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보기
-
-
가족 펜션으로 자리 잡은 가평 임산계곡의 '하늘 마루' 펜션
-
-
강원도 가평군에 위치한 명지산(明智山, 1267m)은 웅장한 산세와 울창한 숲을 자랑하며 계곡마다 사시사철 맑은 물이 끊이지 않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가평 시내를 벗어나 목동삼거리에서 연인산 쪽으로 꺾어 들면 멀리 명지산과 화악산 계곡에서 발원한 물들이 굽이굽이 다가든다. 바라보이는 풍경들마다 심산 유곡에 들어 온 느낌을 준다. 그만큼 신선하고 청정한 경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도계 방향으로 직진하다가 ‘논남’ 이정표를 따라 왼쪽 좁은 길로 접어들면 ‘별유천지(別有天地)’라는 말 그대로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바로 임산계곡이다. 처녀림에 가까운 임산폭포를 품은 명지산의 감춰진 계곡이다. 이 계곡 막다른 곳에 ‘하늘마루’ 펜션이 비밀의 장원처럼 숨겨져 있다.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가평군 북면 적목리
·부 지 면 적 : 1800평
·연 면 적 : 157평(1층 - 68평, 2층 - 89평)
·건 축 형 태 : 철근콘크리트조
·외벽마감재 : 드라이비트
·내벽마감재 : 실크벽지
·단 열 재 : 스티로폼 100㎜
·천 장 재 : 실크벽지, 루바
·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
·바 닥 재 : 강화마루
·창 호 재 : 국내산 시스템 창호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 태양열(온수)
·벽 난 로 : 노출형 벽난로
·정 화 조 : 1일 24톤
·식 수 공 급 : 지하수(250m)
·시 공 기 간 : 2004년 8월 ∼ 2005년 3월
·건 축 비 용 : 평당 300만 원
설 계 : 정품건축사사무소 031-582-7076
시 공 자 : 이태기 011-262-0145
비포장 계곡 길을 한참 올라가자, 아홉 살 먹은 진돗개 꽃님이가 짖으며 뛰어 나온다. 더 이상 올라갈 길이 없는 그곳에 ‘하늘마루’ 펜션이 하얀 속살을 보이며 숲 그늘에 숨어 있다. 펜션을 도맡아 경영하는 이상현 사장(60) 부부가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했다. 든든한 콘크리트 건물에 회백색 드라이비트로 마감한 외장이 중후한 호텔을 연상케 한다. 고급 대리석으로 내장을 마감한 실내는 가벼운 목구조 펜션과 달리 깊은 맛을 더하며 놀라움과 흥분을 안겨 준다. 140여 평에 이르는 웅장한 펜션 건물이 이 깊은 계곡에 세워져 있다니, 그 누가 상상이라도 하겠는가? 여섯 개의 방마다 위치를 달리해 넓은 창 너머로 펼쳐진 1000여 평의 정원과 정원을 휘감아 흐르는 계곡 물을 바라보는 펜션이 있다니, 그 누가 짐작이라도 하겠는가?
8년에 걸쳐 조성한 정원
하늘마루 펜션의 역사는 1997년부터 시작된다. 건축주 이춘기 사장(49)은 금융전문가로, 서른 중반부터 남몰래 전원생활을 꿈꿔 왔다. 그래서 몇 년에 걸쳐 일생을 자연과 벗하고 지낼 만한 땅을 찾았다. 그러나 그만한 땅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회사 직원의 권유로 이곳을 찾게 됐다. 이 계곡에 처음 들렀을 땐 민박과 양봉을 하는 화전민의 낡은 가옥만 있을 뿐, 그냥 숲과 바위와 밭이 어우러진 평범한 계곡이었다. 그가 ‘이 땅이야!’하고 결정한 것은 건너편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벽과 맑은 계곡 물 그리고 암벽 사이에서 자라는 함박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주인이 요구하는 값을 치르고 1800평의 땅을 사들였다.
이춘기 사장은 정원부터 손보기 시작했다. 어설픈 숲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산책길을 만들어 휴식할 수 있는 정원을 만드는 일에 전념했다. 그러나 정원 가꾸기는 단번에 승부를 낼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잘 알았기에, 그는 주말을 이용해 조금씩 그리고 아주 천천히 만들어 갔다. 말하자면 정원을 즐기기부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낮은 밭을 메우고자 서른 트럭이 넘는 흙을 뿌렸고 제멋대로 돌출된 거친 바위들을 캐어 옮겼다. 하지만 숲 자체를 훼손하지는 않았다. 나무들이 자라는 자리를 그대로 존중해 주었다. 그리고 정원 절반에는 잔디를 깔았다. 그 반대편으로는 작은 연못과 분수를 만들었다. 지도상 38선이 가까운 지역임을 감안해 한반도 모양의 연못을 만들고 물은 계곡 건너편 높은 곳에서 끌어와 낙차를 이용해 분수까지 치솟게 했다. 이렇게 정원을 만드는 일에 꼬박 8년 가까운 정성과 노력을 들였다. 그래서 하늘마루를 찾는 고객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원이 없는 미완성 펜션들도 많은데, 이처럼 아름다운 숲 속의 정원을 갖춘 펜션을 만날 수 있다니, 그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정원의 곳곳에는 100여 종의 야생화들이 있다. 남달리 야생화를 좋아하는 이춘기 사장의 노력으로 깊은 숲에서나 만나는 희귀 야생화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모양이 꼭 두루미를 닮은 ‘두루미천남성’, 꽃이 요강단지처럼 생긴 ‘강릉요강난’을 비롯해 용머리꽃, 흰달개비, 금강초롱, 비단동자꽃 등 희귀종들이 즐비하다. 새로운 야생화가 있다면 반드시 달려가 정원으로 옮겨오는 열성 때문에 그는 현재 가평군 야생화협회 회장까지 맡고 있다. 처음에는 야생화를 소개하는 팻말을 일일이 붙였지만, 희귀종이라는 말에 몰래 캐 가는 고약한 일들이 벌어져 지금은 팻말을 거두었다. 야생화가 생존을 위해 이름 없는 꽃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 까닭을 비로소 알게 됐다며 그는 미소를 짓는다.
혼전 커플, 예약 안한 고객은 ‘NO’
현재의 펜션 건물이 들어선 것은 2005년 4월 말. 민박집으로 운영하던 낡은 가옥을 허물고 2004년 8월 건축을 시작해 꼬박 8개월에 걸쳐 지었다. 2층은 복층 대형 펜션룸으로 특별실 3개를 비롯해 모두 6개의 룸을 갖추었다. 1층에는 내실과 함께, 넓은 주방과 고객을 위한 카페를 마련했다. 그런데 튼튼하고 중후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룸의 시설에서 일반적인 펜션 룸과는 개념을 달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즉, 하늘마루 펜션은 젊은 커플을 위한 룸이 없다는 점이다. 룸에는 화려한 인테리어나 침대 그리고 가구집기 등의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온돌방만 있을 뿐이다. 젊은 커플을 받지 않겠다는 주인의 의도를 읽어볼 수 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처음부터 하늘마루 펜션은 철저한 가족 중심 펜션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하늘마루 펜션이 고집하는 운영 원칙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명지계곡이나 임산계곡 유원지이지만, 하늘마루 펜션은 아무나 이용하는 대중적 유원지 개념에서 벗어나 ‘건강한 가족들이 예약을 통해서만 이용하는 펜션’으로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펜션 입구에는 ‘이 펜션은 예약한 손님만 이용할 수 있다.’는 팻말을 걸어 놓았다. 혹시 신분을 숨기고 결혼 전의 젊은 커플이 이용하려고 하면, 다른 이용 가족들과의 관계와 분위기를 생각해 반드시 예약금을 환불해서라도 펜션 이용을 막는다고 한다.
또한 펜션 룸마다 주방 설비가 있지만 취사는 금지돼 있다. 1일 3식을 반드시 식당을 이용하는 것이 조건이다. 이러한 운영 규칙은 무질서와 쓰레기로부터 자연환경을 보호하려는 이춘기 사장의 자연 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한다.
이러한 노력은 정화조 시설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일반 환경 규정에서 요구하는 정화 시설보다 무려 3배 이상의 시설비를 투입해 오물들이 거의 완벽하게 정화돼 방류된다. 방류 지점에는 금붕어를 길러가며 오염 정도를 확인한다고 하니, 참으로 놀라운 노력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고객들에게 술과 소음을 일으키는 노래방 기기도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객들이 스스로 자연의 참맛을 즐기는 펜션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하늘마루 펜션은 자연의 덕을 보는 것만큼 이익을 자연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셈이다.
명지산 환경지킴이로 남고 싶어
자연을 즐기기 프로그램 1순위는 여름에 즐기는 ‘계곡 물놀이’다. 계곡 물은 한여름에도 얼음처럼 차서 가족을 위한 최고의 피서지다. 그 다음이 ‘한 밤에 별 보기’다. 명지산 자체가 예로부터 별이 잘 보이는 산으로 이름 난 곳이므로, 해발 510미터의 현재 위치에서도 날이 맑으면 쏟아지는 별들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인정 받은 펜션 자체의 ‘하늘마루 약수’와 식사마다 별식으로 제공하는 ‘흑돼지 바비큐’도 즐길 만한 먹거리다.
임산계곡 산책 코스도 빼놓을 수 없다. 펜션에서 10분만 올라가면 처녀림 가운데 감춰진 ‘임산폭포’를 볼 수 있는데 40미터 높이의 2단 폭포가 장관을 이룬다. 현재 이 폭포는 출입이 금지돼 있어 펜션 고객이 아니면 접근할 수 없다. 또한 왕복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산림욕 코스라던가, 3시간 이상 걸리는 정상 왕복 코스 등도 있어 선택이 다양하다.
고객들은 대개 직장인들이 모임을 위해 찾았다가 가족과 함께 다시 찾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하늘마루 펜션은 상당한 단골 고객층을 갖고 있는 성공한 가족 펜션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춘기 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하늘마루가 경제적 성공보다는 자연과의 조화와 교감을 체험할 수 있는 자연 속의 가족 펜션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또한 그는 끝까지 임산계곡을 지키는 자연인의 한 사람으로 남기를 소원한단다. 하늘마루 펜션과 함께 명지산의 환경지킴이로 남기를 자처하는 것이다.田
글 김창범 / 사진 최선희 기자
-
2006-07-29
-
-
[HAPPY D.I.Y] 정원용 의자 만들기
-
-
연중 정원이 가장 돋보이는 푸른 계절. 우리 집 정원은 의자를 놓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공원이 된다. 정원에서 자연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의자를 만들어 보자.글 한태성1998년부터 D.I.Y공방인 '만드는세상'을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대 미대 졸업, 분당에 있는 이우학교에 목공강사로 출강 중입니다. '만세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학교 졸업생이 회원자격으로 자유로운 D.I.Y작업을 하는 작업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만드는세상에서는 고집스럽게 통 원목을 주로 사용하는데, 원목은 곧 자연이며 오랜 세월이 흐를수록 손때 묻은 원목의 진가가 드러난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합니다. 만세학교 분교로는 현재 경북만세, 서산만세, 수원만세, 분당만세, 양지만세가 있으며, 전남 광주만세, 경기 산본만세, 강원 평창만세, 충북 단양만세를 오픈했습니다.만드는세상 031-765-4404, www.makeworld.co.kr1 디자인 : 디자인이 그리 쉽지 않지만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반드시 해야 한다. 본인의 능력에 맞게 구상한 것을 그린다. 다리 2개를 만들면 의자는 끝이므로 다리 부분을 보다 정확하게 그렸다. 구조역학적으로 '×'자 형태의 다리는 완벽하다. 2 다리용 원목 재단 : 2×6인치(두께 36 × 폭 140 × 길이 3600㎜) 원목을 사용해 디자인할 때 정해 놓은 치수대로 재단한다. 원목 77, 70센티미터를 각 1개씩 재단하고 60센티미터는 필요한 부분이 2군데이므로 2개를 재단하면 합이 4개다(필요한 나무의 수량은 4×2=8개지만 재단 후 2등분 켜기를 할 예정이므로 원목의 재단은 2개만 있으면 된다.) 3 원목 켜기 : 앞에서 언급했듯이 2×6인치 원목의 폭이 140밀리미터이므로 2등분 켜기를 하면 약 6.5센티미터 정도의 다리를 얻을 수 있다.
4 대패질 : 원목의 두께가 약 36밀리미터로 너무 두껍기에 자동 대패를 이용해 2∼3밀리미터 깎아 냈다. 자동 대패의 경우 원목이 너무 짧으면 대패에 집어넣기가 곤란하므로 적당한 길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5 원목의 수량 확인 : 켜기와 대패질 과정을 마치고 나니 다리용 원목이 모두 8개 나왔다. 6 다리 사선 재단 : 재단기(Table Saw)의 슬라이딩 각도 조절 기능을 이용해 원하는 각도로 재단한다. 이때는 각도 맞추기가 쉽지 않으므로 신중을 기해 작업하고, 재차 확인하는 지혜와 끈기가 필요하다. 7 사선 재단을 마친 상태.
8 가조립 : 원하는 모양이 나왔는지 간단히 가조립을 한다. 9 '×'자 다리 결합용 홈파기 : 재단기를 이용해 톱날의 두께만큼씩 원목을 날려 버린다. 물론 원하는 각도는 '×'자 구조를 유지할 2개의 원목에 맞추어 정해야 하는데, 톱날의 높이는 다리용 원목 두께의 1/2이 되도록 상대편 원목의 폭만큼 정해야 한다. 다리는 1개가 아니므로 재단기에서 세팅을 해야 홈파기를 똑같이 할 수 있다. 10 홈파기를 한 상태. 11 가조립 후 확인 : 홈파기가 잘 됐는지 가조립을 하여 확인한다. 너무 헐거우면 구조상 문제가 발생한다. 이 기능은 숙련을 요구하는 과정이므로 절대로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작업한다.
12 가조립 후 확인 : 등받이와 좌대 받침대도 가조립을 해 본다. 자, 이제는 가공 및 조립 절차만 남았다. 13 손대패 사용 모서리 둥글리기 : 모서리를 둥글리는 공구는 많지만 이번에는 손맛을 보기 위해 작은 손대패를 사용했다. 14 1차 샌딩 : 원목을 자동 대패로 깎아 낸 상태이므로 표면의 상태가 거칠 수 있다. 그래서 강력한 벨트 샌더로 1차 샌딩을 한다. 15 진동 샌더로 더욱 부드럽게 샌딩.
16 샌딩을 한 원목의 상태. 17 원목 모음. 18 가조립 : 다리 2개를 가조립한다. 이때의 가조립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좌우 대칭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 19 조립을 위한 드릴링.
20 목공 본드 칠하기. 21 피스 못을 이용한 조립. 22 드릴링 구멍을 나무못으로 가리기. 23 튀어나온 나무못 자르기.
24 다리 중 나머지 부분 조립. 25 등판과 좌대용 원목 : 등판과 좌대용 원목을 다리 부분과 같은 과정으로 가공한다. 물론 길이는 본인의 자유 의사로 결정한다. 여기에서는 길이를 1미터로 정했다. 등판 2개, 좌대 4개를 사용할 예정이므로 원목이 총 6개다. 26 좌대와 등판 조립. 27 완성된 모습.
-
2006-07-29
-
-
[인테리어 소품] 소리를 타고 오는 바람으로 시원한 여름나-비즈 발 인테리어
-
-
시원한 바람과 더불어 귀를 맑게 하는 소리가 집 안에 울려 퍼진다면 오감으로 시원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통풍이 잘 되는 창가나 움직임이 많은 곳에 포인트로 예쁜 발을 달아 보자. 맑고 투명한 구슬들이 부딪히는 소리는 더운 여름 건조하고 답답한 가슴속에 시원함을 안겨 줄 것이다.
글 최선희 기자자료제공 핑크윙 02-6225-0928, www.pinkwing.com
빗방울과 협주곡을 벌이다
무더운 여름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장마. 빗줄기가 시원스레 내리지만 빗방울이 떨어지는 창가에 앉으면 마음이 촉촉하다 못해 왠지 우울해진다. 빗소리와 더불어 실내에 구슬이 빗방울처럼 맺혀 있는 '비즈 발'로 창가를 장식해 보자. 빗소리와 더불어 울리는 비즈의 향연은 마음을 경쾌하게 할 것이다.
1 다양한 크기의 블랙 고리들이 서로 하나가 되어 창가를 은은하게 가려준다. 2 3 코스모스를 따다 걸어놓은 듯한 향기로움이 물씬 풍기는 발.
소리가 있는 자투리 공간
딱히 공간을 구분 짓지 않은 곳. 하지만 왠지 허전한 기분이 드는 공간에 발을 설치해 보자. 건너편에서 바라본 그곳은 시야를 살며시 가리지만 여전히 개방되어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주방과 식당, 거실과 방 사이 통로 등의 공간을 '있어 보이는' 곳으로 바꿔 보자.
빛과 소리를 활용한 아이디어
조명이나 화분으로 장식한 창틀이나 테이블, 식탁 위 찻잔이 놓인 곳 등은 그 자체로 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곳에 동적인 요소를 가미해 생기 있는 공간으로 꾸며 보자. 조명을 받으면 영롱한 빛을 내 뿜는 비즈 발로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으면 머무르고 싶은 곳이 될 것이다.-->
-
2006-07-29
-
-
[인테리어] 바다 향기를 집 안으로... Cool한 여름나기
-
-
소금기가 묻어 오는 바람이 그리워지는 계절, 햇살에 마냥 몸을 맡겨도 부끄럽지 않은 시즌이 돌아 왔다. 강렬한 여름 빛은 남미 풍의 원색이 익숙하게 다가올 만큼 열정에 빠져들게 한다. 강렬한 원색과 은근히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파스텔 톤의 매력을 적절히 섞어 시원한 여름을 보내자.
글·사진 최선희 기자자료 제공 및 촬영 협조 한샘 인테리어 방배직매장 02-591-2300, www.hanssem.com한샘몰 1688-4945, www.hanssemmall.com
과감한 색상으로 유혹하는 침실
보색 대비가 시선을 끄는 침구와 진한 연두색 커튼은 마치 해변에서 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시각적인 자극으로 'Cool'한 감각을 끌어들이고 싶다면 원색적인 매력에 빠져 보자. 커리어가 있고 자신감 넘치는 이에게 적격인 인테리어 연출법이 될 것이다.
전통적인 느낌을 살린 은근한 감각
전통의 감각은 강하지 않은 컬러와 소재로 은근한 매력을 자아내는 데 있다. 노후를 보낸다고 해서 우중충한 색에만 매달리지 말고 은은한 듯 화사하고, 시원함을 겸비한 질감과 색상을 찾아보자. 산뜻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안겨 주는 인테리어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시원한 침실과 바다 빛을 안은 소품
하늘을 담아 더 푸르러진 바다는 해안으로 밀려드는 파도에 뭉게구름처럼 하얀 치아를 드러낸다. 파란색과 하얀색이 시원해 보이는 것은 하늘과 바다가 만나서일까. 여름이면 가장 만나고 싶은 곳이 바로 해변일 것이다. 이런 바다의 푸름을 담아 시원하게 연출할 수 있는 침구와 소품을 만나보자.-->
-
2006-07-29
-
-
[Home & Garden] 전원주택과 어울리는 연못정원 만들기
-
-
연못은 그 유래가 대단히 깊어 동양의 조경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이용되어 왔다. 신선설에 의해 중국에서는 중도식(中島式 : 연못 한 가운데 섬(仙山)을 놓는 방식) 조경에 이용된 기록이 있으며 서양에서는 쓸모 없는 습지를 이용하기 위해 연못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연못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제 기능을 떠나 감상을 목적으로 때로는 경관의 대상으로 발전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연못은 한문으로 '지(池)' 또는 '담(潭)'으로 표현하는데 옛날부터 '지'나 '담'을 끝에 넣어 연못의 이름을 붙였다. 경주의 안압지, 한라산 백록담 등이 그 예다.
연못의 형태
조경에 쓰이는 연못의 형태는 서구식과 동양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서구식 연못은 도안 구성이 기하학식으로 되어 있고, 동양식 연못은 자유롭고 추상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동양식 연못은 신선설과 불교적 색채를 띤 내용을 가진 것에서 시작된 형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예를 들면, 마음 심(心)자나 물 수(水)자, 구름 모양, 구슬 옥(玉)자, 호리병 모양 등등이 있다.
●동양식 연못
동양식 연못은 대체로 자연 풍경의 지형·지물을 그대로 이용하여 만들어졌다. 자연 풍경에 순응하며 모두가 신선설과 음양오행설에 입각하여 구조와 위치가 정해졌다. 낭만적이고 공상적이며 감상적이다. 철학이 있으며 다양한 멋과 아울러 풍미에 취해 사색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색이다.
●서구식 연못
이에 반해 서구식 연못은 일반적으로 개방적이고 수치적이다. 직선과 규칙적인 곡선, 원 또는 타원, 각 등을 이용한 기하학적 도안이 주를 이룬다. 조형적인 선과 구조물들이 많고 잔디와 자연스러운 수목, 점경물, 분수, 일년초화 등을 주로 이용한 점도 눈에 띈다. 강한 색채의 대비를 통한 직선적 감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연못 위치 선정
연못의 위치를 선정할 때는 조경 부지 면적이 넓은지 좁은지 한적한 곳인지 잘 보이는 곳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조경 부지가 전체적으로 너무 습하여 다른 수목을 식재하기 곤란할 때는 지면보다 1미터 낮게 파고 다시 거기서 연못을 파야 한다. 이는 배수의 효과를 얻기 위한 것으로 때로는 침강지(沈降池)를 만들기도 한다.
연못 만들기
●연못의 형태 잡기
연못 재료로 우리나라 고대에는 모두 다듬은 화강암의 사괴석이 쓰였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시멘트, 자연석, 흙, 통나무 등이 널리 쓰이고 있다. 가정용 정원 연못을 만들 때 주의할 점은 물의 누수를 대비해 기초공사를 잘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연못 부지보다 더 크게 파고 사방과 바닥을 전부 시멘트 콘크리트를 하고 방수액을 사용한 다음 다시 시멘트를 바르고 그 안에 연못의 형태를 잡아서 만든다. 연못의 깊이는 50센티미터에서 1.5미터 사이가 좋고 익사 사고가 날 위험도가 높으므로 이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한다. 면적은 조경 부지 전체 면적에 1/9 이상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자연석을 활용한 연못
자연석을 사용할 때에는 돌과 돌 사이에 시멘트가 아닌 질흙과 수초를 심어 메운다. 수면 위로는 낮은 관목을 심어 장식한다. 만약 시멘트를 쓰게 되면 월동 후 해빙기에 모두 터져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붕어를 기르려 할 때는 월동 대책으로 한 옆이나 가운데에 연못 바닥보다 1미터 깊게 웅덩이를 파서 만들고, 사람이 빠지지 않도록 철책을 덮는다든지 좁을 때는 자연석을 얹어 물고기만 들어오고 나가게 한다.
●중도식 연못
중도식 연못을 만들 때는 연못을 파기 전에 중도에 쌓을 돌이나 식재할 수목을 먼저 갖다 놓고 연못을 파야 공사에 편하다. 또한 연꽃이나 수초를 심어야 할 경우에는 연못 바닥에 흙을 넣을 수 있는 웅덩이를 파서 만들어야 하고, 바닥에는 물이 빠질 수 있는 배수구와 수면에는 물이 흘러들어 오는 곳과 나가는 유출입구를 확보해야 한다.
●계류형 연못
계류형 연못은 자연의 하천이나, 계곡, 폭포의 형태로 물이 흘러내리게 하는 방법으로 정적인 연못보다 생동감 있는 물의 흐름을 감상할 수 있다.
연못 주변 경관 연출하기
연못 주변에는 정자나 벤치를 놓거나 다리, 폭포 등을 설치하기도 한다. 특히 수목을 식재함으로써 더 무게감 있는 연출을 얻을 수 있다. 연못의 수중 절개면은 자연석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말목(통나무)을 이용해 무너지는 절개지를 보호하기도 한다. 또한 자연 그대로 절개지 흙을 노출시키는 경우에는 완만하게 20∼30도 정도로 경사각을 유지하여 지피식물을 식재하는 것이 보통인데, 여기에 식재되는 것으로는 붓꽃, 머위, 부들, 줄풀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시멘트로 콘크리트를 치는 방법도 있으나 자연미를 상실할 우려가 있어 자주 쓰이지 않는다. 이밖에도 자연 경관을 그대로 이용한 자연형 호수를 들 수 있는데 이때는 깊이와 형태가 예외로 자연 그대로 이용함이 좋다.수재화단은 물을 이용하여 관상케 하는 연출법이다. 물에 자라는 수생식물을 정원의 연못에 가꾸어 관상하는 방법, 여러 가지 조각물이나 돌을 깔고 여기에 어리연꽃이나 노랑어리연꽃, 가시연꽃, 왜개연꽃, 가래류, 생이가래, 연꽃, 칸나, 수련, 꽃창포, 워터칸나, 방동사니시페루스, 택사, 마름 등과 물고기를 길러 관상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연못
향원정(香園亭) 연못 : 경복궁 후원 일부의 정원으로 아미산 후원 뒤에 자리 잡은 연못이다. 이 연못 가운데 네모난 돌로 쌓아올린 조그마한 섬 위에 지은 육모의 정자가 향원정으로 남쪽으로 목교가 걸려 있고 연못에는 연꽃이 심어져 있다.부용정(芙蓉亭) 연못 : 연못의 형태는 방지로 사각 형태이며 중앙의 섬은 원도로 둥근 섬을 만들었고 가장자리는 네모난 사괴석을 쌓아 질서 있는 자연 풍경 속의 인공미를 조성했다. 방지와 원도의 음양을 대조적으로 연출해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田
글 유병열<삼육대학교 환경원예디자인학과 교수>
-->
-
2006-07-29
-
-
목가적 분위기에 실용성을 더한 양평 36평 단층 ALC주택
-
-
건축주 부부가 노후를 보낼 요량으로 마련한 전원주택. 친환경 건강 건축 자재인 ALC(경량 기포 콘크리트) 주택으로 외관은 단순하면서도 세련미가 넘쳐흐른다. 내·외벽 모두 ALC 블록을 쌓고, 지붕엔 스틸 골조로 트러스를 짠 후에 샌드위치 패널을 얹었다. 거칠면서 부드러운 색상의 테라코트로 외벽을 마감하고, 박공지붕엔 아스팔트 이중 그림자 슁글을 얹었다. 내부는 평상시 부부만 생활하는 공간이기에 실용성에 역점을 두었다. 인테리어는 공용 공간은 중후하면서 세련되게, 독립공간은 차분하면서 안정감 있게 연출했다.
건축정보
·위 치 : 경기 양평군 용문면 조현리
·부 지 면 적 : 170평
·연 면 적 : 36평
·건 축 형 태 : ALC 주택
·외벽마감재 : 테라코트 스프레이
·내벽마감재 : 석고보드 위 벽지
·천 장 재 : 필름 + 벽지
·지 붕 재 : 아스팔트 이중 그림자 슁글
·바 닥 재 : 강화온돌마루 + 장판
·창 호 재 : 하이 새시 이중창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 수 공 급 : 지하수 + 상수도
·건 축 비 용 : 평당 280만 원
설계·시공 : 기드온건설 02-478-1189 www.gideon300.co.kr
수도권 전원주택 1번지로 알려진 경기도 양평군. 그 가운데 농가주택들이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 용문면 조현리는 용문산 자락으로 둘러싸인 데다 물 맑은 계곡이 흐르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최근 들어 노후 주택들이 하나둘씩 헐린 자리에 새 주택이 들어서면서 아름다운 전원마을로 변모하고 있다. 이 마을 어귀에 이르면 눈에 띄는 주택이 있다. 신동일(61세)·임영희(53세) 부부가 노후를 보낼 요량으로 마련한 보금자리다.
신동일 씨는 젊어선 어쩔 수 없이 도회지에서 살았지만 노후엔 고향에서 자연과 더불어 보낼 계획이었다. 정년 퇴임을 하고는 그 길로 고향을 찾았다.
“54세가 되던 99년에 직장에서 정년 퇴임을 하고는 그 길로 고향을 찾았습니다. 집 지을 터를 마련하기 위해서였지요. 고향 마을 주민에게서 170평의 부지를 소개받고는 그 자리에서 평당 20만 원에 사들였지요.”
그로부터 4년 후. 신동일 씨는 자녀들이 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발을 내딛자 그 터에다 전원주택을 짓기로 했다. 건축 구조는 친환경적이면서 시공비가 저렴하고 건강주택으로 알려진 ALC주택으로 정했다. 단열성 및 내화성이 뛰어나 냉·난방비 절감 뿐만 아니라 시공이 간편해 공사비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친환경적이면서 저렴한 건강주택
시공사는 사후 관리 측면을 고려해 현지에서 가까운 업체를 선정했다는 신동일 씨.
“무엇보다 시공사 선정에 고민을 많이 했지요. 시공사를 잘못 만나면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으니까요. 전문지와 인터넷 등을 통해 마땅한 시공사를 찾던 중 인근에서 전원주택을 짓고 전원생활을 하는 지인에게서 ‘기드온건설’을 소개받았는데 이런 시공사면 되겠다 싶었어요. 기드온건설의 시공 능력에도 믿음이 갔지만, 현지에서 가깝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계약을 맺었지요.”
그는 집 지을 때, 평상시 부부만 산다는 점을 고려해 공용공간인 거실을 넓히고 유지 관리비가 적게 드는 마감재를 사용할 것 등을 주문했다. 그리곤 모든 것을 시공사에 맡겼다. 2004년 3월 중순 첫 삽을 뜨기 시작한 주택은 그해 6월 완공을 보았다.
집은 주변이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앞으로는 마을과 논·도로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목가적 분위기가 물씬한 곳에 가지런히 앉혀졌다. 마당은 뒷산과 이어지는 능선과 맞닿아 있어 집에서 곧장 산을 오를 수 있다.
출입구와 현관을 남쪽 진입로 정면으로 내고, 현관과 같은 방향으로 거실과 안방·딸의 방을 배치했다. 그 반대편에는 주방, 다용도실, 아들 방이 놓여 있다. 그리고 농가주택임을 감안해 현관 옆에 농기구 등을 보관하는 주차장 겸 창고를 마련했다. 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면으로 덱을 길게 내고, 그 위에 탁자와 의자를 놓아 전원의 여유를 더한 것이 매력적이다.
집의 외관은 단순하면서도 세련미가 넘친다. 집을 설계·시공한 기드온건설의 함기용 대표는 “농촌에 어울리면서 자칫 촌스럽다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심플하면서 현대적 요소의 세련미를 가미했다”고 한다.
벽체는 ALC 블록으로 쌓고 방음과 단열을 위해 내벽에 석고보드를 댔다. 지붕에는 스틸 골조로 트러스를 짠 후 샌드위치 패널을 얹었다. 거칠면서 부드러운 색상의 테라코트 스프레이로 외벽을 마감하고, 산의 능선과 조화를 이루는 각도의 박공지붕에는 아스팔트 이중 그림자 슁글로 마감했다.
실용적인 공간 아늑하고 차분한 분위기
내부는 평상시 부부만 생활하는 공간이기에 실용성에 역점을 뒀다. 연면적 36평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사적공간인 침실을 좁게 낸 대신 공용공간인 거실과 주방을 넓혔다.
인테리어를 보면 공용공간은 심플하면서 세련되게, 독립공간은 차분하면서 안정감 있게 연출했다. 지붕의 박공 라인까지 시원스럽게 천장을 튼 거실은 아이보리색의 벽지로 벽과 천장을 마감하고 곳곳에 은은한 조명을 설치해 따스하면서 세련된 분위기가 풍긴다.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천장 서까래가 중후한 멋을 더하는 것도 벽지와 조명의 절묘한 어울림에서 비롯된다. 전면창으로는 풍부한 햇살이 들이치고, 띄엄띄엄 펼쳐진 한갓진 전원 풍경이 정감 있어 보인다.
주방 겸 식당은 하얀색 싱크대와 고풍스런 분위기의 테이블로 깔끔하면서 세련된 분위기를 표현했다. 메인 조명을 끄고 보조 조명을 켜면 차나 술잔을 나누기에 손색이 없는 바(Bar) 분위기로 바뀐다. 그 옆으로 보일러실 겸 다용도실을 배치하고 외부와 통하는 출입문을 냈다. 그리고 부부침실은 하얀 붙박이장을 사용해 화사하게 연출하고, 자녀들 공간은 따스한 톤의 커튼을 이용해 밝고 차분하게 꾸몄다. 거실과 주방의 바닥재는 강화 온돌마루로, 방에는 장판으로 마감했다.
넓지 않지만 마당 또한 정갈하게 꾸며 놓았다. 출입구에서 현관에 이르는 길에 침목으로 계단을 설치했으며, 잔디 조경에 조경수와 조경석 그리고 배나무·대추나무·복숭아나무 등 온갖 종류의 유실수가 조화를 이뤄 농가주택의 운치가 물씬 풍긴다.
신동일 씨는 3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을 이렇게 말한다.
“이제야 비로소 내 옷을 입은 느낌입니다. 그동안 몸은 도회지에 있었지만 마음은 늘 고향에 있었습니다. 38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너무 기쁘고 행복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소일거리로 농사일을 하며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생각입니다.”田
글·사진 박창배 기자
-
2006-07-29
-
-
[전원에서 글밭을 일구며3] 그 집
-
-
한 길가에 나란히 터를 잡았는데도 오른편의 집을 윗집이라고 불렀다. 우리 집보다 지대가 조금 더 높았기 때문이다. 정작 왼편 북쪽의 집을 아랫집이라 불렀으니, 언뜻 보기에는 똑 같은 평지인 듯 잘 가늠이 되지 않는 데도 어른들은 그렇게 지대의 높낮이를 정확하게 대우해 주었다.윗집은 위채와 아래채가 모두 네 칸인 기와집이었다. 사랑채에 달린 두 짝 대문은 고개를 들고 올려다봐야 끝이 보였으니, 어린 눈에는 동네 재실만큼이나 큰 집으로 보였다. 기둥이 한아름이나 되고 높은 기단(基壇) 위에 대청마루가 훤하니 크던 집. 호호백발 증조할머니는 안채 대청마루에서 늘 긴 담뱃대를 물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아들, 며느리, 손자손녀들을 호령했다.명절이면 번들번들한 대청마루에 큰 제상이 차려지고 두루마기에 갓을 쓴 후손들이 멍석을 펴놓은 마당까지 줄지어 늘어서 예를 올리던 모습이 담 너머 보였다. 마당 그득하니 남자가 많던 집, 아들이 많아서 부자였을까. 동네에서 제일 크고 무서운 황소가 있는 집도 그 집이었다.윗집 아제는 아들들을 데리고 황소를 몰아 부지런히 일을 했다. 동네에서 억척 일꾼으로 소문난 것만큼이나 가을걷이를 할 때면 마당 가득 곡식들이 들어찼다.우리 집 사랑채에도 기와를 올렸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 알매를 올리고 기왓장을 이어 주었다. 가마솥 가득 쇠고기 국을 끓이고 쌀밥을 지어 사람들에게 대접하며 용마루가 늘씬하게 이어진 지붕을 올려다보는 부모님의 표정이 그렇게 환할 수가 없었다. 두 짝 대문도 달았다. 그러나 어린 눈이었지만 아무리 봐도 윗집보다 우리 집이 못해 보였다. 마루도 기둥도 작았고 대문의 송판도 얇아 보였다.세월이 흘러도 그렇게 좋아 보이던 윗집이 몇 해 전 오랜만에 고향집에 들렀을 때 흔적 없이 사라진 것을 알았다. 대신 커다란 양옥이 방향을 바꿔 턱 하니 터를 차지하고 있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다니! 한동안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그토록 용마루가 웅장하던 기와집. 우람하던 기둥과 훤하게 반들거리던 대청마루와 고개 들어 올려보았던 대문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아제의 대문 여는 소리에 잠을 깨던 새벽, 동녘에 해가 솟아오르면 마당 가득 햇살을 품고 위엄스레 터를 지키던 집. 큰 대문으로 눈알이 무서운 황소가 센 콧숨을 쉬며 외양간을 드나들던 기와집. 몇백 년을 이어가도 끄떡없을 집을 허물어 버리다니!새 양옥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토록 부지런하고 알뜰하던, 몇 해 전에 돌아가신 아제와 아저매의 모습이 선연히 떠올랐다.집을 이루는 나무와 흙은 그냥 나무가 아니고 그냥 흙이 아니다. 사람의 영혼이 스며 있다. 오랜 날을 벼르고 별러, 온 힘을 다하여 기울인 정성이 집이 되기 때문이다. 집의 주인이 누구였던 오래된 집일수록 그 앞에 서면 경건해지는 것도, 사람의 손길이 구석구석 묻어 나는 집에서 영혼이 뿜어내는 기운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물며 조상이 지은 집이면 더욱 그럴 것이다.우리 마을 들마의 정 교수도, 이웃 온막리의 윤 교수도 오래 전에 구입한 시골집을 그대로 지니고 산다. 상한 곳은 적절하게 손질하고 불편한 것은 쓸모 있게 다듬어 편안하게 지낸다. 옛것을 닦고 다듬어 정성을 기울이는 주인을 만난 집들은 참으로 아늑하고 편안한 집으로 아름답다. 현대식 양옥만이 보기 좋고 편리한 것은 아니다.길에서 만난 윗집 올케를 보고, '그 좋은 집을 왜 그렇게 없애 버렸느냐'고 안타까이 물었다."큰일은 많고, 손도 많이 오고… 큰일 칠 때 불편해서 그랬다 아이가."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사람까지도 낯설어서.田글 장문자<수필가〉
-
2006-07-29
-
-
[전원주택 에세이] 전원주택과 애완견 진돗개와 함께 운동을...
-
-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에 사는 장점은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애완견 기르기는 단독주택에 사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물론 아파트에서도 소형 견은 기를 수 있지만 사실 이웃 등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애완견에게도 좋은 환경이 되지 못한다. 아무리 사람 위주라지만 놈들도 햇볕을 보고 마당에서 뛰어 놀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어디… 더욱이 좁고 답답한 아파트에서 진돗개와 같은 놈들을 기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진돗개는 여러 면에서 다른 애완견과는 다르다.지금도 집 안에서 요크셔테리어라는 소형 견을 기르고 있고 그동안 시베리안 허스키 등 다른 애완견을 길러 본 바에 의하면 진돗개만한 놈은 없다. 우리나라 개라서가 아니라 놈의 깔끔함과 영리함, 충성심 등에서 다른 어느 개와 비교할 수 없다. 특히 내가 진돗개를 좋아하는 이유는 나와 같이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진돗개와 함께 달리기진돗개의 충성심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놈은 '한번 주인은 영원한 주인'으로 절대 주인을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얼마나 가족을 잘 따르고 애교를 부리는지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나거나 집에 들어 올 때는 반드시 아는 체를 해야 하고 특히 용변을 보게 해 주어야 한다.진돗개의 좋은 점 중의 하나는 깔끔함이다. 놈은 훈련을 시키지 않았는데도 절대 자기 자리에서 소변이나 대변을 보지 않는다. 특히 집을 잘 만들어 준 이후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실수를 한 적이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깨끗하다.언젠가 이틀 동안 가족이 강원도에 다녀 온 적이 있는데 그 사이에도 일을 보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아침과 저녁에 밖으로 데리고 나가 일을 보게 해 주지 않을 수 없다. 또 놈은 밖에서도 그냥 길 위에다 실례를 하는 법이 없다. 놈이 일을 보고 싶을 때는 약간 한적하고 흙이 있는 곳을 찾아 정신 없이 뛰어간다. 평소에도 뛰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급한 형편에 5분 정도는 이리 저리 일볼 자리를 찾고 그러다 보니 멀리까지 뛰어가지 않을 수 없다.그래서 별 수 없이 놈 때문에 자연스럽게 뛰기 시작하여 매일 운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때에 따라서는 운동을 하기 싫은 적도 있지만 놈 때문에 뛰지 않을 수 없다. 또 이왕 뛰는데 놈에게도 그렇고 나에게도 운동이 될 만한 거리를 뛰다 보니 자연스럽게 운동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뛰고 나면 몸이 풀려 자연스럽게 역기와 아령 등 다른 운동으로 이어져 매일 운동을 하게 된다.놈과 함께 새벽공기를 마시며 동네 한 바퀴를 도는 일은 여간 즐겁고 보람된 일이 아닐 수 없다. 뛰는 길에는 노란 유채 꽃밭과 채소를 기르는 밭과 낮은 야산도 지난다. 어디 서울에서 더욱이 아파트에서 이렇게 건강하고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는가?뛰는 동안에는 토끼가 좋아하는 풀도 준비하고 닭들을 위하여 연한 풀을 뜯어 오는 일도 같이 한다. 퇴근 후에도 피곤하지만 놈의 애교 섞인 간절한 행동을 보면 또 뛰지 않을 수 없다.게으른 아파트 생활이런데 비하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거의 운동을 하지 않는다. 요즘 아파트는 단지 조성도 잘 되어 있고 특히 조경 등이 너무나 훌륭하다. 거기다 요소요소에 운동 시설까지 갖추어져 있어서 그야말로 운동하기에 너무나 좋을 뿐 아니라 아파트 주변에도 운동과 산책하기 좋은 곳이 즐비하다.그런데도 기이하게 한번 아파트에 들어가면 도대체 나오기가 싫다. 더욱이 부스스한 모습으로 일어난 아침에는 엄청나게 큰 맘 먹지 않으면 나오기 어렵다. 그냥 엘리베이터만 타면 1층까지 데려다 주는데도 좀처럼 집 밖으로 나오기가 싫다. 집에 들어오면 마음이 풀려서 그런지 그저 소파에 앉아 TV를 보거나 신문을 읽게 된다. 밖에 그렇게 훌륭한 시설이 있는데도 손 하나 까딱하기 싫다. 굳이 따진다면 옷을 갖추어 입어야 하고 또 거울이라도 한번 쳐다보아야 하고, 때로는 춥다고 혹은 비가 온다고 하여간 이러저러한 핑계로 1층에 내려오기 쉽지 않다.물론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나같이 부지런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도 그러니 그 좋은 환경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원래부터 움직일 필요 없을 정도로 편하게만 만들어 놓은 아파트라는 특성이 우리들을 그렇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또 아무리 내 아파트에 있는 시설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진짜로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그런데 단독주택에 살다 보면 아무리 늦게 퇴근을 해도, 날씨가 추워도 심지어 비가 오는 날에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 놈의 진돗개 탓에 그냥 집에 들어갈 수가 없다. 얼마나 살랑대고 애교를 부리는지 놈을 못 본 체 지나칠 수가 없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에도 빨리 나오라고 컹컹대고 난리다. 그래서 동네를 한 바퀴 돌아 주어야 성이 풀리니 어찌 집 안에 그냥 앉아 있을 수 있을 것인가?이왕 나왔으니 마당을 돌아보고, 꽃밭에 풀도 뽑아 주고, 마당 앞 숲에 입주한 딱새 네도 보고, 연못의 물고기에게도 아는 체를 해 주어야지 또 토끼도 어느새 밥을 달라고 아우성이고, 잠자리에 찾아 든 닭들도 점검하고……. 하여간에 단독주택에 살면 몸을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진정한 재미가 아닌가?사랑하는 '진이'.놈의 이름은 '진이'다. 아내가 처음 데려왔을 때 지어준 이름이다. '워리', '메리' '도그', '검둥이', '흰둥이' 등등 놈들의 옛날 이름은 우습기도 하다.'진이'는 진돗개라는 것과 남자라 해서 지은 이름으로 놈에게 잘 어울린다.'진이'는 같은 교회에 다니는 교인에게서 분양을 받았다. '진이'가 태어난 날은 2003년 5월 20일로 고향은 경기도 이천이다. '진이'의 형제는 모두 남자로 네 형제 중에 가장 오동통한 놈이었다.처음 '진이'를 맞으러 가던 날은 우리 네 식구가 모두 출동을 하였는데 그날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들과 딸은 놈을 맞이하기 얼마 전부터 과연 어떤 놈일까 기대가 대단했다. 다행히도 우리들이 기대하던 이상으로 놈은 귀엽고 토실토실한 흰둥이였다.'진이'는 이 집이 완성되기 전 아파트에 살 때 처음 우리에게 왔다.아파트에 사는 동안에도 아이들이 애완견을 길러보자고 엄청나게 졸라댔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으나 새로이 집을 짓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진이'를 데려온 것이다.'진이'는 처음에 고생을 했다.집이 완공되기 전에 데려왔으므로 아파트에서 몇 달을 지냈다. 그런데 놈의 성장이 어찌나 빠른지 집에 온 지 몇 개월이 지나니 도저히 거실에서 기를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베란다에 두지 않을 수 없었는데 놈의 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이웃에서 말이 시작되었다. 더욱이 베란다에 있는 동안에도 우리들과 같이 있겠다고 아우성을 쳐 별 수 없이 건축 중인 현장에 두었다.그러니까 가족을 떠나 있는 데다 낮에만 잠깐 가서 봐 주고 하여간 우리가 입주하기 전까지 아파트 거실에서 베란다로 현장의 옥상으로 그리고 마당으로 거처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충성스런 '진이'. 놈도 넓은 새 집으로 이사 온 것을 너무나 좋아했다.아파트에서 답답하게 살다가 넓고, 잔디가 있고, 햇볕이 있는 마당이 있으니 얼마나 좋아하던지. 거기다 매일 같이 운동을 할 수도 있고, 이웃의 눈치를 살필 필요 없이 짖어댈 수 있으며 용변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보답인지 놈은 집을 잘 지켜 우리를 편하게 해 주었다. 컹컹대는 소리도 우렁차 감히 낯선 사람이 쉽게 들어오지 못한다.단독주택은 아파트에 비하여 무섭다고 한다. 사실 우리도 처음 이곳에 집을 지으려할 때 그런 것이 염려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몇 년을 살고 있는 지금은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대로변에 있어 가로등이 대낮처럼 밝은 탓도 있고 경찰차가 수시로 순찰을 돌아 주어 그렇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진이'와 집 안에 있는 '봉달이'(요크셔테리어) 녀석 때문이다.정말이지 개는 영물이다. 아무리 늦은 시간에 돌아와도 또 비가 오거나 어두운 날에도 놈들이 어찌 그리 충성스럽게 집을 잘 지켜 주는지 전혀 무섭지 않다. 참으로 우리 가족에게 없어서는 안 될 든든하고 좋은 친구다.이러한 '진이'에게 금년 봄에 아주 멋진 집을 지어 주었다. 지난 번에도 손수 집을 만들어 주었지만 이번에 만든 집은 전용 마당인 거실과 추울 때 잠을 잘 수 있는 아늑한 침실까지도 갖춘 집이다. 거실 바닥은 방부목을 깔아 쾌적하게 해 주었고 집 앞에는 채송화, 국화, 영산홍 등이 있는 꽃밭도 만들어 주었다. 방부목을 사용하여 지나치게 비용이 들었다거나 너무 호화롭다고들 하지만 놈도 이곳을 너무 좋아하고 깨끗하게 살아 주니 고맙다. 이것은 내가 설계하고 또 직접 만들었지만 솔직히 이런 개집은 나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좋다.그러나 놈이 우리에게 하는 것에 비하면 이보다 훨씬 잘해 주어도 부족하다.우리를 이토록 반겨 주고, 알아주는 이 그 누군가?어느 누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우리를 이토록 잘 지켜 줄 것인가?언제나 변함 없이 꿋꿋하게 자기 임무를 다하는 '진이'와 같은 친구는 이 세상에 없다.田글 김인환<건축사, TAS건축사사무소 소장>
-
2006-07-29
-
-
귀농에 희망을 안겨 준 농가주택 함양 28평 단층 스틸하우스
-
-
여러 면에서 도농(都農) 간 극심한 격차로 이농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농촌 고령화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농번기인 요즈음 일손 부족으로 농부들은 금쪽처럼 여기는 땅을 놀리고 있다. 정부는 갖가지 도농 상생(相生) 방안을 쏟아 내곤 있지만, 그 대부분이 수박 겉 핥기 식 대증요법(對症療法)에 불과할 뿐이다. 열악한 농촌 상황은 바뀐 것이 없는데 여기 생활 기반 시설이 잘 갖춰진 도시에서의 편리한 삶을 마다한 채 귀농한 부부가 있다. 서른다섯 동갑내기 정승효·이미향 부부로 고향인 경남 함양군 지곡면 남효리에 28평 단층 스틸하우스를 지어 입주했다. 농사지을 나이를 훨씬 넘긴 부모님 정대훈(70세)·윤윤순(63세) 씨를 곁에서 모시기 위해서다.
건축정보
·위 치 : 경남 함양군 지곡면 남효리
·부 지 면 적 : 1만 2000평
·대 지 면 적 : 500평
·건 축 면 적 : 28평(보일러실 6평 별도)
·건 축 형 태 : 단층 스틸하우스
·외벽마감재 : 시멘트 사이딩
·내벽마감재 : 실크벽지, 거실-아트월
·지 붕 재 : 이중 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바 닥 재 : 강화마루
·창 호 재 : 시스템 창호
·난 방 형 태 : 화목보일러
·식 수 공 급 : 지하수
설계·시공 : (주)흥진산업개발 053-759-0991∼2 www.i-hj.com
정승효 씨는 5월 26일, 본사 홈페이지에 취재 요청을 해 왔다. 하루에도 수 차례씩 건축주에게서 집을 아주 예쁘게 지었으니 취재해 달라는 제보를 받지만, 건축주가 시공사의 열의와 정성에 고마워하며 취재를 의뢰한 경우는 흔치 않다.
지난 겨울 강추위에도 공사를 강행해 준 덕에 새 집에서 설을 보낼 수 있게 한 대구 흥진산업개발(시공사)에 감사 드리며, 전원생활의 해법을 소개해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작지만 실용성이 돋보이는 스틸하우스로, 삼대가 어우러져 사는 집 안에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 중략 -”
집을 지을 땐 으레 건축주는 지불한 비용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 마련이고, 시공사는 더 많은 이문(利文)을 남기려고 한다. 결국엔 건축주와 시공사 간의 신뢰는 무너지고 반목(反目)만 남는다. 그러한 면에서 정승효 씨와 시공사인 (주)흥진산업개발(대표 이미경)은 전원주택 건축 분야에 보기 드문 미담 사례를 남겼다.
초행길임에도 40여 농가가 자리한 남효리에서 정승효·이미향 부부의 스틸하우스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70년대에 지은 새마을주택 일색인 이 마을에선 특이한 구조에다 인테리어로 한껏 부러움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마을 어귀에선 보이지 않는 산기슭 외딴 집으로, 진입로가 워낙 협소하고 가파르기에 차를 끌고 들어섰다가 자칫 꼼짝없이 갇힐 것 같아 한동안 망설였다. 이 열악한 환경에서 그것도 진입로가 꽁꽁 얼어붙었을 한겨울에 공사를 했다는 자체가 놀라웠다.
산모퉁이를 에돌자 멀찍이 퇴락(頹落)한 한옥과 슬레이트집만 눈에 띄었다. ‘분명 여기라고 했는데…’ 가까이 접근해서야 한옥과 슬레이트집 사이로 아스팔트 슁글에 시멘트 사이딩으로 마감한 스틸하우스가 일부 모습을 드러냈다. 100년 전 방풍림으로 조성한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부의 상징인 노적봉을 바라보는 곳에 수수하게 앉힌 농가주택. 이곳에서 삼대가 알콩달콩 살아가는 얘기를 듣다 보면, 집을 얼마나 실용적으로 지었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이 농가주택은 ‘집은 객(客)의 눈으로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주인의 눈으로 안에서 밖을 내다봐야 한다’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귀향,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
이곳 남효리 윗마을은 한때 10여 가구가 있었으나 모두 도회지로 빠져나가고 정대훈 씨 가족만 살고 있다. 정대훈·윤윤순 부부는 1만여 평의 과수원과 밭농사로 2남 1녀를 키워 일가를 이루게 했다. 몇 년 사이 갈수록 농사에 기력이 부쳐 경작지를 줄여 나가던 차에, 장남인 정승효 씨가 올해 2월 15일 며느리 이미향 씨와 손녀 정다정(9개월) 양을 데리고 이주해 온 것이다. 현재 직장에 다니면서 퇴근 후 농사를 돕는 정승효 씨는 작년 6월 귀향을 결심했다고.
“칠순인 아버지가 농사를 짓기엔 무리다 싶었지요. 그렇다고 처분도 안 되는 1만 2000평의 과수원과 전답을 모두 묵힐 순 없잖아요. 대구에서 각박하게 사느니 고향에서 직장에 다니며 부모님의 농사를 돕는 게 훨씬 더 생산적이라고 보았지요. 몸은 더 바빠졌지만 마음만은 편해요.”
정승효 씨가 고향에 가서 살자고 했을 때 부인 이미향 씨는 어떠했을까? 작년 11월까지 싸우기도 많이 했다고.
“우리 다정이가 작년 8월에 태어났는데 그 전엔 시골로 가자고 하면 ‘그래 가면 되지’ 하고 맘 편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산달이 다 되자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 병원도 멀고 교통도 불편한데 혹 갓난장이가 아프면 어떡하나 싶어서요. 애가 건강하게 태어나자 어느 정도 안심하고 남편을 따라나섰어요.”
시공, 엄동설한 30일 만에 집을 지어
정승효·이미향 부부는 귀향으로 뜻을 모은 후, 기존 낡고 좁은 집을 헐고 삼대가 살아갈 새 집을 짓기로 했다. 처음엔 잠깐이나마 한때 건축 일도 했기에 눈에 익은 조적이나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염두에 뒀다. 꿈에 부풀어 집의 밑그림을 그리던 중 스틸하우스와 (주)흥진산업개발을 알게 됐다고.
“처음엔 예산에 맞추어 조적이나 철근콘크리트로 간단하게 지으려고 했지요. 그런데 10∼20년이 아닌 대를 이어 살 집이라고 생각하니 욕심이 나더라고요. 스틸하우스가 있다는 걸 그때 알았는데 견고한 데다 기능성과 미관성에서 나무랄 데가 없어 보였어요. 낯선 공법이라 반신반의하면서 대구에 있는 시공업체를 한 10군데 정도 들르다가 흥진산업개발을 알게 됐지요. 그곳에서 스틸하우스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면서 스틸하우스라는 확신을 가졌지요. 당장 돈은 더 들겠지만 나중엔 그게 더 훨씬 경제적이란 생각도 했고요.”
정승효 씨는 세대별 단독 공간이 필요했기에 층으로 세대를 분리하고자 설계 밑그림을 2층으로 그렸다. 하지만 예산 부족과 설 전에 집을 지어야 했기에 단층에 만족해야 했다. (주)흥진산업개발에선 현장 부지를 둘러보고 대지 면적과 진입로 방향, 거리 그리고 가족이 원하는 바를 꼼꼼히 살펴서 설계안을 제시했다.
“세대별 공간은 가운데 거실 겸 주방을 사이에 두고 좌·우측으로 배치했지요. 욕실이 딸린 부모님 방은 동선을 줄이고자 현관에서 가까운 우측에 두었고요. 축사와 창고가 있기에 넓은 창을 두 개 냈는데 전면창은 소들이 새끼를 낳을 때의 소리며 상태를 살피게 한 것이죠. 혹 문제가 생기면 새끼를 손으로 끄집어내야 하거든요. 측면창은 산과 창고에 인접해 있어 일조량을 확보하기 위함이고요. 그리고 아들 부부 방과 손녀 방은 좌측으로 욕실을 사이에 두고 배치했지요.”
단층 28평 스틸하우스는 눈발이 날리는 12월 중순 공사를 시작해 이듬해 1월 중순 모습을 드러냈다. 소형 주택은 시공사 측에서 보면 손은 손대로 가면서도 이문이 안 남기에 각 공종을 일괄로 맡아서 처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집은 건축주가 공사비를 절약하고자 설계도면을 보고 토목 및 보일러실 공사를 했다. 시공사의 배려에다 정승효 씨가 한때 건축업에 종사했기에 가능했다. 더욱이 주택 공사에선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데도 불구하고 (주)흥진산업개발에선 비수기라곤 하지만 골조에서 내·외장, 인테리어 공사에 6명을 투입했다.
정승효 씨는 자신도 조적조나 콘크리트주택을 지어 봤지만 한겨울에 이런 집을 한 달에 짓는 업체는 없을 거라고.
“춥고 해는 짧고 겨울 공사가 얼마나 어렵습니까? 대구에서 여기까지 자재 운반에다 인부들 숙박하며… 얼마 남지 않았을 거예요. 그럼에도 열심히 일해 주었어요. 해 떨어지는 시간이 짧아 일할 시간이 부족해 25분 떨어진 식당에 갈 시간조차 아깝다며 낡은 한옥에서 끼니를 해결했을 정도니까요.”
이 집을 짓는 한 달 내내 현장에선 동네 잔치가 벌어졌다. 쇠로 집을 짓는다고 하자 신기하다며 날마다 주민들이 삼삼오오 찾아와 술판이 벌어진 것이다. 정대훈·윤윤순 부부가 주민들과 현장 인부들을 위해 돼지 두 마리를 잡았을 정도다.
전원생활, 불안이 희망적인 삶으로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던 1월 15일 정승효·이미향 부부는 정다정 양과 함께 이주했다. 이사 당일 이미향 씨는 마음을 다잡고 나선 길이지만 서글펐으며, 정승효 씨는 그런 아내에게 서운하고 미안했다고.
“사정이 여의치 않아 내부 인테리어를 하는 중에 서둘러 이삿짐을 들여놓았지요. 그날 따라 구질구질 겨울비가 내렸는데 3.5톤 탑차가 올라오다가 그만 도랑에 빠진 거예요. 그때까지만 해도 집사람이 여기 오는 걸 탐탁지 않게 여겼거든요. 촌 날씨에 적응하지 못한 갓난장이가 연신 기침을 하자 집사람이 눈물을 글썽이더군요. 얼마나 서운하고 미안했던지…….”
4개월이 지난 지금 부인 이미향 씨의 농촌에서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가끔은 시끄러운 사람들 소리가 그립기도 하지만 조용하고 넓은 이곳을 떠나기 싫어졌다고.
“갓난장이가 있으니까 모든 게 애 위주지요. 대구에서 살던 아파트는 서향으로 여름철 더웠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애하고 산책할 곳도 마땅치 않았고요. 그곳에서 애를 키우며 산다면 가슴이 콱콱 막혔을 거예요. 여기는 공기 좋죠, 맑은 자연수가 펑펑 쏟아지죠, 마당도 넓죠. 우리 갓난장이가 입주하던 날 감기 한번 앓은 것 말고는 지금까지 잔병치레 없이 지내요. 아, 대구에선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했는데 여기에선 자연수에다 화목보일러라 천 기저귀로 바꿨어요. 물이며 기름 값 걱정이 전혀 없으니까요. 이젠 아파트가 집처럼 안 보여요.”
보일러실(6평)은 눈동냥으로 집 짓는 과정을 보고 부자(父子)가 남은 자재로 지은 것이다. 1500리터 화목보일러로 한겨울에도 하루 종일 실내 온도 25도씨를 유지하고, 60∼70도 되는 더운물을 맘대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이들 부부는 사람들이 왜, 스틸하우스를 선호하는지 입주 첫날 알았다고.
“우리 부부가 입주하던 날까지 막바지 싱크대 공사 중이었는데 어머님이 급하게 우리 방을 정리해 주셨지요.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외풍뿐만 아니라 새 집이면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파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신기하더라고요.”
이들 부부는 귀농 후 남들보다 적어도 10년 정도 뒤지지 않고 따라가는 기분이라고.
“대구에서 직장 생활할 때보다 수입은 줄지 않은 반면 씀씀이가 10분의 1밖에 안 돼요. 대구에선 월급을 쪼개 어떻게 돈을 모을까 고민했는데, 여기에선 분유 값밖에 안 드니까요. 현재 소가 4마리인데 모두 새끼를 뱄으니 8마리인 셈이죠. 5년 내에 50마리로 불릴 거예요. 그때 되면 직장을 그만 두고 축사와 과수원 겸작 전업농을 할까 해요. 축사에서 나온 부산물로 과수원에 거름을 주면 소득은 더욱 늘어나겠죠. 작은 농가주택이지만 이 집은 우리 부부의 귀농에 큰 힘을 실어 주어 지금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지요.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열성으로 살기 편하고 아름다운 집을 지어 준 흥진산업개발에 감사할 따름이에요. 이제 우리 부부는 농촌도 희망적이라는 걸 보여줄 거예요.”田
글·사진 윤홍로 기자
-
2006-07-28
-
-
부부의 애정 어린 손길로 탄생한 보령 52.3평 단층 스틸하우스
-
-
노후를 어디서 보낼지 4개국을 뒤적이다 충남 보령 신흑동을 찾았다는 인골프 뭬링·김자경 부부. 흰색 시멘트 사이딩에다 시더 사이딩으로 포인트를 준 단층 스틸하우스로 완만한 경사지에 앉혀져 단아하고 깔끔한 이미지가 눈을 사로잡는다. 집을 지을 때만큼은 건축가를 믿어야 한다는 부부.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요구하고 반영해 평생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복잡하지 않으면서 구석구석 소품이며 액자를 걸어 갤러리처럼 집을 가꾼 사연을 들어보자.
건축정보
·위 치 : 충남 보령시 신흑동
·부 지 면 적 : 450평
·대 지 면 적 : 199.65평
·연 면 적 : 52.32평
·건 축 형 태 : 스틸하우스
·외벽마감재 : 시멘트 사이딩, 시더 사이딩
·내벽마감재 : 실크벽지, 타일
·단 열 재 : 인슐레이션
·천 장 재 : 실크벽지
·지 붕 재 : 이중 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바 닥 재 : 강화마루, 타일
·창 호 재 : 미국식 시스템 창호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
·정 화 조 : 오수처리시설
·식 수 공 급 : 상수도, 지하수(농업용수)
·시 공 기 간 : 2005년 5월 ∼ 7월
·건 축 비 용 : 평당 350만 원
설 계 : 신영건축사사무소 02-592-0494
시 공 : 신영하이랜드건설 02-592-0514 www.syhiland.com
맨발로 반갑게 뛰어 나오는 차림새가 영락없는 시골 아줌마인 김자경 씨.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가 부러움을 느끼게 하는가 싶더니, 텃밭에서 채소를 손질하다 말고 남편 인골프 씨가 뭐 도와 줄 것이 없냐며 일손을 털고 나왔다. 햇볕이 쨍하니 후덥지근한데 집 안에 들어서자 시원함이 땀을 녹인다. ‘역시 잘 지은 집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에 잠길 무렵 부부가 음료수를 권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4개국을 돌아 충남 보령에 보금자리를 튼 부부
무역업을 하던 김자경 씨와 기계 엔지니어였던 독일인 인골프 씨는 15년 전 지인의 소개로 만나 서로 첫눈에 반했다고.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봐야 안다’며 부부의 연을 맺었다. 각기 전문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2004년 퇴직을 앞두고 노후를 보낼 곳을 찾아 나섰다. 물망에 올린 곳이 한국과 독일을 비롯해 연고가 있는 캐나다와 휴양지로 유명한 필리핀이었다. 부부는 활동적인 성격에다 더운 곳을 좋아하기에 캐나다는 추워서, 독일은 융통성이 없어서, 필리핀은 안정되지 않아서 후보군에서 제외시켰다.
틈틈이 부지를 물색하던 2002년, 보령으로 놀러왔다가 지금의 부지를 발견했다고.
“주말을 맞아 태안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이 터를 보았어요. 보는 순간 마음이 너무 편해지더라고요. 당시 땅이야 놀려도 큰 손해가 나는 게 아니다 싶어 450평을 구입했지요. 그때는 여기에다 노후 설계를 위한 집을 지을 줄은 생각도 안 했어요.”
땅을 사긴 했지만 여전히 어느 나라에서 노후를 보낼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다 2004년 가을, 부부는 일선에서 물러난 후 마지막으로 그동안 염두에 두었던 나라를 여유롭게 둘러보면서 결정을 내리자고 의견일치를 보았다. 결정하면 후회 없이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결정한 곳이 우리나라. 국가를 정하고 나니 어느 지역에 가서 사느냐가 문제였다. 예전에 구입한 보령 땅에 집을 제대로 지을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그때 생각난 사람이 신영건축사사무소의 최길찬 건축사였다.
“스틸하우스클럽을 통해 최길찬 건축사의 이름을 들었죠.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어 관심을 갖고 지켜 보다 2002년에 송라리 현장에 방문했지요. 안산의 직장에서 가까워 현장에서 어떻게 하는지 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현장을 방문해 최길찬 건축사를 만났다. 스틸하우스에 대해 대충은 알았지만 쉽게 설명해 줘 충분히 이해했다고. 안심을 한 부부는 그에게 충남 보령의 부지를 보여줘야겠다고 결심했다. 한편으론 최 건축사로부터 ‘땅 참 잘 고르셨네요.’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고. 그렇게 땅을 보여준 때가 2004년 10월. 그후 서로 의견을 모아 곧장 설계에 들어갔다.
집을 지을 땐 건축 전문가를 믿어라
단독주택에서 아파트까지 살아봤지만 답답한 것이 싫어 확 트인 침실과 거실이 필요했다고.
“벽돌로 지은 단독주택에서도 아파트에서도 거주했지만 살면서 가족에게 맞는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겠더라고요. 내가 원하는 게 분명해야 그에 맞는 계획이 나오지 않겠어요?”
서로 각자 일하던 분야에서 전문가였던 만큼 노후를 보낼 집에 대한 욕심도 남달랐다. 살다 보니 확 트인 거실과 넓은 부부침실, 손님방과 서재 그리고 욕실 두 개에 집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차고가 필요했다. 그 외 나머지 부분은 최 건축사를 믿고 맡겼다.
“보통 집을 짓고 나서 가구를 고르러 다니잖아요. 그런데 그간 살아 보니까 그렇게 하면 치수나 디자인이 맞는 걸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가구를 미리 골라 놓고 집을 설계할 때 가구 치수를 도면에 반영해 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해서 요구 사항을 반영한 기본 도면에다 가구 치수에 맞춘 상세한 부분의 수정만 더해졌다. 그렇게 상세 설계 도면이 나온 후 공사를 진행했다. 시공은 신영하이랜드 건설(대표 김태영)에 맡겼다.
서로 마주앉아 상의하는 과정을 보니 최 건축사가 예술적으로 선을 그려내면 김 대표가 실제적인 것을 해결해 서로 균형이 잘 맞았다고. 그래서 더 마음에 들고 이해를 하게 됐다는 부부. 2005년 1월에 처음 설계안을 받아들고 견적을 뽑은 후 5월에 착공해 7월에 마무리지었다.
토목공사를 할 때는 단차가 1.6미터인 경사지라 흙을 메워 두 필지로 만들어 위에는 집을 앉히고 아래에는 텃밭을 가꾸기로 했다. 이를 위해 140대의 트럭을 불렀다니 상상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니었으리란 짐작이 간다. 다들 140대나 부를 필요가 없다는데 김 대표가 자신 만만해 하니 일단 믿어 보자는 심정이었다. 나중에 보니 더 남는 것도 모자란 것도 없었다고.
“우리도 맡은 분야에서 전문가여서 자꾸 의심하고 사소한 걸 요구하면 일을 그르친다는 것을 알았지요. 그래서 믿고 맡겼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갤러리 같은, 때로는 카페 같은
현관을 기준으로 우측에는 서재를, 좌측에는 손님방과 욕실을 배치했다. 이곳을 지나 서재 옆으로 욕실과 함께 부부침실을, 좌측 거실 사이에 부엌을 두었다. ‘ㅁ’자 형태로 물기 많고 지저분해지기 쉬운 주방을 분리하고 거실에서 주방까지 트인 곳 앞으로 식탁을 놓았다. 거실 외부에는 손님방과 욕실 그 사이 공간에 덱을 넓게 드리워 편안한 쉼터를 만들었다.
거실 소파에 앉은 높이에 낸 창으로 외부 전경을 끌어들이고, 덱으로 향하는 부분을 개방해 그곳에 앉아 내부의 액자를 감상하듯이 꾸몄다.
미리 마련한 체리우드 색상의 앤틱 가구에 어울리도록 실내는 화이트 계열의 실크벽지로 통일했다. 현관 입구에서 바라보이는 주방 벽에는 벽돌 느낌이 나는 타일을 활용해 아트-월을 꾸몄다. 또한 부엌 바닥에도 김자경 씨의 요청으로 타일을 깔았는데 벽에 쓴 타일과 비슷한 느낌의 색상으로 통일성을 높였다.
한편 천장 공간을 밋밋하게 올리지 않고 역동적인 느낌으로 굵은 라인을 살려 천장고를 달리해 조명을 설치하거나 장식용 선반으로 설계했다.
입주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방금 지은 집처럼 깨끗하게 유지하는 비결 좀 알려 달랬더니 다 남편 덕분이라는 김자경 씨. 아내가 ‘나중에 치워야지’ 하고 다른 일을 보다 보면 그 새 치워놓는다는 남편. 서로 소품이며 액자를 곳곳에 걸어 놓아 현관에서 거실까지 향하는 통로는 마치 전시장에 온 듯한 느낌이다.
텃밭 가꿔 나눠주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라
“이 손이 한때 매니큐어를 칠한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 손이었다면 믿으시겠어요?” 라며 김자경 씨는 텃밭을 일구느라 뭉툭해진 손을 내밀어 보였다. 아내가 가는 곳마다 뒤를 돌보며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남편의 모습이 한 쌍의 원앙 같다.
집 앞 텃밭에 상추며 고추, 배추 그리고 남편을 위해 브로콜리 같은 서양 채소도 심어 놓았다고 한껏 자랑하는 김자경 씨. 친구가 많아 놀러오면 텃밭에 있는 것들을 손에 들려주기 바쁘다고 부부는 입을 모은다.
“집 짓고 아쉬운 부분이 하나도 없어요. 그만큼 우리가 원하는 바가 정확했고 그 걸 설계에 반영했기 때문이죠. 요즘은 텃밭 가꾸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라요.”
평소 여행도 하고 텃밭도 가꾸다가도 주말이면 인근 태안해수욕장에 가서 휴식을 취한다는 부부는 이야기하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田
글·사진 최선희 기자
-
2006-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