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보기
-
-
자연과 삶의 숨결을 일치시킨 안성 31평 목조주택
-
-
31평 단층 목조주택(2″×6″)으로, 높지 않을뿐더러 단조로운 지붕이며 외벽으로 눈에 띄지 않는다. 전원에서 쉬이 만나는 우아하고 세련된 집이 아닌, 맛과 빛깔로 치자면 담박한 집이다. 이렇듯 땅이 지닌 조건 안에서 자연에 순응하는 집이기에 따듯하고 아늑한 느낌으로 마음에 와 닿는다. 배치를 보면, 북측 진입로 쪽에다 집터를 앉혀서 넓은 마당은 물론 하늘과 맞닿은 들녘을 집 안으로 끌어들였다. 또 건축주의 연령에 맞추어 거실과 덱 그리고 마당 사이의 단을 낮췄다. 건축주는 전원으로 이주하고부터 결혼한 이후 자신만의 시간을 처음으로 즐긴다고.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다가오는 안성시 양성면 노곡리 전원마을. 나지막한 산자락을 배경으로 저 멀리 하늘과 맞닿은 듯한 들녘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살기에 좋고, 살아갈수록 편안해지는 집은 무엇일까? 모름지기 자연과 인간을 친화적으로 맺어주는 집일 것이다.
여기 자연의 숨결을 보듬기라도 하듯 하늘과 땅 사이에 나지막하게 엎드린 채 삶을 평안하게 담아내는 집이 있다. 31평 단층 목조주택(2″×6″)으로, 높지 않을뿐더러 지붕이며 외벽이 단조로워 눈에 띄지 않는다. 전원에서 쉬이 만나는 우아하고 세련된 집이 아닌, 맛과 빛깔로 치자면 담박한 집이다. 이렇듯 땅이 지닌 조건 안에서 자연에 순응하는 집이기에 따듯하고 아늑한 느낌으로 마음에 와 닿는다.
아름다움은 이 집에 담긴 어머니와 자식 간의 정(情)에서 찾을 수 있다.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거룩하고 드높은 존재다. 자식 뒷바라지하랴, 걱정하랴,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하나둘 늘어가는 줄도 모른다. 이 집은 그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큰아들 내외가 전원에 마련해 드린 안식처다.
박연화(57세) 씨는 이곳으로 이주하기 전, 금천구 독산동의 아파트에서 미혼인 작은아들 뒤치다꺼리를 하며 지냈다. 그러다 작은아들이 직장을 구하고 여자친구를 사귀면서 집안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산책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공장 밀집지역이라 그럴 만한 공간조차 없었다. 그럴 즈음 평택의 아파트에서 사는 큰아들 내외가 어머니의 무료함을 달래 드리고자 전원생활을 권유했다. 박연화 씨는 전원에서 텃밭을 일구고 화초를 가꾸면서 지내면 몸을 움직일 일이 많겠다 싶어 선뜻 받아들였다.
그렇게 해서 전원주택 부지를 찾아 나선 지 1년 만인 2004년 봄, 공인중계사사무소를 통해 큰아들 집에서 20분 남짓한 거리의 안성 노곡전원마을을 알게 됐다. 큰아들 집과 가깝고, 교통 여건도 좋고, 이웃할 만한 집도 여러 채 있고… 여러모로 노후를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린 큰아들은 평당 40만 원에 180평 부지를 구입했다. 설계와 시공은 신영건축사사무소에 맡겼는데, 큰아들이 인터넷사이트를 검색하다가 다음카페(http://cafe.daum.net/greenhousing)에 올린 최길찬 소장의 가식 없는 글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각각의 공간을 하나로 모아
배치를 보면, 북측 진입로 쪽에다 집터를 앉혀서 넓은 마당은 물론 하늘과 맞닿은 들녘을 집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렇듯 전면에 개방감을 주면서 조망을 확보했음에도 남의 간섭을 안 받는데, 이는 들녘보다 부지 자체가 높기에 가능했다.
주 출입구를 북쪽에 내고, 도로와 현관 앞 후정(後庭) 역할을 하는 덱 사이에 레드파인 방부목으로 이미지 월을 설치하여 동선을 분리했다. 또한 이미지 월에는 현관문과 일직선으로 두 개의 개구부를 설치하여 답답함을 없앴다.
이 집은 현관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두 개의 침실과 욕실을, 우측에는 거실과 식당 겸 주방 그리고 다용도실을 배치했다. 연면적 31평임을 감안하여 침실은 작게, 거실과 식당은 최대한 넓게 뽑아 전면에 배치했다.
현관은 바닥과 벽을 밝은 색상의 자기질 타일로, 천장은 실크벽지로 마감해 넓고 깔끔하게 꾸몄다. 중문을 열면 고정창과 마주하는데, 그곳으로 마치 하나의 액자처럼 중정(中庭)이 바라보인다. 중문의 경우 대개 미닫이문을 다는데, 작은 공간이라 답답함을 덜고자 외여닫이문을 선택했다. 이 공간의 특징은 북측 도로에서나 남측 중정에서나 이미지 월과 현관 그리고 고정창을 통해 시선이 한곳으로 모아지는 것이다.
안전성과 실용성 강조한 공간 배치
건축주가 가장 맘에 들어하는 곳이 거실로, 전면창과 천창을 통해 푸른 하늘과 너른 들녘이 펼쳐진다. 바닥은 강화마루로, 천장은 루바로, 벽은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실크벽지로 마감했다. 소파가 놓인 벽면 모서리에는 두 개의 고정창을 내 비스듬하게 북측 도로와 현관 입구를 바라보도록 했다. 물론 밖에서는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동틀 녘에서 해거름까지 볕이 드는 거실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면 마음까지 푸근해진다는 박연화 씨.
“거실과 덱 그리고 마당의 높이 차를 두지 않아서 그런지 마치 햇살 가득한 들판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에요. 천창에 걸린 보름달은 또 어떻고요. 아파트에 살 때는 상상도 못한 일들이 여기에서는 날마다 펼쳐지고 있어요.”
거실 우측에 딸린 주방 겸 식당의 공간 연출은 독특하다. 거실에서 식당과 디자인이 예쁜 쿡탑은 보이게, 설거지 그릇을 담아 놓는 싱크볼은 안 보이게 처리했다. 주방에서 일을 하면서 거실의 텔레비전을 볼 수 있고, 반대로 거실에서 쉴 때도 쿡탑을 볼 수 있다. 벽보다는 터진 공간을 바라보면서 편안하게 요리하도록 한 것이다. 또 젊은 사람도 음식물을 끓이다 깜박 잊곤 하는데, 안전성까지 세심하게 배려했음을 엿볼 수 있다. 주방은 김치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비치한 다용도실로 통한다.
거실 우측의 작은 방은 손님용인데, 창문을 의자에 앉은 눈높이로 냈다. 안방 양면에 낸 창도 마찬가지다. 침대를 사용하지 않는 건축주를 위해 앉은 눈높이로 창을 내 전면으로는 마당이, 측면으로는 중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리석 인조타일로 마감한 욕실은 작은 수납장을 심플하게 설치했다. 또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욕조와 칸막이 사이를 충분히 띄웠다.
건축주의 연령에 맞추어 거실과 덱 그리고 마당 사이의 단을 낮췄다. 덱에도 핸드레일을 없앤 대신 키 작은 의자를 길게 늘어뜨려 걸터앉도록 했다. 정오가 되면 덱 한가운데로 소나무 그림자가 떨어진다. 이곳에 목재 테이블과 흔들의자를 놓을 계획이다.
보통 주차장은 주택의 외부에 배치하곤 한다. 그런데 이 집은 주차장이 마당 깊숙이 들어와 있다. 주차장의 한쪽 면은 막힌 듯하면서 뚫려 있다. 이 때문에 집 안에서 바라볼 때, 주차장은 이웃한 집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차단하는 담 아닌 담 역할을 겸한다.
건축주 박연화 씨는 전원으로 이주하고부터 결혼한 이후 자신만의 시간을 처음으로 즐긴다고.
“시골로 간다니까, 친구들은 외로움을 탈 거라며 걱정했어요. 그런데 지금껏 한번도 외롭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정원을 가꾸고, 책 읽고, 뜨개질하고… 외로움을 탈 짬이 없는 걸요. 이제는 더 바빠질 것 같아요. 텃밭 가꾸랴, 꽃 심으랴, 이웃 할머니와 나물 캐러가랴. 살맛 난다는 말을 이제야 알겠어요.”
전원생활을 하면서 아파트에 살 때보다 아들들이 더 잘 모인다고 한다. 손주들이 맨발로 마구 뛰어다녀 덱에 칠이 벗겨졌을 정도라고. 단층집이라 가족이 서로 마주하는 시간이 많아 더 정겹고, 손주 녀석들은 가기 싫다며 때까지 쓴단다.
이 집을 통해 작은 평형은 단층이 내부 면적을 더 넓게 사용하고, 땅을 밟기 쉬워 편리함이 돋보인다는 것을 엿보았다. 최길찬 소장은 이 집을 짓고 나서 건축쟁이로서의 기쁨을 맛보았다고 한다.
“혼자 사시는 어머님을 위하여 아들 내외가 준비한 이 집은 멋보다는 편안하고 아늑하며 깔끔한 건축이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건축주로부터 ‘어디를 가나 항상 비판으로 일관된 친구도 이 집을 보고 칭찬만 하더라’면서 ‘너무 만족스럽다’는 말을 듣고는 건축쟁이로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田
글 윤홍로 기자 / 사진 송희정 기자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노곡리
·대 지 면 적 : 180.59평(597.00㎡)
·연 면 적 : 30.57평(101.07㎡, 16.93%)
·건 축 면 적 : 31.55평(104.31㎡, 17.47%)
·건 축 형 태 : 2″×6″ 단층 목조주택
·외벽마감재 : 시멘트사이딩+시더사이딩
·지 붕 재 : 컬러 아스팔트 슁글
·내벽마감재 : 실크벽지
·바 닥 재 : 강화마루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식 수 공 급 : 지하수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보일러
·시 공 기 간 : 2004년 7월∼10월.
·건 축 비 : 총 1억 3500만 원(주차장, 조경공사비 포함)
■설계 : 신영건축사사무소(02-592-0494)
■시공 : 신영건설(02-592-0514)
-
2005-04-27
-
-
자연의 원형을 드러내는 붓질의 궤적 화가 ''전원길''
-
-
자연의 원형을 드러내는 붓질의 궤적 화가 전원길
한낮의 햇살이 가물가물 이울고 있다고 느낀 순간, 차창 밖의 하늘은 어느새 푸른 기운을 거두고 엷은 먹빛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때아닌 눈발을 또다시 퍼부을 참인가 싶어 가슴 한 구석이 철렁했으나 이내 마음이 놓였다. 한결 순해진 바람에 실려 온 흙내와 풀내가 일러주었다. 겨울을 힘겹게 밀어낸 봄기운이 산천에 내려앉아 이미 곳곳에 생명의 싹을 틔우고 있다고.
그리움에도 색이 있다면 아마 저런 하늘빛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좁고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내달리는데 길 끝자락 무렵에서 갑자기 시야가 탁 트였다. 곧 너른 평지에 자리한 하얀색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붓질의 궤적을 통해 자연의 원형적 질서를 드러내 온 전원길(44세) 화가의 일터이자 삶터인 미술공간 ‘소나무 스튜디오 갤러리’이다.
산천을 닮은 사람들
차 소리를 듣고 잰걸음으로 마중을 나온 전원길·최예문(48세) 부부는 소박한 옷차림에 박꽃처럼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처음 대하는 객의 손을 잡아끌어 오랜 친구처럼 안부를 묻고, 자잘한 일상을 털어놓는 따스한 살가움. 산천을 닮은 이들 부부의 여유와 넉넉함이 눈빛과 말투에 여지없이 묻어났다.
직전까지도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던 듯 그림도구들이 어지러운 화실에서 최예문 씨가 직접 만들어 우려냈다는 구기자차를 앞에 두고 전원길 화가와 마주했다.
“사실 전원생활을 목적으로 이곳에 내려온 건 아닙니다. 전업 작가로서 작업공간이 절실했기 때문에 땅값이 싼 이곳을 선택했죠. 하지만 이곳에 살면서부터 자연의 왕성한 생명력을 통해 제 몸이 싱싱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그림도 더욱 생생해졌습니다. 정말 기대 이상입니다. 이곳을 통해 제 작업과 자연이 오롯이 관계를 맺었다고나 할까요. 제 안에 잠재돼 있었던 자연성이 무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자연에 동화된 그림 그리고 삶
그는 작품의 소재를 주로 자연물에서 얻고 있다. 나뭇잎, 꽃, 풀잎, 사과, 포도, 호박 등 주변의 자연물이 가진 색채를 화면에 베껴내는 작업을 통해 자연물과의 시각적, 정신적 교감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 그가 매진하는 주 테마다. 그는 작업에서 자연물의 본디 ‘그 색’에 접근하기 위해 ‘조색과 칠하기’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그의 작품에서 자연물의 ‘어떠함’은 색으로 대변되어진다. 좀더 엄밀히 말하자면 자연물이 갖고 있는 원형적 질서를, 자연물의 ‘그 색’을 찾아가는 반복된 ‘붓질’ 행위를 통해 오롯이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자연은 어느 순간 어떤 장면을 보아도 싱그럽고 풍성합니다. 자연은 그저 마음 없이 저절로 움직일 따름인데 그 결과물은 아름다운 것이죠. 제가 그림을 그리는 태도 또한 그러합니다. 무심하게 움직이면서도 늘 제대로 일하는 자연을 닮고 싶습니다. 자연의 한 장면처럼 보는 이의 눈과 머리 그리고 마음에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작업을 하고 싶은 거죠.”
미술평론가 김성호는 이런 그의 작업태도에 대해 ‘자연의 질서를 분석, 구축해내려고 하기보다는 자연에 동화되거나 차라리 그 부분집합이 되기를 원하는 태도’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그의 작품에 대해 ‘자연의 생성과 소멸의 내재적 질서를 따라가고자 하는 자라나는 그림’이라고 평했다. 평면적인 화면 위에 사색과 노동의 산물로써 순환하는 그의 작품은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자연의 속성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동시대와 호흡하는 대안적 미술공간
그의 가족은 4년 전 이곳 오양골에 둥지를 틀었다. 주로 서울에서 작품 활동을 펼쳐온 그는 세 식구 함께 감행한 영국 유학을 마친 뒤 ‘아파트를 팔아서 시골로 내려가는 무모함’을 실천하기로 맘먹고 수원의 집을 팔아, 이곳 안성시 미양면 계륵리 오양골에 자리한 양지바른 터 1000평을 매입했다. 탁 트인 전망은 없었지만 사람살이를 보듬어 줄 푸근한 지세와 주변의 울창한 잣나무 숲이 부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는 친구의 도움으로 H빔 샌드위치패널로 60평 복층 건물을 지어 1층은 작업실과 전시실로, 2층은 세 식구의 휴식공간으로 꾸몄다. 한데 막상 지어놓고 보니 공간이 넓어도 너무 넓었다.
“처음엔 시골서 작업실을 갖고 덜 먹고 덜 쓴다는 생각으로 내려왔는데 여기 와서 살아보니 의외로 너무나 큰 공간을 갖게 됐더군요. 이게 전부 우리 소유의 공간이어서는 안 되는데, 함께 나누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싶어 아내와 의논한 끝에 젊은 작가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이곳을 개방하기로 맘먹었습니다.”
90년대 초중반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현대미술 발표의 장으로 역할을 했던 ‘소나무갤러리(서울 동숭동, 90∼94)’의 창단 멤버였던 그는 당시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소나무갤러리의 취지를 이곳 오양골에서 계속 이어나가기로 결정했다. 또한 이곳이 작가들만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소나무미술학교를 기획했다.
그의 의지는 곧 실천으로 이어져 지난해에만 5차례의 전시회가 이곳 소나무갤러리에서 이뤄졌고, 올해에도 10여 차례의 전시회가 계획돼 있다. 이들 전시회는 작가들만의 잔치는 아니었다. 개관 행사 때마다 미술 평론가와 큐레이터 그리고 일반인들을 초청해 작품 설명회와 토론회를 개최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젊은 작가가 시골에 파묻혀 본인의 작업에만 매몰된 채 사는 것에 반대합니다. 시대의 정신과 동시대인들의 문화와 호흡하며 자신을 확대해야 합니다. 저는 이곳을 젊은 작가들과 동시대인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대안적인 미술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 공간을 통해 새로운 미술운동, 새로운 창작의 아이디어를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그의 바람이 현실화되기까지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이는 바로 아내 최예문 씨이다. 매 전시회 때마다 손님맞이와 행사진행을 도맡아온 것은 물론 지역 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현대미술 프로그램과 전통천연염색 강좌를 진행하기도 했다. 남편의 내조 역할에 머물지 않고 자신만의 독립된 활동영역을 개척해나간 것이다.
“지금의 학교 미술교육은 학습만 있지 즐거움은 없어요. 저는 아이들에게 미술을 제대로 즐기는 법을 일러주고 싶어요. 다행히 학부모와 교사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도 이 프로그램들은 계속 진행할 생각이에요. 지역 문화재단의 예산 지원이 올해부터는 아마 어려울 터지만 사비를 털고 회비를 조금씩 걷으면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해 지역의 유치원생들을 초청해 진행한 현대미술 프로그램 사진첩을 꺼내 든 그녀는 언제 봐도 새롭다는 듯 한참을 사진 속 아이들의 모습에 매료돼 있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닌, 남들이 보면 무모하다 싶을 수도 있는 이런 일들에 대해 부부는 ‘그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짧고 담담하게 말했다.
변방을 중심으로
전 작가의 희망은 이 시대의 작가로서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 했다. 동시대 작가들과의 팽팽한 긴장 관계를 통해 보편적 인식의 틀을 깨는 새로운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게 앞날에 대한 그의 포부다. 하지만 그의 미래가 비단 자기 발전의 영역에만 국한돼 있지는 않아 보인다.
재능 있는 젊은 작가들의 교류를 통해 비평문화를 활성화하고, 일반인들에게 현대미술의 높은 문턱을 낮추며,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사회를 위해 질 높은 문화프로그램을 기획해 온 그의 꿈은 어쩌면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소나무갤러리를 중심으로 이 지역을 국제적인 문화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게 그가 꾸는 진짜 꿈은 아닐는지.
변방에서 중심을 꿈꾸는 게 아니라 변방을 중심으로 만들고자 하는 그와 같은 이가 전국의 시골마을에 많아진다는 상상은 무척이나 유쾌하다. 田
글 송희정 기자 / 사진 박창배 기자
-
2005-04-27
-
-
[전원일기] 봄바람 꽃바람을 따라 온 '불꽃바람' 조심하세요!
-
-
봄은 물러가는 겨울과 엎치락 뒤치락 하느라 때론 폭설과 거친 바람으로 변덕을 부리기도 하지만, 찾아오는 사람 없는 묘지 마당에도 영락없이 할미꽃을 피워주고 돌보지 않은 화단에도 수선화 봉오리를 머금게 한다.
모처럼 햇볕이 좋은 한가로운 오후였다. 벚꽃은 언제 피게 될지 공연스레 마당에 있는 벚나무 아래를 거닐다가 푸석푸석해진 땅에 냉이가 지천으로 돋아 있는 것이 보였다. 저녁상에 향긋한 냉이반찬을 올릴 생각에 횡재한 기분까지 들어서 호미를 찾아오려고 일어난 참이었다.
때아닌 119 구급차와 붉은색 소방차가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우리 집 앞을 쌩하니 지나치는 것이었다. 동네 어디선가 또 산불이 난 모양이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시골 마을에서는 꼭 한두 번씩 있는 일이다. 요소요소에 ‘산불조심’이라는 현수막을 붙이고 ‘논두렁 밭두렁 태우다가 금수강산 다 태운다’라는 표어로 곳곳에 도배를 해놓아도 그 틈새를 뚫고 사람들의 실화에 의한 산불이 일어난다.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산불 조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여자 아나운서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차량이 온 동네를 누비고 다니는 것도 봄철 시골 풍경 중에 하나이다.
재작년에도 한가로운 봄날 오후였는데 난데없이 헬리콥터가 저공비행을 하며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로 조용한 시골마을을 흔들어 놓은 일이 있었다. 마치 잠자리들이 물웅덩이에 꼬리를 담갔다가 빼는 유희를 즐기듯이 헬리콥터가 저수지 표면에 빠질 듯이 내려앉았다가 커다란 물주머니를 매달고는 옆 골짜기로 날아가는 것이었다. 호기심에 헬리콥터가 날아간 방향으로 따라가 보았더니 매캐한 연기 속에 동백꽃잎 같은 불꽃이 골짜기를 덮치고 있었다.
그 한 가운데에 헬기가 저수지에서 퍼온 물을 뿌려대고 있는 것이었다. 헬기에서 하얀 가루 같은 것을 쏟아내며 굉음 소리로 산을 뒤덮으며 불을 끄는 뉴스에서나 보았던 그런 장면이 바로 우리 동네 코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검은 연기가 치솟는 가운데 시뻘건 불꽃이 야금야금 산자락을 덮어가는 광경을 동네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면서 헬기가 물을 뿌려도 되살아나는 불꽃을 향해 근접하지는 못하고 소리만 질러댔다.
소방차도 진입할 수 없는 산속에서 일어난 산불이라서 그렇게 소방 헬기가 동원된 것이었다. 그 당시에도 동네 어르신이 밭두렁을 태우다가 변덕스런 봄바람에 산 쪽으로 불씨가 튄 것이 돌이킬 수 없는 화재가 된 사고였다.
산불이 휩쓸고 간 골짜기는 그야말로 전쟁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얼굴에 새까맣게 재가 묻은 채 눈물, 콧물을 흘리며 울고 있는 아이 한 명만 데려다 놓으면 베트남전이나 6·25 동란을 소재로 한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큰 나무들의 밑둥이 불에 타서 쓰러져 있고 이제 막 파릇하게 싹이 돋은 풀들까지 까맣게 타버린 것이 어떤 생명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시커먼 잿더미였다.
초록색으로 성성한 옆 골짜기와 확연히 비교가 되는 산불이 난 자리를 지나갈 때마다 동네사람들은 할 말을 잊고 혀를 찼다. 해마다 그 산자락에서 고사리를 꺾고 취나물을 뜯다가 혼자 핀 각시붓꽃 같은 야생화를 발견하던 재미는 더 이상 누릴 수 없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마음의 표현일 것이다.
시골 마을의 소식은 인터넷보다 빨라서 소방차가 출현했던 이유는 곧 비보로 전해졌다. 오랜 와병으로 몸이 불편했던 한 노인이 오랜만에 산책을 하러 나왔다가 죽은 고춧대가 겨우내 그냥 서 있는 밭이 눈에 거슬렸던 모양이었다. 고춧대를 몇 대를 뽑아서 쌓아놓고 불을 붙인 것이 걷잡을 수 없이 산으로 번져버렸다고 한다. 노인은 혼자서 그 불을 꺼보겠다고 외투를 벗어서 불꽃에 대항을 했다. 하지만 겨울 가뭄에 바짝 말라 있던 나뭇가지와 마른 풀들에 붙은 불이 병들고 힘없는 노인네를 덮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지난겨울은 유난히 물이 부족해서 산야와 들녘은 마를 대로 말라 있었다. 바람이 불어서 마른 삭정이들 끼리 부딪치기만 해도 부싯돌이 될 것 같은 상태였다.
동네 사람들과 119구급차 등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 많았던 노인의 영혼은 연기를 타고 활활 자유롭게 떠나 간 다음이었다. 꽃바람을 타고 오는 봄 앞에서 노인은 그의 영혼을 희생양으로 기꺼이 바쳤던 것이 아닐까. 공교롭게도 노인이 넋으로 남았던 골짜기를 사람들은 ‘지장굴’이라고 불렀다. 불가에서 ‘지장(地藏)’은 지옥에서 고통 받는 중생을 구제하고 가는 길을 동행해 준다는 ‘보살’의 이름이다.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산불 사고 소식은 남녘 마을에서 매화꽃, 동백꽃이 피어서 올라온다는 꽃 소식마저 우울하게 들리게 했다. 올 봄에는 꽃 소식보다 차가운 봄비 소식이 더 반가울 것 같다. 田
글 오수향(ocho290@hanmail.net)
-
2005-04-27
-
-
[건강산택] 한방과 암(II)
-
-
암을 예방하고 치료하려면, 우선 과로를 피하고 스트레스 요인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폭음과 폭식을 피하고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한다. 또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일상에서 흔히 먹는 소염진통제들이다. 이들 약물들은 체내에서, 지각신경을 과민케 하여 통증을 일으키는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의 생성을 억제한다. 그런데 프로스타글란딘은 통증 유발 외에, 교감신경의 긴장을 억제하는 또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소염진통제를 지속·반복적으로 먹게 되면, 일단 목표한 통증 제거에는 성공할 수 있겠지만, 자율신경을 교감신경 우세 상태(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는 것과 동일한 상태)로 방치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암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것은 일본 나카다대학의 아보 도오루 박사의 이론이다. 후쿠다-아보 이론(자율신경의 백혈구에 대한 관계 이론)으로 알려진 이 이론에서 박사는, 암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병의 근원으로 스트레스를 지목하고 있다. 물론 기존 의학계에서도 스트레스와 모든 병의 유관성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져왔지만, 아보 박사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스트레스가 바로, 암을 위시한 대부분 병의 근본(단일)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암의 발병 원인
인체에는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작용하는 자율신경이라는 것이 있다.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양분되는데 이 둘은 마치 음양의 시소처럼 서로 상반되는 기능을 통해 밀고 당기는 길항작용으로 인체생리의 조율을 담당한다.
이들 자율신경(교감, 부교감)의 조정 작용은 인체 내부 장기뿐 아니라 혈액 속을 흐르는 백
혈구에도 미친다. 백혈구에는 크게 과립구와 임파구가 있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인체의 혈액 1세제곱밀리리터당 5000~8000개의 백혈구가 있는데, 그중 54~60퍼센트는 과립구가, 35~41퍼센트는 임파구가, 나머지 5퍼센트는 마크로파지라는 대식세포가 차지하고 있다. 백혈구의 구성 비율이 이와 같을 때 인체의 면역체계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주로 과립구는 사이즈가 큰 세균을, 임파구는 사이즈가 작은 바이러스 이물 등을 맡아 면역작용을 한다. 그런데 과립구에는 교감신경에 반응하는 리셉터(Receptor)가, 임파구에는 부교감신경에 반응하는 리셉터가 있어 교감신경이 항진될 땐 과립구가, 부교감신경이 항진될 때는 임파구가 증가하게 된다. 평소 건강한 상태에서라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적당한 길항작용을 벌이면서, 혈액내의 백혈구의 구성비율이 위에서 본 이상적인 범위 안에 머물게 된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인체가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지속적으로 항진하는데 그때는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은 생리적 변화들이 나타난다. 이중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과립구로 인해 발생되는 활성산소다. 증식 능력이 큰 과립구는, 인체가 위급 시 두세 시간 내에 배로 늘어나는 놀라운 증가 속도를 보인다. 그렇게 생성된 과립구는 이삼 일 정도의 생명기를 지나면서 대량의 활성산소를 배출하고 죽음을 맞는다. 활성산소는 체내에 침입하는 이물을 퇴치하여 신체를 보호해 주는 기능을 하지만 과다 생성될 때에는 자기의 혈관벽, 조직, 장기 등을 공격하여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처럼 활성산소가 세포를 지속적으로 공격하여 이종세포가 만들어지고 결과적으로 암세포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암의 예방·치료
이와 같은 단계를 거쳐 암이 발생한다면, 암을 예방·치료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명확해진다. 무엇보다 스트레스 속에서 야기되는 지속적인 교감신경 항진 상태를 부교감신경 우세 쪽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과로를 피하고 마음의 번민 등과 일상적인 스트레스 요인을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고 박사는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애써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여 부교감신경 우세의 상태를 만든다고 해도 평소에 폭음과 폭식을 일삼고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운다면, 몸은 이렇게 생성된 과잉에너지를 소비하기 위해, 스스로 심박수를 높여 교감신경긴장 상태로 전환된다고 하니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또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일상 속에서 흔히 먹게 되는 소염진통제들이다. 이들 약물들은 체내에서, 지각신경을 과민케 하여 통증을 일으키는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억제한다. 그런데 프로스타글란딘에는 통증 유발 외에, 교감신경의 긴장을 억제하는 또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소염진통제를 지속·반복적으로 먹게 되면 일단 목표한 통증제거에는 성공할 수 있겠지만, 자율신경을 교감신경 우세 상태(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는 것과 동일한 상태)로 방치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田
글 명성환<장수한의원 원장>
글쓴이 명성환 님은 서울대 외교학과 학·석사를 거쳐 영문잡지 및 벤쳐캐피탈에서 근무하다가 뒤늦게 한의학에 입문하여 세명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장수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의 : 011-9782-4322
-
2005-04-27
-
-
[전원까페] 자연과 더불어 예술을 감상하는 스페이스 이비뎀
-
-
자연과 더불어 예술을 감상하는 ‘스페이스 이비뎀’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선 단지, 높이 솟은 건물들 사이에 그물처럼 그려진 건널목, 그 위로 바삐 지나가는 수많은 발걸음. 회색빛 가득한 도심의 풍경과 달리 서로 다른 모양의 건축물이 자연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마을이 있다. 주변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건축주들의 개성을 한껏 살린 건물들이 모여 있는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헤이리 예술마을’이다. 북-카페와 수많은 갤러리, 소규모 공연장 등이 자리하고 있는 이곳에 노출 콘크리트의 투박함과 가늘고 긴 철제 가구의 섬세한 느낌을 조화시킨 공간이 새롭게 태어났다. 헤이리의 전경을 감상하게 한 카페 전면의 유리벽,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 건축주의 주거공간 기능까지 갖춘 ‘스페이스 이비뎀’의 단순하면서도 자연을 가득 품은 모습을 담아보았다.
경기도 파주의 출판단지와 연계된 헤이리 예술마을은 어느새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입소문이 나 주말이면 수많은 방문객들이 이어지고 있다. 아나운서 황인용 씨가 운영하는 카메라타 음악감상실, 북카페 반디, 한길 북하우스, 수 많은 갤러리 등 많은 볼거리가 마을 안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370여 명의 문화예술인이 모여 하나둘 자신의 거주지와 작업실 등을 만들고, 지금도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다. 그 가운데 스페이스 이비뎀은 30여 년간 일간지 기자생활을 한 정중헌 씨가 마련한 작은 문화공간이다. 젊은 신인작가들은 물론 다양한 예술품을 전시하는 넉넉한 공간과 더불어 헤이리의 전경을 감상하는 2층의 카페, 건축주의 주거공간인 3층까지 다양한 모습의 공간이 한 건물 안에 모여 있다.
도시인들의 쉼터가 되기를
30여 년간 일간지 문화부 기자생활을 하면서 건축주 정중헌 씨는 자연스럽게 문화, 영화, 음악 등의 여러 분야를 접했다. ‘스페이스 이비뎀’은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많은 예술계 지인들과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만든 공간이지만, 작품 전시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잿빛 도시를 떠나 자연 안에서 예술을 감상하며 차도 마시는 대화의 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정중헌 씨는 말한다.
지하층과 1층에는 간단한 식사와 차를 마시는 ‘카페 이비뎀(Cafe ibidem)’이 있다. 카페 전면창을 통해 헤이리의 자연 경관을 음미할 수 있는 곳이다. 창밖으로 주변을 살펴보니 곳곳엔 색다른 문화공간의 탄생을 위한 건축이 한창 진행 중이다. 카페에는 철제 테이블과 가늘고 긴 의자를 배치해 단순하면서도, 젊은 감성을 강조했다.
다양한 예술작품을 만나는 공간
‘갤러리 이비뎀(Gallery ibidem)’에서는 작가와 함께 나만의 목걸이를 만드는 행사를 비롯해, 사계절에 어울리는 기획 전시 등을 개최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 작품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홀, 메인 전시장, 2개의 유리 전시장과 오픈 갤러리, 야외공간으로 구성된 공간 등에서는 입체, 설치, 회화, 조각과 생활 예술품 등을 전시할 수 있다. 이들 공간은 유명 작가뿐만 아니라, 신인 작가에게도 활짝 열어 놓았다.
지하층에서 1층으로 올라가는 전시장 계단부에서 이병헌이 출연한 영화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가 촬영됐다는 사실을 안다면 전시장을 둘러보는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영화를 봤던 이들이라도 영화 속 배경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촬영 당시 세트에 사용하던 커튼이나 침대 등은 모두 철거했기 때문이다.
같은 곳에 담아내는 다른 모습들
‘스페이스 이비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노출 시멘트의 자연스러운 외관이 자연친화적인 공간이다. 지하층과 1층 중간에는 앞뒤로 트인 열린 공간이 자리한다. 야외전시장이나 헤이리의 자연을 감상하는 곳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도심 한복판에서 만나는 전시장과 달리 자연을 안고 있는 곳에서 새로운 분야의 예술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이비뎀(ibidem)’은 라틴어에서 온 말로, ‘바로 같은 곳에(at the same time)’라는 뜻을 갖고 있다. 스페이스 이비뎀의 설계를 담당한 건축가 김 헌 씨는 “이 장소가 갖게 될 미래의 다양한 시간들과 사건들, 또 이들을 담기 위한 그릇으로써의 공간을 테마로 잡았다”면서 “이 공간에서 여러 가치 있는 이야기들이 벌어지기를 바라고, 시간이 지나 모든 것이 사라져도 다른 구석구석에 그 빛과 자취가 남게 하기 위해 애를 썼다”고 한다.
건축주 정중헌 씨는 젊은 예술가들이 다양한 작업을 펼치도록 스페이스 이비뎀을 열린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카페와 야외 공간을 활용해 주5일 근무제에 맞춰 다양한 주말 프로그램과 이벤트 등을 마련해 가족이 함께 휴일을 즐기는 곳으로 꾸밀 예정이라고. 헤이리 예술공동체와 연계하여 우리 문화예술의 활성화는 물론 헤이리가 세계적인 예술마을이자 관광명소로 자리 잡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한다. 田
글·사진 조영옥 기자
■찾아가는 길
*자유로를 이용, 일산 이산포 I.C에서 통일전망대 방향으로 직진 ->
성동 I.C에서 우회한 후, 성동사거리에서 좌회전
*대화역과 합정역을 지나는 셔틀버스가 매일 운행되고 있다.
주말 및 휴일에는 버스 시간이 다르므로 타기 전, 확인을 해야 한다.
(버스 문의 : 헤이리 사무국 031-946-8551~3)
스페이스 이비뎀 031-948-4559
-
2005-03-29
-
-
벽걸이형 선반 만들기
-
-
벽걸이형 선반만들기
집에서 할 수 있는 D.I.Y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테이블, 의자, 장식장, 우편함, 책꽂이, 책상, 침대, 화분 등등. 장비와 어느 정도의 기술만 갖춘다면 웬만한 것은 가족과 함께 스스로 만들 수 있는 품목들이다. D.I.Y는 필요에 의해 만들고, 시간과 땀이 녹아 들어가기 때문에, 간단한 작품이라도 소중하지 않은 것 하나 없다. 다소 노력과 인내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배우며 만들어 보도록 하자. 그리고 D.I.Y의 다양한 멋과 매력에 빠져 보도록 하자. 물론 가족과 함께 하면 기쁨은 배가 될 것이다.
디자인하기(도면 그리기) - 자르기(재단기 사용) - 켜기(재단기 사용) - 홈파기(루터기 사용) - 곡선 자르기(스카시톱, 직소 사용하기) - 하트모양 만들기(스카시톱 이용하기) - 드릴링하기(이중비트 사용하기) - 샌딩하기(밸트샌더 사용 사포 번호 80-150번이용) - 조립하기(충전드릴 사용하기) - 나무용 못걸이 끼우기 - 마감하기(나무못 사용) - 사포(사포번호 80번) - 페인트칠하기(천연 페인트 체리색)
1~3 재단기 이용 자르기 및 켜기. 길이 566㎜×넓이 180㎜ 4개(중앙 2개 윗판, 아랫면 각 1개), 양쪽측판 길이 400㎜×넓이 20㎜, 미송 하판 길이 470㎜×넓이 210㎜, 중앙부분에 들어가는 칸막이 길이 200㎜×넓이 165㎜에 맞춰 자르고, 원목의 양쪽 면을 고르게 하기 위해 재단기를 이용해 켠다.
4. 홈파기 표시하기. 합판을 끼우기 위한 부분, 측면을 80밀리미터 띄우고, 홈 깊이(8㎜), 넓이(7.5㎜), 측판 안쪽 상ㆍ하면에 미송합판이 들어갈 부분(홈 깊이 8㎜, 넓이 7.5㎜) 등 홈 팔 부분을 표시한다.
5. 루터기 이용 홈파기.
6. 스카시 톱으로 양쪽 측판 상ㆍ하 부분 곡선으로 자르기.
7. 직소를 이용하여 윗면과 아랫면 라운딩 곡선 자르기.
8. 스카시 톱을 이용하여 하트모양 따내기.
9. 드릴링을 할 자리를 표시한 다음 이중비트를 이용하여 9밀리미터로 드릴링을 한다.
10. 밸트 샌더를 이용하여 사포 번호 80번, 150번을 이용하여 샌딩한다.
11. 충전 드릴, 피스(38㎜), 목공용 본드를 이용하여 조립한다.
12. 열쇠고리를 걸어 둘 수 있도록 드릴링하기. 이중비트의 크기는 8밀리미터로 하고, 드릴링을 할 때는 약간 수직으로 하는 게 좋다.
13. 열쇠고리나 간단 걸이로 사용하기 위한 8밀리미터 나무못을 박는다.
14. 피스를 박은 자리 구멍에 나무못 채우기.
15. 끌을 이용하여 나무못을 깔끔하게 따낸다.
16. 진동 샌딩기를 이용한 샌딩(사포 150번과 330번 이용).
17. 사포 400번을 이용하여 손으로 샌딩하기.
18. 천연 페인트 칠하기.
수림공방 엄기원 대표
D.I.Y 수림아트공방은 통원목과 천연페인트를 사용하여 나무 무늬결과 옹이가 살아 숨쉬는 가구, 집안 어디에 놓아도 품격이 넘치는 가구를 만듭니다. 내가 꼭 갖고 싶은 디자인 가구가 있다면 한번 도전하여 보십시오. 수림이 도와드리겠습니다.
문의 031-932-0157, www.sulimdiy.co.kr
-
2005-03-29
-
-
자연 풍경에 실용성을 더한 안성 38평 스틸하우스
-
-
자녀의 교육환경을 위해, 부모들은 대부분 대도시의 편리함을 택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박종민·김미진 부부는 오히려 전원의 한적한 마을을 새로운 보금자리로 선택했다. 중학교 2학년인 딸 은지와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문수가 성장하는 데 좀더 나은 환경을 마련해 주고픈 맘에서였다. 안성시에 직장을 둔 부부는 시내에서 가까운 오산리에 부지를 구입하고, 45일 만에 제법 실내 공간이 넓은 스틸하우스를 앉혔다. 거실 밖으로 펼쳐진 넓은 논밭이며 사계절 각기 다른 색의 자연을 접하면서 가족 모두는 전원에서 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자녀교육을 위해 안성시 금광면 오산리에 새로운 터를 마련한 박종민(42)·김미진(40) 부부를 주변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대부분 자녀의 교육환경을 생각한다면 좀더 학원시설이 많고, 이동이 편리한 대도시로 나가기 마련인데, 오히려 도심에서 전원으로 이주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미진 씨의 교육관은 달랐다.
“학교나 학원에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연 속에서 뛰놀며 느끼는 다양한 경험들이 아이들의 성장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안성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 역시 저의 의견에 흔쾌히 동참해 주었죠.”
아이들이 학교나 학원으로 통학하는데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한다.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 자동차를 한 대 이상씩 갖고 있고, 시내에서 다소 떨어져 있지만 출근길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서 집까지 스쿨버스로 데려다 주기에 불편하단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자연에서 얻는 넉넉한 인심
오산리는 김미진 씨가 나서 자란 곳이라 가족에게도 친숙하게 다가왔다. 낯선 환경에서 새로 이웃을 사귀어야 하는 부담이 적다 보니, 이곳만큼 지내기 수월한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성시에 있는 부동산컨설팅사무소에서 일을 하는 김미진 씨는 평소에도 문을 잠그고 다니지 않는다. 넓은 논과 밭의 여유로운 풍경에 둘러싸여 생활하다 보니 마음이 절로 넉넉해지면서 무언가에 대한 경계심마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덕분에 아이들도 열쇠를 따로 갖고 다니지 않는 편리한(?) 생활을 하고 있다.
마을에는 새로 들어선 주택이 흔치 않은 까닭에 이 집은 주민들에게 새로운 구경거리로 자리잡았다. 그저 모양이 예뻐서 한번씩 들어와 보기도 하고, 주인이 없어도 차 한 잔을 하고 가도록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은 김미진 씨. 그러한 그녀의 마음씨가 밭일을 하는 소의 울음소리와 어우러져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청룡산의 넓은 가슴을 마주보고
2003년 9월에 시작한 공사는 불과 한 달 반만에 끝났다. 안성시에서 생활한 김미진 씨는 금호스틸하우스의 모델하우스를 보고, 짧은 공사 기간과 높은 단열성 등에 반해 건축구조를 스틸하우스로 선택했다. 단층 38평으로 지은 이 집은 정면의 논과 인삼밭의 풍경은 물론, 차령산맥 줄기에서 뻗은 청룡산의 넓은 가슴을 바라볼 수 있다.
이러한 자연을 좀더 집안 가까이에서 느끼도록 거실의 두 벽면에 대형 창을 냈다. 시스템창호를 사용, 한낮에는 난방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자연광을 충분히 받고 있다. 온기가 가득한 거실은 각종 식물들로 인해 작은 온실을 연상케 한다.
거실 천장은 4.5미터로 시원스런 느낌을 강조했다. 루바로 마감한 천장은 지붕의 경사면이 그대로 살아나 마치 펜션에 온 듯한 느낌마저 든다. 또한 시간이 지난 후 필요에 따라 거실 천장을 작은 다락방으로 리모델링을 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거실 전면으로 바라보이는 풍경이 뛰어난 반면, 좌측은 건축자재들을 임시로 쌓아 놓아 어지러운 편이다. 김미진 씨는 그곳에 창고로 사용할 이동식 건물을 들여놓을 계획이다. 전원에서 살다 보니 정원을 가꾸고 여기저기 흙 묻히는 일도 늘고, 여러가지 물건들을 보관할 곳이 필요하기에 창고를 짓기로 한 것이다.
집안 곳곳 실용성 살려
아들 방에서는 거실에서 보는 것과 비슷한 논밭의 풍경이 이어지고, 딸의 방에서는 전봇대와 함께 구불구불 이어진 시골길의 또 다른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두 개의 방 사이에 있는 욕실에는 욕조 대신에 샤워부스를 설치했다. 대부분 욕조를 들여놓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횟수가 적어 자리만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욕실이 좁을 때는 욕조보다 샤워부스의 활용도가 훨씬 높다. 안방 욕실 역시 샤워부스만을 설치해 실용성을 강조했다.
주방은 김미진 씨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수월하게 사용하도록 ‘ㄱ’자 형태로 주방가구를 배치하고, 화이트 톤으로 통일해 산뜻하게 꾸몄다. 주방은 거실과 하나의 공간으로 보여지면서 훨씬 더 넓어 보인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은 친구들을 새 집으로 데려와 신나게 놀기도 하지만, 중학생인 누나와 함께 방청소며 빨래 등의 집안일을 능숙하게 돕는다. 안성 시내에 살 때는 학원에서 오기 무섭게 컴퓨터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많았지만 이곳으로 온 후로는 게임보다는 집 주변을 뛰어다니며 보내는 때가 많아졌다. 늘 시간에 쫓겨 바쁘게 사는 것은 어른뿐만 아니라 요즘 아이들도 마찬가지지만 김미진 씨의 아이들은 넉넉한 자연과 어울려 지내기에 더 씩씩하고 대견해 보인단다. 田
글·사진 조영옥 기자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오산리
·대지면적 : 150평
·연 면 적 : 38평
·건축구조 : 스틸 스터드 프레임 하우스
·지붕마감재 : 아스팔트 이중그림자 슁글
·외부마감재 : 비닐사이딩, 방부목
·내부마감재 : 실크벽지, 루바
·천장마감재 : 루바
·바닥마감재 : 강화마루
·난방형태 : 기름보일러
·급 수 : 지하수
·시공기간 : 2003년 9월 - 10월
■설계·시공 : 금호스틸하우스 031-675-8110 www.kumhosteel.co.kr
-
2005-03-28
-
-
전망과 채광, 통풍이 뛰어난 서산 65평 단층 황토주택
-
-
외국에서 24년을 살다 귀국한 김혜순 씨는 한국에 들어온 지 5년째인 2004년 9월 서산시 팔봉면 호리의 볕 좋은 터에다 그토록 소원했던 ‘살갑고 따스한’ 집을 지었다. 이 집은 둔덕의 경사면을 활용해 지하층을 내고, 그 위에 기둥, 도리, 보로 집을 짜서 틈새에 황토벽돌을 쌓아 올린 목구조 황토주택이다. 주 생활공간인 거실은 전망과 채광을 고려해 동남향으로 전면 배치하고, 대들보와 도리, 서까래 등을 노출시킨 오량천장을 내어 한옥 대청마루의 청량감을 자아냈다. 반면 침실과 서재는 뒤로 빼 쉼과 사색이 가능토록 했고, 독립공간으로 구분해 놓은 사랑방은 외국에서 공부하는 아들을 생각해 전통 한옥의 구들을 들였다.
집은 사람의 현재이고 과거이며 또한 미래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집과 더불어 성장을 하고 꿈을 꾸며 희망과 절망을 나누기에 나온 얘기일 것이다. 그래서 집의 매무새를 더듬다 보면 종종 사는 사람의 마음도 읽혀지곤 한다. 아름다운 집에 대한 정의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사는 사람에게만큼은 과거를 어루만져주고 현재를 보듬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안겨주는 집이 가장 아름다운 집이 아닐까.
충남 서산시 팔봉면 호리 야트막한 둔덕 위에 자리한 65평 황토주택은 건축주 김혜순(50세) 씨가 제2의 인생을 꿈꾸며 마련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름다운 집’이다.
타국서 못내 그리웠던 옛 한옥의 살가움
건축주는 외국에서 산 시간이 한국에서 산 시간과 같아지던 2000년, 장장 24년간의 타국생활을 정리하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일도 할 만큼 했고, 자녀들도 다 키웠으니 남은 생은 고국의 산천에 안겨 조용히 흙내 맡으며 살고 싶었단다. 그간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구입해 읽어 둔 전원주택 관련 서적들 덕에 머릿속에는 이미 살고 싶은 집의 그림이 완성돼 있었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주로 유럽풍의 경량 목구조 주택에서 살았어요. 요즘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고 있는 그림속 아름다운 집들이었죠. 그러나 어쩔 수 없는 한국 사람인지 마흔 넘어선 우리네 한옥의 살갑고 따스한 느낌이 그리워지더군요. 그때부터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전원주택 관련 책자들을 사모으고 공부해 내가 짓고픈 한옥의 모양새를 가늠해뒀어요. 한국에 돌아가면 꼭 한옥을 짓자고 다짐했죠.”
귀국 후 맘에 드는 부지를 찾는 데만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바닷가 풍광 좋은 곳도, 산골짜기 고즈넉한 곳도 건축주의 눈에는 영 마땅찮았다. 그러다 2003년 가을, 서해 가로림만 한 귀퉁이를 비집고 들어선 외딴 어촌마을인 호리(虎里)의 해안가 끝자락 땅에서 지금의 부지를 만났다. “그래, 이만하면 살아볼 만하다” 라고 생각한 건축주는 그 날로 평당 10만 원씩에 총 270평을 매입했다. 그동안 숱하게 보아온 전국의 소위 명당자리를 제쳐 두고 건축주가 이곳을 집터로 점찍은 까닭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집의 매무새를 더듬으며 구해볼 일이다.
건축주는 한국에 들어온 지 5년째인 2004년 9월, 그토록 소원했던 한옥에서의 새 삶을 시작했다. 이 집의 설계와 시공을 담당한 (주)행인흙건축은 타국살이에 지친 건축주의 마음을 읽어 주변 풍광을 한껏 빨아들이면서도 온종일 따스한 햇볕이 스며들도록, 동남향의 ‘一’자 형으로 뻗은 한옥 목구조 황토주택을 지었다. 둔덕의 경사면을 이용해 철근콘크리트조로 지하층(25평)을 짓고, 그 위에 기둥, 도리, 보로 집을 짜서 그 틈새에 황토벽돌을 쌓아 건축주의 살림집(40평)을 앉혔다.
전망과 채광, 통풍이 뛰어난 집
이 집의 가장 큰 미덕은 지리적 조건과 한옥 구조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최적의 전망과 채광, 통풍의 효과를 도모했다는 데 있다. 주 생활공간인 거실은 동남향으로 전면 배치하고 전면창과 테라스를 내 채광은 물론 바깥 풍광을 한껏 빨아들였다. 또한 침실과 서재는 해송 숲 쪽으로 나란히 앉혀 조용한 쉼과 사색이 가능토록 했다. 눈여겨볼 만한 것은 평천장인 다른 공간과는 달리 거실은 대들보와 도리, 서까래 등의 구조재가 그대로 노출된 오량천장을 내어 한옥 대청마루가 갖는 멋과 분위기를 자아냈다는 점이다. 때문에 더위에 지친 한여름, 서재의 후면창과 미닫이 방문 그리고 거실 전면창을 개방했을 때는 마치 지붕만 있는 집에 앉은 듯 맑고 서늘한 기운을 만끽할 수 있다.
이 집에서 전망이 가장 뛰어난 곳은 푸른 해송 숲 너머로 잔잔한 서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10평 규모의 사랑방이다. 건축주는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과 벗들이 언제든지 찾아와 편히 머물다 가도록 별도의 외부 출입구를 가진 독립된 사랑방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은 방과 욕실, 거실, 다락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방에는 거실 아궁이에서 군불을 때도록 구들을 들였다. 또 바닷가 쪽을 중심으로 삼면에 창과 문을 내 개방감을 더했고, 측면에는 툇마루를 내 해송 숲과 서해를 조망하는 뒷마당과 이어지게 했다. 여기에 뒷마당 끄트머리에는 제대로 멋을 살린 한식 정자를 배치해 주변 풍취에 한껏 취하도로 했다. 이 모든 것들은 외국에서 자란 아들에게 한국의 전통 생활양식을 경험케 해주고 싶었던 건축주의 마음이 빚어낸 결과다.
살며, 일하며, 사랑하며
사실 건축주의 살림공간에서는 전후좌우 어디서도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전망을 정작 본인은 누리지 않고 기꺼이 사랑방 손님에게 내어준 까닭은 무엇일까.
“바다보다는 산자락 아래 들어앉은 논밭을 바라다보며 살고 싶었어요. 홍콩서도 바닷가에 산 적이 있었는데 배 지나는 것만 보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맘이 들더군요. 저는 살려고 이 집을 지은 것이지 떠나려 지은 건 아니에요. 이곳 부지를 집터로 택한 이유도 처음 방문했던 날 황금물결로 출렁이는 원주민들의 경작지를 보고 ‘부지런한 이웃들이 있으니 일하며 살기에는 좋겠구나’ 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건축주의 바지런함은 집 안팎 구석구석에 배어 있다. 차고와 보일러실을 들인 지하층의 한쪽에는 농가에서나 있을 법한 광(곳간)을 앉혔다. 바닥의 흙을 그대로 노출시킨 이곳은 김장김치와 곡식들의 저장고이자 농기구 보관소로 활용하고 있다. 건축주는 오는 봄부터 이곳 광에 보관된 각종 농기구들로 앞으로의 살림 밑천이 될 옻나무와 느릅나무도 심고, 텃밭도 가꿀 생각이다. 또 건물 뒷마당에 마련한 간이 부뚜막에서는 콩을 삶아 직접 장도 담가 먹을 계획이다.
건축주의 집이 안팎으로 옹골차지자 처음엔 외지인이 별장을 짓는 줄 알고 냉대했던 호리1구 주민들도 이제는 사촌 집 드나들 듯 자주 들러 이것저것 챙겨주기 일쑤다. 집 뒷마당에는 동네 사람들이 키우라고 주고 간 동백나무, 측백나무, 노관주나무(일명 코뚜레나무) 등이 빼곡히 심어져 있다.
“‘아주머니!’ 하고 부르는 소리에 나가보면 동네 어르신들이 맛이나 보라며 방금 건져 올린 소라도 주시고, 감태(김)도 주세요. 오후에는 학교를 마친 마을 꼬맹이들이 우리집 뒷마당과 정자를 놀이터 삼아 한참을 놀다가고요. 사는 맛이 별다른 건가요. 사람 사는 정겨운 동네서 함께 복닥대며 사는 게 인생의 참 맛이죠.”
건축주는 처음 이곳에 이사 왔을 땐 사이다처럼 톡 쏘는 새벽 공기에 맘을 뺏겼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6개월의 시간이 흐른 지금엔 이웃들과 정 나누는 재미에 사는 맛을 느낀다고 얘기한다. 아마도 건축주는 집과 더불어 이제 막 고국의 산천과 사람들을 사랑하는 법과 고운 빛깔의 미래를 꿈꾸는 법을 터득했는지도 모른다. 田
글 송희정 기자 / 사진 윤홍로 기자
■건축정보
·위 치 : 충남 서산시 팔봉면 호리
·건 축 형 태 : 목구조 황토집(지하 철근콘크리트조)
·부 지 면 적 : 270평
·연 면 적 : 65평(지하 25평, 지상 40평)
·외벽마감재 : 황토벽돌 줄눈마감, 하단부 황토미장
·내벽마감재 : 한지 벽지
·천장마감재 : 오량천장, 루바
·지붕마감재 : 개량형 한식 기와
·바닥마감재 : 우물마루 형태의 온돌마루, 강화마루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보일러(사랑방 구들)
·건 축 비 : 평당 500만 원
● 설계·시공 : (주)행인흙건축 031-338-0983 www.hangin.co.kr
-
2005-03-28
-
-
남으로 낸 창에 햇살 가득한 포천 85평 복층 목조주택
-
-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농촌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노래한 김상용 시인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 전문이다. 콘크리트 숲에 자리한 수많은 빌딩에는 사방으로 창이 나 있고, 그곳에선 언뜻 동쪽과 서쪽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서울의 복잡한 아파트촌을 떠나 이 시의 지은이처럼, 남으로 커다란 창을 내고 자연을 더욱 가까이 느끼며 살고 있는 김규진 씨의 집을 찾았다.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에 자리한 이 집은 넓은 마당과 마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대형 거실창을 두 면에 걸쳐 설치했다. 남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가득 받고 있는 것은 물론 2층과 계단을 올라가는 부분에도 아치형(Arch)창을 설치해, 창의 아름다운 곡선도 감상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마을 모임에 늘 참석하는 김규진 씨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에 항상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전원에서의 생활을 떠올리면 고즈넉한 자연 풍경에 인적이 드문 한가로운 모습을 얘기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마을 안에 우리가 살 집이 있고, 매일 마을길을 오가며 살아야 할 곳인데 무엇보다 주민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이 앞으로 이곳에서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바탕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원주택을 짓고 이주한 사람들 중에 간혹 도시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있는데, 현지민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한 탓도 있습니다. 또한 출퇴근 시간이나 거리 등을 감안해야 하는데 그저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만 빠져 지역을 선택한다면 금세 도시 생활이 그리워지겠죠. 아무리 멋진 자연이 가까이 있어도 출퇴근 하는데 2~3시간이 걸리고, 주변에 이웃이 하나도 없다면 그때 느끼는 적막감이나 고단함은 이내 전원생활을 질리게 만들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생활권과 가까운 지역을 둘러봐야
의정부 시내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김규진 씨는 이곳의 부지를 선택하는 데 있어 출퇴근 거리를 첫번째 기준으로 삼았다. 전원의 여유 있는 풍경을 즐기며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에만 치중하다 보면 정작 매일 생활하는 지역과 멀어져 이동하는 시간과 경비 등에 무리가 따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오랫동안 생활해 온 그는 자녀들도 모두 성장하고, 맞벌이를 하는 부인과 함께 일이 끝난 후에는 조용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루종일 업체 사람들을 만나고, 이동하는 중에도 업무에 관한 통화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하지만 사업체까지 전원으로 같이 옮겨갈 수는 없고, 그렇게 알아보기 시작한 지역이 의정부에서 가까운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이다. 마을 안에는 초등학교가 하나 있고, 총 18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조용한 곳이다. 광릉수목원 근처이지만, 주변에 카페촌이나 모텔 등 유흥업소도 없어 마음에 쏙 들었다고. 부부가 출근하는 곳까지는 자동차로 20분이 채 걸리지 않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은 모두 의정부 시내의 대형 마트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남향(南向)으로 햇살이 풍부한 실내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거실의 두 면에 설치한 대형 창이다. 이중의 유리 사이에는 햇빛 조절이 가능한 블라인드 기능을 추가했는데 먼지가 앉거나 잦은 작동으로 인한 고장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1층 거실은 높이가 7.5미터에 이르는 꽤 높은 천장을 갖고 있다. 천장의 높이에 맞춰 창을 설치하다 보니, 크게 위아래 부분으로 나눠 각각 리모콘으로 작동할 수 있게 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는 아치형 창을 설치해 햇살의 부드러운 느낌을 더하고 있다. 2층 복도에도 대형 아치창을 설치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보통 건축주가 사용하는 안방에만 욕실을 따로 두지만 이 집에는 두 자녀가 쓰는 방에도 각각 욕실을 만들었다. 또한 지붕의 경사진 면을 이용한 벽장을 만들어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딸이 사용하는 방에는 돌출창을 설치해 작은 공간을 사용하게 했고, 아들 방에는 다락방 느낌의 침실을 따로 만들어 아늑함을 더했다.
외부 침입에 대한 걱정 없어
어느 정도 자녀가 성장한 후에는, 많은 사람이 전원으로의 이주를 생각하고 있지만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 부부도 그러한 두려움이 없지 않았지만, 독일식 시스템 창호를 사용해 안전시설을 대체했다. 김규진 씨가 사용한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잠금장치가 사방에 걸쳐 있다는 것이다. 한쪽 창만 잠그고, 나머지 창 잠그는 것을 가끔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지만 이 창호는 하나의 잠금장치로 창 전체가 잠겨 안전성이 뛰어나다. 또한 창 전체를 여는 것과 별도로 위아래로 한 뼘 미만의 폭만큼만 열 수 있는 틸트(Tilt) 기능이 더해져 실내온도의 큰 변화 없이 환기를 시킬 수 있다.
집 안에 사용된 모든 창에는 방탄필름을 입힌 유리를 사용해 혹시나 있을지 모를 외부 침입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했다. 1층 주방 창에는 거실과 달리 블라인드나 커튼을 설치하지 않았다. 외부에서 실내가 보이지 않을까 했지만, 주방 창은 모두 반사코팅유리 제품을 사용해 안에서만 밖이 보이기 때문에 주방과 식당에서도 뒷마당의 전경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이 집의 바로 아래쪽에는 김규진 씨의 처남 식구들이 2004년 7월에 입주해 살고 있다. 건강이 나빠진 처남에게 전원으로의 이주를 적극 추천했고, 이곳으로 온지 한 달이 지나자 처남의 건강은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 전원에서 사는 재미에 빠져 주변 사람을 하나둘 가까이로 불러모은 것이 지금은 모두 4채의 집이 위아래로 다정하게 자리잡았고, 한 가족이 더 들어올 예정이다. 입주한 지 4개월 밖에 안 됐지만, 도심의 아파트에서 지내며 가졌던 전원의 막연한 두려움은 잊은 채, 김규진 씨 가족 모두는 전원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田
글 사진 조영옥 기자
■건축정보
· 위 치 :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 대 지 면 적 : 530평
· 연 면 적 : 85평
· 건 축 구 조 : 목조주택
· 지붕마감재 : 아스팔트 슁글
· 창호마감재 : VEKA-DRIUM
· 외부마감재 : 슬레이트석
· 내부마감재 : 석고, 산호석
· 바닥마감재 : 대리석, 황토, 강화마루
·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보일러
· 급 수 : 지하수
· 시 공 기 간 : 2004년 6월~11월
● 설계 · 시공 : 홈빌더 대표 정관영 011-755-7166
-
2005-03-28
-
-
산수유 붉은 마을에 지은 양평 내리 복층 48평 목조주택
-
-
양평군 개군면 산수유마을에 지은 전원주택. 연건평 48평의 2″×6″ 복층 목조주택으로, 지붕은 아스팔트 슁글로 마감하고, 외벽은 시멘트사이딩에다 밝은 회색 페인트를 칠해 깔끔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집이다. 실내 구조는 천장까지 시원스레 튼 거실과 욕실, 드레스룸이 딸린 마스터룸을 햇살이 잘 드는 전면에, 주방 겸 식당과 욕실은 후면에 배치했다. 거실과 연결된 주방은 한층 넓어 보이는데, 보조주방과 창고를 통해 뒷마당으로 이어지는 동선이 간결하다. 2층에는 독립생활이 가능하도록 창가에 발코니를 낸 서재와 방 그리고 욕실이 있다.
이른봄 맨 먼저 샛노란 꽃을 피워 봄소식을 알리고, 늦가을 들판을 홍보석으로 수를 놓는 산수유 군락이 백미인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의 산수유마을. 개군면의 내리는 봄이면 수령 백 년이 넘는 산수유 1만5000여 그루에서 샛노란 꽃을 피어내는데, 이곳 산수유는 3월 말에 피어 4월 중순까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이즈음 이곳에서는 산수유 축제가 한창이고, 마을은 이를 즐기려는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산수유 고목이 멋진 가로수를 이룬 내리 마을길을 벗어나면 중절모처럼 생긴 특이한 모양의 산이 나온다. 양평군 용문면과 개군면의 경계에 자리한 추읍산(趨揖山, 해발 582.9m)이다. 산 정상에 서면 양근, 지평, 여주, 이천, 광주, 장호원 등 7개 읍·면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고 하여 칠읍산이라고도 한다. 이 산 아래에 이르면 동국주택건설에서 시공한 2″×6″ 경량 목조주택 세 채가 다소곳하게 자리잡고 앉아 오가는 등산객들의 시선을 끈다.
이곳에서 노후를 보낼 요량으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는 이용일(59세)·김경희(54세) 부부.
“여태껏 서울에서만 살아오다보니 시골이 그리웠습니다. 일주일에 한 차례만이라도 물 맑고 공기 좋은 전원에서 마음 편히 쉬고 싶었어요. 꽃밭과 텃밭도 가꾸고 싶었고요. 그래서 아직은 서울을 떠날 수 없기에 서울과 가까우면서 쾌적하고 조용한 이곳에 전원주택을 짓기로 했지요. 우선은 주말주택으로 이용하다가 나이가 좀더 들면 상주할 계획입니다.”
땀과 노력으로 지은 집
이용일ㆍ김경희 부부는 이곳에서 두 번째 전원생활을 맞이한 셈이다. 이웃동네인 개군면 개전리에서 48평 전원주택을 짓고 7개월가량 생활했는데, 어느 날 찾아온 지인에게서 여기서 살고 싶으니 집을 넘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사실 처음에는 집에 대해 잘 몰랐고, 세심하게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집을 짓고 생활하다 보니 공간배치부터 문, 타일 등 아쉬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집을 짓는다면 더 잘 지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친구가 ‘나도 전원생활을 하고 싶은데 부지 마련이나 집 짓는 일 등 이런 저런 것을 생각하면 골치 아프다’며 집을 팔라는 겁니다. 집을 지으면서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힘들더라도 다시 해보기로 했지요.”
건축주 부부는 지인에게 기존 집을 시가 그대로 넘겨주고, 다시 집 지을 준비를 시작했다. 부지와 시공사 선정은 비교적 쉽게 해결됐다. 양평군에 위치한 미래부동산컨설팅의 소개로 2003년 말에 지금의 부지를 알게 됐는데, 첫눈에 반했다는 이용일 씨.
“서울과 가까우면서 쾌적하고 조용한 데다, 또한 산과 계곡이 어우러지는 경치도 아름다워 맘에 쏙 들었습니다. 그래서 곧장 부지 880평을 평당 17만 원에 구입하고, 시공사도 부동산중개사무소 사장으로부터 동국주택건설을 소개받았는데, 첫 상담에서 마음에 끌려 바로 계약했습니다.”
부지와 시공사 선정 문제가 해결되자, 집 지을 준비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처음 집을 지을 때 겪었던 시행착오를 더 이상 겪지 않으려고 면밀하게 챙겼다. 각종 전시회를 찾아다니고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자료를 수집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문도 구했다. 문이나 타일, 싱크대, 벽난로 등을 일일이 발품을 팔아 취향에 맞는 걸로 선택했다. 어느 정도 준비가 갖춰지자 2004년 8월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 그해 12월 완공을 하고 이듬해 1월 입주했다.
여유롭고 안정감 있는 공간
이용일·김경희 부부가 마련한 보금자리는 48평 복층(1층 30평, 2층 18평) 경량 목조주택으로, 지붕은 아스팔트 슁글로 마감하고, 외벽은 시멘트사이딩에다 밝은 회색 페인트를 칠해 깔끔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집이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1평이 채 안 되는 공간이 좁아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좌측에 전면 거울을 달고 우측엔 붙박이 수납장을 설치했다. 또한 거실로 들어서는 곳에는 중문을 달아 바깥 공기 유입을 차단함과 동시에 실내의 안정감을 강조했다.
실내 구조는 거실과 욕실·벽장이 딸린 마스터룸을 햇살이 잘 드는 전면에, 주방 겸 식당과 욕실은 후면에 배치했다. 지붕의 경사면을 살려 시원스럽게 하이실링으로 처리한 거실은 주변 경관을 맘껏 감상하고 햇살이 풍부하게 들어오도록 양면에 전면창을 설치하고, 전원의 여유를 즐기도록 흔들의자를 비치해 놓았다. 건축주는 거실에는 텔레비전 없이 벽난로를 중심으로 가구를 배치했는데, 텔레비전 보다 벽난로 불꽃 구경이 게 더 재미있고 운치도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거실과 연결된 주방은 한층 넓어 보이고, 보조주방과 창고 겸 보일러실을 통해 뒷마당으로 이어지는 동선이 간결하다. 싱크대와 주방 가구는 화이트 톤으로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수납공간이 부족하지 않도록 곳곳에 수납장을 설치했다. 주부의 일손이 편하도록 세탁기와 김치냉장고를 싱크대 아래에 두고, 아일랜드 설치도 빼놓지 않았다. 식사를 하면서도 자연경관을 감상하도록 주방 옆 식당 양면에 통유리를 설치하고, 야외식사를 즐기는 덱으로 자유로이 드나들도록 했다.
2층에는 독립된 생활이 가능하도록 창가에 발코니를 낸 서재와 방 그리고 욕실이 있다. 평상시 건축주가 사용하는 서재는 박공지붕의 라인을 그대로 살렸는데, 손님이 방문했을 땐 사랑방으로 쓰인다. 2층에서 돋보이는 공간은 외부 발코니. 서재나 방을 통해 발코니로 나서면 마을과 추읍산 경관이 한눈 가득히 들어온다. 그밖에 아직 미완성이지만 넓은 정원에다 전면과 식당 쪽에 덱을 제법 넓게 설치하여 전원의 운치를 즐기는 데 손색이 없도록 했다.
전원의 향기 가득한 삶
건축주 부부는 직장 때문에 현재는 주말에만 이곳에서 보내고 있지만, 정년퇴임 후에는 상주할 계획이다. 이곳에 올 땐 독서나 하면서 쉴 요량으로 출발하지만, 막상 오면 그럴 겨를이 없다는 안주인 김경희 씨.
“서울에서는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볼 시간이 있는데, 여기에 오면 그럴 시간조차 없어요. 주변 정리부터 시작해서 땔감 구하랴, 정원 가꾸랴, 이것저것 일거리가 잔뜩 쌓여 있거든요. 쉴 요량으로 오지만 여기 있는 내내 일만 하다 가곤 한답니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이렇게 몸을 움직이면서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 특히 자고 일어나 아침에 창문을 열 때의 그 신선하고 상쾌한 느낌은 서울에서 맛볼 수 없습니다.”
가족 중 전원생활을 제일 반기는 사람은 84세의 노모다. 전원생활을 하고부터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 서울에서 살 때는 잔병치레로 피부과, 내과, 이비인후과 등 일주일에 몇 번씩 병원에 가야 했는데, 전원생활을 하고부터는 거의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건축주 부부가 바쁜 일 때문에 이곳에 못 오면 노모는 ‘왜 안 가나’ 하며 서운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단다.
지난해에 이곳 텃밭에서 기른 열다섯 가지 야채는 다섯 식구가 먹고도 남았다. 올해는 잔디와 나무, 야생화를 더 심는 등 조경에 신경을 쓸 계획이다. 안주인은 이곳에 카페를 열 계획도 가지고 있다. 오가는 사람들하고 차 한 잔을 나누며 대화를 나누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면서 즐거워한다. 田
글 박창배 기자 / 사진 조영옥 기자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내리
·부 지 면 적 : 330평
·대 지 면 적 : 200평
·연 면 적 : 48평(1층 30평, 2층 18평)
·건 축 구 조 : 2″×6″ 경량 목구조
·외벽마감재 : 시멘트사이딩
·지붕마감재 : 아스팔트 슁글
·내벽마감재 : 석고보드+실크벽지
·천장마감재 : 석고보드+실크벽지
·바닥마감재 : 강화온돌마루
·창호마감재 : 미국식 시스템창호
·단 열 재 : 인술레이션
·식 수 : 지하수
·난 방 시 설 : 심야전기+벽난로
·시 공 기 간 : 2003년 8월~12월
·건 축 비 : 약 1억 5000만 원(평당 300만 원)
● 설계·시공 : 동국주택건설 (02-407-6730, www.dkhouse.co.kr)
-
2005-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