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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Garden]어린이를 위한 정원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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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을 자극하는 정원정원을 만들다 보면 시각적인 것에 치중하게 된다. 따라서 여러 가지 색감을 사용해서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자극을 주는 것이 좋다.특히 꽃의 색감뿐만 아니라 잎의 색감도 섬세하게 구분해서 심는 것이 좋다. 다른 종류의 풀이나 나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녹색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파밭의 녹색과 상추밭의 녹색은 다르게 보인다. 파와 상추를 함께 심어 보자. 서로 다른 점을 찾아내고 구분하는 것은 좋은 자연공부의 시작이 된다. 게다가 파의 독특한 냄새가 상추에 붙은 해충을 쫓기도 한다.마찬가지로 풀과 나무의 형태도 좋은 관찰 대상이 된다. 뾰족하게 위로 자라는 것, 옆으로 자라는 것, 뾰족한 잎을 가진 것, 둥근 잎을 가진 것들이 그것이다. 풀도 '대비'가 되도록 심는다.예를 들어 둥글고 넓은 잎을 가진 옥잠화(Hosta plantaginea)를 바위 옆에 심는다. 돌과 옥잠화가 대비를 이루기 시작한다. 옥잠화 앞에는 보다 작고 진한 색을 띠는 잎을 가진 아주가(Ajuga reptance) 몇 포기를 심는다. 바위 뒤에는 기다란 잎을 가진 맥문동(Liriope platyphylla)을 심는다. 이렇게 오밀조밀하게 바위 주변에 작은 군락을 만들어 식물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설명해 줄 수 있다.어린이정원을 만들 때는 시각에만 집중하지 말고 미각과 촉각, 후각, 청각을 생각해야 한다. 어린이들이 오감을 동원해서 주위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도록 만들어 보자. 살갗을 기분 좋게 자극하는 바람의 느낌과 그 소리, 팔랑거리는 나비의 모습, 풍경소리, 향기 나는 식물, 방울토마토, 딸기, 한련화를 담아보자. 단, 유도화나 능소화 처럼 독을 가진 식물은 피해야 한다.식물에 이름표를 달아주자작은 식물들을 모은 모듬정원을 만들어 주는 것도 어린이들의 학습 효과에 도움이 된다. 어린이를 위한 작은 정원은 한쪽 가장자리에 만들거나 구획을 해서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각각의 작은 정원에는 이름을 단 명패를 달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원뿐만이 아니라, 식물 하나에도 작은 명찰을 달면 어린이들은 매일 그것을 살펴보고 자라는 모습에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된다. 정원 식물에는 직접 따서 먹을 수 있거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다양한 허브식물이 적당하다. 정원 식물 심기가 끝났다면, 작고 예쁜 울타리를 만들고 모래놀이를 할 모래상자를 만들어 주는 것도 좋다. 이때 사용하는 목재는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해 방부목 대신 중금속이 없는 천연 방부 도료를 사용해야 한다.맨발정원맨발로 뛰놀 수 있는 정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맨발로 종일 놀아도 다치지 않도록 위험 요소를 모두 제거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맨발로 촉감을 느끼게끔 바닥에 여러 가지 재료를 깔아 보는 것이다. 모래와 콩자갈에서부터 밤돌, 호박돌 등을 깔아 보자. 그리고 발을 씻을 수 있는 작은 연못을 겸한 수돗가를 만들어 준다.건강하고 안전하게지난여름 정원을 게으르게 돌보다가 정원을 갉아먹은 해충을 발견하고 농약을 사용할지 말지 고민한 적이 있다. 이미 반 이상의 이파리를 먹어치운 벌레들을 해치우기 위해 강력한 제초제나 농약을 사용해서 한번에 없앨 무지막지한 생각했다. 하지만 작은 꽃들 위를 날고 있는 벌새를 발견하는 순간 생각은 한순간에 바뀌었다. 만약 내가 농약을 사용한다면 벌새도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가정에서 농약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천연 퇴비를 사용해 정원을 보다 건강하게 만들 것을 홍보하고 있다. 유기정원(Organic Gardening)에 대한 폭발적인 인기가 그것이다. 물론 정원은 만들고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라 만들어 나가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장소라는 인식이 있다는 것을 이제 막 시작하는 우리의 정원문화가 배워야 할 점이기도 하다.학습장 - 텃밭 꾸미기어린이들이 씨를 뿌리고 열매를 수확하는 체험을 하는 작은 텃밭을 만들어 보자. 어른들의 생각에는 잔디밭에서 어린이들이 잘 놀 수 있다고 하겠지만 잔디밭은 그저 푸른 녹색의 사막일 뿐이다. 잘 가꿔진 정원의 식물들을 보는 것도 자연을 체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직접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며 식물을 가꾸는 것이야말로 어린이들에게 더욱 값진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씨를 뿌린 날짜와 싹이 처음 나온 날, 매일 자라나는 식물을 보며 일지를 쓰게 한다면 작은 식물 하나라도 귀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이러한 텃밭이야말로 어린이들의 산 학습장이라고 하겠다.田이진규<네이처조경디자인 대표>(02)569-9427, www.flower-wol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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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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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으로 가는 길] 전원에 살려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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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전원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담을 높이 치는 것을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철옹성을 만든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 방범문제와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든다. 다 옳은 말이다. 그래서 이사 오기도 전부터 ‘X콤’을 단다, ‘Y콤’을 단다고 난리법석도 아니다.
하기야 낮 시간에는 남자들이 거의 없으니 겁이 날 수밖에 없다. 도시에선 좀 크게 부부싸움만 해도 온 동네사람이 다 알 정도였다. 그러나 전원에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들어 줄 사람이 없다. 어찌 겁이 안 나겠는가.
그러나 1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 X콤이니 Y콤이니 하던 물건들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작동시킬 수 없다. 하루하루 전원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면 겁이 없어지는 건 물론이고, 좀도둑이 들었다는 얘기 한번 듣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담을 높이 친 그 다음부터 이웃하고는 보이지 않는 벽이 담의 높이만큼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지가 서울서 왔으면 왔지. 왜 저리도 담을 높이 쌓아. 촌놈들은 다 도둑인 줄 아나보지!”
“얼마나 돈이 있는지 몰라도 나도 땅뙈기 좀 팔면 지깟놈 정도는 돼. 웃기지 말라고 그래!”
사실 그렇다. 돈으로 따지자면, 요즘 시골 사람들이 어지간한 도시 사람들 정도는 된다. 땅값이 많이 오르다 보니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논밭 몇 뙈기만 해도 몇 억대는 실히 간다. 시골 사람들한테 돈 얘기 잘못하다간 공자 앞에서 문자 쓴 꼴이 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시골 토박이들은 도시에서 온 사람들 자체를 아예 건방지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담을 높이 쌓는 일은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격’이다. 안타깝지만 이렇게까지 비약하고 만다. 그 모두 이웃하고 친교를 나눌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시골 사람들은 대문은 물론 방문도 잠그지 않고 다닌다. 가져갈 것도 없거니와 혹여, 있다고 해도 예전부터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별다른 의식이 없다. 그런데 새로 내려온 사람들이 담을 높이 쌓으면,
“별 볼일 없는 도시 것들이 내려와서 건방을 떠네. 내 그냥 봐 줄 수 없지!”
하며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 댄다. 일이 여기에 이르면 전원생활의 첫 단추를 잘 못 꿴 경우가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대개 도시 사람들은 주위와 조그만 불화만 생겨도 ‘법대로 하라’는 식이지만, 전원에선 법보다 훨씬 빠른 것이
‘순수한 마음’이다. 그리고 서로 의논하고 타협해 나가는 것이 일을 빨리 해결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따지기 좋아하는 도시 사람들은 쉽게 해결할 일도 그 좋아하는 ‘법’ 때문에 망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서울에서 내려온 K씨는 전원주택을 짓기 시작했다. 대지에 있던 구옥을 허물고 새 집을 짓기 때문에 건축 허가 과정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공사를 시작한 이튿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침에 중장비가 들어와야 공사를 하는데 골목길을 경운기가 버티고 있고 그 위에는 노인이 앉아서 “이 길은 내 길이니 못 간다”는 것이다. 아연실색(啞然失色)이 아닐 수 없지 않는가.
여기서 잠시 덧붙일 말이 있다. 시골 골목길은 예전에는 다 논두렁이나 밭두렁이었으나 사람이 모여 살면서 차츰 넓어져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 노인은 이 길은 자기가 옛날에 내놓은 땅이니 다니지 말라며 생떼(?)를 쓰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땅값을 내고 길을 사용하든 그 어떤 보상을 하라는 것이다. 참, 어이없는 일이다. K씨는 도로에 문제가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 길을 통해서 몇 집의 전원주택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K씨는 우선 버럭 화부터 냈다. 그리고는 파출소에 연락하여 노인이 끌려가는 사태로까지 진전됐다. 그러기를 두세 차례. 그러나 경찰관들도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다. 관내의 어른을 어찌 할 수도 없고 또한, 들어보니 법 이전에 옳은 말이기도 했다.
‘법이면 되겠지’ 하고 생각한 K씨만 속 터지는 일이 되었다. 결국 다른 사람들이 중재에 나서서 노인 집의 담을 수리해 주는 조건으로 타협의 일단락을 지었다. 그 후에야 전원주택 공사를 순조롭게 진행해 입주할 수 있었다.
얼마 전 저녁식사 때 K씨는 이런 말을 했다.
“첨부터 그 정도의 요구였다면 그 난리법석은 떨지 않았을 것이다.”
시골에 처음 내려온 K씨로서는 우선은 겁이 났고, 그 다음에는 ‘이참에 혼쭐을 내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시골에서는 법 없이도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도시에서 온 사람들은 아무런 소득 없이 많은 시간과 정력과 돈을 낭비하는 경우가 숱하다.
오물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다
‘오물(汚物)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다.’ 이렇게 쓰면서도 겁이 난다. 시골 사람들을 오물로 표현한 건 아닌데… 혹시나, 오해의 소지가 될까 두렵다는 것이다. 여기서 오물이란, 외지인이 집을 지을 때나 그밖의 다른 일에도 사사건건이 시비를 거는 일부 토박이들이다. 즉 텃세를 부리는 사람들임을 전제로 한다.
그리 큰일이 아니라면 아니꼽고 더럽더라도 참는 법을 배워야겠다. 그토록 싸우고 나서도 결국에는 이웃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고, 그 때의 앙금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전원생활에 익숙해지면 웃으면서 해결하는 현명한 방법을 배우게 된다.
‘내가 먼저 한 발 양보하는 미덕을 보이면 그들도 다정한 마음으로 다가온다’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겠다. 시골 사람들과 불화가 많은 사람일수록 대개 신고식(?)도 치르지 않은 사람들이다.
땅을 구입하거나 건축 허가가 났을 때, 그게 아니면 건축을 막 시작할 때라도 돼지 한 마리쯤 잡아서 막걸리를 곁들여 이웃에게 대접했다면, 아마 어지간한 문제는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도 않았으면서 괜한 토박이들의 자존심을 건드려 결국, 텃세를 톡톡히 당하는 것이다. 그 돼지 한 마리라야 몇 푼이나 되겠냐 마는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크고도 많다.
그렇다고 아첨을 하라는 뜻은 아니다. 필자 자신이 못한 그런 일들이 후회로 쌓여 이렇게 피력하는 것이라고 보아주길 바란다. 그리고 불화로 시작하면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도 풀기 어렵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시골에 살면서 느낀 바는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하는 생각뿐이다. 처음부터 웃고 지내면 친할 수 있는 이웃이었는데, 사소한 일들 때문에 매일매일 등을 돌리고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얘기다.
주민들과 어울리지 않아도 생활에 아무런 불편이 없고, 그렇게 함으로써 아무런 간섭도 안 받겠지―.
혹시, 이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요즘 애들 말로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주민들과 어울리다 보면 이제껏 모르던 시골 풍습이나 농사짓는 방법, 들이나 산에 자라는 풀꽃이며 나물 등을 하나하나 배우면서 정을 쌓아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것을 모른다면 전원생활 재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는 셈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전원에서 생활하려면 은둔이나 자신만을 도모하려는 의도는 버려야 한다. 다른 곳에서의 사회생활과 같은 연장선에서 사고해야 한다. 田
# 글 양정일
※이번호로 ‘전원주택으로 가는 길’ 연재를 마칩니다. 그 동안 연재해 준 양정일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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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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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송소고택(松韶古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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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체험의 신개념 한옥 펜션, 청송 ‘송소고택(松韶古宅)’
경북 안동지역의 잘 보존된 오랜 유교문화와 전통은 귀중한 관광자원으로 가치가 높다. 1999년에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함으로써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전통문화지역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국가에서 2010년까지 ‘유교문화권개발사업’의 중심지역으로 1조7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집중 투자할 계획에 있어 유교문화의 고도(古都)로 새로운 면모를 갖추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종택(宗宅)과 고택(古宅)의 개방이라는 과감한 문화 프로젝트가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서 펜션사업의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나라에 펜션이 소개된 지도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그 사이에 펜션은 엄청난 붐을 이뤘고, 신규 투자사업의 화두로 회자되기도 했다. 그런데 펜션하면 외형적으로 서구식 목조건축물만 연상한다.
꼭 그런 모양만 펜션일까? 물론 아니다. 외형과 내용에서 어느 한 쪽으로 국한시키는 것은 펜션의 발전을 막는 위험한 발상일 것이다.
안동지역의 고택이나 종택은 펜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을 상대로 독특한 전통문화 체험을 테마로 하는 새로운 펜션 영역을 활짝 열었기 때문이다. 관광산업으로 펜션시장의 의욕적인 발전과 확대가 가능해졌다.
아흔아홉 칸, 일곱 채 전통가옥
필자가 둘러본 곳은 경북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의 송소고택(松韶古宅)이다. ‘청송 가는 길’에 위치한 이 고택은 경주 최 부잣집과 함께 경북지방의 대표적 명문 토호(土豪)인 심 부잣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선 영조 때, 만석(萬石)의 부를 누린 심처대의 7대 손인 송소 심호택이 호박골에서 조상의 본거지인 덕천동으로 옮겨와 지었다고 전한다.
뒷산의 울창한 참나무와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넓은 경내에는 아흔아홉 칸에 이르는 일곱 채의 전통가옥이 잘 보존돼 있다.
홍살을 설치한 솟을대문으로 들어서면 정면 다섯 칸 측면 두 칸의 팔작지붕으로 크고 화려한 큰 사랑채다. 우측에 작은 사랑이 있고, 그 뒤의 안채는 ‘ㅁ’자 형으로 대청마루에는 세살문 위에 빗살무늬 교창을 달았다.
독립된 마당이며 잘 구분된 공간에서 조선시대 상류주택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별채는 두 채인데, 대문채와 별당으로 정면 네 칸, 측면 두 칸이다.
이 고택은 유교문화권개발사업에 힘입어, 2002년 전통가옥보수기금을 받아 오랫동안 빈집을 수리해 옛 모습을 거의 복원했다. 하지만 현실 문제에 부닥쳤다.
집이란 사람이 살아야 훈기가 돌고 생명이 느껴지는데, 종손 심재오 씨는 사업 관계로 내려올 형편이 안 됐다. 게다가 복원 후에도 계속해서 유지 보존을 해야 하는데, 그에 필요한 노력과 비용 문제가 대두됐다.
아마도 이 부분은 안동뿐만 아니라 전국의 고택들이 당면한 숙제라고 본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바로 고택의 개방, 즉 일반인을 상대로 한 전통가옥 체험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송소고택을 전국 명소로 올려놓은 사람이 고택의 관리와 경영을 맡은 박경진 사장이다. 그는 안동 사람은 아니지만 친구인 종손 심재오 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전통문화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고택 수리가 마무리될 무렵인 2003년 2월부터 14개의 방을 개방하여 방문객을 맞기 시작했다.
이 고택은 크게 행랑채와 큰 사랑채, 작은 사랑채, 안채 그리고 별채로 구성돼 있다. 사랑채 앞에는 작은 정원과 우물이 있고, 가운데 헛담이 경계를 짓고 있다.
경내는 꽃담으로 가지런히 구분돼 아늑하고 편안하다. 각 방은 한 칸부터 두 칸, 세 칸 그리고 네 칸으로 돼 있는데, 펜션처럼 주방이나 침실, 화장실 같은 현대 설비는 없다. 화장실과 세면장은 별도의 공동시설로 마련돼 있다.
현대식 펜션 개념으로 보자면 아주 불편한 곳일 수도 있다. 더구나 그 흔한 텔레비전도 인터넷 컴퓨터도 없다. 한 마디로 아주 적막한 곳이다.
그러나 방문객의 반응은 의외로 좋다. 왜냐하면 조상의 생활문화를 있는 그대로 체험한다는 점에서 불편할 것이 없다는 이해가 마음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문을 열면 넓은 마당과 아름드리 감나무, 뒷산 참나무 숲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바람과 청아
한 숲 냄새가 맑은 가을 햇살과 함께 찾아온다. 도시에서 맛볼 수 없는 전통가옥의 운치와 조용함을 무엇에 비할 수 있을까? 200년이 훨씬 넘은 고택의 마루와 창살, 기둥, 기와지붕 심지어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는 순한 삽살개들까지…….
일찍이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은근히 가슴에 와 닿는 정취를 안겨주는 까닭은 무엇일까? 박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펜션하면 테마를 주장하는데, 이곳은 ‘무(無)테마’가 그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고택이 바로 테마입니다. 그래서 방문객들에게 여기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말고 빈둥빈둥 보내라고
권합니다.”
실제로 이곳에선 걸음걸이도 느려지고 말수도 줄어든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낼 수 있는 멋과 즐거움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둘러보기만 해도 삶의 맛이 있고 평안함이 있는 곳.
조상들이 만들어 낸 삶의 지혜이고, 고택만이 지닌 최고의 가치일 것이다. 그래서 하룻밤을 묵은 이들은 며칠이고 더 숙박하기를 원한다. 실제로 포항에서 온 한 가족은 남편이 이곳이 맘에 들어 부인을 먼저 보내고 혼자서 며칠을 더 머문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곳도 알려지지 않으면, 고택의 정취를 즐기려는 고객을 만나기 어렵다. 다행히 요즘은 인터넷 홍보기술이 크게 발전해 송소고택 홈페이지(songso.co.kr)를 통해 숙박 예약이 잘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박 사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30여 명의 독일 청소년들로 구성된 칼오르츠 앙상블 공연, 50인조 안동밴드심포닉 공연, 일본 동경창작무용단 공연 등이 모두 송소고택 안뜰에서 행해졌다.
청송 가는 길, 그 깊은 산골에서 이러한 국제적 문화공연이 이뤄진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상상치 못한 일이다. 그러나 송소고택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전통문화 체험을 본격적인 테마로
송소고택 방문객에겐 인근 문화유적지와 자연경관을 즐기는 기회도 주어진다. 도산서원과 하회마을, 봉정사를 비롯하여 지례예술관, 수애당, 농암종택, 퇴계 선생과 시인 이육사의 생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그리고 안동댐과 임하댐의 넓은 경관을 즐기며 주왕산과 주산지 그리고 청량산까지도 즐길 수 있다. 그야말로 관광산업을 위한 문화유적지의 보고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덕천마을 앞을 흐르는 개천에선 천렵도 즐길 수 있어 시골 정취가 물씬 넘친다.
여기에 상식을 깨뜨리는 방문객의 반응이 있다. 전통문화가 깃든 고택을 인터넷과 텔레비전에 찌든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이것은 전통가옥 체험이 우리에게 무엇을 안겨주는가를 웅변한다.
그래서 박 사장은 ‘가장 비상업적인 것이 가장 상업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현재 있는 그대로의 고택이 현대 설비를 갖춘 어느 펜션보다 더 상업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도 개발되지 않은 몇몇 고택들을 개발해 좀더 많은 사람이 체험하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제 펜션의 한 영역으로 전통문화 체험을 본격적인 테마로 고려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田
글 김창범
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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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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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카페]강화 노을 내리는 아름다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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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노을 내리는 아름다운 집
서울 근거리에 위치한 강화도는 학생들의 단체여행은 물론, 가족이나 연인들이 부담 없이 찾는 여행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특히 하루가 저물며 내는 석양의 아름다운 풍경은 강화도만이 갖고 있는 매력으로 손꼽힌다. 그중 유난히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는 곳이 노을 내리는 아름다운 집이다. 카페와 산장을 겸하는 이곳은 석모도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어 서해바다의 해질녘 풍경은 물론, 각기 다른 모양의 테이블과 의자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카페의 기본 구조를 이루고 있는 통나무를 비롯,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독특한 장식품들이 주변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담아 보았다.
카페 마당을 가로지르는 철길과 정성껏 가꾼 여러 가지 꽃송이들, 쭉 뻗은 푸른 소나무와 빨간색 파라솔의 야외테이블은 보통의 카페와 특별히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노을 내리는 아름다운 집’의 진가는 카페를 들어서고 나서야 알 수 있게 된다. 카페 내부의 전면창을 통해 탁 트인 바닷가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1, 2층 어느 곳에 앉더라도 서해 바다의 석양을 감상할 수 있게 자리를 배치한 이보영 사장의 배려를 느낄 수 있다.
산과 바다로 둘러싸여
하늘에 붉은 기운이 돌기 시작하면서, 갯벌은 바닷물을 미뤄내고 회색빛 얼굴을 드러낸다. 그 빛이 조금은 쓸쓸해 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풍경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2000년 12월에 처음 문을 연 이곳에는 석모도의 낙조를 보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카페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조금 심심하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은 직접 바닷길을 걸어 볼 수도 있다. 이보영 사장이 카페 아래쪽으로 바닷가 산책길을 직접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곳을 찾은 한 손님은 제주도의 중문 해수욕장을 연상케 한다는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곳에는 이처럼 아름다운 노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카페 전면에 자리하고 있는 상봉산 외에도 허명산과 상주산 등이 가까이 있어 바다와 산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것이 이 집의 큰 자랑거리다.
자연 소재로 주변 환경과 어울리게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카페 전체를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도록 자연 소재를 주로 사용한 것이다. 통나무주택만을 전문적으로 시공하는 업체를 통해 기본 골조를 세우는 동안 이보영 사장은 직접 카페 내부를 장식할 소품들과 테이블, 의자 등을 준비했다.
“배를 타고 들어와야 하는 섬이라 운송비도 더 들고, 보통 공사에 비해 공사비가 30~40퍼센트 초과됐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라는 말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카페 내부를 장식할 만한 고풍스러운 소품들을 필요로 했고, 이에 대한 일들을 수소문하니 하나 둘씩 새로운 정보가 생기더라고요. 현장에 가서 물건을 흥정하고, 이곳까지 옮겨오면서 느낀 뿌듯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보영 사장은 충청북도 증평에서 10대가 살아온 고택을 철거하는 현장에서 서까래와 마루, 창틀을 구입, 카페 내부를 장식했다. 창틀은 화장실 입구의 틀 크기에 맞춰 다시 잘라 조립을 했고, 서까래는 일일이 잘라 카운터와 덱으로 나가는 입구의 한 벽면을 장식했다. 카페의 지붕 또한 자연과 가까운 소재인 너와를 이용해 주변의 소나무와 한층 어울리는 모습이다. 소나무 역시 이보영 사장이 직접 사다가 가꾼 것이다. 소나무 숲을 지나, 바닷가 산책로에서 매일 지는 해를 바라보며 하루가 지나는 것을 느끼고, 계절별로 달라지는 산의 모습을 보며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된다고 이 사장은 전한다.
같은 모양의 소품은 하나도 없어
“이 의자는 소 여물통을 사용해 제작한 것입니다. 이 테이블은 박달나무를 자르고, 한 귀퉁이엔 모두 다른 모양의 곤충들을 한 마리씩 새겨 놓았죠. 이건 떡판을 사다가 조금 다듬어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달마도사’라고 불리는 이재곤 씨와 함께 실내를 장식하는 데 약 3개월의 시간이 걸렸다는 이 사장은 직접 나무를 깎고, 새롭게 디자인을 하는 등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아직 다 끝난 것은 아니라고. 다양한 소품을 만들긴 했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이곳저곳 손이 많이 간다면서 테이블과 소품을 가리키는 그의 손길은 바쁘기만 하다.
도시인들의 편한 휴식처를 위해
“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을 갈망하고 있지 않습니까. 자연을 좋아하고, 집도 자연친화적인 소재를 찾다 보니, 지금의 분위기를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특별히 한국적인 소품이나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젊은 사람들의 취향과 예스러운 분위기를 어울리게 한 것이 지금의 ‘노을 내리는 아름다운 집’의 풍경이다.
연인석에 배치한 ‘추억노트’는 벌써 8권이나 됐고, 그중에 아름다운 사연은 이 사장이 직접 발췌해 웹사이트에 올려놓기도 한다. 가끔 헤어진 연인을 그리며 이곳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가족들은 결혼을 기념해 혹은 2세를 데리고 추억의 장소로 이곳을 또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면 그들에게 좋은 추억의 장소를 제공한 것 같아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매일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소리에 늘 바쁜 시간을 뛰어다니며 하루를 보내는 도시인들을 위해 앞으로도 편안한 휴식처가 되도록 꾸준히 발품을 팔 것이라는 이 사장은 금세 새롭게 들어오는 손님을 맞느라고 의자에 오랜 시간 앉아 있을 틈이 없다. 田
글·사진 조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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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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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 자연을 옮기며 사는 황토연구가 김정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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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 자연을 옮기며 사는
황토연구가 김정덕
《황토집과 자연건강법》이란 책을 통해 생활 속에서 자연을 실천하며 사는 김정덕 씨. 충남 천안시 병천면의 황토집에서 생활한 지 16년째인 그는 늘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을 맞느라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다.
일본에서 전공한 의상디자인과는 별도로 자연 속에서 모든 생활을 실천하는 일본인의 삶의 모습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금까지 그러한 생활을 꾸준히 연구하며 지내고 있다.
자연 그대로를 입고, 먹고, 마시고 하는 그의 생활은 한마디로 요즘 회자되는 ‘웰빙(Well-Being)’으로 표현할 수 있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대한 김정덕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집 입구 초가지붕 정자와 백일홍의 붉은 빛이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모습에 감탄하고 있을 무렵, 집 안에서 김정덕 씨가 나오며 인사를 건넨다. 1935년생이라는 자료를 보고 하얗게 센머리에 연로한 할머니의 모습을 상상했지만, 이내 그 생각을 지워버리게 한 정정한 모습에 잠시 놀라게 된다.
마당에 심은 꽃과 처음 보는 식물들의 이름을 물어보며, 처음 안내를 받은 곳은 ‘약방’이라고 부르는 황토방. 허리를 깊이 숙이고 들어가야 할 만큼 작은 방문과 낮은 천장이 다락방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라며 직접 풀을 먹여 씌운 이불을 끌어다 주는 손길이 마치 시골 외할머니댁을 찾은 느낌이다.
온돌방의 매력을 담은 작업실
김정덕 씨가 사는 집은 크게 3동으로 나뉘어져 있다. 약방과 거실이 있는 동과 살림채, 2003년에 완공한 서재로 구성돼 있다. 심야전기보일러와 온돌을 겸용한 약방은, 방 안에 개수대를 마련해 차 준비를 할 수 있게 했다.
약방에 들어온 사람들은 분위기에 푹 빠져들어 좀체 밖으로 나가기 싫어한다고 한다. 방문한 날에도 가을바람의 차가운 기운이 계속 됐고, 덕분에 따뜻한 온돌방의 기운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먹거리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자연소재인 황토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정덕 씨는 그간의 노하우를 오산주택에 제공하면서 황토방 보급에 힘쓰고 있다.
1년간의 공사 끝에 2003년 완공한 서재는 외관이 깔끔한데 방 안에는 아늑한 분위기에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을 정도다. 닥종이로 벽을 바르고, 차를 마시게끔 이곳에도 개수대를 설치했다. 황토방에 걸맞게 방에는 옛 정취 물씬 풍기는 소품들로 꾸며 놓았다.
약방과 서재에는 히말라야에서 들여온 ‘암염(岩鹽)’이 있는데, 전등 주변에 놓아두면 스탠드를 대신할 만큼 아름다운 조명을 낸다고 한다.
안살림을 사는 살림채에서는 손님에게 대접할 각종 차를 준비하느라 늘 며느리의 손길이 바쁘다. 이곳에는 김정덕 씨의 작업실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바느질방’이다.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만큼 자신이 입는 옷을 손수 수선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공간이다.
각 동마다 어김없이 자리한 작업실은 바쁜 그의 생활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김정덕 씨가 이곳에 자리잡은 것은 1988년. 도심에서 살다가 전원으로 터를 옮기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처음 전원생활을 시작했을 때 어땠느냐는 질문에 진작에 내려올 걸 하는 후회가 가장 먼저 들었다고.
“서울에선 늘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바쁘게 지내면서 계절이 변하는 모습에도 별다른 감흥을 못 느꼈죠. 하지만 이곳에서 전원생활을 하면서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그게 가장 달라진 점이죠. 계절마다 달라지는 주변 풍경들, 시원하고 추운 바람도 모두 그대로 받아들이며 느끼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게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지더군요.”
풍선넝쿨이란 식물에 ‘삼위일체성령님’이란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작은 식물 하나에서도 큰 사랑을 발견하는 그다. 이처럼 자연을 가까이 느끼면서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늘 변화하는 생활의 흐름을 잃지 않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일본에서 오랫동안 생활할 땐 《가정화보》라는 잡지를 즐겨봤는데, 지금까지도 그 책을 정기구독하고 있다. 다양한 볼거리와 집안을 꾸미는 방법 등을 보며 직접 하지는 않더라도, 분위기를 읽을 줄 아는 안목을 키우려는 것이다. 찻잔을 촬영할 때에, 테이블 받침을 챙기는 모습에 그의 세심한 센스가 엿보인다.
자연 속에 건강한 삶이 있어
32살이란 늦은 나이에 일본에서 시작한 의상디자인 공부는 미국 유학길로까지 이어져 잘 진행됐지만 그는 민간요법에 관심이 더 많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촌인 오시마(大島)지역 등을 직접 찾아 장수 노인들의 생활을 분석하고, 먹거리를 찾아가며 얻는 새로운 지식의 기쁨이란, 마음을 뻐근하게, 얼굴에 붉은 열이 올라 상기될 만큼 매력적이었다고.
늦은 나이에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때라서 일반 학생들보다는 여유가 있었고, 관망하는 자세로 생활에 임한 것이 더 도움이 된 듯 하단다.
‘대체의학’이란 말도 있지만, 그는 굳이 의학이란 말을 빼고라도 자연 그대로 자연 안에서 우리 몸을 충분히 건강하게 유지시킬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런 생각은 그의 생활을 지금까지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데 있어 중심이 되고 있다.
매일아침 일어나 25분 동안 풍욕(風浴)을 즐기고, 맨드라미 잎을 따다 김치를 만들고, 백일홍과 천일홍 꽃잎을 따다 차를 만드는 등 자연을 생활 속으로 옮겨 쓰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김정덕 씨는 자연식을 위주로 하는 음식점에 음식과 관련된 카운셀링을 하며, 수익을 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카운셀링과 함께 《壽테크》라는 사보에 〈김정덕의 웰빙라이프〉를 진행한 기사를 모아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산모를 위한 산후 전후의 건강 관리법에 관한 자료도 수집단계에 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중간에도 그의 전화는 계속해서 벨소리를 내느라 바빴다. ‘들꽃피는 언덕’이란 음식점의 주인이 민들레 김치와 오이지가 맛이 너무 잘 들어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는 내용이다.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두 팀의 방문객이 찾아왔다. 전원생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활을 내보이며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전원에서 살려면 무엇보다 자연에 절대적으로 순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여름에 더운 바람이 불면 더운 대로 손부채나 부채를 사용해 차분히 더위를 가라앉히고, 겨울에는 추운 대로 불을 떼면서 살아야죠.
요즘에는 방 안에서 반팔만으로 사계절을 나잖아요. 난방이 잘 돼 그런지, 계절에 동화되지 못한 채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자연 환경에 동화되는 것이 전원생활의 기본인데 말예요.”
글 조영옥 기자 / 사진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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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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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풍의 남양주 복층 60평 철근콘크리트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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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 팔현리 골짜기에 자리한 전원주택. 건축주가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마련한 집이다. 건축주 전용배 씨(43세)는 중풍으로 병환 중인 부모님을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 모시려고 전원행을 결심했다.
부지는 노년에 전원생활을 할 요량으로 일찍이 현지에 임야 900여 평을 2억 5000만 원을 들여 구입해 놓았다. 그 중 300평을 대지로 전용해 전원주택을 지은 것이다.
집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결정하고, 시공은 삼일ENG에 맡겼다. 이미 다른 시공사와 계약이 돼 있었으나, 같은 단지 내에서 삼일ENG가 스틸하우스를 건축하는 것을 보고 건축주의 마음은 바뀌었다.
건축은 올 1월부터 7월 15일까지 6개월 정도 걸렸다. 설계하는 데만 4개월 정도 소요됐고, 시공은 3개월 만에 끝났다.
# 개성이 넘치는 집
“지금까지 건축에 대하여 많이 생각을 해 보았지만, 아직 건축이 무엇이라고 결론 내리기에는 건축이라는 말이 너무 광범위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 즉 창작의 공간, 생활의 그릇, 모든 예술을 낳게 하는 ‘예술의 모체’라고 생각합니다.” - 마리오 보타의 글 中 -
집을 유심히 보다 보면 지은이의 마음이 느껴진다. 물론 보는 이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를 수 있겠지만 말이다. 남양주 팔현리에 자리한 전원주택을 보면 그러한 느낌이 더욱 와 닿는다.
이 집은 집안 구석구석까지 지은이의 정성이 담겨 있고, 사는 이는 심플하면서도 멋스럽게 꾸며놓았다.
시공사인 삼일ENG 권동희 사장은, 건축을 하는 동안 주말에도 대부분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한다. 정해진 시간 내에 어떻게 하면 집을 최대한 잘 지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자연 집에 들어갈 시간조차 없었다고.
“좋은 집을 짓고자 최대한 노력합니다. 우선 건축주의 성격과 취향을 파악하여 그것을 고스란히 집에 담아내는 과정이 중요하죠. 그러기 위해 짓는 집에서 직접 자 보기도 하고 각각의 공간에서 눕거나 앉아보기도 합니다.
내가 살 집이라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면, 건축주도 편안하게 여길 테니까요.”
권동희 사장의 이러한 건축 마인드는 집 구석구석에 그대로 배어 있다. 집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현대적 감각이 잘 표현된 심플하고 세련된 이미지의 주택이다. 꼭 갤러리를 닮았는데, 언뜻 보면 저게 집인가 미술관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집의 컨셉은 건축주의 부인 곽미숙(37) 씨가 잡았고, 설계·시공사는 이를 그대로 살렸다. 곽 씨는 일반적인 주택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갤러리 풍을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집은 언덕 위에 높직이 자리를 잡아 편안하고 안정된 느낌을 준다. 여기에 집의 모양과 외부 마감재의 차별화와 색감 차이가 주는 이미지까지 더해져 지나가는 이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집은 2층으로 구성했고, 건축면적은 1층 35평, 2층 24평해서 총 59평이다.
# 모던적 분위기 강조한 인테리어
갤러리 풍의 현대적 감각은 내부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계단을 중심으로 좌측에 거실과 안방을 두고, 우측에 주방을 배치했다.
파유리를 이용해 만든 현관 유리는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킨다. 시공사에서 유리를 색상별로 깨서 꼬박 3일에 걸쳐 만든 것이라고 한다.
거실은 딱딱해 보이는 사각형에서 탈피한 사다리꼴 모양으로 설계했다. 거실 어디에서도 주변 경관을 조망하도록 양쪽 벽면으로 전면창을 크게 냈고, 전체적인 배치나 구도에도 세심한 신경을 썼다.
주방은 화이트 톤의 인테리어로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벽면을 유리로 처리하여 가사를 돌보는 데 편하도록 배려했고, 싱크대 문은 천연 무늬목을 이용해 직접 제작했다. 국내 단일 제품인 셈이다.
주방 한편은 차나 술 한 잔 나누도록 은은한 조명을 이용해 바(Bar)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 옆에는 보일러실과 세탁실을 배치했고 외부와 통하는 출입문을 두었다. 1층 방은 몸이 불편한 노부모를 위한 공간으로 문턱을 없애고 별도의 욕실과 파우더 룸을 갖춰 놓았다.
2층은 부부 전용 공간으로 꾸몄는데, 독특함과 차별성이 두드러진다. 창문 하나하나의 높이부터 가구 배치, 조형물, 벽지 색상까지 여러 면에서 섬세하게 연구한 설계·시공자의 흔적이 엿보인다.
크고 작은 원형 창들은 부부의 동선을 고려해 여러 개 냈는데, 채광용과 벽화용, 조망용 등 용도도 다양하다. 시공사는 창문의 위치와 높이를 정하기 위해 바닥에 앉아보기도 하고, 침대에 누워보기도 하면서 시공했단다.
벽은 노출콘크리트처럼 보이는 수입벽지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고, 드레스 룸과 욕실도 넓게 구성했다.
주변 경치를 한눈에 확인할 정도로 전망이 좋은 2층 발코니도 이 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옥상이기도 하고 발코니이기도 한 이곳엔 인조잔디와 맥반석을 깔아 놓았다.
정원은 별도로 갖춰 놓지 않았지만 산 수목들이 정원수가 되고 들은 넓은 마당이 된다. 집 옆에서 뒤쪽까지 덱을 설치했다. 덱에 서서 고개를 들면 ‘내가 숲 속에 들어와 있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눈앞에 푸른 숲이 가득하다.
이 집은 건축주가 병환 중인 노부모를 모시기 위해 지었지만, 노부모는 무심하게도 건축도중 별세했다고 한다. 집 안팎의 풍경이 닮아 있고, 건축주와 시공사의 향기가 느껴지는 집, 이곳의 향기가 가슴속을 파고든다.
글 박창배 기자 / 사진 윤홍로 기자
■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남양주 팔현리 300번지
·건축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건축면적 : 60평(1층 35평, 2층 24평)
·부지면적 : 903평
·대지면적 : 230평
·외벽마감 : 드라이비트 75t
·지붕마감 : 슬래브 + 자갈 + 인조잔디
·내벽마감 : 실크벽지
·천장마감 : 실크벽지
·바닥마감 : 온돌마루
·창 호 재 : 금강 방탄유리창호
·단 열 재 : 스티로품 100t
·난방형태 : 1층 장작+기름보일러, 2층 가스보일러
·식수 공급 : 134미터 지하수
·건 축 비 : 총 2억8000만 원(평당 460만 원)
* 설계·시공 : 삼일ENG 031-511-5927,
011-9039-8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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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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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풍경 가득한 경남 밀양 59평 복층 황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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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시 부북면 덕곡리에 자리한 전원주택. 이 집의 건축주 송찬준(49) 씨는 태어나면서부터 부산 도심지에서 생활해 왔고, 현재도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그가 한순간에 도시를 뒤로 하고 전원행을 택한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건축주는 아파트에서 생활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농작물을 재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화분에 고추를 심어 놓고 아파트 베란다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맺기를 기대하며 정성껏 가꿨다.
아파트가 남향이어서 일조량도 충분했고, 조건도 충분히 갖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고추나무는 꽃은 피우는데 열매를 맺지 못했다. 왜 그럴까 고심하며 이런 저런 궁리 끝에 화분을 8층에서 1층 화단에 내려놔 보았는데, 그후 꽃이 피고 열매도 맺었다고 한다.
8년 만에 이룩한 전원생활
건축주는 식물이 땅의 기운을 받아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을 보고 사람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새삼 흙이 친근하게 느껴지면서, 문득 전원으로 가야겠다고 맘먹었다.
그후 곧장 전원생활을 시작할 마땅한 부지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구미에 맞는 터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부산 인근은 전원주택이 들어설 대로 들어서 부지가 별로 없을뿐더러, 땅값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렇다고 부산에서 너무 멀어지면 출퇴근 문제, 아이들 교육문제 등으로 곤란했다. 그러던 중 부동산중개사무소의 소개로 밀양의 한적한 시골마을의 부지를 알게 됐는데, 주변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출퇴근도 가능한 거리였다. 무엇보다 앞으로 교통이 훨씬 더 좋아진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고.
“현재 밀양에서 부산까지 자동차로 1시간 남짓 걸리지만 대구-부산 간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넉넉잡아 2~30분이면 충분합니다.”
건축주는 8년 전인 96년도에 지금의 부지 940평을 평당 7만 원에 구입하고 집 지을 준비에 들어갔다. 집은 이미 전원생활을 결심할 때부터 황토집으로 결정한 상태였다.
우선 ‘황토집짓기동호회’에 가입, 3개월간 황토집 짓는 교육을 받고, 황토집 여러 군데를 직접 찾기도 했다. 그리고 전원주택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지식을 축적했다. 어느 정도 준비가 갖춰지자 집짓기에 들어갔다.
첫 삽을 뜬 것은 2001년 3월. 먼저 길을 내고, 축대를 쌓고, 계단식으로 된 부지를 적당하게 성토하고, 복토를 했다. 그리고 부지가 제대로 자리잡기를 기다린 후 2002년 3월 건축공사를 시작, 그해 11월 완공했으나, 입주는 뒤로 미뤄야 했다. 고 3인 딸아이의 수능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집이 완공된 지 1년 후인 2003년 12월 입주, 꿈에 그리던 전원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산과 들을 배경으로 지은 집
나지막한 산과 들이 어우러지는 풍광을 배경으로 지은 이 집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다. 집 앞으로 논과 저수지가 있어 전원의 풍취를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집 마당으로 들어서자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 분수와 통나무 정자였다. 지하수를 이용해 인공으로 만든 연못이지만 살아 있는 느낌이 들게 하려고 분수를 설치했다. 그 옆에 자리한 전원주택의 운치가 물씬 풍기는 통나무 정자는 손님이 찾아오면 야외 파티장소로 변모한다.
황토벽돌로 쌓고 황토미장을 한 흙집이지만 모양새가 수려하다. 대체로 사람들이 흙집을 꺼리는 이유가 물에 약하다는 점과 외관상 단조로움을 극복하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인데, 이 집은 외관이 웅장하면서도 아기자기하다.
완만한 경사에 적삼목 너와가 가지런히 얹어진 지붕은 각각의 공간에 따라 계단식 모양을 하고 있어 아담한 뒷동산의 능선과 조화를 이룬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그윽한 목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실내 구조는 거실과 주방, 방2, 구들방, 욕실2, 드레스 룸으로 배치했다.
거실은 넓고 높으며, 장엄하고 시원스런 느낌이다. 천장은 2층까지 시원스럽게 오픈시켰고, 아름드리 통나무로 된 기둥과 보, 서까래 등 각종 구조는 그대로 노출시켰다.
높은 천장의 공허함을 보완하려고 방 천장과 같은 높이에 직경 30센티미터의 굵은 보를 세웠고, 중간에 기둥 하나를 더 세웠다.
거실 삼면에 설치된 커다란 창을 통해서는 산과 들, 저수지가 한눈에 보이고, 천장에 설치된 채광용 창으로는 풍부한 햇살이 들어온다. 창문은 바깥쪽엔 유리창을, 안쪽엔 세살창을 설치해 전통 한옥의 느낌을 내면서 보온 효과는 극대화시켰다. 한쪽 모퉁이에 다소곳이 자리한 벽난로는 보는 것만으로도 훈훈하다.
거실이 넓은 대신 주방은 좁은 편이다. 기둥을 세워 주방과 거실을 분리시켰지만, 시선은 거실 쪽을 향하게 했다. 거실과 주방을 구분 짓는 턱 위에 통나무로 만든 식탁을 얹어 놓은 아이디어는 눈여겨볼 만하다.
각 방의 천장은 원목 서까래를 그대로 노출시켰고, 바닥과 벽은 황토로 미장한 후 한지벽지와 한지장판을 깔아 자연미를 살렸다.
전원생활에 푹 빠진 건축주 부부
건축주 부부는 1년 전원생활 재미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른다. 전원생활 새내기지만 그 솜씨가 놀라울 정도다. 집과 넓은 텃밭, 정원 어느 한 군데도 소홀함 없이 정갈하고 꼼꼼하게 잘 가꿔놓았다.
텃밭에는 고추, 땅콩, 배추, 무 등 철 따라 심을 수 있는 채소가 거의 다 있고, 정원에도 백일홍과 산수유, 목련, 석류, 측백나무, 사과나무, 단풍나무, 앵두나무, 벚나무, 치자나무, 키위 등과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빼곡하다. 여기에 청둥오리며 닭, 견공 등의 동물가족들까지… ….
일거리가 많을 수밖에 없을 법도 하다. 하지만 건축주 부부는 일이 힘들다기보다 오히려 재미있단다.
“전원에서는 일을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땔감 구하랴, 텃밭 가꾸랴, 정원 가꾸랴, 동물가족들 돌보랴.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일이라기보다 취미이자 생활이기에 힘든 줄 모르겠어요.
아직은 미숙하다 보니 실수도 종종 한답니다. 일례로 텃밭 주변으로 수십 그루의 감나무를 심어 놓았는데, 관리를 잘못해서 그중 태반이 병들어 열매를 맺지 못하기도 하고, 정원에 심어 놓은 소나무도 말라죽었는데, 안타깝네요.”
건축주 부부는 좀더 신중하게 관리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 아쉽다며 앞으로는 보다 완벽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내년을 기약한다.
건축주의 부인인 조미남(47) 씨는 처음에 전원생활을 반대했다. 이유는 친구를 자주 못 만나게 될 것이고, 그동안 누렸던 도시의 편의시설이나 문화생활에서 멀어질 거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러한 걱정들은 전원생활을 하면서 말끔히 사라졌다.
처음엔 외롭고 허전했지만 익숙해지면서 좋은 점이 훨씬 더 많다고 한다.
“공기 좋고 물 좋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전원에서는 도시에서보다 소비를 적게 해서 좋아요. 채소나 과일 등 먹을거리 대부분을 자급자족으로 해결하다 보니 생활비가 50퍼센트 정도 줄었고, 옷 구입 등의 소비도 거의 없지요.”
조 씨는 정원과 텃밭을 가꾸고 짬을 이용 밀양시청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에서 수영과 헬스를 하고, 또 이웃 주민과 어울리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도 모른단다. 또 전원으로 오고 난 후 친구나 가족들의 방문도 귀찮을 정도로 늘었다며 자조적인 웃음을 보인다.
전원생활의 완성을 꿈꾸며
건축주 부부는 앞으로 보다 알차게 전원생활을 준비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표고버섯을 재배할 계획이고, 더 이상 나무나 채소가 병들어 죽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각오다. 아울러 전원생활을 계획하거나 준비하는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한다.
“전원생활은 아무나 못합니다. 부지런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냥 살라고 해도 못살 겁니다. 하지만 전원생활을 마음먹었다면 과감하게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직장 출퇴근 문제, 아이들 교육문제 등등 이런 저런 핑계로 미루다간 결국 못하게 되니까요.”
전원생활에 푹 빠진 이들 부부에겐 하루의 해가 짧기만 하다.
글 박창배 기자 / 사진 김혜영 기자
■건축정보
·위 치 : 경남 밀양시 부북면 덕곡리
·건축구조 : 목구조 황토집
·건축면적 : 총 59평(1층 39평, 2층 20평)
·부지면적 : 940평
·대지면적 : 120평
·벽체구조 : 직경 30㎝ 원목통나무+황토벽돌
·지붕마감 : 너와
·외벽마감 : 황토+석회 미장
·내벽마감 : 황토미장+한지벽지
·천장마감 : 루바 산자+육송 원목 서까래
·창 호 재 : 유리+세살창
·난방형태 : 기름보일러
·바닥마감 : 자갈+황토몰탈+한지장판
·건 축 비 : 2억650만 원(평당 350만 원)
·시공기간 : 2002년 3월∼11월
■시 공 : 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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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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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통 시공법 그대로 여주 58평 통나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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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처럼 아름답다는 말에 건축주 정찬석 씨는 '나무의 탈색 방지를 위해서 오일스테인을 주기적으로 바른 게 중요했다'며 말문을 연다."오일스테인은 물과 반응하면 간혹 검은 점으로 나타납니다. 쌓인 먼지를 잘 털어 내고 칠하는 게 중요하죠. 그리고 뭉치지 않게 잘 펴서 발라야 합니다. 그 일련의 과정이 집에 대한 관심도라고나 할까요. 오일스테인은 색상이 투명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진한 광택을 냅니다."그의 통나무집 사랑은 남다르다. 10여 년 전, 젊은 기상 하나만 믿고 전원에 통나무집을 짓겠다고 덤벼든 정찬석·도영미 부부. 1층과 지하가 각각 22평, 2층이 14평인 올-나취 방식의 통나무집이다.젊은 시절의 추억과 열정 그리고 사랑이 담긴 보금자리에서 노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자신들을 '괴짜'라고 하는 이들 부부의 집 짓는 얘기를 들어보자.통나무집의 마력몸의 반은 세상에 내 놓고, 반은 숨고 싶다는 생각이 전원생활을 결심한 동기란다. 1995년 집 지을 땅을 알아보던 차에 부인의 언니를 통해 122평의 자투리땅을 구입했다."그때가 겨울철인데, 파밭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너무나 아름답고 포근했어요. 건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작정 내 집을 짓겠다고 결심했죠. 지금 생각하면 몰랐으니까 용감했던 것 같아요."정 씨는 고등학교에서 화학교사로 재직하다가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 매료돼 고고학을 배우려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리고 다시 영국 캠브리지대학에서 공부하고 귀국해서는 부산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현재는 학자의 길을 뒤로한 채 통나무집 시공사인 '티톤픽스코리아'(www.tpklog.co.kr)의 대표로 있다. 집을 짓겠다고 결심한 후에는 미국으로 향했다.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공부하면서 보낸 그곳엔 통나무주택사업을 하는 학교 동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한번은 교수님 부부에게 좋은 곳을 구해 드리려고 선댄스(Sundance, 로버트 레드포드가 지은 통나무집이 많이 있는 곳)에 갔어요. 그런데 하루저녁 숙박비가 700불 상당이지 뭐예요. 결국 들어가 보지도 못했죠. 통나무집이 멋있다는 환영(幻影)을 갖고 집착한 것, 여기에 엉뚱한 생각이 잘 맞아 집을 짓게 됐죠."건축주는 잠시 눈을 감은 채 10년 전, 집 지을 당시를 회상한다. 전세금을 빼 시작한 집 짓기는, 차곡차곡 일기장을 채워 나갔다. 당시 전원에서 살고 싶은데 예산이 부족해, 일단 땅부터 구입했다.그리고 땅에 애착을 갖고, 예산에 맞춰 하나 하나씩 집 짓기를 실천했다. 준비 기간 만 6개월 정도 걸렸다. 집을 지을 땐, 당시 통나무집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주민들의 의아한 시선을 많이 받았다.통나무집 시공 경력 40년인 밥 존슨(60) 외 목수 한 명의 노력으로 30일 만에 벽체가 올라갔다. 직경 30센티미터로 수분 함량이 18퍼센트인 건조목을 사용했다. 집터는 경사지라서 지면으로부터 1미터∼1.7미터 정도 띄웠다.22평인 1층은 천장이 높은 거실과 주방, 욕실, 방으로, 14평인 2층은 부부침실과 자그마한 거실, 발코니 등으로 꾸몄다. 진동을 줄이려고 I-Joist(Engineered Wood)를 이용해 30센티미터 간격으로 시공했다.욕실 방수를 위해 특히 배관에 신경을 썼다. 벽면 전체를 감싸는 욕조를 사용해 바닥에는 배수시설을 하지 않았다. 내부 전기 배선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쉽게 찾도록 한 곳에 모았다.수종의 선택과 기능정통 미국식 통나무주택 시공법을 고수했기에 돌출형 벽난로를 주 난방으로 이용했을 뿐 보일러시스템이 없다. 벽난로는 습기를 상당량 빨아들여 통나무집의 결로 현상을 해결하고, 열효율이 높아 장작도 많이 들지 않는다.대신 모든 창호에는 이중창보다 단가가 낮고 효율성이 높은 기능성 창호 유리를 사용했다. 반면 애초 창고로 계획했던 지하공간을 좌식문화에 맞게끔 바닥난방을 하고 새 보금자리로 꾸몄다.통나무집의 단열은 수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더글라스-퍼는 단열 효과가 인치당 약 0.99 R-facter(열의 흐름에 저항하는 정도)다. 흰 나무 계통은 1.41R-facter까지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두께가 50퍼센트 더 두꺼워도 수종에 따라서 단열 효과가 같을 수 있다고 한다.이 집의 90퍼센트는 더글라스-퍼를 사용했다. 보통 나무의 색깔 때문에 더글라스-퍼를 사용하는데, 흰 나무도 시간이 지날수록 송진이 밖으로 나와 붉은 색을 띄기에 굳이 붉은 색의 비싼 나무를 고집하지 않았다.지붕의 나무기와는 밥 존슨의 엄격한 관리 속에 부부가 엮은 것이다. 나무기와는 주로 적삼목을 사용하는데, 단열성이 좋고 수명이 긴 편이다. 부부는 처음부터 모든 공정에 참여해서인지 집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초저녁 달이 뜨면 그 빛이 거실 창을 통해 온화한 미소를 집안 가득 뿌린다. 정 씨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그를 표현할 능력이 부족해 안타깝단다. 한편으론 전원생활을 하며 삶의 의미를 증폭시키려면 자그마한 소나무를 한 그루씩 심고 가꾸라는 말을 건넨다.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틀에 박힌 생각은 전원주택 시공에 적이 될 수 있다. 능력이 되는 만큼 집을 짓고, 또 짓기를 반복하더라도 끈기가 중요하다고."집 짓는 일은 끈기를 갖고 시작해야 합니다. 또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서 어느 정도 책임져야 합니다. 돈만으로는 좋은 집을 못 짓습니다. 가슴으로 지어야죠. 좋은 집은 매 공정마다 어떤 정성이 들어갔느냐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건축주도 협조를 많이 해야 합니다. 그래야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관리 요령도 터득할 수 있습니다."건축주는 통나무집에 대한 불평불만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나무가 마르면서 생긴 틈으로 거미가 들어와 거미줄을 치고, 바람이 숭숭 들어온다는 것, 통나무집이 새카맣게 변했다는 것 등이다. 그 원인은 덜 마른 자재를 사용해 수축하면서 가라앉고, 코킹(Calking)을 제대로 하지 않은 데서 찾는다.간혹 코킹제를 대신해서 실리콘을 사용하는데, 그러면 1년도 안 돼 목재와 분리되고 만다. 코킹제는 아크릴 소재의 수성제품이기에 나무의 수축과 팽창 때 같이 움직인다. 때문에 오일스테인을 칠하기 전, 코킹으로 바람을 막아야 방수 효과도 얻을 수 있다.통나무주택의 외부는 주기적으로 오일스테인을 칠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에는 1년에 2번씩 칠하되, 해가 지남에 따라 1번 정도로 횟수를 줄인다. 오일스테인은 잘 흔들어서 뭉치지 않도록 골고루 칠해야 한다. 이때 분무하는 것은 좋지 않다. 집의 내부는 폴리우레탄(고분자 우레탄)을 칠했는데, 이것은 시공 때 한번만 칠하면 된다.정 씨는 집 지을 자재를 계약할 때, 건축주가 반드시 참석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시행착오가 적다고 충고한다.글·사진 김혜영 기자■건축정보·주 소 : 경기도 여주군 여주읍 단현2리·부지면적 : 122평 + 80평·건축면적 : 58평(지하층-22평, 1층-22평, 2층-14평)·건축구조 : 올 나취(All-Notch)방식 통나무집·내벽마감 : 통나무·외벽마감 : 통나무·지붕마감 : 나무기와·창 호 재 : 알파인 노우-이(Low-Energy)유리 창·난방시설 : 벽난로·건 축 비 : 당시 평당 550만 원■설계 : 시애틀 통나무주택 모델명 '캐스캐이드■시공 : 밥 존슨 외 1명(전문 로그빌더)# Tip 좋은 통나무 고르는 법통나무주택 시공은 거의 모든 자재를 수입에 의존한다. 좋은 통나무를 고르는 방법은 꼭 '하트 우드'인지 확인하는 데 있다. 심장이 있는 나무, 즉 한쪽 면에 나이테 중심이 있으면 반대편에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건조되면서 크랙이 발생해, 바람이 들어온다. 또 어떤 수종이든 나이테가 촘촘해야 한다. 벽체에 사용하는 목재는, 최소한 50∼80년은 넘는 것을 사용한다. 즉, 나이테가 촘촘한 나무는 수축이나 팽창이 적어 통나무집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하자를 줄이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100퍼센트 같은 수종만으로 집을 짓지는 않는다. 흰 나무는 물에 약해 부패할 가능성이 크기에 가능하면 송진이 많은 더글라스-퍼 등을 지면과 가까운 부분(밑)에 쌓아야 한다. 송진을 많은 나무는 붉은 색을 띄는데, 색이 붉을수록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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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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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에 지은 경기 동두천 61평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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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북부지역에 자리한 동두천시가 기지촌(基地村)이란 수십 년의 멍에를 벗고자 꿈틀대기 시작했다. 경기도는 최근 주한 미군기지 이전 및 감축으로 인한 지역공동화 대책으로 ‘동두천지역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첨단 과학기술 산업단지 조성과 의정부 북부역-양주시-동두천 동안역 복선전철화 건설을 2006년 말 완공하고, 당초 일반 국철로 중기 계획에 포함했던 경원선 동안역-소요산역도 광역 전철로 변경해 조기 추진한다는 것이다.
교통 여건은 부동산 입지 조건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이기에, 역세권과 그 주변의 택지개발사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이 의정부에서 전곡을 잇는 3번 국도(평화로) 양주와 동두천 구간은 대단위 아파트단지 건설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동두천시는 지역의 70퍼센트 이상이 자연삼림지역인데 소요산과 옥녀봉, 마차산, 칠봉산 등이 시 한복판에 놓여 있다. 각종 기반시설 확충에 힘입어 전원주택 수요자들이 늘면서 산자락엔 분양에 나선 전원주택단지가 늘고 있다.
이를 두고 선견지명(先見之明)이라고 하는 것일까? 목조주택 시공 10여 년 경력의 써머필드 시공팀장이재갑(44세) 씨가 2001년 말, 일찌감치 경기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소요산(563미터) 중턱 전원주택단지 ‘한마음일길’에 첫 번째로 보금자리를 틀었다.
그의 경력에서 미루어 짐작했겠지만, 단순한 보금자리라기보다는 ‘모델하우스를 겸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주위에 27세대가 입주해 있는데, 그 가운데 18채가 그의 손으로 지어졌다.
테라스와 덱이 아름다운 집
한마음일길 전원마을 어귀 첫 집이 양주 아파트에서 이주해 온 이재갑·김미경(39세) 부부의 안식처다. 2000년 계곡과 접한 209평 부지를 평당 40만 원에 매입해, 61평(1층 40평, 2층 21평) 2층 목조주택을 앉혔다.
지붕의 물매가 완만한데다 입면도 단순한 편이지만, 유럽풍의 보기 드문 차고(車庫)와 테라스(Terrace), 덱(Deck)이 있어 유독 눈길을 끈다.
대문에서부터 현관까지 지붕을 덮어 진입로 겸 3대 주차 가능한 차고, 정원 용품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잔디가 곱게 깔린 150평의 넓은 마당엔 소나무와 감나무, 대추나무 그리고 키 작은 관목(灌木)이 심어져 있다.
2미터 남짓한 테라스가 마당을 두르고 있는데, 한가로이 거닐며 전원의 여유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한 집 정면에서 우측을 돌아 뒤까지 덱을 연결했다. 테라스에서 연결되는 우측 덱에는 두 개의 목재 테이블과 바비큐 그릴을 놓았는데 격자형 라틱스와 렉스로 마감함으로써 사계절 쉼터 역할을 한다.
또한 단풍이 곱게 든 산기슭과 맑은 물이 쉼 없이 흐르는 계곡하고 접한 집 뒤 넓은 덱에는 파고라 3개를 설치했다.
집은 살면서 만들어 가는 것
2″×6″ 경량목구조인 이 집은 6인치 간격으로 샛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에 단열재인 인슐레이션을 넣고, O.S.B합판을 댄 후에 외벽은 결로 방지용 주택포장 소재로 덮고, 스마트랩 사이딩으로 마감했다. 그리고 내벽과 천장은 O.S.B합판을 댄 후, 석고보드 위에 화이트 톤의 실크벽지로 화사하게 마감했다.
라틱스로 담을 두른 마당이 넓고, 대문과 현관문이 일직선에 놓이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프라이버시를 확보했다. 그 덕에 실내의 개방감을 살리고자 중문을 달지 않았다.
현관과 일직선상의 계단실을 중심으로 마당을 바라볼 때 우측엔 2층 천장까지 오픈시킨 시원스런 거실이, 좌측엔 복도를 사이에 두고 주방 겸 식당과 욕실, 다용도실, 두 개의 자녀방이 있다. 자녀방으로 향하는 복도는 ‘ㄱ’자 형인데, 책꽂이를 겸한 수납장을 따라가면 각각 정면과 좌측에 창을 낸 방이 벽을 맞대고 나란히 자리한다.
거실은 마당을 바라보는 정면과 바비큐장으로 나가는 우측면 모두 창을 시원스럽게 내 전원의 쾌적한 기운을 안으로 끌어들였다. 측면 창을 기준으로 벽난로를 설치한 안쪽에는 소파를, 마당이 보이는 바깥쪽엔 운동기구를 두어 나름대로 공간을 구분했다.
두 공간에서는 주방이나 자녀방이 보이지 않도록 했다. 1층 각각의 공간은 원목을 다듬어 만든 아치형 틀로 구분했으며, 계단실 옆에 후정으로 나가는 문을 냈다.
붉은 카펫이 깔린 계단을 오르면 2층에 두 부부만의 아늑한 10평 거실과 욕실, 두 개의 방이 나온다. 1층 거실의 덧창을 통해 2층 거실까지 풍부한 햇살을 끌어들이고, 조망권까지 확보했다.
시공업체 선정도 발품을 팔아야
이재갑 씨는 이 집 역시 요즘 추세에 맞추어 4개인 방 크기는 줄인 대신 거실을 넓게 했다고.
“외국 도면을 보고 우리 실정에 맞춰 빼고 넣고 해서 설계를 한 집입니다. 무엇보다 가족 구성원 간 프라이버시를 염두에 두고 조망권 확보에 주력하면서 거실과 주방, 방 등을 복도식으로 분리했습니다.
가정에서 주부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방이 한쪽 귀퉁이에 자리하기 쉬운데 전면에 앉혔습니다. 또한 방보다는 가족들이 함께 하는 거실에 많은 공간을 활용한 게 특징입니다.”
10여 년 전, 일산 정발산 등지에서 목조주택을 짓던 때만 해도, 설계에서 시공까지 미국이나 캐나다인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했다고 한다. 한국인의 눈썰미가 빼어나다고 해야 할까? 그랬던 것이 지금은 국내 기술력만으로 설계에서 구조계산, 자재 발주, 시공까지 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한편으론 염려스러운 부분도 많다고.
“사실 건축이란 게 자본 없이도 하는 직종입니다. 그러다 보니 목조주택을 서너 번 지어 본 사람들이 독립해서 시공하곤 하는데, 그 중에는 과욕이 앞서 부실 시공한 사례가 적잖습니다.
자재비를 아낀다고 스터드 간격을 지키지 않아 단열재를 채우지 않는다거나(그것도 규격품도 아닌 것을…), 또 하중을 많이 받는 창문 위에 2″×10″이나 2″×12″가 아닌 일반 자재를 사용해 쳐진다거나 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 목조주택에 애착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까지 덤터기로 욕먹고 있습니다.”
집은 가족 구성원의 취향과 장래를 염두에 둔 설계와 함께 튼튼하고 편리하며 쾌적하게 시공해야 한다. 그렇기에 부지를 장만하기 위해 판 발품에는 미치지 않더라도, 설계나 시공업체를 선택할 때는 그들이 지은 집 서너 채 정도는 방문하는 게 좋다.
전국 각지의 전원주택을 돌아보면서 느낀 점이지만, 잘 지은 집의 건축주들 대부분은 흔쾌히 현관문을 열고 방문객을 맞이해 주었다.
글·사진 윤홍로 기자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동두천시 동두천동
·건축형태 : 2″×6″ 2층 목조주택
·부지면적 : 대지 209평
·건축면적 : 61평(1층 40평, 2층 21평)
·실내구조 : 1층-거실, 주방, 다용도실, 화장실, 방 2
2층-거실, 화장실, 방
·외벽마감 : 스마트랩 사이딩
·내벽마감 : 실크벽지
·지붕마감 : 직사각 아스팔트슁글
·바 닥 재 : 온돌마루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수공급 : 150미터 지하 암반수
·건 축 비 : 평당 350만 원
설계 및 시공 : 써머필드 (02-575-8809, www.summerfie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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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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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기슭에 지은, 대구 53평 복층 스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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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자연경관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경치 좋은 유명한 산자락에 전원주택이 많이 들어서 있다.
대구광역시 팔공산 주변으로 전원주택이 많이 들어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남의 명산인 팔공산은 산세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교통망이 좋아 대구시내까지 승용차로 20∼30분이면 진입 가능하기에 전원주택지로 인기가 높다.
팔공산 자락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전원주택이 있다. 흥진개발산업에서 설계·시공한 세컨드하우스용 스틸하우스이다. 건축주는 팔공산의 옛 이름 중 하나인 동수산(桐藪山)에서 착안하여 집의 이름을 ‘동수산방(桐藪山房)’으로 지었다.
화려하면서 조화롭게 꾸민 집
등산로에서 적당히 떨어졌으면서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한 이 집을 보면 ‘옷이 날개’라는 말이 떠오른다. 어떤 옷을 입었느냐에 따라 사람이 달리 보일 수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옷을 차려 입은 사람이 관심을 끄는 것처럼 집도 마찬가지다.
외장재는 주택의 모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옷에 비유하자면 마치 겉옷과도 같다. 그러나 무조건 화려하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살고 있는 사람의 개성을 잘 표현하고 주변의 자연경관과 또 다른 집들과도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이 집이 바로 그렇다. 눈에 띄나, 화려하지 않고, 주변 환경과의 조화도 자연스럽다.
집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에는 침목 계단을 놓았다. 침목과 침목 구간은 비교적 넓게 띄워 놓았고, 그 사이사이에는 잔디를 깔았다. 계단 양옆으로는 조경석과 정원수가 조화를 이루도록 가꿔놓은 양이 섬세하다. 집까지 20∼30미터 정도로 짧은 길이라도 지루하지 않게 한 시공사의 배려가 담겨 있다.
집은 전체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면서 웅장해 보인다. 집의 외벽은 실버톤의 파벽돌과 시멘트 사이딩으로 시공한 후 칠로 마감했다. 1층은 파벽실버로 무게감을 주었고, 2층은 연 베이지 톤으로 산뜻하게 칠했다.
거실 전면부와 후면 화단까지는 벽돌 치장 쌓기로 완성했다. 이 부분은 다른 건축물과 차별성을 두고자 심혈을 기울였다는 흥진산업개발 홍성제 소장.
“외관은 화려하면서 무게감 있게 보이도록 하려고 시멘트 사이딩과 파벽실버를 혼합해 시공했습니다. 특히 프랑스 벽돌 예술가 마리오 보따의 공법을 인용해 시공한 후면 벽돌쌓기는 일반 벽돌쌓기에 새로운 문양을 첨가한 것으로 벽돌의 조형미를 돋보이게 하는 공법입니다.”
고급, 고풍, 웰빙까지 고려한 실내 연출
실내 또한 잘 꾸며 놓아 눈길이 가지 않는 곳이 없다. 미술을 전공한 시공사 사장의 센스가 발휘된 부분이다. 어느 부분이든 사각프레임 안에 들어와 그림이 된다는 흥진개발산업의 이미경 사장.
“집의 내부는 화려하면서 중후해 보이고, 고급스러우면서 고풍스러움을 적절히 배합시켰습니다. 그리고 요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웰빙도 고려했고요.”
시원스럽게 2층까지 오픈하여 하이실링으로 처리한 거실은 정갈하고 세련되며 중후한 멋을 풍긴다. 거실 이미지월은 이태리산 마론과 보티치노를 이용해 비대칭적인 이미지를 표현했고, 기둥 부분은 월넛과 화이트 오크톤의 시트지 마감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천장은 일반적인 이미지 서까래의 우물 ‘정(井)’에서 탈피한 인테리어로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거실 1층과 2층 사이에 에어콘 박스를 매입시킨 것도 돋보인다.
거실에서 이어지는 주방과 식당은 하나의 공간으로 묶어서 주부의 동선을 고려해 설계 시공했다. 별도의 다용도실과 보조 주방도 갖춰 활용도를 높였다.
주방의 식탁등은 화려한 샹들리에를 설치했고, 수납공간이 부족하지 않도록 하려고 주방에 별도로 빌트인 장을 제작 설치했다. 화이트 톤의 붙박이장 밑에 은은한 조명과 함께 소우주가 담긴 각양각색의 수석 진열은 보는 이의 시선을 한참이나 잡는다.
안방은 포인트 컬러인 월넛에 앤틱가구와 커튼 장식이 멋스럽다. 벽지는 화려한 컬러의 벽지로 고급스러움을 연출했고, 바닥은 원적외선과 음이온이 방출돼 혈액 순환과 신진대사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게르마늄으로 시공했다.
안방 욕실 또한 이태리산 마론으로 시공해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욕실로 완성했다. 욕실 내부에는 욕조와 세면기, 변기 등의 도기와 유리 파티션의 설치로 샤워부스 공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2층은 다도(茶道)방과 자녀방, 서재로 구성돼 있는데, 작은 거실을 겸한 다도방의 경우 조명등과 벽지는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고풍스럽게 연출했다. 특히 2층에서 사랑을 받는 공간은 외부 발코니. 서재를 통해 발코니로 나서면 팔공산 주변의 경관이 눈 가득히 들어온다.
이 집은 각 공간마다 한실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바닥에 참숯을 깔고 벽면을 한지벽지로 마감했으며, 벽마다 참숯을 비치한 아담한 수납공간이 있다.
정원의 조경도 정갈하고 세심하게 가꿔놓았다. 수평 구조에서 탈피, 산기슭에 자리한 집과 조화를 이루도록 동산정원을 연출했다. 소나무와 백일홍을 정원수로 심고, 폭포 모양의 수석을 두었는데, 집안에서도 자연이 느껴진다. 하늘과 산이 맞닿아 있고, 그 가운데에 자리한 집은 그 자체로 자연인 듯하다.
글 박창배 기자 / 사진 윤홍로 기자
■건축정보
·위 치 : 대구시 동구 팔공산 신무동
·대지면적 : 580평
·건축면적 : 58평(1층 37평, 2층 16평, 지하 5평)
·건축구조 : 스틸하우스
·외벽마감 : 파벽실버, 시멘트사이딩
·내벽마감 : 실크벽지, 패브릭, 대리석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단 열 재 : 인슐레이션
·식 수 : 지하수
·난방시설 : 기름보일러
·바닥마감 : 액상 숯칠 마감 위 미국산 호마이카 강화마루
·시공기간 : 2004년 5월∼9월
■설계 및 시공 : (주)흥진산업개발 (053-759-0991∼2 WWW. I-HJ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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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