려왔다. 마을 입구까지 나와서 내 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남편의 모습이 그 날처럼 반가운 날은 결혼 이후 처음이었다. 대설주의보가 내린 날, 외출했다가 집으로 가는 우여곡절을 겪었던 일은 평생 못 잊을 기억이 될 것이다.田 글 오수향(ocho2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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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 대설주의보 내린 날의 대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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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에서 만난 사람] 도시탈출 전원생활일기, 작가 박명운
-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도시가 너무 오염되어서 공기 좋은 시골로 이사 간단다. 뜨아아∼. 난 시골보다 도시에서 사는 게 좋은데. 아빠는 우리 가족을 위해 시골로 이사 가는 거라는데 이해가 안 된다. 우리가 싫어하는 것을 우리를 위해서 한다니.” -《도시 탈출 전원생활일기》 중에서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수입1리 청송전원마을에서 어머니 최계순 씨와 부인 신정애 씨 그리고 지우·지성 군과 함께 전원생활 재미에 푹 빠져 지내는 박명운 작가. 나비도 살기 힘든 도시를 떠나 전원으로 가겠다고 하자, 아이들은 가출을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랬던 아이들이 전원생활 재미에 푹 빠져 사느라, 이제는 삭막한 도시의 울타리 안으로는 한 발짝도 들여놓지 않겠다고 한다. 전원생활을 하며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아이들의 눈높이로 생생히 전하는 《도시 탈출 전원생활일기》를 펴낸 박명운 작가와 그 가족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자. 서울의 한 복판을 통과하기가 힘들지, 태릉-포천 간 47번 국도에 오르면 언제 그랬냐 싶게 뻥 뚫린다. 외려 과속 단속 무인 카메라며 빨간 신호등에 잔뜩 신경을 쓸 판이다. 포천시 일동면 수입1리에 다다라 좁다란 길로 접어들자 마을이 이어지고 끊어지곤 하더니 산기슭에 아담한 전원주택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청송전원마을로, 그 이름에 걸맞게 단지를 에워싼 소나무 숲에서는 이 계절에도 푸른 기운을 내뿜고 있다. 소나무 숲과 맞닿은 단지 끝머리에 찬찬하게 앉혀진 연면적 53평 복층 경량 목조주택, 박명운(44) 작가 가족의 보금자리다. 찾아가겠다는 기별을 넣긴 했지만, 맑고 푸른 하늘 아래서 도란도란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박명운 작가와 지우·지성 군, 채마밭에서 고구마를 캐느라 여념이 없는 어머니 최계순 씨와 부인 신정애 씨를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전원에서 오롯하게 누리는 흥을 깨지나 않았나 하고……. 수인사를 나누기 무섭게 그간의 전원생활을 묻자, 누구랄 것 없이 갈바람에 밤이며 도토리 알맹이 떨어지듯 신명에 찬 영웅담(?)을 늘어놓는다. 흥을 다시 돋운 것 같아 조금 전까지의 멍에를 벗어 던진 듯했다. 공해에 찌들고, 메마른 도시 탈출 대개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이고 보면, 전원으로 가고픈 마음이야 굴뚝같아도 아이들 교육 문제 때문에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더욱이 박명운 씨 가족은 지성 군이 중학교 2학년, 지우 군이 초등학교 5학년 때에 이주했으니, 그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법하다. “부평의 아파트에서 살던 6년 전, 모 방송의 환경 다큐 프로그램을 보고 충격을 받았지요. 환경의 변화를 알려 주는 지표종인 나비가 살지 못하는 곳에서는 사람도 살 수 없다는 내용에… 또한 도시에서의 삶은 정서가 메마르다 보니 삭막하잖아요. 컴퓨터 게임에 중독되고, 또 어젠 뉴스에 동급생끼리 만화책을 보다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나오더군요. 더 이상 도시가 아이들의 고향이 되도록 놔두지 않겠다 결심하고 전원행을 계획했지요.” 도시 탈출, 전원행을 외쳤지만, 박명운 작가 앞에는 입지 선정이라는 벽이 떡 버텼다. 더욱이 시골생활 경험이라야 초등학교 1, 2학년 때에 전북 익산시 망성면에서 산 기억이 전부라 두려움도 앞섰다. 그러한 이유로 입지 선정에서부터 부지 매입, 토지 전용, 설계·시공업체 선정, 건축, 입주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 중 몸통을 싹둑 잘라 내고는 수도권 전원주택단지에 지은 목조주택을 찾아다녔다. “한 3년간 수도권에서 전원주택지로 이름났다는 곳을 드라이브 삼아 다녔지요. 그런데 집이 맘에 들면 아이들 학교와 생활권이 멀고… 그래저래 고민하다가 어렵사리 이곳을 찾았지요. 3분이면 학교와 마트가 들어선 읍 소재지에 닿고, 서울은 1시간 안쪽이면 나가고, 땅값은 양평에 비해 절반이고, 집은 지은 지 2년 밖에 되지 않아 새 집이나 마찬가지였죠.” 박명운 작가는 그렇게 해서 청송전원마을 280평 부지에 53평 복층으로 지은 경량 목조주택을 마련했다. 주택은 필지 분양 시 모델하우스로 지었다가 전세를 놓았던 곳이다. 그런데 막상 전원으로 가기 위해 이삿짐을 싸려고 하자 아이들과 주위의 반응은 냉담했다고. “아이들의 난리가 대단했지요. 아파트 근처에 처제가 살았는데, 이모네 집에서 학교 다닐 테니 우리끼리만 가라고 하더군요. 이유인즉, 시골은 전기와 수도도 안 들어오고, 인터넷도 안 되는 곳으로만 상상한 거지요. 서구식 목조주택인데다 인터넷도 잘 된다면서 앞으로 2년간 살아 보고 그래도 적응을 못하면 다시 되돌아오겠다는 말로 설득했지요. 그러자 장모님이 이상한 눈초리로 보시더군요. 남들은 자식 공부시킨다며 기를 쓰고 강남 8학군으로 옮겨가는 판에 아이들이 공부도 잘하는데, 왜 시골로 들어가냐는 거였지요. 그랬던 아이들이 지금 도시로는 한 발짝도 못 가겠다는 거예요. 장모님이요. 우리 집에 들르신 그 이듬해 양평의 통나무집으로 이주하셨지요.” 해맑은 전원 속의 아이들 지우·지성 군은 당초 우려와는 달리 이주하자마자 쉽게 적응했다. 컴퓨터 게임에 푹 빠져 지냈던 도시와는 달리, 전원에서는 마냥 신기해하며 다람쥐며 두꺼비, 매미, 동자개 등을 잡느라 여념이 없었다. 오히려 박명운 작가가 적응이 더뎠다고. “낮과 밤의 구분이 없는 도시에서만 쭉 살아서 그런지 그곳과 이곳은 환경이 180도 다르지요. 가로등 없는 캄캄한 밤길을 걸을 때는 버려졌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그러한 고립감은 석 달을 가더군요. 그 후부터는 왜, 진작 안 왔나 싶은 생각으로 바뀌었지요. 반딧불과 담뱃불도 구분하면서… 산자락이라 어둠이 빨리 깃드는데, 처음에는 반딧불을 보고 누가 담배를 피우면서 걸어오나 착각했거든요.” 박명운 작가는 전원으로 이주한 후 서툰 솜씨지만 덱을 넓히고, 울타리를 치고, 정원에 잔디를 심고, 거실에 벽난로를 놓았다. 요즘은 작품 활동 틈틈이 돌쇠처럼 겨울을 나기 위한 벽난로에 장작을 패고 있다. 도시의 아파트에 살 때는 작품에 몰두하느라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고. 그러면 전원에서의 작품 활동은 어떨까? “남들은 작품이 잘 된다고 하는데… 글쎄요. 왜, 이외수 씨가 머리를 안 감기로 유명하잖아요. 그 시간도 아끼어 작품에 더 몰두하는 거지요. 도시와 달리 이곳에서는 좋으나 싫으나 몸을 움직여야 하지요. 목조주택은 가만 놔두면 꼴이 우스워지거든요. 좋은 게 있다면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는 거지요. 도시에서는 스트레스를 풀 때가 딱히 없거든요. 이곳에서는 커피 한 잔 들고 밖으로 나가 먼 산이나 파란 하늘, 들꽃을 바라보면 창작의 고통은 한순간에 다 날아가지요.” 작가의 신작 《도시 탈출 전원생활일기》는 집 가꾸기를 비롯하여 아이들의 학교 생활, 장터 풍경, 말벌 소동… 등 가족이 전원에서 철따라 겪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현대 시골에서 살아가는 가족사에다 만화적 재미를 더했다고나 할까.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작품으로 아이들이 나중에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또래 아이들이 현대 시골을 간접 체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박명운 작가는 이 작품이 나오는 동안 출판사를 한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 자연을 벗삼아 작품을 구상하고, 인터넷으로 작가로서 담당할 출판 과정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그 일부를 들여다보자. 할머니께서 된장과 간장을 손수 만들어 드신다며 콩 농사짓는 주민에게서 메주콩을 사오셨다. 옛날에는 해마다 된장, 간장을 담가 드셨다면서 이젠 시골로 이사를 왔으니 직접 메주를 만드신단다. 그런데 웬일인가? 할머니가 띄운 메주에 할아버지 수염이 자라는 게 아닌가? … 길게 자란 털은 곰팡이의 꽃이었다. 할머니는 털이 나는 대로 뽑아 가면서 간장, 된장을 만드셨고, 할아버지 메주로 만든 우리 집 간장, 된장은 우리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장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다.” 전원생활이 점점 더 즐거워진다는 지우·지성 군. 박명운 작가와 함께 만든 덱의 귀퉁이에는 할아버지 메주로 만든 장이 구수하게 익어 가고 있다. 텃밭에서 고구마를 캐는 할머니와 어머니 곁으로 다가가서는 꼼지락거리는 무엇인가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는 연신 쳐다본다. 도시 아이들이라면 징그러워서 근처에도 가지 않을 법한데 곤충박사처럼 무슨 애벌레일까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한다. 자연 속에서 더불어 사는 법을 터득한 탓일까. “생각해 보면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놀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삭막한 도시의 환경 오염 속에서 학교와 학원 공부에 지친 몸으로 컴퓨터 게임을 유일한 낙으로 삼는 아이들을 볼 때면 미안한 마음까지 들기도 했지요. 전원으로 이주한 지금은 우리 아이들이 자연과 어울려 다양한 경험을 쌓는 모습을 보면서 좀더 일찍 전원생활을 시작할 걸 하는 후회도 들지요.” 박명운 작가는 3년여 전원생활을 한 이제는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서 살고 싶다고 한다. 개발하지 않은 땅을 넉넉히 사서 집도 짓고, 밭도 일구고, 송아지도 키우면서……. “도시는 땅값이 비싸서 그런지 280평 부지를 마련하니까 처음에는 마치 공설운동장을 소유한 기분이 들었지요. 그런데 한 1년 살아 보니까, 땅이 너무 작아 아무 것도 못하겠더군요.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 기숙사나 하숙생활을 하면 더 깊이 들어갈 거예요. 그땐 직접 땅을 개발해 집도 지을 거고요.” 박명운 작가는 말을 끝내기 무섭게 웃음을 짓는다. 불안감으로 시작한 전원생활에 어느새 자신감이 생겨 저만치 앞서 가 있는 자신을 발견했음이다. 공기 맑고 물 좋은 전원에서 예쁜 것들만 보아서일까. 박명운 씨 가족에게서 건강하고 해맑은 웃음을 엿보았다.田 글 윤홍로 기자 / 사진 조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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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에서 만난 사람] 도시탈출 전원생활일기, 작가 박명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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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 내 남편은 한때 ''별밤 DJ'' 였다
- 서른일곱, 서른한 살의 노총각 노처녀로 열 번도 못 만나고 두 달 만에 결혼한 우리 부부는 알콩달콩 사랑을 키울 만한 시간이 없었다. 그 흔한 티격태격 사랑싸움 한 번 못해 보고 많은 나이 탓에 어른들의 성화에 밀려서 서둘러 날짜를 잡았던 커플이다. 거기에 둘 다 성격마저 무덤덤한 편이라서 남들이 깨가 쏟아진다는 신혼마저 가을날처럼 따뜻하고 아늑하기만 했을 뿐 잔재미 없는 신혼생활이 지루하기만 했었다. 그런 분위기를 내가 먼저 바꿔 보고 싶어서 남편의 퇴근시간에 맞춰 베란다 테이블에 포도주와 멋진 양초를 장식하고 감미로운 팝 음악 CD를 골라 놓았다. 그때까지와는 다른 분위기를 잡을 참이었다. 드디어 퇴근을 한 남편과 저녁을 먹고 베란다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미리 골라 놓은 음악 CD가 돌아가고 포도주도 잔에 채워지고 촛불이 켜졌다. 창밖에는 휘황한 도시의 야경이 우리의 분위기 있는 밤을 돋보이게 해주었다. “어떻게 오리지널이 한 곡도 없어? 전부 다른 가수가 부른 복사판이잖아. 차라리 저런 음악은 안 듣는 게 좋아.” 갑자기 벌떡 일어난 남편은 오디오에서 CD를 빼내더니 쓰레기통에 가져다 버리는 것이었다. “다른 가수가 불렀으면 어때? 어차피 분위기도 비슷해서 잘 모르겠는데… 그렇다고 CD를 그렇게 버리는 게 어딨어?” “뭐라구? 어떻게 비지스(Bee Gees)의 ‘Be who you are’를 저렇게 부를 수가 있냐고? 그건 비지스에 대한 모독이라고.” 남편은 나를 팝에 대한 문외한 취급을 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내었다. “단지 원곡이 아니라고 CD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당신이야말로 비지스를 모독하는 거야?” 사실 그 CD는 월간 잡지를 살 때 부록으로 딸려 온 것이었으니 정품이 아닌 것은 사실이었다. 나한테는 오리지널 곡들이 아닌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내 정서에 맞는 음악’이 중요한 것이었다. 아마도 당시에 그 월간지를 샀던 것도 부록이었던 그 CD에 있는 곡들이 내가 좋아하는 테마를 가진 음악들로 선곡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리바이벌을 하려면 정식으로 해서 원곡과는 다른 느낌이 있던가, 모창을 하려거든 분위기가 비슷하던가, 저런 음악은 ‘고속도로 뽕짝 메들리’만도 못하다고.” “그냥 음악만 들어도 좋은 거지. 전문 지식까지 총동원해서 음악을 감상하면 더 머리가 아프지 않아. 나 같으면 그런 거 외울 시간에 공부를 했겠다.” 나는 남편이 팝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펼치며 신혼 초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으로 오해하고는 결코 지지 않는 입심으로 남편과 열띤 논쟁을 벌였다. 그 논쟁이 밤 깊어 갈수록 언쟁으로 비화되었다가 급기야는 그날 서로 등 돌리고 자는 사태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남편이 팝 음악에 조예가 깊은 DJ 출신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함께 차분하게 음악 감상 한번 못해 보고 만난 지 두 달 만에 졸속 결혼을 했으니 남편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단지 음악을 음악으로 듣는 나와 그 음악에 대한 배경과 가수에 대한 정보, 음악의 경향 등등을 두루 꿰고 있는 디스크자키들과는 당연히 음악을 감상함에 있어서도 ‘다름’이 있음을 신혼이기 때문에 더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었다. 신혼 초의 분위기 있는 밤이 그렇게 깨진 이후, 남편은 절대로 드라마에서 귀에 익숙한 배경 음악이 흐를 때에도 나 보다 먼저 ‘아는 척’을 하지 않는 배려를 해준다. 나 역시 음악에 관한 한 억지 논리로 남편을 이기려고 하기보다는 그 음악의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등, 가수 이름을 모르겠다는 등으로 남편이 나한테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늘어놓을 기회를 주고 참을성 있게 들어주게 되었다. 남편은 대학 시절 내내 공부는 뒤로한 채 음악다방 DJ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시내 유명한 음악 감상실의 DJ로 소녀 팬 깨나 끌고 다녔던 모양이었다. “우리 한참 학교 다닐 때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라디오 음악 프로를 당신도 알까?” “어머, 나 중·고등학교 다닐 때 그 프로 들으면서 공부했고 엽서도 많이 보냈는데 그 걸 모를까봐.” “그래? 내가 그 프로의 객원 DJ였잖아.” “정말!” “수요일마다 아마추어 DJ 클럽에서 음악을 선곡해서 틀어주는 코너가 있었어. 내가 그 DJ였잖아.” “어쩐지, 그래서 ‘아마추어 DJ클럽’이 전혀 낯설은 명칭은 아니더라. 나도 그 프로를 들으면서 사춘기를 보낸 셈인데, 어쩌면 당신이 내가 보낸 엽서를 읽어 줬을지도 모르겠다. 그 당시에 우리가 만났더라면 당신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을 거야, 그치?” “……” 후환이 두려웠는지 남편은 내 억지 소리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조용히 웃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남편은 목소리만으로도 가슴이 저렸던 소녀들의 우상이었던 ‘음악다방 DJ 오빠’같은 모습은 아무리 뜯어봐도 없다. 휘날리고 다녔다던 단발머리는 어느새 다 빠져서 주변머리만 남았고 낭창하던 허리는 군살로도 모자라 둥글게 부풀어 오른 중년이 되어버렸다. 더구나 시골살이를 하게 되면서 음악에 취할 마음의 여유도 없이 살다보니 남편과 DJ는 더 멀어지게 되었다. “당신 DJ에 대한 미련 없어?” “젊은 날 한때 객기였지, 미련은 무슨……” “그럼 ‘아마추어 DJ클럽’ 활동을 하면서 제일 추억에 남는 일화가 있을까?” “당시의 유명한 DJ였던 김광한 씨를 섭외해서 우리 클럽에서 발표회를 한 일이지.” “‘김광한의 팝스 다이얼’이라는 프로의 그 김광한 씨 말이야?” “맞아, 그 김광한.” “그 양반이 진짜 대전까지 내려와서 아마추어 DJ들을 한 수 가르쳤단 말이야. 그것도 당신이 직접 섭외를 해서……!” “못 믿겠어? 어딘가 내 앨범에 그 사진이 있을 텐데.” 정말 남편의 말대로 당대의 유명한 DJ였던 김광한 씨가 있는 사진이 남편의 옛 사진첩에 고이 간직되어 있었다. 함께 살면서 한번도 ‘멋있다’고 여겨 본 적이 없는 남편이 그날은 달리 보였다. “그런데 나한테는 한번도 당신이 멋지게 DJ 멘트를 날리며 음악을 들려준 적 없는 거 알아?” “그랬나? 그럼 우리 집 마당에 낙엽이 떨어질 때쯤에는 음악 좀 한번 골라볼게.” “당신 해마다 목련 꽃 필 때, 은행잎이 물들 때 찾으면서 몇 년이 흘렀는지 알아?” “분위기가 돼야 음악을 틀지. 그러면 당신도 나한테 ‘오빠’하고 환호성을 질러줘야 하는데?” “지금 그 나이에도 소녀들의 ‘DJ 오빠’ 소리가 그리워?” 어느새 우리 집 마당가의 은행나무 너머로 저녁놀이 내려와 있었다.田 글 오수향(ocho2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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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 내 남편은 한때 ''별밤 DJ''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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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산책] 한방과 돈 안 드는 건강법 (3) 발목 펌프 운동법
- ‘발목 펌프 운동’이란 둥글고 긴 기구를 놓고 그 위에 20∼30센티미터 정도 발을 들어올렸다가 힘을 밴 채 ‘툭∼’ 하고 떨어뜨리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기구에 발목이 닿으면, 발목 이하 부위는 기구를 중심으로 두세 차례 상하로 흔들리는데, 이것은 일종의 채찍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채찍을 휘두르다가 손잡이 부분에 스냅을 주어 갑자기 멈추면 채찍의 끝 부분은 강한 탄력을 받아 휘둘러지게 된다. 이와 같이 기구 위로 떨어진 발의 채찍 효과를 통해, 하지 부위에 정체되어 있는 혈액은 위로 강하게 밀려 올라가는데, 이러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순환기계의 흐름은 훨씬 원활진다. 발목 펌프 운동은 맥주병 굵기 정도 되는 둥글고 긴 기구를 바닥에 놓고, 그 위에 양발을 교대로 들었다 떨어뜨리는 것이다. 혈액 순환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창안된 운동법이다. 일견 너무도 단순하여 이게 무슨 운동 효과가 있을까 의아해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를 소개한 책자나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조회해 보면, 발목 펌프운동으로 건강상의 혜택을 많이 보았다는 치험례(治驗例)들을 볼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운동법과 요법(Therapy)들이 있는데, 모두 자기네가 최고인양 말한다. 그 때문에 발목 펌프 운동의 효과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가 이 운동을 소개하는 것은, 그 효과를 직간접적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는 부모님이 먼저 이 운동을 시작하셨다. 이 운동으로 효과를 많이 보고 있다는 말씀에 반신반의하면서 직접 체험해 보기로 했다. 관련 책자를 보면, 이 운동은 특히 순환기 계통에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효과가 좋다고 소개되어 있다. 특히 운동을 시작하면 변비, 무좀, 불면 등과 같은 증상이 우선적으로 호전된다고 한다. 평소 건강에 별 문제가 없던 필자는 이 같은 증상들의 호전을 두루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잠이 깊어졌고 편안해 졌으며, 또 이례적(?)으로 조양(朝陽 : 성적 양기)이 강하게 회복되는 것을 경험했다. 그후 나는 운동 요법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발목 펌프 운동을 시험적으로 소개하기 시작했고, 대부분 좋은 효과를 확인했다. 혈류를 촉진… 순환기계 흐름을 원활하게 발목 펌프 운동은 이나가키 아미사쿠(1939년생) 이라는 일본인이 개발했다. 그는 오랫동안 서식건강법의 실천연구가로 살아왔는데, 어느 날 산에 올랐다가 우연히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이파리를 관찰했다. 그러던 중 뿌리로부터 꼭대기까지 물과 영양분을 끌어 올리는 것이 과연 나무 도관의 힘만으로 가능할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이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던 그는, 바람에 흔들리는 잎과 가지, 줄기의 물리적 작용을 통해 수분과 영양분이 끌려 올라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인간 역시 심장에서 뿜어져 나간 혈액이 동맥과 모세혈관으로 내려갔다가 정맥을 통해 환류해 올라온다는 관점에서 볼 때 나무와 유사하다. 그렇다면 환류해 올라오는 혈액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으면 어찌 될까. 결국 신체 하부에 부종이 생기면서 소위 한방에서 말하는 혈어(血瘀)적인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그것은 또 여러 가지 발병의 원인이 된다. 이때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이파리처럼 신체의 말단 부위를 움직이면 하지로부터 체액의 순환은 원활해지고 노폐물은 쉽게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빠져나가 몸은 깨끗이 정화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발목을 흔들기 위해서 발목 펌프 운동에서는 둥글고 긴 기구를 놓고 그 위에 20∼30센티미터 정도 발을 들어올렸다가 힘을 뺀 채 ‘툭∼’ 하고 떨어뜨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이때 기구에 닿는 발의 부위는 아킬레스건 조금 위쪽(정확히 아킬레스건 부위에 닿게 되면, 아프기도 하거니와 건의 손상이 우려된다)이다. 기구에 발목이 닿으면, 발목 이하 부위는 기구를 중심으로 두세 차례 상하로 흔들린다. 이것은 일종의 채찍 효과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채찍을 휘두르다가 손잡이 부분에 스냅을 주어 갑자기 멈추면 채찍의 끝 부분은 강한 탄력을 받아 휘둘러지게 된다. 이와 같이 기구 위로 떨어진 발의 채찍 효과를 통해, 하지 부위에 정체되어 있는 혈액은 위로 강하게 밀려 올라가게 된다. 인간의 체액 순환 구조는 포유류 중에서도 좀 특수하게 되어 있다. 심장을 포함한 순환계의 밀어내는 동력원에 비해서 심장-발끝의 고저 차가 크고, 또 순환 중에 중력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이런 불리함을 해소하기 위해 정맥에는 혈류의 역행을 막는 판이 존재하고 있다. 또 우리가 걷거나 뛸 때 발이 상호 교대로 움직임으로써 일종의 근펌프 작용이 일어나 혈류를 촉진시킨다. 발바닥의 자극도 혈액의 흐름을 원활케 하는데 일조한다. 고양이나 개와 같은 동물의 발을 보면 안쪽에 육구(도톰한 부분)가 있는데, 이것은 걸을 때마다 일종의 펌프 작용을 하는 곳인 셈이다. 인간도 보행 시 맨살이 지면에 닿는다면, 어느 정도 근펌프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기본적으로 운동량이 부족할 뿐 아니라 항상 딱딱한 구두를 신고 다녀 발바닥의 펌프 작용이 근본적으로 곤란하다. 또 생활방식이 주로 입식 혹은 좌식 위주라 혈액의 흐름이 정체되기 쉽다. 이때 제2의 심장이라고 하는 발을 자주 주물러 주거나, 지금 소개하고 있는 발목 펌프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다면 순환기계의 흐름은 훨씬 원활해진다. 하지 부종이 있는 경우는 삼가야 이 운동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심부전증 등 순환기계통의 이상으로 발작의 위험이 있거나, 하지 부종이 심한 경우는 발목 운동에 앞서 손목 상하 운동(발목 펌프 운동과 같은 이치로, 기구 위에 손목의 안쪽을 놓고, 위로 들었다 떨어뜨리는 동작을 하는 운동법)부터 실시할 것을 권한다. 또 누워 있는 시간이 긴 고령자, 장기 입원자 등도 근펌프 운동을 심하게 할 경우 순환계에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처음에는 무리하지 말고 약하게, 오랜 시간에 걸쳐 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이 운동을 통해 효과를 봤다고 알려진 병증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변비, 거친 피부, 오랜 편두통, 무좀, 발목 건초염, 교통사고로 인한 저림증(어혈성), 심장발작(협심증) 통풍, 시력약화, 흰머리카락, 아토피성 피부염, 탈모, 슬통, 두통, 간경변증, 백내장으로 인한 급속한 시력 저하, 뇌동맥류, 냉증, 디스크, 요각신경통, 소변불리, 전립선비대증, 견비통, 40년 된 팔자걸음, 치질, 불면증, 담들린 허리, 삐끗 허리, 정맥류, 비만 등이다. 田 글 명성환<오래된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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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산책] 한방과 돈 안 드는 건강법 (3) 발목 펌프 운동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