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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을 찾아서] 조선 중기 살림집을 엿보게 하는 여주 명성황후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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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는 최근 들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명성황후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많아진 데에는 ‘명성황후’라는 국내 창작 오페라의 성공과 TV 드라마가 한몫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명성황후가 과연 어떠한 생을 살았고, 어떻게 평가를 받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그 문제는 사학자의 몫이고, 내가 관심을 기울이는 건축과는 관련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명성황후 생가(경기도 지방유형문화재 제 46호)’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지금부터 소개할 특징들 때문이다.
명성황후 생가는 지어진 이유부터 전혀 다르다. 모든 집은 계속해서 살아갈 목적으로 지어진다. 그러나 명성황후 생가는 처음에는 시묘(侍墓)살이를 위한 여막(廬幕 : 무덤 가까이에 지어 놓고 상제가 거처하는 초막)으로 지어졌다. 이렇게 잘 지은 기와집이 여막이라니… 시묘살이는 으레 조그마한 초막에서 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던 우리의 생각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혼란은 시묘살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한다고 본다.
옛날의 시묘살이는 지금의 생각과는 많은 차이가 났다. 시묘살이를 하는 동안에도 일상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손님도 맞이했고, 농사일도 관리했고, 먼 곳이 아니면 조문과 같은 외출도 했고, 약간의 음주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시묘살이 동안 거처하는 묘막에도 온돌을 설치했고 시종도 거느렸다.
시묘살이를 하는 사람은 대부분 한 집안을 이끌어 가는 가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집안일에 소홀할 수 없는 입장이었을 것이다. 수년간 집안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생계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때문에 생계와 관련한 일들을 돌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과거의 생활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면 시묘살이에 대한 오해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집의 규모가 여막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다. 신영훈 선생은 “여막이라기보다는 시봉청(侍奉廳)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여막이든 시봉청이든 과거에는 집안 형편에 따라 그 규모도 달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민유중(1630/인조 8년∼1687/숙종 13년)은 인현왕후의 아버지이다. 이러한 집안의 위세는 대단했을 것이다. 여막 뒤편 나지막한 동산 위에 있는 묘와 신도비를 보면, 그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
일반인은 영의정을 지냈더라도 묘에 호석(護石)을 두른 경우는 없는데, 이 묘에는 호석이 둘려 있다. 무덤 앞에 세워진 비석의 글이 숙종의 친필인 것만 보아도 그 집안의 위세를 알 만하다. 그러한 집안의 묘막을 거적때기로 가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집안의 위세에 걸맞게 묘막도 크고 화려하게 지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교사회에서 안채와 사랑채를 개방해
명성황후 생가는 최근 주변 정비사업을 하면서 복원한 것이다. 여흥 민씨 집안 사람이 살았던 여주군에서 매입하여 문화재로 지정했다. 1976년 안채를 중수(重修)하고, 1995년에 사랑채와 행랑채 등을 중건하고, 주변을 정비하여 공원으로 만들었다. 나머지 건물들은 최근에 신축했기에 과거의 모습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것은 안채뿐이다.
6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 관리인 이야기로는, “50년 전만 해도 밖의 행랑채까지 완형(完形)을 갖추고 있었다”고 했다. “가세(家勢)가 기울어 집을 관리하기 힘들자, 집주인이 조금씩 헐어 화목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행랑채와 사랑채가 사라졌다”고 한다. 어쨌든 복원한 집과 원래의 집은 차이가 나는 것 같다. ‘명성황후탄강구리비(明成皇后誕降舊里碑)’ 안내문에는 “비가 서있는 곳까지 집이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그렇기에 과거의 모습을 정확하게 복원한 것은 아니다.
‘원래의 모습대로 집을 복원했을까’ 하는 문제는, 사랑채와 안채 사이가 서로 너무 개방적이라는 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집에서 안채와 사랑채가 이렇게 개방적 구조를 가진 예를 보지 못했다. ‘복원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개방형 구조로 만든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어쨌든 건물만 바라본다면 그리 가치가 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집이 왜 지어져서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살펴본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면 한번쯤은 찾아볼 만한 집이다.
고택을 보존하는 이유는
여막 용도로 지었기 때문에 집의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다. 안채의 대청도 그리 높게 만들지 않아 권위적인 풍취를 찾기 힘들다. 권위를 내세우는 것을 자제하려는 의지마저 느끼게 한다.
어쨌든 여막의 기능에 충실하려고 했던 모습이 여러 곳에서 눈에 띈다. 집은 민유중이 세상을 떠난(1687년) 그 무렵에 지었을 것이다. 이 집이 오래됐다는 것은 창문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양 여닫이 창문 가운데 문을 닫기 위해 설치한 수직부재는 옛날 방식이다. 이러한 점이 집의 연륜을 말해 주고 있다.
집은 사람이 살고 있을 때라야 가치를 지닌다. 마치 보여 주기 위한 모형처럼 잘 다듬어진 집을 볼 때마다 ‘우리는 무엇을 느끼기 위해 찾아가는가?’ 하는 회의감마저 든다. 이 집을 찾는 관광객은 대부분 단체 관람객이다. 그 중에는 한류 열풍을 타고 찾아온 대만 관광객도 있다. 요사이 명성황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쩍 사람이 늘어났다. 예전에는 이 집에 들어가려면, 관리인을 찾아서 문을 열어 달라고 했을 정도였는데, 그간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 실감한다. 그러나 이제 ‘명성황후생가’는 집에 대한 가치가 사라지고 말았다. 너무나도 깨끗한 환경과 잘 닦인 도로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 있던 집들이 사라졌으니 박제(剝製)화된 허상만 남았을 뿐이다. 건물 안에 진열한 인형들 그리고 영어 번역기에서 흘러나오는 생경한 소리가 어색하기만 하다.
집이란 사람이 숨쉬고 생활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을 느끼지 못한다면, 집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집을 보존한다는 명제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깨끗함이 아니라 생활이 담겨 있는 보전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묘를 향해 머리를 돌린 신도비의 귀부
이곳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신도비(神道碑)이다. 돌아간 분의 행적을 기록해 놓은 비석으로, 한(漢)나라 양진(楊震)의 ‘고대위양공지신도비(故大尉楊公之神道碑)’에서 비롯하여 종2품 이상의 품계를 받은 사람에 한하여 세웠던 것이다.
민유중이 사망한 뒤 30년이 지난 1707년에 세워진 이 신도비는, 현재 민유중의 무덤과 함께 향토유적 5호로 지정돼 있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매우 뛰어난 솜씨를 자랑한다. 단순히 조각의 솜씨가 좋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신도비에는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힘이 있다. 거북 형상의 귀부가 갖춰져 있는 신도비는 고려시대나 통일신라시대 많이 만들어졌던 부도비에 연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의 부도비나 신도비는 고려 말부터 간략화되어 형식적으로 변화하고 힘도 약해진다.
그러나 이 신도비는 매우 능숙하면서도 대담한 조각 솜씨를 보여 준다. 머리가 민유중의 무덤을 향하고 있는 거북을 보면, 지금이라도 달려갈 것 같은 힘이 느껴진다. 비신(碑身 : 비문을 새긴 비석의 몸체) 위에 올려져 있는 이수(비석의 머리) 하부에는 용 문양이 조각돼 있다. 이러한 형식은 조선시대뿐만 아니라 전 시대를 통해서도 보기 힘든 양식이다.
어쨌든 이 신도비는 보물 제 584호로 지정된 구례의 윤문효공신도비나 보물 제 1395호로 지정된 도갑사 도선·수미비에 비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는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왜 이 신도비가 국가지정문화재로 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田
글 최성호 / 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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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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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시골생활의 결실 가평 드보르 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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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펜션이 재테크 수단으로 알려지면서 너도나도 펜션 투자에 관심을 쏟았다. 하지만 그토록 열광하던 펜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실패와 좌절을 안겨 주는 ‘문제아’로 전락하는 듯했다. 실제로 펜션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한 투자자들은 십중팔구 실패하고 말았다. 분홍빛 미래가 사라지고 투자 결과를 따져야 하는 냉엄한 현실만 남은 것이다.
그렇다면 펜션 사업을, 이제는 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부정할 것인가? 물론 아니다. 펜션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아는 사람들은 여전히 펜션을 할 만한 사업으로 추천하기 때문이다. 진정 펜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펜션다운 펜션을 짓고 경영하는 때가 온 것이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신천리에 위치한 ‘펜션 드보르(Pension Dvor)’가 그러하다. 펜션의 맛과 멋을 보여 주는 진정한 곳을 찾으려면 펜션 드보르를 찾아 보라.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신천리
·부 지 면 적 : 3000평
·대 지 면 적 : 163평(540㎡)
·연 면 적 : 114평(378.21㎡. 지하-22.7평, 1층-62평, 2층-29.7평)
·건 축 형 태 : 경량 목조주택(내·외벽 2″×6″)
·외벽마감재 : 시멘트 사이딩 위 도장, 패시아 및 트림 시더목
·내벽마감재 : 타일, 도장, 실크벽지, 창문 프레임 목재+도장마감
·단 열 재 : 인슐레이션
·천 장 재 : 서까래+도장, VP도장, 실크벽지
·지 붕 재 : 아스팔트 이중그림자 슁글
·바 닥 재 : 타일, 온돌마루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난 방 형 태 : 전기보일러(140평형)
·정 화 조 : 오수처리시설 6㎡
·식 수 공 급 : 지하수
·시 공 기 간 : 2005년 8월∼11월
·건 축 비 용 : 평당 380만 원(조경비 별도)
설계·시공 : (주)미란츠 02-3412-5005 www.milants.com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에서 중미산 정상을 지나 설악면 방면으로 한참을 내려가면 리츠칼튼 골프장이 있는 신천리에 닿는다. ‘펜션 드보르(Pension Dvor)’는, 그 37번 국도 변에 자리잡고 있다. 가까이 곡달산을 앞에 두고 미원천을 끼고 펼쳐지는 3000여 평의 부지에 대저택처럼 우뚝 선 114평의 목조건물이 펜션 드보르다. 정원, 뜰, 광장이라는 뜻의 러시아어 드보르(Dvor)라는 말 그대로 ‘천상의 휴식처’로 준비된 곳이다. 홈페이지에는 ‘신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으로 소개되어 있다.
펜션 드보르는 어느 날 갑자기 탄생된 것이 아니다. 이 아름다운 휴식처가 탄생되기까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알면, 펜션 드보르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수긍할 것이다. 펜션지기이자, 인기 만화가인 이상세(50) 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이상세 씨는 《미모사》, 《난》, 《제니어드》 등 성인극화로 스포츠 신문을 오래 차지해 온 이른바 스타 만화가다. 요즘은 《난》과 《제니어드》의 원작을 바탕으로 신작 영화를 기획하는 일에 관계하며 새로운 꿈을 펼쳐 가고 있다. 그가 이곳 설악면에서 펜션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1988년의 일이다. 고향인 경주에서의 시골생활을 잊지 못해 서울 등촌동 집을 처분하고 이 곳에 1300평의 땅을 장만해 귀농을 단행한 것이다. 그 때 그의 어머니는 밤새 우셨다고 한다. 당시로는 차도 잘 들어오지 않는 산골짜기까지 밀려와 사는 아들 형편이 마음 아팠기 때문이리라.
이상세 씨는 30대 초반에 전원생활을 시작하며 전성기의 만화 작업에 몰두했다. 부인 이정금 씨도 남편의 일을 도와 출판사와 입시학원을 경영하기도 했다. 이렇듯 이들 부부는 매일 같이 서울로 출퇴근하며 전원생활을 했다. 그는 그동안 만화만 그린 것이 아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시골생활을 즐겼다. 마을청년회의 일원이 되어 온갖 궂은 마을일에 팔을 걷고 나섰으며, 밭농사를 짓고 산나물을 캐는 일도 했다. 인기 만화가였지만 동네 사람들과 다름없이 시골 농사꾼으로 산 것이다. 다행히 어머니는 이곳을 고향으로 생각할 만큼 정을 붙여, 이제는 떠나지 않겠다고 하신다. 설악면은 이상세 씨와 부인 이정금 씨에게도 제 2의 고향이 되었다.
포도주를 테마로 한 아름답고 편안한 휴식처
이상세 씨가 그린 펜션은 꿈이 아닌 현실 그 자체다. IMF 이후로 국내 만화산업이 크게 쇠퇴하면서 그도 생활에 어려움을 예견했다. 노후를 바라보는 나이에 새로운 생활 대책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무렵 경매로 넘어갈 처지에 놓인 동네 친구의 땅 3000여 평을 매입했다. 불운에 처한 친구를 돕기 위해 매입한 땅에다 매운탕집이나 운영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부인 이정금 씨와 의논하던 중, 그는 펜션사업에 눈을 떴다. 설악면 일대에 들어선 펜션들이 성업 중이기도 했지만, 펜션이야말로 그의 꿈과 현실을 만족시켜 줄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 년 후, 이 땅에 펜션 드보르가 들어섰다.
이상세 씨가 꿈꾸는 펜션에는 방문객을 위한 가장 아름답고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에 하나가 더 덧붙여져 있다. 다름 아니라 고향 형제나 다름없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펜션을 만들자는 것이다. 펜션 드보르는 목조주택 전문 시공업체인 (주)미란츠가 설계와 건축·인테리어를 맡았지만, 정원 조성에는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 참여했다. 양평 춘천 간 고속도로 인터체인지가 인근에 들어서면서 벌채될 형편에 있던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펜션 드보르 정원에 심겨진 것도 마을 사람들 덕분이다. 그래서 그는 이곳을 단순한 펜션이 아닌 관광농원으로 허가를 받아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새로운 형태의 펜션으로 계획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토산품 직판점뿐만 아니라, 특별한 전통 음식을 잘하는 마을 가정집을 펜션 고객과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도 구상 중에 있다.
이와 함께 이상세 씨는 펜션 드보르의 테마를 포도주 중심으로 발전시켜 가고 있다. 지하에는 잘 꾸며진 와인 바를 준비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호젓하게 세계 와인을 즐기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펜션 룸 6개에는 모두 유명 포도주의 이름이 붙어 있다. 15평형, 20평형, 27평형이 각각 2개씩 모두 6개의 룸이 서로 다른 포도주 향을 품고 있다. 룸의 인테리어도 포도주를 연상하게 하는 독특한 컬러로 표현했다.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지하 저장고 가득 직접 제조한 포도주들이 익어 가는 펜션 드보르를 꿈꾼다고 한다.
천상의 휴식처에서 신들의 향연을
펜션 드보르가 가진 큰 매력은 중미산과 유명산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미원천이다. 상수도보호지역인 이 계곡의 물은 1급수를 자랑한다. 오래 전 아래쪽에 보를 설치한 덕에 늘 물이 넘치는 이 계곡을 앞마당에 거느린 펜션 드보르는 천하의 명당이라는 평을 받을 만하다.
요즘 이상세 씨는 정원 꾸미기에 무척 분주하다. 펜션의 생명은 정원에 있다는 지론을 주장하는 그는 아직 미완성인 채로 펜션을 오픈해 무척 죄송스럽다고 한다. 적어도 1년 후에는 펜션 드보르라는 이름에 걸맞은 아름다운 정원을 고객들에게 선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즐거워한다. 또한 고객들에게 자연 농산물을 선물하기 위해 표고버섯 농사에도 열심이다. 100여 개의 참나무 토막을 정원 한 쪽에 울타리처럼 세워 종균을 심어 놓았다.
5월 초에는 이천리, 회곡리, 신천리의 마을 주민들을 초대해 펜션 오픈 잔치를 정식으로 열 예정이다. 돼지를 잡아 마을 사람들의 도움과 사랑에 감사드리겠다는 것이다.
아직도 고객 서비스에 서투르다고 겸손해하는 부인 이정금 씨의 얼굴에는 마을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도 함께 묻어나는 듯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노후를 준비하는 이들 부부의 아름다운 삶이 펜션 드보르로 형상화되기까지 많은 세월이 녹아들어 있음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田
글 김창범 / 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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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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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소품] 야생차의 그윽한 향을 도자기에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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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함에 젖어드는 춘곤증을 싹 가시게 하는 차(茶) 한 잔을 곁들이며 가족과 함께 담소를 나누는 것은 어떨까. 고가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멋을 충분히 살린 생활형 다기(茶器)류로 심신을 다스리는 다도(茶道)와 함께 은은한 향이 감도는 전통 차의 매력에 푹 빠져 보자.글 최선희 기자자료협조 (주)럭스젠 032-469-9901∼3, www.luxgen.com신라 흥덕왕 3년 당나라 사신으로 다녀온 대렴공이 차씨를 가져와 왕명으로 심은 야생차 시배지의 고장 하동. 이곳에서는 4∼7월 맑은 날 야생 차나무의 잎을 따 가마솥에 볶고 멍석에서 여러 차례 비벼 말려 수제 차를 만든다. 하룻밤 재운 물을 끓이고 식힌 후 부어 1∼3분 정도 우려내면 그윽한 향과 빛깔로 피로했던 심신을 녹여 주며 마음까지 포근하게 감싸준다. '차의 날'로 지정된 5월 25일엔 가족과 함께 천 년의 세월을 간직해 온 야생 차를 즐겨보자.야생 차를 담는 정갈한 백색의 다기는 변함 없는 단아함으로, 하늘빛을 담아 낸 청색의 다기는 오월의 푸름으로, 투박한 질그릇은 일상 생활에서 연꽃으로 피어난다. 시궁창 냄새를 없애고 향기로 물들이는 연꽃처럼 전통 다기에 야생 차의 향을 담아 실내 향기를 바꿔 보자.田1 고려 초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조선시대에 꽃을 피웠던 백자. 봉황을 연상하며 구성한 봉황문 백자 주전자와 숙우 및 2인 찻잔으로 구성된 다기세트.2 철분이나 이물질이 타제품에 비해 현저히 낮게 나타나는 온백자는 백색도가 뛰어나다. 한식상 차림 시 문양과 색상이 단순해 어떤 소품과도 잘 어울릴 수 있는 형태미를 강조한 온백자 다기세트. 3 여유와 휴식을 컨셉으로 구성한 제품. 일상에서 친근한 버드나무를 모티브로 평온함과 친근함을 표현했다. 4 광주요의 고급스러운 백자에 고품격의 회화기법을 적용한 아올다 화병으로 다도를 즐기면서 회화도 감상해 보자. 5 '이상이 현실에서 이루어진다'는 의미로 태토 위에 백토를 바른 후 문양을 조각하고 긁어내 만든 분청 산화박지 목부용문. 소박하고 자연에 가까운 색상을 자랑하는 분청사기의 특징에 현대적인 선을 적용했다. 6 청아함과 단순한 아름다움을 지녔으면서도 강인함을 느낄 수 있는 백자로 제작한 3인 다관세트. 7 숨쉬는 그릇이라 불리는 옹기토로 만들어지는 분장도기 초중문 2인 찻잔. 유약의 흘림과 더불어 깊이있는 색감에 녹차 한잔 기울이는 여유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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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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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D.I.Y] 새집 만들기(Bird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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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고운 새소리와 함께 전원에 완연한 봄기운이 깃들었다. 이 달에는 귀한 새〔鳥〕 손님이 편히 머무는 공간이자, 마당에 설치할 자연 축음기 '새집'을 만들어 보겠다.
1 디자인하기 : 기존 재료를 재활용하여 새로운 기법으로 디자인할 것이다. 디자인 후 그 과정에 맞는 재료를 구입함이 원칙이나, 이 번에는 기존 재료를 재활용해서 새집을 만들 것이므로 디자인에 각별한 노하우가 필요하다.2 도면 그리기 : 준비한 판재에 직접 재단 면을 그려보는 것이 편하다. 특히 앞면과 뒷면의 모양은 실제 크기로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3 재료 준비 : 주변에 있는 재료를 재활용한다. 지금부터 만들 새집은 재료의 중요성이 비교적 덜하기에 주변에서 쉽게 구하는 판재를 활용하고자 코아 합판을 사용했다(베니어 합판은 가능하지만, MDF나 PB는 페인트를 사용할 수 없음). 코아 합판이란, 가운데 부분에 베니어대신 럼버(Lumber : 원목, 상태가 안 좋은)를 접착·집성시킨 후 얇은 베니어로 마감하여 만든 합판이다. 폐자재의 사용률을 높이는 동시에 접착제의 사용을 줄인다는 점에서 경제적인 이점이 있다.
4 재단하기 : 이제 판재에 그린 대로 재단을 한다. 재단 방법에는 '자르기', '켜기', '곡선 자르기'가 있다. 자, 비로소 재단이 끝났다. 보다시피 밑판 1개, 측판 2개, 앞판 1개, 뒤판 1개, 지붕판 2개를 재단한 후, 새들이 드나드는 문의 구멍을 직소기를 사용해 잘라낸다. 의외로 많은 원목이 들어가지만, 새집이 조그마하므로 재활용 자재로 간단히 재료 준비 끝!
5 가조립하기 : 조립 전에 간단히 가조립을 해본다. 이 과정에서 내가 계획했던 디자인의 느낌이 제대로 표현됐는지, 혹시 사이즈에 이상은 없는지, 나무의 숫자는 모자라지 않는지 등을 확인해야만 한다. 물론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실제 조립 전에 조정 및 보완을 해야 한다. 새집을 만들 때에는 판재에 도면을 실제 크기로 그린 후 재단을 했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6 샌딩 : 재단 과정에서 생긴 나무의 날카로운 부분을 샌딩으로 부드럽게 한다. 특히 코아 합판이나 베니어 합판은 자잘한 가시가 많기 때문에 더욱 샌딩을 잘해야 한다.
7 본드 바르기 : 목공용 본드를 바른다. 피스 못을 에어 타카(Air Tacker)로 조립할 예정이므로 목공용 본드를 제법 많이 발라 준다. 그 이유는 약간의 방수 효과도 보기 위함이다(새가 비를 맞으면 안 되니까).8 조립하기 : 에어 타카를 사용해 조립한다. 만약 컴프레서(Compressor : 공기 압축기)가 없다면 일반용 가는 못을 사용해도 무방하다.9 마무리하기 : 새집 본체 모서리의 날카로운 부분은 손 사포로 부드럽게 다듬어 주고, 지붕은 판재 모서리나 처마 부분을 대패로 곡면처리 후 조립한다. 만드는 과정 못지않게 마무리 과정도 또 다른 차원의 정성이 필요하다.10 완성한 새집 : 지붕을 얹어 최종적으로 완성한 모습이다.11 페인트칠하기 : 1차 착색 후 충분히 마른 뒤에 2차 착색을 한다. 시중에서 래커 페인트(녹색) 한 통을 샀는데, 이것을 다 쓰자니 앞으로 서너 번 더 칠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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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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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가족과 함께 만드는 행복한 식당, 테이블 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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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봄바람에 몸을 기대고 싶은 오월. 푸름이 한창 무르익어 가는 이즈음 가족과 함께 하는 식탁에 변화를 주는 건 어떨지. 플라워 소품으로 싱그러움을 곁들여 생기 넘치는 공간을 만들거나, 건강식단으로 알맞은 채소를 질박한 그릇에 담아 정감 가는 한식 분위기를 내어 보자.
글·사진 최선희 기자촬영협조 (주)한샘 02-590-3430, www.hanssem.com자료제공 Feel&Life 02-548-8054, www.feelnlife.com, SDA 02-3442-6368, www.space-deco.co.kr
봄기운의 색을 입히자, 색채로 펼치는 파티
어떤 색을 골라도 다 용서해 줄 법한 오월. 먹을거리가 풍부한 계절이기도 한 봄의 절정기에 붉은색 계열의 식기로 식욕을 자극해 보자. 선명한 색상으로 식탁을 풍성하게 보여줄뿐만 아니라, 입맛이 없던 아이들에게도 음식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컬러풀함보다 깔끔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도자 느낌을 잘 살려 주는 백색과 투명한 유리 소재의 식기로 심플함을 살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푸른 오월의 싱그러움을 담아
밋밋한 식당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다면, 외부에서만 즐기던 푸름을 내부로 들여와 보자. 푸른 잎을 자랑하는 플라워 소품과 그린 계열의 식기 세트로 녹음이 완연한 오월을 즐겨 보자. 식당은 화이트나 아이보리 색으로 깔끔하면서도 밝은 분위기를 연출해 야외에 있는 듯한 느낌으로 연출한다. 흐리거나 비가 와 야외 덱을 활용하지 못하는 날에는 식당 분위기를 바꾸어 실내를 한껏 활용해 보자.
담박한 질그릇에 계절 나물을 담아 건강한 식단을
투박하면서도 멋스러움이 묻어 나는 묘한 매력을 간직한 정갈한 우리 질그릇. 텃밭에서 키운 봄나물을 담으며 전통미도 살릴 수 있는 소박한 질그릇과 함께 담백한 식단을 만들어 보자. 건강과 맛을 고려한 웰빙 식단은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챙길 수 있는 기회이다.
분위기를 머금는 식당, 우아한 공간으로
하루 세 끼 식사를 해결하는 것 외에도 티 테이블로 활용하거나 간식을 먹는 곳으로, 와인을 즐기는 홈-바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식당이다. 용도에 따라 변하는 공간, 조명과 소품 배치를 약간만 조정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보자. 멈추지 않고 변화하는 식당은 가족에게 표정 있는 공간으로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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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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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 아름다운 집] 소나무 언덕에서 여는 자연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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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테마로 정원을 연출한다는 것. 손수 지은 집을 가지고 싶은 것만큼 생각만 해도 멋진 일이다. 몸에 맞는 옷을 입는 것처럼, 생활 패턴에 맞는 집을 짓고 자신의 가치관이 담긴 정원을 만든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까.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에서 젊은 시절의 꿈을 행동으로 옮겨 아늑한 보금자리와 인생 철학을 담은 정원을 연출한 이를 만나 보았다.
북한강변을 따라 난 46번 국도로 청평에 들어서서 신청평대교를 건너면, 좌측 언덕 위 푸른 소나무 군락과 함께 아담한 목조주택이 눈에 띈다. 입구의 돌에는 ‘소나무 언덕’이라고 새겨져 있다. 장낙영(50) 씨가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노후를 보내고자 지은 유스호스텔의 이름이다. 이곳 정원은 여백의 미를 강조하여 언덕바지와 배기에 굵직한 돌을 쌓고 단아한 소나무를 심어 정적이면서 풍성해 보인다.
소나무를 보면 인생을 되돌아보는 느긋함이 생긴다는 장낙영 씨. 그는 이곳으로 이주하기 전 줄곧 아파트에서만 살았는데, 늘 전원에서 생계를 유지하며 살 만한 ‘거리’를 찾아왔다고.
2001년 북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 청평에다 부지를 마련하고, 그 이듬해 주말주택 개념으로 목조주택을 지었다. ‘소나무 언덕’은 원래 이 주택과 함께 펜션으로 계획했으나 제반 사항을 검토한 후 유스호스텔로 바꾼 것이다.
장방형의 800평 대지 중 높이 솟아 있던 언덕 약 400평을 손질해 4층짜리 유스호스텔을 앉히고, 강물이 바라보이는 언덕 아래에는 15평의 아담한 경량 목조주택을 앉혔다. 평평한 바닥에는 제법 크고 널찍한 돌로 바닥을 메우고, 도화지에 점을 찍듯 전원주택을 배치하고 소나무를 심었다. ‘소나무 언덕’으로 올라가는 계단 주변은, 큰 돌과 소나무로 에둘러 있어 마치 숲을 헤치고 나가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는 전원 속에서 제 2의 인생을 꿈꾸며 돌, 나무, 꽃이 조화를 이룬 정원을 조성했다. 특히 정원에 심어 놓은 350여 그루의 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어린 시절부터 유독 늘 푸름을 간직한 소나무를 좋아하여 그 많은 소나무를 심었다고. 그 사이사이 심어 놓은 비비추, 옥잠화, 맥문동, 애란 등 15종의 야생화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정원의 압권은 반지르르 윤기가 감도는 웅천석을 깔아 놓은 답로(踏路)다. 웅천석은 보령석의 일종으로 석질(石質)이 단단하고 반질반질한데다 색이 까마귀처럼 검다하여 오석(烏石)이라 부른다. 웅천에서 돌을 운반해 정원 길에 깔아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건설회사에서 해외 업무를 맡다 보니 여기저기 많이 다녔지요. 스페인 마드리드에 들렀을 때에 돌 조각으로 낸 길에서 눈을 떼지 못했죠. 아스팔트보다 훨씬 정감 있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더라고요. 그곳에서 전원생활을 하면 돌길을 만들겠다고 결심했지요.”
자신은 물론 사람들을 아스팔트 위에 머물게 하기 싫었다는 그의 소원은 정원을 통해 더 빛난다. 400평의 언덕 아래 정원에는 그의 야심작인 돌과 소나무가 어우러지고 언덕 끝자락엔 장승과 벤치를 놓아 야외에서 여가를 즐기게끔 했다. 1층 유스호스텔의 휴게 공간 전면창으로 바로 앞의 덱과 주변 경관을 감상하도록 했다. 소나무 향이 그윽한 곳에서 온몸으로 고지대의 바람을 맞으며 경치를 감상하는 기분이 어떠할지.田
글·사진 최선희 기자
문의 소나무 언덕 031-585-8163∼5, www.pinehill-ho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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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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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속으로] 야생화, 분경재배 기술 -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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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 담채화에는 한국의 멋과 여유를 담은 산수 풍경이 자주 등장한다. 주로 자연에 귀의(歸依)하여 살고자 하는 선조들의 소박한 마음가짐을 담고 있다. 선조들이 자연과 벗하며 진리를 추구했듯이, 전원주택을 택하는 이유도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끼며 살고자 하는 데에 있다. 이 달에는 편안하면서도 기품과 해학을 느끼게 하는 전통 미학, 즉 멋진 산수 풍경을 담아 낸 분경(盆景)에 도전해 보자.
분경작이란, 납작한 수반이나 분재분에다 괴석이나 수석, 골석, 자연석, 고목, 숯, 도편(陶片) 등의 소재를 식물과 함께 연출하여 산수(山水)의 경치를 재현해 낸 예술 작품이다. 또한 이러한 소재들을 한 개 또는 여러 개를 조합하여 산수경(山水景)을 연출한 다음 여기에 난초와 자생식물을 심거나 붙이는 방법을 말한다. 때로는 용기 없이 소재 그 자체에다 난초나 자생식물을 심거나 붙여서 산수경을 연출하여 관상하기도 한다.
분경작은 재료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른다. 크게는 석부작, 목부작, 도편작, 기타 작으로 분류한다. 또한 어떤 재료로 연출하느냐에 따라서 산수초물경작, 석부초물경작, 도편작, 석부난경작, 목탄부작, 목부초물경작, 수피작, 용기작, 기와부작으로 부른다. 각종 민속물 등을 활용하여 연출한 초물경작이 여기에 속한다.
초물경작은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초본식물과 관상 원예식물을 자연 소재들과 함께 부치고 심어서 작은 경관을 연출한 작품을 말한다. 관상원예의 한 분야로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독특한 원예 장식 기법이다.
초물경은 1980년대 우리나라 야생화를 관상 화훼식물로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할 무렵부터 몇몇 야생화 취미가들이 그 기초를 만들었다. 수반이나 분재분, 넓은 쟁반, 얇은 판석 등과 같은 일정 용기 안에다 자연석이나 고목, 목탄, 도요편으로 산수경을 연출했다. 때로는 그러한 소재에다 한국에서 자생하는 관상 가치 높은 키 작은 숙근성 야생식물들을 마사토나 이탄토, 수태(이끼), 생명토를 사용해 부착하거나 심어서 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분경작 디자인
●미의 구성 원리
모든 디자인 구성의 기본 요소와 원리는 자연에서 비롯된다. 자연은 인간에게 생활의 지혜나 삶의 철학과 아이디어를 줄뿐만 아니라 환경 조성에도 좋은 교육장이다. 인간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그것을 모방하여 작품을 만들어 감상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이란 자연의 모방에서 나온다.
분경작인 석부작이나 목부작, 목탄부작, 도편작, 수피작, 용기작, 기와부작 등의 디자인 구성 역시 아름다운 자연을 모방하는 데에서 비롯한다. 그러므로 분경작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자연을 자주 접해야 한다. 그러한 가운데 사진 촬영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분석하면서 분경작의 연출 실습을 반복할 때 비로소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방향감
자연의 사물은 모두 방향을 가지고 있다. 분경 소재는 방향에 따라 느낌이 다르게 나타난다.
수직형은 안정감과 위상을 나타내고, 고상한 품위와 평범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그러나 사방향은 동적이고 생기가 돌며 불확실한 느낌과 불안감을 준다. 하지만 익숙한 연출은 스릴과 쾌감을 느끼게 하는 장점이 있다. 수평 방향은 평화로움, 조용함, 고요함, 정숙함, 태평스러움 그리고 무한한 평원을 연상케 하면서 안정과 평온함을 준다. 이와 같은 느낌은 자연의 사물을 접하면서 상념(想念)적으로 얻은 것들이 관념적으로 굳어져 개념화한 것이다.
●크기와 비례의 미(美)
소재와 용기의 크기 비례는 관상의 중요한 요소이다. 비례미가 섬세한 느낌과 힘찬 기세를 올리는 위상, 멀리 보이는 원경, 가까이 보이는 근경, 크기의 배치에 따라 보이는 균형 등의 요소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비례미는 연출하려는 소재와 화분 크기하고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산수경은 거리와 위치 배치를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관상 효과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화분 크기보다 산수경이 1.5배 커야 아름답다. 하지만 석부작 산수경은 때로는 용기보다 작은 소재로 연출해야 먼 풍경(원경)을, 소재가 용기보다 크면 가까운 풍경(근경)을 연상케 한다. 비례 치수는 인체 비례에서 유래한 것으로, 사람들 대부분이 이 치수에 익숙하기에 가장 많이 활용한다. 서양에서는 키가 183센티미터인 사람을 기준으로 인체 비례를 정하여 5:8이라는 비례를 활용하고, 동양에서는 서양인보다 키가 작아서인지는 모르지만 3:2의 비례 사용한다. 우리나라 전통 장롱이나 도자기, 석탑 등의 경우 1:1.3∼1.7까지 조사 보고됐다. 그러나 실제 응용하는 아름다운 수치는 1:1.5로 본다. 그러므로 분경에서 화분과 소재의 크기 비례는 1:1.5의 수치를 활용하면 가장 훌륭한 석부작을 연출할 수 있다.
또한 작품의 크기에 따라 대작(1m), 중작(50㎝), 소작(30㎝), 촌작(15㎝)이 있다.
●색채
시원하고 쾌적한 산수경은 화분, 용기, 소재 등을 자연 친화적인 색채로 연출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색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심미감과 색감, 고태감, 자연 친화감 등을 얻을 수 있다.
자연 친화적인 무채색(흰색∼검정색)과 갈색, 녹색 계열의 소재들로 연출할 때 더욱 아름답고 신선한 자연미가 나온다. 석부의 소재는 채도나 명도가 낮은 검은색이나 검은 회색, 검은 갈색이 좋다. 화분이나 용기도 관상할 장소의 환경과 유사한 색채라야 조화를 이룬다.
●통일감
자연에 산재한 소재들은 통일성을 가지고 있다. 하늘은 푸른색, 숲은 녹색, 땅은 갈색, 태양은 붉은색과 주황색 등의 통일성으로 나타난다. 심지어 주천의 골석이나 제주의 현무암도 고유한 통일성이 있다.
연출할 소재와 색채, 선, 질감 등이 통일성을 갖는 수반이나 분재분을 사용해야 조화로운 작품이 나온다. 연출할 때도 돌의 결이나 방향, 선 등을 통일되게 배열해야 한다. 자칫 통일성을 잃고 대립하면 우유부단, 불안, 공포, 근심, 노기, 무기력, 무감각, 불쾌감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시각의 편중
인간은 어떤 사물을 바라볼 때, 시선의 중심 축으로부터 양쪽 균형을 맞추어 동일하게 보지 않고, 우측에 힘을 주어 무게 있게 보는 습성이 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그림을 거울에 비쳐서 반대로 놓고 보면 무게의 균형이 깨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석부작이나 목부작, 초물경작 등은 우측을 약간 가볍게 하는 동시에 좌측에 약간의 무게를 더해 줘야 균형을 유지하며 쾌적한 안정감을 갖는다(다음 호에 ‘분경재배 기술-II’가 계속됩니다).田
글 유병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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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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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정원 이야기] 텃밭에서 건강한 먹을거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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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도심을 떠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몸에 좋은 유기농 무공해 채소를 얻는 큰 기쁨을 맛보아야 한다. 자연 속에서의 텃밭 가꾸기는 여가 선용, 운동, 자녀 교육 등 우리에게 여러 가지 즐거움을 안겨 주기에 매우 소중한 일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넓은 면적에 많은 것을 심겠다는 과한 욕심을 내지 말자. 텃밭을 가꾸는 방법도 모르면서 일만 잔뜩 벌이다 보면, 어느새 즐거움은 노동으로 바뀌어 곧 포기해 버리기 때문이다.
건강한 토양 만들기
건강한 채소는 건강한 토양에서 비롯된다. 겨우내 우리 부부는 소금기가 많지 않은 음식물 찌꺼기들을 모아 텃밭 웅덩이에 넣는 일을 했다. 사실 나는 맘속으로 종종 ‘얼마든지 쉽게 처리할 수 있는데, 왜 냄새를 맡으며 텃밭까지 가야 하나?’라는 불평을 했다. 하지만 건강한 채소를 가꾸려는 아내의 마음에 동의하면서 그 일을 계속했다.
텃밭 웅덩이에 음식물 찌꺼기를 넣은 후에 흙을 살짝 덮어 주면 냄새 없이 좋은 영양토를 만들 수 있다. 가끔은 새들이나 고양이들이 와서 먹고 간 흔적을 보기도 한다. 생활에 불편이 따르겠지만 건강한 생태라는 증거인 셈이다.
물론 음식물 찌꺼기만으로는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낸 토양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에는 모자라다. 그 때문에 거름을 사서 텃밭에 뿌리는 것이 좋다. 이 때는 잊지 말고 씨를 뿌리기 20일 전에 거름을 주어야 한다. 간혹 발효가 덜 된 거름이 있기 때문이다.
모종 심기
4월 중순부터 심기 시작하는 채소들은 상치, 시금치, 고추, 토마토, 치커리, 쑥갓, 호박, 오이 등이다. 보통은 모종을 사다가 심어야 빠른 결실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파종에는 실패 위험이 따르므로 모종 심기를 권한다. 시골에 계신 장인어른이 1월부터 고추 모종을 키우기 위해 많은 정성을 들이는 것을 보면, 지금 고추씨를 뿌리겠다는 생각에는 늦은 감이 있다. 이런 채소들은 특별한 기술 없이도 기르기 쉬우므로 텃밭 가꾸기 초보자들에게 적합하다.
건강한 채소를 얻으려면, 채소들이 다 성숙했을 때의 키를 생각해서 모종을 심어야 한다. 심는 날도 비가 오기 전날이나 당일이 좋다. 비가 오지 않으면 모종을 심자마자 물을 주어야 하는 수고가 따르기 때문이다.
텃밭에서 멋 내기
텃밭 가장자리에는 옥수수, 호박, 콩을 심으면 좋다. 씨앗은 두세 개씩 뿌려서 건강하게 나온 것만 자라게 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옥수수의 경우, 땅이 넓다면 시기에 차이를 두어 씨를 뿌리는 것이 좋다. 맛있는 옥수수를 두 번에 걸쳐서 먹는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친환경 병해충 관리
모종을 심으면 얼마 뒤에 찾아오는 불청객들이 있다. 어린 새순에 붙어서 영양분을 빨아먹는 해충들이다. 농약을 한번에 살포하면 쉽겠지만, 건강한 토양과 채소를 생각한다면 어렵더라도 손으로 직접 잡거나, 인체에 해롭지 않은 친환경 약제들을 선택해서 뿌리는 것이 좋다.
다음 해를 위한 관리
8월 말에서 9월 초, 한여름에 많은 채소를 거둬들이고 나면 가을 준비를 해야 한다. 이 때는 김장용 배추나 무를 심어 보자. 씨를 뿌리고 며칠 뒤면 새싹들이 올라오는데, 건강한 포기가 될 것들만 남기고 점점이 솎아 주면서 키우면 된다.
어린 싹이 돋아난 후 종종 굵은 빗줄기가 때릴 때, 나는 아내가 모종 컵으로 모종을 한 포기씩 덮어 주는 것을 보면서 그 순발력에 감탄한 적이 있다. 역시 채소를 가꿀 때에도 정성이 들어가야 좋은 결실을 기대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한 해의 텃밭 가꾸기는 마무리된다.
나눔의 즐거움
멋진 정원 못지 않게 가정에 작은 텃밭을 가져 보는 일도 매우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텃밭은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좋은 공간이지만,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을 함께 살리고 배우게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텃밭을 열심히 가꾸다 보면, 어느새 매달리기 시작한 결실을 따면서 문득 ‘이것은 누구에게 주어야지’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자연에서 직접 키운 결실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일은, 결실 그 이상의 큰 열매를 마음에 거둬들이는 것과 같다. 물론 채소를 가꾸는 동안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텃밭에 앉아 아내와 나누는 많은 대화도 좋은 결실의 일부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채소를 잘 키우기 위해 이런 저런 정보들을 주고받으면서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마주본다. 이 때에 느끼는 건강한 웃음과 대화는 부부 관계를 성숙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들로 나는 더욱더 텃밭의 매력에 푹 빠져들곤 한다.
멀리 있지 않은 텃밭 생활
요즈음 봄바람이 여러 가지 빛깔과 맛을 내며 우리의 뺨을 스쳐 지나간다. 텃밭은 도심의 복잡한 생활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일을 통해서 쉴 수 있는 공간이다. 바람의 맛을 즐기고, 햇빛의 색깔을 느낄 수 있는 자연에 안겨 내면에 쌓아 놓았던 담을 헐기도 하고, 가족들과 허물없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이웃에 대한 배려를 경험하는 공간으로 텃밭을 가져 보기를 바란다.
전원에 사는 이들은 자연에서 일을 하면서 여가 생활을 즐겨야 한다. 땀을 흘리며, 바람을 느끼며, 햇빛을 받으면서 텃밭이 어른들의 놀이터가 됐으면 한다. 이런 과정들 속에서 나와 가족과 사회가 건강해지고 꿈을 키워 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도심을 떠난 사람만이 이런 느낌과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가졌다고는 보지 않는다. 도심에서도 얼마든지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주말농장이나 건물 옥상, 아니면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경험의 크기와 느낌에는 차이가 나겠지만, 자연의 일부인 우리가 자연을 대한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처음 일본을 방문했을 때 어촌에서 있던 일이다. 우리가 흔히 버리는 스티로폼 박스를 이용해 각종 채소들을 집 앞에 심어 키우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텃밭이 돈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방법을 배웠다. 텃밭 가꾸기, 도심의 작은 땅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田
글 이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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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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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풍광을 품에 안은 하동 52평 복층 경량철골+ALC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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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의 고장인 경남 하동 화개골에 자리한 전원주택. 옆으로 섬진강이 흐르고, 사면이 지리산 자락으로 둘러싸인 그야말로 천혜의 자연 경관을 고스란히 품에 안은 주택이다. 건축은 경량철골과 ALC를 결합한 형태로 지붕엔 아스팔트 슁글을 얹고, 외벽엔 황토색 치장벽돌을 둘렀다. 인테리어는 아늑하고 정감 있는 느낌에 포인트를 두고, 조망권을 한껏 살렸다. 실마다 전면창을 크게 냈는데, 창밖으로 섬진강의 푸름이 그대로 전해지고 사계절 내내 변화하는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
건축정보·위 치 : 경남 하동군 화계면·부 지 면 적 : 200여평·연 면 적 : 52평(1층 37평, 2층 15평)·건 축 형 태 : 경량 철골 + ALC·외벽마감재 : 치장벽돌·내벽마감재 : 수성페인트 + 벽지·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천 장 재 : 수성페인트 + 벽지·바 닥 재 : 강화마루 + 민속장판·창 호 재 : 하이새시·난 방 형 태 : 기름보일러·식 수 공 급 : 지하수 + 상수도·건 축 비 용 : 평당 350만 원설계·시공 : 샤론하우징 02-431-6677www.sharonhousing.co.kr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 / 아랫말 하동사람 윗말 구례사람 /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가수 조영남 씨의 '화개장터' 노랫말의 일부분이다. 화개장은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쳤던 장으로, 지금도 전통 5일장의 맥을 잇고 있다. 주변에 쌍계사, 평사리공원, 섬성궁, 청학동, 칠불사, 녹차시배지, 화개계곡, 연동계곡 등의 관광지도 많아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화개장터에 이르면 경상남도와 전라남도의 남도를 따서 '남도대교'라고 부르는 아치형 다리가 섬진강을 가르고 있다. 이 대교는 전라도와 경상도의 화합을 의미한다. 하지만 하동(경상도)과 구례(전라도) 주민들은 훨씬 오래 전부터 화개장터에서 다정다감하게 지내며 장을 펼쳐 왔다.
남도대교에서 쌍계사 쪽으로 가다 보면 다채로운 지붕에 아스팔트 슁글을 얹고 외벽을 황토색 치장벽돌로 마감한 집이 단박 눈에 띈다. 앞으로 맑은 냇물이 흐르고 주변은 울창한 산림으로 둘러싸인 곳.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위치에 앉혀진 이 집은 주분순 씨가 가족을 위해 새롭게 마련한 보금자리이다.
4대가 함께 하고자 마련한 보금자리
주분순 씨의 예전 집은 명절이면 장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북적거렸다고 한다.
"가족이 다 모이면 50명이 넘습니다. 8남매 중 막내만 빼고 모두 출가하고, 증손까지 보았기에 아이들만 해도 수십 명에 이르지요. 때론 누가 누구의 아인지 헷갈릴 정돕니다. 그러다 보니 명절 때 가족이 다 모이면 우는 아이에, 뛰어다니는 아이, 싸우는 아이… 집은 장터 못지 않게 시끌벅적합니다. 그러다 보니 집 안이 좁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주분순 씨는 가족 수가 늘어나자 보다 넓은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싶어했다. 그 심중을 헤아린 자녀들은 노모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화개면 일대에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부지도 있고, 8남매 대부분이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기에 집 짓는 일은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첫 출발은 쉽지 않았다. 2003년 봄, 토목공사를 직영으로 했는데 부지의 단차가 워낙 심해 땅을 돋우고 석축을 쌓는 데에만 6개월에 7000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 건축은 그로부터 1년 후에 진행했다.
집 짓기의 경우 시공사와 건축주 간의 이해 관계가 얽히다 보면 잦은 다툼이 벌어지거나 갖가지 우여곡절을 겪기 마련이다. 하지만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면 집 짓기의 모든 절차는 순조롭다. 이 집은 건축주와 시공사인 샤론하우징 간의 신뢰 속에서 지어졌다. 샤론하우징의 장세훈 사장은 주분순 씨의 셋째아들과 대학교 동기로, 건축주 가족과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때문에 건축주는 장 사장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알아서 해 달라고 믿고 맡겼다. 하지만 장 사장은 설계 단계뿐만 아니라 자재 선택, 시공에 이르기까지 의견을 조율하며 건축을 진행했다. 2004년 8월부터 11월까지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건축주는 현장에 거의 나오지도 않았으면서도 얼굴 한번 붉히지 않았다.
튼튼한 구조에 조망권을 한껏 살린 집
집은 천혜의 자연 경관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에 앉혀져 있다. 옆으로는 섬진강이 흐르고, 사면으로는 지리산 자락이 집을 감싸고 있어 아늑하면서 시원한 느낌이 든다. 여기에 집의 입면이 아름다운 데다 주변에 건축물도 없어 지나는 이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이 집으로 꽂힌다. 종종 지나는 이들이 불쑥 들어와 집의 이모저모에 대해 꼬치꼬치 묻는가 하면 사진을 찍어 가기도 한단다.
이 집의 구조는 철근콘크리트에 ALC를 결합한 형태이다. 주변 환경과 지반의 특성을 고려해 튼튼한 구조를 선택했다는 장세훈 사장.
"요즘 웰빙이다 해서 친환경 자재로 집을 많이 짓는 추세지만, 이곳은 워낙 습기가 많은 지역이라 목조나 황토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건축주 가족도 튼튼하면서 예쁜 구조를 원했습니다. 고심 끝에 경량철골에다 ALC를 결합하기로 했습니다."
실내는 안락하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집 전체 인테리어 컨셉은 아늑하고 정감 있는 느낌에 포인트를 두었다고 한다. 현관에서 들어서면 좌측에 방(2)을 배치하고 거실로 향하는 복도 사이에 화장실 그리고 거실과 주방을 하나로 연결했는데, 어느 곳보다 탁 트인 거실이 눈에 들어온다. 섬진강의 푸름이 그대로 전해지는 8각 모양의 거실은 넓게 설계한 데다 면마다 조망창을 크게 내고, 화이트 컬러의 페인트로 벽과 천장을 마감해 공간감이 훨씬 넓게 느껴진다. 특히 창밖으로 사계절 내내 변화는 경치를 구경할 수 있어 건축주가 만족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인테리어는 벽난로와 소파·우드 블라인드로 심플하게 연출하고, 일부 공간은 치장벽돌을 사용해 포인트를 주었다.
2층은 손자들을 위한 방 2개와 가족실, 욕실, 발코니로 구성했다. 방은 아담하게 꾸미고 욕실을 함께 사용하게 했다. 가족실 옆으로는 주변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발코니를 내어 조망권을 한껏 강조했다.
정원에는 조경석과 키 작은 조경수들이 어우러져 낮고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실내에서의 조망을 가리지 않도록 한 의도다. 집에서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주분순 씨.
"이곳에서 주변을 감상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릅니다. 사시사철 변화하는 산과 물, 자연의 조화가 빚어내는 아름다움은 정말 일품입니다. 처음엔 가족 휴양처로 집을 지었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습니다."田
글·사진 박창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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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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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활용미 돋보이는 경산 38평 복층 스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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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맞추려면 허리 사이즈 등 신체 주요 부분의 크기를 알아야 하고, 취향에 맞는 색상과 옷감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주택은? 경북 경산시 남천면 산전리에 자리한 38평 복층 스틸하우스는 이러한 물음에 해답을 준다. (주)흥진산업개발(대표 이미경)이 2005년 완공한 이 집은 맞춤형 주거인 전원주택의 장점을 한껏 살려냈다. 건축주의 이전 집을 방문해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 파악은 물론 가전제품이나 가구의 종류와 크기, 콘센트의 위치까지도 세심하게 파악해 설계에 반영했다. 이 집은 공간 활용 면에서도 둘러볼 점이 많다. 38평의 복층 구조지만 같은 평형대의 여타 주택보다 방들이 넓은 편이다. 설계 시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건축주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한결 여유 있는 공간 연출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여기에 젊은 감각의 인테리어까지… 포도밭 사이에 자리 잡은 이 집으로 들어가 보자.
건축정보
·위 치 : 경북 경산시 남천면 산전리
·대 지 면 적 : 142평
·건 축 면 적 : 38평
·연 면 적 : 1층 23평, 2층 14평, 덱15평
·건 축 형 태 : 스틸하우스
·외벽마감재 : 시멘트사이딩
·내벽마감재 : 실크벽지, 아트월
·단 열 재 : 인슐레이션
·천 장 재 : 이중 그림자 슁글
·바 닥 재 : KCC강화마루
·창 호 재 : 수입 시스템 창호
·난 방 형 태 : 기름보일러
·식 수 공 급 : 지하수
·시 공 기 간 : 2005년 4월∼2005년 6월
·건 축 비 용 : 평당 350만 원
설계·시공·조경 : (주)흥진산업개발 053-759-0991~2 www.i-hj.com
경부고속도로 경산 I.C로 나와 남천면으로 향하길 30여 분. 가는 길가에 겹겹이 둘러싼 다소 높직한 산과 너른 들판 사이로 옹기종기 모인 마을과 아파트 단지가 눈에 띤다. 대구광역시의 위성도시답게 여러 대학도 자리하고 있다. 산전리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면 넓은 포도밭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깨동무를 한 듯 길게 늘어선 모습으로 금방이라도 싱그러운 포도송이가 알알이 맺힐 것 같다.
‘포도밭 때문일까?’ 이 집은 한적한 농촌의 한 귀퉁이에 자리하지만 적막함보다 맺혀질 결실에 대한 기대감으로 넘친다. 뒷산과의 거리도, 마을과의 접근성도 좋다. 집 안에서 창문으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자니, 건축주 박용덕(44, 기계업) 씨가 왜 이 곳에 집터를 정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다.
집 앞에는 덱과 잘 다듬어진 잔디 그리고 나지막한 벽돌담이 있다. 담은 마을길과 경계를 이루는 부분에만 쌓았고, 나머지 부분에는 주변과 어울리게 수목을 심었다. 도로와 맞닿은 대문은 진·출입이 용이하도록 동선을 염두에 두고 냈다. 정원과 집을 잇는 넓은 덱에는 걸터앉기 편하도록 난간을 둘렀다.
디자인과 시공이 용이한 스틸하우스이기에 외관도 수려하다. 외벽은 시멘트 사이딩으로 마감하고 이중그림자 슁글로 지붕을 덮었다. 외부에서 볼 때 거실과 2층 큰아들 방은 돌출 돼 있으며, 전체적으로 구조감을 줘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2층 작은 아들방 발코니에는 야외 테이블을 놓았는데, 이 곳에서 건축주는 수험생인 막내아들(박양진, 고3)과 자주 대화를 나눈다. 넓게 트인 곳에서 부자 간에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마음의 벽도 하나둘 허물어진다고.
공간 활용과 단열에 심혈을 기울여
각 층별 주요 공간을 둘러보면 1층에는 안방·거실·주방·다용도실·욕실이 있고, 2층에는 두 아들 방과 복도·화장실이 있다.
안방에서는 벽면의 일부를 활용해 수납 기능을 갖춘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이처럼 인테리어를 하면 내부 설계가 복잡해지지만 구조의 특성상 시공 과정은 비교적 쉽다고 한다. 이 집의 방들은 같은 평형대에 비해 넓다. 단열에 신경을 썼고 조망과 바람의 이동 경로를 살펴서 창을 냈다. 특히 계단과 맞닿은 작은아들 방 벽면에는 계단 밑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붙박이장을 설치했다. 그 때문에 작은아들 방은 한결 넓어졌고, 계단은 아담해졌다.
우물 천장을 한 거실에는 널찍한 전면창을 내어 외부가 훤히 바라보인다. 텔레비전이 놓일 거실 벽면은 벽돌로 포인트를 주었다. 벽돌로 인테리어를 함으로써 내부에서 외부의 느낌을 감상할 수 있다. 외부 모습을 집 안으로 끌어들임과 동시에 벽돌이 주는 안정감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 인테리어를 담당한 (주)흥진산업개발 이승주 과장의 설명이다.
주방에는 ‘ㄱ’자 모양으로 가구를 배치하고, 오물이 튀는 부분에는 타일로 마감했다. 주방에서도 외부 조망이 가능하도록 비교적 창을 크게 내고, 그 아래에 식탁을 배치해 네 식구가 오붓하게 식사를 하도록 했다.
콘센트 위치 하나까지 고려한 세심한 설계
건축주는 기존 집에서 사용하던 가재 도구를 이곳으로 옮겨왔다. 설계 단계에서 가족이 사용할 가구와 가전제품 등을 파악했기에 가능했다.
거실과 주방이 만나는 벽면엔 술병이나 찻잔을 수납하도록 하여 공간을 구분했다. 거실에서 볼 때는 벽면 같은 느낌을 주고, 주방에서는 진열장 역할을 한다.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은 집의 구조를 최대한 이용해 가로가 긴 ‘ㄱ’자 구조로 설치함으로써 집 안을 가로지르지 않게 했다. 계단과 거실이 맞닿는 공간에는 간이 책상을 놓아 미니 서재로 꾸몄고, 계단 밑 자투리 공간을 창고로 이용하고 있다.
세심함을 기울인 흔적들은 집 안 다른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넓어 보이는 벽면에 사각 공간을 만들어 참숯을 놓거나 인테리어 시 편리하게 활용하게 했다. 계단 벽면 하단에는 안내등을 설치했고, 집 안 곳곳 손때가 많이 타는 부분은 실크벽지 대신 목재로 마감함으로써 시간이 흐른 뒤에도 새 집 같은 느낌이 이어지도록 했다.
집안 곳곳에 인테리어적인 요소를 추가하다 보면 자연 건축비가 상승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주택의 경우, 구조상 내부 설계가 자유롭다는 장점에다 시공사 직원들의 젊은 혈기가 더해져 비용 부담을 덜었다.
“이러한 구조가 아니라면 아마 힘들었을 거예요. 이러한 인테리어는 대부분 옵션 사항에 포함시키곤 하죠. 하지만 조금만 세심하게 설계하고 손이 한 번 더 가면 같은 재료로 더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물론 건축주도 좋아할 것이고요.”
이 집을 시공한 (주)흥진산업개발 세 젊은이(이찬호, 이승주, 김상원 과장)의 얘기다.
낡은 집을 뒤로하며 시작한 전원생활
집이 낡아 이사를 계획하던 차에 전원주택을 짓기로 마음먹었다는 건축주. 시공업체를 정하고 업체에서 파견한 젊은 기술자들을 만나는 순간 약간의 머뭇거림이 있었다고.
“너무 젊은 사람들이라 처음엔 좀 그랬어요. 경험이 부족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였죠. 건축주로서 호흡을 맞추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함께 일하다 보니 센스도 있고 세밀하게 잘 하더군요. 만족스러웠어요.”
건축주는 시공업체에 단열에 신경을 쓰고,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게 해 줄 것, 인테리어가 쉽게 싫증나지 않게 할 것을 주문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6월 원하던 전원주택을 갖게 됐다.
“다른 사람들 사는 것만 보고 무작정 전원생활을 따라하는 건 좋지 않아요. 계획을 세우고 치밀하게 구체화해야지요. 전원주택은 주변에 바람막이 같은 건물이 없으니까 난방 및 단열에 신경을 써야 해요. 단열이 안 되면 연료비는 스트레스 요인이 되죠. 처음부터 너무 크게 짓는 것도 좋지 않다고 봐요. 집이 너무 넓으면 관리하느라 정작 전원생활은 엄두를 못 내죠.”
전원생활이 가져다준 ‘선물’
건축주는 전원생활이 가족 간의 정을 더욱 돈독히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전원생활을 초기에는 주변에 우리 가족 밖에 없으니까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식사 준비는 물론 설거지도 돕고… 그렇게까지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이 집의 2층 발코니는 건축주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공간이다. 평범해 보이지만 수험생 아들과 대화를 나누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장소에 따라 오가는 얘기가 달라지듯이, 이 역시 전원생활이 가져다 준 하나의 선물이다.
올해 건축주의 바람은 군대에 간 큰아들(박태진, 대학 휴학 중)이 무사히 제대하는 것과 무엇보다 가족이 건강하게 생활하는 것이다. 또한 수험생인 막내아들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포도밭이 훤히 내다보이고 계절의 변화가 몸소 느껴지는 이 집에서 건축주는 이와 같은 소망을 키워나가고 있다.田
글 김항룡 기자 / 사진 최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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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8