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보기
-
-
[HAPPY D.I.Y] 다용도 시계함 만들기
-
-
개인 소지품을 보관할 수 있는 간단한 수납 박스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는지? 휴대폰이나 자동차 키, 명함 케이스, 지갑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선반과 시계를 응용하면 그 효율성은 두 배가 된다. 집 안에 걸어 사용할 예쁜 다용도 시계함을 만들어 보자.1 디자인 : 이번에는 수납 박스와 시계를 조합하는 모양을 원하기에 2개의 형태를 별도로 그린다. 그림 중 위의 박스는 다용도 수납함이고, 아래의 우물 정(井)자 모양은 시계를 응용한 문이 된다. 2 시계 부품 준비 : 원목을 자르기 전에 시계 부품(무브먼트, 바늘, 배터리)을 준비해야 시계의 크기를 정할 수 있다. 부품은 싫증난 시계를 활용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3 재단 : 여기에서는 1×4인치(두께 18 × 폭 89 × 길이 3600㎜)의 원목을 사용한다. 먼저 문(시계판) 부분의 원목을 재단하고, 수납 박스에 사용할 원목은 시계를 완성한 후에 그 크기에 맞추어 재단을 한다. 문 모양이 우물 정(井)자 디자인이므로 길이 40센티미터짜리를 2개만 재단하면 된다(필요로 하는 나무 수량은 4개지만 재단 후 2등분 켜기를 하여 사용할 예정이므로 원목의 재단은 2개만 있으면 된다).
4 켜기 : 1×4인치 원목의 폭이 89밀리미터이므로 2등분 켜기를 하면 약 4센티미터 정도의 프레임을 얻을 수 있다. 켜기 과정을 하고 나면 프레임용 원목이 4개가 된다. 5 홈 파기 : 재단과 켜기를 끝냈으므로 이젠 반턱맞춤을 위한 홈 파기를 한다. 사진처럼 재단기를 이용하면 양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이때에 주의 사항은 톱날의 높이는 약 9밀리미터 정도(1×4인치의 두께가 18㎜이므로)로 조정해 톱날의 두께(약 3㎜)만큼씩 원목을 날려 버린다. 6 가조립 : 시계 프레임을 가조립. 이 과정에서 계획한 대로 디자인의 느낌이 제대로 표현됐는지 확인한다. 7 홈 따기 : 시계판 부착을 위해 프레임의 뒷부분에 홈 따기. 시계판으로 사용할 원목 합판(4.8㎜)을 결합하기 위해 핸드 루터(Router)를 이용해 프레임의 뒷부분에 홈 따기를 한다. 이 때는 시계판으로 사용할 원목 합판의 견본(두께)을 준비해야 루터를 세팅할 수 있다.
8 가조립한 시계판의 앞면. 9 홈 따기가 끝난 시계판의 뒷면. 10 시계판 자르기 : 시계판으로 사용할 원목 합판을 홈 따기를 한 프레임의 크기에 맞춰 재단한다. 11 드릴링 : 시계판으로 사용할 원목 합판에 바늘의 위치와 프레임에 연결할 곳을 표시한 후 드릴링을 한다. 시계의 무브먼트 연결용 드릴은 10밀리미터를 사용하고, 프레임에 조립을 위한 드릴은 3밀리미터를 사용해 구멍을 뚫는다.
12 재단 및 켜기 : 이미 제작된 문(시계판)의 크기를 감안해 수납함의 크기를 결정하고, 수납함에 사용할 원목에 자르기, 켜기를 한다. 13 홈 따기 : 윗판과 아랫판을 조립하도록 2개의 측판에 홈 따기를 한다. 14 홈 파기 : 뒤판으로 사용할 원목 합판을 준비한 후, 재단기를 이용 미세하게 조정해 홈 파기를 한다. 중간판을 제외한 4개(측판 2개, 위판, 아래판)의 원목에 홈 파기를 하면 된다.
15 가조립 : 선반의 느낌을 보기 위해 가조립을 한다. 16 경첩 부착용 홈 파기 : 시계판과 선반을 연결하는 경첩을 달기 위해 미리 경첩용 홈을 파 놓는다. 17 자, 드디어 모양을 갖춰 가고 있다. 18 샌딩 : 가조립에서 특별한 문제점이 없다면, 재단 과정에서 생긴 나무의 날카로운 부분을 부드럽게 샌딩을 한다.
19 선반 조립 : 연결 부분에 드릴링을 한 후, 목공용 본드를 칠한 후 피스 못으로 조립한다. 20 마무리 : 피스 못 자리를 목공 본드와 나무못(목 다보)으로 막은 후, 사포로 마무리한다. 21 시계판에 시간 위치 표시 및 컬러링 : 시계판으로 사용할 원목 합판에 시간의 위치를 정확하게 표시한 후, 시간의 표시를 아크릴 컬러를 이용해 예쁘게 칠한다. 22 수납함에 시계문 부착 : 시계용 프레임만 원하는 색상으로 컬러링을 한다. 그리고 시계판을 프레임에 고정시킨 후, 이미 파 놓은 경첩 자리에 경첩으로 수납함과 시계판을 조립한다.
23 수납함 걸이용 고리 달기 : 벽에 걸기 위한 고리 2개를 그리고 문이 열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안쪽에 자석을 달아 준다. 24 시계용 부품 부착 : 무브먼트, 바늘, 배터리를 장착해 시계를 완성한다. 25 완성한 모습. 26 수납할 수 있는 내부 모습.
-
2006-06-28
-
-
[홈 인테리어] 자연의 향기를 집 안의 색채로 담아 내추럴 인테리어
-
-
새싹이 돋아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여름의 문턱에 들어서 녹음이 우거진 자연 환경을 접한다. 뉴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하면서부터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경향은 꾸준히 이어지지만, 이제는 그 어느 때보다 재료에서 텍스추어(texture) 그리고 공간 구성까지 고려하고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은 당연하고 집을 자연과 같은 상태로 만드는 것에 도전하는 지금, 신선한 자연을 담은 내추럴 인테리어의 세계로 떠나본다.
글 최선희 기자자료제공 FROOM 02-446-5113, (주)쓰리텍 대우벽지 031-491-3481 www.3-tec.co.kr
회귀 본능을 자극하는, 내추럴 컬러
우리가 '내추럴'이라는 단어 앞에서 맥을 못 추게 된 건, 그동안 자연을 손상시키기에 급급했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어서가 아닐까. 자연의 색상은 원색 하나로 강렬함을 주기보다는, 같은 색이라도 채도와 명도를 달리하며 어우러짐을 보여 준다. 어떤 소재든 자연은 청명한 스카이 블루를 뽐내는 하늘 아래 함께 어우러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든지 선호한다는 하늘색은 자연에서 내뿜는 컬러이기에 더 많은 사랑을 받는다. 하늘색 투명 물감을 칠해 놓은 듯한 하늘과 끝없이 펼쳐질 것 같은 깊은 바다를 표방하는 시원함을 우리 집 공간에 담아내 보자.
자연 감성과 동양 감각의 만남
동양 사상은 혼자만 잘 났다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것이 만나 조화를 이루는 데에 있다. 서로 정반대인 음과 양의 성질이 중간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서로 양보하는 미덕이 있기에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어우러짐을 찾는 데서 자연과 동양 사상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은근한 매력을 발산하는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내추럴 스타일에 접목시켜 조화의 지점을 찾아보자. 더운 여름 서로 양보하며 시원함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부서지는 공간
자연 채광을 한껏 끌어들인 전원주택을 선호하는 것은 각박한 도시 환경에서 자유롭게 광합성을 하지 못했다는 한풀이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자연에 들어가면서도 더 가까이 느끼고 싶어서 개구부를 크게 내고, 자연광을 맘껏 들이는 자유를 만끽한다. 더운 여름이라도 세상을 밝혀 주는 빛에 노출되어 실내에서 '자유'를 외쳐보자.
자연에서 배운다, 나무를 찾아
밤색의 나무와 녹색의 잎이 잘 어울리는 것은 오랜 세월 자연에 묻혀 자신만의 영역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로 뻗어 오르기까지 변함 없는 뚝심은 한여름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며 사람과 가까이 지내고자 한다. 건강하면서 포근하고, 시원하면서 아늑한 나무의 이미지 때문에 이를 사람 사는 주거 환경에 적용시킨 예가 적지 않다. 건축 구조나 자재에서도 나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을 보면, 사람과 인연이 퍽 깊다. 나무에서 색을 따오더라도 수백 가지가 나올 수 있으므로 자신에게 편안하고 안정적인 색상을 찾아 인테리어에 적용해 보자.-->
-
2006-06-28
-
-
[Home & Garden III] 정원 관리 D.I.Y 용품, 이파워텍 '힘센 정원장비'
-
-
정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를 더한다. 물론 정원에 꾸준한 투자와 관리가 따랐을 때의 경우다. 사실 정원은 전원주택을 짓기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꾸준하게 관리해야만 그 진가를 발휘한다.정원 관리를 어떻게 할까?전원주택의 정원 관리 작업으로는 △잔디밭 잔디 깎기 △잔디밭 테두리 정리하기 △울타리, 관목 전정 △울타리 관목 세부 전정 △가지치기 △전정 및 가지치기 부산물 파쇄 △병충해 관리 △화목 절단 등이 있다.이러한 작업을 하려면, 먼저 정원 관리 용품을 구비해야 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정원 관리 용품은 싫든 좋든 외국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국산 제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외국 제품은 우리의 정원 환경에 맞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잔디만 예로 들면, 외국의 잔디는 가늘고 위로 뻗지만 국산 잔디는 잎이 넓고 옆으로 눕는다. 당연히 외국산 잔디 깎기는 잘 깎이지 않는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정원 관리 용품이 나왔다. (주)이파워텍(대표 최승태)이 새롭게 출시한 '힘센 정원장비'가 그것이다.'힘센 정원장비'의 특징은 손쉬운 기계 작동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 가능하고, 소음과 진동이 적어 조용한 정원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음은 (주)이파워텍에서 새롭게 출시한 정원 관리 용품이다.●충전 잔디깎기 : 잔디 깎는 데에 사용된다. 기계 본체와 배터리, 충전기로 구성돼 있으며, 무게는 13킬로그램이고, 7시간 충전으로 30∼60분 사용할 수 있다.●충전 예초기 : 잔디 깎기 마무리 작업 및 잡풀 제거에 사용된다. 기계 본체와 배터리, 충전기, 전용 톱날로 구성돼 있으며, 7시간 충전으로 25∼60분 사용할 수 있고, 무게는 4.5킬로그램이다. 잔디 정원의 테두리 작업이나 돌계단 구석 등의 작업에 용이하다.●충전 전정기 : 철쭉, 개나리, 회양목 등 가지가 굵지 않은 나무나 산울타리의 전정 작업에 사용된다. 기계 본체와 배터리 2개, 충전기로 구성돼 있으며, 1시간 충전하여 30∼60분 사용할 수 있고, 무게는 2.6킬로그램이다. 전정 날의 길이가 51센티미터로 길기에 키가 큰 나무의 전정 작업에 용이하다.●충전 미니 전정기 : 키가 작고 가는 나무 가지나 산울타리의 전정 작업에 사용할 수 있다. 기계 본체와 배터리, 충전기로 구성돼 있으며, 1시간 충전하여 30~60분 사용할 수 있고, 무게는 2킬로그램으로 가볍다. 관목의 세부 전정에 적합한 용품이다.●충전 체인톱 : 중간 굵기 정도의 나무 가지치기에 사용된다. 기계 본체와 배터리 2개, 충전기로 구성돼 있다. 무게는 2.5킬로그램이고 115밀리미터의 굵기까지 절단할 수 있다.●전기 파쇄기 : 나뭇가지 파쇄에 쓰인다. 기계 본체와 투입봉으로 구성돼 있으며, 최대 40밀리미터까지 파쇄할 수 있다.●충전 분무기 : 병충해 방제 작업에 쓰인다. 기계 본체와 배터리, 충전기로 구성돼 있으며, 7시간 충전하여 2시간 사용할 수 있고, 무게는 5.5킬로그램이다.●전기 체인톱 : 가지치기, 잡목 절단 작업에 쓰인다. 기계 본체와 톱날, 가이드 바로 구성돼 있다. 벽난로용 연료인 화목을 켜는 데도 적합하다.이 외에도 정원 관리 용품들은 매우 많다. 그렇다고 정원 관리 용품들을 모두 살 필요는 없다. 또한 처음부터 한꺼번에 구입하는 것도 좋지 않다. 한 품목을 구입해 정원을 관리하다 보면, 다른 용품의 필요성을 알게 된다. 그때 그 용품을 구입해도 늦지 않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정원 관리에 재미를 붙이게 되고, 정원의 가치는 날로 더해질 것이다.田문의 이파워텍 031-768-6826글 박창배 기자
-
2006-06-28
-
-
[야생화 속으로] 야생화, 분경재배 기술-II
-
-
분경작이란 괴석이나 수석, 작은 석회석으로 된 골석, 고목이나 자연석, 숯, 도편 등의 소재를 분재용기나 수반, 납작한 용기에 식물과 함께 연출시켜 자연의 산수경을 재현하는 예술작품이다. 또한 이들 소재들을 한 개만 연출시켜 좌석시키는 방법과 여러 개의 소재들을 조합하여 산수경을 연출시키고 거기에다 난초와 자생식물을 심거나 붙여서 산수경을 만드는 방법을 말한다.
때로는 용기 없이 소재 그 자체만을 가지고 난초나 자생식물을 심거나 붙여서 산수경을 만들어 관상하기도 한다.
분경작은 사용 재료에 따라 작품의 명칭이 여러 가지로 세분화하여 부른다. 크게는 석부작과 목부작, 도편작, 기타작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어떤 재료를 이용하여 만드느냐에 따라 산수초물경작, 석부초물경작, 도편작, 석부난경작, 목탄부작, 목부초물경작, 수피작, 용기작, 기와부작으로 부르며, 각종 민속물 등을 활용하여 만든 초물경작 등을 들 수 있다.
초물경작의 정의
초물경작은 관상원예의 한 분야로 한국에서 개발된 독특한 원예장식기법이다. 초물경작이란 우리나라의 자연에 자생하고 있는 초본식물들과 관상원예식물들을 자연의 소재들과 함께 부치고 심어서 작은 경관을 연출, 조성한 작품을 초물경작이라고 한다. 초물경 작품들은 1980년대부터 한국의 야생화를 관상화훼식물로 개발하기 위하여 연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몇몇의 야생화 취미가들이 수반이나 분재분 또는 넓은 쟁반, 얇은 판석 등과 같은 일정한 용기 안에 자연석이나 고목, 도편, 목탄, 도요편을 가지고 자연의 산수경을 연출하고 때로는 그러한 소재를 가지고 식물이 심겨질 수 있도록 만들고 거기에 한국에서 자생하고 있는 관상 가치가 높다고 생각되는 키가 작은 숙근성 야생식물들을 마사토나 이탄토, 수태(이끼), 또는 생명토를 이용하여 부착시키거나 심어서 관상하게 된 것이 기초가 되었다고 보겠다.
식물과 소재 형태에 따른 분류
●산수초물경작
산수초물경작이란 석부 재료로 자연의 아름다운 산수 풍경을 조합·구성하여, 여기에 이끼류와 야생화·난초 등을 심거나 착생시킨 것이다. 일종의 축경식(縮景式) 작품을 만들어 관상하는 수법이다. 예를 들어 금강산이나 설악산 등의 명산을 풍자·모방하여 감상하는 작품이다.
그 대부분은 입석을 가지고 산의 경치를 연출한다. 자연스럽게 연출하려면 산세(山勢)의 흐름이나, 화산이 폭발했을 때 용암이 흘러내린 석산(石山) 흐름의 통일미를 잘 관찰하고 이해해야 한다.
분경 연출은 거대한 자연을 축경해서 연출해야 하므로, 자연을 축소한 재료로 원근미를 잘 살려서 자연스럽게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서 자연의 통일성과 원근미를 살린 경관이 자연의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도편초물경작
도편작이란 백자나 청자 같은 도자기를 굽는 가마 파편이나, 고급 청자나 백자를 구울 때 사용한 갑발편과 그릇을 구울 때 올려놓는 받침대인 도침 등으로 산수경의 골격을 아름답게 만들고, 여기에 난초를 착생하거나 야생화를 심어서 연출한 작품을 말한다.
●석부형 산수경의 기본 형태
산수경이란 산봉우리와 계곡, 수목이 어울린 경관을 모방하여 축소한 것을 뜻한다. 주봉(主峰)에서 흘러내린 물이 계곡과 평원을 거쳐 바다로 빠져나가는 느낌을 주고, 해안과 넓은 바다를 연상하도록 연출해야 자연스런 산수경이 나온다.
석부형 산수경이란 자연에서 풍화된 수마석(水磨石)이나 산석(山石), 괴석(怪石) 등으로 화분에 연출하거나, 또는 자연석 자체만으로 삼봉미(三峰美)의 형태를 다섯 가지 기본 형태(5형석)로 구성한 것을 말한다.
△오형석의 석산 형태 분류
돌의 형태를 석부 산수경으로 연출하는 기본인 입봉형 또는 수봉형, 환형, 와우형, 경사형, 평원형 이렇게 다섯 가지로 구분한다. 돌의 형태는 천태만상이라 이 외에도 여러 가지로 분류·응용하는 형태가 있다.
△형태로 본 석부경 분류
석부경은 산수경석(山水景石)의 형태로 여기에는 산봉형, 호수형, 폭포형, 평원형, 도형, 단층형, 오형, 기타 산수경석으로 분류한다.
식물과 소재 형태에 따른 분류
●삼재미
삼재미(三才美)란 동양에서 일찍이 우주를 하나의 완전한 미로 보아, 그것을 다시 하늘과 땅과 인간의 세 가지 형태로 나눈 것이다. 여기에 만물이 제재한다고 보고, 이 세 가지가 삼극을 이루어 함께 존재할 때 극치를 이룬다고 했다.
천(天)·지(地)·인(人)의 삼재를 기본으로 음양의 조화가 비로소 완벽하게 이루어진 이 숫자는 오랜 옛날부터 길수(吉數) 또는 신성수(神聖數)라 하여 우리 민족의 생활과 철학에 깊숙이 배어 있다. 하늘은 일(一), 땅은 이(二), 인간은 삼(三) 이렇게 만물을 상징한다고 했다. 천지인(天地人) 사상을 삼일태극(三一太極)의 원리로 해석해 보면 원(○)은 일점(·) 즉 천리원리로 무한하며, 방은 이점(‥) 즉 지의 원리로 유한하며, 각(△)은 삼점(…) 즉 인의 원리가 된다.
석산의 배치는 주봉과 제2봉, 제3봉이 삼재미를 이뤄야 하며, 정면이나 위에서 볼 때 부등변삼각형을 유지하도록 배치해야 하며, 반드시 시각의 편중을 우측에 두어야 가장 자연스럽게 보인다.
●석부초물경작 제작 작업 순서
작업 도중에 준비물이 부족하여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준비에 철저해야 한다. 준비물로는 화분이나 수반 또는 판석, 굵은 마사토와 가는 마사토, 돌 소재, 이끼류, 식물 소재들, 본드(ALKA SQ 102), 돌 소재 가루, 생명토, 식물 소재를 자르는 전정가위, 돌 소재를 절단하는 전동 톱,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는 돌 틈에 밀어 넣기 위한 나무젓가락 등이 있어야 한다. 준비가 되면 어떤 작품을 만들지 마음속으로 구상하고 디자인해야 한다.
▼화분이나 용기에 모래나 마사토를 1/3정도 채운 다음 잘 펴고, 그 위에 구성한 대로 돌들을 모래나 마사토에 세워서 배치한다. 이때의 모래나 마사토는 소재의 배치와 구도를 잡기 위한 것이지만, 후에 여기에 식물을 식재하기도 한다.
▼돌들을 배치한 후 구도가 잘 잡혔는지 하루쯤 두고 본다. 그래서 잘 됐으면 고정시키고, 그렇지 않으면 재구성하여 배치한다.
▼석질이 같은 돌을 결이나 선을 통일되게 배치하고, 삼재를 기본으로 삼봉미를 구성하여 원근감과 균형미를 갖도록 한다.
▼돌은 생명토나 순간 강력접착제를 사용하여 고정하는데,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다. 생명토로 고정하면 다시 쉽게 분해해서 사용할 수 있지만, 순간 강력접착제로 고정하면 다시 분해하여 사용할 때 소재가 파손되어 작품을 재구성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른다.
▼순간 강력접착제는 사용할 소재의 돌을 가루로 만들어 그 틈에 뿌리고, 접착제가 마르기 전에 돌가루를 뿌린 다음 굳으면 다시 접착제, 돌가루 순으로 뿌려서 굳게 한다. 이 때는 돌과 돌 사이가 가깝게 붙은 곳을 찾아서 고정 연결해야 접착제를 줄일 수 있다.
▼돌 크기의 비례에 맞추어 돌보다 작은 식물을 심거나 붙인다.
▼생명토나 강력접착제로 붙인 돌과 돌 틈 사이에는 이끼류를 붙여서 계곡의 숲을 연상하도록 장식한다. 이끼류는 주 소재 식물이 수분을 요구하는 정도에 따라서 선택한다.
▼모든 작품을 완성하면 물뿌리개로 물을 주고 뿌리면서 씻어서 정리한다.
분경작의 재배 및 관리
우리나라의 야생화는 사계절이 분명한 온대기후지역에서 자란다. 이들은 겨울철 일정 저온 기간을 나야 휴면에서 벗어나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 식물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9월부터 12월 말이나 1월 말까지 휴면한다. 휴면 후에도 겨울 저온 기간에는 강제 휴면에 들어갔다가 봄이 되면 꽃을 피우지만, 이 때 화분을 실내로 들여놓으면 원하는 시기에 꽃을 관상할 수 있다. 반면 고산식물은 고온에서는 생장이 곤란하므로 여름에철에는 서늘하게 해야 한다.
야생화를 화분에 심은 후에는 지표면에 마사토나 모래, 잔자갈 또는 이끼류를 덮어서 장식한다. 토양은 물 빠짐이 좋아야 하며, 화분은 높이가 낮고 자연과 친화적인 흙색과 같은 갈색 계열이 좋다.
물은 아침저녁 스프레이로 충분히 주는 것이 좋다. 물론 계절에 따라 관수 양과 횟수를 조절해야 하므로 오랜 경험이 필요하다. 또한 식물에 따라서도 필요로 하는 수분 양이 다르며, 토양에 따라서도 수분 발산 양이 다르므로 상황에 따라서 관리해야 한다.田
글 유병열
-
2006-06-28
-
-
[푸른정원 이야기] 작은 생각이 만들어 낸 정원들
-
-
마당이나 작은 텃밭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바쁜 일손을 잠시 멈추고 변화하는 자연에서 연출을 즐길 수 있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얼마 전에 내린 비는 자연의 변화에 가속도를 붙여 우리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주었다. 이러한 변화들은 정원도 자연처럼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기를 기대하면서 우리를 정원 안으로 들어서게 한다.
정원을 만들 때, 그 안에서 새로운 형태나 시도들이 늘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잘 만들어진 다른 정원들을 볼 때면, 눈과 마음이 이끌려 흥분되는 것을 느낀다. 다양한 정원을 보면서 눈과 마음에 색다른 감흥을 일으켜 우리 정원에도 새로운 시도를 해 보자.
이런 정원을 우리 마당 한 쪽에 만들어 보면 어떨까?’ 누구나 갖는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본다. 여기에서는 몇 해 전에 유럽의 정원을 둘러보면서 촬영한 몇 장의 사진을 나눠 보고자 한다. 사진들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은 위험한 시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그들이 사용하는 식물과, 그들과 우리가 만들려는 공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우리 형편에 맞게 수정해서 적용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너무 모방만 하다 보면, 우리가 갖고 있는 소재들의 가치를 잊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전통 소재들을 적절히 사용하는 나름대로의 아이디어도 끊임없이 연구해서 적용하는 연출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소개하는 사진들은 꼭 정원에서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만들어 보려는 정원들의 다양한 현장에서 여러분의 상상력을 더하여 더 좋은 사진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정원 속의 아이디어는 생활 주변에 많이 있다. 그냥 지나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뿐이다. 이제 좀 더 다양한 컬러와 형태로 우리 집을 꾸미고, 마을을 가꾸고, 생활 공간을 만들어 가는 정원사가 됐으면 한다. 그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활동을 ‘정원 문화’라고 한다면, 우리가 삶 속에서 그러한 활동을 만들어 갈 때에 우리나라도 삶의 질이 높아져 더 멋지게 변하리라 생각한다. 여러분의 작은 활동을 기대해 본다.田
글 이성현
1 양지 바른 창가에 매단 ‘행잉 바스켓((Hanging Basket)’ : 유럽에 가면 누구나 말하는 것이 창가에 매달려 있는 ‘행잉 바스겟(Hanging Basket)’일 것이다. 매달린 꽃들도 다양하지만, 참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본인의 집을 아름답게 꾸밀 뿐만 아니라 마을과 거리를 지나가는 이들의 마음까지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2 조형물과 패턴의 조화 : 정원 디자인 중 많은 식물이 아닌, 간단한 조형물과 패턴의 반복 사용으로 멋을 살린 정원이다.
3 멋스러움을 살린 계단 : 실내에서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따라 식물들이 심어 놓아 계단의 멋을 살려 주고 있다.
4 자동차를 삼킨 정원 : 정원전시회에서나 연출이 가능한 표현이다. 자동차를 꽃으로 장식한 시도가 우리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5 감각적인 텃밭 : 정원이 있으면 누구나 텃밭도 함께 가꾼다. 텃밭을 만들더라도 좀 더 미적인 부분을 고려해 각종 야채들을 심어 보면 어떨까?
6 정원 가꾸기 : 정원에서 물을 주거나, 가지를 자르거나, 청소하는 일은 식물들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일이다. 물론 스스로에게도 나를 가꾸는 귀중한 시간이다.
7 돌로 멀칭하기 : 하나의 화분에 나무를 심고, 그 나머지 공간에 자연스럽게 몇 개의 돌을 올려놓았다. 흔히 하는 화분의 멀칭(Mulching : 농작물을 재배할 때 경지 토양의 표면을 덮어 주는 일) 작업을 꼭 수태(水苔)나 작은 식물이 아니더라도 돌을 이용하니 나무의 멋을 더 살릴 수 있는 연출이다.
8 자연스러운 정원 경계 만들기 : 정원을 만들다 보면 잔디와 경계를 이루는 부분의 연출이 부자연스럽게 끝날 때가 있다. 이때 자연 소재를 사용해 경계지어 주면 정원에 들어서는 이들에게 좀 더 포근하게 정원에 안기는 느낌을 받게 할 수가 있다.
9 조명 기구를 점경물로 : 정원의 자연 소재 속에 인공적인 조명이 들어갈 때, 주변을 밝게 만들어 주는 조명 기구다. 조명 기구의 단순한 기능만 보지 않고, 기구 하나마다 선의 점경물(點景物)로 이용한 연출이다.
10 느림의 미학 : 재미난 아이들이다. 자연 속에서 편히 쉬는 이들의 모습처럼 그동안 생활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잊고 있었다면, 정원 안에 들어와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느린 삶의 모습을 자연에서 배워 보자.
11 자연을 담은 울타리 : 울타리를 만들어 정원을 꾸민 경우를 많이 본다. 그때마다 너무 집 울타리만 보이게 함으로써 스스로 울타리 안에서 갇혀 답답하게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12 분위기에 맞는 용기 선택 : 건물 주변에 여러 그루의 나무를 심기도 하지만, 이런 다양한 용기들에 심어 건물의 멋도 살리고 주변도 더 깔끔하게 만들어 주는 연출이 좋은 것 같다. 이때 용기의 반복적인 사용이나, 건물과 하나가 될 수 있는 용기들을 잘 선택하는 것도 나무를 선택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13 자유로운 시도 : 작은 공간에서 더 다양한 식물들을 사용해 심거나 포인트가 될 만한 연출을 하고 싶을 때, 이처럼 몇 개의 용기들을 자유롭게 배치해 나만의 공간들을 만들어 보자.
14 계단정원으로 넓게 연출 : 작은 공간 안에서 좀 더 변화된 공간으로 보이거나 큰 정원으로 보이게 하고 싶을 때, 이런 계단 형태의 정원을 만들어 보자.
15 정리된 느낌의 정원 :회양목(黃楊, Korean box tree : 회양목과의 상록관목)으로 테두리를 만들고, 그 안에 몇 그루의 나무들이 자유롭게 심겨져 있다. 일반적으로 경계를 만들기 위해 회양목을 식재하며 기존 나무 모양 그대로의 둥근 모양으로 것이 식재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런 연출은 정원을 좀 더 정리된 것처럼 보이게 한다.
16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구조물 : 텃밭에 사용한 지주(支柱)도 색을 가지고 있거나 모양을 가진 구조물을 사용해 보자. 구조물의 색이 주는 즐거움과 식물들이 구조물을 따라 올라가며 자랄 때 보여 지는 멋이 더 좋은 것 같다.
-
2006-06-28
-
-
텃밭만 일구려다 집까지 지어 양평 40평 복층 통나무 + 경량 목조주택
-
-
‘땅에는 임자가 따로 있다’, ‘땅도 화장(化粧)을 해야 진가를 발휘한다’는 말이 있다. 수년간 발품을 팔고도 맘에 드는 땅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땅을 단박에 사들여 감탄할 만큼 단아하게 다듬어 멋진 집을 짓는 사람도 있다.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대석리 나지막한 산 중턱 남향받이에 ‘ㄱ’자형 40평 복층 통나무+경량 목조주택을 지은 정옥균·안현주 부부는 후자에 속한다. 이들 부부의 집은 40평임에도 별채인 방갈로와 정자가 한데 어우러져 저택처럼 느껴진다. 또한 정성을 들여 잘 가꿔 놓은 정원 때문인지 늘 그 자리에 있던 집처럼 낯설지 않다.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대석리
·부 지 면 적 : 500평
·연 면 적 : 40평(1층 24평, 2층 16평)
·건 축 형 태 : 통나무 골조(Post & Beam) + 경량 목구조(2″×6″)
·외벽마감재 : 시더 사이딩
·내벽마감재 : 레드파인 루바
·단 열 재 : 인슐레이션
·천 장 재 : 레드파인 루바
·바 닥 재 : 원목마루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 수 공 급 : 지하수
·시 공 기 간 : 2005년 6월 ∼ 10월
설계·시공 : 캐나다 통나무집 정보관 ‘木之家’ 031-885-0135, 010-7599-6332 http://cafe.naver.com/howtolog
정옥균(54)·안현주(47) 부부는 부지를 찾아 나선 지 불과 한 달만에 뜻을 이뤘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움직이지도 않았다. 서울에서 가까운 양평과 여주 쪽으로 광의(廣義)의 입지를 선정하고 남한강 변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 삼아 다니다 우연찮게 마음에 드는 부지를 매입한 것이다. 2004년 10월 30일,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대석리의 부지(임야) 500평을 매입했는데, 고차가 14미터라 매물로 나온 지 1년이 넘도록 주인을 만나지 못하던 땅이다. 안현주 씨는 단풍이 너무 아름다워 거기에 반해서 샀다고.
“입지는 서울 성북구에서 북부 간선도로와 강변도로로 1시간 30분 거리인 여주와 양평으로 정했지요. 공인중개사를 통해 여주 땅을 계약하기로 하고 돌아오는 길에, 양평에도 매물이 있으니 한번 보고나 가자고 해서 우연찮게 여기에 들렀다가 덜컥 샀어요. 그만 단풍에 반해서 멋도 모르고 산 거예요. 남들이 땅값보다 토목비가 더 나올 것 같아 거들떠보지도 않는 땅을… 그후 이렇게 집을 짓기 전까지만 해도 참 멍청한 짓을 했다고 고민을 했지요.”
땅도 제 주인 만나야 진가 발휘해
부지 매입 후에는 형질변경을 마치고, 집은 양평에 경전철이 들어오는 2008년에나 짓고자 현대식 노출 콘크리트 구조로 설계 도면을 뽑아 놓았다. 당시만 해도 안현주 씨는 전원생활을 생각지 않았으며, 정옥균 씨 역시 건축보다는 텃밭에만 관심을 가졌다.
이들 부부는 주말에 텃밭을 일구더라도 맨땅에서 지낼 순 없기에 방갈로를 앉힐 요량으로 이곳을 찾던 중 식당에서 캐나다 통나무집 정보관 ‘목지가(木之家)’의 김종근 사장을 만났다. ‘이 사람이 집도 잘 짓는다’는 식당 주인의 말에 전시된 방갈로를 보았는데, 안현주 씨는 그보다는 야외용 원목 테이블에 마음이 더 쏠렸다.
“나는 병적으로 나무를 너무 좋아해요. 방갈로를 지으면 원목 테이블을 껴 준다는 말에 방갈로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죠. 그렇게 해서 남편 옆구리를 찔러서 필름 난방을 한 4평 방갈로와 정자까지 지은 거예요.”
그후 이들 부부는 이제 주말마다 텃밭을 일구면서 재밌게 지내자고 했다. 그때 1년 안에 집을 안 지으면 원상 복구해야 한다는 명령서가 날아 왔다고.
“그런 법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보통 사람들은 법으로 어쩐다고 하면 겁부터 덜컥 먹잖아요. 형질변경 기간 6개월이 딱 떨어지는 2005년 5월부터 두 달 동안 토목공사를 했지요. 처음엔 축대를 쌓는 게 싫어서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는데 경사가 워낙 세서 위에서 조금만 잘못하면 굴러 떨어질 것 같았어요.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우리의 생각에 반해서 땅을 만들게 됐지요. 뒤도 깎아 내고 4미터 축대를 쌓으면서… 그 고민은 말로 못했어요. 토목을 하면서 나온 돌을 그냥 쌓으려고 했는데 주위의 권유로 온양석을 사용했고요. 운수업 노동자들의 데모가 한창일 때라 운반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온양석이 달빛에 환하게 빛이 날 때면 잘 했다 싶어요.”
축대를 쌓고 나자, 주변 땅값이 평당 30∼4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뛰었다. 안현주 씨는 4미터 석축이 맘에 걸리지만, 땅값이 오르자 주민들이 좋아하고 꽃도 피니까 그것으로 다소나마 위안을 삼는다고.
대자연을 품에 안은 집
이들 부부는 나름대로 유명하다는 건축가에게서 현대식 노출콘크리트 구조 설계 도면을 받아 놨다가 통나무집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뜻대로 되지만은 않나 봐요. 집은 서둘러 지어야겠고, 마침 김 사장이 통나무집을 지으려고 깎아 놓은 골조가 있다기에 선뜻 계약을 했지요. 이 집을 지으려고 골조를 깎았는지 모르지만, 부지 매입처럼 통나무집도 우연찮게 지었는데 당초 계획한 노출 콘크리트보다 300퍼센트 만족스러워요.”
이 집은 2005년 6월 착공해 그해 10월 앞산의 주봉(主峰)을 품에 안은 듯한 ‘ㄱ’자 형태로 앉혔다. 벽체는 캐나다산 통나무 골조(Post & Beam)에다 경량 목구조(2″×6″)를 접목시키고 외벽은 시더 사이딩으로, 내벽은 레드파인 루바로 마감했다. 벽체는 원래 황토벽돌을 쌓으려고 했는데 막판에 목구조로 변경했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황토는 잔손이 많이 갈 것 같았어요. 우리는 손재주도 없고 시간도 많지 않기에 통나무로 뼈대를 세운 후, 미안한 맘으로 설계 변경을 요구했지요. 중간에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김 사장이 기쁜 마음으로 응해 주었어요.”
이 집의 공간 구조를 보면 1층은 현관을 중심으로 우측에 거실과 안방·보일러실을, 좌측에 주방과 욕실을 배치했다. 2층에는 서재를 겸한 작은 거실과 화장실 그리고 발코니를 낸 전망 좋은 방이 있다. 특이하게도 숙면을 취해야 할 안방과 보일러실이 맞붙어 있다. 주방과 안방의 평면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안방과 부엌 자리를 맞바꾸었어요. 나는 거실과 부엌이 붙어 있는 걸 싫어하기에 안방이 작더라도 주방을 전망 좋은 곳에다 배치해달라고 요구했지요. 편안하게 앉아 창 밖의 전원 풍경을 즐기면서 차를 마시고 싶어서요. 우리 집엔 부부 손님이 많이 오는데 서울에서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집 짓고 한 달 안에 다 만났지요. 주로 남자들은 거실에서, 여자들은 전망 좋은 주방 식탁에 앉아서 얘기를 하니까 참 좋아요.”
집 전면에는 마치 잔칫집 마당에 평상을 깔아 놓은 듯 넓은 덱(Deck)이 자리한다. 거실에 앉은 높이하고 수평선상이라 안정감을 더하는데, 김 사장은 처음부터 의도한 공간이 아니라고.
“500평 부지라고 하지만 경사면을 깎다 보니 잃어버린 땅이 많더군요. 아랫단 정원과 마당도 그리고 집터도… 경사면에 덱과 계단을 통해 본채와 정자, 방갈로를 연결하면 공간을 넓게 사용할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일체감이 들겠다 싶었지요.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본채를 짓고 나자, 건축주가 먼저 얘기를 꺼내는 거예요. 마음이 통했다고나 할까요.”
김 사장은 이 집은 건축주와 시공사의 가장 이상적인 관계 속에서 지어졌다고. 건축주의 취향에 맞추어 기술력만 제공했을 뿐인데도 이 집처럼 즐겁게 지은 집도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건축주는 돈만 달랑 던져 놓고 나 몰라라 하지요. 그런데 이 집의 건축주는 집을 짓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냈어요. 여기서 살 사람은 내가 아니고 건축주이기에 그건 간섭이 아녜요, 집에 대한 애정이지. 오히려 건축주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연구하는 과정이 재밌었지요. 또한 집이 지어지자 건축주가 만족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 일에 보람도 느꼈고요.”
주말주택이 5개월 후에 메인 하우스로
이 집의 정원은 언뜻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다. 정자 앞에 심어 놓은 세 그루의 소나무는 앞산이 보일 듯 말 듯 한껏 운치 있는 풍경을 자아낸다. 주 진입로에는 제주산 현무암 판석으로 답석(踏石)을, 정원을 가로지르는 경사로에는 무릎에 부담이 덜한 침목을, 방갈로로 내려가는 길에는 계단을 놓았다. 정원에 심은 서양측백과 황금측백 그리고 방갈로 쪽의 매화, 감, 자두, 앵두 등의 유실수들이 제철을 만난 갖가지 야생화와 잘 어우러진다.
안현주 씨는 집을 짓기 전까지만 해도 남편이 100평의 텃밭을 만들려 했다고.
“농사도 안 지어 본 사람이 알고 하는 소린가 싶어 극구 말렸지요. 그렇게 해서 30평까지 양보를 얻어 냈는데, 정원을 꾸미다 보니 이것저것 심고 싶은 욕심이 났지요. 결국 100평 텃밭이 5평으로 줄었어요.”
이들 부부는 작년 10월 집을 짓고 주말마다 서울과 이곳을 오가다, 금년 3월 초 이주했다. 주위에서 통나무집은 사람이 살지 않으면 망가진다고 했지만, 그보다는 예쁜 집이 자꾸만 눈에 밟혀서라고.
“처음에는 텃밭만 생각했으나 이젠 아예 눌러 앉게 됐어요. 남편은 서울까지 1시간 30분 거리를 출근은 기차로, 퇴근은 버스로 하지요. 한 달이 지난 후에 피곤하지 않느냐고 하니까, 밥 먹고 숟갈 놓자마자 잠만 자도 깊은 잠을 잘 수 있고 강아지 한 번 만지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다 풀린대요. 사회 생활도 건강하게 할 수 있으니 좋다더군요. 나 역시 전원생활은 상상조차 안 했는데… 남편이 과연 도시의 사교계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살 수 있겠냐고 했을 정도니까요. 사교계요. 오히려 도시에서 이곳에다 옮겨 놓은 것 같아요. 정원 가꾸는 일이 재밌어 바쁘다고 오지 말래도 친구들이 한사코 찾아오니까요. 또 통나무집이라 그런지 오면 갈 생각들을 안 해요. 5월 초 연휴 기간에만 8팀을 맞았는데 정신이 없더군요. 도시의 아파트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하는 일이죠. 이게 전원에 통나무집 짓고 사는 재미가 아니겠어요.”田
글·사진 윤홍로 기자
-
2006-06-28
-
-
자연미를 담아 낸 가족의 '쉼터' 논산 60평 복층 목조주택
-
-
한국 8경의 하나인 대둔산 자락에 자리한 목조주택. 코리아주택의 안원헌 사장이 가족의 쉼터로 지은 집이다. 주변 산세에 맞춰 설계하고 외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자재로 집을 지어 자연의 일부처럼 보인다. 외벽은 시더 사이딩으로 마감하고 지붕에 시더 슁글을 얹었다. 대둔산의 빼어난 조망을 집 안으로 끌어들여 사방으로 펼쳐진 수려한 전망이 일품이다. 자연을 충분히 감상하도록 집의 4면에 덱을 두르고, 실내 어느 공간에서나 자연스럽게 덱과 통하는 출입구를 설치한 부분이 도드라진다.
건축정보
·위 치 : 전북 논산시 대둔산 자락
·부 지 면 적 : 178평
·연 면 적 : 60평 (1층 41평, 2층 19평)
·건 축 형 태 : 2″×6″복층 경량목구조
·외벽마감재 : 시더 사이딩
·내벽마감재 : 천연 코트 칠 + 루바
·천 장 재 : 루바 + 벽지
·지 붕 재 : 시더 슁글
·바 닥 재 : 온돌마루
·창 호 재 : 알루미늄 이중창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 보일러
·식 수 공 급 : 상수도
·건 축 비 용 : 총 2억 8000만 원
설계·시공 : 코리아주택 043-260-3000 www.korhouse.com
전북과 충남 사이에 걸쳐 펼쳐진 명산으로, ‘남한의 소금강’ ‘호남의 소금강’이라고 불리는 대둔산. 한국 8경의 하나로 남으로 전북 완주군과 운주면, 서북으로 충남 논산시 벌곡면, 동으로 금산군 진산면 등에 걸쳐 있는 대둔산은 산세가 웅장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봄에는 진달래, 여름에는 운무에 가렸다가 나타나는 기암괴석, 가을철 불붙듯 타오르는 단풍, 겨울의 눈부신 설경이 황홀한 곳이다. 기암괴석과 폭포, 계곡, 유적, 고찰 등 볼거리도 많다.
대둔산의 빼어난 풍광을 고스란히 품에 안은 집. 코리아주택의 안원헌 사장이 주말만이라도 쾌적한 자연에서 보낼 요량으로 지은 경량 목조주택이다.
가족의 ‘쉼터’는 내 손으로
안원헌 사장은 19년 동안 건축업을 하면서 자신의 손으로 가족을 위한 쉼터를 짓는 게 숙원이었다. 이런 저런 사정을 이유로 미루다 보니 어느새 십수 년이 훌쩍 지났다. 그러던 중 농업기반공사(현 한국농촌공사)에서 대둔산 자락에 전원주택지를 분양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갔다가, 첫 눈에 반했다고.
“수십 년간 건축업을 했으면서도 정작 내 가족이 쉴 만한 공간을 마련한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집 짓기의 첫 출발인 입지 선정과 부지 마련에서부터 제동이 걸렸습니다. 욕심이 지나쳤을 수도 있겠지만, 나와 가족을 위해 이왕이면 좋은 터를 잡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건을 따지게 되었고 십 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러던 2000년, 마음에 쏙 드는 땅을 찾았는데 가족 휴양지로 이 정도면 되겠다 싶어 대둔산 자락의 전원주택지 178평을 평당 45만 원에 바로 구입했습니다.”
부지를 마련한 안 사장은 집을 어떻게 지을까 궁리했다. 현재는 주말주택으로 사용하더라도 노후엔 상주할 수 있도록 하고,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미국식 경량 목조주택으로 짓기로 했다.
집 짓기는 2002년 1월 시작해 그해 8월에 완공을 보았다. 안 사장은 집 짓는 전 과정을 자신이 도맡아서 했다고.
“설계부터 완공까지 집 짓기 전 과정을 직접 처리했습니다. 벽난로나 신발장, 드레스룸, 침대, 붙박이장, 아이들 책상까지 시공하고 짰습니다.”
건축 자재는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 천연 자재를 사용했다. 자연 환경뿐만 아니라 집의 외부와 내부의 균형까지 고려해 지붕재와 내외벽 마감재, 가구재 등은 동일한 수종인 북미산 홍송을 선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의 색이 변하더라도 집 안팎에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전원의 여유를 한껏 강조
이 집은 대둔산의 빼어난 조망을 집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사방으로 펼쳐진 수려한 전망이 일품이다. 주변 산세에 맞춰 설계하고, 외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 자재를 사용해서 그런지 자연 속에 인위적인 건축물이 앉혀졌는데도 어색하다는 느낌이 안 든다. 집 또한 자연의 일부처럼 보인다.
외벽은 시더 사이딩으로 마감하고, 산세에 맞추어 경사를 살린 박공지붕엔 시더 슁글을 얹었다.
건축주이자, 시공자는 자연 환경에 욕심을 두었기에 집의 내부와 덱의 연결 부분에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엿보인다. 자연을 충분히 감상하도록 집의 4면에 덱을 두르고, 실내 어느 공간에서나 자연스럽게 덱과 통하는 출입구를 설치했다. 식당 옆의 넓은 덱에서는 야외식사를 즐길 수 있고, 거실과 이어진 덱은 빨래를 말리는 등의 다용도 공간으로 적합하다. 2층의 딸 방에도 발코니를 만들었다. 인테리어는 자연스러우면서 아늑한 느낌에 포인트를 두었다.
평면 배치를 보면 1층엔 거실과 주방·안방, 2층엔 방을 북서향으로 앉혔다. 1층 방과 2층 가족실·작업실은 동남향으로 배치했다. 1층은 부부 중심 공간과 초등생인 딸 방을 내고, 2층은 고교생인 딸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현관에서 들어서면, 좌측엔 거실을 중심으로 부부방과 딸방, 욕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하나로 연결돼 있고, 우측엔 주방과 식당·다용도실 겸 보일러실이 한 동선에 자리한다.
거실은 천장고를 높여 계획했는데, 단지가 산 아래에 자리해 기온이 낮은 것을 감안해 햇빛이 내부 깊숙이 들어오도록 한 것이다. 거실에서 이어지는 식당과 주방을 오픈 L.D.K 형식을 취하고, 각 공간의 입구는 아치형으로 처리했다. 거실과 주방·복도 벽면은 천연페인트로, 천장은 루바로 마감했다. 바닥에는 온돌마루를 깔았다.
일자형 계단은 북미산 홍송으로 만들어 오르내리는 동안 나무 향이 짙게 느껴지고, 자투리공간을 활용해 키 큰 관엽식물을 두었다.
2층은 가족실과 작업실·딸 방이 자리한다. 보이드(Void) 처리한 거실과 맞닿은 벽면은 아래층과 소통하도록 터 놓았다. 딸 방은 작업실에서 이어지는데 차후에 방을 나누도록 했고, 방에는 개별 욕실을 드리고 벽면을 할애해 붙박이장을 짜 넣었다.
푸른 잔디가 깔린 너른 마당에는 바위와 조각품 등을 계획해 완성도 높은 조경을 보여 준다. 넓게 펼쳐진 덱과 아늑한 정원에서 이 집만의 여유로움과 넉넉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안 사장은 자신의 손길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쉼터에서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는 행복감에 푹 빠져 있단다.
“숙원이던 가족의 쉼터를 마련하고 나자,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 간 것 같았습니다. 집 곳곳에 저의 손때가 묻어 있어서 그런지 애착이 더 가고, 자식 하나를 더 얻은 느낌입니다. 여태껏 많은 집을 지었지만 그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제 손으로 직접 지은 쉼터에서 철 따라 형형색색 옷으로 갈아입는 자연을 감상하는 즐거움은…. 이런 기쁨을 만끽하는 게 참 행복이 아닌가 싶습니다.”田
글·사진 박창배 기자
-
2006-06-28
-
-
물려받은 터에 실버주택 꿈 이뤄 당진 43.6평 복층 목조주택
-
-
불혹의 나이를 맞으면서부터 전원에서의 한갓진 삶을 준비하던 전대열·유경열 부부. 상속을 받은 땅 중, 멋들어진 소나무 밭이 있는 언덕 위에 여생을 보낼 목조주택(2″×6″)과 800여 평의 정원을 마련했다. 으레 전망 좋은 곳이면 풍류의 쉼터이자 토론의 장인 정자가 있듯, 소나무가 바라보이는 곳에 팔각형으로 응접실 겸 전시실을 내 전통적인 요소를 도입했다. 이곳에서 자연과 더불어 조상의 철학을 담아 인생의 풍류를 즐기고자 하는 부부를 만났다.
건축정보
·위 치 : 충남 당진군 송산면 송석리
·부 지 면 적 : 1100평
·건 축 면 적 : 150평
·연 면 적 : 43.6평 (1층 30.2평, 2층 13.4평, 창고 15평)
·건 축 형 태 : 경량목구조(2″×6″)
·외벽마감재 : 시더 사이딩
·내벽마감재 : 실크벽지
·단 열 재 : 인슐레이션
·천 장 재 : 실크벽지, 루바
·지 붕 재 : 아스팔트 이중그림자 슁글
·바 닥 재 : 온돌마루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난 방 형 태 : 기름보일러 + 보일러 겸용 벽난로
·식 수 공 급 : 지하수(70m)
·시 공 기 간 : 2005년 11월 ∼ 2006년 1월
·건 축 비 용 : 평당 370만 원
설계·시공 : (주)미손 031-775-1526 www.mison.co.kr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고 중심을 잡는다’는 마흔 무렵부터 돈 버는 것보다 여유로운 삶을 준비했다는 전대열(57, 건축자재업)·유경열(51) 부부. 1999년부터 전원주택을 짓기로 결심하고 땅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당시 인천에서 살았지만 처음 부지를 물색하러 다닌 곳은 강원도였다. 강원도에 연고를 둔 아내를 배려한 것이다. 낚시를 즐겨한 터라 겸사겸사 안흥과 평창 일대의 터를 둘러봤는데, 학업 중인 아이들 때문에 거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타지방에 비해 겨울철 기온이 낮은 데다 눈이 잦아 길이 미끄럽다는 점들도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다른 지방으로 눈을 돌릴 무렵, 친구들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들과 양평지역의 땅을 함께 사자고 입을 모았다. 가까우면서 환경도 좋다는 게 맘에 들었다. 세 명의 죽마고우는 환경적인 요소를 우선으로 삼다 보니, 자연휴양림으로 잘 알려진 양평군 단월면 산음리의 땅 2000평을 구입하기 이르렀다. 하지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던가. 비록 눈빛만 봐도 통하는 친구라 할지라도 서로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고 경제적인 사정도 제각각이다 보니, 땅만 사 놓고 놀리는 셈이 됐다.
또한 자연 환경은 좋은데 경사 가파른 고지대라 노후를 보낼 만한 마을로 조성하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당시만 해도 전원주택이 많이 들어서지 않았을 때라 외딴 곳에 혼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가 아닌 어우러져 사는 삶을 살고 싶은 부부에게 그곳은 그냥 땅일 뿐이었다. 우선 구입한 것이니 그냥 두고 다른 지역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4년 선산에 벌초하러 갔을 때, 아내가 ‘여보, 우리 여기에 집 짓고 살아요.’ 라며 살며시 한 마디를 건넸다. 평소 시어머니를 친엄마 모시듯 하던 아내가 하는 말인데다, 마침 물려받은 땅이 선산과 가까운 동네고 친척 몇 분도 인근에 살기에 외롭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 동화 《파랑새》에서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먼 길을 돌다 집에 와서 찾은 치르치르와 미치르처럼 가까이에 있던 것을 놓치고 있다 다시 찾은 심정이었다.
천식으로 고생하는 아내에게 선물한 보금자리
땅을 보며 낚시도 하고 싶어 사업을 접었던 전대열 씨를 대신해 유경열 씨는 아동복 가게를 열었다. 전대열 씨는 여행 중간 중간 아내를 도우면서 자신이 돌아다녔던 곳의 위치며 자연 등의 주거 환경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가게에서 아내를 돕던 중 원래 건강하던 아내에게 천식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옷을 만지다 보니, 거기에서 나오는 먼지가 원인이었다. 아파트에서 살아서인지 아이들도 기침과 재채기를 곧잘 했기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친환경 주거 환경을 만들겠다는 결심에 발동을 거는 계기가 되었다.
조상에게 물려받은 땅으로 가서 살자 결정하고 나니 더 고를 것도 없었다. 이듬해인 2005년 양평의 땅을 처분하고, 집 지을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며 10월경 시공사를 선정해야겠다고 맘먹었다. 벽난로에 관심이 많아 양평을 지나는 길에 ‘화로불 벽난로’를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인연이 닿아 목조주택을 시공하는 ‘(주)미손’ 조재희 대표와 만났다.
처음에는 타 구조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집을 크게 지을 것도 아니고 별도의 유지 관리가 필요 없다는 생각에 목조주택에 맘이 끌렸다고. 미손에서는 ‘에이치플랜’에 의뢰해 한국형 전원주택 설계도면 몇 가지를 제시했다. 그 중 복층이지만 1층에 비중을 많이 둔 소규모 주택으로 팔각형의 응접실을 둔 평면이 눈에 들어왔다. 전망 좋은 북동향으로 거실과 응접실을 내고 싶었고, 1층에서 주로 생활을 계획하고 있던 부부에게 맞춤형처럼 잘 맞는 도면이었다. 그렇게 해서 부부가 남은 생을 함께 할 보금자리가 탄생하고 있었다.
다른 곳보다 지대가 높아 어디나 전망이 좋지만, 특히 풍광 좋은 북동향으로 거실과 현관을 배치했다. 북서쪽 비탈진 언덕에는 소나무 밭이 있어서 전망과 편안한 휴식 공간으로 팔각형 응접실을 두고, 창가에는 수석을 둘러 전시 효과도 냈다. 팔각이 모이는 천장에는 원목 루바로 마감하고 등을 설치해 아늑함과 시원함을 더했다. 북동향으로 배치한 응접실과 이어지는 거실은 전면창으로 채광을 끌어들이고 천장에는 원목을 활용해 사각 등박스를 설치했다. 현관과 거실의 경계벽에는 핑크빛 꽃무늬가 시원하게 프린트된 벽지로 은은하게 연출했다. 벽지는 25년 동안 지물포 장사를 한 남편이 몇 십 개의 샘플을 비교해 골랐다고.
거실과 부엌 사이에는 넓은 아치에 굵은 몰딩재를 둘러 실을 분리하듯 연결하고, 그 중간에는 식탁을 놓아 L.D.K형으로 배치했다. 거실과 부엌 사이 모서리 공간에는 노출형 벽난로를 설치했다. 거실 반대편에는 부부침실을 두고 드레스-룸에 붙박이장을 설치해 수납을 돕고, 통로 우측에는 욕실을 설치했다.
현관과 이어진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면 넓은 홀을 두고 전면에 창을 내 전망권을 살리고, 후면에 방 두 개와 화장실을 두었다. 아이들과 손님을 생각해 만든 공간이다.
집을 짓던 설렘으로 정원도 가꾸고파
작년 8월부터 뜨개질을 시작했다는 아내는 집 완공 후 거실과 부부침실에 직접 뜬 자수 커튼을 달았다. 햇살이 눈부시게 들어오는 사이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하트 문양이 전면창에 둥둥 떠다닌다.
결혼기념일엔 꼭 챙겨서 여행을 떠난다는 부부. 이제는 함께 집 짓는 동안 정원 가꾸기에 나섰다. 꽃잔디에 물을 주고 난 후 다음날 아침이면 궁금해서 새벽에 눈이 떠진다며 세 살 어린아이처럼 초롱초롱한 호기심을 내보인다. 언덕이라 집 뒤쪽으로 돌로 화단을 만들어 회양목이며 연산홍 등을 심었다. 아직 시작이지만 천천히 여유를 두고 가꾸어갈 예정이라고. 집 뒤편에는 자갈을 깔고, 앞에는 잔디를 심어 집을 돌아가며 변화를 줄 생각이다. 동남쪽에는 트인 부지가 너무 허전해 땅과 밭 사이에 적송 1000주, 주목 30주, 반송 40주를 심어 경계를 만들었다.
인근에 전원주택지가 모여 있는 양지마을이 있는데 70여 가구가 사는 송석리에는 처음으로 지은 전원주택이다. 집 앞으로 도로가 나 있지만 지대가 높아 영향을 받지 않고 15분 거리에는 바다가 있어 여행이며 낚시를 즐기는 데에도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마무리가 되어 갈 3월 말 무렵 이사를 했는데, 그동안 심하게 앓던 천식이 몰라보게 호전됐다며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부. 언덕을 둘러 화계를 만들면 길에서 보기에도 아름답고 주거 환경도 볼거리가 많아지지 않겠느냐며 집에 대한 애착을 열어 보인다. 田
글·사진 최선희 기자
-
2006-06-28
-
-
미와 기능성을 살린 퓨전 흙집 완주 43평 복층 통나무 황토주택
-
-
전북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 자락에 자리한 전원주택. 언뜻 통나무주택처럼 보이지만 전통 흙집의 단점을 보완한 퓨전 흙집이다. 특히 통나무와 조립식 황토벽돌을 사용한 부분이 도드라진다. 벽체는 미국산 더글러스 원목으로 보와 기둥을 세우고 시공사 측이 개발해 특허 출원한 황토벽돌로 쌓았다. 내부는 통기성을 고려해 전체적인 공기의 흐름에 맞춰 동선을 짰고, 중후하면서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벽면은 황토 모르타르로 미장한 후 한지 벽지를 발라 흙이 숨쉬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고, 바닥엔 강화마루와 기능성 장판을 깔았다.
건축정보
·위 치 : 전북 완주군 구이면
·부 지 면 적 : 1000평(대지 200평)
·연 면 적 : 43평(1층 25평, 2층 18평)
·건 축 형 태 : 통나무 황토주택
·외벽마감재 : 황토 모르타르 + 시더 사이딩
·내벽마감재 : 한지 벽지 + 루바
·천 장 재 : 한지 벽지 + 루바
·지 붕 재 : 이중 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바 닥 재 : 강화마루 + 기능성 장판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난 방 형 태 : 기름보일러 + 벽난로
·식 수 공 급 : 지하수
·건 축 비 용 : 평당 380만 원(옵션 : 다락 평당 200만 원, 덱 평당 40만 원)
설계·시공 : 통나무황토주택 063-353-4813 다음카페 : 통나무황토주택
전북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 자락에 자리한 전원주택. 이 집은 강귀석(45세)·기선주(45세) 부부가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요량으로 새롭게 마련한 보금자리다. 강귀석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전원주택을 꿈꿔 왔다고 한다.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미래의 모습에 대해 상상해 보라며 명상 시간을 주곤 했는데, 그때부터 소싯적 뛰놀던 고향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언덕에 예쁜 집을 짓고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꿈을 꿨습니다.”
그때부터 전원주택을 꿈꾸기 수십 년.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그토록 염원하던 전원주택 짓기를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그는 고향에 전원주택을 짓기로 했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인 전북 완주군 구이면은 주말이면 관광객들로 북적거릴 정도로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직장과 멀지도 않고 전주 시내까지도 10분이면 닿을 수 있어 전원생활과 도시의 편의시설, 소위 두 마리 토끼 다 잡을 수 있는 곳이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집에서 노부모가 생활하고 있지만, 북향인데다 터가 작아 허물고 다시 짓기에 적당하지 않았다. 그래서 고향 주변에서 집 지을 만한 부지를 틈틈이 물색하던 중 뜻밖의 수확을 얻었다고.
“IMF 때인 98년에 고등학교 때부터 상상하던 부지가 급매로 나왔습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었죠. 지목이 전(田)인 부지 1000여 평을 힘들이지 않고 손쉽게 마련했습니다.”
마음은 느긋하게… 몸은 부지런히
부지를 마련하자, 그는 전원주택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매일 밤 통나무집, 황토집, 스틸하우스 중 어떤 집을 지을까 궁리하며 잠을 이뤘다고.
“당장이라도 전원주택을 짓고 싶었지만 서둘러서 좋을 것 없다는 생각에 마음을 느긋하게 먹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인테리어 학원과 통나무 건축 학교를 다니면서 건축에 대해 공부했고, 틈나는 대로 전원주택 관련 전문 서적을 탐독하는 등 몸을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또 3년 동안 건축 현장을 찾아다니며 집 짓는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고 앞으로 지을 집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했습니다.”
그러던 중 인터넷을 통해 통나무와 특이한 황토벽돌로 퓨전 황토집을 짓는 사진을 보았는데, 첫 눈에 마음이 끌렸다고.
“조립식으로 쌓는 황토벽돌을 보고는 하도 독특하여 마음이 끌렸습니다. 그 시공사가 집 짓는 현장을 찾아가 완공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았는데, 다른 건축 현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공사 시작부터 준공까지 사장을 비롯해 전 직원이 웃으며 즐겁게 일을 했습니다. 그러한 시공사라면 믿을 수 있겠다 싶어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는 시공사인 통나무황토주택(사장 배중효)에 자신이 직접 그린 설계도를 보이며 그대로 집을 지어 달라고 요구했다. 배중효 사장은 그 도면을 보고 놀랐을 정도란다.
“보통 건축주 나름대로 설계도를 그리는 경우가 있지만, 그 도면 그대로 사용한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하지만 강귀석 씨가 그린 설계도는 전문가 못지 않았습니다. 도중에 다락방을 추가할 것을 제안한 것 외에는 건축주가 제시한 설계도대로 시공했습니다.”
2005년 9월 첫 삽을 뜨기 시작한 공사는 12월 완공을 보았고, 이듬해 5월 입주했다.
통나무와 조립식 황토벽돌과의 만남
이 집은 숲이 울창한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멀리는 저수지까지 눈에 담을 수 있는, 그야말로 천혜의 자연 속에 앉혀졌다. 집은 전통 흙집의 단점을 보완한 퓨전 흙집인데, 자연을 그대로 담아 내 자연과 집이 하나인양 거슬리지 않는다. 기둥과 보가 통나무이기에 멀리서 보면 꼭 통나무주택처럼 보인다. 지붕선이 다양한 데다 통나무와 황토, 시더 사이딩으로 다양하게 마감해 외관이 한층 돋보인다.
배치를 보면 거실과 주방은 동향으로, 방은 남동향으로 앉혀 자연광을 최대한 끌어들였다. 거실 전면 부분의 마당 끝부분에 1미터 가량 높이의 둔덕을 만들고 조경수를 빼곡하게 심어 도로에서 시선을 차단했다.
이 집은 특히 시공사 측이 개발해 특허출원을 한 조립식 황토벽돌을 사용한 부분이 도드라진다. 벽체는 미국산 더글라스 원목(직경 35∼40㎝)으로 기둥을 세우고 250×170×150밀리미터짜리 순수 황토벽돌로 벽체를 쌓고 황토 모르타르로 미장 마감했다. 거실과 주방 부분의 외벽엔 시더 사이딩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지붕은 루바 위에 글라스 울 패널을 얹고 방수 시트를 깐 다음 아스팔트 슁글을 얹었다. 바닥은 줄기초 위에 스티로폼을 깔고 히트파이프 난방을 한 후 황토 모르타르로 미장했다. 바닥 마감은 거실과 주방엔 강화마루를, 방에는 기능성 장판을 깔았다.
쾌적한 내부… 중후하면서 따스한 분위기 연출
내부는 통기성을 고려해 전체적인 공기의 흐름에 맞춰 동선을 짰고, 바람이 잘 통하는 길을 내주어 쾌적한 내부 환경을 유지하도록 했다. 벽면은 황토 모르타르로 미장한 후 한지 벽지를 발라 흙이 숨쉬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공간마다 최소한의 가구만을 들였지만 별도의 드레스 룸을 들여 수납공간이 부족하지 않다.
평면을 보면 1층은 노부모 중심의 공용공간으로 구성하고, 2층은 건축주 가족 중심의 공간으로 세대 간 독립성을 꾀했다. 1층에는 거실·주방 겸 식당·다용도실·노부모방·욕실을, 2층에는 부부방·자녀방·욕실·다락방을 배치했다.
거실은 보와 기둥, 서까래를 노출한 빗천장에 벽면을 루바로 마감하여 중후하면서 따스한 느낌이다. 거실 양쪽 면에 창틀을 통나무로 하고 창을 크게 내어 실내 분위기를 한껏 돋았고, 앉아서도 주변 경관을 감상하도록 창의 높이를 낮췄다. 거실에서 이어지는 주방은 아일랜드형 싱크대를 설치하고 홈-바를 접목해 실용적인 볼륨감을 더했다. 또 세탁실 겸 다용도실을 갖춰 활용도를 높였고, 덱으로 자유로이 드나들도록 출입구를 설치했다. 모든 방의 벽과 천장은 한지 벽지로 마감하여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덱도 이 집에서는 스쳐 지날 수 없는 보석 같은 곳이다. 전면부터 우측면 끝까지 제법 넓게 냈는데, 가족이 야외 식사를 즐기거나 전원의 여유를 즐기는 데 손색이 없어 보인다.
건축주는 퇴직 후에 소일거리로 조경을 알차게 가꿀 계획이란다. 정원을 멋지게 가꿔 지인들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하고 싶다는 게 소박한 꿈이란다. 아울러 전원주택만한 노후 준비도 없다고.
“노후 준비는 젊었을 때 해야 합니다. 경제력도 중요하겠지만,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에 대해 준비해야 합니다. 전원에서 살면 소일거리도 많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한번 도전해 보십시오.”田
글·사진 박창배 기자
-
2006-06-28
-
-
[전원일기] 시골살이의 중심 '고사리 초무침, 머위 쌈밥'
-
-
올 봄처럼 변덕스러운 날씨는 처음 보았다. 진달래와 벚꽃이 더디 피도록 기온이 낮았고, 살랑살랑 봄바람은 구경도 못하고, 강풍이 불어 그나마 늦게 핀 꽃들마저 산산이 흩어 버려 꽃구경에 취할 틈도 없이 봄이 훌쩍 떠나 버린 것 같다.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시골 마을에, 이런 날씨는 치명적이다. 농작물의 생육에 지장을 줌은 물론이거니와 산과 들에서 저절로 나는 야생 식물들마저 빛과 향기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고사리가 그랬다. 봄 날씨가 싸늘해 고사리가 늦게 올라오기도 했지만, 5월 초부터 시작된 이른 더위로 잎이 금새 피어 식용으로써 가치가 떨어지기도 했다. 거기에 잡초들의 성장은 고사리와 나물들의 자라는 속도를 추월해 통통하게 물이 오른 고사리들의 품질마저 떨어뜨려 놓았다.
시골살이를 하면서 홀린 것처럼 산으로 들로 나물 뜯으러 다니는 재미에 봄날이 가곤 했는데, 올해는 고사리 꺾는 손맛도 제대로 못 볼 만큼 고사리 흉년이었다.
“언니, 고사리 꺾고 싶으면 우리 산으로 와 봐.”
어느날 저녁 무렵, 옆 동네에 사는 빈이 엄마가 인심 쓰듯이 걸어 온 전화에 나는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산으로 차를 몰았다. 평소 자기네 산에는 올라가기만 하면 고사리 두 포대는 거뜬하게 꺾어 온다며 자랑을 일삼으면서도 어디인지는 안 가르쳐 주겠다며 약을 올리던 빈이 엄마였다. 무슨 마음에 변화가 생겨 고사리 고수(?)인 나한테 인심을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변하기 전에 현장에 도착해야 했다.
3년 생 밤나무가 자라는 산자락에는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는데, 가만히 보니 고사리 반 잡초 반이었다. 잡초를 깎아 주고 관리를 한 탓에 다니기도 좋았지만, 완만한 산자락이라 그동안 고사리를 찾으러 다녔던 가시덤불 우거진 험한 산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우아한 고사리 원정이었다.
빈이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밤나무를 심고 가꾸느라 잡초도 베어 주고 가지치기도 하는 동안 밤나무 그늘 속에서 야생으로 조금씩 자라던 고사리까지 생육 조건이 좋아져 밭이 된 것이었다. 이전에는 새벽이면 어르신들이 다니며 고사리를 채취해 용돈을 마련해 쓰셨지만, 올해는 봄이 짧아 농사일에 바빠서 도저히 고사리를 꺾을 틈이 없다는 것이다.
“도시 사람들한테 입장료를 받고 고사리 꺾어 가는 ‘고사리 투어’를 모집하면 좋겠다. 요즘에는 단순하게 고사리를 장에 내다 파는 것보다 시골로 불러 들여서 체험하며 정서까지 끼워 파는 것이 유행이야”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 어르신들이 그럴 능력이 있나?”
“그럼 고사리 꺾으러 오고 싶어하는 내 친구들이 있는데 우선 오라고 해서 입장료라도 받아 드리면 안 될까?”
그날 나는 즉석에서 도시에 있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마침 연휴였던 다음날 득달 같이 달려온 친구들은 가지고 간 시장 가방에 난생 처음으로 가득 고사리를 꺾는 희열을 맛보았다. 나 역시 온 산을 헤매고 다니며 고사리를 찾아도 2킬로그램을 넘게 꺾어 본 적이 없는데, 그날은 무려 5킬로그램의 고사리를 팔이 아프게 들고 내려왔다.
고사리를 찾기 위해 풀숲을 헤치고 다니다 보면 징그러운 뱀과 마주치기도 하고 가시에 긁히는 일은 예사로 발생한다. 그래도 고사리 찾기를 멈추지 못 하는 것은 중독성 짙은 게임 같은 묘미 때문이다. 고사리 꺾기의 마력은 발견의 재미에 있다. 보물찾기를 하듯 때론 잡초 속에서, 때로는 찔레 넝쿨 속에서 고고한 허리를 쭉 펴고 여린 잎을 앙 다물고 있는 고사리를 찾아내는 희열이란…….
친구들은 난생 처음으로 시장에 내다 팔아도 될 만큼 꺾어 온 고사리를 펼쳐 놓고는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리 집은 제사도 안 지내는데, 이 많은 고사리를 언제 다 볶아서 먹으려고 욕심을 부렸나 몰라.”
친구 중에 하나가 발견의 재미만 좇아 너무 많이 꺾어 온 고사리 앞에서 감탄인지 한탄인지를 내뱉었다.
대체로 고사리는 삶아 말려서 보관했다가 다시 불려서 삶은 다음 볶아서 나물로 먹는 방법과, 육개장에 넣는 재료 외에는 요리법이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봄철 누구나 욕심을 내는 나물치고는 요리법이 다양하지 않은 것은 이상한 일이다.
“고사리를 볶아서만 먹는다는 편견을 버려. 고사리도 초고추장에 회무침으로 먹었더니 씹히는 맛과 향이 얼마나 좋은데.”
이것은 내가 개발한 요리법이 아니라 산에 다니면서 만난 고사리 고수들한테 전수 받은 것이다. 내가 고사리 회무침을 반찬으로 내놓으면서 우리 집에 자주 드나드는 지인(知人)들한테는 정평이 나서 우리 집 특선 반찬으로 자리 잡았다.
산에서 채취해 온 고사리는 우선 가는 것과 굵은 것을 선별해서 삶는다. 이때 고사리는 끓는 물에 데치는 식이 아니라 줄기를 눌러 보아 충분히 물러질 때까지 삶아야 말린 후에 다시 불려서 먹어도 질기지 않다. 그리고 삶아서 회무침으로 먹을 때는 삶은 다음 찬물에 1시간 이상 담가서 쓴맛을 빼서 쓰는 것이 좋다.
삶아서 쓴맛을 뺀 고사리를 초장에 찍어 먹거나 오이와 버섯 등의 야채와 함께 초고추장에 버무려 놓으면 봄철 입맛 나는 밥상이 된다. 거기에 머위 쌈밥을 주식으로 내놓았더니 지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리 집에 찾아와 요즘 나의 봄날은 고사리 회무침과 머위 쌈밥과 함께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골살이를 하는 재미 중에 하나는 산과 들에 나는 야생의 재료들을 이용해 요리를 만들어 지인들을 불러 들여 함께 즐기는 것이다. 매일 먹는 음식이 아니라 특별한 재료를 이용한 토속적이며 질박하면서도 눈이 즐거운 요리는 내 시골살이의 중심이 되고 있다.田
글 오수향(ocho290@hanmail.net)
-
2006-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