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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면에 덱 설치한 자연친화형, 원주 39평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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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일구는 집
영동고속도로 문막I.C에서 흥업 방면으로 돌아서서 20여분을 가면 대안리다. 여기는 우리 나라 전체지도로 따지자면 동서의 지형이 겹치는 곳이라 아직은 동으로 더 가야 강원도 특유의 산세를 볼 수 있지만, 분명 이곳도 관광지로 이름난 강원도 땅이다.
더욱이 최근 전원주택지로 주목받는 곳이라 그런지 곳곳에 보이는 개발의 열풍이 활기를 느끼게 한다.
길만 막히지 않는다면 서울 톨게이트에서 문막I.C까지는 정확히 1시간 거리. 교통이 편해졌다는 말을 실감하며 대안리로 들어서니 야트막한 산세가 제법 운치를 더해준다.
점차 인적이 드물다고 느껴질 즈음 우측의 유료낚시터 옆 얕은 언덕으로 아름드리 집 3채가 나란히 보였다.
조적조주택과 스틸하우스 사이로 얌전하게 들어앉은 목조주택 하나. 형형색색 꽃이 담긴 깔끔한 화분이 안주인의 부지런함을 말해주고 현관의 넓은 덱이 인상적인 39평 2층 집이다.
건축주 김진영ㆍ박수원 씨 부부는 결혼 후 서울에서 쭉 살았지만, 10년 전에 남편 김 씨가 원주로 직장을 옮기면서 지금의 원주 생활이 시작됐다.
물론 자녀들의 학교 문제로 꽤 긴 세월을 서울에서 살았어도 어린 시절만은 시골에서 보냈던 이들이라 원주시로 옮기면서 전원생활을 기대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막상 이사하고 보니 원주 역시 도시인데다 어찌하다 또다시 아파트에서 생활하게돼 결국 서울 생활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꿈에 그리던 전원생활
그렇게 원주에서의 생활도 10여 년이 흘러 이제는 네 자녀도 다 키우고 정년퇴직을 생각할 나이가 되자 이들 부부는 꿈에 그리던 전원생활을 더 이상 미룰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난 98년 지금의 대안리 부지 160평을 평당 16만 원에 구입하게 됐다. 당장 집을 지을 것은 아니었어도 우선 맘에 드는 부지라도 사놓겠다는 생각에서다. 처음엔 준농지를 전용시킨 것이었는데, 택지로 닦여있는 것도 아니어서 땅의 상태는 말 그대로 엉망이었다.
이후 IMF가 끝나고 지금의 목조집을 지난해 3월부터 공사를 시작, 6월에 완성시켰다. 집의 구조는 시공사의 배려로 다락방을 둔 2층집으로 결정됐고, 목구조를 선택했다.
나무 특유의 따뜻한 느낌이 좋았고, 천연 소재라 건강에도 좋다는 주변의 권유도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자연과 벗삼아 생활하는데 목구조 집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가장 큰 이유다.
집 전면과 후면의 양안으로는 넓은 덱을 설치했는데, 특히 현관의 덱을 넓게 빼어 의자를 놓았다. 정원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집 뒤쪽의 넓은 덱 두 곳은 식사나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덱을 많이 설치하는데는 주변의 수려한 경치와 무관하지 않을 터. 깨끗한 자연환경을 최대한 즐기기 위함이리라. 외벽은 백색 사이딩으로 마감해 깔끔한 이미지를 돋보이도록 했고 목구조답게 곳곳에는 나무질감을 최대한 살리려는 흔적도 엿보였다.
내부마감 역시 실크벽지와 루바를 함께 사용해 목재의 분위기를 많이 살리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도 동시에 느껴지도록 했다.
현관으로 들어서서 보면 정면에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고 이를 중심으로 거실로 통하는 복도가 가로놓이는 구조다. 좌측이 안방이고, 우측은 거실로 가는 양안으로 화장실과 작은 방 두 개가 있다.
천장을 높인 거실은 역시 넓은 공간감이 느껴졌고, 거실의 뒤편으로는 전면창과 함께 작은 텃밭을 바라볼 수 있는 덱을 내어 시원한 분위기를 한결 더해줬다. 다만 거실과 이어진 부엌은 큰 창을 내지 않아 다소 답답한 느낌.
천장이 낮은 방이 하나 있는 2층은 다락방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비교적 넓은 공간을 확보해 본격적인 취침공간으로도 충분하다.
이렇게 짓는데 소요된 건축비는 평당 300만 원.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김 씨 부부 역시 처음에는 230만 원의 견적서를 받았지만 막상 짓다보니 건축비가 늘어났다.
실예로 처음에는 스킨도어를 사용하려다가 내부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아 장식문으로 바꾸고, 내부마감도 목조주택의 분위기를 살리려고 루바를 일부 사용하다 보니 돈이 점점 추가되었던 것.
처음 짓는 집이라 아쉬운 점도 많다. 모두 4개의 방이 있는데, 안방 넓이가 3.9평 정도로 전체적으로 크기가 너무 작은 것이 큰 아쉬움이다.
요즘 추세가 그렇다지만 역시 구식(?)인 김 씨 부부는 다소 큰 방이 좋단다. 이와 함께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자주 사용하는 공간이 아님에도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는 점도 아쉽단다. 여건이 되는 대로 나선형 계단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난방은 심야전기보일러를 사용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기름보일러를 설치했다가 너무 추운 것 같아 바꾸면서 돈이 또다시 추가됐다. 이외에도 축대를 쌓고 조경을 꾸미는데 2000만 원이 더 들었다.
텃밭 일구는 전원생활의 재미
화려함보다는 소박한 멋이 배어나오는 조경을 가만히 보면 그 꼼꼼함이 구경하는 이의 시선을 한참 잡아 놓는다. 집 옆으로 흐르는 작은 개울가에 놓인 등나무 그늘은 이웃과 담소하는 장소로 좋을 듯.
예쁜 정원도 좋지만 아내 박 씨가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것은 텃밭이다. 집 뒤편에 낸 200평 넓이의 텃밭에는 고구마며 감자에 고추 등 없는 게 없이 심어 놓았다.
이뿐만 아니라 얼마 전에는 재배하기 어렵다는 표고버섯을 가꾸고 있기도 하다. 조금 더 실력이 쌓이면 앞으로 본격적인 버섯재배를 해볼 계획이다.
이들이 처음 부지를 구입할 때만 해도 160평 정도면 충분하리라 생각했었지만, 막상 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다 보니 땅이 좁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추가로 140평을 구입했는데, 이 역시도 부족해 결국 주변의 텃밭 200평을 추가로 구입하게 됐을 정도로 아내 박 씨의 텃밭가꾸기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이들 부부가 전원생활을 하면서 느낀 불편한 점이라면 역시 노동의 양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아파트에서 살 때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페인트칠이나 마당정리, 잔디깎기 등의 일들을 이제는 손수 해야 하니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란다.
하지만 맑은 공기 속에서 일을 해서인지 몸은 피곤해도 건강은 오히려 좋아졌다고도 한다.
이와 함께 하루의 생활패턴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고된 일을 한 덕에 밤이면 잠자리에 들기 무섭게 곧바로 곯아떨어지기도 하지만, 아침 기상시간은 오히려 빨라졌다.
무엇보다도 맑은 공기 속에서 자고 나면 도시에서처럼 머리가 무겁거나 피로가 덜 풀리는 듯한 증상은 말끔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요즘도 박 씨는 집안일 하랴 텃밭 가꾸랴 하루에 12시간 가량 노동을 하고 있어도 그리 힘들다는 생각은 없다 하니 성공적인 전원생활을 하는 게 아닐까. 원주시로 통학하는 대학생 막내아들과 역시 원주로 출근하는 남편은 출퇴근 하는데 전혀 불만이 없다.
수도권과는 달리 완전한 전원생활을 즐기면서도 출퇴근도 충분한 전원주택. 물론 병원이나 학교 등의 편의시설도 문제 없으니 이 역시 괜찮은 ‘전원주택라이프’가 아닐까. 田
■ 글·사진 신동성 기자
■ 건축정보
주 소 :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대안리
대지면적 : 300평, 부지 500평
건물구조 : 경량 목구조
건축면적 : 39평
외 장 재 : 시멘트 사이딩
지 붕 재 : 아스팔트슁글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내 장 재 : 실크벽지, 루바
바 닥 재 : 강화마루
난방형식 : 심야전기보일러
식수공급 : 지하수
건축비용 : 평당 300만 원
■ 시공사 : 단하우스(033-764-9494 www.danhous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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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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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 놀이공간에 역점 둔, 고양 43평 2층 스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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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한 전원주택
서울을 가른 한강이 북녘땅을 적신 임진강과 만나 서해로 합쳐 내리는 곳, 여기에 김포가 있고 서쪽으로는 강화가, 그리고 고양시가 있다.
자유로를 타고 북녘으로 오르면 펼쳐지는 물이 얼핏 바다라 여겨지지만, 사실 그 정체는 분명하지가 않다. 바닷물이 득세하는 밀물 때면 짠맛이 분명한데, 비라도 많이 내려 유입량이 많아지면 바다도 아니고 민물도 아니게 된다.
이 덕에 예부터 이 지역은 농수산물이 풍부하기로 이름나기도 했다. 강 하구의 비옥한 땅에서는 전국 최고 품질의 쌀이 자랐고, 강과 바다가 합쳐지는 기수(汽水)역에는 각종 물고기가 모여들어 해산물의 보고가 됐다.
이 농수산물은 한강을 거슬러 한양으로 갔고 임진강과 서해를 돌아 개성으로도 갔다. 지금은 철조망에 가려 옛 영화는 역사 속에서 잠시 쉬고 있지만, 언젠가 한바탕 장이 설날이 다시 오겠지.
통일 분위기나 신도시 등의 부동산 호재는 일단 재껴두더라도 고양시와 파주시 일대는 동글한 산세에 삼수(三水)가 끼어 있어 전원주택지로도 한 몫 한다.
의외로 아직 개발이 안된 곳도 많아 수려한 경치와 맑은 공기는 물론이고 여기에 자유로와 1번 국도가 있어 교통도 좋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한 일산과 서울이 인접해 병원이나 쇼핑센터 등 대도시의 편의시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 두 딸의 인성교육 위해 전원생활
서울 서북쪽에서 통일로를 타면 고양시를 지나 설문동에 닿는다. 웬만한 도시인이라면 의외의 한적함에 놀라고, 또한 호사스런 전원주택단지에 또 한번 놀랄 만한 풍경이다.
‘소달구지 운운’할 것만 같은 진입로 끝으로는 고급 전원주택 수십 채가 단지를 이루며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박용만 씨의 43평 규모의 2층 스틸하우스가 서 있다.
박 씨가 지난해 10월 부지를 매입하고 올 4월부터 3개월 여의 공사 끝에 완공한 것.
박 씨는 여느 전원주택생활자들과는 달리 40세가 채 안된 젊은(?) 나이다. 원래 일산 토박이였는데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부모님과 함께 정발산으로 이사하게 됐고, 결혼 후에는 증산의 아파트에서 6년간 생활하기도 했다.
우연히 시작한 도시생활. 물론 편리한 점이 많았지만, 세월이 갈수록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도 커져갔다. 무엇보다도 박 씨는 커가는 두 딸아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이들의 교육을 위해 전원생활을 결심하게 됐다.
보통의 부모라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대도시나 8학군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박 씨 부부는 공부보다는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신도시가 들어서기 전의 일산은 아직 시골이었던 터라 그 역시 어린 시절을 들과 산에서 뛰놀았는데, 두 딸아이에게도 그런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단다.
더욱이 박 씨는 아동미술학원을 운영했던 터라 아동의 정서교육에 누구보다도 관심을 갖고 있기도 했다.
설문동 전원단지 주변에는 이미 비슷한 크기의 전원주택들이 많아 그리 적적하지는 않을 듯했고 주변에는 야트막한 산과 논이 있어 전원의 분위기를 한껏 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박 씨와는 달리 도시에서 나고 자랐던 아내 성명숙 씨는 처음에는 전원생활이 망설여졌지만 잘 다듬어진 주변환경에 마음이 놓여 쾌히 동의했다고.
더욱이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대형할인점이나 백화점, 병원 등의 편의시설이 있고, 15분 거리에는 초등학교도 있어 당분간 아이들의 학교걱정도 없었다.
아파트를 판 돈으로 건축비는 충분했고, 대지는 지난해 투자목적으로 평당 60만 원에 매입해두었던 땅이었다. 이미 들어선 전원주택들 사이로 도로포장은 잘 된 편이었고 부지도 닦여져 있어 공사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
* 386세대의 도시형 전원주택
비닐사이딩으로 마감한 외부는 전형적인 스틸하우스의 모습이지만, 내부는 실크벽지와 패브릭 VP도장을 사용해 고급스러우면서도 차분한 느낌이 강조됐다.
정원에는 잔디는 물론 조경석을 곳곳에 깔아 아담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외관상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유난히 넓은 덱(Deck)이다. 이 공간은 전원생활을 좀더 만끽하려는 의도 외에도 실용공간으로의 활용도도 고려했다.
현관과 전면창 앞의 덱 바닥의 일부를 잘라 여닫을 수 있도록 했는데, 그 밑에는 에어컨 송풍기를 넣어 미관상의 문제를 해결했고, 다른 한쪽에는 장독을 땅에 뭍을 수 있도록 했다.
실내는 요즘 건축패턴에 맞춰 각 방의 크기는 줄이는 대신 거실을 크게 확보했다. 특히 천장을 터놓아 거실이 한결 넓어보이도록 했고, 거실 뿐만 아니라 부엌에도 전면창을 내어 환풍과 채광을 최대한 확보한 점이 돋보였다.
설계시 박 씨가 가장 주안점을 두었던 부분은 두 딸아이의 놀이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었다. 덱은 높이를 최대한 낮춰 안전을 기했고 정원 한 쪽으로 미끄럼틀과 함께 모래를 깔아 아이들이 흙장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다락방이 있는 별채도 원래 창고로 쓰려 했지만 결국 아이들의 놀이방으로 개조했다. 2층에 있는 2개의 방도 가구를 전혀 놓지 않은 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무늬벽지를 붙이고, 장난감을 가득 채워놓은 모습은 마치 동화 속의 어느 나라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 잠을 잘 때는 각 방을 쓰지 않지만, 머지않아 공부방이 될 것이다.
2층은 복도식이라도 한 쪽의 넓은 공간에 전면창과 통하는 테라스를 만들어 조망을 확보했다. 또한 작은 수납장을 만들어 장난감이나 책을 수납하도록 한 것도 박 씨 부부의 ‘자식사랑’이 배어나오는 아이디어다.
단열재로 사용한 SKY VIVA라는 섬유질 성분은 인슐레이션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단열효과도 떨어지지만, 인체에 무해하다는 장점이 있다.
난방은 심야전기를 이용한 자갈축열식을 택했다. 심야전기보일러는 온수를 이용한 방식과 전열봉으로 방 바닥에 깔아놓은 자갈을 덥히는 자갈축열식이 있다. 후자는 초기 설치비가 비싸지만, 열효율이 높고 고장이 적은 장점이 있다.
정남향에서 약간 서쪽으로 기울어 채광은 괜찮은 편인데다 실내조명도 많이 설치해 화사한 실내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박 씨는 고급스럽게 만들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지만, 집을 지으면서 여기저기 잔 욕심을 내다보니 평당 건축비가 중급 수준인 300만 원이 들었단다.
아파트는 잠시 머물렀다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곳 만큼은 가족과 오래 살 것이라 생각하니 박 씨 부부는 어느 한 곳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도심의 편리함은 그대로 유지한 채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생각한 전원생활. 수도권의 전원주택이 가지는 당연하면서도 강력한 또 다른 장점이 아닐 수 없다. 말하자면 386세대의 도시형 전원주택이랄까? 田
■ 글ㆍ사진 신동성 기자
■ 건축정보
주 소 :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설문동
대지면적 : 180평
건물구조 : 스틸하우스
건물규모 : 1층 - 34평, 2층 - 16평, 부속동 - 9평
건축면적 : 43평
연 면 적 : 60평
건 폐 율 : 28.88%
용 적 률 : 33.38%
외 장 재 : 비닐 사이딩
지 붕 재 : 아스팔트 이중그림자슁글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내 장 재 : 실크벽지, 패브릭 VP도장
바 닥 재 : 강화마루, 타일
단 열 재 : SKY VIVA
난방형식 : 심야전기자갈 축열식
식수공급 : 지하수
건축비용 : 300만 원
■ 시공 : 시스템건축(031)909-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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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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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건축의 올바른 이해와 건축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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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주택 교실
목조건축의 올바른 이해와 건축자재
통상 목조건축이라 함은 통나무집(Log House)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 통나무집은 그 일부분일 뿐 목구조건축은 여러 가지 공법으로 구분돼 불려져야 한다. 일반적인 목조건축 (Wood Framing Building)은 경량목구조(Light weight Wood Building)와 기둥-보 목구조(Post & Bim Framing)로 분류되며, 통나무 건축(Log Building)은 수공식 통나무 건축(Handcraft Log)과 기계식 통나무 건축(Machine Cut Log)으로 구분된다.
목재는 인류의 발생초기부터 인간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생활 도구나 건축의 재료로써 이용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인류가 존재할 때까지는 지구상에서 얻을 수 있는 완벽한 건축 재료로서의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이는 전통적인 목재의 특성만이 아니더라도 최근에는 건축기술과 과학의 발달로 서로 다른 재료들과 합성되어 더욱 구조적이고 고기능적인 재료들로 다시 태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목재를 기초로 한 건축소재는 자연 재료로서의 친환경적인 기능은 물론 재생산되는 장점도 있어 매우 효율적인 건축재료다. 나아가 인간의 주거 환경과 건강, 노동과 교육환경 등 인간의 생활 전반에 걸쳐 높은 만족도를 주는 생활 재료로서의 가치도 높다.
이렇듯 목재는 인류 문명의 시작에서부터 지배적으로 사용된 중요한 건축재료로 내려오고 있으며, 목재기술이 발달한 지금은 균일한 자재를 매우 빠르게 가공 생산함으로써 더욱 저렴하면서도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기타 목건축에 필요한 각종 하드웨어의 개발과 접목으로 인해 현재 목조건축 시장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십 수년 전에도 간간이 목조건축물을 볼 수 있었지만, 현재의 의미로서의 본격적인 목조주택의 보급시기는 10여년 전 부터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전국에서 지어지는 주거 형태의 단독건물 및 각종 휴양건축물의 60~70% 이상이 목조로 지어지고 있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마음 속에도 ꡐ가장 살고 싶은 0순위 주택ꡑ으로 목조건축이 꼽힐 만큼 그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 목조건축이란?
필자는 목조건축과 관련한 업무를 십 수년이나 하면서 일반적인 소비자와의 대화나 건축현장 방문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목조건축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지도나 애정이 나날이 깊어지는데 비해 의외로 목구조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가 낮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지어지고 있는 목구조 건축물 중 올바른 방식대로 설계되고 시공되는 집이 의외로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는 시공사의 잘못도 크겠지만 소비자들이 목조건축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또한 목조건축의 기능을 잘못 알고 있다는 데도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이에 필자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어 이에 대한 몇 가지 이해를 돕고자 한다.
통상 목조건축이라 함은 통나무집(Log House)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 통나무집은 그 일부분일 뿐 목구조건축은 여러 가지 공법으로 구분돼 불려져야 한다.
일반적인 목조건축 (Wood Framing Building)은 경량목구조(Light weight Wood Building)와 기둥-보 목구조(Post & Bim Framing)로 분류되며, 통나무 건축(Log Building)은 수공식 통나무 건축(Handcraft Log)과 기계식 통나무 건축(Machine Cut Log)으로 구분된다.
이 중 주거형태의 목건축에 널리 적용되고 있는 공법은 경량 목구조공법이다. 이 공법은 다시 플랫폼과 밸룬(Platform/ Balloon)의 두 가지 공법이 있는데, 주거용으로는 Platform 법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통나무 건축공법은 펜션이나 카페 등의 상업용 건축물에서 많이 적용된다.
필자가 경량 목구조 공법에 기초하여 목조주택에 대해 정의를 내려보자면 ꡐ목조주택은 구성하고자 하는 건축물의 구조재로 목재를 활용해 건축물에 작용하는 하중을 목재 부재가 주로 담당케 하고, 건축물의 형태 및 규모에 따라 하드웨어를 활용해 상호 연결하거나 보완, 지지하는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한편으로는 건축주의 기호에 따라 내외장을 마감하여 주거공간을 확보한 나무로 된 건축물로도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외부로 보여지는 목재의 접목 정도에 따라 목조주택으로 불리어 지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며, 주택에 작용하는 하중을 지지하는 기능이 어느 재료가 담당하느냐에 따라 그 기준이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목조주택의 시공법과 장점
이와 같은 경량 목구조 방식도 시공방법상 여러 형태(Mobile Home, Modular Home, Prefabricated System, Site Construction)로 분류되지만, 과학기술이 발전된 현시대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적용하는 공법은 미국식 2“×4” 이다.
이는 2“×4” 가로 2인치(Inch), 세로 4인치(Inch) 두께의 각재를 구조재로 활용해 구조를 형성하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이 각재는 목재가공 공장에서 2“×4” 이나 2“×6” 등의 일정규격에 맞춰 생산한 각재다.
이렇게 구조가 만들어지면 그 위로 구조용 덮판(Structural Wood Panel, Ply Wood, O.S.B Board)을 하드웨어의 정해진 모듈(4인치)에 맞춰 16' 또는 24' 간격으로 시공하게 된다. 이후 샛기둥(Stud), 장선(Joist), 서까래(Rafter) 사이의 중공을 단열재(Insulation)로 충진하고 지붕(Roof)을 마감(Asphalt Shingle 및 기타)하면 기본적인 주택의 형태가 된다.
외벽은 구조용 판넬 위에 습기를 방지하기 위해 방습지(House Wrap)를 바른 후에 외부마감재(Siding)로 마감한다. 이 때 외부 마감재는 건축주의 기호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데, 집의 기본 구조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외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은 틀림없다.
내벽은 집 내부의 벽을 마감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보통 불에 타지 않으며 물이 새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석고보드(Gypsum Wall Board)를 많이 사용한다. 그 위로 Dry Wall 방식의 내벽마감재(루바, 도배, 칠)로 마감하는 게 보통이다.
여기에 접목되는 목재는 균일한 구조적 성능을 지니기 위해 엄격한 품질관리를 해 자재별로 등급화가(목재 공인 마크)되어 있다.
이렇게 구조화되고 마감된 경량 목구조 방식의 주택은 우리 인간에게 질 높은 주거 공간의 확보를 보장해준다. 목구조 주택의 장점을 요약해보면 ▶우선 목구조주택은 가변성과 응용성이 있다. 목재는 가공하기 쉬운 특성이 있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질 수 있어 주택을 다양한 모양으로 지을 수 있다. ▶내구성과 안전성도 무시할 수 없는 특성. 목재는 딱딱하지도, 무르지도 않은 특성이 있어 주택의 하중을 충분히 견딜만한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적당히 가공하면 탄성도 갖고 있으므로 쉽게 부러지지도 않는다.
▶ 목구조 집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장점이 있는 등 에너지의 활용면에서도 유리하다. ▶통기성이 뛰어나고 천연재료이므로 인체에 무해한 건강주택인 것도 장점이다.
이외에도 방음효과가 뛰어나고 적당히 가공하면 의외로 내화성도 좋아 생각보다는 그렇게 화재에 위험하지 않다. 공사비가 절감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다음호에는 건강한 목조주택의 시공을 위한 공법상의 건축방법이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점검되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언급한다. 田
글 쓴이 김양수는 지난 88년부터 목조주택을 짓기 시작했으며, 관련신문과 잡지에 다수의 기고 경력이 있다. 현재 한국목조건축협회 이사이자 한솔목조주택(주)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한솔목조주택(주)(051-583-8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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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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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집 짓는 사람들’의 안성 60평형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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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목조주택
일터가 주거지와 다른 경우, 즉 시골 살이를 위해 도시를 떠나오긴 했지만, 귀농이 아닌 경우에는 생각처럼 도시와 온전히 남남이 될 수는 없다.
물론 귀농이란 건, 반드시 논밭을 일궈 제 손으로 거둔 곡식을 통해서 먹고 입고 일용할 양식을 얻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시골에 살면서 농사를 생업으로 삼진 않더라도 도시를 의지하지 않는다면 확장된 의미에서 그것도 귀농의 하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의지하며 시골 살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떤 이들은 도시가 주는 이점과 시골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을 한번에 소유하려는 욕심이고 그래서 시골 살이로 인정할 수 없다고 믿는 반면, 어떤 이들은 이것이 합리적이며 실현 가능한 시골 생활이라고 믿는다.
분명한 건 현실적으로 농사를 새롭게 시작해 생업으로 삼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골 살이의 바람직한 대안은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이 귀농의 의미를 넓게 확장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경기도 안성에서 목조주택을 짓고 사는 이상원 씨는 이와 같은 의미로 볼 때, 전원 생활자의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歸農, 전원에서 얻은 씨앗, 전원에 뿌리다
이상원 씨의 고향은 안성이고 안성을 떠난 적이 없어 귀농이란 표현은 적절치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농사가 생업이 아니면서도 물리적으로 대도시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이상원 씨는 넓은 의미의 귀농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시골에 살지만 농사가 아닌 나무집 짓는 일을 한다. 8년 전 만해도 신학을 공부해 목회활동을 했던 그는 현재 ‘나무집 짓는 사람들’의 사장님이다.
열심히 연구하고 좋은 집을 짓는 데 10여 년을 투자했다. 원래 손재주가 남달라 망가진 물건을 버린 적이 없었고 간단한 D.I.Y 제품은 직접 만들어 썼다.
방을 새로 들이거나 계단을 놓는 일도 스스로 척척 해냈다. 남다른 재주이고 능력이었다. 본격적으로 집 짓는 일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후, 그는 못 박는 일부터 다시 시작했고 모든 것을 철저하고 치밀하게 공부하고 익히고 응용하는 일을 반복했다.
8년 전, 전원주택도 펜션도 생소하고 낯설던 때, 그는 목조주택을 짓기 시작했다. 물론 큰 돈을 벌자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전원생활에 대한 관심이 상승할 때까지 기다리며 여러 번의 시행 착오를 대비할 만큼 넉넉한 자본을 준비해둔 것도 아니었다.
요 근래 전원주택이나 펜션에 대한 호응도가 크게 올라가면서 예전보다 여러 가지로 여건은 나아졌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이 있다면, 이상원 씨의 나무집은 결코 도시에선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이상원 씨가 황토나, 스틸이 아닌 나무집을 선택한 이유와 같다. 나무집을 선택했던 건, 그것이 자연에 가장 가깝고 그래서 자연과 가장 많이 닮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것이 그가 전원주택을 짓는 이유이자, 전원을 떠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평생 농부로 살아 온 그의 아버지처럼 태어나서 지금까지 고향 안성을 떠난 적이 없는 이상원 씨는 누구보다 시골의 대지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래서 기존의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는 범위 내에서 땅의 잠재력을 끌어낼 줄 안다.
이것은 볼펜을 굴려가며 머리를 쓰는 정도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소중하고 값진 재산이라고 할 수 있다.
전원 속의 좋은 집과 좋은 벗
이상원 씨 가족은 작년에 목조주택을 지어 지금의 안성 공도읍으로 이사오기 전까지 콘크리트 벽돌집에서 살았다. 그래서 부인 김동옥 씨는 남편의 집 짓는 실력이야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남편이 짓는 목조주택이란 게 얼마나 좋은 건지, 왜 좋은 건지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몰랐다.
그런 그녀를 제일 먼저 놀라게 한 것은, 비오고 궂은 날씨에도 습기 하나 차지 않고, 장마철에도 빨래가 건조될 만큼 쾌적한 실내였다. 게다가 넓고 높게 트인 천장이 실내 밀도를 억제하고 공간감을 상승시켜 쾌적함은 두 배가 된다.
또 목조주택의 단열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남향으로 앉힌 집은 계절에 따라 따뜻하고 시원하다. “집이 너무 마음에 들어, 못하나 박고 싶지 않을 정도다.
남편이 지어서가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 난 목조주택에 반했다고 해야 맞다”는 부인 김동옥 씨는 간혹 도시의 아파트나 고급 빌라에 사는 친지나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마다 그네들이 마치 시멘트와 콘크리트에 갇혀 있는 것 같아 안타깝고 답답한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수도권에 속해 온전한 전원생활이라고 하기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지만, 교통권이나 생활권의 이점을 생각하면 손해만 있는 건 아니다. 게다가 안성시에서도 좀 떨어진 곳이라 오염도가 낮고 소음도 적다.
이상원 씨 집과 나란히 지어진 다른 한 채의 목조주택은 그의 지인인 양성모·송명희 씨 내외가 사는데, 좋은 인연으로 만나 이웃사촌이 된 사람들이다. 두 집은 외관이나 내부 공간이 거의 똑같아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재미있는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건평에서 조금 차이가 나고 이상원 씨 집에만 다락방이 있다는 것 정도다.
“우리가 식구는 적어도 짐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일단 수납공간을 많이 뒀다. 창고가 두 개고 다락방도 내 자주 쓰지 않는 물건들을 정리해 뒀다.
또 목조주택의 이점을 살려 가변형의 공간을 만들어 때에 따라 그곳도 수납공간이 될수 있게 했다”는 부인 김동옥 씨는 남편 이상원 씨가 사실은 자신들의 집보다 양성모 씨 집을 더 공들여 세심하게 지었다며 웃는다.
나무집 짓는 사람들
이상원 씨의 ‘나무집 짓는 사람들’은 매년 7채 정도의 목조주택을 짓고 있다. 미국식 목구조 주택의 UBC(uniform Building Code 미국식 건물규정코드)에 의한 이론을 적용하고 오랫동안 몸으로 익힌 현장 기술을 접목해 보다 안전하고 완벽한 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무집 짓는 사람들의 기술진은 한마디로 멀티 플레이어다. 다기능 기술자들인데 기초부터 골조, 내·외장 할 것 없이 필요한 경우엔 미장에서 전기 배선까지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또 이들이 공사 공정이 잡음 없이 물 흐르듯 이어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하는 이상원 씨 또한 이들 못지않게 실무와 이론을 두루 익힌 전천우 기술자다.
그는 비록 사장이라는 직함을 갖고는 있지만, 직접 현장에서 공사 전과정에 참여해, 못은 제대로 박혔는지, 벽체는 수직으로 잘 세웠는지 또 배관은 잘 했는지 등을 확인할 뿐 아니라, 건축주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가에 대한 중간 점검도 반복한다.
이렇듯 목조주택에 대한 애정에 비례해 집을 짓는 일에 있어서도 철저한 그에게 전원 생활인의 한 사람으로서가 아닌, 목조주택을 짓는 시공인의 한 사람으로서 목조주택을 지으려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얘길 물었다.
이상원 씨는 “상황에 따라 여건에 따라 모두 틀려서 딱히 어떤 얘기를 해준다는 건 어렵다. 다만 시공자와 건축주가 서로를 신뢰해야 한다는 것, 이견이 생기거나 요구사항이 있을 때는 반드시 그 자리에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을 당부하고 싶다.
사소한 것 같지만, 그런 일이 공사의 성패를 크게 좌우한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대화를 통해 순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드물다고 생각한다.”며 덧붙여 목조주택이 설계상의 제약이 적고 공기가 짧은데 비해, 건물의 수명이 100∼200년 이상이고, 성능 대비 건축 단가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목조주택을 선호하지만 근래 전원주택이나 펜션 붐이 크게 일면서 부실시공이 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신중한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태어나 자란 고향의 대지 위에 자연에 가장 가까운 나무 집을 짓고 사는 이상원 씨, 그에게 나무는 ‘집’이 가진 궁극적인 테마인 어머니, 그 배려와 따뜻함을 재현할 가장 좋은 재료이자 힘이다.
하루하루 몰라보게 자연과 친해지는 어린 딸을 바라보는 마음처럼, 그가 짓는 나무집 하나하나는 자꾸만 자연과 어긋나는 세상에 심는 건강한 묘목이 될 것이다. 田
■ 글·사진 엄치언 기자
■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마정리
·건축형태 : 2″× 4″ 목구조
·대지면적 : 2000평
·건축면적 : 60평
·내부마감 : 석고 보드 및 루바
·외부마감 : 시멘트 사이딩
·지붕마감 : 아스팔트 슁글
·바닥마감 : 온돌마루
·창 호 재 : 시스템 창호
·난방시설 : 기름 보일러
·건축비용 : 평당 280만 원
■ 시공 : 나무집 짓는 사람들
(032-656-9332, 011-705-9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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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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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쉼터를 꿈꾸는 오산 2층 통나무카페 ‘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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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여 평의 대지에 완성된 건물은 올라치기 공법인 포스트 & 빔(Post & Beam) 방식, 포스트에 홈을 파서 끼운 피스 & 피스(Piece & Piece) 방식, 콤비네이션(Combination) 방식을 모두 활용했다.
건축주의 요구대로 웅장하고 힘차게 보이면서 내부의 난간과 계단 창호의 곡선으로 오밀조밀한 재미를 연출했다. 대각선으로 보여지는 건축선의 다양한 변화와 구조미를 최대로 높였으며, 대칭적 구조물이 주는 경직성을 출입구의 현관지붕과 기둥으로 상쇄시키는 그림이 확정됐다. 흐르는 땀과 전기엔진 톱의 소음 속에서 건물은 차츰 완공되어 갔다. 건축주는 카페 ‘솔향’의 컨셉을 ‘아무나 부담없이 맘껏 즐길 수 있는 가족식당’으로 정했다.
0’과 ‘1’의 수치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회귀(回歸)와 갈망(渴望)을 더욱 커져 갔다.
인간은 흙에서 나고 흙으로 돌아가듯, 자연으로의 귀향(歸鄕)은 엄마 품속을 찾는 아이와도 같다. 삶에 가장 큰 의미를 전달하는 집에 대한 가치 또한 증가하고 있다.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주택문화는 쾌적한 자연과 휴식, 새로운 에너지의 충전을 그 목적으로 한다.
가장 환경 친화적인 주택의 완성을 위해 노력하는 이가 있다. 수공식 통나무건축 전문업체인 ‘통나무 마루터’의 배종기(45) 사장이 바로 그다.
8년 전 통나무학교의 교육을 계기로 쾌적한 주택 환경을 위한 통나무주택과 한옥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아름다운 선과 여백의 조화, 안락한 생활 공간 구조의 활용이 돋보이는 한옥을 높이 평가한다.
배 사장의 건축 특징은 강원도 심산의 곡재 소나무를 창과 난간계단의 치장재로 사용하는 데 있다. 통나무 자연 그대로의 결과 곡선을 살리며, 개성 있고 독창적인 통나무의 매력을 뽐낸다.
오산대학 정문에서 서동 낚시터 방향으로 5분을 달려오면 솔 향기 나는 곳에서 발을 멈춘다. 우측으로 웅장한 건물 외관에 좌우로 대칭 된 통나무 전원카페‘솔향’이 보인다.
전원 카페 ‘솔향’은 건축주와 시공자의 친밀한 관계 유지와 함께 세심한 작업으로 완성됐다.
완구유통업을 해 오던 건축주 권영석 사장이 전원생활에 접어든지 2년 남짓. 카페를 오픈한 지는 겨우 두 달째 접어든다 하지만, ‘솔향’은 인근주민들이 서로 자기네 행정구역에 속한다고 할 만큼 오산의 자랑거리가 됐다.
어느 날, 건축주는 한 카페에서 젊은 연인을 만났다. 그 중 한 사람은 자리에 앉자마자 “아저씨, 파전 하나에 소주 3병이요”라고 말하며 담배를 물었다.
그때 건축주는 ‘내가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며, 카페의 컨셉을 ‘아무나 부담 없이 맘껏 즐길 수 있는 가족식당’으로 정했다. 그동안 남의 카페에서의 경험을 거울삼아 불편했던 점을 모두 피해서 완성했고 앞으로도 계속 개선중이다.
메뉴의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육질이 연한 닭에 인삼, 마늘, 대추, 밤 등과 찹쌀로 만든 누릉지와 푹 고아 만든 누룽지 백숙은 영양 만점 건강식이다.
한번 카페를 찾은 손님은 그 맛을 잊지 못해 가족, 직장동료, 친구들을 동반하고 어김없이 재방문하기 마련이다.
* 알을 품은 노력으로 완성된 집
통나무 마루터의 배종기 사장이 지난 2년 전 카페의 설계와 시공을 맡기 위해 오산에 왔던 일이 그림처럼 스쳐간다. 특이하게도 이곳은 건축 공사보다 조경공사가 먼저 완성됐다.
덕분에 지금은 안정된 잔디와 푸른 소나무, 연산홍이 건물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준비된 현장에서 건축주와의 우여곡절 끝에 계약을 마쳤다. 건축주는 가로 27미터, 세로 9미터로 바닥평수 80여 평으로 2층, 좌우 대칭형 외관이 웅장하고 툭 튀어나온 집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러한 컨셉은 평소에 배 사장이 가지고 있는 건축관과는 전연 상반된 요구여서 큰 숙제로 다가왔다. 목재의 수입과 필링과 샌딩 작업을 거치며, 통나무 껍질을 벗겨낼 무렵 완성된 건축물의 모습이 선명하게 자리잡게 됐다.
우선 집이 넓고 큰 공간이기 때문에 지붕선을 단순하게 하고 스판을 길게 잡았다. 주 진입로에서 본 방향으로는 메인 트러스를 일자형으로 심플하면서 힘있게 했다.
페어그라스를 넣을 것을 고려해 조밀하게 기둥을 세우고 기둥과 도리를 일치하게 했다.
반면, 내부 정원에서 본 트러스는 킹트러스로 통나무주택의 정통적인 방식을 채택했다. 중앙이 삼각으로 튀어나온 덕분에 트러스 부재의 각도 계산에 힘이 들 것은 짐작했으나,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작업이 됐다.
좌·우측의 트러스는 킹트러스와 퀸트러스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면서 들지붕을 설치해 데드 스페이스를 없애고 가운데 창문을 최대로 넓게 열 수 있도록 했다.
내부의 천장은 좌우의 도리를 일치시켜 결합 부분을 단순화시켰으며, 외부 각 트러스 아래엔 발코니를 만들고 난간의 곡선으로 건축선을 순화시켰다.
건축주의 요구대로 웅장하고 힘차 보이면서 내부의 난간과 계단 창호의 곡선으로 오밀조밀한 재미를 연출했다. 대각선으로 보여지는 건축선의 다양한 변화와 구조미를 최대로 높였으며, 대칭적 구조물이 주는 경직성을 출입구의 현관지붕과 기둥으로 상쇄시키는 그림이 확정됐다.
흐르는 땀과 전기엔진 톱의 소음 속에서 건물은 차츰 완공되어 갔다.
1300여 평의 대지에 완성된 건물은 올라치기 공법인 포스트 & 빔(Post & Beam) 방식, 포스트에 홈을 파서 끼운 피스 & 피스(Piece & Piece) 방식, 콘비네이션(Combination) 방식을 모두 활용했다.
* 건축주·시공자의 신뢰와 존중으로 완성
카페 입구엔 한 개의 굴곡진 기둥을 이용해 다양한 분위기와 재미를 연출하고, 자연석(청돌)으로 장식했다. 카페의 내부는 북미산 더글라스 루바로 마감했으며 결을 살린 육송난관을 이용해 곡선미를 더했다.
외관은 OBS 합판 위에 핸드코트로 마감해 깨끗하고 청결한 느낌을 준다. 또, 카페의 옆쪽으로 주택을 지어 주방업무는 모두 그곳에서 이뤄진다. 덕분에 카페 실내에는 음식냄새 대신 꽃향기가 난다.
18개월에 이르는 긴 공사기간과 메뉴를 내 놓기까지 1년 동안 연구를 거쳐 완성된 카페는 많은 사랑을 얻어 오픈한 첫 달에 5000만 원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건축주는 건축비로 10억 이상이 들었지만, 겨울에도 손님들이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온실을 구상중이기도 하다.
환경과 동화되려는 식물적 특성인 나무의 작용은 실내를 쾌적하게 만들어 손님들이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그늘이 되어준다.
통나무주택은 쉽게 지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통나무주택은 단가가 비싼 것으로 인식해 배제되어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건축주가 직접 참여하거나 구조체만 빌더에게 외주하고 나머지 공사를 직영 처리하면 자신의 계획에 맞추어 지을 수 있다.
배종기 사장은 일반인들의 “건축에 대한 관심이 아쉽다”며 “로그빌더들을 육성할 수 있는 정책과 끊임없는 교육, 국제적인 협력과 조화가 필요할 때”라고 자신의 바람을 내 비췄다.
큰 프로젝트를 맡아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보수적인 풍토가 조금은 아쉽지만, 교차된 통나무가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낼 때면 자부심과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감정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배종기 사장은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강원도일대를 돌며 굴곡진 나무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항상 진심으로 손님을 대하라”고 말하는 건축주, 건축에 대한 끝임 없는 애정을 가진 시공자의 신뢰와 존중으로 완성된 ‘솔향’이 오산 최고의 가족 쉼터로 꾸며질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田
■ 글·사진 김혜영 기자
■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오산시 서동
·건축형태 : 수공 통나무 + 경량목구조 방식
·부지면적 : 1300평
·건축면적 : 150평
·실내구조 : 1층 - 홀 19개, 화장실, 카운터, 주방(별도건물)
2층 - 카운터, 홀 16실
·지붕마감 : 피죽 지붕(통나무를 각지고 나서 남은 것을 하나하나 켜냄)
·천장마감 : 루바
·외부마감 : 핸디코트
·내부마감 : 북미산 더글라스 루바, 육송 난간
·바닥마감 : 1층 - 타일, 2층 - 강화마루
·부대시설 : 어린이 놀이기구(안전 미끄럼틀)
■ 설계·시공 : 통나무 마루터
(http://www.logmaru.co.kr, 011 - 9073 - 6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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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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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재 이야기- ‘시골은 즐겁다’의 저자 이시백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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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골과 그 적(賊)들
다시 만난 이시백, 그는 여전히 생기있고 여유롭고 진지했다. 질문 한 가지에 두서너 번씩 고쳐 생각하며 말을 아끼는 모습도 그대로다.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혼자 심심해 냉수 한 잔 벌컥 마시며 한 달 동안 어떻게 지내셨냐고 물었더니 말없이 빙글 웃는다. 기자는 지난 한 달 동안 고민이여 제발 나를 비껴가 다오, 기도하며 이시백을 잊고, 시골을 잊고, 느림의 철학도 잊었다. 그러나 지금 진정으로 전원을 갈망하느냐는 질문은 이 자리에 도돌이표가 되어 다시 돌아와 앉는다. 기자는 그게 야속하기만 한데, 이시백은 빙글 웃기만 한다. 지난달, 그를 만나고 돌아온 후, 서울에서의 일상을 이겨내며 기자는 시골의 본성은 무엇인가, 시골은 왜 시골이여야 하는가에 대해 자신만의 대답을 구하려고 애썼다. 한참을 그랬더니 꼭 페터 빅셀의 《책상은 책상이다》에 나오는 그 외로운 남자가 된 것 같았다. 맥이 빠져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다시 찾은 수동 물골안, 이시백은 그 대답을 이제 온전히 우리 앞에 세울 수 있을까.
지난 호 말미에 시골 살리기에 대한 실천 등을 말씀하셨다. 지면상 못다 한 이야기를 계속 들어 보도록 하자.
언제나 남는 문제는 내 자신이 전업농이 아니라는 거다. 내 역할은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마을 주민들을 도와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시골 살리기를 지원하는 거다. 그런데 농사짓는 분들 입장에서는 환경만 부르짖고 있을 순 없다. 언제까지 그 고생을 참아야 하는지도 기약할 수 없으니까 이젠 더 이상 못한다는 얘긴데, 내가 전업농이 아닌 이상 전적으로 그분들의 입장에서 이해가 불가능하다. 또 그걸 스스로 잘 알고 있는 한 반대 논리로 그분들 목소리를 무조건 잠재울 수도 없는 거다.
하지만 그런 사실이 곧바로 선생님이 해야 할 일들이 덜 중요하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골 살리기를 위한 전망이나 대안을 찾는 몫은 그분들이 지고 가야될 게 아니라고 본다.
무엇보다 문화관련 직능인들의 결합을 통해 시골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사도 마찬가지고, 많은 도예가나 화가, 생태학자 이런 분들이 실제 시골에 들어와 살면서도 자기가 사는 마을에 대해 방관자 입장에 머물러 있다는 건 잘못이다. 적어도 좋아서 제 발로 들어온 시골이 다시 대도시의 축소판이 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마을을 지켜내고 대안을 내 놓을 준비를 해야 한다.
진짜 방관자는 저같은 이들이 아닐까 한다. 관심 있게 지켜보다가도 매듭이 생기면 풀어낼 생각은 안하고 뒷짐만 지고 있는 사람들 말이다.
시골에 내려와 장미 넝쿨 안에서 그림만 그리는 화가보다는 이웃집 벽에 페인트칠을 해주는 화가가 나는 진짜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전원주택과 펜션 유행이 상승하고 있는 최근 추세를 일단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까? 어쨌든, 시골살이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전원주택은 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렇다고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적어도 노래방이나 단란주점 등이 마을 한복판에 들어서는 것보다는 좋지 않나. 또 어떤 식으로든 우리 농촌에 사람이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원주택이나 전원생활 등이 물리적인 여유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아는 분은 축사를 고쳐 사는데, 거기라고 개구리 소리가 더 슬픈 것도 아니고 반딧불이 안 보이는 것도 아니다. 시골이 근래처럼 넉넉한 사람들의 것만으로 대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제는 시골로 가는 것이 돈의 문제로 판단돼선 안 된다는 거다. 돈이 없다고 시골로 못들어 오는건 아니다. 오히려 돈 없어 살기 힘든 곳은 도시다. 시골로 들어와서도 도시처럼 살고 싶다면 모를까, 시골의 좋은 점을 누리면서 도시의 편리함이나 번잡함을 함께 가지려 한다면 그건 좀 곤란하다.
시골 살이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건 시골의 본성에 합류하는 불편함 같은 거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이 없다해도, 시골로 들어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는 상존한다.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전업농으로 귀농하는 경우에 특히 그렇다. 외지인이 처음 시골에 와 개인적으로 어느 한 분야에 생업을 건다면, 그 경험이나 판로, 유통망, 초기 시설투자 등에서 어려움이 많다. 나는 이런 문제를 마을 단위로 공동 추진한다면 그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시골이 농업과 관련된 문화체험, 관광휴양 프로그램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장기적인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볼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시골로 내려와 생태환경마을을 유지하는데 보탬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체험이나 관광휴양 프로그램이 생태환경마을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
예를 들어, 나는 전통장을 팔고 그 옆집은 야생화농장을 하고 또 그 옆집은 전통가마에서 도자기를 굽고 또 어떤 사람은 유기농 오리쌀을 짓고, 어떤 사람은 민박을 한다면 좋은 하루 체험이 된다. 된장 사러와서 야생화 구경도 하고, 유기농 논에서 우렁도 잡다가 늦으면 민박집에서 화톳불에 고구마도 구워 먹고, 서로 다른 업종이라도 결국 모두에게 상승효과가 있는 거다. 그러나 이런 문화체험은 생태환경마을을 조성, 유지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프로그램 개발로 이어질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개별적으로 분산돼 있는 펜션이나 전원주택이 마을 단위로 연결되고, 그 연결이 울타리를 넘어 이웃과 만날 때, 지금처럼 오로지 공장 들어와 산 깍고 길 넓히는 것이 살길이라는 원주민들의 생각도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여기저기 오랜 고민의 흔적이 느껴진다. 사서 고생하는 보람 꼭 찾으시리라 믿는다.
때론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그냥 산에 들어가 나 혼자 조용히 가재 잡고, 밤이면 호롱불 밑에서 소설이나 끄적이면 되지 생각도 든다.
그게 다 선생님의 책제목처럼 ‘즐거운 시골’을 되찾기 위한 안간힘이 아닐까 싶다.
시골이 즐거우려면 우선 바빠야 한다. 시골이 여유고 낭만이고 휴식이라는 건 도시 사람들의 이데올로기다. 시골 사람들은 지독한 일 중독증이다. 시골로 내려와서 한 삼 년은 거의 집밖을 나오지 않는다. 텃밭 일구고, 꽃밭 가꾸고, 나무 심고, 돌담 쌓고, 병아리 기르고 정신없이 보낸다. 철마다 풀베고, 거름주고, 여름이면 물골 잡아주고 가을이면 화목 준비하고, 겨울이면 또 눈 치우느라 한나절이다.
나도 10년안엔 시골 내려가 살 생각인데, 실제 시골살이가 기대했던 것하고 틀려 적응 못하고 3일 만에 도시로 줄행랑을 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런데 그게 또 나름대로 즐겁다는 게 문제다. 그러니 뜨고 싶어도 못 뜬다. 고단함이 이렇게 달콤할 줄은 몰랐다. 이런 말이 상투적으로 들리겠지만, 즐겁다고 생각하면 모든 게 즐겁다. 시골은 자고로 즐거워야 하고, 그 즐거움의 비밀은 조금 덜 갖고 조금 더 느리게 사는 거다.
시골 살이가 마음의 풍요로움을 조건 없이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고, 느리게 산다는 것은 일상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보다 오히려 힘들다. 하지만 시골은 즐거워야 한다는 말씀엔 전적으로 동의한다.
맞는 말이다. 한때는 나도 아침마다 덜 깬 술에 울렁거리는 위장을 부여안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지하철보다 더 빨리 달리곤 했다. 그러면서 내가 뭐 때문에 이렇게 죽도록 달릴까 궁금했다. 물론 실제로 텃밭을 일궈 본 사람이라면 농사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또 오뉴월에 풀을 뽑아본 사람이라면 시골이 목가풍의 전원생활과는 전혀 다르다는 걸 알게 될 거다. 하지만 나처럼 이미 도시의 속도감에 멀미가 난 사람이라면 오뉴월에 풀을 뽑고 텃밭을 일군다 해도, 시골은 항상 도시보다 즐겁고 풍요로울 거라 확신한다. 그렇다고 모두 시골로 돌아와야 한다는 건 아니다. 도시에서 살 사람은 도시에서, 시골에서 살 사람은 시골에서 살면 된다. 선택의 문제로 남겨둬야 한다. 분명한 건 지금처럼 한 도시에 집중돼있는 상태는 시급히 해소돼야 한다는 거다.
도시는 계속 비대해 지고 점점 더 중요해 지고 모든 것이 그것에 의존하게 된다. 반성 없는 속도는 결국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맞다. 속도의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내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속도가 얼마나 상대적이고 심리적인 허상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탈것의 속도가 있다. 자동차를 탈 때와 자전거를 탈 때와 그리고 걸을 때, 우리들의 삶은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다. 지금 도시의 모든 직장은 우리에게 자동차를 타고 빨리 달려오기를 강요하고 있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자동차를 버린다고 생각해 보자. 소달구지를 타거나 걸어서 출근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탈것의 속도가 얼마나 빨라지는지, 우리는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린다. 지나가는 이웃이며, 길가의 제비꽃이며, 물 위에서 은화처럼 튕겨 오르는 피라미를 바라볼 여유조차 없다. 관심이나 대화가 사라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느리게 사는 이들의 시간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더 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시간은 언제나 상대적이다.
시골에 들어와 살게 되면 그 속도는 자연스레 느려진다. 그건 도시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시골가서 뭐 해먹고 살지, 어떻게 살지 걱정하지만, 시골길이라는 게 밑에서는 전혀 안 보이던 길도 막상 오르다 보면 고개가 보이고, 저 너머 마을도 보이는 것처럼 시골 살이도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제 인터뷰 끝물이 보이고 있다. 지금껏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정돈하는 의미에서 비록 동어반복이 되더라도, 시골살이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언 부탁드린다.
우선, 시골에 들어와서 도시처럼 살지 말자. 몸만 들어와 도시처럼 살려면 실패하기 쉽고, 그런 분들이라면 그냥 시골 오지 말고 거기서 사는 게 낫다. 또 그 다음으로는 혼자만 잘 살지 말자. 밭에서 땀흘리며 풀뽑는데, 울타리 치고 바비큐 구워 먹는 짓 좀 하지 말자. 일 년에 한두 번 쉬다가는 거라면 모를까, 시골살이 작정하고 내려왔으면 적극적으로 시골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골와서 돈벌 생각 말고, 적게 쓰는 법을 배우자. 돈 버는 것도 어렵지만 사실 돈 안쓰는 게 더 어렵다. 그래서 돈 많이 버는 사람보다 적게 쓰고 사는 사람이 평균적으로 더 훌륭한 사람이다.(웃음)
듣고 있자니, 공자님 말씀이다. 선생님도 시골 와서 많이 우경화(?) 되셨다. 이제 정말 마무리하고 일어나야 될 것 같다. 끝으로 어떤 이야기든 하실 수 있는 자유발언권을 드리도록 하겠다. 되도록 300자를 넘지 않게 정리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웃음) 지금 우리의 시골은 큰 어려움과 변화 앞에 놓여 있다. 이 요동치는 변화의 시점에서 지금의 도시를 따라가는 또다른 도시화로 흐르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발전이 이뤄질 수 있는 대안을 찾아 제시하고 실천 하는 일이 중요하다. 시골로 돌아오려는 분들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건, 단지 어떻게 집을 짓고,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그 동안 도시의 편리함과 바꾼 들꽃과 개똥벌레, 그리고 이웃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 건강한 삶을 되찾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거다.
‘시골은 즐겁다’의 후속편으로 준비하고 계신 ‘시골은 괴롭다’가 출간되는 대로 또 찾아 뵙도록 하겠다. (웃음) 다시 한번 인터뷰에 응해주신 점 감사드린다. 긴 시간 고생하셨다.
의미 있는 자리였다. 전원주택라이프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달라. 田
■ 인터뷰·글/엄치언 기자
* 서울 토박이 이시백은 교사이자 작가로 1998년 남양주 수동으로 내려와 지둔리 광대울 골짜기에 집을 짓고 산다. 가족을 설득하는데 8년이 걸렸고 시골살이 2년 만에 시골기차라는 온라인 동호회를 만들어 시골로, 시골로 가자며 자꾸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 ‘재회’라는 단편소설로 동양문학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으며, 민족문학작가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메두사의 사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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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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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리에도 삼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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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재두 씨는 청송 심씨 가문의 후예로서 이 마을에서 태어나 오직 한 곳 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흔치 않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요즘 생각은 대부분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다. 물론 아무데서나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말투 하나하나에서나 행동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삼거리로 돌아오는 길에 그의 집 옆에 집터로 좋은 땅이 있는데 팔아서 농협 빚이라도 좀 갚았으면 한다고 했다. 자신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조상들에게도 미안한 듯이 어물거리며 이야기한다. 나는 그 날 저녁 내내 그 마음의 삼거리를 서성이고 있었다. 현실과 미래, 그리고 자존심의 삼거리를 말이다. **
세월리에는 두 개의 도로가 교차하는 삼거리가 있다. 하나는 곤지암에서 세월리를 거쳐 양평에 이르는 98번 지방도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양평에서 세월리를 지나 이포 방향으로 향하는 88번 지방도로다. 양평 쪽에서 보자면 이 길들은 세월초등학교 앞에서 갈라져 각각 제 방향으로 향한다. 물론 거꾸로 말하면 거기에서 하나가 되어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세월초등학교 앞에는 삼거리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다릿골 다리에서 곤지암 방향의 갑을빌리지 앞으로 새 도로가 나는 바람에 그곳 앞에도 새로운 삼거리 하나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세월초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많이 서성댄다. 그곳에서는 아랫마을, 윗마을 그리고 다릿골 사람들이 하나 둘 정담을 나누기도 하고 이포나 곤지암 방면으로 가는 사람들이 길을 묻기 위해 잠시 정차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포 방면으로는 휴게소가 없기 때문에 그 쪽으로 가다가 삼거리에 있는 슈퍼에서 간단한 음료수 등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아예 전북리 강가에서 놀기 위해 라면 등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마을 청년들은 이런 모습을 조금 떨어진 마을회관 앞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기 일쑤다. 주로 지나다니기만 하는 이런 사람들과 한데 서성이는 것이 어딘가 어색하기도 한 것이다. 나그네로 지나가는 사람들과는 분명히 다른 자신들의 정체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고, 어디론가 놀러가는 사람들에게 가지는 색다른 감정에서도 그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이 마을 청년들이 그 삼거리에서 서성이는 것을 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마을 청년들 중에서 유난히 반짝이는 눈을 지닌 사람이 하나 있는데, 그 이름이 심재두(43) 씨다. 심재두는 마을회관 앞이나 이장이 일을 보는 삼흥중개사 사무실에서 그 쪽을 바라보며 가끔 혼자 중얼거리기도 한다. “그 사람들 참 팔자 한번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이다. 그 눈빛과 혼잣말 속에는 바로 농삿일을 하는 요즘 청년들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의 정도와 색다른 감정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사실 심재두 씨는 청송 심씨 가문의 후예로서 이 마을에서 태어나 오직 한 곳 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흔치 않은 사람이다. 2대 독자인 그는 비록 영광의 계급인 육군 병장으로 제대하지는 못했어도 6개월 방위로 국토방위의 임무를 훌륭하게 완수하기도 했다. 3년 전에는 아버지를 여의고 지금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거기에다 자손이 귀한 집안의 외동아들답게 중3, 중1, 초등학교 5학년생 등 3자녀를 두고 있으니 여섯 식구가 한 가족을 이루고 사는 전통적 농촌 가족의 전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심재두 씨의 요즘 생각은 대부분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다. 물론 아무데서나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말투 하나하나에서나 행동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내가 약간 걱정스런 말투로 1년 수입이 얼마나 되느냐, 농토는 얼마나 되며 어떤 작물을 주로 재배하느냐,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할 것이냐 등을 물으면, “뭐 그런 걱정을 다 하느냐” 는 식으로 받아넘기기 일쑤다. 그러나 그 받아넘기는 말 속에는 농촌 청년들이 지니고 있는 비애를 찾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요, 술이나 한잔 합시다”라는 말속에서 말이다.
그래서 어느 날 그의 집과 농사짓는 모습을 보기 위해 차를 같이 타고 갔다. 아랫마을에 있는 그의 집은 1980년대 중농의 전형적인 가옥으로 비교적 현대식으로 잘 가꾸어져 있었고, 살림이나 농사짓기 위한 공간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 옆으로 약 1500여 평의 밭이 있는데, 그곳에는 오이와 호박이 비닐하우스 속에서 수확기를 맞고 있었다. 수확기가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이라 그런지 조금은 어수선한 하우스 속의 오이, 호박 넝쿨들이 재두 씨의 마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그 옆에 폐허가 되어 가는 비닐 하우스가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버섯재배를 했던 곳이라고 한다. 수지가 맞지 않아 몇 년 전에 그만두고 그냥 방치시키고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내가 느끼는 감정은 아랑곳없이 논농사가 5, 6천 평 있으니 먹고살기에는 걱정 없다고 강조한다.
어수선함과 방치된 감정을 일부러 숨기면서 먹고살기에는 걱정 없다는 그의 말 속에서 단순한 낭만주의자의 그늘을 넘어 깊은 비애를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런 그를 얼른 부추겨서 내친 김에 강가로 가자고 했다. 느티나무와 비석거리를 지나 남한강과 용문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세월리 강가로 향했다.
통나무 전원주택을 지나자 갈대밭이 나왔다. 때마침 불어오는 저녁 바람에 갈대들이 몸을 흔들며 어린아이들처럼 ‘와와’ 함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가장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국악박물관(건축 중)까지 갔다가 돌아 나오는데 마침 개를 몰고 산책하고 있는 소설가 김민숙 씨를 만났다. 간단한 수인사를 하고는 갈대밭 속 길을 향했다. 찻길인데도 무척이나 구덩이가 많고 물이 고여 있어 시골길의 베테랑 기사인 재두 씨도 운전하기에 그리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이 길이 바로 모래채취를 위해 만든 길이라고 한다. 원래 세월리 강 가운데는 모래톱이 서너 개나 있었고 강가에는 넓은 모래밭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어디선가 모래와 골재를 파가기 위해 이 길을 만들고 또 그 바람에 모래섬들이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파인 길을 비틀비틀 나아가면서도 재두 씨는 “허허…….” 소리를 내며 연신 강 쪽을 바라본다. 사라져버린 섬들이 기억에 떠오르듯이 어렸을 때의 뛰놀던 모습들이 갈대들의 몸짓에서 묻어나는 듯이 말이다.
돌아오는 길에 세월천과 용담천이 어우러져 강물로 들어가는 어귀에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모여 놀고 있다. 낚시를 하는 사람, 천렵을 하는 사람, 그리고 불을 피워 무언가 구우면서 연기를 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재두 씨는 그런 것과 자기들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한다. 다만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몰지각한 사람들만 없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쓰레기 더미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장마가 지고 물이 불어나면 그것들은 버리고 간 사람들이 사는 도시로 또 흘러가겠지.
삼거리로 돌아오는 길에 그의 집 옆에 집터로 좋은 땅이 있는데 팔아서 농협빚이라도 좀 갚았으면 한다고 했다. 자신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조상들에게도 미안한 듯이 어물거리며 이야기한다. 삼거리를 지나자 이장 사무실 앞에는 몇몇 청년들이 나와 있다. 소주 한잔하면서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고 한다.
나는 그 날 저녁 내내 그 마음의 삼거리를 서성이고 있었다. 현실과 미래, 그리고 자존심의 삼거리를 말이다. 田
■ 글 이기윤(시인·육군사관학교 교수)
* 글쓴이 이기윤은 시인이자 육군사관학교 교수이며, 현재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세월리에 살고 있다. 1997년 《시와시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등단했으며, 1999년 시집 《자전거와 바퀴벌레》 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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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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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완이와 동형이의 방학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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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하게 보면 ‘살려줄까 말까’라는 문장에는 ‘죽여버릴까 말까’라는 의미가 등가적으로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동형이의 그런 말에는 자신의 의지대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의지가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 발걸음이나 목소리에 힘을 부여하는 것이다. **
앞집 막내둥이 동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도 벌써 한 학기가 지났다. 학교에 들어간 게 엊그제 같은데, 전보다 훌쩍 자란 모습이 대견스럽다. 한 살 위 오빠인 동형이도 제법 의젓해 보인다. 동완이가 오빠를 잘 따르는 모습은 전과 같으나, 동형이가 동생을 보살피는 모습은 예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침착하게 인사하는 목소리에 제법 힘이 들어가 있다.
과일도 때가 되어야 익듯이 사람이 철 드는 시기가 따로 있는 모양이다.
어린 학생들이 철드는 시기에 가장 큰 영향은 동생보다 자신이 상급학년이 되었음을 깨닫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부모 밑에서 다같이 응석을 부리며 자라다가 부모 손을 떠나 학교라는 공동집단 생활을 하게 되면서 나름대로의 규율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갑자기 조숙해진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 주는 일도 있다.
이런 모습은 일기 중에서도 나타난다. 다음은 6월30일 동완이의 일기내용이다.
“밖에서 달팽이 두 마리를 잡았다. 달팽이 두 마리 이름을 ‘달순이’와 ‘달돌이’라고 지었다.”
동완이는 초등학교 1학년생이다. 그 사실을 감안하면 무척 잘 쓴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인 6월28일의 동형이의 일기를 보자.
“제목 : 딱정벌레/ 밖에서 놀고 있는데 딱정벌레가 있었다. 처음엔 아닌 것 같았는데 노란 걸 보고 알아차렸다/ 이름을 생각해 보다가 ‘임동철’이라고 지었다/ 산책시키는데 자꾸 불편하게 한다. 짜증나고 키우기 싫긴 하지만 키우고 싶어진다/ 살려줄까 말까?”
이 두 사람의 일기를 비교해 보면 재미있는 점이 발견된다. 동생인 동완이의 일기에 비해 동형이의 일기는 제목이 붙어있으며, 문장이 길고 여러 단락으로 나눠져 있다. 학습이나 지력의 발달에 의해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살려줄까 말까?’라는 부분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담임 선생님의 강평은 환경일기라는 제목 아래 “잘 기를 능력이 없으면 살려주는 것이 자연보호예요.”라며 만점을 부여했다고 한다. 자연보호라는 관점으로 보면 올바른 관찰과 지도로부터 나온 결론이라고 본다. 하지만 필자는 이 부분을 동형이의 자신감 내지는 자아의 발견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싶다.
평범하게 보면 ‘살려줄까 말까’라는 문장에는 ‘죽여버릴까 말까’라는 의미가 등가적으로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동형이의 그런 말에는 자신의 의지대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의지가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 발걸음이나 목소리에 힘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 일기에는 어른들이 주목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들어 있다. 그것은 동물을 잡아서 그것에다 이름을 붙여 준다는 점이다. 물론 도시의 아이들도 애완 동물에게 이름을 붙여 주고 사랑을 주며, 심지어는 같은 잠자리에서 잠이 들기도 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어디 다를 소냐.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동완이와 동형이는 애완 동물이 아닌 달팽이나 딱정벌레 등 야생동물에게 이름을 붙여준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가장 자연친화적인 행위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달팽이나 딱정벌레를 보면 우선 징그럽게 여기고 뒷걸음질 치거나, 심지어 울어버리는 아이도 있다. 이것이 도시 아이들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이름 붙이기’는 인간과 동물의 생명을 동일시하는 행위와 사고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동형이와 동완이는 자연친화적 삶을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 가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살아가는 두 남매가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물놀이도 가고 그림도 그리고, 손톱에 예쁜 봉숭아꽃 물도 들이며 신나게 방학을 보내고 있다. 그런 중 내 아내와 함께 도자기를 만들기도 한다. 방학은 참으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에 내 어린 시절 방학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호기심이 많은 동완이는 즐거운 방학생활을 간단하지만 사실적으로 일기에 쓰고 있다.
“제목 : 도자기/ 이모랑 엄마랑 오빠랑 나랑 뒷집에 가서 도자기를 만들었다/ 도자기 흙은 참 부드러웠다. -7월29일”
“제목 : 그림/ 오빠랑 나랑 뒷집에 가서 그림을 그렸다/ 백일홍도 그리고 피망도 그렸다. -7월30일”
동완이의 이틀간 일기를 보면 방학 전과 달라진 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일기를 쓸 때, 제목부터 쓰고 있는데 이는 일기를 쓰면서 발전해 가는 현상 중 하나다. 또 ‘도자기 흙은 참 부드러웠다.’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일기를 보며 점차 성장해 가는 모습을 찾는 것은 자연의 심오한 현상보다 더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동형이는 방학을 맞아 신나게 노는 중에도 언제나 씩씩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성숙해 가는 모습은 일기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제목 : 방학 5탄/ 달밤은 어두워/ 엄마, 동완이, 나를 세월천에 내려 주시고 아빠와 이모는 돌을 주우러 남한강에 갔다/ 그런데 어두워졌는데도 안 왔다. 엄마가 그냥 가자고 그래서 따라갔는데 아빠 차가 오고 있었다/ 엄마랑 아빠랑 싸움을 했는데 별로 안 시끄러웠다/그만 하시고 진정하세요. -7월30일”
동형이는 방학을 맞아 방학 첫날을 ‘방학 1탄’으로 시작하고 있다. 따라서 방학 5탄은 방학 5일째를 맞이한 날이라는 뜻이다. 방학이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으면 광고 문안에서나 쓰임직한 1탄, 2탄 등의 격정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을까. 무엇보다 동형이가 부모의 행동에 눈길을 모으고 있는 것 자체가 성숙해 가는 모습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의 내면세계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같은 날인 7월30일, 두 남매의 일기를 보면 똑 같이 행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일기의 내용은 서로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동형이는 저녁에 세월천으로 간 이야기를 적고 있는 반면, 동완이는 낮에 그림 그린 일을 적고 있다.
이렇듯 일기의 내용이 서로 다른 것은 사실 당연하다. 같은 그림을 보고도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듯, 하루생활을 같이 경험했다 하더라도 관점의 차이를 보이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다. 관점의 차이, 그 자체가 얼마나 자연스럽고 인간적인가. 인간의 관점과 개성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다.
동형이와 동완이는 이렇게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자연과 더불어 개성을 키워가면서 자라고 있다. 그들의 일기가 비록 아직은 서툴고 어색하지만 자연이 함께 있고, 개성이 들어 있기에 그 어떤 책보다 가치 있다. 동형이와 동완이가 키가 자라고 생각이 자라 어른이 되고 나면 어린시절 일기는 소중함의 존재를 깨닫게 하는 큰 보배로 기억될 것이다. 田
■ 글 이기윤(시인·육군사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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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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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기차] 울타리부터 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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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부터 치는 사람들
농사짓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소똥이 거름이지만, 외지 입주인의 입장에서는 냄새나는 오염물로 여겨집니다. 과일이나 곡식을 쪼아대는 새들이 농민 입장에서는 밉지만, 아침마다 상쾌한 노래를 들려주는 새들이 곱게만 보이는 외지인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 시골은 이러한 서로 다른 생각과 생활을 가진 분들이 함께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도시 사람이 시골에 들어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일까. 울타리부터 치는 일일 겁니다. 아파트를 살 때, 몇 평형이 어떻고, 실제면적이 어떻고, 공유면적이 얼마나 빠지고, 복도형이 어떻고, 손바닥 면적이라도 꼼꼼히 따지던 버릇이 여전하지요.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늘 꿈꾸던 것이 파랗게 잔디가 깔린 정원과 하얀 목책에 둘러싸인 집이 아니었을까요. 그러니 시골로 들어오는 도시민의 ꡐ내 땅ꡑ에 대한 집착은 대단하지요. 시골에 터를 잡으러 돌아다니면서 하룻밤에도 몇 채씩 집을 짓고, 허물고, 텃밭이며 화단이며 정원을 머릿속에 그리고 지웠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내 땅이 생긴 겁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의 소중한 보금자리에 허겁지겁 울타리부터 치는 것은 어찌 보면 이해할 만한 일입니다. 나부터도 그랬으니까요.
내 땅과 네 땅
불당골에 들어온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새벽에 두런거리는 이야기 소리에 잠이 퍼뜩 깨었지요. 도둑이 들었나 보다고 잔뜩 긴장하여 문틈으로 내다보니, 마당 가운데 뒷짐을 진 마을 사람 둘이 서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내게 그분들은 오히려 당혹스런 표정을 짓더군요.
그 후로 나는 시골집의 마당이란 내 것이 아니라, 이웃들과 함께 쓰는 공간이며, 늘 이웃집과 오가느라 오래 전부터 생긴 샛길과 마당은 쉽게 구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서류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오래 전부터 이웃끼리 오가던 길이 어느 날 뜬금없이 울타리로 가로막힌다면 그것도 당혹스런 일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요.
그보다 더욱 걱정스런 일은 마음의 울타리입니다.
이웃과 오가던 길이 사라지고, 울타리로 막아 오로지 내 가족만 드나드는 막다른 길만이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과 원주민 사이에는 엄연한 거리감이 있습니다. 그것은 농사를 짓는 시골 분들과 생업이 따로 있는 외지인 사이에 생각도 다르고, 입장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농사짓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소똥이 거름이지만, 외지 입주인의 입장에서는 냄새나는 오염물로 여겨집니다. 과일이나 곡식을 쪼아대는 새들이 농민 입장에서는 밉지만, 아침마다 상쾌한 노래를 들려주는 새들이 곱게만 보이는 외지인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 시골은 이러한 서로 다른 생각과 생활을 가진 분들이 함께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시골에 들어와 사는 분들에게서 ꡐ함께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다ꡑ는 호소를 심심찮게 들었습니다. 사람이야 많지만 정말 마음이 통하고, 화제가 일치하는 이웃이 없다는 말이겠지요.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란 서로 같아야만 잘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웃간에 오가던 길은 막다른 길이되어
대체로 시골살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나가는 분들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ꡐ내가 도시에 살 때는 어떠했는데, 지금 이러고 살고 있자니...ꡑ하는 왕년형. ꡐ정말 수준이 낮아 못 살겠어...ꡑ라는 공주형. ꡐ극장도 없고, 빨래방도 없고, 너무 불편해서...ꡑ하는 도시형. ꡐ애들이 멍청하고, 시골선생님들이라 열의도 없고...ꡑ라는 열성교육형.
이 가운데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공주형입니다.
실제로 이런 분들은 자신이나 이웃들을 위해서도, 그냥 도시에서 살기를 권합니다. 사람을 차별하는 것도 못된 버릇이지만, 특히 지역이나 처지를 가지고 높낮이를 따지는 것처럼 천박한 짓도 없지요.
그런 이들은 시골에 들어와 살면서도 자기 집 주소가 무슨 면이니, 읍이니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시골에 들어와 태어난 자기 아이들의 출생지가 도시가 아닌 것을 못 견뎌하여 반드시 출산은 서울 병원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소위 고급 전원주택단지를 만들어, 그들끼리의 생활을 보장해 주는 장사꾼들도 등장하고 있지만, 나는 그런 분들로 우리의 시골이 채워지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봅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시골에도 길은 있었지요. 다만 예전의 길들은 이웃집끼리 오가기 위한 길이라 온 마을 집들이 서로 거미줄처럼 서로 이어진 길인데 비해, 요즘의 길들은 사람보다 차가 들어가기 위해 넓혀진 길이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집집마다 단절된 막다른 길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마음의 울타리를 허물고
시골에 들어와 울타리부터 치고, 스스로 막다른 길을 만드는 도시사람이나, 낯선 이웃이 들어와 집 짓는 데 먼지 날린다고 집채 만한 바위로 길을 가로막는 시골사람이나 마음의 울타리를 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일지도 모릅니다. 이웃 없이 나 혼자 살고 싶다면, 도심의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에서 안락하게 사는 편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봅니다.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하면서도 조금 먼저 들어와 산다고 새 이웃에서 텃세를 부리는 분들도 올바른 행동은 아니라고 봅니다. 서로 생업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웃이 필요하며, 울타리 없이 서로 드나드는 길, 우리들 마음에 가로처진 울타리부터 허물어내는 길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시골에 들어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마음에 견고하게 가로막혀 있는 울타리부터 걷어내는 일일 것입니다. 田
■ 글 이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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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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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에 살어리랏다 IV] 누구나 지을 수 있는 통나무주택 시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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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지을 수 있는 통나무주택 시대를
일반인들은 통나무주택이라면 으레 라운드형 통나무만을 연상하는데 사실 통나무의 단면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둥근형이고 이 밖에도 D형과 사각형, 목조주택에다 통나무형 패널을 붙인 하프 로그(Half Log)형 등이 있다. 각 제조사마다 서로 다른 프로파일(Profile)을 갖고 있어서 어떤 방식이 제일 좋다고 잘라서 말 할 수는 없다. 각자 나름의 장점을 가지며 최상이라 여기는 시스템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8월까지는 완공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기초공사나 옹벽공사를 직접 하자니 시간이 나지 않아 할 수 없이 지방의 종합건설회사에 외주를 주었다. 하지만 비가 자주 와서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결국 직영하는 것보다도 공기가 더욱 지연되고 말았다. 가뜩이나 짧은 공사기간에 마음은 더욱 바빠지고 하루 일과 중 하늘만 쳐다보는 일이 많아졌다.
이렇게 옹벽공사 때문에 늦어진 일주일이 전체 공정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컸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기초공사를 4일 만에 마쳐야 했지만, 땅이 점토질이라 비가 오면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인부들의 배부른 관행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다. 화가 치밀어 올라 ꡒ어차피 장마철인데 이정도 조건은 감수해야 할 것 아니냐ꡓ고 종용하며 어렵게 어렵게 앞으로 나아갔다.
통나무나 목조주택의 경우는 건물의 자중이 그리 무겁지 않으므로 기초공사를 무근으로 해도 된다. 대신 콘크리트로 강도를 보강하고 이형철근을 30센티미터 간격으로 배근한 상태에서 콘크리트 타설을 했다. 정화조는 건물 규모가 커져 사업부지가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합병정화조 30인용 2개를 묻고, 정화조 입구에 맨홀을 각각 설치해 생활하수가 한번 걸러진 후에 들어가도록 했다.
다른 건축방법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통나무 주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닥 수평과 건물 각 모서리의 직각이 맞아야 한다는 것. 통나무주택이나 목조주택은 콘크리트로 다진 기초 위에 토대를 깔고 건물을 세우게 되는데, 이는 땅이 경사져 있는 경우에 수평을 잡기 위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습기와 콘크리트의 화학작용으로 발생하는 목재의 부식을 방지하고 모세관 작용으로 나무를 타고 습기가 올라오는 것도 방지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자연친화적인 건강주택
이미 시스템화가 돼있는 통나무주택이라면 모든 부재가 미리 재단이 돼있으므로 벽체를 쌓을 때는 도면 순서대로 조립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이 때 주의할 점은 나무못을 통나무 속 2~3센티미터 가량 깊숙이 박아야 한다는 것이다. 통나무 2단을 기준으로 볼 때 하단부 또한 2~3센티미터 가량 띄워야 한다.
통나무는 특유의 수축작용이 발생해 집을 지으면 조금씩 밑으로 가라앉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 때 깊이 박힌 나무못으로 인해 통나무가 밑으로 크게 내려가는 현상을 방지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통나무가 가라 앉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통나무 주택의 최대 장점이기도 하다. 이를 쎄틀링(Settling)이라고 하는데, 나무가 건조하거나 습할 때 사람의 피부와 같이 습기를 방출하기도 하고 또한 흡수하기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가습기 역할을 하는 흙과 나무만의 특성이며 이들이 건강주택으로 불려지는 가장 큰 이유가 되기도 한다.
엄밀히 말해 통나무주택이란 통나무 또는 나무 자체가 구조체 역할과 단열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건축양식을 말한다. 따라서 통나무주택은 벽체에는 단열재를 넣지 않고 지붕에만 사용한다. 간혹 통나무 사이에 씰링테입(Sealing Tape)이나 단열 펠트(Felt)를 넣기도 하는데, 이는 통나무가 가라앉으면서 나무 사이가 벌어질 경우에 완충작용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통나무는 단열 효과가 좋으면서도 기공을 통해 외부의 공기를 원활히 통하게 하고 정화시키는 효과까지 있다. 게다가 은은한 특유의 나무향까지 풍겨나와 통나무집에서 살면 건강은 물론 항시 기분도 좋아지게 된다. 아마도 자연건축소재로 신이 인간에게 내린 최고의 선물이라는 게 필자의 확신이다.
일반인들은 통나무주택이라면 으레 라운드형 통나무만을 연상하는데 사실 통나무의 단면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둥근형이고 이 밖에도 D형과 사각형, 목조주택에다 통나무형 패널을 붙인 하프 로그(Half Log)형 등이 있다. 각 제조사마다 서로 다른 프로파일(Profile)을 갖고 있어서 어떤 방식이 제일 좋다고 잘라서 말 할 수는 없다. 각자 나름의 장점을 가지며 최상이라 여기는 시스템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나무주택은 코너에 20~30센티미터 정도의 돌출부를 가지는데, 사실은 이것이 기둥의 역할을 해주어 주택의 균형을 잡아주고 집이 기울어지거나 벌어지려는 현상을 막아준다. 각 통나무 사이에 박힌 나무못은 바람이나 외부의 힘에 저항하는 전단력을 갖게 하고 통나무끼리 밀착시키는 역할도 한다.
통나무 주택의 브랜드화 이뤄
이번 영월의 펜션 공사가 8월이면 모두 끝난다. 그동안 통나무 주택의 시스템화에 도움을 주었던 유 박사님과 황 사장님의 펜션단지이며 처음으로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통나무주택이자 펜션이다. 이뿐만 아니라 10여 년 이상을 한 분야에만 종사했던 필자가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집약시킨 통나무 주택의 정수이자 시스템화된 통나무주택의 첫 작품으로서도 매우 의미가 크다.
그동안 통나무주택은 수입산 고가의 자재를 사용했던 탓에 재료값은 물론 공사비 자체도 매우 고가여서 통나무주택의 여러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대중화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에 필자는 누구라도 손쉽고 저렴하게 통나무주택을 지을 수 있고, 또한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통나무주택의 건축이 시스템화되고 브랜드화돼야 한다고 굳게 믿어왔다. 즉 일정한 규격에 맞춰 재단된 재료들은 규격화된 도면을 따라 쉽게 지을 수 있도록 하면 재료비의 절감은 물론 공사비도 혁신적으로 절감될 것이라는 아이디어다.
이렇게 시스템화 된 브랜드 통나무주택은 앞으로 펜션과 소형주택, 일반 주택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시스템화의 완성으로 그동안 수입에 의존했던 키트캐빈과 소형주택 그리고 통나무 펜션들을 이제는 우리의 손으로 보급할 수 있다는 희망이 이번 공사가 완공됨으로써 더욱 확고해진 것이다.
이와 함께 개인적으로는 통나무주택과 키트캐빈을 수입해 공급하면서 절실하게 보완해야 할 것들을 이제는 내 마음대로 보완할 수 있다는 기쁨과, 그동안 동시에 연구해 온 소형주택의 D.I.Y. 집짓기를 활성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에 날아갈 듯이 기쁘기도 하다. D.I.Y 집짓기란 시스템화를 좀더 연구하면 통나무 주택을 일반인들이 포장된 부재를 구입해 도면만을 보고도 직접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아마도 건축문화의 혁신을 몰고오지 않을까 예상된다. 이번에 완공되는 펜션을 통해 전원생활의 소형 통나무주택의 D.I.Y 모델을 보여 줄 수 있게 됐다.
이번 공사를 위해 필자는 0.5밀리미터 공차를 해결하려고 3일 밤과 낮을 보냈으며, 시스템 라인을 셋업하고 수정하는 데 15일이란 긴 시간도 소요됐다. 시범인 만큼 전체 공정이 예상보다 15일 정도 지연되었지만, 처음 시스템라인이 가동될 때의 기쁨과 좌절, 그리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실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시스템화된 통나무 주택의 경우는 통나무가 조립되는 순서대로 포장해 공급하고 있는데, 이 경우에는 자재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조립 역시 가급적 신속하게 해야하고 벽체를 새운 후에 바로 도장을 하는 것이 좋다.
현재 이곳에서 집을 짓고 있는 이들은 크게 3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한 팀은 인테리어나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를 전문으로 시공했던 사람들로, 말 그대로 현장에서 20여 년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전문가 군이다. 또 한 팀은 통나무 목조학교 출신으로 1~2년 정도의 경력이지만, 이론적 바탕 위에 실무도 겸비한 이들이다. 이외에 현장체험을 해보려고 모여든 사람도 다수 있다. 이들은 본인이 직접 집을 짓거나, 이 업종에 종사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다.
필자는 이들을 보며 고가의 수입 통나무 자재들로 인해 시공기술자들 역시 제한되었던 것이 이번 시스템화를 계기로 시공의 선 순환 메카니즘을 만들어 공기는 물론 공사에 투입되는 인건비 역시 혁신적으로 줄어들 것이라 예상할 수도 있었다.
지면을 빌어 그동안 선발대로 와서 고생한 학교출신 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처음 시도하는 통나무주택 시스템인 만큼 앞으로 보다 합리적이고 창조적인 주택을 만들어 보급하기 위해 이들과 지속적으로 함께 하고 싶다고 밝히는 바다. 또한 이 작업에 참여해주신 여러분들 역시 이 주택을 통해 많은 가능성을 느끼고 현장에서 소중한 경험을 얻어 갈 수 있었으리라 기대한다. 앞으로 우리 나라 전국 어디에서도 잘 지어진 통나무주택들이 즐비하게 늘어설 날을 기대해본다. 田
■ 글․사진 강석찬 <유로하우스 대표 043-643-1161, www.kbsho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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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