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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 가마솥이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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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 벼들이 야산의 단풍잎들과 색 겨루기를 하고, 햇볕은 따가워도 한번 씩 변심한 연인들 사이에 부는 찬바람 같은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는 가을에는 매콤하고 코끝이 찡한 별미가 먹고 싶어진다. 저녁거리로 무엇을 해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남편이 청국장 먹을 때가 됐다며 콩자루를 꺼내 놓고 청국장을 띄울 준비를 했다.
남편이 콩을 물에 불려 놓았는데 전화를 받더니 나갈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콩을 삶는 일은 내 몫으로 떨어졌다. 솔직히 가마솥에 불을 때서 콩을 삶는 일은 나는 잘 못한다. 그 일은 전적으로 남편이 해왔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듣고 가마솥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장작을 넣었다.
여름 동안 잘 마른 장작개비는 그윽한 그을음 냄새를 풍기며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불꽃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피어오르는 모습이 어쩐지 금기를 깨트리라고 유혹하는 듯한 마력을 느끼게 한다.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 팔이’ 소녀가 남의 집 창 밑에서 벽난로가 활활 타오르는 방 안을 훔쳐보면서 팔아야 할 성냥을 그어 댔던 것은 바로 그런 불의 마력에 혹해서가 아니었을까. 도시 내기인 나에게 이렇게 어린시절 정서의 첫머리를 차지하는 것들은 동화책 속의 한 장면이고, 시골 할머니 댁에서의 기억들은 부수적으로 떠오른다.
방학과 명절이면 찾아가던 아버지의 고향에는 할아버지가 지게에 가득 나무를 해오시고, 부엌 아궁이에 불을 때서 가마솥에 밥을 짓던 할머니가 계셨다. 방학에 다녀 갈 때면 나도 할머니의 치마꼬리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아궁이에 불 좀 때 보겠다고 조르던 철부지 손녀딸이었다.
“불장난하면 밤에 오줌 싸니께 저리 나가 놀란 말여…”
할머니는 부지깽이로 불타는 장작더미를 헤집으면서도, 결코 손녀들에게 불을 때 보게 하는 기회를 주지 않으셨다. 그래도 아궁이 앞을 떠나지 않고 계속 조르는 손녀들을, 할머니는 부지깽이로 때리는 시늉을 하며 부엌문 밖으로 쫓아내곤 하셨다. 할머니는 모처럼 도시에서 놀러온 손녀들이 아궁이 앞에서 얼씬거리다가 혹시라도 몸에 불티라도 튀는 불상사가 일어날까봐 그러셨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 손녀는 할머니의 깊은 배려를 헤아리기에 앞서 호시탐탐 불장난의 기회를 노리다가 할머니의 손때로 단련된 부지깽이까지 땔감으로 집어넣고는, 할머니가 부엌 문 앞에 나타나면 신발을 신은 발로 부뚜막으로 뛰어올라 도망치는 불경스런 짓도 서슴지 않았다.
그래도 당시 여고생이던 고모는 할머니 눈을 피해 잿불에 감자나 고구마를 구워서 뒤란 장독대로 쫓겨난 조카들에게 공수해다 주었다. 고모는 조카들에게 큰 장독대에 숨어서 입에 검댕이를 잔뜩 묻히며 구운 고구마를 까서 ‘몰래 먹는 맛의 묘미’를 터득하게 해 주었다.
생각난 김에 장작불에 감자를 구워서 유치원에서 돌아올 아이들에게 내 어린시절에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추억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아이들은 가마솥 부뚜막에서 불을 때고 있는 나를 보더니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달려왔다. 내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아궁이 속을 바라보던 아들아이는 땔감을 날라다 주는 척 하더니 어느새 불이 붙은 장작을 꺼내서 움켜쥐고는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엄마, 불꽃놀이야. 멋있지”
아들아이도 타오르는 불꽃의 마력에 끌린 모양이다. 하지만 그것은 위험한 유희였다.
“이리 내, 얼른. 위험하단 말야, 엄마 말 안 들을래”
아이들 때문에 불을 때는 아궁이 앞은 마치 어린시절 할머니 댁 부엌 풍경이 됐다. 나 역시 눈을 부릅뜨며 부지깽이로 그 옛날 할머니처럼 아들 녀석을 위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재현되니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왔다.
아들아이를 겨우 진정시켜 부뚜막 앞에 앉히고는 불 속에 던져 둔 감자를 꺼냈다.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의 껍질을 호호 불며 벗겨서 과자의 단맛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건네 주었다. 도저히 감자 같지 않았던 까만 덩어리가 신기하게도 껍질을 벗기자 김이 폴폴 나며 하얀 속을 드러냈다. 구수한 냄새로 후각까지 자극하는 감자를 아이들은 의외로 잘 먹었다.
“가마솥에서 땀이 주르르 흘러내리면 불 조절에 들어 가야해.”
남편은 이런 말을 남기고 외출을 했다.
아이들과 감자를 굽는다고 소동을 피우느라 콩이 익고 있는 가마솥에 소홀한 사이, 드디어 조짐이 일어나고 있었다. 가마솥 뚜껑 안쪽에서 참았던 설움 같은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기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장작을 더 넣는 대신 가마솥 뚜껑을 물행주로 닦으면서 온도를 조절하고, 불 아궁이에도 물을 뿌려 열을 식혀서 뜸을 들여야 한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음식이 조리되는 세상에 사는 요즘에도 타오르는 불꽃으로 고고하게 단련된 검정색 가마솥의 미각은 많은 사람들에게 향수로 남아 있다. 가을이 깊어가고 몸도 마음도 웅숭그리게 되는 이즈음, 뚜껑이 따뜻한 가마솥이 걸린 불을 때는 아궁이와 반질반질 윤이 나던 부뚜막이 사람들의 가슴마다 살아났으면 좋겠다. 田
글 오수향 (ocho290@hanmail.net)
∴ 글쓴이 오수향은 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 폐교에 살면서 글쓰기의 꿈을 좇아가고 있는 주부입니다. 공주 KBS,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오수향의 시골살이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은 메일을 보내보세요. 더욱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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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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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에서 만난 사람]생활 속의 황토연구가 김정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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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황토연구가 김정덕
《황토집과 자연건강법》이란 책을 통해 생활 속에서 자연을 실천하며 사는 김정덕 씨. 충남 천안시 병천면의 황토집에서 생활한 지 16년째인 그는 늘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을 맞느라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다. 일본에서 전공한 의상디자인과는 별도로 자연 속에서 모든 생활을 실천하는 일본인의 삶의 모습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금까지 그러한 생활을 꾸준히 연구하며 지내고 있다. 자연 그대로를 입고, 먹고, 마시고 하는 그의 생활은 한마디로 요즘 회자되는 ‘웰빙(Well-Being)’으로 표현할 수 있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대한 김정덕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집 입구 초가지붕 정자와 백일홍의 붉은 빛이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모습에 감탄하고 있을 무렵, 집 안에서 김정덕 씨가 나오며 인사를 건넨다. 1935년생이라는 자료를 보고 하얗게 센머리에 연로한 할머니의 모습을 상상했지만, 이내 그 생각을 지워버리게 한 정정한 모습에 잠시 놀라게 된다.
마당에 심은 꽃과 처음 보는 식물들의 이름을 물어보며, 처음 안내를 받은 곳은 ‘약방’이라고 부르는 황토방. 허리를 깊이 숙이고 들어가야 할 만큼 작은 방문과 낮은 천장이 다락방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라며 직접 풀을 먹여 씌운 이불을 끌어다 주는 손길이 마치 시골 외할머니댁을 찾은 느낌이다.
온돌방의 매력을 담은 작업실
김정덕 씨가 사는 집은 크게 3동으로 나뉘어져 있다. 약방과 거실이 있는 동과 살림채, 2003년에 완공한 서재로 구성돼 있다. 심야전기보일러와 온돌을 겸용한 약방은, 방 안에 개수대를 마련해 차 준비를 할 수 있게 했다. 약방에 들어온 사람들은 분위기에 푹 빠져들어 좀체 밖으로 나가기 싫어한다고 한다. 방문한 날에도 가을바람의 차가운 기운이 계속 됐고, 덕분에 따뜻한 온돌방의 기운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먹거리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자연소재인 황토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정덕 씨는 그간의 노하우를 오산주택에 제공하면서 황토방 보급에 힘쓰고 있다.
1년간의 공사 끝에 2003년 완공한 서재는 외관이 깔끔한데 방 안에는 아늑한 분위기에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을 정도다. 닥종이로 벽을 바르고, 차를 마시게끔 이곳에도 개수대를 설치했다. 황토방에 걸맞게 방에는 옛 정취 물씬 풍기는 소품들로 꾸며 놓았다. 약방과 서재에는 히말라야에서 들여온 ‘암염(岩鹽)’이 있는데, 전등 주변에 놓아두면 스탠드를 대신할 만큼 아름다운 조명을 낸다고 한다.
안살림을 사는 살림채에서는 손님에게 대접할 각종 차를 준비하느라 늘 며느리의 손길이 바쁘다. 이곳에는 김정덕 씨의 작업실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바느질방’이다.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만큼 자신이 입는 옷을 손수 수선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공간이다. 각 동마다 어김없이 자리한 작업실은 바쁜 그의 생활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김정덕 씨가 이곳에 자리잡은 것은 1988년. 도심에서 살다가 전원으로 터를 옮기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처음 전원생활을 시작했을 때 어땠느냐는 질문에 진작에 내려올 걸 하는 후회가 가장 먼저 들었다고.
“서울에선 늘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바쁘게 지내면서 계절이 변하는 모습에도 별다른 감흥을 못 느꼈죠. 하지만 이곳에서 전원생활을 하면서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그게 가장 달라진 점이죠. 계절마다 달라지는 주변 풍경들, 시원하고 추운 바람도 모두 그대로 받아들이며 느끼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게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지더군요.”
풍선넝쿨이란 식물에 ‘삼위일체성령님’이란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작은 식물 하나에서도 큰 사랑을 발견하는 그다. 이처럼 자연을 가까이 느끼면서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늘 변화하는 생활의 흐름을 잃지 않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일본에서 오랫동안 생활할 땐 《가정화보》라는 잡지를 즐겨봤는데, 지금까지도 그 책을 정기구독하고 있다. 다양한 볼거리와 집안을 꾸미는 방법 등을 보며 직접 하지는 않더라도, 분위기를 읽을 줄 아는 안목을 키우려는 것이다. 찻잔을 촬영할 때에, 테이블 받침을 챙기는 모습에 그의 세심한 센스가 엿보인다.
자연 속에 건강한 삶이 있어
32살이란 늦은 나이에 일본에서 시작한 의상디자인 공부는 미국 유학길로까지 이어져 잘 진행됐지만 그는 민간요법에 관심이 더 많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촌인 오시마(大島)지역 등을 직접 찾아 장수 노인들의 생활을 분석하고, 먹거리를 찾아가며 얻는 새로운 지식의 기쁨이란, 마음을 뻐근하게, 얼굴에 붉은 열이 올라 상기될 만큼 매력적이었다고. 늦은 나이에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때라서 일반 학생들보다는 여유가 있었고, 관망하는 자세로 생활에 임한 것이 더 도움이 된 듯 하단다.
‘대체의학’이란 말도 있지만, 그는 굳이 의학이란 말을 빼고라도 자연 그대로 자연 안에서 우리 몸을 충분히 건강하게 유지시킬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런 생각은 그의 생활을 지금까지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데 있어 중심이 되고 있다. 매일아침 일어나 25분 동안 풍욕(風浴)을 즐기고, 맨드라미 잎을 따다 김치를 만들고, 백일홍과 천일홍 꽃잎을 따다 차를 만드는 등 자연을 생활 속으로 옮겨 쓰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김정덕 씨는 자연식을 위주로 하는 음식점에 음식과 관련된 카운셀링을 하며, 수익을 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카운셀링과 함께 《壽테크》라는 사보에 〈김정덕의 웰빙라이프〉를 진행한 기사를 모아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산모를 위한 산후 전후의 건강 관리법에 관한 자료도 수집단계에 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중간에도 그의 전화는 계속해서 벨소리를 내느라 바빴다. ‘들꽃피는 언덕’이란 음식점의 주인이 민들레 김치와 오이지가 맛이 너무 잘 들어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는 내용이다.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두 팀의 방문객이 찾아왔다. 전원생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활을 내보이며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전원에서 살려면 무엇보다 자연에 절대적으로 순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여름에 더운 바람이 불면 더운 대로 손부채나 부채를 사용해 차분히 더위를 가라앉히고, 겨울에는 추운 대로 불을 떼면서 살아야죠. 요즘에는 방 안에서 반팔만으로 사계절을 나잖아요. 난방이 잘 돼 그런지, 계절에 동화되지 못한 채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자연 환경에 동화되는 것이 전원생활의 기본인데 말예요.” 田
글 조영옥 기자 / 사진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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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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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조각공원을 준비하는, 평창 ‘그라찌아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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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효석의 생가와 메밀꽃 축제로 유명한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일대는 여름휴가 때만 아니라 일년 내내 여행객이 끊이지 않는다. 건강에 좋다는 해발 700미터의 고원지대인데다 청정계곡이 흐르고 있어 전국에서 빼어난 건강휴양지로 명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런 일이지만, 전국적으로 펜션사업이 가장 번창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줄잡아 100여 개의 펜션이 산골짜기 여기저기에 들어서 있다.
특히 흥정계곡 좌우로 늘어선 펜션들을 보면 ‘과연 펜션천국이구나’하고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온갖 모양의 펜션건물이 마치 야외 건축전시장처럼 늘어서 있다.
펜션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나, 펜션사업을 계획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마음에 드는 펜션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펜션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예전 같지 않다고 한숨을 짓는다. 초창기에는 말 그대로 호황을 누렸지만, 펜션 붐이 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안정된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투자한 비용이라도 뽑을 수 있을까?’ 이것이 펜션지기들의 한결같은 관심사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펜션에 투자한다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펜션 밀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흥정계곡에서 펜션사업을 한다는 것은 미친 짓처럼 보인다.
정말 그럴까? 흥정계곡에도 상식을 깨뜨리는 펜션이 나타났다. 필자가 찾아간 곳은 불경기라는 힘든 현실에도 불구하고 단골들이 꾸준히 찾는 펜션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바로 흥정계곡 상류에 위치한 ‘그라찌아 하우스(Grazia House)’다.
예술가가 운영하는 은총의 집
그라찌아는 이태리어로 ‘은총’이라고 한다. 첩첩산중에서 마치 지중해의 하얀 별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리저리 경사진 지붕 위에 얹어 놓은 빨간 이태리제 기와가 햇빛을 받아 더없이 산뜻하게 보인다.
부채꼴 모양으로 안채와 사랑채가 가지런히 둘러선 그리찌아 펜션은, 마치 학이 나르는 형상이라고 한다. 펜션 건축에서 흔한 목조를 선택하지 않고, 콘크리트 벽체를 사용하여 심플하게 디자인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두 동의 건물에는 60평과 40평의 지하를 들이고, 그 위에 60평씩 모두 120평의 건물을 올렸다.
흥정계곡을 앞에 두고 실개천을 옆에 낀 배산임수의 명당자리 2000평의 땅에 연건평 220평의 건물을 앉혔다. 마치 산속 중세 수도원과 같은 고전적 운치와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곳이다.
샹그릴라 펜션 강구성 사장의 안내로 찾아갔을 때는, ‘그라찌아 하우스’의 펜션지기 정주훈(52세) 씨는 보이지 않았다. 금속을 다듬어 만든 작은 간판이 한가롭게 흔들리고, 뒷마당 작은 연못의 물고기 조형물 주둥이로 계곡물이 쉴새없이 쏟아졌다.
그는 지하 작업실에서 마침 금속공예품을 만드는 중이었다. 인근에서 주워 온 돌을 받침으로 하여 두 개의 강철을 기하학적으로 세운 멋진 옷걸이가 완성되고 있었다.
정주훈 사장은 산업디자인전의 추천작가로 유명한 현역 금속공예작가다. 오랫동안 한국디자인포장센터(현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에서 중요한 산업디자인정책을 다루다가 2002년 은퇴하면서 이곳에 눌러 앉았다.
이미 13년 전 일본 하꼬네 지역을 방문하여 펜션이라는 것을 처음 접한 바 있다. 그리고 5년 전에는 월드컵 디자인 총괄 차 유럽지역을 방문했을 때, 펜션에 관심을 가지면서 노후생활의 한 방편으로 펜션을 선택했다고 한다.
청정계곡에 자리한 조각공원? 펜션?
‘그라찌아 하우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듯했다. 먼저 공예작가인 부인 이정애 씨의 후원을 얻고, 큰딸과 둘째아들의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서울에서만 살아 온 부인은 시골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말했고, 큰딸은 펜션사장이라는 낯선 직함이 아무래도 결혼에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 있는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정주훈 사장은 무려 4개월에 걸쳐 가족들을 설득했고, 마침내 이해를 얻어서 부인과 함께 땅을 물색하러 다녔다. 그만큼 펜션에 대한 꿈이 깊고 뜨거웠다고 해야겠다.
현재의 땅은 그러한 열정이 가져온 소중한 열매이다. 무려 1년 동안 땅을 찾아 헤매고 다녔지만, 무턱대고 찾아다닌 것은 아니었다.
먼저 큰 지역을 선정했고 그리고 조금씩 범위를 좁히면서 최종적으로 흥정계곡을 선택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함께 동행하는 동안 펜션과 남편에 대한 부인의 이해가 더 깊어졌다는 점이다.
건축은 정주훈 사장의 동생인 건축가 정규훈 씨가 맡았다. 기본 디자인은 정 사장이 그렸고, 그것을 동생이 건축물로 승화시켰다. 설계에만 7개월 걸렸는데, 정 사장의 꿈을 꼼꼼하게 현실화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많은 자료를 검토한 끝에 지상에 노출된 건물은 주거와 휴식을 중심으로 한 심플한 공간으로 디자인하고, 지하에 감추어진 공간에는 갤러리와 카페, 홈시어터 등 다양한 서비스 공간을 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건물과 주차장을 제외한 부지 중심에 조각공원을 만들고, 물가를 따라 산책로를 내기로 했다.
조각공원에는 정적인 조각품 전시장이 아닌, 누구에게나 재미와 호기심, 감동을 느끼게 하는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조각들로 채울 계획이다. 돌과 금속, FRP 소재로 만든 다양한 모양의 모빌을 비롯하여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움직이는 조각품들이다.
지난 1월 중순에 오픈했지만 지하시설과 야외 조각공원은 아직 미완의 상태이다. 내년까지는 완성하여 이 지역 명소로 부각시킨다는 야심에 찬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그라찌아 하우스’는 규모가 큰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펜션 룸은 의외로 5실에 불과하다. 10평 규모의 룸 두 개와 복층으로 된 18평형이 두 개이고, 안채에 별도의 30평형을 마련했다.
고객들에게는 참으로 넉넉한 시설이다. 게다가 원하면 안채의 주방과 식당, 거실까지도 사용하도록 배려한다.
놀라운 것은 욕실의 타일과 거실의 마루 등 모두 스페인과 이태리에서 수입해 온 고급내장재를 사용했다. 또한 침대와 조명등, 옷걸이, 옷장, 커튼, 장식품 등 모두 정주훈 사장의 공예작품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방마다 느낌이 색다를 뿐 아니라 고품격 유럽풍 인테리어 분위기를 즐기도록 배려했다. 디자이너다운 솜씨가 곳곳에서 목격되는 현장이다.
펜션지기 정주훈 사장은 아직도 펜션에 대해 깊이 이해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펜션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펜션을 방문한 고객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더없이 즐거워서 이제는 노후의 답답함도 털어 버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흥정계곡의 청정한 자연 환경과 또 이 지역문화와 함께, ‘그라찌아 하우스’를 최선의 휴식처로 제공하고 싶다고 한다.
요즘 펜션 경영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하는데, 정 사장은 그라찌아 하우스가 어떤 펜션과도 차별화되는 분명한 개성과 테마가 있다는 점에서 자신을 갖는다고 한다.
아직도 외부 정원이 미완성된 상태인데도, 벌써 4번이나 찾아온 고객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면, 펜션지기의 자신감이 괜한 소리는 아닌 듯하다.
인근의 허브나라처럼 그라찌아 조각공원이 알려지게 되면 ‘그라찌아 하우스’는 흥정계곡이 낳은 또 하나의 명소가 될 날도 멀지 않았다. 田
■ 글 김창범
■ 사진 윤홍로 기자
∴ 그라찌아 하우스 : (033)335-8887, www.graziahou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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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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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성 강조한 아담한 집, 양평 30평 복층 철근콘크리트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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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길, 이미재 씨 부부는 2004년 1월, 경기 양평군 지제면 월산리에 전원주택을 짓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수십 년을 살아온 도시를 등지고 자연과 어우러져 자연인으로 삶을 살기 위해 전원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서울 국민은행 모 지점장을 역임한 건축주 이호길(65) 씨와 미술학원을 운영한 부인 이미재(56) 씨는 그동안 이럭저럭 바쁘게 살다보니 어느새 머리도 희끗희끗해졌다고 한다. 더 이상 답답한 서울에서 살기 싫었고, 흙 냄새 풀 냄새 물씬한 전원으로 가고 싶었다고.
많은 도시인이 전원생활을 꿈꾸지만 교육문제며 출퇴근 문제 그리고 지금껏 누려왔던 편의시설 등으로 실행에 옮기질 못하곤 한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더 이상 그러한 문제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됐기에 주저함 없이 전원행을 택했다.
새로운 삶의 장소로는 건축주의 유년시절 추억이 묻어 있는 곳을 택했다. 건축주는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나 양평군 지제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줄곧 도회지에서 생활했다.
지제면에는 지금도 초등학교 동문들과 친척 여럿이 살고 있다. 지제면 월산3리 이장 또한 건축주의 초등학교 동문이자 죽마고우이다.
너무나 오랜 시간 길들여진 도시생활 패턴을 완전히 벗어버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는 생각과 너무 외딴 곳에서는 외로움과 적적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곳을 선택했다.
건축주는 이장에게 “이곳에 집 지을 마땅한 부지를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고, 이장은 좋은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다가 소개해 준 곳이 지금의 자리다.
주변 환경과 부지 특성 고려해 지은 집
건축주는 2003년 3월 이장으로부터 소개 받은 농지 737평을 평당 12만 원에 구입했다. 이후 곧장 집 지을 준비에 들어갔다. 부지 중 150평을 대지로 전용하여 30평 주택을 짓기로 했다.
집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결정했다. 부지 특성상 목조나 황토집은 적당치 않다는 생각에 튼튼한 구조를 선택했다고.
“요즘 웰빙이다 해서 친환경적인 자재로 집을 많이 짓는 추세지만, 이곳은 워낙 습기가 많은 지역이어서 목조나 황토집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집은 튼튼하고 예쁘게 지을 수 있는 구조가 좋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결정했습니다.”
시공사는 MBC 건축박람회를 통해 알게 된 ‘기드온건설’로 선정했다. 전시회에서 수집한 카탈로그를 보고 전화를 했고,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건축주의 초등학교 후배였다고.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후배라는 점에 끌려, 그가 지은 주택 여러 채를 보고 난 후 맡기기로 했다.
공사는 2003년 4월 11일부터 시작했다. 널찍한 길부터 내고, 집 뒤로 옹벽도 쌓아야 했다. 부지가 논이어서 토목공사에만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공사기간 중 유난히 비가 많이 와서 자연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습기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 공사 중 결로가 생겨 적잖은 애를 먹기도 했다. 봄부터 시작한 공사는 이런저런 어려움 끝에 그해 가을 완공을 보았고, 이듬해 1월 입주했다. 건축비용은 총 1억5000만 원 정도 소요됐다.
작은 공간 뛰어난 공간 연출
양평군 지제면 일대는 땅값이 저렴한 편이지만 축사가 많아 전원주택 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곳은 축사도 없거니와 교통도 좋은 편이어서 전원생활을 위한 터로는 손색이 없다.
부지는 도로에서 적당히 떨어졌으면서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곳에 남향으로 집을 앉힘으로써 조망과 일조권을 확보했다. 외벽은 세라믹 벽돌로 마감하고, 단조롭지 않게 인조석과 돌출창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지붕은 이중그림자 아스팔트슁글로 마감했다.
정갈하게 꾸민 집 주위를 가만히 보면, 그 꼼꼼함에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500여 평의 비교적 넓은 텃밭에는 옥수수, 상추, 고추, 감자, 고구마, 가지, 호박, 참외, 수박 등 20여 종의 채소와 포도, 사과, 배 등 갖가지 유실수를 심어 놓았다. 그 틈 사이사이에 이름 모를 야생화도 군락을 이룬다.
텃밭도 그렇지만 건축주 부인이 무엇보다 좋아하는 곳은, 집 옆으로 흐르는 실개천을 이용해 만들어 놓은 옹달샘이다. 그 주위에는 야생화들과 미나리, 취나물, 돌나물, 딸기 등이 가득하다. 이곳을 가장 좋아한다는 안주인이 정성스레 가꿔 놓은 것이다. 그 옹달샘 위로는 새소리와 물소리를 들으며 전원생활의 여유를 즐기도록 정자를 마련해 놓았다.
집 내부는 부부만 생활하는 공간이기에 단순하면서도 실용성을 높였다. 연면적 30평으로 좀 작은 편이어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침실을 좁게 낸 대신 주방과 거실을 넓혔다.
부부침실은 박공지붕의 라인을 그대로 살려 천장을 높였고, 하얀 붙박이장을 이용해 깔끔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거실은 2층까지 시원스럽게 오픈하여 세련된 멋을 풍기도록 했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전면창과 두 개의 까치창으로는 풍부한 햇살이 들어오고, 전면창 앞으로는 온갖 채소와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루는 텃밭과 마을 전경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전원주택의 여유와 고급스런 미감이 배어나는 벽난로도 거실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을 톡톡히 한다.
거실에서 이어지는 주방과 식당은 하나의 공간으로 묶어서 주부의 동선을 고려해 설계, 시공했다. 조금은 좁은 느낌이 드는 공간이지만 별도의 다용도실과 보조 주방을 갖춰 활용도를 높였다. 주방 옆으로 아담한 덱을 마련해, 전원주택의 멋을 연출하고자 한 노력도 돋보인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가벼운 느낌의 목재를 이용해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오픈시켰다. 2층 방은 낮은 편이지만 비교적 넓은 공간을 확보해 서재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다. 방 옆으로는 주변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발코니를 내어 풍성한 전원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전원생활 재미에 푹 빠진 건축주 부부
건축주 부부는 몸에 꼭 맞는 집의 크기와 향과 전망이 좋아서 맘에 쏙 든다고 한다. 도시에서 살 때보다 오히려 더 바빠졌지만 먹을거리를 자급자족으로 해결할 수 있어서 좋다고.
“집의 크기도 몸에 꼭 맞고 향과 조망도 좋아서 맘에 쏙 들어요. 물 좋고, 공기 맑은 것은 말할 나위도 없고요. 또 야채나 과일 등 일부 먹을 것도 자급자족으로 해결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 특히 이곳에서 생활한 후 남편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저도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었는데 말끔히 사라졌어요.”
건축주 부부는 새로 시작한 전원생활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른단다. 앞으로 꽃, 야생화, 유실수 등을 보다 알차게 가꾸고 정원에 더 많은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田
■ 글 박창배 기자 / 사진 윤홍로 기자
■ 시공자사 인터뷰
연과 하나가 된 집
이 집은 향과 조망이 좋지만, 건폐율과 용적률 제한으로 건축면적이 30평으로 제한돼 있다. 따라서 실내공간은 답답하지 않고 시원스럽게 하고, 조망도 살릴 수 있도록 중(中) 2층으로 설계했다. 외부는 주변경관과 잘 조화를 이루도록 황토색의 세라믹 벽돌로 마감했고, 단조로움 피하기 위해 돌출창을 2개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기초공사를 할 때 연약지반, 즉 원 지반이 논자리라 물이 많이 나와서 애를 먹었다. 그래서 배수처리를 위해 유공관을 매설해 물길을 다른 데로 돌려야 했다. 또 공사하면서 결로가 많이 생겼고, 설상가상으로 공사 중 유난히 비가 많이 와서 불가피하게 공기에 차질을 빚었다.
함기용
■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양평군 지제면 월산리
·건축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건축면적 : 30평(1층 22.42평, 2층 7.65평)
·부지면적 : 737평
·대지면적 : 150평
·외벽마감 : 세라믹 중형 벽돌
·지붕마감 : 이중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내벽마감 : 석고보드 + 실크벽지
·천장마감 : 석고보드 + 실크벽지 + 천연무늬목 인테리어
·바닥마감 : 오크 온돌마루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건 축 비 : 총 9400만 원(평당 313만 원)
■ 설계·시공 : 기드온건설 02)3426-1834 www.gideon300.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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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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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레저용으로 지은, 원주 28.5평 통나무·황토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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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고속도로 확장과 중앙고속도로 개통 그리고 주5일 근무제의 확산으로 전원주택 요지로 떠오른 곳이 원주권이다. 여기에 2010년까지 제2영동고속도로와 서울-원주간, 원주-강릉간 복선전철이 완공될 예정이라 주목할 만하다.
그 가운데서 치악산권으로 통하는 원주와 새말, 신림나들목 등에서 20여 분 거리에 산과 계곡을 낀 곳이 각광을 받고 있다. 상주용보다는 주말·레저용 전원주택지인데, 여가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새롭게 자리매김을 한 ‘베이스 캠프’용이라 할 수 있다.
넉넉잡고 1시간 정도 드라이브를 하면 강원도 내 유명관광지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고속도로 개통 이후, 수도권보다는 조령산맥 이남의 대구·경북권 수요자들의 진출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신림나들목에서 20여 분 떨어진 신림면 구학리 불당골의 경우, 1년 전만 해도 치악산을 마주보는 자리에 펜션 한 채만 덩그러니 자리했다. 현재는 펜션뿐만 아니라 주말주택과, 전원카페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다.
황토마을 동호인단지가 그 중심에 서 있는데, 한 원주민은 “예전엔 전쟁을 피해 들어 온 피난민들이 화전을 일궈 입에 겨우 풀칠을 했던 곳인데 변해도 너무 변했다”고 말한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화전민촌이었으나, 정부에서 이들을 이주시키고 그 자리에 낙엽송을 심었다. 그렇게 해서 수령 30여 년 된 낙엽송이 불당골을 빽빽하게 감싸고 있다.
낙엽송은 일찍이 목구조 전통가옥이나 황포돛배의 몸통을 만드는 자재로 쓰였다. 지금도 낙엽송을 잇고 붙여 구조용 집성재로 가공해 목조주택을 짓는 데 사용한다. 황토마을 동호인단지도 부지를 조성할 때 베어낸 낙엽송을 구조재로 사용하고 있다.
국산 낙엽송과 황토벽돌로 지은 퓨전주택
황토마을 동호인단지에는 일곱 채의 집이 들어설 예정인데, 산자락을 헤집고 흐르는 맑은 계곡 우측에 자리한 집이 눈길을 끈다.
낙엽송과 황토벽돌을 혼합한 28.5평 퓨전주택으로 다용도실과 주방이 딸린 오각거실은 낙엽송을, 구들방과 욕실 쪽은 황토벽돌을 쌓아서 완성했다. 산자락을 떠받치려는 듯 처마를 길게 뽑은 지붕에는 굴참나무 너와를 얹어 토속미가 물씬하다.
건축주는 대구에서 비전건설사를 운영하는 장호열 씨로, 이 집을 설계·시공한 ‘통나무와 흙벽돌’ 대표 안영식 씨의 대학원 선배다. 안 씨는 땅을 매만지는 도시계획학을 전공했는데, 지금 일종의 외도(?)를 하고 있는 셈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땅을 팔아야 했는데, 그냥 팔면 헐값밖에 받지 못해 전공을 살려 땅을 포장(개발)해 가치를 높였어요. 개발 계획을 세워 오지도로개발 예산을 따내 길을 닦고 공장을 가동할 만큼의 전기를 끌들이고 해서 일부를 매각했죠.
그 걸로 본격적인 단지 조성에 나섰는데, 오지다 보니 모델하우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형님과 함께 구학산방을 지은 게 계기가 돼 전원주택에 손을 대고 있어요.”
이 집은 안영식 씨가 숙련된 목수들과 함께 여덟 번째로 지었다. 나무를 다듬어 엮은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사각사각’ 마당에 깔린 쇄석(碎石) 밟는 소리가 경쾌하다.
아름드리 나무의 껍질만 깎아 내 기둥을 세우고 너와를 얹은 계곡 옆의 정자가 산촌의 정취를 더한다. 이곳에 걸터앉아 집을 바라보니 가을 들녘만큼이나 벽이며 지붕이며 온통 황토색이다. 울타리라야 고작 나무를 깎아 등을 넣어 만든 기둥에 걸어 둔 줄 두 개가 전부다.
침목으로 만든 계단을 오르니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황토벽돌과 낙엽송을 쌓은 각기 다른 벽체가 어우러져 있다. 황토벽돌은 경기도 여주 인토문화연구소에서 황토에다 볏짚을 손으로 이겨 빚어 보름 이상 숙성시킨 것이다.
1년에 일주일 이상 영하 20도 밑으로 떨어지는 산간이라 황토벽돌을 가로가 아닌 세로로 쌓아올렸기에 벽 두께가 30센티미터에 달한다.
낙엽송으로 쌓은 벽체는 그 틈새를 황토로 메우고 내부는 아마인유를, 외부는 투명한 오일스테인을 발라 나무의 질감이 배어 난다. 또한 비로부터 벽체를 보호하고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처마를 1.6∼2미터로 뽑고 그 밑에 툇마루 격인 덱을 둘렀다.
지붕에 얹은 굴참나무 너와는, 요즘 산판(山坂)이 줄어들어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산판은 대개 나무에 물이 내리기 시작하는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 벌어지는데, 그곳을 수소문하여 1년간 집 지을 재목을 구해야 한다.
굴참나무 껍질로 지붕을 얹으면 굴피집, 세로로 쪼갠 송판을 얹으면 너와집이다. 너와는 현장에서 방수액에 20∼30분 담가 방수처리를 한 것으로 수명은 30년 정도다.
집터는 경사면을 절개하여 다진 후 콘크리트 기초를 했다. 땅 모양을 살려 오각으로 낸 거실 바닥에는 벌레가 꾀지 못하게 숯가루와 모래, 소금(20가마)을 깔고, 보일러 배관 후에 다시 모래와 소금, 황토를 깔았다.
숯가루는 너와를 만들고 난 껍질이나 자투리를 태워 만든 것이다. 이렇게 바닥을 깔고 나니 열 전도율이 높아 보일러를 조금만 가동해도 훈기가 가득하다.
거실에서 군불을 때는 온돌방에는 열기가 고르게 분산되도록 고래를 아(亞)자로 내 구들장을 얹은 후 황토를 바르고 삼베를 깔았다. 벽면은 원주 전통한지로 마감했고, 앉아서 산을 바라보게끔 창을 냈다.
주말·레저용 주택이다 보니 방에 들인 세간이라야 선반에 얹어진 이불과 목침(木枕)뿐이라 선방(禪房)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사로잡히게 한다.
북쪽에 창을 낸 주말·레저용 전원주택
현관을 지나 미닫이문을 열면 육중한 원목 마룻보와 대들보, 서까래, 기둥이 꽉 차게 들어온다. 북동향으로 앉혀진 28.5평의 아담한 집으로, 주방이 딸린 거실이 50퍼센트를 차지해 온돌방과 다용도실, 화장실이 협소한 편이다. 건축주는 상주용이 아닌 주말·레저용 전원주택이다 보니 방의 크기나 향에는 구애를 안 받는다고.
“대구에서 금요일 저녁에 출발하면 이곳까지 두 시간 남짓 걸리는데, 가족이나 친지들과 어울려 지내다 보면 날을 넘겨 잠들기 일쑵니다. 주로 거실에서 잠을 청하기에 방도 그만하면 족하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맘놓고 밀린 잠을 자니 눈부신 햇살은 오히려 방해만 될 뿐입니다.”
전통가옥에서는 서까래 위에 알매 흙을 받쳐 기와를 이기 위해 가는 나무 따위로 엮은 산자를 얹는다. 그런데 이 집은 서까래 위에 산자 대신 OSB합판을, 알매 흙 대신 단열재를 얹은 후 다시 OSB합판을 덮고 방수시트를 두 겹 깔아 굴참나무 너와를 얹었다.
서까래 틈새로 드러난 OSB합판에는 황토를 칠해 마감했다. 천장에 진흙을 올릴까도 생각했지만 균열이 가 흙가루가 떨어지면 번거로울뿐더러 외풍의 원인이 되기에 피했다고 한다.
한편 요즘 좋은 자재들이 쏟아져 나와 그걸 사용하면 공기도 줄어 여러 모로 경제적이라고 한다. 이 집을 통해 주거 목적에 따라 좌향(坐向)이나 집 구조가 바뀌고, 건축 자재의 발달에 따라 시공 기술도 바뀐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건축주는 이 집을 짓고 서울에서 대학에 재학 중인 아들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에 다니는 딸이 모이는 기회가 잦아졌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친지들과도 더욱 가깝게 지내게 됐다고.
“이 집을 짓기 전까지만 해도 바쁘다는 핑계로 온 가족이 한 곳에 모이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대구에서 서울에서 대전에서 주말여행 가는 기분으로 다들 모입니다. 친지들도 같은 고기라도 이곳에서 구워먹는 맛은 다르다며 언제 또 모이냐고 성화예요. 한 마디로 가족에겐 화목을, 친지들에겐 정을 잇게 하는 집이죠.”
다람쥐 쳇바퀴처럼 시계바늘에 쫓기는 경쟁사회에 살다 보니 언제부턴가 우리보다는 나라는 존재가 앞서게 됐다. 집 안에서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대화하기보다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여기에 대한 저항으로 표출된 것이 요즘 유행하는 웰빙, 즉 ‘참살이’일 것이다. 장호열 씨의 화목한 주말·레저용 전원주택을 통해 집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 본다. ‘참살이 집’을……. 田
■ 글 윤홍로 기자/ 사진 조영옥 기자
■ 건축정보
·위 치 :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구학리 불당골
·대지면적 : 340평
·건축면적 : 28.5평
·건축구조 : 흙벽돌+통나무 퓨전주택
·외벽마감 : 흙벽돌 줄눈마감+통나무 황토 메움
·내벽마감 : 흙벽돌 위 황토 모르타르, 통나무 황토 메움
·천장마감 : 노출 서까래
·바닥마감 : 온돌마루
·식수공급 : 지하수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건 축 비 : 평당 350만 원
■ 설계·시공 : 통나무와 흙벽돌(011-814-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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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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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 행복한 안식처, 양평 60평 스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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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발을 내딛자, ‘둥둥둥―’ 북소리가 들려온다. 본채 옆 작은 건물에서 북소리와 함께 사람의 그림자가 비친다. 건축주가 음악을 전공하는 아들을 위해 지은 음악실이다. 뿐만 아니라 좌측에 마련된 60평 규모의 수석(壽石)전시관은 많은 사람의 이목이 쏠리는 곳이다.
서울에서 생활하던 건축주는 1999년 전원생활을 결심하고, 2∼3년 동안 노력을 기울인 끝에 이곳에 2500여 평의 땅을 구입했다.
1년 남짓 토목 및 기초공사를 하면서 집터를 제외한 모든 공간을 정원으로 꾸몄다. 주택박람회를 참관하며 각종 자료를 수집했음을 물론, 전문서적과 인터넷을 통해 건축 구조를 구체화했다. 내구성과 단열성, 실용성을 지닌 스틸하우스로 결정하고, 2000년 3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사람과 집은 자연의 일부
“처음 땅을 봤을 때, ‘이런 야산에 어떻게 집을 짓지’라는 우려가 앞섰어요. 그런데 지형을 잘 활용하면 평지보다 낫겠다 싶더군요. 집터를 제외하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형을 자연스럽게 살려 전정(前庭), 집터, 후정(後庭) 이렇게 3단으로 꾸몄어요.”
집을 지으면서 정원에 주목(主木)으로 소나무를 심었는데, 이젠 제법 뿌리를 튼튼하게 내렸다. 집터가 야트막한 산자락에 자리해 전체적인 조경 개념도 산의 연결선상으로 잡았다.
산자락의 연장, 그리고 전정과 후정 사이에 집을 앉힌 숲 속의 전원주택이 됐다. 정원에는 잔디를 심고 군데군데 석재 조형물을 배치해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수석 애호가답게 자갈이 깔린 출입로를 갖가지 형상의 자연석으로 장식했다.
“남편은 젊어서부터 전국 유명 수석산지를 누비며 탐석했어요. 양생을 거쳐 고운 자태를 지닌 수석이 쌓이자, 자그마한 전시관 하나 갖고 싶다고 하더군요. 전원에 와서야 비로소 그 꿈을 이룬 겁니다. 작년엔 수석전시실 앞에 소나무 묘목 2000주를 심었어요. 그리고 스피커를 외부로 연결했는데, 나무도 음악을 들려주면 잘 자란다고도 하잖아요.”
봄이면 야생화 만발한 꽃동산 가운데 집이 위치한다.
1층은 거실과 부부침실, 게스트룸, 서재, 주방, 다용도실로 구성돼 있다. 1층 평면은 크게 침실, 거실, 주방부분으로 세분화됐다.
건축주의 성격이 예민한 편이어서 침실을 공용공간인 거실과 독립시켜 배치했다. 침실을 돌려 앉히고 단열에도 신경을 썼다. 침실에 들어서기까지는 두 개의 문을 만난다.
첫 번째 문에 통과해 침실로 들어서면 화장실과 드레스 룸이 나란히 하고, 그 반대편에는 파우더 룸이 위치한다. 두 번째 미닫이문을 통해 침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거실에서의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2층은 두 개의 자녀방과 발코니와 미니거실로 꾸몄다. 두 방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발코니에는 그네를 설치해 후정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거실에서 주방으로 분리되는 부분에는 통나무 원목 기둥을 세워 인테리어에 효과를 줬다. 또, 조명의 강약을 조절해서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세심함도 기울였다.
“3년째 생활하는데 단열과 통풍이 잘돼요. 저희 집 에어컨 없는 것 보이죠. 겨울에 가끔 ‘쩍-’하고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걸 결로 현상이라고 하나… 골조가 자리잡느라 그런다는 얘길 들었어요. 지금은 들리지 않더군요.”
이 집은 식수는 지하수를, 난방은 심야전기보일러를 이용하고 있다. 단열과 통풍이 잘돼 더위와 추위를 잊고 지낼 정도다. 한편 단독주택이다 보니 보안시스템을 설치했는데, 집을 비울 때 위안이 된다고.
전원생활에서 자가용은 이제 필수가 됐다. 가족 수만큼 준비해야 할 만큼… 하지만 건축주는 종종 기차를 이용해서 서울까지 출퇴근을 한다. 서울에서 양평까지는 기차로 50분 정도이고, 회사가 위치한 신설동은 청량리역과 가까워서 넉넉잡고 1시간이면 가능하다. 기차 안에서 책이며 신문, 잡지 보는 것을 즐긴다고 부인은 넌지시 말을 잇는다.
사람들은 왜 자연을 찾는가
요즈음 회색빛 도시를 뒤로하고 전원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 교육문제 때문에 주저하곤 하는데, 막상 전원에선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결혼해서도 전원생활을 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전원생활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미흡하나마 몇 가지 조언한다면 먼저, 부지런해야 합니다. 전원에서의 아침은 새벽 5시 정도에 시작되거든요. 둘째는 스스로 자연을 즐겨야 한다는 거죠. 그렇지 못한다면 전원생활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 올 거예요. 셋째는 집을 너무 크게 짓지 말라는 거죠. 관리하느라 전원생활은 아예 포기해야 되니까요.”
건축주 부인은 양평 시내 대형 마트에서 일주일 단위로 생필품을 구입한다. 이곳에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문화강좌가 있는데, 그 가운데 수영을 즐겨한다.
마음껏 드럼을 두드리며 꿈을 키울 수 있는 곳, 자연에 겸손한 자세로 공생할 수 있는 전원생활, 행복한 이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지는 곳, 그것이 바로 사람들이 그토록 자연을 찾아 이주하는 까닭이 아닐까 … 田
■ 글·사진 김혜영 기자
■ 건축정보
·주 소 :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대석리
·대지면적 : 2500평
·건축면적 : 60평(1층 45평, 2층 15평)
·건축구조 : 스틸하우스
·외벽마감 : 알루미늄 사이딩
·지붕마감 : 이중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내벽마감 : 석고보드 + 페인트, 실크벽지
·창 호 재 : 해강시스템 창호
·난방시설 : 심야전기보일러
·식수공급 : 지하수
·시공기간 : 2000년 3월∼10월
■ 설계 : 직영
■ 시공 : 예촌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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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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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집의 대중화 선언, 이천 50평복층 통나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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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이 일부 부유층의 별장으로 인식되던 때에는 통나무집이 주류를 이뤘다. 방향성 건강 물질인 피톤치드를 내 뿜으며, 실내 습도를 조절하고 열을 저장했다가 방출하는 등 통나무집이 지닌 장점은 매우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 경량목조주택이나 스틸하우스에 밀려나는 추세다. 그 이유는 비즈니스 사이클이 길기 때문인데, 즉 설계도면을 작성해 외국 자재회사에 보내면 구조계산을 거쳐 조립도면에 따라 가공된 자재가 들어오기까지 최소 4∼6개월이 소요된다. 그러다 보니 한 시공업체에서 통나무집을 1년에 세 채 짓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인건비 부담도 적잖다. 자연 여타 주택에 비해 가격이 높게 책정돼 경쟁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그러한 가운데 오랜 세월 고유의 컨셉으로 통나무집만 설계·시공해 온 정일품송(대표 강석찬)에서 통나무집의 대중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국내에 자동공정시스템을 갖추고 해외에만 의존하던 비즈니스 사이클을 단축함으로써 대량 생산체계를 갖춘 것이다. 물론 현장에서 조립도면에 따라 생산된 자재를 번호대로 쌓아 맞추면 되기에 시공이 간편하고 공기도 짧아 여러 모로 경제적이다.영동고속도로 양지나들목으로 나와 이천 방면 마장사거리 조금 못 미친 지점 우측에 파스텔 톤으로 벽체를 마감한 전원주택이 자리한다. 제법 물매 가파른 3개의 지붕과 입체적인 입면만 보면 목조주택이구나 하는 착각에 사로잡히게 한다. 둔중하고 경직스런 통나무집, 그것도 요즘에는 통나무 펜션이나 전원카페만 보아왔기 때문일까. 놀랍게도 이 집은 92밀리미터 사각 통나무를 쌓아 지은 전원주택이다. 논밭을 배경으로 평야형 전원단지 내 193평(공유면적 23평) 부지에 1층 30평, 2층 20평으로 앉혀져 있다.건축주는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서 목조주택 내·외장재와 인테리어 자재를 판매하는 우드홈의 김창구(38세) 대표다. 그런 그가 아이러니하게도 목조주택이 아닌 통나무집을 지은 것이다."앞으로 경쟁력 면에서 통나무집이 목조주택을 앞지를 겁니다. 목조주택시장은 작년에 비해 침체 그 자체입니다. 펜션 열기가 꺾이는 바람에 죽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죽고… 그런데도 건자재 가격은 올랐어요. 캐나다의 경우, 그동안 국내 전원주택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보다 20퍼센트 싸게 밀었으니까요. 올해는 전원주택시장이 위축되자 정책을 바꾼 탓인지 건자재 가격이 상승해 수급이 원활치 못해요.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북미 유럽 쪽에서 유행하는 통나무집이 훨씬 낫습니다. 건축 양식으로 볼 때 웰빙 열기하고도 맞아떨어지니까요."이 집은 건축주가 부인 황현수(38세) 씨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 선진(6년), 상민(4년) 군의 취향과 성격을 고려해 설계도면을 작성했다. 1층에는 부부를 위한 침실과 욕실, 주방 그리고 방문객을 위한 격조 높은 리빙룸과 함께 포근하고 친근감 넘치는 패밀리룸을 배치했다. 두 아들만의 독립공간인 2층에는 침실과 공부방을 배치했다.시공은 오뉴월 장마와 뙤약볕에서 진행됐는데, 비와 햇빛에 노출됐음에도 자재는 갈라지거나 뒤틀리지 않았다. 건조 과정을 거쳐 적합한 함수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콘크리트 기초 위에 일련 번호대로 쌓기 시작한 벽체는 일주일 만에 완성됐다. 92밀리미터 사각 통나무 그 자체가 내·외벽이고 단열재이며 마감재라 별다른 내벽 인테리어가 필요 없다. 1층 바닥재는 주방과 리빙룸은 산뜻한 대리석으로, 패밀리룸과 침실은 따뜻한 느낌의 원목마루를 사용했다. 건축주는 방을 제외한 1층 전체를 대리석을 깔려고 했으나, 공사 중 미끄러질 우려가 있다는 반대로 원목마루를 일부 택했다. 지내다 보니 대리석 표면에 코팅처리가 돼 있어 미끄럽지 않으며, 열전도율이 뛰어나 한번 데우면 오래 간다고 한다.사방으로 창을 많이 내 전망이 빼어난데,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열 차단 효과까지 고려해 커튼대신 깔끔한 목재 블라인드를 달았다. 리빙룸하고 맞붙은 주방은 화이트 톤으로 심플하게 꾸미고 주부의 눈높이에 맞춰 창을 내 피로함을 덜게 했다. 또 샤워부스를 사이에 두고 욕조를 들인 안방 욕실과 거실 욕실이 맞붙어 있다. 안방 욕실은 2층 아이들의 공부방 밑에 있는데, 다양한 각도의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해 입체형으로 벽체를 구성했다.2층 바닥에는 한국적 온돌구조의 장점과 공기 운동 에너지를 과학적으로 접목시킨 온돌 패널 에어보드를 깔았다. 밟을 때 감촉이 좋고 층간 소음까지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집 뒤의 후정(後庭)과 드넓게 펼쳐진 논밭을 맘껏 조망하도록 낸 발코니는 아이들의 보금자리가 됐다.통나무집이다 보니 내벽 그 자체만으로도 인테리어 효과가 빼어나다. 천장은 벽체와 같은 느낌을 주는 루바 대신 차분한 분위기 연출을 위해 석고보드를 댄 후 천연페인트를 칠했다. 설계도면에 맞춰 정확한 치수대로 가공 생산된 자재를 조립했기에 공기도 짧았고 건축 폐기물도 적게 나왔다.통나무와 경량목구조의 만남이렇듯 내부는 통나무집의 중후함이 살아있는데, 외부는 목조주택의 화려함을 지니고 있다. 그 이유는 다각형 입면을 한 거실 부분을 2″×4″ 경량목구조로 하고 시다 베벨사이딩으로 마감했기 때문이다. 또한 입체적인 지붕의 비밀은 공장에서 제작한 기성 트러스(Truss) 자재에 숨겨져 있다. 욕실과 리빙룸의 다각형 경량목구조를 감싼 외장재는 1″×8″ 시다 베벨사이딩인데, 통나무 벽체하고 수평을 맞추기 위해 잘라서 사용했다.통나무집은 외기에 노출돼 색이 변하는 것을 방지하고 벌레가 꾀는 것을 막기 위해 외벽에는 주로 오일스테인을 칠한다. 그런데 이 집은 은은한 녹연두색의 오버코트를 칠했다. 이것은 강한 접착성과 신축성으로 미세한 크랙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들뜨지 않게 한다. 유럽 쪽에서 흔히 사용하는 것으로 페인트칠보다 쉬우며, 50평이면 벽 평수가 70∼80평 정도인데 40리터 정도가 들었다.그렇다면 통나무집은 그 자체만으로 목조주택이나 스틸하우스처럼 입면을 화려하게 할 수는 없는 걸까? 자재와 자재가 맞물리는 부분의 각도를 다양하게 가공하면 가능하다. 정일품송에서는 목조주택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입체적인 통나무집 자재 생산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이 집에는 거실과 통하는 뒤편에 후정 개념으로 30평의 덱을 설치했다. 끄트머리에는 덱을 뚫고 일정 간격으로 제법 큰 나무가 자란다. 단지를 조성할 때 경계를 표시한 것인데, 집을 지으려고 측량하다 보니 나무가 경계선 안쪽에 자리했다. 그 나무가 멋진 그늘막 역할을 하여 목재 테이블에 파라솔이 필요 없어졌다. 전면과 좌측엔 논밭이 있고, 우측은 도로보다 단이 높아 자연스럽게 프라이버시를 보장받는 공간이 됐다.집 전면에도 8평 정도의 덱을 설치하고 하얀색 난간을 깔끔하게 둘렀다. 2층 방 앞에 낸 발코니는 6″×6″ 로그를 가공한 기둥이 받치고 있는데 현관의 포치 역할도 겸한다.안팎이 통나무다 보니 상큼한 목향(木香)이 집안 가득 은은하게 풍긴다는 부인 황현수 씨."전원으로 오기 전에는 송파구 빌라에서 살았어요. 금년 7월, 그 집을 전세 놓고 이사오기 전까지만 해도 애들 교육문제하며, 제 성격이 활달한 편이라 답답하지나 않을까 걱정했어요. 이주하고 보니 주변에 명문 고등학교가 있고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불편함을 모르고 지내요. 통나무집에서 몇 달 지내다 보니 지금은 예전에 살던 집에선 못살 것 같아요."통나무집은 건강주택이라는 것 말고도 본능적으로 친근감을 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혹자는 나무와 인간의 파장이 비슷해 부드럽고 따뜻함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살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집이라면, 통나무집이 지닌 가치는 무한하다 할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田■ 글 윤홍로 기자 / 사진 김혜영 기자■ 건축정보·주 소 :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양촌리·대지면적 : 193평·건축면적 : 50평(1층 30평, 2층 20평)·건축구조 : 92밀리미터 사각 통나무집(일부 2″×4″ 경량 목구조)·외벽마감 : 통나무 위 오버코트·내벽마감 : 통나무·지붕마감 : 아스팔트 슁글·창 호 재 : 시스템창호·난방시설 : 기름보일러·시공기간 : 2004년 5월∼6월·건 축 비 : 평당 420만 원■ 시공 : 우드홈 (031)631-8929 www.ewoodho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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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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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의 맑은 공기를 안은, 칠곡 58평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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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마당에서 축구를 하며 뛰노는 막내아들도 이제는 시내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답답하게 느끼고 있다며, 건축주 부인은 전원생활의 여유로움을 예찬한다.
“학교 교육도 중요하지만, 인성 교육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면서 “지금은 성장한 아이들을 키울 때하고는 또 다른 지금의 자연환경은, 막내아들이 성장하는 데 있어 보다 자유롭고 감성을 풍부하게 하는 데 충분하다”는 말에는 전원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배어 있다.
많은 사람이 널찍한 마당에 잔디를 심고, 그 앞으로 시원스럽게 펼쳐진 전경을 즐기며 맑은 공기를 맘껏 마시는 전원생활을 원하지만, 그것을 현실로 옮기기란 그리 쉽지 않다.
건축주 권희창 씨도 30대 후반부터 전원생활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청도 등지에 땅을 알아봤다. 하지만 마음에 딱 드는 땅을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 기다림이 필요했다.
대구에서 20년 넘게 아파트생활을 한 그는 더 늦기 전에 전원생활을 하려고, 2001년 팔공산 주변에 600여 평의 부지를 구입하여 2004년 6월에 집을 짓고 입주했다.
시내 한복판의 자동차 소음을 뒤로하고, 이름 모를 새의 지저귐을 들으며 지내는 것은 좋았지만, 중학교 1학년인 막내아들의 등하교가 걱정이 됐다. 하지만 건축주가 출근길에 등교를 돕고, 대학을 졸업한 다른 형제들의 도움으로 하교를 하는 등 생각만큼 불편하지는 않다고.
부인도 장을 보거나 생필품을 구입하는 데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가까운 곳에 대형 마트가 있고, 대구시까지 자동차로 30분이 채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건축미는 편리함에서 나온다
건축면적 58평의 복층 목조주택인 이 집은, 2004년 2월 말에 공사를 시작해 약 4개월 만에 완공했다. 무엇보다 개방감을 살린 팔각지붕의 천장이 높은 거실이 눈에 띄는데, 소나무 질감의 서까래를 노출시켜 목조주택의 분위기를 살렸다.
(주)21세기주택산업 대구사업소 이성호 소장은 영남지방에서 많은 목조주택을 지었지만 팔각지붕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팔각지붕 시공은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본사에서 숙련된 골조팀이 내려와 함께 일하면서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서까래를 자르고 맞춰 잇는 과정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결과도 아주 흡족했지만 저 자신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현관에 들어서면 전면 계단실을 사이에 두고 왼편에는 거실과 주방이, 오른편에는 마스터존이 있다. 현관에서 거실로 통하는 곳에 미닫이문을 설치했으며, 현관 입구 수납장 윗면에는 파유리를 사용해 거실 내부가 잘 보이지 않도록 함으로써 독립성을 강조했다.
거실과 나란히 자리한 넓은 주방에는 ‘ㄷ’자 모양으로 가구를 배치해 움직임을 최대한 줄였으며, 여유공간을 십분 활용해 식탁을 배치했다. 거실과 연결된 주방에서도 거실창을 통해 전원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현관 오른편에는 안방과 욕실, 서재가 나란히 자리한다. 건축주가 주로 사용하는 공간을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해 편리성을 강조한 것이다. 안방에는 파우더룸과 드레스룸이 복도식으로 이어져 있어 편리함을 더한다.
정원을 바라보는 안방 창문은 부부의 프라이버시를 살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 한지를 바른 창으로 햇살이 은은하게 들어와 부드러운 채광으로 인해 고풍스러운 느낌이 든다.
마스터존의 욕실은 파우더룸과 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다. 좁은 공간의 파우더룸이 자칫 답답해 보일 수 있어, 한쪽 벽면 일부분에 유리블록을 사용했다.
이 유리블록은 파우더룸의 조명을 욕실로 끌어들여 간접 조명 효과를 보고 있다. 욕실에서 문을 열 때 유리블록의 은은한 조명으로 인해 어두운 공간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안방과 욕실로 이어지는 코너에는 개수대를 설치해 간단히 손을 씻도록 했다. 물을 쓰는 공간이므로 벽지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석을 다듬어 만든 백각스톤을 사용했다. 자연석의 거친 질감과 부분조명이 어울려 고급스러운 갤러리 분위기가 나는 이곳은 건축주의 주문으로 시공한 부분이다.
2층에는 3자녀들을 위한 방과 욕실이 있다. 1층 마스터존 위에 자리한 2층 거실에는 벽난로와 앤틱 풍의 수납장을 두어 따뜻한 느낌을 연출했다. 거실 중앙에는 피아노와 흔들의자를 같이 배치해 편안한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평소에 인테리어 잡지를 보며 집안을 꾸민 부인의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1층 거실의 천장등은 물론, 집안 구석구석에 사용된 장식등은 서울의 인사동과 여러 조명업체 등을 직접 둘러보며 고른 제품이다.
특히 외부에서 라운드형의 거실창을 통해 2층의 천장등을 보면, 마치 실내에 달이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부지런히 발품 판 보람 느껴
이 집의 실내 분위기는 세련된 고급주택을 연상케 한다. 건축주 부부가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틈나는 대로 인테리어 관련 잡지를 보고, 모델하우스와 건축 관련 박람회 등을 많이 다니면서 모은 정보들을 적용했다.
“현관의 파유리도 시내의 한 모델하우스에 설치된 것을 보고, 특별히 주문한 겁니다. 수납장도 특이한데 거실에서 열면 오디오가 보이고, 현관 쪽에서 열면 복잡한 오디오의 전선들이 보이거든요.”
이 수납장 역시, 건축주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것이다. 오디오를 설치할 때 복잡한 전선들은 미관뿐만 아니라 작업하는데 불편하다는 점에서 착안해, 벽면에 설치한 수납장의 문을 양쪽에서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공간별로 서로 다른 모양의 벽지 또한 눈에 띈다. 이 역시 부인의 인테리어 감각이 빛난다. 지사(紙絲)벽지로, 마를 가공해 만든 천연 벽지이다.
실내의 앤틱가구와 잘 어울려 한층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손으로 한땀 한땀 정성을 들여 만든 퀼트이불과 거실의 테이블-보 등이 차가워지는 계절에 더욱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건축주 부부는 의자 하나, 테이블 하나를 사더라도 10군데 정도의 업체를 둘러보고, 또 한 업체에서 여러 가구를 한꺼번에 사지 않았다.
업체별로 특색 있는 제품을 하나씩만 골라서 산 덕분에, 전체적인 가구 분위기는 비슷한 느낌이 들면서도 각각 특색을 갖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하나씩 직접 발품을 팔며 골라온 것들로 집안을 꾸미고 나니, 더 큰 보람이 느껴진다고.
건축주 부인은 이제 막 전원생활을 시작한 만큼, 손 댈 곳이 많다고 바쁜 마음을 표현했다. 공사진행 시 망가진 잔디밭도 손질해야 하고, 집 뒤편에 있는 연못도 아직 다 못 꾸민 상태고, 마당에 심어놓은 꽃들도 자리잡으려면 관리가 더 필요한데…….
겨울이 지나면, 텃밭을 조금 늘려 먹거리를 직접 가꿔야 한다며, 앞으로의 전원생활에 대한 또 다른 기대를 나타냈다. 田
■ 글·사진 조영옥 기자
■ 건축정보
·위 치 : 경북 칠곡군 동명면
·건축구조 : 경량 목구조
·부지면적 : 600평
·건축면적 : 58평(1층 34평, 2층 24평)
·지 붕 재 : 이중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외 벽 재 : 시멘트사이딩
·내 벽 재 : 지사벽지
·난 방 : 기름보일러
·식 수 : 지하수
·건 축 비 : 평당 400만 원
·시공기간 : 2004년 2월~6월
■ 설계·시공 : (주)21세기주택산업 대구사업소 053-817-0322 / 016-624-0322
www.21c-hous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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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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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으로 정원을 꾸민 양평 57평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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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에 꿈의 전원주택을 지은 U.O.S주택 장경태(37) 본부장에게는 5살 난 아들이 있다. 서울에서 아파트생활을 할 때는 아들에게 ‘―하지 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지냈다.
하지만 올해 3월, 전원생활을 하면서 부정적인 말보다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한다. 그래서인지 아들의 성격이 훨씬 쾌활해졌으며, 무엇보다 아토피성 피부염이 말끔하게 나았다.
“아버지께서 평소 ‘은퇴하면 전원에서 생활해야지’하고 말했어요. 제가 집 짓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지 매입부터 설계, 시공을 도맡게 된 거죠.”
장경태 씨는 모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다가 2년 전부터 설계사무소 U.O.S주택의 시공팀장을 맡고 있다. 줄곧 같은 분야의 일만 해왔기에 ‘사람 사는 집’에 대한 자부심과 고집이 남다르다.
부모님과 장경태 씨 부부, 5살 난 아들 이렇게 3대가 각자의 생활공간에 만족하도록 집을 설계하기까지 적잖은 어려움이 따랐다. 부모님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작년에 은퇴했는데, 고향 냄새 물씬 풍기는 곳에 집 짓기를 원했다.
다행스럽게도 현지에 대지 290평을 평당 40만 원에 구입해, 집터를 제외하고 모두 정원과 텃밭으로 꾸몄다. 140여 평의 적지 않은 텃밭이지만, 농사 경험이 있다 보니 텃밭을 일구는 데 그리 어려움은 없다.
집을 조성할 때, 무엇보다 텃밭에 중점을 뒀다. 텃밭이 전원생활의 일부가 되기를 원했기에,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닌 시각적으로도 즐거움을 안겨다 주는 공간으로 꾸민 것이다. 부모님은 물론 집 구경을 온 사람들도 텃밭을 보고 매우 좋아할 정도니 가히 짐작이 간다.
석축을 포함한 기초공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이어졌으며 1000만 원이 소요됐다. 설계 단계에서는 이장을 비롯하여 마을 주민을 찾아 부모님이 생활할 집을 짓고자 하는데 조금 시끄러울지도 모르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집을 지을 때도 주민 불편을 최소화함으로써 아무런 갈등을 빚지 않았다.
온 가족이 따로 또 같이 하는 곳
1층에는 부모님을 위한 안방과 서재, 벽난로가 설치된 넓은 거실, 식당, 다용도실이 딸린 주방을 배치했다. 온 가족이 모여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공용공간과 부모님을 위한 독립공간 구성에 중점을 뒀다. 2층에는 부부침실과 홈-바를 염두에 두고 테이블을 배치한 작은 거실이 있다. 또한 방문객을 위한 별도의 게스트 룸도 마련했다.
실내는 흰색 톤의 천연페인트와 실크벽지로 마감하여 깔끔하게 정돈된 분위기다. 미닫이문을 이용하여 거실과 주방을 독립공간으로 꾸몄다. 계단을 따라 설치된 벽면을 뚫어 인테리어 효과를 높였다. 40도로 물매 심한 지붕에는 2개의 천창(Top-Light)을 뚫어 채광을 보충했다.
“계획할 때, 텃밭으로 이어진 12평의 넓은 덱(Deck)이 좀더 활기찬 공간이 되길 원했습니다. 밭에서 노동 후엔 휴식을, 또 수확물을 다듬거나 건조하는 곳으로 말입니다. 또한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시원스레 트인 전원의 풍경을 감상하며 바비큐를 즐기는 외부 거실의 역할까지 하도록 고려했습니다.”
이곳은 지형이 높은 편이라 서울과는 3도 정도의 기온 차가 난다. 따라서 단열과 보온을 위해 벽구조를 외벽은 2″×6″로, 내벽은 2″×4″로 했으며, 보조 난방을 위해 벽난로를 설치했다.
목조주택에 대한 오해
“목조주택은 장점을 많이 지녔으면서도 몇 가지 우려 때문에 기피하는 현상이 있습니다. 쉬이 썩거나 벌레가 꾀고, 유지 관리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구조재로 사용하는 목재는 KD(Kiln-Dry : 인공 건조)과정을 거쳐 습기뿐만 아니라 병충해나 부패에도 강합니다. 관리는 공사 단계에서 시공자가 조금만 신경을 써 주고, 덱처럼 외기에 노출된 부분은 3년에 한 번씩 오일스테인을 칠해 주면 거뜬합니다.”
목조주택의 또 하나의 특징인 2층의 진동과 소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30데니어(Denier)짜리 흡음재를 별도로 사용했다. 또 난방 배관을 하고 기계 미장을 꼼꼼하게 했고, 1층 천장에도 소음 차단용 흡음재를 사용했다. 목조주택의 소음은 요즘 자재와 공법의 발달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집 앞으론 중첩한 산들이 마치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듯하다. 앞산이 용문산 정상이고 두 번째 뾰족한 봉우리가 백운봉이다. 근처에 있는 사나사계곡은 그 진입로부터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차분해지는 곳, 이렇게 자연을 통해 배운 너그러움은 아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많은 사람이 전원생활을 망설이는데, 버릴 것은 훌훌 털어 버리라는 말을 해주고 싶네요. 부모님은 봄에는 산나물 뜯고, 텃밭을 가꾸는 게 주요 일과죠. 이곳엔 3, 8일 장이 서요. 장을 보는 걸로 지루함을 달래기도 하는데, 장터에서 강아지를 한 마리 구했죠. 아이의 교육 문제는 도회지에서 이곳으로 이주해 온 이웃들과 상의하기도 해요.”
집은 휴식을 주는 곳뿐만 아니라 살아 숨쉬는, 즉 주택 내부와 외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고, 건축주가 만족할 만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게 장 본부장이 고집하는 전원주택의 기본 원칙이다. 田
■ 글·사진 김혜영 기자
■ 시공사 인터뷰
해맑은 웃음 가득한 정원
아이들이 가족과 어울려 맘껏 뛰놀 수 있는 웃음 가득한 정원이길 바랐다. 자연의 일부로, 인공적으로 화려하게 꾸민 그런 정원은 아니다. 파릇한 잔디 위에 허전하지 않을 만큼 나무를 심고 꽃향기에 나비가 찾아오면 족하다. 전원주택은 전원생활을 소망했던 이들에게 휴식만을 제공해 주는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니라, 계절에 따른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 새로운 활력소를 얻는 공간이길 바란다. 대지의 포근함 속에서 땀방울의 단맛과 불어오는 바람의 시원함 그 이상의 느낌을 얻는 공간, 도시생활에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것들이다. 초기 단계에서부터 아름다운 텃밭을 구상했다. 자그마한 수고 속에서 풍요로운 결실만을 얻는 곳이 아닌, 생활의 일부로 때론 쳐다만 봐도 흐뭇하고 자랑하고픈 그런 정원 같은 텃밭을 꾸미기로 했다.
■ 건축정보
·주 소 :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
·대지면적 : 290평
·건축면적 : 57평(1층 38평, 2층 19평)
·건축구조 : (2″×6″)+(2″×4″) 경량 목구조
·외벽마감 : 시멘트 사이딩
·지붕마감 : 이중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내벽마감 : 천연페인트, 실크벽지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단 열 재 : 인슐레이션
·난방시설 : 기름보일러
·바닥마감 : I-joist 바닥장선 + 난방 XL파이프 + 방바닥 미장 + 온돌마루
·시공기간 : 2003년 12월~2004년 2월
■ 설계·시공·감리 : 건축사무소 U.O.S
02-542-1932, 011-9713-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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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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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Garden] 정원만들기의 수확 - 가을정원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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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있어 가을은 풍요로운 수확을 얻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다음 해 멋진 정원을 위해 준비를 해야하는 때이기도 하다. 봄과 여름 내내 뜨거운 태양을 받으며, 마음껏 자라났던 정원의 식물들도 이제는 한 해를 마감해야 하므로 그 어느때보다 철저한 준비를 해야한다. 익어가는 가을의 정원을 감상하는 한편, 다음해 또 멋진 정원을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점검해보도록 한다. ■ 글 싣는 순서·스스로 만들어보는 정원이야기 ·정원만들기 준비하기 ·진입로 만들기 ·목재덱(Deck) 만들기 ·목재 휀스 만들기 ·연못 만들기 ·장미정원 만들기 ·바위정원 만들기 ·정원만들기의 수확 ·겨울정원 만들기 ·어린이를 위한 정원 만들기 ·정원예산 짜기 정원의 사계 중 가을은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이다. 물론 봄에 시작한 정원 일을 여름 내내 충실히 실행했다면 말이다. 아울러 가을 정원은 무엇이 부족했고 만족스러웠는지 지난날의 일을 돌이켜보게 하는 깊은 사색을 요구한다. 풍요로운 가을 정원가을의 햇살은 여전히 따갑다. 마치 맛있는 음식을 조리할 때, 불의 마지막 단계를 달구는 듯하다. 도시의 정원은 전원주택과 달리 충분한 햇빛을 받기 힘들고, 충분한 토심(土深)을 취하기도 힘들기에 유실수를 제대로 가꾸기 힘들다. 도시에서 병충해가 없는 목련이나 개나리, 황매화, 철쭉, 수국 등을 주로 심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혹시라도 도심에서 감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을 발견하면 그 정원의 주인은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가을의 정원을 풍요롭게 하는 나무는 감나무다. 감나무가 높게 자랄 수 있는 자리를 찾아서 막대를 꽂아 보자. 내년 봄에도 잊지 않고 위치를 기억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내친김에 서쪽에 심을 나무도 골라보자. 서향의 빛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한다. 서향의 창을 가능한 작게 내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느릅나무처럼 잎이 무성한 나무를 심는 것은 따가운 햇살을 막아준다. 집의 뒤쪽(북쪽)에는 살구나무, 자두나무, 앵두나무와 같은 유실수를 많이 심는 것이 좋다.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심는 것이 산책하면서 관리하기에도 좋다. 특히 앵두나무는 정원에서 인기 있는 종류이기도 한데, 크게 자라지 않을 뿐더러 관리하기도 쉽다. 대개의 유실수처럼 비옥하고 습기 있는 곳을 좋아한다. 양앵두(체리)와 블루베리 같은 다양한 종류를 함께 심는 것도 이채롭다. 이른 봄에 노란 꽃을 피우는 산수유 열매도 좋다. 마치 풍경화를 그리듯 정원에 노란색을 칠한다고 생각하고 심을 자리를 골라보자. 그리고 모기를 쫓는다고 알려진 산초나무도 좋다.그밖에 유실수로는 모과나무, 석류나무, 산사나무, 대추나무, 매실나무, 복숭아, 포도나무 등이 있다. 유실수를 심을 때는 직접 고르고 심는 것이 좋다. 가을에는 유실수 농장을 방문해서 어떤 품종인지 어떤 열매를 맺는지 직접 확인하고 심을 자리를 미리 파서 퇴비를 묻어둔 후 봄에 심는 것이 좋다. 직접 심어야 토심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색채의 향연기나긴 여름의 녹색은 지루하고 단조롭다. 가을이 아름다운 것은 단연 단풍 때문이다. 가을을 맞이한 정원의 색채 변화를 유심히 살펴보자. 어느 나무에서부터 단풍이 들고 어느 나무로 마감하는지 자연과학도처럼 관찰해 보고 새로운 색채의 향연을 그려보자.단풍나무의 색이 단연 돋보이는 것은 내장단풍이다. 잎이 크지 않고 많이 갈라져 있다. 구할 수만 있다면 인위적인 냄새가 나는 노무라단풍(홍단풍)대신 내장단풍이나 애기단풍 여러 주를 모아서 작은 내장산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관목으로는 화살나무의 단풍색이 단연 돋보인다. 봄의 새순은 나물로도 최고로 쳐주는 데다 한약재로 쓰이기도 한다니 여간 탐나는 나무가 아니다.노란색의 단풍을 자랑하는 것은 은행나무가 압권이다. 하지만 감나무보다 더 크게 자랄 자리를 필요로 한다. 대신에 계수나무를 심는 것도 좋다. 일찍 단풍이 드는 마가목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나무이다.가을의 숙근초계절마다 꽃이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피우게 하는 일은 쉽지 않다. 모든 꽃이 일제히 꽃을 피우는 봄과 이국적인 초화류를 심은 여름을 지나 가을이 오면 정원은 한순간 공허한 듯하다. 이때 가을 정원을 장식하는 것은 들국화 종류이다. 만약 가을 야생화(자생화)의 품격을 논해야 한다면 한라구절초[Chrysanthemum zawadskii Herbich spp. coreanum (Nakai) YN.Lee]를 제일로 치고 싶다. 물론 낙동구절초나 울릉국화도 보았지만 한라구절초만은 못한 것 같다. 벌개미취는 잣나무 밑에서도 왕성한 번식력을 보인다. 이식도 쉬운 편이어서 이웃과 나누기에도 좋다. 보라색꽃이 피는 용담과 층층꽃 또한 매력이 넘친다.새로운 정원을 위한 준비 가을에는 나무를 심기보다는 꽃씨를 마련해 보면 좋다. 이웃의 정원들을 방문해 보면 야생화들의 씨앗이 여물기 시작한다. 이런 것들을 하나씩 모아가면서 내년 봄 새로운 정원을 계획한다. 꼼꼼하게 이름도 하나씩 알아가고, 식물명찰이나 식물일지도 준비하는 것도 좋다. 아무래도 가을은 수확하는 계절이다. 그리고 가을에 심을 구근을 주문해서 심는 것도 잊지 말자. 가을에는 전정을 하기에 좋지 않다. 가을에 지나치게 나무 모양을 생각해서 자르게 되면 겨울을 날 때 나무가 동해를 입기 쉽다. 너무 길게 자란 가지나 안쪽으로 겹쳐 자란 가지를 잘라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대신 퇴비를 충분히 주도록 하자. 화학비료를 너무 많이 주면 지나치게 자란 약한 가지가 동해를 받기 쉽다는 것도 감안하자. 田■ 글 이진규<네이처조경디자인 대표> (02)569-9427, www.flower-wol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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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