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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으로 가는 길] 전원에서 살려면 이 정도는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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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가?’ 입지(立地)를 선정할 때, 깊이 잘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상주(常住), 세컨드 하우스(Second House), 작업실, 별장이냐에 따라 입지 선정에 차이가 많기 때문이다. 상주에서 별장으로 갈수록 입지 반경은 점점 넓어진다. 다시 말해 상주를 목적으로 한다면, 현재의 생활 근거지인 도시하고의 거리를 짧게 잡는 것이 좋다. 반면 그 밖의 용도라면 도시하고 멀리 떨어져도 별 상관이 없다. 여기에서는 상주를 목적으로 하는 전원주택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고자 한다.
입지 선정의 출발, 지도를 펼치자
‘어디에 터를 잡을 것인가?’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최대 관심사다. 연고자가 사는 곳, 친지나 친구가 권하는 곳, 놀러 갔을 때 점찍어 뒀던 곳 등등. ‘전원생활은 이런 곳에서 해야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물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해서 반드시 나에게도 좋은 곳은 아니다’ 라는 점이다.
먼저 접근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자. 될 수 있으면 수도권이 한눈에 보이는 지도를 펼쳐서 마음에 들었던 곳들을 찾아보자. 다른 지역이라면 상세도를 구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서는 수도권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수도권이란 서울과 인천, 수원, 성남, 의정부, 안양, 부천, 광명 등의 위성도시와 서울을 중심으로 반경 70㎞ 이내의 경기도권을 포함한다. 수도권도 여러 권역으로 나뉘어 ‘행위의 제한’을 하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시행령’에는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및 자연보전권역의 범위를 정해 놓고 있다.
[별표1]
과밀억제권역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강화군, 옹진군, 중구 운남동·운북동·운서동·중산동·남북동·덕교동·을왕동·무의동, 서구 대곡동·불노동·마전동·금곡동·오류동·왕길동·당하동·원당동, 연수구 송도매립지(인천광역시장이 송도신시가지 조성을 위해 1990년 11월12일 송도 앞 공유수면매립공사면허를 받은 지역), 남동유치지역을 제외) △의정부시 △구리시 △남양주시(호평동·평내동·금곡동·일패동·이패동·삼패동·가운동·수석동·지금동 및 도농동에 한한다) △하남시 △고양시 △수원시 △성남시 △안양시 △부천시 △광명시 △과천시 △의왕시 △군포시 △시흥시(반월특수지역을 제외한다)
성장관리권역
△동두천시 △안산시 △오산시 △평택시 △파주시 △남양주시(와부읍, 진접읍, 별내면, 퇴계원면, 진건면, 오남면에 한한다) △용인시(기흥읍, 구성읍, 수지읍, 남사면, 이동면과 원삼면 목신리·죽릉리·학일리·독성리에 한한다) △연천군 △포천시 △양주시 △김포시 △화성시 △안성시(가사동·가현동·명륜동·숭인동·봉남동·구포동·동본동·영동·봉산동·성남동·창전동·낙원동ㆍ옥천동ㆍ현수동ㆍ발화동ㆍ옥산동ㆍ석정동ㆍ서인동ㆍ인지동ㆍ아양동ㆍ신흥동ㆍ도기동ㆍ계동ㆍ중리동ㆍ사곡동ㆍ금석동ㆍ당왕동ㆍ신모산동ㆍ신소현동ㆍ신건지동ㆍ금산동ㆍ연지동ㆍ대천동, 대덕면, 미양면, 공도면, 원곡면, 보개면, 광면, 서운면, 양성면, 고삼면과 죽산면 두교리ㆍ당목리ㆍ칠장리 및 삼죽면 마전리ㆍ미장리ㆍ진촌리ㆍ기솔리에 한한다) △인천광역시 중 강화, 옹진군, 중구 운남동ㆍ운북동ㆍ운서동·중산동ㆍ남북동ㆍ덕교동ㆍ을왕동ㆍ무의동, 서구 대곡동ㆍ불노동ㆍ마전동ㆍ금곡동ㆍ오류동ㆍ왕길동ㆍ당하동ㆍ원당동, 연수구 송도매립지, 남동유치지역ㆍ시흥시중 반월특수지역
자연보전권역
△이천시 △남양주시(화도읍 수동면, 조안면에 한한다) △용인시(중앙동, 역삼동, 유림동, 동부동, 포곡면, 모현면, 백암면, 양지면과 원삼면 가재월리ㆍ사암리ㆍ미평리ㆍ좌항리ㆍ맹리ㆍ두창리ㆍ고당리ㆍ문촌리에 한한다) △가평군 △양평군 △여주군 △광주시 △안성시(일죽면과 죽산면 죽산리ㆍ용설리ㆍ장계리ㆍ매산리ㆍ장릉리ㆍ장원리ㆍ두현리 및 삼죽면용월리ㆍ덕산리ㆍ율 곡리ㆍ내장리ㆍ배태리ㆍ내강리에 한한다)
지도를 펴면, 수도권도 이렇게 많이 틀리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서울을 감싸고 있는 푸른색 띠다. 소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개발제한구역(Green Belt)’이다. 어떤 지도에는 서울의 동쪽을 그린벨트 색깔과 비슷하게 표시했는데 이것이 수도권에서도 가장 규제가 많다는 ‘자연보전권역’이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에 팔당댐이 들어섰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 인구 대부분의 식수를 공급하는 젖줄로 그 역할이 중차대하다 보니 이를 지키려는 국가적인 노력이 대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당호의 수질은 점점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자연보전권역’이다.
자연보전권역 안에는 택지나 공업용지, 관광지 등의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종류 및 규모 이상의 개발사업을 제한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령이 정하는 학교나 공공청사, 업무용 건축물, 판매용 건축물, 연수시설 기타 인구집중유발시설의 신설이나 증설을 제한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주민들은 정부에서 형평의 원칙에 벗어난 무시무시한 올가미를 씌워 여러 가지 중첩된 규제를 남발한다며 비난하고 있다. 자연보전권역이라 함은 한강 수계의 수질 및 녹지 등 자연환경의 보전이 필요한 지역이라 명시하고 있지만, 사실은 수도권 상수원의 오염을 막겠다는 큰 뜻이 숨어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아직까지도 자연이 살아 숨쉬는 것은 중첩된 규제가 많아 비교적 손길이 덜 탔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수단을 확인하자
대중교통을 무시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 자가용을 소유한 사람이건 그렇지 못한 사람이건 간에 꼭 필요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전원생활을 하다 보면 차가 한 대에서 두세 대로, 결국에 가서는 성인 식구 수대로 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우리 식구 모두 차가 있으니까’하고 안일하게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전원에서 도시로 출퇴근하다 보면 폭설로 도로가 차단되기도 하고, 폭우로 하천이 범람하여 도로가 유실되기도 한다. 또는 차가 고장이 날 때나, 불가피하게 차를 회사에 놓고 오는 경우도 있다. 이때 대중교통 수단이 없다면 많은 불편을 겪어야만 한다. 그리고 식구 중에 노약자나 무면허자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주변 도시로, 아니면 근무지까지 접근할 수 있는 대중교통을 무시해선 안 된다. 비근한 예로 전원주택지도 도시하고 비슷하다. 같은 군면(郡面)이라 할지라도 대중교통이 편리한가, 그렇지 못한가에 따라 지가(地價) 차이도 상당하다. 서울도 역세권에서 가까운 곳일수록 지가가 비싼 것하고 매한가지다.
광의(廣義)의 지역 선정
이제는 어렴풋하게나마 어떤 지역이 나와 내 가족이 큰 불편 없이 전원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인가를 파악했을 것이다. 최소한 광주 혹은 양평, 용인, 가평 어디쯤하고 지역 선정이 이뤄져야 한다. 여기까지가 집에서 지도를 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지역도 만만찮게 크므로 전원생활을 할 땅이나 집을 구하기란 쉽지만은 않다.
협의(狹義)의 지역 선정
광의의 지역선정이 끝나면 다소나마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된다. 지역을 선정했다면 이제부터는 발품을 팔아야 한다. 주말을 이용하여 휴식과 여행을 겸해 가족과 함께 전원 답사를 하면 그리 피곤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가족 공동체의 화합과 견식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이것이 바로 일거양득(一擧兩得)인 셈이다. 이 단계에서는 두루 돌아본 고장 안에서도 ‘어느 지역이 좋겠다’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한두 개 내지 서너 개 면(面) 정도로 압축될 것이다. 이 즈음이면 전원주택을 지을 땅을 구하는 데만 신경을 쓰면 된다. 田
■ 글·양정일
∴ 글쓴이 양정일은 경기도 광주군 퇴촌면에 있는 한국전원 부동산 컨설팅에서 전원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031-767-9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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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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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방식 목구조 황토집 짓는 순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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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우리의 전통 주거인 흙집을 널리 보급하는 일에 매진해 왔다. 여기에서는 전통방식을 접목시킨 목구조 황토집과 현대식 주거 모양을 접목시켜 만든 목구조 황토집을 건축주가 손수 따라 지을 수 있도록 그 순서와 방법을 소개했다. 실제 도목수가 집을 짓는 전과정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했으니 잘 따라 짓기 바란다.
1. 집짓기 전에
2. 황토집 짓는 순서
3. 사진과 함께 보는 황토집 짓기 기술
3) 전통방식 목구조 황토집 짓는 순서
- 터잡기 및 가재목 준비, 터닦기
- 정화조공사 및 지하수 개발
- 주초 놓기 및 기둥 세우기
- 기둥머리 짜 맞추기 및 보와 도리 걸치기
- 상량 및 지붕틀 만들기
- 서까래 걸기 및 앙토(알매) 덮기
- 방수처리 및 지붕이기
- 벽쌓기(심벽치기 및 황토벽돌 조적)
- 설비공사 및 난방공사
- 창호공사
- 부엌 및 욕실 공사
- 장판 및 벽지 바르기
- 축담 및 담장(울타리) 쌓기
- 대문 달기 및 방범시설
- 텃밭만들기
집의 뼈대공사와 지붕이기가 끝나면 내부 벽체공사를 시작한다. 내부공사를 할 때는 맨 먼저 벽체를 만들어야 한다. 전통방식에서는 상인방과 중인방, 하인방 사이에 힘살대(가는 나무지주)를 20∼30cm 간격으로 박아 외대(반으로 쪼갠 대나무나 싸릿대 등)를 촘촘히 엮고 짚을 썰어 넣어 반죽한 흙으로 안벽과 바깥벽에 맞벽치기를 한다. 이를 초새 바르기라고 한다. 초새를 바른 후 벽이 굳으면 다시 보드라운 황토를 체에 쳐서 모래나 황운모 등을 7:3정도로 섞어 물 또는 누릅나무나 해초(도박) 삶은 물로 반죽하여 벽면에 매끈하게 덧붙여 바르면 심벽치기 벽체공사가 끝난다.
심벽치기는 전통한옥에서 널리 사용해 온 공법이지만, 벽의 두께가 10㎝ 안팎에 불과하므로 외풍이 심해 단열효과가 떨어진다고 하여 썩 선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전통초가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보면, 흙은 단열 효과보다는 축열 효과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축열 효과란, 쉽게 말해 외부 온도 변화에 따라 내부 온도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축열 효과를 높이려면 벽체 두께가 최소한 14㎝ 이상이어야 한다. 홑벽을 만들 경우에는 불가능하지만, 겹벽을 만들면 원하는 벽의 두께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이때 꼭 알아야 할 기술은 벽체 두께와 함께 나무와 흙이 접촉하는 부분에 틈새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현대식 주거와 접목시킨 황토집짓기에서는 내력벽과 비내력벽을 흙벽돌로 조적(組積)하는 방법이 있다. 기둥과 기둥 사이 내·외벽의 벽체를 흙벽돌로 조적하고 황토 모르타르(Mortar)로 마감하는 방법이다. 이때 사용하는 황토벽돌은 믿을 만한 생산업체에서 순황토만으로 찍어낸 벽돌로, 압축강도가 120∼150㎏/㎠로써 수분 함량이 10∼8% 이내이며, 규격은 한 겹용일 때 300(길이)×140(높이)×200㎜(폭), 또는 두 겹용일 때 250×140×100㎜인 벽돌이어야 한다.
흙벽돌은 수분에 약하므로 폭 1자, 깊이 1자∼1자반 정도 되게 벽체를 쌓아올릴 지점을 파내고 주먹돌로 기초석을 넣고 다진다. 그리고 지면 위로 1자되게 호박돌(집터 따위의 바닥을 단단히 하는데 쓰는 둥글고 큰 돌. 지름이 20∼30cm)을 두 겹으로 쌓아올린다. 이때 돌과 돌 사이에는 생석회를 반죽하여 채워가며 정교하게 쌓은 뒤, 반죽한 황토로 그 윗면이 수평을 이루도록 기초를 잡는다. 물론 시멘트를 사용해 기초를 간편하게 잡아도 무방하나, 순황토집의 이미지가 희석되므로 가능하면 삼가는 것이 좋다.
황토벽돌로 조적한 후 마르면 나무기둥과 인방과 벽돌 사이에 1㎝가량의 틈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는 목재와 벽돌의 건조 상태가 불량하다거나 기초석이 수평을 이루지 못하는데서 오는 부실 시공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처음부터 완벽한 시공이 요구되는데, 특히 이 부분은 황토집 시공에서 문제(하자)가 된다. 이러한 하자를 방지하기 위해 필자가 연구한 내용을 소개하니 잘 응용하길 바란다.
먼저 벽돌이 닿는 부분의 나무기둥과 인방의 아래위에 벽돌 넓이만큼 깊이 2cm 가량의 홈을 파서 벽돌을 홈에 끼워 넣는 방법(기둥의 직경이 좁을 경우 15㎝ 넓이로 파내고 벽돌의 끝 부분을 홈에 맞게 깎아내면 된다)과 틈이 벌어진 부분에 삼나무 로프나 새끼줄을 틈 사이에 꼭 끼도록 꼬아서 가는 나무막대를 이용하여 밀어 넣은 다음 반죽한 황토로 내·외벽을 마감하는 방법이 있다. 참고로 흙벽돌 조적 공법을 선택할 때에는 반드시 나무로 뼈대공사를 해야 한다. 혹 흙벽돌만으로 벽체를 만들고 그 위에 지붕 틀을 만들 경우에는 안전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설비 및 난방공사
황토집의 설비공사는 급·배수공사와 정화조공사, 전기공사, 난방공사 등으로 구분된다. 먼저 전기설비는 내부 매립식과 노출식이 있다. 매립식은 벽체를 만들기 전에 내부 배선을 모두 마쳐야 하고, 옛날 집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매립식은 벽체와 내부공사를 마친 뒤에 설치해도 무방하다. 다만 전기배선공사는 허가를 받은 업체만이 할 수 있으므로 실내 조명 시설까지 포함하여 그 업체에 맡기는 것이 안전하다.
그리고 급·배수공사는 설비업체에 의뢰하여 설계도면대로 설치하면 된다. 이때 건축주는 싱크대와 세면기 등 물 빠짐 배관의 꺾이는 부분(L자 모양)이 거꾸로 연결되는 일이 없도록 꼭 확인해야 냄새를 차단할 수 있다. 이곳을 소홀히 취급함으로써 상당수가 준공 후 하자보수를 하곤 한다.
정화조공사는 건축법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신경을 써야 한다. 건축허가시 정화조 설치신고를 해야 하는데,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법 적용을 다소 달리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정화조 설치신고만으로 건축신고를 대신하기도 한다. 정화조는 설계 평수에 따라 5인용과 10인용 합병정화조를 매설하는데, 이때 매설 과정을 사진 찍어 정화조 준공서류에 첨부하도록 되어 있다. 간혹 사진을 찍지 않고 매설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므로 염두에 두어야 한다.
벽체공사를 마무리하고 나면 방바닥 난방공사를 시작한다. 난방공사는 전통구들방과 온수 기름보일러 난방법, 심야전기온수·온돌방식이 있다. 황토집에서는 아궁이에 불을 때는 전통 구들방이 1개쯤 있어야 가족들의 건강을 위한 찜질방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구들을 놓기 전에 그 구조를 알아야 한다. 구들의 구조는 크게 불이 타는 ‘아궁이’와 연기와 불꽃(열)이 지나가는 ‘고래’, 연기가 빠져나가는 ‘굴뚝’으로 나뉜다.
구들을 놓으려면 먼저 ‘구들돌’을 구입해야 하는데, 골동품 수집·판매상에 의뢰하면 쉽게 구할 수 있다. 따라서 구들을 놓을 때는 대개 부엌 아궁이에서 1자 높이로 불목(아궁이에서 방안 고래 사이에 턱을 만들어 연기의 역류를 방지하고 열기가 고래 속으로 잘 빨려 들도록 하는 기능을 말함)을 만든 다음 아궁이(부석) 입구 양편에 고임돌(굄돌)을 세우고 그 위에는 커다란 이맛돌을 올려놓고 불목 위에는 안쪽 구들돌보다 두껍고 넓적한 돌을 덮는다.
또한 고래가 끝나는 부분에는 ‘개자리’(고래의 끝 부분보다 우묵하고 길게 파놓은 골로 직경이 1자, 깊이가 2자 가량 됨)란 것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여러 줄의 고래로부터 연기를 하나로 모아 굴뚝으로 배출하는 역할과 함께 연기의 역류를 막고, 경우에 따라서는 빗물 등이 고래 속으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한다. 그 다음에 불목 안쪽으로 불길이 들어가는 방고래를 만드는데 그 방식에는 골 고래로 놓은 ‘골 구들’과 허튼 고래로 놓는 ‘벌 구들’, 아(亞)자형으로 놓는 ‘亞자 고래’ 등이 있다.
고래의 종류를 정하면 구들이 만들어질 모양에 따라 고임돌을 받치고 그 위에 구들돌을 올려놓은 뒤 작은 돌멩이로 구들돌 사이 구멍을 완전히 막는다. 그리고 짚을 잘게 썰어 넣어 반죽한 흙으로 3∼5cm가량 덮어 바른 뒤, 보드라운 황토 70%, 운모(맥반석이나 옥돌)가루 15%, 모래 10%, 수사 5%를 골고루 섞어서 도박(해초류)이나 느릅나무를 구입해 삶은 물(천연 접착제 역할을 함)과 반죽하여 초벌 바르기(2㎝)와 재새 바르기(2㎝)를 하면 구들 놓기가 모두 끝난다.
다음은 심야전기난방 방식이다. 심야전기온수·온돌은 전통 구들방식에서 아궁이와 굴뚝을 없애고 불을 때는 대신 방바닥에 온수파이프 또는 전기히터를 설치한 구조다.
심야전기를 이용해 현대화 한 바닥 난방방식으로 전기로 따끈하게 데운 방바닥의 열을 24시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방식(즉, 야간에 축열된 에너지를 주간에 방열하여 사용하는 방식)이다. 심야전기난방시설은 초기 시설비가 일반 보일러시설비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지만 안전성과 편리성, 쾌적성, 건강성, 경제성으로 따져 보면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참고로 심야전력 요금제도란 한국전력공사의 전력사업 효율화 정책으로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는 전력 수요를 분산하고 전기 사용이 적은 심야시간대 수요를 증대시켜 전력 설비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 전기를 공급받아 열 또는 온수를 만들어 저장 후, 사용하는 에너지 저장식 기기에 대하여 값싼 전기요금을 적용하는 제도로, 전기요금은 일반전기요금의 4분의 1 수준이다.
그리고 기름보일러 난방 방식은 심야전기보일러 시설비에 비해 초기시설비용이 저렴하여 보편적으로 공급되고 있는 난방시설이다. 만약 전원에서 땔감을 쉽게 얻을 수 있다면 나무겸용 기름보일러 설치도 생각해 봄직하다. 田
■ 글·윤원태
∴ 글쓴이 윤원태는 한국전통초가연구소 소장 겸 한국전통초가박물관건립 추진위원장이며, 경성대학교 한국학연구소 특별연구원 겸 한국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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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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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하우스의 건축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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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하우스 시공사에서 설계할 경우, 시공에 고려를 많이 하므로 안전성을 높이고 하자 발생률을 다소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설계는 종합예술이기에 설계 참여에 제한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즉 일반 설계사무소에서 설계를 많이 해야 스틸하우스도 다양해진다. 하지만 스틸하우스의 특징을 파악하지 못해 하자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설계 후 별도의 자문을 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1. 스틸하우스란 ?
1) 스틸하우스에 대한 간략한 소개
개념, 자재, 장점
2) 스틸하우스 건축설계
(평면, 주택성능, 외관)
3) 스틸하우스 구조설계
(벽, 슬래브, 지붕)
2. 스틸하우스의 시공
1) 스틸하우스 골조자재
(스터드, 트렉, 조이스트, 접합철물)
2) 스틸하우스 외장 마감재
드라이비트, 사이딩, 창호, 지붕재,
덱deck, 악세사리(물받이, 물 홈통,
덛 문, 각종 알미늄, 동판 )
3) 스틸하우스 내장마감재
(방문, 계단, 도배, 온돌마루, 강화마루,
주방가구, 위생기기, 조명기기
4) 스틸하우스 사용 요령 / 조경
(계절별 관리, 각종 기기사용, 조경공사요령)
5) 스틸하우스의 시공비용(내역서)
(설계+시공 +부가세 + 사후관리비용)
스틸하우스 건축설계를 하는 곳은 일반 건축설계사무소, 스틸하우스 설계교육을 이수한 설계사무소, 스틸하우스 시공사 등이 있다. 각기 장단점이 있으므로 딱히 어떤 곳이 좋다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스틸하우스 시공사에서 설계할 경우, 시공에 고려를 많이 하므로 안전성을 높이고 하자 발생률을 다소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설계는 종합예술이기에 설계 참여에 제한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즉 일반 설계사무소에서 설계를 많이 해야 스틸하우스도 다양해진다. 하지만 스틸하우스의 특징을 파악하지 못해 하자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설계 후 별도의 자문을 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반 설계사무소에서 설계할 경우, 두 가지 중요한 자문을 받는 것이 좋다.
첫째는 구조에 관한 것으로, 설계 전·후 구조에 관한 자문은 포스코 계열사인 ‘리스트 기술연구소’에 의뢰하면 체크 받을 수 있다. 건축물의 구조는 생명과 직결되므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스틸하우스는 상당히 과학적인 주택으로 중요 부분에 대한 부재 선택과 시공 방법만 체크하면 일정한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스틸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비슷한 방식으로 시공하면 모두 스틸하우스인양 건축주에게 혼돈을 주는 곳도 있다. 여기에 대한 건축주의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호에 설명한 바 있지만, 스틸하우스는 반드시 전용 자재만을 사용해야 한다. 스틸이라고 해서 단순히 철(쇠)만을 생각하면 안 된다. 스틸하우스 전문 시공사는 대부분 ‘스틸하우스클럽’에 가입하고 있다
둘째는 스틸하우스는 건식공법이므로 방수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요즈음 목조나 스틸하우스에서 슬래브 형태의 디자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초기 설계자의 대부분은 슬래브형으로 지붕처리를 했으나 방수와 결로 방지, 상세 설계, 시공에 이르기까지 고생은 물론 비용을 많이 들였다. 슬래브지붕과 물을 사용하는 화장실, 다용도실 등은 방수와 직결되는 곳이다. 기타 벽면 쪽으로 나온 배관과 벽면처리 등은 간접 방수에, 그리고 박공지붕은 장마철 에어벤트(환기구)로 역풍돼 들어오는 빗물처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바람이 많은 바닷가나 산간지역에서는 역풍 방지용 에어벤트를 설치하고 처마는 짧게 시공하여 처마로부터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
스틸하우스 설계계획이나 시공계획이 있다면, 꼭 설계교육을 받아 볼 것을 적극 권한다. 앞으로도 스틸하우스 보급은 확대될 것이며 설계자는 물론 건축주들이 관심을 많이 보일 것이다. 참고로 스틸하우스 설계·시공교육 안내 및 시공사에 대한 정보는 한국철강협회 스틸컨스트럭션센터(www.steelhouse.or.kr)에 접속하면 다양하고 자세한 정보을 얻을 수 있다.
평면설계의 장점
스틸하우스의 평면설계도 일반주택하고 마찬가지로 건축주의 가족 관계나 취미, 대지의 향과 여건, 진입로 등 여러 가지 조건들을 반영한다. 평면설계에서 스틸하우스의 장점을 살리 수 있는 예는 다음과 같다.
하나, 내부 칸막이벽이 많아도 벽체가 얇기에 콘크리트 방식보다 면적에 영향을 적게 미친다.
둘, 스터드가 600×610×450 간격으로 설치돼, 각각의 사이에 인테리어를 반영할 수 있다.(가로방향보다는 세로방향이 유리하다) ※스터드란, 스틸하우스의 벽체를 형성하는 하나하나의 기둥을 말한다.
셋, 벽과 천창의 높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특히 거실 천장을 2층 천장까지 오픈하면 시원하고 같은 평수라도 넓고 시원하게 연출할 수 있다.
넷, 다락방 설치가 용이하다. 하지만 다락방은 단열이 떨어지므로 부대시설로 사용하거나 창고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기타 건축설계자의 개념과 추구 방향에 따라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높은 단열성, 내화성, 안전성
스틸하우스가 콘크리트나 조적조주택보다 우수한 점은 단열성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콘크리트는 벽이 두꺼운데 비해 단열재는 70m/m 정도이며, 스틸하우스는 140m/m 이상의 단열재를 사용한다. 스틸하우스와 목조주택은 원칙적으로 외단열(일반단열 140m/m 위에 추가 설치)로 설치할 것을 권장한다. 전원주택의 경우, 내부에 결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시멘트, 비닐, 목재 등의 사이딩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별도의 외단열처리를 하는 것이 좋다. 외장재 중 드라이비트는 외단열 50m/m을 사용하므로 사이딩보다 단열성이 우수하다.
스틸하우스는 내화성이 우수하다. 스틸하우스와 목조주택의 공통점은 내부에 석고보드를 시공한다는 것이다. 건축회사나 시공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콘크리트나 조적주택은 대부분 벽면에 시멘트 미장을 하고 천장은 3m/m합판으로 시공한다.
스틸하우스의 모든 부재는 직결나사(스크류-피스)로 결속을 하고 가벼운 소재를 사용하므로 지진 발생 시 진동에 잘 적응하여 파옥(破屋) 가능성이 낮다. 자동차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제동거리가 길뿐만 아니라 무리한 힘이 전해지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주택시공 과정에서 변경이 손쉽다. 설계는 평면공간 즉, 2차원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반면, 건축은 실제공간에서 행해지므로 도면에 나타나지 않았던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이때 스틸하우스는 변경이나 수정을 쉽게 할 수 있다.
세련되고 아름다운 외관
평소 건축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은 특정 건축물만 봐도, 구조가 어떻다는 것을 어느 정도 파악한다. 건축물의 구조는 외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목조주택과 스틸하우스는 구조재는 다르지만, 공법이 유사하므로 전문가가 아니면 구분하기가 어렵다.
콘크리트나 조적조주택의 경우, 요즈음 주로 슬래브를 사용하고 일부만 박공형 기와를 사용하고 있다. 스틸하우스나 목조주택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붕의 형태는 一자 슬래브와 ㅅ자 박공 두 가지 혼합형, 한쪽 면 경사형 등이 있다. 필자는 도시나 시골을 막론하고 똑같이 슬래브로만 시공하면 주변환경이 경직된다고 본다. 시골에서는 우리 정서에 맞는 전원 분위기를 위해 건축설계자나 시공자, 건축주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스틸하우스는 건축설계자에 따라 화려한 외관을 강조하거나 중후한 외관, 단순하고 세련된 외관 등 각각의 개성적인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田
■ 글·정길수
∴ 글쓴이 정길수는 97년 미국에서의 스틸하우스 시공 연수를 시작으로 국내 1호 스틸하우스를 시공하는등 지금까지 스틸하우스에 주력해 오고 있는 스틸하우스의 전문가이다. 현재 시스템건축 대표이사로 재직중이다. 시스템건축 (031-903-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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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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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이야기] 사회 환경과 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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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사람이 자연환경에 적응한 결과의 산물이다. 집이 자연환경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면 이번에는 사회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집은 그렇게 발전하면서 기능에 따라 분화한다. 남은 곡식을 저장하려고 창고를 짓고, 생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측간을 만든다. 또한 수확이 많은 집과 수확이 적은 집은 다른 규모의 창고가 필요하다. 가족이 많은 집에서는 방이 늘어난다. 사회적으로 부와 권력이 있는 사람의 집은 그렇지 못한 사람의 집보다 커진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집을 찾아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1. 집, 문화로서 과거 이해하기 -과연 전통은 존재하는가
2. 집은 문화 유기체다
3. 자연환경과 집
4. 기술 발전과 집
5. 사회환경과 집
6. 생활과 집
7. 사고변화와 집
8. 사람과 집 -사람이 집을 만들고 집은 사람을 만든다
사람들은 남하고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신을 부각시키려 한다. 옷을 화려하게 입는다든지, 고급차를 탄다든지, 튀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집과 가구, 의복 등이 사치가 가장 쉽게 퍼지는 곳이라고 한다. 현재도 돈이 있는 부유층은 좋은 차를 타고 고급 외제 옷을 입는다. 당연히 집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집에 나타난 권위 의식
예나 지금이나 부자들은 넓고 큰 집에서 살고 있다. 자기과시를 위해 눈치껏 법을 어겨 가며 크고 화려한 집을 지었다. 역사 이래로 이러한 의지가 늘 있었기에, 집에 대한 규제 역시 오랜 옛날부터 계속돼 왔다. ≪삼국사기≫ 〈옥사조(屋舍條)〉를 보면 품계에 따라 집의 크기와 치장을 제한했다고 한다. 조선조에도 이러한 제도는 존속했다. 위계에 따라 집의 규모를 제한했고 사당을 제외한 곳에서 색을 칠하지 못하게 한 것은, 규제가 없을 경우 서로 경쟁을 하여 집을 크고 화려하게 짓기 때문이다. 요즘도 주변에서 이러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회마을에서도 가문별로 집을 크게 지어 위세를 나타내려고 했다. 또한 경북 영덕군 창수면 인량리에는 재령 이씨, 평산 신씨, 안동 권씨의 세 집안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곳에서도 세 집안이 은근히 경쟁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마을에 지어진 옛집들은 나라에서 금하는 원기둥을 사용했고, 평산 신씨 본가인 만괴헌은 기단을 높이고 안채를 높게 지어 권위를 한껏 드러내었다. 또한 안동 권씨 집안은 최근까지도 집의 규모를 계속해서 늘리면서 은근히 세를 과시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려는 권위 의식은 집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한옥에서 위세를 보이려고 한 예를 보면 첫 번째는 기단을 높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원형기둥을 사용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안채나 사랑채를 높게 짓는 것이고, 네 번째는 초공을 사용하는 것이고, 다섯 번째는 집의 규모를 늘리는 것이다. 이 모두 조선조에서 법으로 금했던 것들이다.
지금도 돈이 있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법을 무시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건재한 것을 특권층의 상징으로 생각한다. 눈치껏 법을 어기면서 자신을 과시하는 것은 예전에도 다름이 없었다.
앞선 예들 중에서 우선 기단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집을 수평으로 늘리는 것 못지않게 수직으로 높이는 것은 권위를 나타내는 데 효과적이다. 높이를 올리는 것은 대단한 위압감을 준다. 수평적인 거리보다 수직적인 거리가 더 멀게 느껴지는 것은, 사람들에게 수직적인 인식 체계가 잘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이것은 본능적으로 느끼는 위기의식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높아도 떨어져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높은 곳은 위험하다. 또한 위에 서 있는 사람이나 동물은 밑에서는 살피기 어려우므로 매우 위험한 존재가 된다. 따라서 수직적인 위계에서 어느 곳에 위치하는가에 따라 공격적이기도 하고 수세적이기도 하다. 위에 있는 사람은, 밑에 있는 사람에게 불안감을 조성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대갓집의 기단 높이는, 대청에 앉은 사람의 눈높이를 마당에 서 있는 사람의 눈높이보다 높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고 한다. 아랫사람을 올려다보게 되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기단을 높이고 안채의 대청을 한껏 높여 놓은 것은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함이다. 기능만을 놓고 보면 기단은 그리 높지 않아도 된다. 높으면 높을수록 오히려 드나들기 불편할 뿐이다. 그러나 불편을 감수하면서 기단을 높게 하는 것은 그 만큼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주기 때문이다.
겹처마 집과 원형기둥을 설치한 집이 너무 많아 조선조의 당연한 양식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나 이 역시 금지했던 사항이다. 처마의 깊이와 집의 높이는 깊은 관계가 있다. 처마가 깊지 않으면 집을 높게 지을 수 없다. 처마는 햇빛을 조절하고 비가 들이치는 것을 방지한다. 처마가 얕음에도 불구하고 집을 높게 지으면 여름에는 햇빛 때문에 눈이 부시고 비가 들이쳐 불편하다. 집을 높게 지으려면 처마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부연(附椽)을 설치하지 않고 서까래로만 처마를 길게 빼면 서까래가 커진다. 이런 경우에는 비경제적이고 투박하게 보이므로 부연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부연을 설치하면서 처마를 길게 빼면 집이 낮아지고 지붕이 너무 커져 균형이 잡히지 않는다. 따라서 높고 큰 집은 당연히 부연을 설치해야 한다.
예전 안동 화회마을의 북촌댁을 찾았을 때 북촌댁 종손이 “북촌댁이 하회에서 가장 크고 높은 대청을 갖고 있다.” 라고 자랑했다. 그만큼 집을 높여 짓는 것은 위세를 자랑하기에 더 없이 좋은 방법이다. 그러니 위세를 보이려고 겹처마를 두르고 집을 높게 짓는 것이다.
집에 초공을 돌리는 예는 조선조 초기에는 대군의 집 등 왕의 친인척 집에서만 사용했던 것 같다. 조선조 말인 19세기 말에 들어서면서 일반 사가에도 이러한 경향이 보인다. 1904년에 지어진 윤보선 생가를 보면 초공으로 장식한 것을 볼 수 있다. 조선조 초기 국가의 통제하에 있던 장인들이 후기에 들어서면서 직업적인 직능인으로 탈바꿈한다. 정부의 행정력이 약해지자 지방 세도가들이 집을 지을 때 서울의 목수를 데려다 쓰면서 집을 화려하게 짓기 시작한 것이다.
권위를 표현하는 마지막 방법은 집을 크게 짓는 것이다. 신라시대나 조선시대의 가옥 규제를 보면 모두 집의 크기를 제한하는 규정이 있다. 신라시대에는 방의 크기를 품계에 따라 정했고, 조선시대에는 전체 집의 칸수를 제한했다. 사회의 위계질서가 엄격했던 시대에는 어쩌면 당연한 규제였을 것이다.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집을 소유하는 것은 위계에 대한 도전이므로 당연히 신분에 따라 집의 규모를 제한했다.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왕이 대군이나 공주를 사가로 내보내면서 지은 집도 법규를 어긴 경우가 있다고 하니 일반인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넓은 집에 사는 사람은 최소한 돈이 많거나 권력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궁궐을 호사스럽게 짓는 것은 왕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함인 것처럼 당대의 권력자들이 자신의 집을 필요 이상으로 크게 짓는 것도 이러한 권위 의식을 드러냄이다.
집에 나타난 사회적 지위
사회적 지위와 집의 관계를 살펴보자. 집을 보면 주인의 사회적 지위를 읽을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당대 최고 권력자였던 대원군의 집인 운현궁과 지방 명문거족의 집인 하회 마을의 양진당을 비교해 보자. 두 집을 보면 운현궁이 전체의 집 규모도 크지만 특히 사랑채가 양진당보다 훨씬 크다. 두 집의 사랑채를 비교해 보면 단순히 가문의 위세를 나타내지 않는다. 양진당의 대청에는 많은 소반(小盤)이 걸려 있다. 그때는 상을 차릴 때 개인별로 소반에 냈기에 그 숫자를 보면 찾아오는 손님의 규모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양진당의 사랑채는 그리 크지 않다. 즉 집안에 모이는 사람의 수가 많지 않았음을 가리킨다. 강릉의 만석지기 집안인 선교장의 사랑채도 운현궁과 비교할 때 크지 않은 편이다. 부속 채가 많아 집 전체로는 크지만, 정작 주인이 사는 공간은 다른 집하고 별 차이가 없다.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의미다.
운현궁의 경우 사랑채만 보아도 앞의 두 집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렇게 커진 것은 단순히 집주인의 위상 때문은 아니다. 흥선대원군은 임금을 대신해 섭정(攝政)까지 했다. 그러므로 집에는 항상 손님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보니 그들을 맞기 위해 집의 규모가 커진 것이다. “옛말에 정승의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많지만, 정승이 죽으면 문상객이 없다.” 라고 한다. 그만큼 권력에는 사람이 모이기 마련이다. 예나 지금이나 권부에서 물러나 낙향한 촌로에게는 사람들이 찾아가지 않는다. 이러한 세태가 집의 규모를 결정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권력이 있는 사람은 찾아오는 이가 많으니 집의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田
■ 글·최성호
∴ 글쓴이 최성호는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전주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서 ‘산솔·도시건축’을 운영 중입니다. 주요 건축작품으로는 이화여자대학교 유치원·박물관·인문관·약학관, 데이콤중앙연구소, 삼보컴퓨터사옥, 홍길동민속공원 마스터플랜, SK인천교환사 등이 있습니다. 02-516-9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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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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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주택의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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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통나무주택의 욕실과 화장실·통나무주택의 주방과 구성·펜션, 카페, 전원주택·통나무주택의 창호 선택·통나무주택의 계단·통나무주택 2층의 특징·통나무주택의 가치·통나무주택과 사우나·통나무주택의 벽난로·통나무주택의 인테리어·통나무주택의 전기와 설비오늘날 우리 건축문화의 표준은 고층 아파트라고 할 수 있다. 대도시에서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의 비중은 아주 낮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시멘트로 만든 기능성 위주의 계단이 대부분이다.우리나라는 예부터 건물을 대부분 단층으로 지었다. 이웃한 일본이나 중국이 2층 혹은 3층 건물을 많이 지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 그런 까닭에 우리 건축문화에서 계단은 다소 익숙하지 않은 감이 있다. 도시의 고층 아파트나 상업용 건물에서도 비상 통로 정도의 상하 이동로로 보조 수단에 그칠 뿐이다. 계단은 단순 오름을 위한 수단인 사다리가 발전한 것이다. 요즈음 제대로 짓는 도시의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들은 좋은 계단들을 갖추고 있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고가 수입품 아니면 조잡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국내에서도 품질 좋고 다양한 제품을 생산 보급하고 있다.통나무주택에서 나무계단은 본연의 기능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기능성 인테리어(Functional Interior)의 멋스러움을 돋보이게 하는 구조물이다. 물론 에스컬레이터(Escalator )나 엘리베이터(Elevator) 같은 좋은 수단이 있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설치 자체가 호화주택을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계단의 소재와 설치 방법계단의 소재는 늘 보아오던 시멘트나 금속제품도 가능하나, 통나무주택에는 추천하기 어려운 소재다. 물론 나무계단이 고가임에는 틀림없으나 통나무주택과의 조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예전과는 달라졌기 때문이다. 즉 과거 값싸고 고장 없는 기능성 대비 가격 비중에서, 오늘날에는 감각적인 만족도가 선택 기준의 중심이다. 수공식 통나무주택이냐, 기계식 통나무주택이냐에 따라 계단은 기초와 적용이 달라진다. 수공식 통나무주택은 원목을 단순 가공한 원시적인 야성미와 힘이 느껴지는 계단이 적합하지만, 기계식 통나무주택은 정밀한 설계와 제작 과정을 통해서 생산된 세련된 계단이 어울린다.수공식 통나무주택의 가장 일반적인 계단 설치 방법은, 설치할 공간 길이에 맞게 왼쪽을 잘라서 발판 자리를 만들어 발판을 고정한 후, 난간대를 세워 난간을 완성하는 과정을 밟는다. 보편적으로 원목을 반으로 나눠서 양측을 마주보게 하여 그 사이에 계획된 계단 폭을 위한 널판을 끼워 넣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두 개의 원목을 나란하게 놓아 그 위를 발판 모양에 맞게 파내서 발판을 조립하는 방법이 있다. 이 두 가지 모두 단숨에 아래위층을 연결하는 방법으로, 주로 거실과 주방이나 방들과의 경계가 되는 부분, 혹은 2층 난간과 적절한 위치에 맞추어 설치한다.발판 모양도 원목을 반으로 켜서 반발 면을 아래쪽으로 향하도록 가공해서 사용하는 방법과 발판나무를 적당한 두께의 판재로 켜서 쓰는 방법이 있다. 원목을 나눈 반달 형태는, 원목 그대로 설치한 계단의 윗면을 반달처럼 파내서 조립한다. 그리고 판재로 제작된 발판나무는 원목을 켜서 마주보게 한 계단 안쪽 두께와 같게 홈을 파거나, 경우에 따라 홈 없이 볼트(Wood Screw ) 등으로 조립한다. 이때 발판의 폭은 30㎝, 높이는 20㎝ 정도가 적당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수공식 통나무주택의 계단은, 이렇게 구성되고 설치되기에 계단과 공간이 직선을 이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난간과 난간 동자 역시 가는 원목을 통나무처럼 가공해서 사용해야 제멋이 난다.나선형 계단가끔 계단 공간의 특성과 멋스러움을 좀 더 살리려고 나선형 계단을 설치하기도 한다. 통나무를 수직으로 층간 높이만큼 세워서 수직 원주가 되게 하여 그것을 중심으로 발판을 부착하여 빙글빙글 돌며 올라가는 형태다. 이 계단은 회전 각도와 높이 분할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한 계단 한 계단의 높이는 약 20㎝ 정도가 적합하고, 회전각 역시 약 20도 정도가 기준이 된다. 일반적인 건물의 층고라면 12∼14개의 발판과 270도 정도의 회전각이 나온다.설치 방법은 발판을 원주에 설정된 홈에 끼우고 죄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약간의 깊이로 홈을 파서 끼우는 방법과 정해진 위치에 구멍을 뚫어 다듬어진 계단판 한쪽 끝을 박아 넣는 방법이 주로 쓰인다. 그리고 바깥 쪽이 되는 난간대와 난간등자, 발판의 연결이 정확하고 견고해야 한다. 연결을 했을 때, 모두의 힘으로 발판이 무게를 견디기 때문이다. 난간은 나무로 가공하기가 어려워 금속제 파이프를 휨 가공해서 사용하기도 한다.기계식 통나무주택의 경우 원목을 단순 가공한 야성적인 계단이 어울리지 않으므로 대부분 기계적인 제작 과정을 거친 계단을 설치하게 된다. 공장 제작은 주어진 설계에 따라 정밀 제작되기에 품질의 완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세련미와 건물과의 조화를 예측할 수 있다.통상 건축도면이 완성될 때, 계단을 위한 위치와 공간이 설정되면 층고, 앞뒤 깊이, 폭 등 제작을 위한 기술적인 값들이 산출된다. 이를 근거로 오르내림의 방향성이나 아래층이나 위층에 출입문 등이 방해되지 않는가를 살펴 발주하게 된다. 이렇게 주문된 계단은 계단판과 난간, 난간동자, 계단참 등 부분부분 부품화돼 공급된다.현대화된 몇몇 선진 계단 제작사들은 CAD(Computer Aid Design)와 CAM(Computer Aid Manufacturing ) 시스템에 의해 정밀하게 제작하기도 한다.기성품이거나 주문 제작한 계단이거나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은, 굵은 원목을 사용하는 계단과 달라 두께가 투박하지 않으므로 단단한 목재(Hard Wood)를 사용하여 제작한다. 주로 참나무(Oak)나 너도밤나무(Beech) 등 잘 건조한 나무를 사용해 품질을 높여가고 있다.계단 실치 시 유의할 점통나무주택은 그 특성상 수직 방향으로 내려오는 안정화(Settle Down) 과정을 거친다.수공식 통나무주택은 높이 대비 약 3% 정도의 수축이 일어난다. 즉 1층과 2층 사이의 높이를 3m라고 가정할 때, 약 10㎝에 가까운 수축을 예상해야 한다. 계단도 여기에 대비해서 미끄럼 공간이나 높이 고정 조절을 가능하게 하여, 만약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막아야 한다. 발판 간격이 20㎝이고 발판 넓이 간격이 30㎝ 정도라면, 안정화 시 힘의 방향은 수직 방향에서 약 30도이다.나선형 계단은, 나무의 특성상 원주인 수직 방향으로는 거의 변형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본체의 안정화 과정에서 90도 방향으로 응력이 발생한다. 특히 이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 방법으로 원주의 아래 부분을 바닥 면에서 띄우고 20∼30m/m 굵기의 볼트를 설치해 안정화에 따라 같이 조절하는 방법을 권한다.기계식 통나무주택은 공급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수축의 정도는 1% 전후로 볼 수 있다. 물론 굵어서 건조 가공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는, 더 많은 수축을 예상해서 미끄럼 공간이나 높이 조절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나무로 만든 계단은 통나무주택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멋스러움이 있다. 그 자체의 장식을 살려서 계단의 아래쪽을, 부엌이나 장식을 하는 공간으로 꾸미는 것도 주인의 눈높이이고 안목이다. 실용성을 살려 계단 밑을 막아서 다른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통나무주택의 나무 계단이기에 매우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다. 계단판 역시 뒷면이 가려지는 닫힘형(Closed Type)과 뒷면이 열리는 시원한 현대적인 감각의 열림형(Open Type )이 있다.통나무주택의 나무 계단을 딛는 부드러운 감각은, 또 하나의 분위기 연출을 위한 테마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田■ 글·정인화<발미스코리아 통나무주택대표 (054)975-1240 www.valmiskorea.com>∴ 글쓴이 정인화는 발미스사의 한국 대표로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수년간 쌓아온 통나무집 건축이론 교육과 풍부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대규모 통나무주택 단지를 성공적으로 개발하는 등 개인 주문주택뿐 아니라 제주도 등지에서 기업형 통나무 펜션단지의 개발지원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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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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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하는 청춘, 아름다운 황혼을 맞다 -이동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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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통화 연결음. 수화기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하릴없이 수화기만 바라보다 사뭇 비장하게, 일정에 쫓기는 다른 취재진들을 보낸다. 홀로 떨궈진 곳은 경기도 양평의 한 휴게소 앞. 약도라도 받아 놓을 것을, 이젠 어쩐다, 고민할 새도 없이 바람 한 줄기가 가슴팍을 후빈다. 버릇처럼 옷깃을 여미다가 코를 큼큼거린다. 얼마 전까지 칼날같이 시리던 바람이 한껏 봄을 품었다. 그 바람에 취해 무작정 걷는다. 이동표 화백. 분단된 조국의 아픔을 고스란히 받아 안은 사람. 그리고 그 아픔을 작품 속에 녹여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사람. 그의 집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생긴다.
그에게 다가가는 길
얼마를 걸었을까. 발 아래로 그림처럼 굴곡진 길이 흐르고, 머리 위로 티 하나 없이 뚜렷한,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경기도 양평군 복포리다. 평온한 지세(地勢)와 풍광으로 이미 정평 난 곳인 듯, 개별 전원주택부터 단지까지 들어서 있다. 그냥 보기만 하면 척하니 알아볼 것 같던 처음의 자신감이 많은 집들 사이에서 사라져 간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네사람에게 길을 물으니 이리이리 가라고 일러준다. 어떻게 생긴 집이냐 물으니 “어떻게 생기나 마나 거기서 물으면 대번에 알려줄 거요” 한다.
이동표 화백의 집은 전원주택 단지를 비껴 마을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독일풍의 경사지붕과 조적벽을 가진 그의 집 옆에는 이웃집의 우사가 면해 있어 소가 개처럼 사람을 맞는다. 대문 대신 몇 개의 계단으로 입구임을 구별하고, 딱딱한 담장 대신 차폐수를 심어 경계를 지었다. 천장은 한지로, 벽은 벽돌로 마감한 거실에는 벽난로에서 태우는 나무향이 그윽하게 배어 있다. 그 창가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이야기는 시작됐다. 칠순을 넘긴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몸에 활기 넘치는 목소리의 그가 입을 연다.
유토피아를 찾아서
“어두운 세파 속에서 자라난 풍란 같이, 말라빠진 몸둥이에서라도 고고한 향냄새 솔솔 날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욕심도 부려본다. 다 털고 일어나 나만의 세상으로 가자. 거들먹거리는 저 살 피둥피둥 찐 사람들, 꼴 보기 싫어 서울 골목집 팔아 치우고 유토피아 찾아간 곳이 경기도 고양군 고양리다. 고향 가는 길목이어서 통일되면 남보다 더 빨리 가고파서, 그리고 외톨박이들 신세타령하며 살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이동표 화백이 십수 년 전 서울의 ‘골목집’을 팔아치우고 전원 속으로 가며 던진 말이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그의 근간을 이루는 정서다. 이러한 그리움들은 다시 흙에 대한 그리움으로 화하고, 흙을 찾아 나선 길 끝에 고양리가 있었다. 그 곳에서 평생을 살리라 결심하고 터를 잡았으나, 개발의 바람을 피할 수 없어 다시 터를 잡은 곳이 이 곳 복포리다.
이제 그는 이곳에서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태어난 지 돌도 못되어서 어머니를 여의고, 한국전쟁으로 가족과 생이별을 했다. 집도 절도 연고도 없이 오로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버텨오던 젊은 시절. 그나마 그림이 있어 그는 ‘외톨박이 노인의 한풀이 굿’을 벌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늘 아내가 있었다. 그는 현재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한다.
“산 좋고 물 좋은 이곳에서 편안히 훨훨 날개 펴 날으라고, 좋은 친구, 많은 후배들 보내 주시니 지금은 외톨박이가 아닌 어디에서나 대환영이다. 어머니 품과 같은 넓고 따스한 양평땅에서 사랑 나누어가며 깨끗하게 살다가 황혼의 저쪽 하늘 붉게 물들이리라.”
그들만의 세상
7~8년 전, 그가 처음 이곳 복포리에 왔을 때만 해도 마을은 ‘시골’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마을 앞 성황당이며, 멀리 보이는 산 능선들이며, 흐르는 강이며, 나무들이며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다른 곳과는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좋았다. 당장 이주를 결심하고, 직접 집을 설계했다. 지하는 갤러리로, 1층은 거실과 침실, 식당 등의 필요실로, 2층은 화실로 꾸몄다. 각각의 재료들도 직접 선택했다. 특히 새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가 원주 철도청에서 직접 구입한 침목은 외부 계단과 덱 등에 적절히 사용돼 집의 분위기를 완성하고 있다. 특히 이 집을 더욱 멋스럽게 만드는 것은 집 자체보다는 곳곳에 포진한 그의 작품과 수집품들이다. 어느 한 장소를 잡아 떡하니 전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계단참이며, 창틀이며, 시선가는 곳곳에 자연스럽게 놓아두었다. 이들은 집안 구석구석에 스며 있는 그와 아내의 애착이고, 삶이다.
“흙이 좋아 흙냄새 나는 시골을 택했다. 어차피 흙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선 우리가 아닌가. 그래서인지 이곳 생활이 싫지 않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창문을 열면 어느새 일어났는지 산새들이 나를 반기듯 지저귀며 울어댄다. 그야말로 상쾌한 아침이다. 저 들판에는 아침안개가 보기 좋게 끼어 있어 더욱 상쾌하다.”
고양리에서 살았을 적에는 그야말로 흙이, 자연이 너무 좋고 신기해서 부지런히 움직였다. 잔디를 손질하고, 닭도 먹이고, 산책도 나가면서. 이들 부부는 그 때를 가장 행복했던 시기라 회고한다. 그러나 몸이 세월의 녹을 먹게 되면서 매일 나가던 산책도 줄이고, 닭을 먹이는 것도 그만 두었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은 그의 그림 작업과 아내의 배려.
“조용하면 잘 되는 거고, 잘 안되면 막 찢어지는 소리가 나고 그래요.”
아내는 청력이 약한데도 불구하고 화실 쪽에서 나는 소리에는 민감하다. 이동표 화백이 그림 작업을 할 때는 일절 간섭을 하지 않지만, 무언가 조짐이 이상하면 소주 한 병 슬그머니 밀어 넣어준다. 이런 아내 덕에 이동표 화백은 그 외로운 길을 걸어올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이제 외톨박이가 아니다. 평생을 몸부림치며 함께해 온 그림이 있고, 늘 곁에서 지켜보고, 성원하는 아내가 있다. 또 지금은 장성해서 해외로 도시로 분가한 자식들이 때가 되면 찾아오고, 제자나 후배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게다가 그의 세계를 인정해주는 사람도 여럿 생기고, 근방의 지인들이 마실 와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하니 이제는 남부러울 것이 없다. 70여 년을 치열하게 살아온 그에게 한풀이 굿의 끝판으로 다가온 어울림의 자리. 그의 바람대로 이곳 복포리에서 즐겁게 노닐다가 마지막 에너지를 불태우고 스러진다면 서쪽 하늘 물들이는 황혼처럼 모자람 없이 아름다우리라. 田
■ 글· 사진 이민선 기자
■ 프로필
이동표. 1933년 황해도 해주 벽성 출생. 해주미술학교 회화과에서 수학하다 1·4후퇴 때 피난민과 함께 혈혈단신으로 남하했다. 그 때 나이 열아홉.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지 하나로 출판 일러스트레이션, 신문 삽화, 소설 컷, 포스터 등 생활에 보탬이 되는 일이면 가리지 않고 다 했다. 나이 40이 넘어 도불, 파리국립미술학교에서 수학하고, 1982년 신세계미술관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주요 작품으로는 탈의 원초적인 색채와 탈춤의 활동적인 춤사위가 어우러져 신명을 자아내는 ‘탈춤’시리즈, 축복과 행복의 설렘이 피어오르는 ‘사랑’시리즈, ‘어머니 초혼전 그 이후(모자상)’ 등이 있다. 주요 전시회로는 ‘한국현대미술 100인 초대전(전경련개관특설, 1986)’, ‘어머니 초혼 고양리전(임진강변에서 고양리까지, 1994)’, ‘대한민국 원로작가 초대전(서울시립미술관, 1997)’, ‘한국미술 '99, 인간·자연·사물(국립현대미술관. 1999)’, ‘우리시대 삶과 해학전(세종문회회관, 2003)’ 등이 있다. 이 중 ‘어머니 초혼 고양리전’은 80년대 이후부터 ‘어머니’라는 주제로 일관된 작업을 해오던 그의 예술세계가 정점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점이 인정되어 2001년 경기도지사 문화예술상과 2003년 제8회 가톨릭미술상 회화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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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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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세시기] 봄과 같은 사람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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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은 한봄이라 경칩 춘분 절기로다 초엿샛날 좀생이로 풍흉을 안다 하며
스무날 날씨 보아 대강은 짐작하니 반갑다 봄바람이 변함 없이 문을 여니
말랐던 풀뿌리는 힘차게 싹이 트고 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도다
-농가월령가 2월령 중에서-
어느새 계절은 봄이다. 올해는 윤년이라 음력 2월이 두 번 돌아온다. 3월 내내 음력 2월인 셈이다. 3월은 봄을 알리는 경칩과 춘분이 자리한다.
경칩은 글자 그대로 땅 속에서 동면을 하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무렵이다. 경칩에는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는 집수리에 좋은 날이다.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나오고, 겨우내 땅 속에 웅크려 있던 버러지도 꿈틀거린다는 경칩이면 담배 모를 심고 과일밭을 가꾸는 등 농사가 본격화된다.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도 완전히 겨울잠을 깨는데 이를 ‘식물기간’이라 한다. 보리, 밀, 시금치, 우엉 등 월동에 들어갔던 농작물들도 생육을 개시한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농촌의 봄은 바야흐로 시작된다. 씨 뿌리는 수고가 없으면 결실의 가을에 거둘 것이 없듯, 경칩 때부터 부지런히 서두르고 씨를 뿌려야 풍요로운 가을을 맞을 수 있다.
경칩이 지나 봄이 왔지만 아직은 추위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음력 2월 중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2월 바람에 김치독 깨진다”, “꽃샘에 설 늙은이 얼어죽는다” 라는 속담이 있듯이, 2월 바람은 동짓달 바람처럼 매섭고 차다. 이는 풍신(風神)이 샘이 나서 꽃을 피우지 못하게 바람을 불게 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 ‘꽃샘’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시샘이 봄을 늦추지는 못한다.
새봄이다. 이봄에 우리 모두 늘 희망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따뜻한 사람, 친절한 사람, 명랑한 사람, 온유한 사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 창조적인 사람, 긍정적인 사람이 봄과 같은 사람이 되어 보자. 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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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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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산책] 금연길라잡이, 당신은 담배를 왜 피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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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증상은 금연 후, 2∼4일이 가장 심하고 대개 2주간 지속되며 하루 중 저녁때가 심하다. 금단증상을 줄이는 길 가운데 한 가지는 음식을 채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산성식품인 육식을 섭취하면 금단증상이 심하지만, 알칼리식품인 채식을 하면 금단증상이 줄어든다. 정도가 심한 사람은 하루 이틀 동안 과일만 먹어도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물을 많이 마시는 것 역시 도움이 된다.
흡연을 하는 많은 사람이 해마다 연초에 금연을 결심하곤 한다. 그러나 작심삼일이랄까. 얼마 지나지 않아 담배를 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담배가 안 좋다는 것은 다들 알면서 끊기는 어려운가 보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그 연기 속에 포함돼 있는 각종 유독성 물질과 발암 물질로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건강이 나쁘다. 다음은 비흡연자와 비교하여 흡연자에게서 나타나기 쉬운 일반적인 증상들이다.
하나, 피로를 자주 느낀다.
둘, 불면증에 자주 시달린다.
셋, 감기에 자주 걸리고, 일단 걸리면 오래 앓는다.
넷, 직장 결근률이 높다.
다섯, 정밀 작업에 부적합하다.
여섯, 잇몸병이 많고 입에서 냄새가 난다.
일곱, 성욕 감퇴가 일찍 온다.
여덟, 소화불량이 많다.
아홉, 폐활량이 적다.
열째, 주위가 항상 불결하다.
담배를 지속적으로 피우면, 1차로 기관지를 자극함으로써 염증을 일으켜 기침과 가래를 만든다. 그리고 기관지 벽이 두꺼워져 기관지가 좁아짐에 따라 호흡 기능을 악화시키고, 기관지 점막에 있는 섬모 기능을 악화시켜 가래를 내뱉는 능력이 줄어든다. 담배를 오래 피운 사람은 폐 밑 깊숙한 곳에 항상 가래가 남아 있어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낸다. 또한 담배는 여러 가지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연의 출발점,
담배를 왜 피우는가 생각해 보자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며 내세우는 이유를 알면 금연에 도움이 된다. 이를 지피지기(知彼知己)라 했던가. 만족을 얻기 위해, 효과의 극대화, 휴식을 위해, 바쁘게 일하기 위해 등등 담배를 피우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러면 스스로 담배를 왜 피우는지를 생각하고, 그를 통해 얻으려는 이득을 다른 방법으로 대체해 보자.
금연 날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회식이나 회의가 많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기간에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이 기간을 피해 금연 날짜를 정하는 게 효과적이다. 가족이나 친구, 직장동료들에게 담배를 끊겠다는 결심과 언제부터 끊을지를 얘기하고 이해하고 도와 달라고 요청한다.
담배를 끊기로 한 날이 오면,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완전 금연을 해야 한다. 처음 며칠 동안이 가장 힘든 시기이므로, 한번 오늘 하루 동안 금연하겠다고 결심해 보자. 성공적으로 금연한 경우에는, 이를 축하하고 상을 내리는 것도 좋다.
금연이 어렵다는 것을 상기하자. 실패 후 재차 시도할 때마다 무엇이 금연에 도움이 되고 안 되는지를 배우면서, 적어도 두 차례 이상 금연을 시도한 끝에 성공한 사람이 많다. 금연을 다시 시작할 때는 새로운 계획을 짜서 각오를 다져야 한다. 흡연자 중 절반 정도는 금연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흡연자는 계기(피울 기회)가 있으면 담배에 접근한다. 계기란 흡연과 관련된 사람, 상황, 생각을 뜻한다. 이러한 계기에 직면할 때는 흡연 대신 건전한 행동을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금연하는데 도움이 되는 여러 방법이 있다.
담배를 피우게 만드는 사람이나 상황을 피한다. 담배 피우는 것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외출할 때 담배를 갖고 나가지 않거나 사지 않는다. 집이나 자가용, 근무지 등에서 담배와 재떨이를 치운다. 담배 냄새까지도 제거한다. 그리고 점차 피는 개비 수를 줄이고 금연하는 방향으로 나간다. 하루 중 담배 피우는 시간이나 때를 정한다. 습관을 변화시켜 가정이나 자가용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한다.
금단증상, 채식으로 극복 가능
담배로 인한 금단증상은 안절부절과 두통, 예민, 집중력 부족 등이다. 하루에 1갑 이상 또는 1년 이상 피워 왔다면 금연을 결심한 이후 이런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금단증상은 금연 후, 2∼4일이 가장 심하고 대개 2주간 지속되며 하루 중 저녁때가 심하다.
금단증상을 줄이는 길 가운데 한 가지는 음식을 채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산성식품인 육식을 섭취하면 금단증상이 심하지만, 알칼리식품인 채식을 하면 금단증상이 줄어든다. 정도가 심한 사람은 하루 이틀 동안 과일만 먹어도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물을 많이 마시는 것 역시 도움이 된다.
금연을 하면 식욕이 증가하고 호흡이 편해지며 운동하기가 훨씬 쉬어진다. 몸이 가벼워져 건강하다는 느낌이 든다. 금단증상은 대개 일주일을 넘기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금연 후, 체중이 증가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운동과 식사량으로 조절할 수 있다.
금연을 한 지 3주가 지나면 흡연 갈망은 줄어들지만, 여러 가지 사소한 상황으로 다시 담배를 피우곤 한다. 한 달 동안 성공한 사람은 오랫동안 금연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건강에 있어서 한 개비의 담배도 안전하지 않다. 단 한 대의 담배라도 원래 흡연 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피우고자 하는 마음에 지지 말아야 한다.
금연하고 싶지만 자꾸 실패한다면 금연 보조물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가까운 한의원에 가서 금연침 시술을 받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귀에 조그마한 침(피내침)을 맞는 것으로 2∼3일 정도 효력이 유지되고, 그 후 다른 쪽 귀에 맞는 것을 반복해서 2∼3주 정도 하면 된다. 피내침 때문에 생활에 불편한 부분은 거의 없다. 田
■ 글·김보균<한의학 박사>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동대학원 석사 박사 수료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전문 수련의 수료,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현 상지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 본플러스한의원 원장
■ 본플러스한의원
(02-3391-3330, www.von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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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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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 목련이 피는 뜨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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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꽃피는 봄날을 볼 수 없을 것 같이 냉랭하기만 했던 겨울이 저만치 물러나고, 연분홍치마를 입고 거리에 나서면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뭇 사내들의 눈길을 한꺼번에 받을 것 같은 봄날이 왔다.
헐벗었던 가지에 꽃부터 피우고 초록빛 잎사귀로 계절을 나는, 목련 꽃봉오리가 솜방망이처럼 부풀어오르고 있다. 목련의 꽃이 피기 시작하면 봄이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무르익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사는 폐교에는, 집에는 마을 어귀를 지키는 정자나무처럼 성성한 목련나무가 두 그루나 있다. 목련이 만개했을 때의 찬란함을 5년째 누리고 있다. 그 목련꽃이 피었던 화려한 날을 그렇게 누려보고 나니, 미스코리아 같은 여인과 3년쯤 살아보니 별스럽지도 않더라는 느낌이었다.
여고시절, 버스 두 정거장 거리를 주로 혼자서 타박타박 걸어서 학교에 다닐 때, 새학기가 시작할 무렵, 하얀 풍선이 둥실 떠오르는 것처럼 남의 집 대문 안에 피었던 하얀 목련만 보면 내 가슴도 허공으로 붕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 순백의 영혼에 사로잡힌 것처럼 아찔해져서 그 자리에서 빙빙 돌아버릴 것 같은 느낌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한 남학생이 걸어오고 있었다. 점점이 떠 있는 하얗게 부풀어오르는 목련꽃 풍선 사이로 검정색 교복이 걸어왔다. 약속을 한 것처럼 매일 등교 길에 그 남학생과 마주쳤다. 그가 나를 의식해 모자를 고쳐 쓰는 짧은 순간 나와 눈빛이 마주쳤던가. 나도 새침떼기처럼 남의 집 담장 안에 막 피어오르는 목련꽃으로 눈길을 돌려버렸지만, 혹시 내게 말을 걸어올까 하는 기대로 가슴은 얼마나 콩닥거렸는지.
목련꽃이 화려하게 핀 어느 봄날, 나는 엉큼하게도 그 남학생이 내게 장난치듯 수작이라도 한번 걸어오기를 기다렸고 그런 일이 현실로 일어난다면 하얀 목련이 등불처럼 켜진 밤거리를 손잡고 함께 걸어보자고 할 셈이었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그 남학생과는 3년을 그렇게 스치기만 했을 뿐 어떤 작은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남학생이 숫기가 없었던 것인지, 나한테 매력이 없었던지 둘 중에 하나겠지만 입심만 강해지는 이 나이에 첫사랑 이야기만 나오면 여고시절 그 남학생을 떠올리게 된다. 눈길 한번 못 맞춰 본 지금은 얼굴도 생각 안 나는, 봄날 잠깐의 꿈처럼 목련꽃 그늘 사이로 스쳐지나간 그 남학생이 첫사랑이라고 우기고 싶다.
남의 담장 밖으로 둥실 떠오른 목련만 동경하다가 아름드리 목련이 두 그루나 버티고 있는 이 집에 들어오면서 내 목련이 필 날을 기다리던 즐거움도 함께 누렸었다. 허나, 목련의 화려한 날은 단, 3일 천하에 불과했다. 목련이 지는 모습이 화장을 지운 미스코리아의 맨 얼굴을 본 것 같은 느낌이었을 때는 실망이 통증으로 왔다.
넓적한 푸른 잎과 번성한 가지들로 여름내 그늘을 만들어 줘 야외용 테이블을 나무 아래에 가져다 놓은 호사는 좋았지만 가을이면 갈색으로 수분이 빠져나가 뒹구는 잎들은 감당 못할 것이었다.
낙엽 태우는 냄새도 어느 정도지, 두 그루에서 쏟아내는 낙엽을 태우는 일은 웬만한 소방시설을 갖추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적당히 낙엽을 태우다 말고 겨울을 나는 동안 우리집 목련 나뭇잎은 쓰레기처럼 온 마당을 굴러다녀 내 잔소리의 표적이 된다.
갑자기 따뜻해진 이틀 사이에 우리 집 목련이 피는 속도가 빨라졌다. 햇볕이 많이 받는 쪽의 목련은 벌써 속이 환하게 보이는 웃음을 흘리며 3일 간의 유혹을 시작하고 있다. 올해도 지나가던 사람들은 우리집 목련의 장관에 차를 멈추고 꽃구경을 할 것이며 동네사람들은 꽃그늘 아래 사진 한 장 박고 싶다며 내게 카메라를 맡기고 목련꽃에 찬사를 쏟아 부으며 꽃그늘 아래로 파고 들 것이다.
함께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목련은 밤 12시가 지나면 재투성이 아가씨로 돌아가는 신데렐라와 같은 속성을 가졌다는 것을… 田
∴글쓴이 오수향은 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 폐교에 살면서 글쓰기의 꿈을 쫓아가고 있는 주부입니다. 공주 KBS,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오수향의 시골살이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은 메일을 보내보세요. 더욱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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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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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