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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주택 이야기 - 펜션, 카페, 전원주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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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2부 통나무주택의 완성·통나무주택의 욕실과 화장실·통나무주택의 주방과 구성·펜션, 카페, 전원주택·통나무주택의 창호 선택·통나무주택의 계단·통나무주택 2층의 특징·통나무주택의 가치·통나무주택과 사우나·통나무주택의 벽난로·통나무주택의 인테리어·통나무주택의 전기와 설비여행을 하다가 혹은 누구를 만날 때, 아니면 무언가 생각을 다듬기 위해서 우리는 쉽게 찻집을 떠올리게 되고 기억을 들추어 인상적이었던 곳을 찾게 된다. 해리 포터의 이야기로 일약 세계적인 인물이 된 영국의 조앤 롤링은 해리 포터, 그 신비롭고 아름다운 상상의 나래를 그녀가 사는 곳의 어느 자그마한 카페에서 펼쳐나갔다. 카페는 연인들에게 로맨틱한 분위기에서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홀로된 가난한 그녀에게 매일같이 그녀의 꿈과 희망을 해리 포터의 이야기로 엮어갈 공간이 된 것이다. 카페는 이렇듯 그 쓰임에 있어서 다분히 정서적인 여유로 가까이하게 되는 독특함이 있는 공간이다. 통나무집 카페는 이런 면에서 아주 적합하기 때문에 많이 추천 운영되고 있다. 그 이유는 시간을 두고 즐기게 되는 내부 인테리어로 통나무집이 갖는 독특함과 편안함, 그리고 신비로움 때문일 것이다. 길을 가다가도 눈에 띄는 집이 있게 마련이다. 때로는 새로운 공법과 기법이 시도되기도 하고 문화적 배경이 다른 외국의 건축 양식이 채용되기도 한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체로 그 독특한 모습 때문인 경우가 많다. 건축 설계는 실용성과 조형미의 조화를 목표로 한다.통나무집은 기본적으로 이 목표에 근접해 있다. 억지 조형의 무리한 설계가 아니어도 통나무집은 그 소재가 갖는 멋스러움만으로도 훌륭한 외관을 연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용성의 기본이 될 수 있는 견고함이나 특별한 인테리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규모가 크지 않다면 굵은 통나무일수록 집을 답답하게 보이게 하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내부 공간 역시 규모에 비해 나무의 굵기에 따라 통나무가 주는 시각적인 부담스러움과 공간 손실을 생각해야 한다. 또 기호에 따라 손으로 깎아서 만드는 비 규격의(工式, Hand craft)통나무집과, 기계가공 공정을 거치는 규격화된(Milled) 통나무집을 선택할 수 도 있다. 대체로 수공식의 통나무집은 좀 거친 야성미를 연상한다면 기계식 통나무주택은 정리된 세련미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공간의 활용면에서는 규격과 구성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30평의 건물이라면 2~3평의 내부 공간 차이가 있다. 또 건물의 구성을 어떻게 하는가 하는 기본 구상에 따라서도 선택은 달라질 수 도 있다.투자의 경제성, 운영의 효율성 높이는 노천 카페 우리나라에 많이 공급되고 있는 미국이나 캐나다의 통나무집과 달리 유럽의 통나무집 카페는 건물 밖의 노천 공간을 많이 이용한다. 영화나 사진을 통해 보듯이 노천 카페는 유럽식이다. 이를 잘 이용하면 투자의 경제성도 살리고 운영의 효율성도 살릴 수 있다. 발코니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그러나 통나무집 카페에서는 더 할 나위 없이 멋을 주는 공간이다. 우리는 좁은 땅에서 가난한 시절을 거치면서 누구나 큰집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사는 듯하다. 그러나 무절제한 식욕이 비만을 부르듯, 필요 이상의 큰집은 낭비와 과소비가 필연적으로 따르게 마련이다. 아파트의 베란다는 준공 검사만 끝나면 모두 유리문으로 막아 내부 공간을 늘리는데 사용한다. 필자의 모델 하우스를 방문하는 이들도 발코니를 보며 여기 유리문을 해 달아도 되느냐고 묻는다. 서구가 방글라데시를 식민통치하면서 받아들인 발코니가 우리나라에 정착되는 독특한 형태인 것이다. 통나무집 카페를 짓는다면 본체에 어울리는, 그리고 쓰임새와 지형을 생각한 발코니를 구상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특별한 구상이 없다면 발코니를 잘 접목하여 발전한 유럽형 통나무주택이 쉽게 답을 줄 수 도 있다. 발코니를 크게 잡으면 통나무집의 운치와 이국적이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고, 본체의 크기가 아담하니까 손님이 줄어드는 겨울철에는 아늑한 분위기와 필요 이상의 에너지 낭비를 줄 일 수 있다.넓은 발코니는 봄 여름 가을에 두루 이용할 수 있어 실내와 실외를 선호하는 다른 분위기의 고객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다. 건축비와 에너지 절감, 그리고 별도의 인테리어가 필요 없으며 유지비가 절감되고 다양한 용도로 연출할 수 있는 개성 있는 카페를 원한다면 발코니의 활용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다만 환경과 지형을 충분히 살펴 구상하여야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고 금상첨화도 될 수 있다. 거칠거나 조잡하게 되면 아니함만 못하게 되고 결국은 다시 하거나 애물단지가 되는 낭비로 귀결될 수 있음을 명심하여야 한다.현실적으로 약 60여 평의 주거와 카페를 겸해 건축한다면 토지를 제외하고 약 3억 정도의 예산으로 시도할 수 있다. 또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금융을 잘 활용하는 지혜도 더하게 된다면 그 이하의 예산으로도 통나무집 전원주택과 수입원을 마련할 수 있는 재테크와 투자수익을 동시에 실현시킬 수 있다.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본인의 의지와 결단력이 요구된다. 전문가와 잘 상의하면 의외로 쉽게 실현시킬 수도 있다. 우리는 입으면 해지거나 유행을 타는 옷을 고르는데도 좋은 색, 좋은 천을 골라 값을 더하여 치르고, 음식도 먼 길 마다 않고 맛을 찾아 혹은 분위기를 찾아 비싼 값을 치른다.통나무주택은 오랜 세월 동반하는 인생의 반려자 집은 의, 식, 주(衣食住) 중에서 그때그때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지속성을 요구하고 있다. 통나무집은 일시적인 입을 것이나 먹을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동반하게 되는 인생의 반려가 되고 경제 사회에서는 용도에 따라 수입원이 되기도 하여야 하는 것이다. 집을 지으려면 이러한 집의 고유 가치를 충분히 생각하고 나와의 격을 나란히 하는 자존심도 가져야 할 것이다. 더하여 통나무집이라면 그 이름에 걸맞은 조형감도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두는 돈을 더 들여서만 되는 것이 아니고 필요 이상 예산을 줄이려다 영원히 잃을 수 있는 가치들이기라는 것이다. 많은 경우 결국 집을 싼값만을 찾아 조잡하게 싸구려로 지어지는 것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내 집은 내 얼굴, 내 가족의 울타리라는 본래 의미를 버리지 않아야 한다. 물론 예산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건축 규모를 줄이거나 구상과 구조의 묘(妙)를 찾아 예산을 줄이는 소극적 방법이 있을 수 있고 시공사와 협의해 금융을 이용하는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 오늘날 같은 저 금리시대는 부동산투자가 재테크 수단으로 좋은 때이다. 금리의 부담과 3~4년 정도로 계산상 상환계획을 세울 수 있는 범위가 적당한 외부 금융조달 규모가 될 것이다. 더욱이 통나무집은 제 값을 들여 제대로 짓는 것이 돈 버는 일이라는 확신이 흔들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 20~30년이면 감가상각으로 건물의 가치가 없어지는 시멘트 집과는 달리 제대로 지어진 통나무집은 세월이 가면서 그 가치가 더욱 돋보이게 되는 그래서 집 값이 더 비싸지는 문화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田■ 글 정인화<발미스코리아 통나무주택 대표 054-975-1240>www.valmi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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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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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년 된 경기도 전통가옥, 가평 한옥 펜션 ‘팜카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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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을 한식(韓食), 입는 것을 한복(韓服)이라 부르듯이 우리가 사는 곳이 바로 한옥(韓屋)이다. 한옥은 결코 어제의 ‘고(古)건축’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넓은 의미에서 한옥이란, ‘한국 땅에 지어진 모든 건축물이며’, 좁은 의미로는 ‘사람이 살림하고 사는 살림집’을 의미한다.
여기서 한국땅에 지어진 모든 건축물로써의 한옥은 시대에 관계없이 한국땅에 순화되도록 지어진 집이란 뜻이다. 한옥이란 개념에는 상당한 포용력이 있으며 서양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집이라 해도 이 땅의 풍토에 순화되는 한 한옥(韓屋-살림집)으로 볼 수 있다.
구들 드린 온돌방이나 온수파이프를 돌려 난방하는 것 등은 모두 한옥에서 빌려온 것으로 우리 땅과 생활방식에 순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전통 한옥의 가치는 이러한 새로운 한옥개념의 살림집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소중하다. 집은 삶의 기반이며, 따라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우리의 집을 성찰해야 한다. 우리가 전통한옥을 보존·유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라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매우 개방적이며 융통성을 보여주는 전통한옥의 면면을 살피는 일은 현재 우리 삶의 기반을 성숙하게 발전시키고 우리 땅의 풍토에 가장 적합한 살림집으로써의 새로운 한옥을 창조·재생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위치한 펜션 ‘팜카티지’는 전통한옥과, 펜션이라는 현대생활양식이 어떻게 화해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우리가 과거의 건축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280년 된 경기도 전통가옥, 팜카티지
팔당대교를 건너 45번 국도를 타고 가다 팔각정 휴게소에서 37번 국도로 갈아타 청평호반에 이르면 펜션 팜카티지로 가는 유람선을 탈 수 있다. 저렴하고 안전한데다 근사한 강변 풍류도 즐길 수 있고 육로보다 수월하게 갈 수 있기 때문에 팜카티지를 처음 방문하는 경우엔 뱃길이 훨씬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좋다.
펜션 팜카티지는 장락산 중턱, 홍천강 중·하류 산새 깊은 곳에 위치해 있다. 물론 물길이 힘들다면 육로로 찾아가는 방법도 있으니 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지난 8월 여름휴가시즌으로 바쁜 와중에 문을 연 팜카티지는 방문객 위주의 편의성과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 등, 여느 펜션과 다름없는 느낌이다. 한가지 다른 게 있다면 바로 건축형태인데, 팜카티지는 목조도, 황토도 아닌, 280년 된 경기도 전통가옥이기 때문이다.
성춘재와 천리재 등 두 채로 이루어진 팜카티지는 4개의 객실을 갖고 있는 보기 드문 진짜(!) 한옥 펜션이다.
습기가 올라오지 않게 마당과 레벨차를 둬 경사진 터 위에 얹은 성춘재는 기단이라 부르는 댓돌을 여러 겹 축조해 높게 만들었다. 가파르게 올라온 뙤약볕을 가리고 있는 한옥 특유의 깊은 처마의 모습도 단아하다.
우리 한옥이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할 수 있는 건 처마의 역할에 달렸다고 한다. 여름엔 차양이 되고 겨울엔 경사진 서까래와 함께 더운 공기를 머물게 하는 것이 바로 처마이기 때문이다. 냉·난방에 막대한 경비를 들여야 하는 도시의 살림집들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효율적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다소 높게 올리긴 했지만 집 구성의 기본단위는 낮게 잡은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인의 평균 신장을 감안해 안마당에서 바라볼 때의 눈높이를 수평기준선으로 해 안방 머름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눈높이를 기준으로 하부와 상부를 구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성춘재 툇마루에 올라서니 방 앞쪽의 머름 드린 창틀의 하단 높이와 어깨가 신기하게도 얼추 맞는 것 같다. 한옥에는 눈높이뿐 아니라 어깨 넓이도 응용해 집을 지었다고 하니, 살림집을 지을 때 우리 조상들이 어떤 마음으로 임했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조선시대 백성들은 사방 15척, 대략 4.5m 가량의 방을 냈는데, 300여 년 전 팜카티지를 살림터로 사용한 이들은 아마도 서민이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잘 살피면 방과 거실, 주방과 욕실까지 모두 일률적인 양옥과 달리 방의 천장 높이와 대청이나 부엌의 천장 높이가 틀리다. 이렇게 높낮이가 다른 천장 구조는 아시아 여러 나라의 전통가옥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앉아서 생활하는 방과 서서 움직이는 일이 많은 대청의 천장 높이가 다른 것은 그 쓰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팜카티지의 난방형태는 구들과 전기보일러를 함께 쓰고 있는데, 사람이 살림을 사는 곳이면 구들처럼 한옥에 적당한 것도 없겠지만, 매일 사람이 머물러 있질 않기 때문에, 관리가 힘들어 최근에 전기보일러를 설치했다.
4년동안 나룻배로 기와며 자재 등 실어 날라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손님들의 왕래가 많진 않지만 청평호나 장락산, 유명산 등 입지적으로 유명 관광코스가 가까이 있어 그동안 관광객들이 구경삼아 다녀가곤 했기 때문에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전통가옥을 보존하는 관장이자 펜션지기인 노경미 씨에 의하면 이따금 분위기만 흉내낸 한옥형 펜션쯤 되겠지 생각하고 오는 손님 중엔 진짜 한옥인데 놀라 일정을 앞당겨 하루 이틀 사이 가버리는 사람들도 있단다. 이유는 비슷하다. 불편하고 춥고 게다가 벌레도 많고 결정적으로 TV나 비디오, 인터넷 등이 안되기 때문이란다.
노경미 씨는 배꼽을 잡고 웃는 기자에게 농담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올림픽 개발붐으로 사라질 위기에 있던 이 집을 84년 구입해 서울 풍납동에서 여기까지 옮겨오는데 꼬박 4년이 걸렸는데, 당시엔 물길이 전부라 나룻배를 이용해 기와며 자재 등을 실어 날랐다.
“나더라 미쳤다고 했어요.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는 거예요. 사실 나도 그 이유를 몰라요. 왜 시작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그냥 싫었던 거 같아요. 300년 가까이 된 집이 삽날에 날아가는 게 싫었던 거죠. 못견디겠더라고요. 그래서 사긴 샀는데, 어디로 옮기긴 해야하고, 도시에 변변한 곳은 마땅치 않고, 우리 어머니가 산도보고 물도 보는 곳으로 가자고 해서 여기까지 온거예요. 집이라고 옮겨와 내가 살 것도 아니고, 살 수도 없잖아요. 지금은 우리 어머니 여기서 여생 보내신다고 내려와 계시지만, 그때만 해도 엄두도 못냈어요. 게다가 그냥 가만히 놔둬도 일년이면 유지비용이 5,000만 원 정도 들어가요. 내 딴에는 지난 10년 간 지킨다고 지켰는데 하루가 다르게 집이 자꾸 닳는 것 같은거예요. 저러다 큰일나겠다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죠”
팜카티지를 보존하고 있는 노경미 씨는 아직도 어려운 일이 많다며 말끝을 흐렸다.
지금은 작고한 인간문화재의 손을 빌어 총 세 채를 옮겨와 한 채는 100% 자재 용도로 뜯어 사용하고, 한 채(성춘재)는 처음의 모습과 가장 흡사하게 복원했다. 또 남은 한 채(천리재)는 지붕이나 내벽, 난방 등을 현대적으로 추가·보완했다.
살림집에서는 살림을 살아야 오래 보존할 수 있어
20여 년 가까이 주로 가족들과 친지들만 왕래하다 갑자기 펜션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궁금했다. 사람들이 노경미 씨의 마음처럼 이곳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건 아닐텐데 말이다. 자칫 훼손이라도 되면 어쩌느냐고 물었다.
“처음 여기로 집을 옮겨다 놓겠다고 하자 가족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우리 식구들은 처음부터 내 마음하고 같았거든요. 가족이 없었다면 엄두도 못냈을 거예요. 어머니가 먼저 내려오시고, 나는 애들 공부 때문에 서울살이 다 정리하고 여기 내려온지 이제 5년 됐어요. 틈틈이 내려와서 들여다보긴 했지만 최근에 보니까 너무 많이 상한거예요. 해마다 보수비용 들여가면서 한다고 했는데, 그래서 왜그러나 알아봤어요. 이유는 사람이 안 살아서 그런데. 살림집엔 사람이 살림을 살아야 된다고 하는 거예요. 우리 어머니야 워낙 없는 것처럼 있으시고, 안방이나 마루나 거의 매일 비어 있으니까. 그래서 집이 자꾸 기(氣)를 잃어 가는 거래요”.
노경미 씨는 그동안 훼손이라도 될까봐 관공소나 민간단체 등에서 대여를 문의해 올 때마다 안된다고 잘라 말했단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관광을 주선하겠다는 여행사들도 많았지만 한번도 내준 적이 없다. 그런 그녀가 집을 더 오래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펜션업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일단 결심을 하고 나니 젊은 사람들한테 더없이 좋은 한옥체험이 될 것 같아 뿌듯해지고,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한옥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고.
또 일단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지면 한옥 보존에 좋다는 걸 알고 신바람이 난 노경미 씨는 천리재를 중심으로 5월부터 복구공사를 시작해 기와도 새로 얹고 화장실도 현대식으로 고쳐 8월에 펜션 팜카티지를 오픈한 것이다.
다만 최근엔 한옥 보존 외에도 큰 걱정거리가 하나 늘었다. 제두루미와 백로가 노니던 홍천강변이 골재채취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경미 씨는 20년 가까이 골재를 캐냈으니 이젠 그만 둘때도 됐건만 때로 강바닥을 긁어 올리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며 애를 태운다.
아닌게 아니라, 강변에는 뿌리째 뽑혀나간 썩은 나무가 뒹굴고 골재채취선이 머문 곳은 쓰레기더미로 변해있다.
물이 줄고 강바닥이 드러나면서 처음 1,500평이던 대지도 눈에 띄게 줄었고, 최악의 경우 팜카티지에 영향을 미칠만큼 밀고 들어올지도 모를 일이라며 군청이나 시에 진정을 넣어도 그때뿐이라고 불안해했다. 괜한 노파심에서 나온 생각이라고들 하지만 노경미 씨 가족에겐 오랜 살림터인 이곳의 자연이 더 이상 파괴되질 않길 바랄 뿐이다.
해지기 전에 올라갈 요량으로 배를 타고 나갔는데, 윈시림 속에서 팜카티지의 아름다운 내림마루가 보였다. 예부터 자연 풍광속에 집 한 채 멋지게 들여세우는 뛰어난 천분을 지녔다는 우리 조상에게는 풍경에 꼭 맞는 지붕의 높이와 크기를 가늠할 줄 아는 혜안도 지녔었나 보다.
한국 건축은 먼 곳에서 바라볼 때 한층 눈맛이 나는 특성을 지녔다고 하던데, 집 안에서 주변 풍경을 바라보는 즐거움만큼, 멀리 떨어져 집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田
드림펜션(031-717-9003, www.dreampension.co.kr)
팜카티지(011-9003-2369, www.chongpyong.com)
■ 글·사진 엄치언 기자
■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건축형태 : 경기도전통가옥
·대지면적 : 1,500평
·건축면적 : 80평
·내부마감 : 닥종이
·외부마감 : 흙벽
·바닥마감 : 민속장판, 들기름장판
·지붕마감 : 팔각지붕(안채), 맞배지붕(사랑채)
·창 호 재 : 봉창+살창+넉살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온돌+구들
·식수공급 : 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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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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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주택 이야기 - 펜션, 카페, 전원주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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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2부 통나무주택의 완성·통나무주택의 욕실과 화장실·통나무주택의 주방과 구성·펜션, 카페, 전원주택·통나무주택의 창호 선택·통나무주택의 계단·통나무주택 2층의 특징·통나무주택의 가치·통나무주택과 사우나·통나무주택의 벽난로·통나무주택의 인테리어·통나무주택의 전기와 설비여행을 하다가 혹은 누구를 만날 때, 아니면 무언가 생각을 다듬기 위해서 우리는 쉽게 찻집을 떠올리게 되고 기억을 들추어 인상적이었던 곳을 찾게 된다. 해리 포터의 이야기로 일약 세계적인 인물이 된 영국의 조앤 롤링은 해리 포터, 그 신비롭고 아름다운 상상의 나래를 그녀가 사는 곳의 어느 자그마한 카페에서 펼쳐나갔다. 카페는 연인들에게 로맨틱한 분위기에서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홀로된 가난한 그녀에게 매일같이 그녀의 꿈과 희망을 해리 포터의 이야기로 엮어갈 공간이 된 것이다. 카페는 이렇듯 그 쓰임에 있어서 다분히 정서적인 여유로 가까이하게 되는 독특함이 있는 공간이다. 통나무집 카페는 이런 면에서 아주 적합하기 때문에 많이 추천 운영되고 있다. 그 이유는 시간을 두고 즐기게 되는 내부 인테리어로 통나무집이 갖는 독특함과 편안함, 그리고 신비로움 때문일 것이다. 길을 가다가도 눈에 띄는 집이 있게 마련이다. 때로는 새로운 공법과 기법이 시도되기도 하고 문화적 배경이 다른 외국의 건축 양식이 채용되기도 한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체로 그 독특한 모습 때문인 경우가 많다. 건축 설계는 실용성과 조형미의 조화를 목표로 한다.통나무집은 기본적으로 이 목표에 근접해 있다. 억지 조형의 무리한 설계가 아니어도 통나무집은 그 소재가 갖는 멋스러움만으로도 훌륭한 외관을 연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용성의 기본이 될 수 있는 견고함이나 특별한 인테리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규모가 크지 않다면 굵은 통나무일수록 집을 답답하게 보이게 하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내부 공간 역시 규모에 비해 나무의 굵기에 따라 통나무가 주는 시각적인 부담스러움과 공간 손실을 생각해야 한다. 또 기호에 따라 손으로 깎아서 만드는 비 규격의(工式, Hand craft)통나무집과, 기계가공 공정을 거치는 규격화된(Milled) 통나무집을 선택할 수 도 있다. 대체로 수공식의 통나무집은 좀 거친 야성미를 연상한다면 기계식 통나무주택은 정리된 세련미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공간의 활용면에서는 규격과 구성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30평의 건물이라면 2~3평의 내부 공간 차이가 있다. 또 건물의 구성을 어떻게 하는가 하는 기본 구상에 따라서도 선택은 달라질 수 도 있다.투자의 경제성, 운영의 효율성 높이는 노천 카페 우리나라에 많이 공급되고 있는 미국이나 캐나다의 통나무집과 달리 유럽의 통나무집 카페는 건물 밖의 노천 공간을 많이 이용한다. 영화나 사진을 통해 보듯이 노천 카페는 유럽식이다. 이를 잘 이용하면 투자의 경제성도 살리고 운영의 효율성도 살릴 수 있다. 발코니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그러나 통나무집 카페에서는 더 할 나위 없이 멋을 주는 공간이다. 우리는 좁은 땅에서 가난한 시절을 거치면서 누구나 큰집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사는 듯하다. 그러나 무절제한 식욕이 비만을 부르듯, 필요 이상의 큰집은 낭비와 과소비가 필연적으로 따르게 마련이다. 아파트의 베란다는 준공 검사만 끝나면 모두 유리문으로 막아 내부 공간을 늘리는데 사용한다. 필자의 모델 하우스를 방문하는 이들도 발코니를 보며 여기 유리문을 해 달아도 되느냐고 묻는다. 서구가 방글라데시를 식민통치하면서 받아들인 발코니가 우리나라에 정착되는 독특한 형태인 것이다. 통나무집 카페를 짓는다면 본체에 어울리는, 그리고 쓰임새와 지형을 생각한 발코니를 구상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특별한 구상이 없다면 발코니를 잘 접목하여 발전한 유럽형 통나무주택이 쉽게 답을 줄 수 도 있다. 발코니를 크게 잡으면 통나무집의 운치와 이국적이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고, 본체의 크기가 아담하니까 손님이 줄어드는 겨울철에는 아늑한 분위기와 필요 이상의 에너지 낭비를 줄 일 수 있다.넓은 발코니는 봄 여름 가을에 두루 이용할 수 있어 실내와 실외를 선호하는 다른 분위기의 고객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다. 건축비와 에너지 절감, 그리고 별도의 인테리어가 필요 없으며 유지비가 절감되고 다양한 용도로 연출할 수 있는 개성 있는 카페를 원한다면 발코니의 활용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다만 환경과 지형을 충분히 살펴 구상하여야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고 금상첨화도 될 수 있다. 거칠거나 조잡하게 되면 아니함만 못하게 되고 결국은 다시 하거나 애물단지가 되는 낭비로 귀결될 수 있음을 명심하여야 한다.현실적으로 약 60여 평의 주거와 카페를 겸해 건축한다면 토지를 제외하고 약 3억 정도의 예산으로 시도할 수 있다. 또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금융을 잘 활용하는 지혜도 더하게 된다면 그 이하의 예산으로도 통나무집 전원주택과 수입원을 마련할 수 있는 재테크와 투자수익을 동시에 실현시킬 수 있다.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본인의 의지와 결단력이 요구된다. 전문가와 잘 상의하면 의외로 쉽게 실현시킬 수도 있다. 우리는 입으면 해지거나 유행을 타는 옷을 고르는데도 좋은 색, 좋은 천을 골라 값을 더하여 치르고, 음식도 먼 길 마다 않고 맛을 찾아 혹은 분위기를 찾아 비싼 값을 치른다.통나무주택은 오랜 세월 동반하는 인생의 반려자 집은 의, 식, 주(衣食住) 중에서 그때그때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지속성을 요구하고 있다. 통나무집은 일시적인 입을 것이나 먹을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동반하게 되는 인생의 반려가 되고 경제 사회에서는 용도에 따라 수입원이 되기도 하여야 하는 것이다. 집을 지으려면 이러한 집의 고유 가치를 충분히 생각하고 나와의 격을 나란히 하는 자존심도 가져야 할 것이다. 더하여 통나무집이라면 그 이름에 걸맞은 조형감도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두는 돈을 더 들여서만 되는 것이 아니고 필요 이상 예산을 줄이려다 영원히 잃을 수 있는 가치들이기라는 것이다. 많은 경우 결국 집을 싼값만을 찾아 조잡하게 싸구려로 지어지는 것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내 집은 내 얼굴, 내 가족의 울타리라는 본래 의미를 버리지 않아야 한다. 물론 예산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건축 규모를 줄이거나 구상과 구조의 묘(妙)를 찾아 예산을 줄이는 소극적 방법이 있을 수 있고 시공사와 협의해 금융을 이용하는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 오늘날 같은 저 금리시대는 부동산투자가 재테크 수단으로 좋은 때이다. 금리의 부담과 3~4년 정도로 계산상 상환계획을 세울 수 있는 범위가 적당한 외부 금융조달 규모가 될 것이다. 더욱이 통나무집은 제 값을 들여 제대로 짓는 것이 돈 버는 일이라는 확신이 흔들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 20~30년이면 감가상각으로 건물의 가치가 없어지는 시멘트 집과는 달리 제대로 지어진 통나무집은 세월이 가면서 그 가치가 더욱 돋보이게 되는 그래서 집 값이 더 비싸지는 문화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田■ 글 정인화<발미스코리아 통나무주택 대표 054-975-1240>www.valmi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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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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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세시기(歲時記)]-비를 잘 이겨낸 무의 어린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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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짝 너머 마중 나온 코스모스가 반갑게 손을 흔드는 계절.
코스모스는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리는 꽃이다. 전원에 찾아온 가을, 빈땅을 그대로 놀릴 수는 없다. 텃밭을 일구고, 파종을 해서 작지만 큰 수확의 기쁨을 공유해야 한다. 하지만 모내기만 하면 손이 가지 않는 논농사와는 사뭇 다른 게 밭농사다. 아이 키우듯 어루만지고 관심 갖는 밭작물이 수확량도 많고 맛도 좋다. 농사를 농사답게 짓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본다.
뜨거운 태양 빛을 잘 견뎌온 작물들이 풍성한 결실을 맺었다.
푸르던 논이 황금빛으로 옷을 갈아입고, 토실토실한 수수는 머리가 무거워 점점 고개를 숙인다. 올해는 유난히 잦은 비로 고추 말리기가 힘들다. 때문인지 전원의 비닐하우스마다 붉은 장판을 깔아 놓은 듯하다. 짙푸른 고구마 잎은 알찬 열매를 품어 자랑스런 미소를 머금고, 생강 밭의 풍성한 잎은 빽빽이 늘어선 대(竹)밭과도 같다.
김장을 앞두고 무와 배추는 8월 초부터 파종을 한다. 씨를 뿌려 놓고 싹이 텄다고 맘놓았다가는 농사를 망치기 십상이다.
씨를 뿌리고 나서 발아(發芽)가 잘 되었는가를 살피고,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보호해줘야 한다. 때론 추위를 견디도록 도와준다. 해충을 잡고 병을 얻으면 더러 약을 쳐주기도 한다. 적당량의 밑거름은 발육을 돕는다. 배수와 수분의 조절은 물론 잡초를 뽑아야 한다.
배추파종은 다소 까다롭다. 특히, 배추씨 뿌리기는 쉽지 않아 모판을 이용해 모종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배추는 가을 배추가 맛있다. 속이 노랗게 채워질 때면 배추 한 포기는 한아름이나 된다.
무의 씨앗은 잦은 비로 녹아 없어지기도 하고 잘 나지 않아 씨앗을 보충해야 한다. 비를 잘 이겨낸 무의 어린 싹은 곧 뿌리가 굵어질 것이다. 무는 뿌리가 얼기 쉬우니 배추보다 일주일 빨리 수확해야 한다.
김치 담기 양념으로 많이 쓰이는 쪽파의 줄기는 대파모양으로, 뿌리는 작은 양파처럼 생긴 게 특징이다. 쪽파는 씨앗이 아니라 뿌리(구근)로 번식하기 때문에 따로 모판을 만들 필요는 없다. 전 해에 준비해 둔 구근이나 종묘상이나 재래시장에 파는 종자용 쪽파를 이용하면 된다. 한 포기에 대여섯 개의 뿌리가 생기는데, 하나씩 떼어내어 심는다. 심기 전, 1000배로 희석한 식초물에 한 시간 담갔다가 재에다 버무려 심으면 병충해에 강해진다. 심는 간격은 포기 사이 10cm, 줄 사이 20cm가 좋다. 큰 것은 하나씩 심지만 작은 것은 두 개씩 심는 게 좋다. 가을에 심은 쪽파는 겨울을 나서 시들어버린 잎줄기 사이로 봄에 다시 새잎을 뽑아 올린다. 봄기운이 돌 때 다시 한번 거름을 주면 좋다. 5월 중순쯤이면 거두어들이고, 종자로 쓸 것은 뿌리 채 끈으로 엮어 처마 밑에 매달아 두면 된다.
글·사진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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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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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에서만난사람]-작가 유승도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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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마음의 문을 닫고 세상을 멀리하며 나는 살아왔다. 아침이야 아침이야 네가 햇살보다 먼저 찾아와 창문 앞에서 나를 불러 아침을 안겨주었듯 저기 저 산, 네가 사는 숲에 들어가 나도 너의 둥지 옆에서 너의 이름을 불러, 막 잠에서 깬 너의 눈이 나를 보는 것을 보고 싶다.
그때 너는 놀라며 나의 이름을 부르겠지…승도야
유승도 <나의 `새> 중에서
서울에서 4시간 반을 달려 영월읍에 도착해 전화를 넣다. 여기가 지금 어딘데, 이제 어느 쪽으로 가느냐고 물었더니 고씨동굴 지나서 옥동리로 들어오세요, 한다. 서울에서 4시간 반을 달려 영월읍에 도착헤 영월읍에서 15km를 더 가 옥동리에 들어와 다시 전화를 넣다. 옥동리에 왔는데 이제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더니 면사무소 지나서 고개 넘지 말고 만경사 길로 곧장 올라오세요, 한다. 마을 하나 지나쳐서 산으로 접어들면 좌측으로 샛길이 하나 나오는데, 그 쪽으로 들어와 언덕 위 첫 집이란다. 옥동 온거면 이제 다 왔어요, 마지막 말에 뛸 뜻이 기뻐 달달거리는 늙은 자동차를 모시고(?) 마을을 지나 샛길로 들어서 언덕을 찾기까지 30여 분을 헤매며 해발 600미터를 올라 도착한 곳,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그가 거친 풀 속에서 불쑥 걸어나왔다. 먼길 오느라 고생했다며 성큼 성큼 앞장서 걷는 그의 어깨 위로 지는 여름, 정오의 햇빛이 뾰족하게 걸려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된 또 다른 길, 귀농
강원도 영월 예밀2리에 사는 유승도는 농사꾼이자 시인이다. 98년 100일 된 아들과 아내를 앞세워 버려지다시피 한 농가를 사서 이곳으로 내려온 지 벌써 6년 째, 그동안 글도 쓰고 책도 내고, 고추농사, 배추농사, 포도농사에 자식농사까지, 벌여 놓은 일만해도 산더미다.
원래 고향은 충남 서산이지만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고 물 흐르는 대로 따라온 곳이 강원도 정선을 거쳐 지금의 소백산맥 자락이다.
메아리도 부딪혀 떨어질 것 같은 넓고 깊은 계곡과 이른 아침부터 올라온 안개 탓에 어스름이 보이는 삼봉산과 방미산이 두 세 뼘 앞에서 출렁이는 절경이 기막히게 아름답다.
고송(古松)이 허리를 구부리고 서있는 초가입구를 들어서니 10평 남짓한 마당과 제법 손태 나는 살림집이 앉아있다. 직접 손으로 마름해 건조시킨 통나무를 파고라처럼 이어놓고 안으로는 툇마루를 낸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집필실로 사용하는 방은 별도로 달아 낸 듯 반듯하게 돌출돼 있고, 듬성듬성 이빠진 기와 위에 슬레이트를 얹어 처마를 깊게 뽑은 모양도 인상적이다.
“사람을 사긴 누가 사. 재너머 사는 친구하나 꼬셔다가 망가뜨리면서 지은 거야. 집이라고 어디 사람 살게 해놨어야지. 그래도 우리네 사람들 집이 예나 지금이나 오지랖이 넓어서 붙이고 떼고, 얹고 큰 고생은 안했어”
귀농 당시 2,700평 농지를 2,400만 원에 사 두릅도 키우고 콩도 키우고 최근엔 표고버섯도 시작했다. 특히 석회암지대라 포도가 잘돼 도시에 사는 지인들이 한두 상자씩 올려다 먹고 있다. 농사로 얻는 수입은 일년에 200만 원 정도, 먹는 거야 밭에서 키워 먹으면 그만이니 세 식구 1년 생활비로 견딜 만하다. 거기에 글도 조금씩 쓰면서 6살 먹은 아들의 군것질거리를 댄다. 이왕 팔 걷고 시작한 농사, 규모를 좀 키워서 투자도 하고 돈도 벌고 하시는 게 어떠냐는 말에 그는 이제 막 초보농사꾼의 물을 뺐다며 손사레를 친다.
작년에는 그동안의 시골살이를 엮은 책 《촌사람으로 사는 즐거움》을 출간해 관찰자가 아닌 생활자의 눈으로 본 우리 농촌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그윽하고 청명하게 풀어내기도 했다.
길 끝나는 곳에서 다시, 길 떠나다
6살배기 아들이 막대기를 휘두르며 마당을 깡총거리며 뛰어다니고 쫓는 아이나 쫓기는 강아지나 휙휙 신바람이 분다. 어떻게 이 오지까지 내려왔냐는 기자의 물음에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었다며 유승도는 처마끝 풍경만 올려다본다.
그의 컴컴한 방랑은 사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막노동판에서 등짐도 졌고, 제주도로 건너가 옥돔잡이 연안어선도 탔다. 탄광촌에서 몇 개월 막장생활도 했다. 그러다 흘러 들어간 곳이 강원도 정선 끝 구절리였는데, 드물게 마음이 갔던 탓에 그대로 또 얼마간을 주저앉았다. 도시를 탈출해 떠돈 세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구나 싶을 때, 그는 자연과 처음으로 마주보게 됐다고 한다. 그것은 끝이 아니었고 막다른 길도 아니었다. 그는 삶의 막(膜), 그 밖으로 나간게 아니라 막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때 쓴 시 <나의 새>로 95년 등단했고 사랑도 했으며 결혼도 했다.
“귀농이랄 것도 없어. 촌에 왔으니 농사짓고 사는 건 당연하지. 게다가 난 어디 취직해 출퇴근하고 승진도 하고 연봉협상도 하고 이런게 천성적으로 안맞는 사람이거든. 일부러 진흙탕만 골라 돌아 온거 아니냐고 그러는데, 아니야 내 몸 흐르는 대로 따라왔더니 여긴 거야. 사실 좀 애매하긴 했어. 오랫동안 도시에 적을 두고 살았기 때문에 그쪽 사람들은 내가 무진장 이상한 거야. 쟤 왜 그러나, 등단도 했으니 글이나 열심히 쓰면서 예쁘게 명함이나 찍으면서 살지, 왜 튀어? 그런다고. 또 여기 사람들은 도시물 먹은 멀건 놈이 농사랍시고 꼼지락대는 게 못마땅하고, 그런게 애매하긴 했지. 그래도 난 여기가 좋아. 참 잘 온거 같아”.
흙먼지를 일으키며 마당을 뛰어다니던 어린 아들은 어느새 마루 끝에 배를 대고 누워 손장난을 치고 아이의 막대기로 혼쭐난 강아지가 꾸뻑거리며 조는 산골의 늦여름은 벌써 가을에 쫓겨가고 있었고 서늘한 이마 위로 느리게 해가 지고 있었다.
비가 많이 와 작년보다는 덜 달다며 직접 키운 빛깔 좋은 포도송이를 내온 말수 적은 아내 김미숙은 어쩌다 예까지 끌려오셨냐는 말에 “싫은 척하고 온거지 끌려온 건 아닌데”라며 웃는다.
자연의 다정함을 배우는 즐거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유서깊은 질문, 아니 질문이라기보다는 확인에 가까운 말이 살다보면 문득 가슴을 울릴 때가 있다. 낯선 오지까지 숨돌릴 새도 없이 찾아왔건만 뜬금없이 부끄러운 생각만 든다. 말갛게 젖은 하늘이 참 아름답기만 한데 괜시리 신경질만 잔뜩나 아무한테나 심통을 부리고 싶어진다. 그러다 맛있는 저녁 밥상에 금새 기분이 좋아져 손장난이 시시해진 아이와 잠깐 한눈을 팔았다.
어느새 유승도는 포도밭에 내려가 큼직한 송이들을 한 소쿠리 따왔다. 하나씩 포장해 상자에 담는 모습이 천상 농사꾼이다. 따뜻한 커피를 내오며 작년보다 실하진 않아도 서울에서 사먹는 포도하곤 틀리다며 말간 얼굴로 웃는 김미숙은 천상 농사꾼의 아내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일어서는데 벌써 아랫마을이 어둑하게 보인다. 출발 채비를 하는 기자를 보더니 아이는 옥동에 나가 아이스크림 사달라며 조르기 시작했다.
출입문 밖 가지런히 쌓아 놓은 장작 앞에서 그들의 작고 소박한 집을 한번 돌아보고, 고송의 굽은 허리도 다시한번 살폈다.
“먼길인데 자고 가지. 뭘 그렇게 서두르면서 살아”. 유승도는 뒷짐을 지고 선 채 먼산을 쳐다본다. 어느 날이고 불쑥 찾아오면 방 하나 내달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괜한 빈말인 거 같아 그만뒀다.
시인 유승도, 이제 농사꾼이기도 한 그의 책 《촌사람으로 사는 즐거움》이 뭘 의미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그것은 낭만도, 여유도, 유희도 아니다. 그것은 정이며 인연이고, 자연의 다정함을 배우는 즐거움이다.
비록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수 없는 세상이라도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 꿈꿀 권리가 있는 세상은 저절로 오는 게 아니다. 이 평범한 진리를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경애로운 자연은 행복을 꿈꾸는 데에 그치지 않고 열심히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우치길 바라고 있는게 아닐까.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행복해지는 것뿐 아니라 덜 갖고도 행복해 지는 것은 천성의 문제가 아니라 노력과 용기의 문제라는 걸 느낀다. 빛나지는 않지만 늘 푸른 고송처럼 자연의 평범한 진리로 살아가는 시인 유승도와 그의 가족을 통해 우리는 자연에서 배우고 꿈꾸는 자의 또 다른 노력과 용기를 본다. 田
■ 글·사진/엄치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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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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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탐방]-사우나의 신개념,(주)네츄럴 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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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주택, 펜션이란 개념이 우리나라에 들어 온 지도 벌써 몇 년이 흘렀다. 그에 따라 집 구석구석도 많이 변화 하였다. 그 중 특이하게 볼 것이 바로 욕실 문화다. 단순히 화장실 그리고 욕조, 샤워기가 있는 개념에서 개인의 휴식공간으로써의 비중이 점점 더 커져 가고 있다. 사우나나 월풀 욕조를 설치 하기도 한다. 또한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집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욕실에서 받을 수도 있다. 첨단의 시대를 향하면 아무렇게 방치되던 욕실도 첨단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국내시장에 들어온 이동식 간이 사우나는 그야말로 부유층에서만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비싼 가격이었다. 또한 그 뒤를 이은 월풀 욕조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실정이었기에 보통의 서민들은 욕심이 나더라도 선뜻 구매하기가 쉽지 않았다. 가격이 비쌌던 이유는 대부분의 제품들이 유럽 쪽에서 수입되던 제품이란데 있다.
이런 고가의 욕실 제품들을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게끔 하는 회사가 바로 ㈜네츄럴 바스(대표 황선준)다. 이탈리아의 유명 기업에서 디자인과 기술을 제공받아 중국에서 OEM(주문자 상표부착방식)방식으로 생산, 국내로 반입하는 유통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디자인과 기술만 제공받는 것은 아니다. 한국실정에 맞게끔 보완하고 또 개발, 생산까지 직접 동참하고 있다. 기술과 디자인은 유럽에서, 생산은 인건비가 싼 중국에서 하다 보니 비싸고 멀게만 느껴진 첨단 욕실 제품들이 일반인들에게 가까워진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생산되었다고 해서 품질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ISO 9001의 엄격한 인증을 받았으며 한국전기전자 시험연구원(KETI)에서 그 품질을 인증 받았다. 또한 최근에는 제조물 피해 책임인 PL인증까지도 받았다.
단순함을 탈피한 첨단제품
이러한 노력으로 네츄럴 바스에서는 아래와 같은 상품을 국내에 시판하고 있다.
건식 사우나: 흔히들 핀란드식 사우나라고도 하며 히터로 맥반석,옥석,황토 등을 직접 가열하여 내부의 온도를 올리거나 가열된 돌 위에 사용자가 직접 물을 뿌려 증기를 만들어내는 사우나를 말한다.
습식 사우나:터키식 사우나라고도 하며 부스의 증기발생장치에서 사우나를 위한 최적의 온도/시간을 자동 조절하여 스팀(증기)을 발생시켜 즐기는 사우나로써 아로마 혹은 한약재를 첨가하여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사우나 시설은 핀란드 고급원목, 사우나 돌(맥반석, 옥돌)로 구성되어 있어 사람의 인체에 잘 맞다. 또한 기존의 제품들이 건식 혹은 습식 한 가지 타입만 구매를 할 수 있었다면 ㈜네츄럴 바스에는 건, 습식을 동시에 사용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가족들의 개별 취향도 맞추어 줄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비싼 전기요금인데, ㈜네츄럴바스의 심경보대리는 “보통 하루에 2회(30분간)씩 할 경우 한달에 전기료가 5,000~8,000원 정도로 소비전력이 3Kw 내외 입니다”라고 전한다.
월풀욕조: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있는 월풀 욕조는 기포욕조라고도 하는데 욕조의 물을 펌프로 순환시켜 물살과 거품(살균 소독된)으로 신체 전반에 걸쳐 마사지를 하게 하는 욕조를 말한다. 특히 “싸이클론 마사지 노즐”이란 특수한 노즐을 사용하여 일반 월풀 욕조의 마사지 노즐이 고정 혹은 손으로 직접 방향을 조절 해야하는 단점과 일방적인 수압 마사지에 의한 아픔/간지러움의 단점을 극복한 부품이다. 즉, 네츄럴 바스의 싸이클론 마사지노즐은 말 그대로 물살을 자동으로 360도 회전시켜 입욕자의 신체 전반에 걸친 수중 마사지를 가능하게 해주는 특허품이다.
바디마사지샤워기: 미세한 노즐(구멍)사이로 가압된 물살로 피부를 강하게 자극하여 샤워 및 마사지를 즐길 수있는 제품이라고 한다.
또한 휴식의 개념에 초점을 맞추어 FM라디오, CD등을 들을 수도 있으며 전화도 송/수신이 가능 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집 (전원주택/경기도 남양주) 가까이에 일반 대중목욕탕이나 찜질방이 없어서 항상 먼 시내까지 이동하여 사우나를 즐기고는 했는데 네츄럴바스의 스팀사우나부스를 집에 설치하고 부터는 눈비가 내려도 시내까지 가야되는 걱정이 없으니 참 편하고 사길 잘 했다”
이러한 고객들의 평에서 알 수 있듯이 소비자들의 욕구를 가장 잘 맞추어 주고 있다는 것이 ㈜네츄럴 바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田
글·정리 박 일 기자
■전시장
1.서울 본 사: 서울 금천구 시흥1동 새한벤쳐 704호
T)02-808-3155
2.강남전시장: 서울 강남구 논현동
논현건축자재 백화점 2층(7호선 학동역 8번출구)
T)02-544-8687
3.강북전시장: 서울 중구 을지로 3가
일위건업(삼영크리스탈/3호선 3번출구)
일부품목 전시(영업 대리점)
■홈페이지 : http://www.naturalbat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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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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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산책] 나른한 몸에 활력을! 집중력과 기억력 향상을 위한 몇 가지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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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 중에는 이런 경험을 한 분들이 있을 것이다. 피곤하고 기운이 없고 나른하다. 식은땀이 난다. 입맛이 없고 체중이 준다. 소화가 잘 안되거나 설사를 자주 한다. 어깨가 뻣뻣하거나 허리가 자주 아프다. 팔다리가 쑤시고 아프거나 온몸이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다. 혹은 머리가 항상 멍하거나 무겁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진다. 정서적으로 짜증이 잘 나거나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한숨이 자주 난다. 잠을 푹 자기 힘들고 자고 일어나도 잔 것 같지 않다.
이러한 증상들은 주로 여러분들이 처해 있는 환경으로부터 오는 과다한 스트레스에 의해서 발생한다. 다시 말해 업무에 대한 부담이나 강박관념, 또한 바르지 않은 자세로 너무 오래 의자에 앉아 있을 때 생기는 어깨와 허리의 무리, 저하된 소화 기능에다 바르지 못한 식습관까지 겹쳐져 발생하는 증상들이다.
그러면 그 원인은 무엇이며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인간의 지적 활동은 뇌에서 이뤄지는데 뇌는 인체 신경조직의 거의 98퍼센트를 수용하고 있다. 전형적인 뇌의 무게는 1.4킬로그램, 부피는 1200씨씨 정도다. 뇌는 체중의 단 2퍼센트에 불과하지만 휴지시 에너지의 18퍼센트를 소모한다. 정상의 신경원들은 오직 유산소 기전들을 통해서만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며 산소와 포도당의 지속적이고도 확실한 공급을 전적으로 혈액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뇌의 신경조직은 뇌-혈관장벽에 의해 전신의 혈액과 격리돼 일반적으로 오직 지용성 화합물들만이 뇌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산소와 포도당의 공급, 양질의 지방산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건강이 좋지 않으면 업무를 보는데 지장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지나치기 쉽지만 업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질환들이 있다.
첫째, 숨을 쉬는 방법이다. 업무는 뇌를 많이 쓰는 피로한 일로 다량의 산소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깊은숨을 쉬어 많은 양의 산소를 공급해 주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능률이 떨어지게 된다.
둘째, 축농증이다. 축농증이 있어 항상 코 부위가 묵직한 느낌이 있는 사람은 기억력이 많이 떨어진다. 뇌의 활동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셋째, 코골이가 심한 사람은 다음 날 업무에 지장이 많다. 전 날 코를 심하게 골게 되면 좋은 수면을 취할 수 없고 피로감이 쌓여 집중력이 떨어진다. 일례로 미국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의 코골이를 치료해 주었더니 성적이 30퍼센트 정도 향상됐다는 보고도 있다. 요즈음은 간단한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목 부분에 베개를 받쳐주면 약간 줄어든다고 한다.
넷째, 시력에 관한 것이다. 보는 것은 지적활동의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시력이 좋지 못한 경우에는 반드시 교정해야 한다.
다섯째, 이비인후과 질환이 있는데 이들은 주변을 산만하게 만들거나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소리를 잘 못 듣는 등 여러 가지 지장을 초래한다. 여기에는 소음에 오랫동안 노출된 것이 원인인 ‘소음성 난청’,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은 ‘이명’ 등이 있다.
음식의 섭취와 방법도 중요하다. 배부르게 먹으면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두뇌로 맑은 피가 가는 것이 아니라 위로 간다. 그렇게 되면 두뇌는 산소가 모자라 활동을 중단하고 잠시 쉬기를 원한다. 졸음이 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80퍼센트 정도에서 음식물 섭취를 중단하고 가볍게 몸을 푼 다음 업무를 보는 것이 좋다.
식사는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식사를 거른 채 일을 계속하면 주의력과 집중력 의 지속 시간이 짧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한 ‘어떤 음식을 섭취할 것인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뇌의 기능을 돕는 음식들은 견과류(호두, 잣, 아몬드, 땅콩), 참깨, 검은깨, 현미, 등 푸른 생선, 해조류(미역, 김, 파래, 톳, 다시마), 콩,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 철분 등이 있다.
아울러 잘 씹어야 한다. 씹는 동작은 안면근육을 모두 움직이게 하고 그 정보가 뇌에 전달되어 뇌를 자극하고 뇌의 발달을 촉진해, 뇌에서의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뇌로 가는 혈류량은 높여준다.
업무를 볼 때는 의자와 책상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는 척추에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의자의 높이, 등받이의 높이와 각도, 허리받침대 위치 등이 체형에 맞아야 한다.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깊이 집어넣고 등받이에 기댄 상태로 의자를 책상 앞으로 바짝 당겨 앉고, 상체를 바로 세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틈틈이 고개를 뒤로 젖혀 주는 운동을 해주어 목과 어깨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면, 집중력도 높일 수 있다.
인간은 수면을 취해야만 하기 때문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잠을 잤느냐.’도 중요하다. 하버드의대 정신과 연구팀은 새로운 것을 배운 후, 그 날 밤잠을 잔 사람과 밤을 지새운 사람의 학습 효과를 비교한 결과, 후에 둘 다 잠을 충분히 잤어도 첫날 잠을 잔 사람이 학습효과가 더 높았다고 한다. 잠은 낮시간에 익힌 기억 중 쓸데없는 것은 버리고 필요한 기억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밤새 일하는 것보다 낮에 일하고 밤에 수면을 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면의 역할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면 부족은 능률을 떨어뜨리고 올바른 업무 수행에 필수적인 어떤 것을 기억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지시사항을 이해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충분한 수면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성장호르몬의 분비는 주로 잠이 들고 한두 시간 후나 운동을 할 때 가장 많은 양이 분비된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간단한 방법으로 피로를 쉽게 느끼는 눈을 맑은 눈으로 바꾸어 주고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는 눈체조를 소개한다. 눈체조를 하면 눈 주의에 막힌 혈들이 풀어지면서 나빠진 시력이 좋아지고, 눈의 피로도 풀 수 있다. 또한 대뇌 후두엽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공간지각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볼 수 있다. 하루에 십 분씩 세 번, 간단히 아래 과정을 반복한다.
눈체조
1. 두 눈을 크게 뜨고 위쪽 아래쪽 왼쪽 오른쪽으로 쳐다본다.
2. 두 눈동자를 왼쪽으로 한 바퀴 돌린 후, 오른쪽으로 다시 한 바퀴 돌린다.
3. 앞의 동작을 3분 동안 계속 반복한다.
눈을 통해 뇌에 기운 보내기
1. 손을 빠르게 20번 비빈다.
2. 뜨거워진 손을 2분간 눈에 댄다.
효과적인 방법들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는데, 조금만 신경을 쓰면 보다 나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의학적으로 부족한 기능을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음식과 한약을 복용하는 방법으로 여러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고, 향기요법으로 정신을 맑게 하는 방법들도 있다.
글 / 김보균 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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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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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 가을꽃은 늦게 피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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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식물로부터 온다. 이것은 봄부터 가을까지 살면서 새롭게 느낀 또 하나의 사실이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도 비가 많이 왔다. 내가 살고 있는 양평뿐만 아니라 전국적 현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올여름은 지긋지긋 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말복을 지나 처서를 넘겼어도 비는 멎지 않았고 간간이 비치는 햇살은 9월이 와도 따갑기만 했다. 마당에 이끼가 가득하고 봄부터 자라기 시작한 꽃나무들은 잎사귀만 무성하게 자랐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을이 온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9월에 접어들자 노란 나뭇잎들이 마당과 길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떤 때는 수북하게 쌓이는 날도 있었다. 우리 집 옆으로 비어 있는 집 마당에 있는 키 큰 태산목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한 잎 두 잎 떨어지기 시작한 이후 추석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제법 비치고 여름이 아쉬운 듯 매미는 더욱 요란하게 울어댔다.
가을이 온 것이다. 그렇게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사람들은 낙엽이 떨어져도 가을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나무만이 제대로 가을을 맞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식물들의 가을맞이는 낙엽만이 아니었다. 봄에 꽃을 피우는 나무나 풀들은 대부분 가을이면 잎이 물들거나 말라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유독 가을이 되면 잎이나 꽃대가 더욱 푸르러지고 무성해지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곧 가을꽃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을꽃들을 우리 집에 들여온 것은 지난 봄에 이사 온 후 마당을 가꾸면서부터다. 물론 이사를 오기 전에 소나무, 목련, 살구나무, 앵두나무, 회화나무, 측백, 주목 등을 대충 제자리를 잡아 심었고, 그 후 모란, 작약, 장미 등을 심었다. 이렇게 먼저 들여온 꽃나무들은 덱 앞 자리에 자리를 잡아 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나와 아내는 그 꽃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차츰 꽃나무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아내가 어느 날부터 이름 모를 식물들을 구해 심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튤립, 칸나, 할미꽃, 한라구절초, 해국, 소국, 접시꽃, 붓꽃 등, 그 중 칸나는 키가 많이 자라기 때문에 울타리 삼아 마당 가장자리에 잘 어울렸다. 그 외 대부분은 마당 여기저기에 놓여 있는 돌 틈이나 집 모퉁이에 자리를 잡았다. 사실 나나 아내는 서울에 사는 동안에는 줄곧 아파트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화단에 있는 꽃들을 그저 감상만 했던 게 사실이다. 그 이름이 무엇이며 언제 피는지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내도 꽃나무를 심고 가꾸는 동안 가끔 독백처럼 그런 말을 자주 했다.
그런데 문제는 가을꽃이었다. 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한 꽃나무들은 우리 식구들이나 손님들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초여름부터 지금까지도 몸이 약해서인지 가끔 꽃을 피워 올리는 장미는 각별한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이들에 비해 가을에 꽃을 피운다는 한라구절초, 해국 그리고 소국 등은 8월까지만 해도 꽃망울은커녕 잎마저 누릇누릇한 빛으로 잘 자라지도 않았다. 이런 까닭으로 이들 가을꽃들은 맨드라미를 새로 들여오면서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심지어 봉숭아, 채송화 등에게도 밀려나 대문입구 돌 틈이나 후미진 구석으로 자리를 옮기는 운명이 되었다. 이런 와중에 아내가 심은 가을꽃 중 앵두나무 밑에서 엉겅퀴처럼 자라고 있는 것이 있었다. 장마가 다 끝나가도 30센티미터도 되지 않게 자라 영 볼품이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앵두나무 밑에서 그냥 자라도록 내버려두었던 것이다. 그런데 말복이 지나 봄 꽃나무들은 잎새를 떨어뜨리기 시작하는데 반해 이 놈은 그때서야 잎이 더욱 무성해지고 키가 쑥쑥 자라 며칠 만에 1미터도 넘는 앵두나무 가지들을 치받고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이름도 없이 말이다.
봉숭아, 채송화에 밀려나 대문간에 다소곳이 있는 한라구절초나 돌 틈에 박혀 있는 해국은 그냥 그대로 아직 있는데, 유독 이 놈만이 갑자기 쑥쑥 자라는 것이 그대로 마음에 찰 수 없었다. 아직도 봉숭아는 줄곧 꽃을 매달고 있고, 채송화는 꽃을 피웠다가 지우고 또 피웠다 하는 것이 나의 눈을 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던 어느 날, 없는 집에 자란 처녀 같은 칸나가 너무 무성하여 그늘을 짙게 하는 바람에 잎을 솎아 주다가 문득 그 이름 모를 가을꽃에 눈길이 닿았다. 이제는 꽃봉오리까지 맺히는데 그 모양이 씀바귀 꽃망울처럼 가지 끝에 초롱초롱 맺힌 것이다. 순간 정말 이름 없는 들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않아도 봄과 여름에 걸쳐 아내는 이름 없는 들풀들을 가끔 화초 가꾸듯이 한데 모아놓곤 했는데, 가만히 살펴보면 잡초도 있고, 질경이나 씀바귀, 클로버 같은 들풀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놈도 이름 없는 들풀이겠거니 하고 그냥 뽑아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 놈이 너무 자라는 바람에 늦게 새잎이 나온 앵두나무의 생명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생각해 온 터였다.
마침 아내가 외출했다가 늦게 들어오는 날 내 눈길이 그 놈에게 닿자마자 단숨에 휙 뽑아버렸다. 그리고는 그 놈들을 대문 밖 풀숲으로 던져 버렸다. 외출에서 돌아 온 아내는 이렇게 된 광경을 보자 무척 서운해 했다. 비록 다른 것에 비해 꽃을 늦게 피우고 또, 단순히 이름을 모른다고 뽑아버리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그 들꽃이 버려진 곳으로 가 그 자리에다 다시 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순간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키가 커서 잘 세워지지 않는 그 놈들을 지지대를 가져 다 하나하나 묶어 주었다. 그리고 그 이튿날 아침에는 그 중 하나를 가져다가 원래 자리에다 심고는 물을 흠뻑 주었다. 그 후 며칠 동안은 혹시 그 놈들이 말라 죽어버리진 않을까 하고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추석이 지난 며칠 후 아침, 문득 눈에 띈 것은 하얀 솜사탕 같은 꽃이었다. 그 이름 없는 들풀이 꽃을 피운 것이었다. 제일 먼저 꽃봉오리를 맺은 맨 위에서부터 피는 꽃 모양은 그야말로 작은 솜사탕들이 저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를 속삭이는 듯하였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자 곧 민들레 홀씨처럼 사방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지금도 피고 있고, 식물도감에서도 그 이름을 찾을 수 없지만 나는 그들을 민들레솜사탕 이라 부르기로 하였다. 그리고 들꽃이라고 이름이 없는 것이 아니고 가을꽃은 제때에 피는 것이지 결코 늦게 피지 않는다는 평범한 사실을 가르쳐 준 그 민들레솜사탕을 하얀 부끄러움으로 매일 바라본다. 田
■ 글 이기윤(시인·육군사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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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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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기차] 도랑의 내 붕어는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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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은 때아닌 고기잡이꾼들로 가득 찼다. 손바닥만한 웅덩이에 투망을 던지는 이, 족대로 훑는 이, 어항을 놓는 이로 바글거렸다.
다리 위에서 그 모양을 내려보자니, 투망을 던질 때마다 버들잎 만한 고기들이 은빛으로 반짝이며 버글대어 올라오는데 한 시간도 안되어 들고 온 양동이를 채웠다. 저러다 고기 씨를 말릴 듯하여 그만 두었으면 싶었지만, 그이는 양동이가 가득 차자 황급히 그것을 비닐 봉지에 담고는 다시 투망을 던져 넣기 시작했다. 보다 못해 잡을 만큼 잡았으니 그만 하라고 하니, 아니꼬운 대꾸가 돌아온다. 이게 당신 땅입니까? 개울에도 주인이 있습니까?
시골은 사람만 사는 것은 아니다. 호젓하니 숲 속에 들어앉아 살다 보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수많은 생명들이 바로 곁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실낱 같은 도랑물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버들치며 중투라지가 헤엄치고, 찔레가 필 무렵이면 돌 틈에 숨어 지내던 가재들이 기어 나온다. 아침이면 목을 축이러 오는 산토끼를 만나 서로 놀라기도 하고, 편지통 속에서 뛰어나오는 다람쥐와 마주치기도 한다. 닭을 물어 가는 족제비도 있고, 어슬렁거리며 산길을 거니는 멧돼지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이웃들에 대해, 오래 전부터 그들 곁에서 살아온 사람일수록 함부로 다루기 쉽다. 비만 오면 투망을 들고 개울을 뒤지는 사람들이나, 눈이 내린 뒤 올무나 덫을 놓는 사람들을 만나 무어라 말을 하면, 그이들은 자신이 가까운 마을에 산다는 것을 무슨 치외법권처럼 내세운다. 놀이 삼아 하는 천렵이나 올무질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마을 토박이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라는 데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언젠가 눈이 많이 내린 산길에 낯선 차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이 서성거리는 게 멀리 보이는데, 밤늦도록 불을 켜둔 채 차는 그곳에 남아 있었다. 이튿날, 그 곳에 가보니 사람도 잡을 만큼 억센 덫 두개가 놓여 있었다. 크기로 보아 멧돼지나 고라니를 노리는 것인 듯 한데 눈에 덮여 사람이라도 밟았다가는 발목이 절단날 판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마을 분들에게 했더니, 겨울 소일 삼아 재미로 하는 거 아니겠냐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깊은 산중에 짐승들 다니는 길까지 소상히 알고 오는 걸 보면 외지 사람보다는 물골 주민일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다.
지난 봄에는 산에서 내려오는 아주머니의 손에 뿌리째 뽑힌 헛개나무가 들려 있길래, 산의 나무를 함부로 뽑으면 되느냐고 물으니, ‘요 아래 마을에 산다’는 엉뚱한 대답을 한다. 그 대답을 가만히 새겨보면, 이 마을에 사는 사람에게는 이 부근의 나무며 짐승쯤은 마음대로 다루어도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두물머리 못 미처 송촌리라는 강마을이 있다. 일체의 취사, 낚시, 어로 행위가 금지되었다는 상수원보호구역 표지판이 붙어 있는 곳에서 버젓이 투망을 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마침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던 주민이 고기가 좀 잡히느냐 어쩌느냐, 담소를 나누는 걸로 보아 한 마을 사람들로 보였다. 그런데 강 본류와는 뚝 떨어져 도로 건너편의 조그맣게 갇힌 웅덩이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는 오토바이 주민이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낚시를 했다며 야단을 치는 그이가 자랑스럽게 꺼내 놓은 것은 명예 환경감시위원증이었다.
그렇다고 바깥에서 놀러 온 이들이라고 나은 것은 아니다.
가뭄이 들어 개울바닥이 드러날 때쯤, 물골에서도 가장 물이 좋다는 수산리 개울에는 손으로 움켜쥘 만한 물들이 군데군데 괴여 있었다. 강까지 이어지던 개울물이 말라붙자, 고기들이 얼마 남지 않은 웅덩이로 죄다 모여들었다. 개울은 때아닌 고기잡이꾼들로 가득 찼는데, 손바닥만한 웅덩이에 투망을 던지는 이, 족대로 훑는 이, 어항을 놓는 이로 바글거렸다.
다리 위에서 그 모양을 내려보자니, 투망을 던질 때마다 버들잎 만한 고기들이 은빛으로 반짝이며 버글대어 올라오는데, 한 시간도 안되어 들고 온 양동이를 채웠다. 저러다 고기 씨를 말릴 듯하여 그만 두었으면 싶었지만, 그이는 양동이가 가득 차자 황급히 그것을 비닐 봉지에 담고는 다시 투망을 던져 넣기 시작했다. 보다 못해 잡을 만큼 잡았으니 그만 하라고 하니, 아니꼬운 대꾸가 돌아온다. ‘이게 당신 땅입니까?’, ‘개울에도 주인이 있습니까?’
유난히 비가 많은 올해도 개울 곳곳에서 투망을 던지는 이들의 모습을 많이 본다. 어린 시절, 삼태기 들고 개울 섶을 뒤져 피라미를 건져내던 일이나, 눈 덮인 산능성을 더운 김을 내뿜으며 산토끼를 몰아대던 추억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모처럼 저녁상에 풋고추 넣고 조려먹던 찬거리가 아니라, 몸에 좋다는 말 하나로 온 산을 뒤져 헛개나무며, 가시오갈피며, 오소리며 싹 쓸어버리고, 개울의 물고기마저 쓸어다가 중탕을 내려 먹는 일은 결코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없으리라.
‘바로 요기 살아요,’ ‘이게 당신 땅입니까.’ 이런 말을 언제까지 듣고 살아야 할지는 모르지만, 쪽동백이며, 현호색이며, 애반디와 수염이 멋진 동자개와 알록달록한 꼬리가 귀여운 너구리, 오소리....이런 모든 것들이 사라진 뒤의 시골은 얼마나 삭막할까.
얼마 전, 수산리의 유료 낚시터에 간 적이 있었다. 손바닥만한 붕어 여 댓 마리를 잡아 세 마리는 마당에 묻은 함지박에 넣고, 나머지는 불당골 이웃이 붕어찜을 한다고 가져갔다. 온종일 나는 연잎 밑으로 노는 붕어를 들여다보는 즐거움에 빠졌다. 하루가 지나자 붕어들은 물 위로 코를 내밀고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나는 붕어를 꺼내어 집 밑의 개울 도랑에 풀어 주었다. 발목도 잠기지 않을 만큼 얕은 도랑물이지만, 나는 매일 일을 나가거나 들어올 때면 그 앞에 차를 세우고, 내 붕어들이 잘 있는지 들여다보았다. 그 뒤로도 꽤 오랫동안 집 앞 도랑에 머물던 내 붕어들은 큰비를 따라 개울로 내려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일터에서 돌아올 때마다 도랑을 들여다보며, 풀 섶 밑에 어른거리는 붕어들에게 환호성을 지르던 내게 그것은 서운한 일이지만, 나는 붕어들이 넓은 개울에서 마음껏 헤엄치며 살아가기를 꿈꿔 본다. 어린 시절, 숙모가 빨래 가는 앞 개울에서 손으로도 움킬 만큼 흔한 붕어며, 구구리며, 불거지들로 집 앞의 도랑이 버글거리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田
■ 글 이시백<작가,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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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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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산책] 나른한 몸에 활력을! 집중력과 기억력 향상을 위한 몇 가지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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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 중에는 이런 경험을 한 분들이 있을 것이다. 피곤하고 기운이 없고 나른하다. 식은땀이 난다. 입맛이 없고 체중이 준다. 소화가 잘 안되거나 설사를 자주 한다. 어깨가 뻣뻣하거나 허리가 자주 아프다. 팔다리가 쑤시고 아프거나 온몸이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다. 혹은 머리가 항상 멍하거나 무겁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진다. 정서적으로 짜증이 잘 나거나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한숨이 자주 난다. 잠을 푹 자기 힘들고 자고 일어나도 잔 것 같지 않다.
이러한 증상들은 주로 여러분들이 처해 있는 환경으로부터 오는 과다한 스트레스에 의해서 발생한다. 다시 말해 업무에 대한 부담이나 강박관념, 또한 바르지 않은 자세로 너무 오래 의자에 앉아 있을 때 생기는 어깨와 허리의 무리, 저하된 소화 기능에다 바르지 못한 식습관까지 겹쳐져 발생하는 증상들이다.
그러면 그 원인은 무엇이며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인간의 지적 활동은 뇌에서 이뤄지는데 뇌는 인체 신경조직의 거의 98퍼센트를 수용하고 있다. 전형적인 뇌의 무게는 1.4킬로그램, 부피는 1200씨씨 정도다. 뇌는 체중의 단 2퍼센트에 불과하지만 휴지시 에너지의 18퍼센트를 소모한다. 정상의 신경원들은 오직 유산소 기전들을 통해서만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며 산소와 포도당의 지속적이고도 확실한 공급을 전적으로 혈액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뇌의 신경조직은 뇌-혈관장벽에 의해 전신의 혈액과 격리돼 일반적으로 오직 지용성 화합물들만이 뇌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산소와 포도당의 공급, 양질의 지방산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건강이 좋지 않으면 업무를 보는데 지장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지나치기 쉽지만 업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질환들이 있다.
첫째, 숨을 쉬는 방법이다. 업무는 뇌를 많이 쓰는 피로한 일로 다량의 산소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깊은숨을 쉬어 많은 양의 산소를 공급해 주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능률이 떨어지게 된다.
둘째, 축농증이다. 축농증이 있어 항상 코 부위가 묵직한 느낌이 있는 사람은 기억력이 많이 떨어진다. 뇌의 활동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셋째, 코골이가 심한 사람은 다음 날 업무에 지장이 많다. 전 날 코를 심하게 골게 되면 좋은 수면을 취할 수 없고 피로감이 쌓여 집중력이 떨어진다. 일례로 미국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의 코골이를 치료해 주었더니 성적이 30퍼센트 정도 향상됐다는 보고도 있다. 요즈음은 간단한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목 부분에 베개를 받쳐주면 약간 줄어든다고 한다.
넷째, 시력에 관한 것이다. 보는 것은 지적활동의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시력이 좋지 못한 경우에는 반드시 교정해야 한다.
다섯째, 이비인후과 질환이 있는데 이들은 주변을 산만하게 만들거나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소리를 잘 못 듣는 등 여러 가지 지장을 초래한다. 여기에는 소음에 오랫동안 노출된 것이 원인인 ‘소음성 난청’,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은 ‘이명’ 등이 있다.
음식의 섭취와 방법도 중요하다. 배부르게 먹으면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두뇌로 맑은 피가 가는 것이 아니라 위로 간다. 그렇게 되면 두뇌는 산소가 모자라 활동을 중단하고 잠시 쉬기를 원한다. 졸음이 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80퍼센트 정도에서 음식물 섭취를 중단하고 가볍게 몸을 푼 다음 업무를 보는 것이 좋다.
식사는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식사를 거른 채 일을 계속하면 주의력과 집중력 의 지속 시간이 짧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한 ‘어떤 음식을 섭취할 것인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뇌의 기능을 돕는 음식들은 견과류(호두, 잣, 아몬드, 땅콩), 참깨, 검은깨, 현미, 등 푸른 생선, 해조류(미역, 김, 파래, 톳, 다시마), 콩,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 철분 등이 있다.
아울러 잘 씹어야 한다. 씹는 동작은 안면근육을 모두 움직이게 하고 그 정보가 뇌에 전달되어 뇌를 자극하고 뇌의 발달을 촉진해, 뇌에서의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뇌로 가는 혈류량은 높여준다.
업무를 볼 때는 의자와 책상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는 척추에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의자의 높이, 등받이의 높이와 각도, 허리받침대 위치 등이 체형에 맞아야 한다.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깊이 집어넣고 등받이에 기댄 상태로 의자를 책상 앞으로 바짝 당겨 앉고, 상체를 바로 세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틈틈이 고개를 뒤로 젖혀 주는 운동을 해주어 목과 어깨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면, 집중력도 높일 수 있다.
인간은 수면을 취해야만 하기 때문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잠을 잤느냐.’도 중요하다. 하버드의대 정신과 연구팀은 새로운 것을 배운 후, 그 날 밤잠을 잔 사람과 밤을 지새운 사람의 학습 효과를 비교한 결과, 후에 둘 다 잠을 충분히 잤어도 첫날 잠을 잔 사람이 학습효과가 더 높았다고 한다. 잠은 낮시간에 익힌 기억 중 쓸데없는 것은 버리고 필요한 기억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밤새 일하는 것보다 낮에 일하고 밤에 수면을 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면의 역할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면 부족은 능률을 떨어뜨리고 올바른 업무 수행에 필수적인 어떤 것을 기억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지시사항을 이해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충분한 수면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성장호르몬의 분비는 주로 잠이 들고 한두 시간 후나 운동을 할 때 가장 많은 양이 분비된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간단한 방법으로 피로를 쉽게 느끼는 눈을 맑은 눈으로 바꾸어 주고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는 눈체조를 소개한다. 눈체조를 하면 눈 주의에 막힌 혈들이 풀어지면서 나빠진 시력이 좋아지고, 눈의 피로도 풀 수 있다. 또한 대뇌 후두엽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공간지각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볼 수 있다. 하루에 십 분씩 세 번, 간단히 아래 과정을 반복한다.
눈체조
1. 두 눈을 크게 뜨고 위쪽 아래쪽 왼쪽 오른쪽으로 쳐다본다.
2. 두 눈동자를 왼쪽으로 한 바퀴 돌린 후, 오른쪽으로 다시 한 바퀴 돌린다.
3. 앞의 동작을 3분 동안 계속 반복한다.
눈을 통해 뇌에 기운 보내기
1. 손을 빠르게 20번 비빈다.
2. 뜨거워진 손을 2분간 눈에 댄다.
효과적인 방법들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는데, 조금만 신경을 쓰면 보다 나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의학적으로 부족한 기능을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음식과 한약을 복용하는 방법으로 여러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고, 향기요법으로 정신을 맑게 하는 방법들도 있다.
글 / 김보균 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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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